The Saint’s Dungeon Business RAW - Chapter (1101)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315화
“네? 네에…… 하, 하지만 정말로 처음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전 조금 전 나일 님의 성은을 받아 여자가……!”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고통이 없다는 사실에 초조해진 건지, 아리엘은 또 얼굴색을 바꾸며 내 가슴에 두 손을 얹고 매달렸다.
난 딱히 그런 걸 의심한 게 아니었는데. 대체 얜 왜 이렇게 비굴한 거야?
“알아. 나도 그냥 예의상 해본 말이야.”
처음이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나한테는 섹스 시 자동으로 발동되는 힐링 섹스가 있으니까. 당연히 파과의 고통 같은 걸 느낄 새도 없이 순식간에 치유되었겠지.
“아…….”
내가 몸을 일으키자, 아리엘은 그제야 본인의 자세를 자각했는지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뭐, 물러나 봤자 하반신이 연결되어 있는 이상 그리 멀리 떨어지지는 못하지만.
“그래서, 언제부터 이러고 있었지?”
“네? 아, 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조금 전입니다! 제가 성은을 받자마자 나일 님께서 일어나셔서……. 시간으로 따지만 1……2분……? 죄, 죄송합니다! 정확한 시간은 저도 잘……!”
그러니까 아까부터 너무 비굴한 거 아니냐?
“흐음.”
아무튼 내가 그리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던 건 아닌 모양이다. 하긴. 오래 잠들어 있었으면 아리엘이 이렇게 멀쩡할 리가 없겠지.
다른 사람도 아닌 나랑 섹스를 하고 있는 거다. 레벨 차이도 매력 차이도 압도적. 게다가 처녀라면 응당 따라와야 할 고통조차 없는 섹스.
이렇게 내가 가볍게 허리만 움직여줘도.
“흥하으앗!?”
우와. 깜짝이야.
내가 허리를 가볍게 위로 쳐올리자, 아리엘의 등 뒤에서 갑자기 커다랗고 새하얀 날개가 펄럭하고 펼쳐졌다.
줄리안이 봤으면 부럽다고 손가락을 물고 쳐다봤을 광경이군. 걘 사도 인장도 등 뒤에 새겨달라고 할 정도니까.
뭐, 아무튼 내가 허리만 가볍게 움직여도 이렇게 되는 거다. 그러니 삽입하자마자 내가 깨어났다는 아리엘의 말은 아마 사실이겠지.
애초에 우리 애들도 그 이상 날 오래 재워둘 이유가 없었을 테니까.
“나, 나일니힘……이거헌…….”
“왜? 무슨 문제 있어?”
“힉!?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금 전 절정을 느끼며 다시 나와 얼굴 거리가 가까워진 게 부끄러운지, 아리엘은 이번엔 활짝 펼친 날개를 퍼덕이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아예 날개를 앞으로 접어서 자기 상반신 전체를 가리기까지…… 야. 네가 그러고 있으면 내가 기분이 이상하잖아. 무슨 깃털 뭉치랑 섹스하는 것도 아니고.
“이, 이게 여자의 기쁨……흐핫!? 왜, 왜 그러십니까!?”
내가 억지로 날개를 양옆으로 벌리자, 날개 안에서 혼자 뭔가 중얼거리고 있던 아리엘은 더욱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날개를 파닥파닥 움직였다.
그래 봤자 내 손에 잡혀 있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깃털만 날렸지만.
“가리지 마라. 아직 나한테 숨길 게 있어?”
본의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이렇게 섹스하게 된 거다. 이제 와서 빼봤자 아리엘이 내 물건으로 여자가 됐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어? 아리엘도 첫 경험인만큼 제대로 추억을 간직하고 싶을 테고.
뭐, 지금 모습만 봐서는 추억 같은 것에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어 보이지만.
“어, 없습니다! 다만! 그게……지금 막 여자가 된 몸이니, 나일 님의 눈에 보이기에 부끄러울 따름인지라……!”
아니. 넌 너 자신한테 너무 비굴해서 그렇지,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부끄러운 몸은 아닌 것 같은데.
애초에 지금 막 여자가 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가슴은 줄리안이나 브레디랑 비교해 봤을 때 훨씬 더 여자다운……아, 아니. 가슴이 여자의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야.
우리 줄리안이 가슴만 없다 뿐이지, 권각술을 쓰는 만큼 몸매는 참 훌륭하거든. 보기 좋은 직각 어깨나 호리병 같은 허리 골반 라인, 잘 빠진 각선미까지. 여러모로 훌륭해.
그리고 난 줄리안의 평평해서 손을 얹어도 유륜과 유두 밖에 안 느껴지는 가슴도 좋아하거든. 진짜로.
“나, 나일 님……?”
“응? 아, 아니. 제법 여자다우니 걱정하지 마라.”
나는 아리엘의 가슴 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사라랑 동급……아니. 사라보다 살짝 더 작나?
내 여자들 기준으로는 하위권이지만, 그건 그냥 우리 애들 중에 큰 애들이 많아서 그런 거고. 이정도면 충분히 있는 수준이다.
절대 줄리안이랑 브레디 때문에 기준점이 낮아진 게 아니다.
“그, 그렇…… 습니까……?”
하지만 내게 가슴을 주물럭주물럭 만져지면서도, 아리엘은 선뜻 믿기 힘들다는 듯 내 안색을 엿봤다.
진짜 왜 이렇게까지 비굴한 걸까?
아니. 전에 들었던 얘의 과거사나 얼마 전에 알버트한테 배신당한 것까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아주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뭐, 좋아. 계속 이런다면.
“흥흐읏!?”
비굴한 생각 같은 거 할 틈도 없이, 그 몸에 철저하게 쾌락을 때려 박는 수밖에.
그게 아니더라도, 얘한테 들을 얘기는 다 들었으니, 이제 밖에 가서 우리 애들 얘기를 듣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흐하아…… 하아…… 하아…….”
“자, 그럼…… 이걸 어쩌지.”
침대에 엎어져서 몸을 움찔움찔 떠는 아리엘을 바라보면서, 나는 예상외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아리엘은 엄청나게 약했다. 약자 태세가 아니었으면 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손쉽게 기절시켜 버린 것은 좋았지만……저 날개를 어쩌면 좋지?
이불이라도 덮어주고 가고 싶은데, 커다란 날개가 방해되어서 똑바로 눕히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흐으으음…….”
“주군.”
내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자니, 허공에서 브레디가 스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설마 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뭐, 좋아.
“그래. 브레디냐. 잘 왔다.”
“네. 으윽!?”
나는 아무런 사전 예고도 없이 곧장 브레디의 바지를 아래로 내린 다음, 그 음부에 물건을 밀어 넣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행동이었던 만큼 브레디의 그곳은 전혀 젖어 있지 않았지만, 내 물건이 아리엘의 애액으로 범벅되어 있었던 만큼 삽입 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주, 주군……?”
“너 나한테 뭔가 할 말 없냐?”
“죄, 죄송합니다…….”
웬일로 솔직하게 사과하네. 또 특유의 4차원 대답을 늘어놓으면 한 대 때려주려고 했는데.
“흐하읏……하아……주, 주군……?”
내가 삽입을 풀고 그 몸을 놔주자, 브레디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날 올려다봤다.
“바지 챙겨 입어.”
“안 하시는……겁니까……?”
“안 해. 애초에 한 대 때려줄 생각으로 삽입한 거였으니까.”
내 여자…… 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지금까지 쌓아온 정이 있으니, 그냥 때리기는 미안해서 말이야. 적어도 힐링 섹스로 아프지는 않게 해주려고 했던 건데.
하지만 뭐,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는 아는 것 같으니까 됐어. 이제 와서 한 대 때린다고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읏…….”
내 말을 들은 브레디는 드물게도 무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꾸물꾸물 바지를 끌어올렸다.
“그래서, 다른 애들은?”
“옆방에 계십니다.”
“가자.”
나는 브레디를 대동하고 곧장 옆방으로 향해서 문을 쾅 열어젖혔다.
“오, 오오……자네 왔는가.”
“새, 생각보다 빨리 왔네!”
“저어……잘하고 오셨나요?”
오순도순 머리를 맞대고 뭔가 얘기하던 디아나와 레이아, 줄리안은 내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일제히 어색한 표정으로 날 맞이해 줬다.
뭘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는 거야?
“그게 지금 할 말이냐 이것들아!?”
“꺅!”
내가 성큼성큼 다가가자, 셋은 무슨 일을 당할 거라고 생각한 건지 동시에 몸을 움츠렸다.
디아나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고, 레이아는 쫑긋 솟은 귀를 앞으로 접으면서 자기 꼬리를 끌어안았으며, 줄리안은……야. 넌 왜 가랑이 사이를 막아!? 넌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진짜 한 대 콱 때려줄까 보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벌인 거야!? 특히 디아나 넌 전에 나랑 할 때…….”
아리엘 보고 예쁘장하게 생긴 처자니 뭐니 하면서 질투까지 했으면서!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전에 디아나가 황급히 내게 날아와서는 내 입을 틀어막았다.
“나, 낭군니임…….”
그리고는 힐끔힐끔 다른 사람들을 향해 곁눈질하는 디아나.
그렇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기 체면은 좀 세워달라는 건가. 이래 봬도 최고연장자다. 꼴사납게 다른 여자 질투했다는 얘기를 남한테 들려주기는 싫은 거겠지.
그러면 애초에 이런 짓을 안 했으면 됐을 텐데.
“디아나 네가 날 재운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상황에서 브레디한테는 그럴 능력이 없다. 설령 독을 썼어도 완전히 잠들기 전에 내가 먼저 깨닫고 해독했을 거다.
거기에서 그렇게 날 순식간에 잠재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이 앙증맞은 대마법사님밖에 없다.
“그, 그것은…….”
“주군! 죄송합니다! 제가……!”
“나도 아니까 좀 조용히 하고 있어. 어찌 됐든 얘들이 동의하고 협력했다는 건 마찬가지잖아?”
우리 사이에 끼어들려는 브레디를 그렇게 차단했지만, 그래도 브레디는 우리 애들한테 의리를 세우려는 건지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제가…….”
“말했지? 다 안다고. 얘들한테 말하기도 전부터 네가 독단으로 꾸미고 있었다는 거잖아?”
“어, 어떻게…….”
그야 아리엘의 반응이 너무 덤덤했으니까.
아무리 이제 아리엘한테 남은 게 나밖에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내가 여신님의 사자라는데 반응이 너무 심하게 덤덤했어. 심지어 걔는 여신 세계의 저주 때문에 대대손손 고통받아왔었던 녀석인데도.
아무리 생각해도 사전에 어느 정도 얘기를 들었던 사람의 반응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역시나 얘기할 사람은 브레디밖에 없다. 오늘까지 계속 알버트와 아리엘을 감시하고 있었으니, 얘기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겠지.
“넌 나중에 다시 혼낼 거니까 일단 빠져 있어. 일단은 얘들부터야. 대체 뭐하자는 거야?”
다시 디아나와 레이아, 줄리안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하자, 다들 고개를 숙이고 우물쭈물할 뿐이었다.
너무 이렇게 풀 죽으니까 또 기분이 묘하네. 따지고 보면 내가 다른 여자와 자고 온 건데, 오히려 우리 애들이 이런 반응이라니.
아무튼 그렇게 다들 시선을 피하는 와중, 결국 제일 먼저 결심한 건 역시나 우리 대마법사님이었다. 괜히 최고 연장자가 아니라는 거지.
“하지만 그 처자에게는 이미 자네가 여신님의 사자라는 것을 들키지 않았는가. 나중에 아니라고 변명했어도,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을 걸세. 그대로 놔둔다면 반드시…….”
“그래서 아예 내 여자로 만들어 버리자는 생각을 했다고? 그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니까?”
“어차피 자네가 그러지 못하는 건 이 몸들 때문이 아닌가.”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인 다음, 디아나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뭐……너희 때문이라고 할까……엄청나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게다가 아리엘을 내 여자로 만들어 버리는 게 가장 손쉬운 해결법이라는 말 자체도 틀린 말이 아니기는 하고.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힘들게…….
“자네는 지금 적진의 한복판에 있는 걸세. 한 번의 사소한 실수로 자네의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걸세. 이 몸은……이 몸들은, 그깟 고집 때문에 자네를 잃고 싶지 않네.”
“…….”
치사하게. 그렇게 말하면 내가 더 할 말이 없잖아.
“구원 씨……죄송해요. 하지만 저도 디아나 씨와 같은 마음이에요.”
“나, 나도…….”
게다가 레이아는 물론, 이런 걸 표현 잘 못 하는 줄리안까지 저렇게 말해 버리니, 나는 더더욱 할 말이 없어졌다.
“하아…… 진짜. 아니. 뭐, 나도…… 으음.”
아무리 그래도 이런 분위기에서 ‘섹스할 상대 더 늘어나서 이득이다.’ 같은 말을 하는 건 아니겠지? 장난으로도 할 말과 못할 말이 있으니까.
결국 장난스럽게 넘어갈 타이밍도 놓치고 말아서, 나는 잠깐 생각한 끝에 타겟을 돌리기로 했다.
“들었어!? 우리 애들이 이렇게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브레디 넌 어째서 그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한 거야!? 우리 정보를 미리 말해 버리다니! 아리엘이 넘어왔으니 망정이지, 만약 실패했으면 어쩔 뻔했어!”
브레디한테 살짝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 묘해진 분위기를 넘어가려면 이제 이 방법밖에 없어.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주군. 실패할 확률은 없었습니다.”
“…… 뭐?”
“아리엘은 이미 주군의 나신을 본 적이 있습니다. 주군의 나신을 보고 주군을 거부할 수 있는 여자는, 적어도 이 비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전에도 줄리안이랑 둘이 비슷한 얘기를 했었지. 여자를 굴복시키는 카리스마가 있네 어쩌네 하면서.
“너 말이야. 그런 건 너나 줄리안이…….”
“아니요. 그 어떤 비스 여성도 거부할 수 없습니다. 믿지 못하시겠다면 시험해 보십시오. 실제로 아리엘도 처음 만난 날부터 사지를 땅에 붙이고 복종하지 않았습니까?”
그, 그러냐……. 아니. 그때는 내 물건 보고 굴복한 분위기는 아니지 않았냐? 물론 내가 물건을 드러내놓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야.
하지만 묘한 고집마저 느껴지는 브레디의 단호한 태도에, 나는 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하아…… 아무튼 너희 생각은 잘 알았어. 그래도 다음부터는 이런 일 생기면 우선 나랑 얘기부터 하고 결정하자. 그냥 막 저지르지 말고.”
“후흥.”
“후훗.”
할 말 없어진 나는 결국 머리를 긁적거리며 그런 식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
일단 내 나름대로 가벼운 불평도 섞어서 말한 거였는데, 어째선지 그 말을 들은 디아나와 레이아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본 후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뭐야, 둘이? 또 왜 그래?”
“다음부터는 이럴 일이 생기면 내가 알아서 내 여자로 만들겠다. 라고는 안 하는구먼.”
난 또 뭐라고. 그런 거였어? 반성은커녕 그런 걸로 좋아하기나 하다니.
둘의 미소를 보고 있자니 ‘그럼 다음부터는 그럴까?’ 라는 말로 반격하고 싶어졌다.
실은 아까 아리엘은 안으면서, 한 가지 확인한 게 있거든.
브레디나 다른 애들이 그런 것까지 계산하고 아리엘을 내게 보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했던 수확이라는 거지.
무슨 말이냐면, 아리엘을 안으면서 전처럼 심하게 감정이 동요되거나 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본인부터가 내 여자보다는 내 수하로서 있길 원하는 브레디와 지속적으로 사무적인 섹스를 해왔기 때문일까? 전처럼 섹스에 그렇게 의미 부여를 안 하게 되는 느낌이었다.
아니. 우리 애들이랑 할 때는 여전히 섹스가 엄청 특별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말이야.
감정도 없는 애한테 섹스만으로 감정이 생길 정도로 동요하지는 않게 된 느낌?
나 자신도 잘 설명은 못 하겠지만, 아무튼 전과는 뭔가가 좀 다른 느낌이었다.
지금이라면 필요할 때마다 다른 여자를 안게 되어도 전처럼 호들갑 떨지 않고 끝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그럼 다음부터는 그럴까?’ 라는 말로 반격도 하고 싶어진 거지만……아마 진짜 이렇게 말하면 나만 나쁜 놈 되고 끝나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또 나한테 안긴 여자가 늘어난 거다.
얘들도 자기들이 결단하고 진행한 거니까 겉으로 이렇게 웃고 있는 거지, 속으로는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
“진짜 남자 하나는 잘 골랐어.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래서 나는 아주 잠깐 생각한 끝에, 누구도 상처 입지 않는 멋진 대답을 내놨다.
이렇게 말하면 그냥 ‘그렇구먼. 바람기만 없으면 완벽할 터인데 말일세.’ 같은 말로 구박 좀 받고 끝나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생각해요.”
“아니. 레이아. 그렇다고 그렇게 바로 대답하면 부끄러운데.”
“하지만 정말로 생각하는걸요.”
“아, 알았어. 내가 다 잘못했어! 앞으로는 이런 상황 자체가 없도록 할게! 그러니까 그만! 이제 이 얘기는 끝!”
왜 우리 천사님은 내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공격하시는 걸까?
아니. 아마 천사님은 공격할 의도 하나도 없이 순수하게 말씀하시는 거겠지만, 저 순수한 시선이 오히려 더 날카롭게 가슴을 찌르는 느낌이야.
“레이아양도 사람이 못됐구먼.” “네? 무슨 말이세요?”
디아나와 레이아가 소곤소곤 나누는 대화를 무시하고, 나는 황급히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알버트.”
“네. 나일 님.”
아리엘을 안는다는 예상외의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지체되기는 했지만, 아무튼 우리가 디아나를 데려온 본래 목적은 알버트의 힘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일단 오늘 해야 할 업무를 대충 끝나자마자, 나는 알버트를 불러 세웠다.
“끝나고 얼굴 좀 보지.”
“네.”
알현실에는 여전히 많은 신하들이 모여 우리를 주목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신경 쓸 이유가 없지. 여기 있는 인간은 대부분 내 사람이니까.
비스의 군주가 카이젤에서 나로 바뀌면서, 당연히 대신들 간의 권력 개편도 대대적으로 일어나게 되었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의도적으로 권력 개편을 시행한 거지만.
카이젤과 함께 수도에서 머무르던 놈들은 지금까지 누리던 권력을 잃고, 이제는 이 자리에 올 수 있는 인원도 소수. 그것도 말석을 간신히 몇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 대신 권력을 차지한 인간들이 바로, 내가 그동안 각지를 돌아다니며 꺾은 강자들이라는 얘기다.
힘이 전부인 강자존의 세계에서, 내가 힘으로 직접 꺾은 놈들만큼 믿음직한 놈들은 없으니까 말이야. 내가 괜히 카이젤의 초대장을 받고도 계속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강자들을 꺾고 다닌 게 아니라는 거지.
그리고 그 대대적인 권력 이동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블래스트의 고릴라 인간, 한스 영감, 그리고 이 알버트 피렌체였다.
뭐, 고릴라 인간은 내 사정을 하나도 모르는 만큼, 적당히 높은 장군 자리에 앉혀준 것뿐이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지금 비스의 권력 서열은 날 제외하면 한스와 알버트가 투톱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니 나와 알버트가 회의를 끝내고 개인적으로 만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거지.
“나일 님. 이 여성분은?”
내 방에 있는 디아나의 모습을 확인하고, 알버트는 의미를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 우리 디아나는 겉보기만 봐서는 그냥 귀엽고 깜찍한 여자일 뿐이니까 말이야. 그냥 여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너무 예쁘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래도 내 방에 있다는 건 무시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 건지, 알버트는 일단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
비스에서 나고 자란 남자 놈이 여자한테 이런 태도라니. 이 녀석도 참 보면 볼수록 신기한 놈이야.
“네 바람 기술을 선보여 봐라.”
“네? 이 여성분께 말입니까? 이런 곳에서요?”
“그래.”
“하지만…….”
“이 몸도 이 방도 걱정할 것 없네. 빨리하게.”
아무리 그래도 자기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여자가 저런 말투를 쓰는 건 기분 나쁜 걸까?
알버트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옆에 내가 있으니 함부로 행동은 못 하겠다는 듯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아마 어디 한번 혼쭐나 보라는 생각이겠지.
나한테도 느껴질 정도로 마나를 끌어모은 다음, 알버트는 그 마나를 한 번에 대기 중으로 방출하여 바람을…….
“이, 이건 대체……!?”
아마 일으킨 모양이지만, 방안에는 미풍조차도 느껴지지 않았다.
놀란 알버트는 황급히 다시 한번 바람을 조종하려 해보는 것 같았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오호. 그렇구먼. 재미있는 기술을 쓰는구먼. 자네가 보라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네.”
“나, 나일 님! 이건……!?”
“당황하지 말게. 자네는 제대로 마법을 썼네. 그저 이 몸이 상쇄한 것뿐일세.”
여전히 사기적인 기술을 아무렇지 않게 쓰는 대마법사님이었다.
나야 이제 익숙하니 디아나가 무슨 일을 저질러도 딱히 놀랍지 않았지만, 이런 걸 처음 보는 알버트로서는 믿을 수 없겠지.
“사, 상쇄라니……! 당신은 대체……!”
“그래서 디아나. 뭔가 좀 알 것 같아?”
숨 쉬는 것조차 잊고 놀라는 알버트를 무시한 채, 나는 디아나에게 질문했다.
“음. 이것은 확실히 마법, 그것도 제법 특수한 마법일세.”
“특수하다니?”
“제법 익히기가 까다로운 마법이라네. 바람을 전문으로 다루는 마법사들 중에서도……그렇구먼. 부 학파장급은 되어야 겨우 익힐 수 있을 걸세. 게다가 부유 마법도 살짝 섞었구먼. 재미있는 응용이야.”
아무렇지 않게 자기 기술을 상쇄하고 분석까지 완벽하게 하는 디아나의 모습에, 알버트는 영혼이 빠져나간 얼굴이 되었다.
“나, 나일 님……이분은 대체?”
이 여성에서 당신, 그리고는 이제 이분인가.
정체를 완벽하게 알게 되면 뭐라고 하려나?
“넌 말해 줘도 잘 모를 거다. 우리 세계에서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이명을 가진…….”
“지, 지고의 대마법사님!? 그, 그, 모든 마법을 창시해냈다는 전설의 대마법사님!?”
어? 잘 아네? 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의 아버지, 마법사라고 했지. 엄청 얘기했겠구나. 마법사라는 족속들은 다들 하나같이 디아나의 팬이니까.
“응? 하지만 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지고의 대마법사님은 그 누구도 자애롭게 감싸 안아줄 것 같은 어른스러운 분위기의 아름다운, 마치 여신님과 같은 분이시라고…….”
“이 몸은 아니라는 겐가?”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디아나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알버트는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외쳤다.
하지만 뭐, 이번만큼은 알버트의 마음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알버트, 네 아버지는 틀리지 않았어. 네 아버지가 디아나를 봤을 때는 아직 전생하기 전이었을 테니까 말이야.
저 모습만 봐서는 믿기지 않겠지만, 전생하기 전 디아나는 진짜로 그런 분위기의 누님이었거든.
“흥. 아무튼 이 자의 기술을 보니 아버지라는 자가 누군지 알 것 같구먼. 분명 이름이……이반이었던가?”
“마, 맞습니다! 아버지를 아십니까!?”
“그리 잘 알지는 못하네. 몇 번 얼굴을 본 적 있는 것이 전부일세.”
“지고의 대마법사님께서 아버지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주시다니!”
그 이반이라는 사람 본인이면 모를까, 네가 그렇게까지 감격할 일이야?
비스에서 살면서 여신님을 추종할 때부터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지고의 대마법사님에 대한 존경심도 다른 마법사들과 똑같이 가지고 있는 알버트였다.
“그러면 낭군님.”
“응. 알버트. 일단 돌아가라.”
“네? 아……네.”
영문도 모른 채 기술만 보여주고 이대로 물러나기는 아쉬운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여신님의 사자와 지고의 대마법사님이 동시에 축객령을 내리는데 버티고 있을 만큼 알버트의 간은 크지 않았다.
“지금 나일 님을……낭군님이라고…….” 같은 말을 중얼거리면서, 알버트는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터덜터덜 방을 빠져나갔다.
“일부러 낭군님이라고 한 거지?”
“후흥. 이렇게 내조 잘하는 여자를 곁에 두다니. 낭군님도 복 받았구먼.”
내가 한 말 똑같이 따라 하기는.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알버트의 저 디아나를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내가 디아나의 낭군님이라는 걸 알면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존경심도 지금 이상으로 강해질 테니까.
“아무튼 이걸로 확실해졌네.”
“음. 저자는 믿고 계획에 끌어들여도 될 것 같네.”
“왠지 깊게 얽히면 디아나한테 마법 배우고 싶다고 귀찮게 굴 것 같은 느낌이 풀풀 풍기기는 하지만 말이야. 뭐, 그건 내가 알아서 적당히 쳐내야지.”
설마 지고의 대마법사님에 대한 존경심까지 위쪽 사람들이랑 똑같이 탑재되어 있을 줄이야. 그 이반이라는 남자는 알버트의 유아기 교육을 대체 어떤 식으로 한 걸까?
“필요하다면 이 몸은 가르침을 줘도 상관없네만.”
“아니. 그건 내가 싫어.”
“으음? 후흐응?”
내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디아나는 갑자기 묘한 미소를 지으며 두둥실 내게 다가와서 얼굴을 빤히 엿봤다.
“뭐야, 그 미소는.”
“질투하는 겐가?”
“아니거든. 그냥 안 그래도 요즘 나랑 있을 시간도 부족한데, 디아나가 누굴 가르치면 더 시간이 없어질 거 아니야. 난 그게 싫은 거야. 다른 의도는 전혀 없어.”
“그렇게 말이 길어지니 더욱 수상하구먼.”
“진짜라니까!?”
“쿡쿡. 그런 걸로 해두겠네.”
젠장. 다 안다는 표정으로 머리 쓰다듬기는. 내 머리에 손도 제대로 안 닿아서 공중에 떠 있는 주제에.
하지만 왠지 거역할 수 없어서, 나는 얌전히 디아나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졌다.
“하지만 생각할수록 놀랍구먼. 그 이반이 이런 곳까지 왔었다니…….”
“왜? 잘 모른다면서?”
“그렇기는 하네만……말하지 않았는가? 부 학파장 급이라고. 그 정도 실력이 되면 잘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해도 소문으로 근황 정도는 전해 듣게 마련일세. 이 몸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반이라는 사내가 던전의 이런 깊은 곳까지 드나들었다는 소문은 없었네. 기껏해야 2, 3계층에 마법 연구에 필요한 소재를 얻으러 직접 나선 것이 전부일 터이네만…….”
“뭐, 사라네 할아버지도 비슷한 느낌이잖아? 그렇게 유명한 모험가도 아니었다면서?”
“세상에는 이 몸이 모르는 비밀이 아직 많다는 겐가.”
“그런 거지.”
그렇게 말해 줘도, 디아나는 뭔가 마음에 걸린다는 듯 계속 턱을 내 머리 위에 올려놓고 골몰이 생각에 잠겼다.
“으음……낭군님. 이 몸은 잠시 할 일이 생각났네.”
“응? 일이라니?”
“그냥 저자의 마법 응용을 보니 조금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말일세. 슬슬 아리엘양도 깨어났을 테니, 자네도 가봐야 하지 않겠는가?”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왠지 지금 디아나가 미묘하게 말을 돌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그냥 내 기분 탓인가?
“어차피 이제 마법진으로 연결도 되어 있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만날 수 있지 않은가. 금방 또 보게 될 걸세.”
날 다독여주듯이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 나서, 디아나는 텔레포트 마법진 쪽으로 돌아갔다.
대체 뭐지? 그냥 마법 연구를 하러 가는 분위기는 절대 아닌데.
디아나가 대체 무얼 하러 간 건지. 알게 된 건 그로부터 며칠 후였다.
오늘도 평소처럼 땀내 풀풀 나는 아저씨들과 회의라는 이름의 눈싸움을 하고 온 나는 곧장 방 안 침대에 다이빙했다.
“흐아아아! 죽겠다.”
“후훗. 오늘도 고생하셨어요.”
“그러게 말이야. 진짜 어울리지도 않게 이게 무슨 짓이람.”
레이가 바프라의 여왕이 되고 나서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를 드디어 좀 알 것 같은 기분이야.
나 같은 자유인한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란 말이지.
“그나저나 줄리안은?”
침대에 대자로 누워서 고개만 들어 방안을 둘러보니, 줄리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라면 테이블에 앉아서 ‘내가 생각한 최강의 기술’ 같은 망상이나 끄적이고 있을 텐데.
“시험해 볼 게 있다면서 나가셨어요.”
“시험이라니……혹시 그 망상 기술?”
“그런 말 하시면 안 돼요. 줄리안 씨가 들으면 슬퍼하실 거예요.”
“미안미안.”
줄리안도 참 어지간하다니까. 중2병을 그냥 망상에서 그치지 않고 몸으로 직접 실현해 볼 생각까지 하다니.
게다가 정말로 실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더 무서웠다. 아직 레벨은 낮지만 걔도 일단은 용사니까.
뭐,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것보다.
“줄리안이 없다는 건, 여기엔 우리 둘밖에 없다는 거네?”
나와의 섹스 이후 브레디와 마찬가지로 내 충실한 수하가 된 아리엘은 여전히 알버트 곁에서 나와의 중간다리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브레디도 여전히 아리엘의 호위 겸 알버트의 감시를 맡는 중.
즉, 줄리안이 없는 지금 여기에 있는 건 나와 레이아 둘뿐이라는 얘기가 된다.
“네. 그러니까 제대로 누워주세요.”
내가 침대 위에서 몸을 뒤집으며 말하자, 레이아도 쿡쿡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 줬다.
분위기를 잡기도 전에 눕힐 생각부터 하다니. 레이아. 혹시 요즘 좀 욕구 불만이었어? 이상하다. 분명 밤마다 제대로 해줬는데.
“그런 게 아니에요. 귀, 파드릴게요.”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손을 움켜쥐고 있더라니, 귀이개 들고 있는 거였어?
“후훗. 실은 조금 전에 줄리안 씨께도 했거든요. 나일 씨도 하게 해주세요.”
레이아가 나한테 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레이아한테 하게 해주는 거야?
뭐, 확실히 레이아가 저런 걸 좋아하기는 하지.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그럼 실례할게요.”
내가 다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자, 레이아는 예쁜 눈웃음과 함께 침대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꿇어앉은 자신의 허벅지에 부드럽게 내 머리를 얹더니, 고개를 숙여서 내 귓가에 속삭였다.
“아프면 말해주세요.”
귀를 간질이는 숨결부터 머리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까지. 모든 것이 훌륭했다.
게다가 이런 걸 좋아하는 레이아답게 귀 파는 솜씨도 그런 전문점을 차려도 성공할 만큼 훌륭해서, 통증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아아…….”
“후훗. 안 돼요. 그런 소리 내시면. 누가 들어오면 어쩌시려고요?”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오자, 레이아가 쿡쿡 웃으며 내 귓가에 속삭였다.
그야 이런 모습 보이면 지금까지 쌓아온 나일의 이미지가 한 방에 깨지겠지만 말이야, 그런 소리 내지 말라면서 귓가에 그렇게 숨결 불어 넣는 건 반칙 아니야?
“후우우…….”
“으하아…….”
“후훗. 또 이상한 소리.”
아니. 진짜 반칙이라니까. 그거. 게다가 이번엔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숨만 불어넣지 않았어?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하지 말라는 소리는 절대 아니지만.
전 괜찮으니 마음 내키시는 대로 원 없이 해주셔도 됩니다.
“괜찮아. 어차피 아무도 안 봐. 이 방에 누가 들어온다고.”
이 성에 있는 고위 관료들은 모두 카이젤과의 혈투를 직접 눈으로 본 놈들이다.
다시 말해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게 아닌 이상 내 방에 함부로 쳐들어올 인간은 없다는 얘기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그러겠어?
“흐응. 엄청 한가해 보이네?”
그래. 저런 식으로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또라이가 세상에 있을 리가…….
“사라!? 아야!”
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지만, 귀에서 느껴진 엄청난 통증에 나는 다시 레이아의 허벅지에 얼굴을 처박았다.
“꺅!? 괘, 괜찮으세요?”
“괜찮아. 괜찮아.”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 바보야!? 빨리 누워서 치료받아!”
그러고도 일단 괜찮은 척해 봤지만 그런 허세가 통할 리도 없었고, 나는 결국 레이아의 무릎베개를 베고 얌전히 치료나 받게 됐다.
“진짜 호들갑은.”
“호들갑이라니. 사라 네가 갑자기 들어오니까 그런 거 아니야. 대체 무슨 일이야? 연락도 없이.”
“……뭐, 그냥.”
아니. 사라야. 억지로 쿨한 표정으로 대충 얼버무릴 생각인가 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한테는 안 통하거든?
“미안하구먼. 사라 양이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다고 해서 말일세.”
“디아나!”
사라의 뒤쪽 허공에서 스르르 모습을 드러낸 디아나. 사라는 그런 디아나에게 원망의 눈초리를 보냈지만, 디아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하며 받아넘겼다.
“낭군님이 다쳤는데 이유 정도는 설명해야 하지 않겠는가.”
“으읏…….”
“흐음. 호오. 과연과연. 사라는 오랜만에 만나는 서방님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 연락도 없이 날 찾아왔던 거였군. 이렇게 귀엽고 깜찍할 수가. 이 오빠는 사라 얼굴만 봐도 흐뭇한 미소가 멈추질 않네.”
“시, 시끄러워. 조용히 안 해?”
일단 본인이 잘못했다는 자각은 있는지, 내가 대놓고 놀려대도 사라는 새빨개진 얼굴로 노려보기만 할 뿐 그 이상 뭔가 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뭐, 아마 여기서 더 놀렸다가는 한 대 맞겠지만.
“그래서, 둘 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내 얼굴 보고 싶어서?”
“흥. 안 됐지만 틀렸어.”
“이 몸은 낭군님 얼굴이 보고 싶어서 왔네.”
새초롬하게 대답하는 사라와 달리, 디아나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렇게 말했다.
저 녀석, 평소에는 저런 말 잘 하지도 않는 주제에. 꼭 사라가 있을 때만 저렇게 경쟁의식을 보인다니까.
물론 디아나의 저런 태도에 사라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디아나! 아까부터 치사하게 계속 그럴 거예요?! 사람이 기껏 도와줬더니!”
“이 몸을 위해 도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디아나가 부탁한 거잖아요!”
“이 몸도 대의를 위해 자네에게 부탁한 것 아닌가. 그렇게 시야가 좁다니. 사라 양도 아직 어리구먼.”
“그야 3천 살인 디아나가 보면 누구든 어려 보이겠죠!”
“누, 누가 3천 살이라는 겐가!”
“그만! 그만!”
가만히 내버려두면 내 방에서 용사 vs 대마법사라는 최악의 대전이 일어날 것 같아서, 나는 황급히 둘 사이에 끼어들어 가 말렸다.
진짜 얘들은 보면 볼수록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니까.
‘후훗. 구원 씨 앞에서만 괜히 저러시는 거예요. 저희끼리 있을 때는 얼마나 사이가 좋으신데요.’ 라고 언젠가 레이아한테 들은 적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디아나. 괜히 도발하지 마. 그리고 사라 너도.”
“난 왜!?”
“거짓말했잖아. 사실은 내 얼굴 보고 싶어서 따라온 거 아니야?”
“……시, 시끄러워. 바보야.”
“오빠는?”
이 분위기라면 가능해!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라로서는 여기에서 오빠라는 말까지 붙여주는 건 괜히 지는 것 같아서 분했던 모양이다.
사라는 황급히 디아나를 다그치며 말을 돌리려고 했다.
“……디아나! 설명이나 하죠!”
“어쩔 수 없구먼.”
디아나는 그걸 또 받아주고. 아까는 치고받고 싸우기 직전까지 갔으면서 이럴 때는 또 도와주네. 알다가도 모를 콤비야.
“설명이라니?”
“음. 전에 말했던 이반에 관한 얘기일세.”
“이반? 아아. 그……그 사람이 왜?”
그러고 보니 디아나, 전에 그 사람 얘기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게 있다는 듯 황급히 돌아갔었지.
“아무래도 이반은 사무엘의 동료였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그렇겠지. 7계층에 도달한 모험가 파티가 그렇게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드니까.”
게다가 6계층에서 7계층으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한 암호 해독에는 반드시 이방인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사라네 할아버지와 알버트의 아버지가 모험가 동료였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
“그리고 사무엘은 용사 리리안을 데리고 지상으로 돌아감으로써 여신님의 사명을 훌륭히 달성했네.”
“응. 그랬지. 그게 왜?”
“이상하지 않은가? 여신님의 사명을 끝마쳤는데도, 어째서인지 이반은 같이 지상으로 돌아가지 않은 걸세.”
“……그러고 보니.”
처음 들을 때는 그냥 ‘피렌체 사람이랑 사랑에 빠져서 남았나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사랑에 빠졌더라도, 그냥 그 사람도 같이 위로 데리고 가면 그만이잖아? 사라네 할아버지가 사라네 할머니를 데려간 것처럼.
“그래서 이 몸은 생각했네. 어쩌면 이반은 할 일이 있음을 깨닫고 이 땅에 남은 걸지도 모르겠다고.”
“할 일이라니?”
“이전에 여신님이 하신 말씀을 기억하는가? 이 몸들이 오기 전에는 여신님조차도 7계층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셨다고 하셨지. 그래서 여신님께서는 용사만 지상으로 데려오면 전쟁신의 힘이 약해질 거라 판단하셨고, 그래서 자네 이전의 이방인들에게는 그런 사명을 내리셨다고도 하셨지.”
“응. 기억해.”
“즉, 이반은 깨달은 걸세. 어쩌면 사무엘이 여신님의 사명을 제대로 완수하더라도, 여신님의 생각처럼 전쟁신의 힘이 약해지지는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일세.”
“……에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비약이 심한 거 아니야?”
만약 진짜로 전쟁신의 힘이 약해지지 않을 걸 깨달았다고 하더라도, 고작 마법사 한명이 남아서 뭘 할 수 있겠어?
그렇게 생각했지만, 디아나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아닐세.”
“근거가 있다고?”
“며칠 전에 본, 이반의 자식이 쓴 마법일세.”
“알버트의 바람 마법?”
“음. 그 아이의 마법은 순수한 바람 계통 마법이 아니었네. 부유 마법의 술식도 가미되어 있더구먼.”
“응. 그때 그렇게 말했지. 그게 왜?”
“부유 마법이라고 하면 언뜻 바람을 다루는 것과 같은 계통의 마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공간을 다루는 계통의 마법일세. 즉, 전혀 다른 계통의 마법을 섞었다는 말일세. 자네도 알겠지만, 마법사들은 보통 한 계통의 마법만 연구하지 않는가?”
“응.”
뭐, 여러 계통의 마법을 익히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보통은 학파끼리 사이가 안 좋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이반은 바람을 다루는 학파에서도 부학파장급의 인재라고 했으니, 다른 계통의 마법을 깊게 익히기는 쉽지 않았을 거다.
“이상하게 생각한 이 몸은 위로 올라가서 이반이 사라졌을 당시의 자료를 마법사 협회에서 조사해 봤네.”
아, 그래서 그때 그렇게 서둘러서 돌아간 거였구나? 역시 그냥 마법 연구하러 간 게 아니었어.
“그랬더니 이반이 사라진 시기와 절묘하게 맞물려 공간 마법과 변환 마법에 관한 연구 자료들의 도난 사건이 있었더구먼.”
“공간 마법과……변환 마법?”
“음. 그것도 마나 변환에 관한 연구 자료였네.”
“마나 변환이라니……혹시 텔레포트 마법진에 같이 달려 있는 그거?”
“음. 슬슬 이 몸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겠는가?”
“대충은.”
이곳 던전의 대기에 흐르는 마나는 전부 마신의 마나다.
즉, 마나로 변환기를 통해 이곳의 마나를 여신님의 마나로 변환만 해도, 전쟁신의 힘은 약해지는 거다. 이론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아네. 확실히 현실성이 없는 생각이지.”
여신님이 괜히 모험가들을 시켜서 던전의 몬스터를 잡게 하고, 그 부산물을 위로 가져가서 사용하게 하는 게 아니다.
그것도 목적은 결국 마신의 마나를 여신님의 것으로 바꾸는 것.
마나 변환기가 효율이 더 좋았으면 진작에 여신님이 몬스터 잡는 건 때려치우고 마나 변환기나 많이 만들라고 시켰겠지. 하지만 여신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던전의 자기 수복 능력 때문이라네.”
던전은 기본적으로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벽을 뚫고 가는 것도 바닥을 뚫고 가는 것도 기본적으로 불가능. 그렇게 가려고 해봤자 본인만 던전의 벽에 파묻혀서 질식사할 뿐이다.
“그런 성질은 지형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닐세. 대기 역시도 마찬가지라네. 그래서 마나 변환기를 설치해도 기껏해야 텔레포트 마법진을 발동시킬 수 있게 하는 것이 한계. 대기에는 크게 영향을 줄 수 없지. 4계층의 마을처럼 주변에 마나 방벽을 쳐서 구역을 한정하고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을 최소한으로 억누르면 그 한정된 공간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네만, 그런 것을 던전 전역에 설치하려면 나라 전체를 팔아도 돈을 전부 충당할 수 없을 걸세.”
그런 거구나.
너무 복잡해서 완벽하게 이해는 못 하겠지만, 그래도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 것 같아.
그러니까 마나 변환기로……응? 잠깐만. 그런데 그럼 뭔가 이상하지 않아?
“음. 자네도 깨달은 모양이구먼.”
내 의문스러운 표정을 보고, 디아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디아나 말대로 던전의 대기마저 자기 수복 능력이 있어서 여신님의 마나를 지우려고 든다면, 내가 간이 텔레포트 마법진을 발동할 때마다 마나 변환기만 끄고 여신님의 마나를 다 소모할 필요도 없었다는 얘기가 되니까.
생각해보니 이상한 건 그것뿐만이 아니다.
구미호 마을을 생각해 보라고. 구미호 마을은 4계층처럼 마나 장벽 같은 걸 펼쳐놓은 것도 아니잖아? 그냥 커다란 텔레포트 마법진 하나 설치해놓은 것뿐인데, 성녀인 마틸다조차도 멀쩡할 정도로 대기 중의 마나가 전부 여신님의 마나가 되어 버렸다.
물론 그 마을은 전부터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는 진법이 설치되어 있었으니, 그게 던전의 자기 수복 능력을 차단하고 여신님의 마나를 잡아뒀다는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지만.
“자네 생각이 맞네. 어째서인지 이 7계층만큼은 자기 수복 능력이 없네. 그랬다면 사람들이 도시를 만들고 지하 수도를 뚫으며 생활하지도 못했을 걸세.”
“응? 그렇다면…….”
“음. 마나 변환을 이용한 정화가 가능하다는 말일세. 아마 이반도 그 사실을 눈치챈 것이겠지.”
뭐야. 잠깐만. 그러면 지금까지 우리가 한 고생은 대체 뭐였던 거야?
전쟁을 없애고 사람들을 교화시키고 할 것 없이, 그냥 마나 변환기만 전세계에 깔아놓으면 전쟁신이 부활할 일은 없다는 거야?
“걱정하지 말게. 마나 변환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해결될 정도로 간단한 문제일 리 없지 않은가. 일단 이 7계층 전체의 마나를 변환하려면 대체 어느 정도 규모의 마나 변환기가 필요할지. 하나를 만든다면 웬만한 성, 아니. 도시보다도 큰 마나 변환기가 필요하네. 아니면 작은 마나 변환기를 수없이 많이 만들어 각지에 꼼꼼하게 깔아야 하네만, 어느 쪽이든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 아니겠는가.”
하긴. 일단 마나 변환기를 만드는 돈만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 거다.
눈앞에 있는 대마법사님부터 해서 고위 귀족의 딸, 교황의 손녀, 길드장의 딸, 공주님, 최강 모험가 클랜의 간부, 거기에 여왕님까지.
내 여자 중에서도 잘사는, 아니. 그냥 잘산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여자들이 많지만, 걔들이 가진 돈 전부를 끌어모아도 아마 그 정도 마나 변환기를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면 디아나가 전 세계의 마법사들을 결집해서 마나 변환기만 만들게 하는 거지만……자신의 손으로 직접 마법사 협회를 학파별로 쪼개고 본인은 협회를 빠져나온 디아나다. 이제 와서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그리고 만약 그런 마나 변환기를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전부 해결되는 건 아니다.
마나 변환기가 7계층의 모든 마나를 변환할 때까지, 이 세계에 있는 마신의 신봉자 전원이 마나 변환기를 부수려고 달려들 테니까.
이 세계에 있는 마신의 신봉자라고는 했지만, 바꿔 말하면 7계층에 사는 모든 인간이다.
공통의 적 앞에서 3국의 대립 관계 같은 건 무의미. 그야말로 전세계 사람들이 마나 변환기를 파괴하기 위해 합심하겠지.
그렇게 되면 아무리 우리가 강해도 마나 변환기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내가 디아나나 사라랑 섹스하면서 원거리 공격만 난사하면…….”
“구원……욕구 불만이야? 레이아가 잘 안 해줬어?”
“제, 제대로 했다고……생각하는데요……그랬나요?”
“아, 아니! 그런 거 아니거든!? 레이어는 잘 해줬……사라 넌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차라리 평소처럼 “바보 아니야!?” 라면서 매도를 해줘! 그렇게 불쌍한 사람 보는 눈으로 쳐다보지 말고!
“먼저 이상한 말 한 건 구원이잖아.”
“무슨 소리. 나는 어디까지나 그 상황에 최적화된 합리적인 전투법을…….”
“만약 그런 상황이 와도 이 몸은 절대 안 할 걸세.”
“하긴. 디아나는 좀……그렇지? 응. 디아나는 어쩔 수 없지.”
“그게 무슨 뜻인가아!?”
난 그냥 긍정해 준 것뿐인데,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무슨 뜻이냐니. 몰라서 물어? 원거리 공격만 한다고 해도, 일단 싸움이 시작되면 사람들 시선을 다 피할 순 없을 거 아니야. 뭐, 그런 거야.
“뭐가 그런 겐가아!”
“아무튼 디아나가 안 되면 역시 사라밖에…….”
“나도 안 해줄 거거든?”
“쳇.”
“야. 구원. 너 지금 혀 찼지?”
“아, 안 찼는데. 그리고 오빠한테 너라니!”
“말 돌리지 마, 변태야!”
“사라 양 말이 맞네! 이상한 소리 하는 자네가 문제일세. 진지하게 듣게!”
얘들이 또 치사하게 협공을! 아까는 둘이 그렇게 으르렁대면서 싸우더니! 꼭 나한테만 그래! 나 삐졌어! 레이아랑 놀 거야!
“어머…….”
“아앗! 레이아! 또 치사하게!”
“레이아양! 이런 때까지 어리광을 받아주면 안 되네! 어서 그 가슴으로 튕겨내게!”
내가 레이아의 품 안에 안기자, 사라와 디아나가 또 무시무시한 눈으로 날 노려보며 레이아를 다그쳤다.
근데 디아나야. 넌 대체 레이아 가슴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니?
“저기, 구원 씨……?”
곤란하다는 듯 눈꼬리를 내리며 미소 짓는 천사님의 모습에, 나는 마지못해 그 가슴에서 떨어졌다.
“훗. 하는 수 없지. 이 이상 우리 천사님을 곤경에 빠트릴 순 없으니.”
“뭘 잘난 듯 말하는 거야. 방금까지 어린애처럼 가슴에 매달려 있었으면서.”
“훗. 남자는 몇 살을 먹든 어린애라는 거야.”
“자기 입으로 말하지 말게.”
사라와 디아나의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기는 했지만, 뭐, 분위기 환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니. 어차피 실현 가능성 없는 얘기를 하는 거니, 그냥 우리는 우리 계획대로 하면 그만이잖아? 그런데 괜히 분위기만 너무 진지해지는 것 같아서 장난 좀 쳐 본 거야. 진짜로.
섹스하면서 싸운다니. 누가 진지하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
“그래서, 결국 결론이 뭐야? 이반이 여기 남은 이유를 알아냈다. 그게 끝?”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이반이라는 사람한테 그렇게까지 관심 없는데.
뭐, 사라는 존경하는 할아버지의 동료로서, 디아나는 그래도 안면 정도는 있던 후배 마법사로서 관심이 가겠지만.
“그럴 리가 있겠는가. 중요한 얘기는 지금부터라네. 이반도 실력 있는 마법사. 방금 자네가 생각한 문제점들을 깨닫지 못했을 리 없네. 하지만 이반은 그럼에도 해결책을 생각해냈네.”
“응? 무슨 말이야? 해결책을 생각해냈다고?”
“생각해 보게. 바프라의 칼데라 호수. 그곳에서는 지속적으로 여신님의 마나가 검출되지 않았는가?”
“아, 그러고 보니.”
대체 원인이 뭔지 언젠가 규명하겠다고 생각만 한 다음 까맣게 잊고 있었어.
그럼 설마 사라가 도와줬다는 게.
“그래. 호수 밑바닥을 샅샅이 뒤진 끝에 발견했어. 이반이라는 남자가 남긴 유산.”
“마나 변환기였어?”
“변환기라는 표현은 조금 부적절하구먼. 거대한 마법진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걸세.”
“마법진이라. 하지만 거대해 봤자 호수 크기가 한계 아니야?”
아까도 나왔던 얘기지만, 이 세계 전체를 물들이려면 적어도 도시 하나 규모의 마나 변환기가 필요하다.
심지어 그것도 온갖 재료를 쏟아 부어 만들어진 마나 변환기일 때의 얘기고, 단순한 마법진이면 효율은 더 떨어지겠지.
확실히 그 호수가 넓기는 했지만, 그 정도 크기의 마법진으로는 도저히…….
“지하수로가 있지 않은가.”
“뭐?”
“호수 밑바닥부터 지하수로까지 그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마법진이었네.”
“……그게 말이 돼?”
“안 될 게 무엇이겠는가? 레이양에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 수로는 통일 전쟁 후에 들끓는 몬스터를 처리하지 못하고 방치되어 있었다지 않은가.”
그건 나도 들은 적 있는 얘기였다. 신이었는지 유리였는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수로를 통과할 때 얘기해 줬었지.
“이 몸이 직접 가보니 수만 많을 뿐 몬스터의 레벨 자체는 썩 높지 않더구먼. 7계층에 도달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문제없이 돌아다니며 구조를 뜯어고칠 수 있었을 걸세.”
생각해 보니 그렇군. 막연하게 부학파장 급 실력의 마법사라고만 생각했는데, 7계층까지 왔을 정도면 실력을 숨기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잖아?
“호수 밑바닥에서 생성된 여신님의 마나가 마법진 모양의 수로를 타고 돌면서 점점 더 마법진의 힘을 증폭시킨 걸세. 이반도 머리를 제법 잘 썼구먼.”
“감탈 할 때가 아닌 것 같은데……응? 잠깐만. 근데 그 마법진, 제대로 기동 안 되지 않았어?”
“이 몸이 창관 지하에 여신님의 마나를 가둬두지 않았는가. 그래서 기동을 안 하고 있는 걸세.”
“창관이 지어지기 전에는?”
“음? 자네가 마나 먹는 몬스터를 해치웠다고 들었네만.”
아……그러고 보니 그런 적이. 아니. 잠깐만. 그거 성자 스킬 아니면 못 잡을 것 같아서 내가 대충 지어낸 말이었는데?
설마 진짜로 그놈이 수로에 마나가 통하지 않게 막고 있었던 거였어!? 어쩐지 크기가 이상할 정도로 크더라니.
“그러면 창관 지하에서 여신님의 마나를 가둬두지만 않으면…….”
“아니. 그 마법진은 하나로 완성되는 마법진이 아니었네.”
“무슨 말이야?”
“그 자체로도 바프라의 수도 근처의 마나는 전부 변환 가능하겠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세. 그 마법진은 멀리 떨어진 마법진들과 합쳐졌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마법진. 모양을 보아하니 비슷한 마법진이 앞으로 두 개 더 있을 걸세. 아마도 그 위치는 바로……이곳쯤. 그리고 이곳쯤에 있을 것 같구먼.”
디아나는 아공간에서 뒤적뒤적 지도를 하나 꺼내더니, 각각 비스와 플리투스의 영역을 콕콕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 지도는?”
“내가 그렸어.”
“……일단 묻겠는데, 어떻게?”
“보고.”
“…….”
아니. 그야 여긴 하늘 저편에 땅이 보이는 곳이니까, 눈만 좋으면 그냥 높이 올라가서 눈으로만 보고 지도를 그리는 것도 가능하기는 해. 가능하기는 하지만, 진짜 사기 아니야?
뭐, 좋아. 덕분에 편해졌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봐. 확인해 볼게.”
나는 사라가 그린 지도에서 디아나가 손가락으로 짚은 장소와, 내 맵 화면을 비교해가면서 위치를 확인해 봤다.
“비스에 있는 건……역시 피렌체의 영지로군.”
뭐, 이건 예상 대로라고 할까, 너무 뻔한 결과였다.
하지만 피렌체에서는 딱히 여신님의 마나를 느낀 적이 없는데, 일부러 발동 안 시키고 있었던 건가?
“그리고 플리투스는……수도에서 미묘하게 떨어진 곳이네. 디아나. 위치 확실해?”
“이 몸도 다른 곳까지 전부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니 확실하지는 않네만, 마법진을 만들기에 가장 적절한 위치는 이곳이 맞네.”
“흐음.”
그렇다는 얘기는 직접 플리투스에 가서 확인해 봐야 한다는 얘긴가.
뭐, 피렌체 쪽도 일단 가서 확인해 봐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좋아. 둘 다 여기에 얼마나 있을 수 있어?”
아마 디아나는 괜찮겠지만, 사라는 바프라에서 하던 일도 있지 않아?
“괜찮아. 어차피 며칠 전부터 디아나를 돕느라 쉬고 있었어.”
그런가. 하긴. 바프라는 이제 상당히 안정된 모양이니, 딱히 사라가 없더라도 알아서 잘 굴러가겠지.
“알겠어. 그럼 일단 오늘은 여기에서 쉬어. 내일부터 나도 움직일 수 있게 손을 써둘게. 같이 돌아다니면서 확인해 보자.”
“구원도?”
“그래. 어차피 제대로 길을 아는 건 나밖에 없잖아? 그리고 적지에 둘만 보는 것도 걱정되고. 아예 레이아까지 제대로 파티 짜서 같이 움직이자.”
뭐, 눈으로 직접 보고 지도까지 그린 사라다. 솔직히 말해서 길 안내 같은 건 전혀 필요 없겠지만.
게다가 이 둘이라면 돌아다니다가 해를 입을 걱정도 없으니까 말이야. 용사랑 대마법사라니. 오히려 내가 끼는 게 방해일 수준의 사기 파티잖아.
하지만 오랜만에 얘들이랑 움직일 기회가 생긴 거다. 이런 기회를 손쉽게 놔줄 수는 없지.
“좋아.”
“알겠네.”
그리고 그런 생각은 사라도 디아나도 나랑 똑같은 거겠지. 둘은 은근슬쩍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크으으. 오랜만에 이 넷이서 움직인다니. 왠지 설렌다.”
“바보. 소풍 가는 어린애도 아니면서.”
“그러는 사라 넌 안 설레? 두근두근하지 않아?”
거짓말하고 있네. 아까부터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 있는데. 널 얼음 공주로만 아는 다른 사람들이 그 표정을 보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질걸?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이. 두근두근하네.”
사라의 왼쪽 가슴에 살짝 손을 얹어서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사라의 심장은 시끄러울 정도로 크게 맥박치고 있었다.
“별로. 평소랑 똑같거든. 변태.”
얘가 끝까지 이러네. 평소랑 똑같으면 일단 가슴에 올린 손부터 치웠겠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너도 오랜만에 내 얼굴 보고, 내일부터는 같이 여행까지 한다니까 좋아 죽겠지?
“자 다들 많이 기다렸지? 그럼 우리들의 여행을 시작해 볼까!”
“벌써 가는 거야?”
“그래! 숙적인 마신을 물리치기 위해서!”
줄리안의 질문에 고양된 목소리로 대답하자, 옆에서 사라가 쿡하고 옆구리를 찔렀다.
“바보. 텐션 너무 높잖아.”
하긴. 아무리 오랜만에 넷이서 여행하게 돼 신 났다지만, 지금부터 잠시 못 보게 될 줄리안 앞에서 이렇게 좋아할 건 아니었나.
역시 사라야. 자기도 분명 속으로는 신 났을 테고, 게다가 질투심도 제일 심하면서, 이럴 땐 또 이렇게 다른 여자를 챙겨준다니까.
“미안. 크흠. 그럼 다시 한번. 줄리안. 내가 없는 동안 집 보기 잘할 수 있지?”
“……솔직히 말해도 돼?”
“응? 그야 물론.”
“자신 없어…….”
아차. 이래서 사라가 그렇게 옆구리를 찔렀던 건가.
너무 고양된 나머지 지금까지는 눈에 잘 안 들어왔는데, 새삼 줄리안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무척이나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돼. 길어 봤자 2, 3일 정도면 돌아올 테니까.”
“응…….”
이래도 표정이 안 펴지는군. 하는 수 없지. 그럼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돌아오면 네가 생각한 그 중2……멋진 기술. 시험하게 해줄게. ……사라한테.”
옆에서 사라가 ‘잠깐! 왜 나야!? 구원이 상대해주면 되잖아!’ 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일부러 그쪽에 눈길을 주지 않고 줄리안만 바라봤다.
미안해. 사라야. 네가 해준다고 하는 게 제일 효과가 좋아.
“스승님한테!? 정말!?”
이것 봐. 자신이 용사가 되고 나서도 용사를 동경하는 우리 귀여운 중2병씨는 사라 널 엄청나게 따르거든.
“그래. 그치 사라야?”
“……응.”
사라야. 이왕 긍정해 줄 거면 좀 더 밝은 미소로 대답해주지 않을래? 그렇게 사람 잡아먹을 것처럼 쳐다보면서 말하지 말고.
“좋아. 그럼 갈게. 집 잘 보고 있어.”
“응! 빨리 돌아와야 돼!”
아무튼 사라의 대답 덕분에 줄리안의 텐션은 조금 전의 나만큼이나 높아졌다.
그게 그렇게 좋을까? 하여간 단순하다니까.
“그래. 기다리고 있어.”
“힉!?”
마지막으로 가볍게 입술에 입을 맞춰주자 조금 전의 높았던 텐션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새빨갛게 굳어 버리는 줄리안.
그 풋풋한 모습을 뒤로 한 채, 우리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구원.”
“응?”
“다른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변명한 거야?”
“아아, 그냥. 잠시 폐관 수련하고 온다고 했어.”
카이젤과의 전투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는 식으로 대충 둘러대니까 다들 ‘저 괴물은 대체 어디까지 강해지려는 거지?’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이해해 줬다.
“폐관수련?”
“응. 여기 사람들 그런 거 좋아하니까. 잘 통하더라.”
하지만 레이아가 괜히 또 카이젤과의 전투를 떠올리게 할 필요는 없지. 레이아가 또 그런 표정 짓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대충 비스 인간들의 특성을 언급하며 둘러댔다.
“그렇게 간단하게?”
너무 대충 둘러댔는지 사라가 조금 의아해하기는 했지만.
“그럼. 내가 좀 무서운 사람으로 통하거든. 아예 안도의 한숨까지 내쉬는 사람까지 있었다니까?”
거짓말이 아니었다.
매일 아침 모여서 나랑 눈싸움……아니. 나한테 일방적으로 노려봐졌었으니까 말이야. 그 숨 막히는 시간이 사라진 것만으로도 기쁘다는 거겠지.
“아무튼 저기로 가면 되겠다. 금방 연락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피렌체 근처의 안전한 위치를 확인한 다음, 나는 우리 애들한테 빨리 가라고 손을 내저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당연하게도 우리는 도보로 이동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다.
아까 줄리안한테 2, 3일이면 돌아온다고 했잖아? 아무리 우리가 빨라도 그 거리를 도보로 2, 3일 만에 다녀오는 건 불가능하지.
우선 내가 피렌체 근처의 안전한 곳에 그림자 이동으로 가서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고, 우리 애들이 넘어온다.
그리고 플리투스에 갈 때도 마찬가지.
뭐, 그쪽은 어차피 수도 근처이니, 내가 먼저 가서 설치할 필요도 없이 아라크네 클랜이 설치해 놓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면 그만이지만.
“흐응. 여기가 피렌체?”
“그래.”
“생각했던 것보다 깔끔하구먼.”
“그러게요. 제일 전쟁을 좋아하는 곳이라고 하니, 좀 더 황폐할 줄 알았어요.”
비스의 마을을 처음 보는 사라와 디아나는 신기하다는 듯 주위를 연신 두리번거렸다.
둘이 시작부터 너무 눈에 띄는 짓을 하는 거 아니야?
“너무 그렇게 두리번거리면 촌뜨기처럼……아니. 눈에 너무 띄잖아”
그냥 좀 돌려 말하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세상에 어느 누가 이런 미녀 둘을 보고 촌뜨기로 보겠어? 특히 사라 얘는 생긴 것만 보면 시골이라고는 살면서 한 번도 안 가봤을 도시 여자처럼 보이니까.
진짜 보면 볼수록 외모가 사기야.
“걱정 말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 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네.”
“응? 아, 그래? 투명 마법 썼어?”
“음. 이 몸들이 생각도 없이 아무런 변장도 안 하고 왔겠는가.”
그렇군. 남장 같은 건 귀찮으니까 그냥 도착하자마자 투명 마법부터 써 버렸다는 건가.
대마법사님이나 할법한 발상이군. 나도 오랜만에 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보니까 얘들의 사기성을 잊고 있었어.
“그나저나 자네. 비스의 도시는 다들 이렇게 관리가 잘 되어 있는가?”
“응? 아니…….”
피렌체가 유독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는 거지, 사실 다른 도시를 보면 진짜 전쟁 좋아하는 놈들 맞구나 싶은 곳도 많다.
대표적으로 내가 제일 처음 갔던 블래스터 놈들 도시만 하더라도, 무슨 세기말 권왕이 등장할법한 황폐한 곳이었으니까 말이야.
피렌체가 유독 이런 건 아마 알버트 그 녀석이 깔끔 떠는 성격이라서……아니. 디아나는 지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음. 게다가 이 바람. 느껴지지 않는가?”
“아아. 그래. 왠지 바람이 소란스럽군.”
“무슨 소리인가?”
어? 이거 기대한 거 아니었어?
제, 젠장……줄리안이었다면 분명 제대로 받아쳐 줬을 텐데.
아니. 잠깐만. 애초에 갑자기 그런 생각부터 떠올랐다는 것 자체가……설마 나도 줄리안의 중2병이 전염된 건가!? 아, 아니겠지? 그런 건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같이 졸업했다고 생각했는데!
“크흠. 그, 그래서? 바람이 뭐 어쨌다고?”
“누군가의 의도적로 조작된 것처럼 흐르지 않는가? 마치 무언가를 옮기기 위한 것처럼 말일세.”
뭐야!? 네 대답도 충분히 중2병스러운 대답이잖아! 그냥 아까 태클 걸지 말고 곧장 그렇게 대답하지!
실은 너도 하고 싶었던 거지?
“듣고 보니……이 바람, 어딘지 울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군.”
“아까부터 계속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겐가?”
젠자아앙! 또 아니었다고!? 사람 헷갈리게!
“장난은 그쯤하고 자네도 느껴보게.”
“난 바람 따위에 느낄 정도로 민감하지……네. 죄송합니다. 진지하게 하겠습니다.”
그냥 오랜만에 너희랑 다니니까 좋아서 그래. 안 그래도 텐션 높다는 소리 자주 듣는 난데, 지금은 스스로도 느껴질 정도로 텐션이 높거든.
아무튼 고양된 기분을 억누르고 애써 신경을 집중해 보니, 확실히 뭔가 바람에서 살짝 이질적인 느낌이 들기는 했다.
뭐가 이상하다고 콕 집어 말하기는 힘들었지만.
“다른 영역에도 손을 뻗었던 모양이지만, 이반은 기본적으로 바람 전문의 마법사였다네. 이 바람은 왠지 그 의지가 느껴지는구먼. 바람의 근원을 따라가고 싶네만…….”
“사라라면 느껴지지 않아? 우리 중에 제일 민감하잖아.”
“…….”
“응? 왜 그렇게……아, 아니! 야한 뜻이 아니라!”
“알아 바보야. 장난이야.”
“장난으로 그렇게 사람 경멸하는 것 같은 시선 보내지 말아 줄래?”
나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 다른 사람이 너한테 그런 시선 받으면 진짜 죽고 싶어질걸.
뭐, 오히려 포상이라고 생각하는 취향 특이한 사람도 일부 있겠지만.
“뭐래? 자긴 맨날 장난치면서.”
내가 억울해하든 말든, 사라는 피식 웃으면서 내 팔을 끌어안았다.
하여간 예쁘기는 진짜 엄청 예뻐요. 너무 예뻐서 더 억울해할 생각도 안 든다니. 진짜 사기야.
“이쪽이야. 따라와.”
그리고 그렇게 내 팔을 끌어안은 채로, 사라는 우리를 안내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라 역시 표정만 억지로 쿨하게 짓고 있을 뿐, 평소보다 텐션이 높은 건 나랑 똑같다는 건가.
“사라야. 헤매고 있는 거 아니지?”
사라가 자신 있게 앞장서기에 우리는 얌전히 따라갔는데, 어째선지 한참을 지나도 바람의 근원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도달하기는커녕……여기 아까도 왔던 데 아니야?
“아니거든.”
“하지만 사라 씨? 왠지 아까부터 비슷한 장소를 몇 번이나 지나치고 있는 것 같아요.”
“괜찮아요. 같은 길에서도 바람이 다른 방향으로 불 때가 있어서 그래요. 제대로 가고 있어요. 그렇죠 디아나?”
“음? 으, 으음…….”
“왠지 목소리에 자신이 없다? 디아나, 너 혹시 길 헷갈려?”
“그, 그럴 리가 있겠는가!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겐가!”
누구기는. 고작 30분 걸은 걸로 벌써 지쳐서 내 등에 업혀 있는 대마법사님이지.
뭐, 그냥 나한테 업히고 싶어서 그런 면도 없잖아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 그러면 나중에 우리가 왔던 길 따로 안 알려줘도 되지?”
“자네는 전부 기억하는 겐가!?”
“당연하지. 내가 괜히 매퍼였겠어?”
실은 맵 화면 열어두고 계속 가는 길 체크하면서 다녔으니까 기억하는 거지만.
시스템이라는 건 쓰라고 있는 거 아니겠어?
“나, 나중에 이 몸에게만 살짝 알려주게.”
왔던 길을 다 기억 못 한다는 걸 다른 애들한테까지 들키는 건 부끄러운지, 디아나는 내 귓가에 입을 가져가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래 봤자 사라도 레이아도 다 들은 모양인지 훈훈한 미소를 보내고 있었지만.
“디아나도 다 기억하는 거 아니었어?”
“교, 교차 검증이 필요하지 않은가. 자신의 능력만을 과신하는 건 좋지 않은 태도라네.”
하여간 누가 대마법사님 아니랄까 봐 말은 잘해요.
하지만 말이라면 나도 어디에 가서 밀려본 적이 없거든.
“정말로?”
“음!”
디아나야. 혹시 나한테 통했다고 생각하는 거니? 뒤에서 가슴 당당하게 펴는 게 느껴지는데.
뭐, 몰캉몰캉 기분 좋으니까 딱히 말릴 생각은 없지만.
“흐음. 알았어. 하지만 내가 끝까지 기억 못 할 수도 있으니까 그땐 좀 봐줘.”
“바, 반드시 기억해야 하네! 이 몸은 낭군님을 믿네!”
“아니야. 난 날 과신하지 않기로 했어.”
“우으으!”
얄미워 죽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는 디아나였지만, 자기가 내뱉은 말이 있다 보니 그 이상 뭐라고 하지는 못했다.
진짜 귀여워 죽겠다니까.
“이 안에서 불어오네.”
아무튼 그렇게 30분가량 더 걸은 끝에,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바로 피렌체의 성이었다.
처음부터 그럴 것 같다고 예상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여기였군.
“들어가?”
“그래야지.”
알버트나 아리엘을 대동하고 있는 것도 아니니, 무단 침입이 되겠지만. 어차피 디아나의 마법을 간파할 수 있는 인간이 여기에 있을 리가 없으니 문제없겠지.
“안에서도 이렇게 빙글빙글 도는 거야?”
성에 도착했으니 드디어 끝이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성 안에 들어와서도 뱅글뱅글 돌게 되는 건 여전했다.
바람이 이렇게 복잡하게 불다니. 디아나의 말대로 확실히 인위적인 느낌이군.
“자네. 정말로 다 기억할 수 있겠는가?”
“아니. 못 하겠는데. 실은 아까부터 포기하는 중이었어.”
“그, 그럼 안 되잖은가아!”
“괜찮아. 디아나가 기억하겠지.”
“이 몸도 못 하네! 다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아!”
앗. 여기서 결국 실토해 버리는구나. 좀 더 가지고 놀 생각이었는데.
“구원 씨. 너무 괴롭히시면 안 돼요.”
조바심에 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이는 디아나의 모습이 조금 불쌍해졌는지, 레이아가 자연스럽게 내게 밀착하며 디아나를 감싸줬다.
“알았어. 난 제대로 기억할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정말인가?”
“그래. 실은 나만 보이는 지도에 기록 중이야.”
“그러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게! 놀랐잖은가!”
내 머리에 토닥토닥 어택을 몇 번 날려준 후에, 디아나는 포옥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레이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고맙네. 레이아양. 그런데 조금 떨어져 주지 않겠는가? 답답하구먼.”
아, 도와줬어도 가슴 닿는 건 싫어하는구나. 디아나 너도 은근히 레이아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
뭐, 저 가슴에 질식할 뻔한 적도 있을 정도니,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다 왔어. 여기야. 바람은 여기에서 불어오고 있어.”
그리고 그렇게 장난치는 와중에, 우리는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것은…….”
지하 감옥에 뚫린 환풍구. 겉보기에는 평범한 환풍구처럼 보이지만, 어떻게 한 건지 디아나가 손으로 톡톡 건드리자 갑자기 벽이 문으로 바뀌며 스르르 열렸다.
그리고 그 열린 문 너머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한 치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어둠에 잠긴 채 펼쳐져 있었다.
오랜만에 던전 탐험하는 기분이야.”
뭐, 따지고 보면 구미호 마을에서 시작된 이곳 7계층에서의 활동 전부가 던전 탐험이기는 하지. 그래도 밝은 곳에서 사람 사는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던전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거든.
이렇게 좁고 어두운 계단을, 그것도 초기 파티 멤버만으로 내려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상황에 안 맞게 기분이 좀 들뜰 정도로.
“그러게. 이런 데서 몬스터 같은 게 나오지는 않겠지만.”
“기척도 안 느껴져?”
“전혀.”
사라가 그렇다면 정말로 그런 거겠지.
하긴. 딱 봐도 이반이 만들어놓은 비밀 기지로 보이니까. 이런데서 몬스터가 튀어나올 리가 없나.
만약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다면 판타지물의 정석대로 ‘잊혀진 마법사 연구소에서 리치로 변해 살아가는 마법사 이반!’ 정도겠지만, 그마저도 “아버지께서는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라고 알버트한테 들었으니까 말이야. 이반이 이제 와서 리치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없었다.
그러니까 이 던전 느낌 물씬 나는 계단도, 사실 위험성이라고는…….
“꺄악!”
이렇게 미끄러져 넘어지는 것 말고는 없다는 말이지.
“레이아, 괜찮아?”
레이아가 넘어지기 전에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받아내자, 팔에 물컹하고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감촉이 느껴졌다.
남장을 해도 천사같이 예쁘기는 하지만, 역시 레이아는 원래 모습이 제일 최고야.
“네, 네에……죄송해요.”
죄송하기는요. 저야 마냥 감사할 따름이죠.
“레이아도 그냥 팔 잡고 갈래?”
“하지만 그러면…….”
비어 있는 팔을 내밀며 말하자, 레이아는 ‘저까지 그러면 구원 씨가 불편하시지 않나요?’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조심스레 내 얼굴을 살폈다.
“괜찮아. 사라도 몬스터는 안 나올 거라고 하잖아.”
“그래요. 그리고 여기서 레이아가 사양하면 저희만 생각 없이 구원한테 민폐 끼치는 것 같잖아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자기는 놔줄 생각 절대 없다는 듯, 사라는 내 팔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사라 얘도 아까부터 은근히 어리광 엄청 부린단 말이지.
“뭐야, 그 표정.”
“그냥. 예뻐서.”
“바보. 이제 알았어?”
퉁명스럽게 말하면서 고개를 홱 돌려 버리는 사라.
그 뺨이 살짝 붉어진 걸 확인하고 미소 지으면서, 나는 다시 시선을 레이아에게 향했다.
“자, 그러니까 레이아도 여기 팔짱. 나도 이런 때가 아니면 언제 용사랑 대마법사랑 성녀님을 끼고 하렘 기분을 맛보겠어?”
“후훗. 그럼……조금만 실례할게요.”
내 너스레가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으면서, 레이아도 내 팔에 가슴을 밀착시켰다.
양옆에는 용사와 성녀. 그리고 뒤에는 대마법사라니. 이게 바로 행복인가.
“하렘 기분이라니. 자네는 아직도 그러는구먼.”
“당연하지. 디아나는 잘 모르겠지만, 이건 남자의 로망이라고.”
“그 정도는 이 몸도 알고 있네. 하지만 자네는 이미 한참 전부터 충분히 맛보지 않았는가?”
역시 뭘 모르네. 이런 건 몇 번을 맛봐도 질리지 않는 거라고.
그리고 따지고 보면, 너희 셋이랑 동시에 이러고 있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도 않았어.
“보통 한 명은 튕겼으니까 말이야.”
“자네가 제대로 부탁하면 대부분 들어줬던 것 같네만.”
“그래? 그러면 다음에도 내가 부탁하면 들어줄 거야?”
“음. 자네가 이렇게까지 좋아한다면 이 몸도 거절할 수 없구먼.”
아무래도 사라나 레이아뿐만이 아니라, 디아나마저도 오랜만에 우리끼리 던전 탐험하는 기분을 맛봐서 들뜬 모양이었다.
이런 알콩달콩한 분위기는 언제든 섹스로 이어질 수 있다 보니, 사라 이상으로 튕기는 게 우리 노출증 대마법사님이었는데.
“진짜지? 그 말, 무르기 없기야?”
“자, 잠시 기다리게. 말해두지만 이 몸은 어디까지나…….”
“아니. 이미 늦었어. 우리 대마법사님이 설마 약속을 어기려는 건 아니지?”
뒤늦게 상황 파악한 디아나였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었다.
나는 디아나의 말을 단박에 끊고는 콧노래를 불렀다.
“어디서 할까나? 어디서 하는 게 좋을까나? 사라야. 넌 어디가 좋을 것 같아?”
“나까지 끌어들이지 마. 약속한 건 디아나잖아. 난 안 껴.”
“뭐!? 사라 너 그렇게 냉정한 사람이었어!? 디아나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거야!?”
“없는데?”
“사라 양!?”
사라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매정하게 버리는 거 아니냐? 디아나의 저 충격 받은 얼굴이 안 보여?
뭐, 사실 뒤에 업혀 있으니까 나도 안 보이지만.
“그래? 그럼 레이아는…….”
“네? 저, 저 말인가요? 으음……저도 그게…….”
“레이아 양! 자네까지 왜 이러는가! 자네는 그런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레이아까지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회피하자, 디아나는 더욱 절박한 목소리로 매달렸다.
“너희 둘 다 너무한 거 아니야!? 동료를 이렇게 버리는 거야!? 디아나가 불쌍하지도 않아!?”
“누구 때문인데 바보야.”
아니. 사라야. 그야 나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런 때까지 그렇게 냉정하게 태클 걸 거 없잖아? 그냥 분위기 좀 맞춰줘.
“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디아나! 너도 뭐라고 말 좀 해봐!”
“사라 양! 이 몸을 버리지 말게! 이대로 가면 이 몸……이 몸…….”
냉혈녀라는 말에 사라는 ‘야! 구원! 너 지금 말 다했어!?’ 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지만, 이어지는 디아나의 절박한 목소리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아……그러게 왜 이 변태랑 그런 약속을 하고 그래요. 알았어요. 저도 낄게요. 끼면 되잖아요.”
“정말인가! 고맙네! 이 은혜는 잊지 않겠네!”
평소에는 자주 투닥거리며 다퉈도 결국 사이좋은 두 사람이었다.
“사라는 저렇게 말하는데, 레이아는 어때?”
“으음…….”
아무튼 사라까지 참전 선언을 했으면 이제 남은 건 레이아 하나.
내가 분위기를 타고 그대로 레이아까지 부추기자, 레이아는 눈썹 끝을 내리면서 곤란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요.”
“응?”
“저희가 다 안 끼면, 그……하렘 섹……그런 건 못 하니까, 결국 디아나 씨와 단둘이서 하게 되는 게 아닌가요?”
“…….”
“……아.”
레이아의 그 냉정한 분석에, 디아나와 사라가 동시에 얼어붙었다.
날카로운 말이야. 레이아. 설마 눈치채고 있었을 줄이야. 일부러 눈치 못 채게 다들 거절하면 디아나가 위험해지는 것처럼 떠들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날 만나서 잔뜩 들뜬 둘과 달리, 레이아는 계속 나랑 같이 있었으니 이런 분위기에서도 침착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건가.
“자, 잠깐만! 취소야! 난 안 껴!”
“사라야.”
“왜!?”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어. 이미 정해진 일이야.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는 거야.”
“이런 상황에 그런 말 멋있는 목소리로 하지 마, 이 바보야!”
“뭐,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일단 하렘 플레이아 디아나랑 사라는 끼기로 했고, 다음은 누가 좋을까나?”
사라의 말을 무시하고 또다시 콧노래와 함께 중얼거리자, 사라와 디아나가 또 티격태격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디아나 때문에 이게 뭐예요!?”
“소, 속은 건 이 몸도 마찬가지일세!”
“자, 자. 둘 다 진정해. 같이 안길 사이면서 벌써부터 그렇게…….”
“이게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겐가!”
“끄허억…….”
갑자기 엄습해오는 고통에, 나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
양옆에서 사라랑 레이아가 팔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분명 계단에서 굴렀을 거야.
“에? 괘, 괜찮은가? 그렇게 아팠는가?”
대 머리에 혼신의 토닥토닥 펀치를 날렸던 디아나는, 평소와는 다른 내 모습에 당황해서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디아나야. 보통 아픈 데를 그렇게 쓰다듬으면 더 아파. 그리고 걱정하지 않아도, 네 토닥토닥 어택은 여전히 데미지 1도 안 들어왔어.
“사, 사라님……용사해주세요…….”
“아직 말장난할 기운이 있나 보네.”
“끄아아! 알았어! 미안해! 안 할게!”
옆구리가 더더욱 비틀리는 고통에, 나는 황급히 제대로 사과해야 했다.
“하여간 엄살은.”
“엄살이라니! 속으로 ‘사라 얘가 밤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이러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아팠는데!”
“밤에 뭐?”
“자네, 그런 생각은 속으로만 하는 게 좋지 않겠는가?”
눈을 부릅뜨는 사라의 모습은, 아까까지 내 머리에 토닥토닥 펀치를 날리던 디아나가 무심코 말릴 정도로 무서웠다.
하지만 디아나. 그렇게 걱정할 거 없어. 나도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한 게 아니거든.
“진짜 이 변태는.”
저렇게 노려보면서도, 사라는 다시 내 옆구리를 꼬집을 생각은 하지 못했다. 아마 이 이상 꼬집으면 진짜 밤에 큰일 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거겠지.
훗. 그래. 사라야. 오빠한테 오랜만에 안기는 건데, 내가 불타오르면 솔직히 너도 좀 무섭지?
“지금 치료할게요.”
상황이 일단락됐다고 느꼈는지, 레이아가 내 옆구리에 손을 뻗으며 힐링 마법을 써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손을 덥석 붙잡고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 괜찮아. 이 상처에서 느껴지는 고통이 날 불타오르게 하는 원동력…….”
“레이아! 치료해주세요! 당장!”
“푸흡. 사라 양도 낭군님이 진심이 되는 건 무서운가 보구먼.”
특유의 쿨한 척도 내던져 버리고 당황하는 사라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뒤에서 디아나가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디아나 얘도 사라한테는 은근히 너무하다니까.
“디아나! 남 일처럼 웃을 때에요!?”
“실제로 남 일 아닌가.”
“같이하기로 했잖아요! 절대 디아나도 끌어들여 줄 거예요!”
“그, 그만두게!”
왠지 아까랑 입장이 반대가 된 것 같은 둘이었다.
하여간 진짜 이 둘은.
“두 분 다 정말 사이좋으시네요.”
“그러게. 살짝 질투 날 정도야.”
“어머, 그건 큰일이네요. 그러면 저희는 저희끼리…….”
“레이아! 또 치사하게 그러기에요!?”
“정말이지 방심할 틈도 없구먼!”
아무튼 뭐 그런 식으로 웃고 떠들면서, 우리는 길고 긴 계단을 내려갔다.
중간에 몬스터를 만나는 일도 없이, 딱히 함정 같은 것에 걸리는 일도 없이, 그저 평화롭게 넷이서 시답잖은 잡담을 하면서.
그리고 한참을 내려간 끝에 도달한 그 긴 계단의 끝에는.
“비밀 연구실인가?”
“그런 것 같구먼.”
“왜 이렇게 연구실을 땅속 깊이……그러고 보니 디아나 연구실도 지하였지. 마법사들은 이런 거 좋아해?”
“로망 아닌가!”
그, 그러냐?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아무래도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지하에 있는 비밀 연구실이 로망인 모양이다.
아까 내가 하렘이 남자의 로망이라고 했을 때, 디아나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그러면 이곳을 살펴보면 다른 마법진의 힌트도 있겠네요.”
레이아의 말대로, 지하실 안에는 힌트가 될 것 같은 자료들이 많이 있었다. 너무 많다는 게 조금 문제기는 했지만.
구석에 있는 테이블은 물론 바닥까지 가득 메운 종이의 산. 너무 너저분해서 발 디딜 틈조차 마땅치 않을 정도였다.
“음. 자네들은 거기에서 기다리게. 이 몸이 확인해 보겠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등에서 떨어지더니 방 중앙으로 두둥실 날아갔다.
“디아나 혼자서 괜찮겠어?”
아무리 봐도 단기간에 혼자서 조사할 수 있는 양이 아닌 것 같은데.
뭐, 마법에 문외한인 우리가 저 종이의 산을 들여다본들 이해 못 할 가능성이 크니, 도와주려고 해도 도와줄 방법이 없기는 하지만.
“괜찮네. 어차피 바프라의 마법진을 보고 대강 이해는 했네. 거기에서 조금만 기다리게.”
디아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하고는, 주변의 종이들을 마법으로 들어 올려서 자신의 주변에 촤라락 펼쳤다.
오오. 오랜만에 좀 대마법사님 같은 모습이야.
“그러면 우리는 저기에서 쉬고 있을까?”
여기서 숙식을 전부 해결하기도 했는지, 종이의 산을 걷어내니 방 곳곳에서 테이블이나 침대 같은 가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피렌체라는 귀족의 남편이었던 만큼 품질은 흠잡을 데 없는 물건들이었지만, 오랫동안 방치되어서 그런지 먼지가 상당했다.
“콜록콜록. 우선 청소부터 좀 해야겠네.”
물론 청소라고 해도 걸레질을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나는 바람의 정령과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서는, 일단 우리가 앉아 있을 곳만이라도 깨끗하게 청소하도록 했다.
그리고 바람의 정령이 먼지를 몰아내기 위해 힘을 사용한 순간.
우으으응.
지하실 안의 공간 전체가 떨리는 것 같은 공명음과 함께 방안 곳곳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이런! 마법진이 발동되었네! 자네, 어서 바람의 정령을 돌려보내게!”
종이의 산에 가려진 벽과 바닥. 그리고 지금까지 눈길을 주지 않았던 천장까지.
방안 전체에 그려져서 빛나기 시작한 마법진을 확인하자마자, 디아나가 다급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우리는 도시 전체를 타고 흐르는 바람의 근원지를 찾아서 이곳에 왔다.
바프라의 칼데라 호 밑바닥에서 생성된 여신님의 마나가 지하수로를 타고 흐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근원지에서 생성되는 여신님의 마나가 바람을 타고 도시 전체를 흐르는 구조라고 생각했으니까.
물론 피렌체의 도시에 여신님의 마나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 발동한 마법진으로 모든 의문이 풀렸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건 단 하나.
“디아나! 부술까!?”
“괜찮네! 이 몸이……사, 사라 양! 부수면 안 되네!”
내가 외친 말을 듣고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인 걸까? 주먹에 마나를 모으고 땅을 내리치려는 사라를 보고, 디아나가 기겁한 표정으로 외쳤다.
“사라야! 안 돼!”
그래서 나도 반사적으로 몸을 던져서 사라의 주먹을 막으려고 했는데.
“……뭐해?”
어느샌가 주먹에 힘을 푼 사라는 발밑으로 촤아악 슬라이딩해온 날 내려다보면서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어? 아, 아니.”
누가 봐도 당장 마법진을 박살 내버릴 분위기였잖아? 그래서 말이지……네 주먹에 한 대 얻어맞을 각오까지 하면서 몸을 던진 기개만큼은 평가해 줬으면 좋겠어.
“주먹 정도는 알아서 멈출 수 있어, 바보야.”
“그, 그래?”
사라야. 안 그래도 쪽팔린 사람한테 그런 말투는 너무 가차 없는 거 아닐까? 오빠는 지금 가슴이 시리다.
“진짜 바보. 구원도 반응하는 걸 내가 못 할 줄 알았어? 아직도 날 그렇게 몰라?”
사라도 그런 내가 좀 불쌍해 보이기는 했는지, 입으로는 핀잔을 주면서도 내 몸을 일으키고는 주위를 한 바퀴 돌며 꼼꼼히 옷을 탁탁 털어줬다.
사라야. 오빠는 지금 가슴이 훈훈하다.
“지금 둘이 그러고 노닥거릴 때가 아닐세! 어서 입구를 막게! 사라 양!”
“앗! 이, 이건 딱히 노닥거리던 게……네! 알았어요!”
조금 전의 해프닝 때문에 잠시 분위기가 흐려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사태는 급박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사라는 디아나의 말대로 입구 쪽으로 달려가더니,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눈을 감았다.
“뭐 하는 거야?”
“대기의 마나를 흡수하는 걸세! 자네도 도와주게!”
아니. 도와주라고 말해도 말이지……대기의 마나를 흡수한다니. 그런 게 가능하다는 것도 지금 처음 알았는데.
다시 한번 사라 쪽을 바라보니, 확실히 주변 마나가 사라의 몸속으로 맹렬하게 빨려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 기세가 얼마나 강한지, 마치 사라의 주변 공기가 일렁거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저것도 용사의 힘인가? 그렇다면 나도 사도 의태로 가능은 하겠지만……사라의 스킬창을 둘러봐도 비슷한 느낌의 스킬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단순히 스킬이 너무 많아서 찾지 못한 것뿐일지도 모른다. 디아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사라도 어느샌가 스킬이 엄청나게 늘어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사도 의태를 써도 쓰던 스킬만 계속 썼으니까 전혀 몰랐어.
자기가 강해지면 사도 의태를 쓰는 나한테도 도움이 될 테니까 더 강해지겠다고 하기는 했는데, 대체 그동안 혼자서 수련을 얼마나 한 거야?
“후우. 됐네. 마법진은 안정시켰네.”
아무튼 내가 스킬을 찾기도 전에, 디아나는 마법진의 발동을 멈추고는 날 바라봤다.
“남은 것은 이곳에 있는 여신님의 마나가 밖에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뿐일세. 자네. 텔레포트 마법진은 가지고 있는가?”
응? 그야 당연히……아, 그런가. 굳이 내가 사라의 스킬을 따라 할 필요 없이, 그냥 텔레포트 마법진만 켜놓고 있어도 마나를 빨아들이지!
“그러면 부탁하네. 이 몸은 빠져나간 마나가 없는지 확인하고 오겠네!”
그렇게 말하고 계단 위로 사라지는 디아나를 눈으로 배웅해주면서, 나도 텔레포트 마법진을 꺼내서 발동했다.
“드디어 끝난 건가? 후우. 괜히 바람 마법 잘못 썼다가 이게 무슨 고생이야.”
그리고 잠시 후. 주변에 있는 여신님의 마나가 모두 소진되어서 텔레포트 마법진의 기동이 멈춘 걸 확인한 후, 나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래도 잘 수습되어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이 타이밍에 밖으로 여신님의 마나가 흘러가기라도 했다가는……으으. 끔찍해.”
지금까지 내가 진행해온 계획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뻔했어.
일부러 과장되게 몸을 떨면서 말하자, 레이아가 재미있다는 듯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후훗. 사라 씨에게……어머? 사라 씨?”
“네? 왜, 왜요!?”
레이아는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사라의 그 얼굴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 보니 사라 얘 아까부터 계속 말이 없잖아? 무슨 일이지?
나도 덩달아 그 안색을 살펴보니, 확실히 평소보다 조금 붉은 기운이 엿보이고 있었다. 게다가 몸도 안절부절못하는 것처럼 움찔움찔 움직이는 것이, 마치……하지만 이상하잖아? 아무리 여신님의 마나를 대량으로 흡수했다지만, 사라는 이곳 사람이 아니다. 여신님의 마나를 흡수했다고 해서 발정할 리가 없는데?
“사라야. 너 괜찮아?”
“다, 다가오지 마!”
“…….”
내 손을 탁하고 뿌리치는 사라의 모습에, 나는 충격으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사라가. 우리 사라가 나보고 다가오지 말래……. 뭐지? 세상의 종말인가?
“아, 아니야. 이건 그런 게 아니라!”
사라는 손을 홱홱 저으면서 부정했지만, 그러면서도 내게 다가올 수는 없다는 듯 오히려 한 발짝 더 뒤로 물러났다.
“마나 과잉 현상일세.”
그리고 드디어 위쪽에서의 확인을 마치고 돌아온 디아나가 그런 우리를 보면서 한마디 거들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음.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나를 너무 많이 받아들인 걸세. 한계 이상으로 마나를 받아들인 바람에 몸을 주체할 수 없게 됐다고 하면 이해하기 쉽겠는가? 어떻게든 움직여서 발산하고 싶어지는 것이지. 그런데 그런 때에, 자네가 가까이 다가가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아. 뭐야. 그런 거였어?
“그러니까 내가 가까이 있으면 섹스로 발산하고 싶어지니까……아야!”
“말하지 마, 이 변태야!”
뭐야!? 잘만 다가오네!
뭐, 등짝 한 대 때리자마자 곧바로 다시 물러났지만.
“후우……후우…….”
게다가 잠깐 다가온 여파인지, 아까보다 숨이 거칠어진 사라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 건 알지만, 솔직히 말해서 엄청 섹시했다.
“그래서, 해결법은?”
“마나를 소비하면 그만이네만……이런 곳에서 사라 양이 저 정도 양의 마나를 스스로 소비하면 큰일이 날 걸세.”
뭐, 그렇겠지. 용사님이 넘치는 마나를 주체 못해서 힘을 방출하는 거다. 여기만 무너지면 다행인 수준이겠지.
“그러면?”
“이 몸이 마나를 소비하고 대신 흡수해주면 되기는 하네만……시간이 조금 걸릴 걸세. 이 몸도 지금 조금…….”
“디아나도 발정했어?”
“발정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마나 과잉 현상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외쳤지만, 평소와 달리 토닥토닥 어택을 날리러 오지 않는 걸 보면 확실했다.
쟤도 나한테 다가오면 섹스로 발산해지고 싶어질 것 같아서 못 다가오고 있는 거다.
“저……그럼 제가 도우면 어떨까요?”
그리고 용사와 대마법사님이 동시에 몸을 주체할 수 없게 된 그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바로 성녀님이었다.
“레이아가?”
“네. 저라면 그……구미호 능력을 쓰면 되니까요.”
아, 그런가. 정기 흡수를 쓰는 건가.
예전에 스스로 그 능력을 컨트롤 할 수 없었을 때는 무작정 사람의 생명을 빨아들이는 무시무시한 기술이었지만, 나와의 거듭된 훈련을 통해 구미호 능력을 완벽히 다룰 수 있게 된 지금은 다르다.
생명력은 물론 마나도 흡수할 수 있고, 자유자재로 온오프로 가능하니까 말이야. 그야말로 지금 상황을 해결할 최고의 스킬이었다.
게다가 구미호라는 종족은 사람의 정기를 흡수하는 게 종족 특성이다 보니, 생명력도 마나도 한계치 이상으로 저장해둘 수 있으니까.
“다만……저기……그러려면 점막끼리 접촉을 해야 하는데요…….”
“키, 키스하자고요!?”
성녀님이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우리 키스 좋아하는 용사님께서는 기겁하면서 두 손으로 자기 입술을 가렸다.
하긴. 쟤는 디아나만큼이나 키스를 특별하게 생각하니까 말이야. 하는 수 없지. 내가 조금 조언을 해주기로 할까.
“꼭 그럴 필요 있겠어? 요는 점막끼리 접촉만 하면 되는 거잖아? 가위치기를 하면 되잖아.”
“가위치기……?”
“그래. 이렇게 다리를 교차시켜서……아야!”
손가락으로 모양을 만들어 자세히 설명까지 해주자, 사라가 곧바로 내 등짝을 한 대 후려쳤다.
“너 진짜 죽을래!?”
아니! 농담한 거 아니야! 키스가 싫으면 이제 그 방법밖에 없잖아!
그렇게 반박하려던 나였지만.
“그냥 자네가 사도 의태로 레이아 양의 기술을 쓰면 되는 문제 아닌가? 어차피 사도 의태로 마나도 소비되니, 그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네만.”
그전에 먼저 우리 대마법사님께서 최고의 해결법을 생각해내셨다.
역시 우리 대마법사님. 자기도 살짝 몸이 달아올라 있으면서 저런 해결책을 생각해 내시다니. 하여간 머리도 좋아.
“쳇.”
“야! 구원! 너 지금 혀 찼지!?”
“아니. 그냥 지금부터 키스해야 하니까 혀 좀 푼 거야.”
울컥하는 사라에게 뻔뻔하게 대답하면서, 나는 그 허리를 팔로 휘감아서 내 쪽으로 끌고 왔다.
아무래도 얘가 지금 마나 과잉 때문에 고양돼서 평소보다 말투가 좀 거친 것 같은데, 일단 진정부터 시켜야겠어.
“그러니까 너도 그만 흥분하고 턱이나 들어.”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예쁜 턱을 손을 받쳐 들고, 나는 그대로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으음읍!?”
레이아의 정기 흡수 역시도 나로서는 처음 써보는 스킬이지만, 다행히도 이건 종족 스킬 칸에 따로 분류되어 있었기 때문에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흐헤으……흐읏……응흣……!”
사라의 입에 혀를 집어넣고 적극적으로 점막과 점막을 접촉시키며 마나를 흡수하자, 아까까지 그렇게 긴장되어 있었던 사라의 몸에서 순식간에 힘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대체 마나를 얼마나 흡수한 거야? 정기 흡수에 최적화된 구미호의 능력을 쓰고도 사라의 마나는 끝도 없이 내 몸으로 흘러들어왔다.
사도 의태로 소비되는 마나의 양을 살짝 뛰어넘을 정도로 많이.
이게 마나가 너무 많아서 몸이 달아오른다는 느낌이군. 확실히 뭔가 몸을 움직여서 발산하고 싶은 기분이야.
평소라면 그냥 스포츠 같은 걸로 발산하고 싶은 기분이었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사라랑 밀착해서 키스하고 있는 거다. 피가 하반신으로 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으흣!”
사라도 자신의 하복부를 찌르는 내 물건을 느꼈는지, 움찔하면서 엉덩이를 뒤로 빼려고 했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그 엉덩이를 덥석 잡아서 다시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아까보다도 더 격렬하게 혀를 움직여서…….
“자, 잠깐 타임!”
이대로 가면 농담 아니라 진짜로 발정 나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나는 일단 사라와 입술을 뗐다. 아직 마나를 전부 빨아들이지는 못한 것 같지만, 하는 수 없지.
“후아으……흐아……하아……하아……하아아…….”
이 녹아내린 표정을 보라고. 안 그래도 키스 좋아하는 용사님이 몸이 달아오른 상태에서 구미호 능력을 사용한 내 키스를 맛본 거다. 이렇게 안 되는 게 이상하기는 하지만.
“레, 레이아.”
내 입술과 사라의 입술 사이에 이어진 타액의 끈. 그걸 끊어낼 생각도 안 하고 몽롱한 눈으로 나만 바라보는 사라의 시선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야 했다.
아까부터 계속 농담으로 야한 얘기를 하기는 했지만, 진짜 이런 데서 섹스 할 생각까지는 없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렇게까지 생각 없는 놈은 아니야.
“네?”
“나도 살짝 마나 과잉 같아. 좀 빨아내 줘.”
“앗. 네, 넷!”
사라의 타액이 묻은 입술을 소매로 닦으면서 말하자, 레이아도 살짝 부끄러운지 사라와 디아나의 눈치를 힐끔 보고는 내게 총총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러면……잠시만 실례할게요?”
수줍게 그렇게 말하고는, 레이아는 내 입술 위에 부드럽게 자기 입술을 포갰다.
그리고는 그 특유의 길고 얇은 혀를 내 입안으로 집어넣더니……이건 확실히 사라가 이렇게 될 만해.
구미호의 정기 흡수 능력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해를 끼치는 능력이다. 하지만 정기를 빨리는 상대는 웬만해서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정기가 빨려나간다는 것도 모를 정도의 쾌락을 선사해주기 때문이다.
뭐, 아무리 그래도 내 성자 스킬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정기 흡수를 쓴 레이아의 키스는 엄청나게 황홀했다.
“하아……이 정도면 됐나요?”
“……어? 아, 응. 된 것 같아.”
레이아가 입술을 떼고 수줍게 웃는 모습을 본 뒤에야,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안 되지. 안 돼. 아무리 황홀해도 그렇지, 지금 정신 팔려 있을 때가 아니잖아? 빨리 사라를……사라야? 어딜 보는 거야?
사라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니, 어째선지 사라는 내 얼굴이 아닌 아래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라의 시선을 따라 시선을 내려보니.
“아.”
여전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라의 탄탄한 하복부를 압박하는 내 물건이 있었다.
그, 그러고 보니…… 마나 과잉 현상이 지속되면 나까지 흥분할까 봐 레이아랑 키스한 거였는데, 흥분을 식히기는커녕 오히려 더 흥분하기만 했잖아.
“아, 아니. 사라야. 이건.”
뭔가 변명을 해보고 싶었지만, 내 의지를 거스르고 계속 움찔움찔 떨리는 물건을 보고 있자니, 그럴듯한 변명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이씨이…….”
그리고 그런 내게 사라는 앙칼진 시선을 한차례 보낸 후, 곧바로 내 목에 팔을 두르며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밀착시켰다.
내 물건이 자기 하복부를 누르는 건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아니. 오히려 더 꽉 누르라는 듯 몸을 바짝 밀착시키면서, 자기가 먼저 혀를 휘감는 사라.
그 너무나도 적극적인 모습에 조금 주저됐지만, 하는 수 없지. 우선은 사라의 몸에 아직도 넘쳐나는 마나부터 빨아내야 한다.
“응읍!? 하읍…….”
내가 다시 정기 흡수를 사용하자, 조금 전까지 적극적으로 내 혀에 휘감기던 사라의 혀가 순식간에 흐물흐물 풀리는 게 느껴졌다.
사라는 그래도 지지 않겠다는 듯 내 목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며 더욱 내게 매달렸지만, 그래 봤자 날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게 하는 효과만 있었을 뿐, 사라의 혀에서 힘이 돌아올 가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흐읏……흐응…….”
중간중간 신음이 섞이기 시작한 사라의 달콤한 숨결에 나도 덩달아 숨이 거칠어지는 기분이었다.
“쪽. 하핫……하앗……하아…….”
이대로 가면 진짜로 이성을 잃을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사라가 드디어 입술을 떼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바로 사라의 하복부를 압박한 채 꿈틀거리고 있는 내 물건을 향해서.
설마 레이아하고 키스할 때만 반응했으니까 질투 나서 똑같이 될 때까지 그렇게 매달린 거야?
진짜 이럴 때 보면 제일 어리다는 게 실감이 난다니까. 애초에 이렇게 커진 것부터가 너랑 키스했기 때문인데.
“변태.”
살짝 황당한 기분이 된 나였지만, 사라는 그러든 말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가지런한 이빨을 자랑하듯 상쾌한 미소.
저렇게까지 기분 좋게 웃으면, 나도 할 말이 없어지네.
“그래그래. 나 변태다. 그래서, 마나는 어때? 아직도 과잉 상태면 또 변태랑 키스해야 한다.”
“그럼 아직 과잉이야.”
아니. 그럼이라니. 너…….
그런 말을 꺼내기도 전에, 다시 한번 사라의 입술이 내 입술 위를 덮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라, 사라는 안다리를 걸어서 날 뒤로 넘어뜨리기까지 했다.
사라가 여자 치고 키가 큰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랑 서서 키스를 하려면 까치발은 필수였다. 그런데 그런 자세로 내 다리를 걸다니.
“크윽. 당했다. 이게 용사의 힘인가.”
“바보.”
뒤로 넘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떨어진 입을 움직여 그렇게 말하자, 사라가 헛소리 그만하라는 듯 다시 내 입술에 입술을 맞붙여왔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내 뒤에는 침대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포개져 눕게 됐다.
아까 사라가 앞으로 밀 듯이 매달리는 바람에 뒤로 몇 발 물러났었는데, 설마 그때부터 이런 걸 계산하고 있었던 건가?
“하음……쪼옥. 하아아…….”
아까 마법진이 발동하며 거세게 바람이 분 덕분에 먼지가 대부분 날아가 버린 침대 위. 내 위에 걸터앉아서 계속 쪽쪽 키스를 하던 사라는, 결국 너무 기분 좋아서 안 되겠다는 듯 자기가 먼저 입술을 떼고는 내 위에서 축 늘어졌다.
“있지. 구원.”
그리고는 내 어깨 위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살짝 돌려서 내 목덜미를 달콤한 숨결로 간질이며 속삭였다.
남들 앞에서 들려주는 차가운 말투가 아닌, 둘이 있을 때만 들려주는 애교 섞인 말투로.
“응?”
“나 지금 이상해?”
일단 본인도 자각은 있다는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마신의 영향으로 이러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나도 마나 과잉 현상이 끝났는데도 계속 어울려준 거다. 마신의 영향으로 이렇게 된 거면 한 번 해줄 때까지 회복이 안 될 테니까.
“뭐……평소랑 조금 다르기는 하지.”
아무리 제일 오래 알고 지난 디아나나 레이아 밖에 없다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얘가 이렇게까지 애교 섞인 말투를 쓰다니.
“왠지 한번 하니까 계속 하고 싶어져서.”
“어쩔 수 없지. 너 키스 좋아하잖아. 엄청 오랜만이기도 하고.”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하자, 사라는 살짝 뺨을 붉히며 배시시 웃었다.
평소에는 쿨한 표정 쿨한 말투로 일관하는 사라인만큼, 가끔 보여주는 이런 모습의 임팩트가 더 크단 말이지.
하지만 사라야. 슬슬 디아나랑 레이아의 시선이 따가워지기 시작했는데, 이쯤에서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이러고 있는 거 보면, 이제 너도 어느 정도 만족했다는 거잖아?
“저기, 구원.”
“응?”
“할까?”
“무, 뭘?”
“변태. 내 입으로 말하는 게 듣고 싶어서 그러지?”
그러면서도 사라는 내 귓가에 더욱 입을 가까이 붙이더니, “섹. 스.” 라고 또박또박 속삭였다.
아무래도 난 판단을 잘못했던 모양이다. 그냥 이 키스 좋아하는 애가 오랜만에 키스하다 보니까 키스에 더 빠진 것뿐이지, 마신의 영향을 안 받은 게 아니었어.
하긴. 정기 흡수를 받고 그렇게 눈이 몽롱하게 풀렸었는데, 흥분을 안 했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게다가 생각해 보니까 바로 눈앞에서 내가 레이아랑 키스하는 모습을, 아니. 키스하는 것까지는 좋다 쳐도, 키스하면서 물건을 움찔거리는 모습까지 보고 느낀 거잖아?
질투의 화신인 사라가 눈 돌아가지 않을 리 없었다는 거다.
“구원도 하고 싶잖아?”
“아니. 그야 하고 싶냐고 물으면……으윽.”
내가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사라는 재주 좋게 내 바지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는 내 물건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손을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여서, 내 물건 밑면을 자기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비벼주기까지.
“이렇게 커져 놓고 그런 말 하기야?”
“아니. 하지만 사라야.”
너 묘하게 말투가 고압적이다?
아, 그러고 보니 사라 얘도 나랑 마찬가지로, 마신의 영향을 성욕으로만 받는 게 아니라 지배욕으로도 받았지.
“디아나나 레이아의 시선이 신경 쓰여?”
아무래도 디아나나 레이아의 존재를 아예 잊은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까 그렇게 애교 부리기에 완전히 나밖에 안 보이게 된 줄 알았는데.
“그야 뭐…….”
“그럼 같이할까?”
“어!?”
솔직히 말해서, 일단 마신의 영향을 받은 이상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까지 이성을 잃지 않게 최대한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하며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예상치도 못한 사라의 말에 나는 그만 동요해 버리고 말았다.
“사, 사라 양!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그리고 동요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아까부터 자긴 자기대로 이반이 남긴 유산을 살펴보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듯 허공에 종이들을 촤라락 펼치고 읽어보던 디아나였지만, 사라가 같이하자는 말을 하기가 무섭게 종이들을 몽땅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외쳤다.
불쌍하게도. 섣불리 끼어들면 말려들까 봐 지금까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자기 할 일이나 하는 척하고 있었을 텐데.
“어차피 같이하기로 했잖아요?”
“……!?”
설마 여기서 그 말을 꺼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는 듯, 디아나는 입을 쩍 벌린 채 굳어 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그 같이하기로 된 경위도, 따지고 보면 디아나가 먼저 내 덫에 걸렸기 때문에 사라도 말려들어 간 것이다.
디아나로서는 사라가 저 얘기를 꺼내버리면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이다.
“지, 진심인가아?”
애원하는 디아나에게 대답해주는 대신, 사라는 내 바지를 내려서 물건을 밖으로 꺼냈다. 그리고는 내 물건을 잡고 천천히 위아래로 손을 움직이면서 내 입술에 입술을 겹쳤다.
그런 사라의 모습에 디아나는 공중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레이아는 또 레이아대로 자기는 어쩌면 좋을지 고민이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공간에서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는 건 사라뿐. 완전히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응흐읍!?”
나는 사라의 혀를 강하게 빨아서 바로 주도권을 가져왔다.
“왜, 왜 그래 갑자기?”
“아니. 디아나랑 같이하기로 한 얘기 하니까 생각나서.”
사라야. 마신 때문에 지배욕까지 성욕으로 같이 풀려고 하다 보니 이렇게 되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서 말이야. 이해해 줄 거지?
“응? 뭘?”
“너한테 옆구리 꼬집힌 거. 밤에 복수해주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굳이 밤까지 기다릴 필요 없잖아?”
“앗.”
나는 그대로 몸을 반 바퀴 빙글 돌려서 사라와 위치를 바꾼 다음, 그 바지를 거칠게 벗겨서 침대 아래로 내던졌다.
“아까부터 나만 흥분한 것처럼 말하더니, 너도 엄청 흥분했잖아. 이게 뭐야?”
“아흣!”
일부러 들으라는 듯 그 음부에 손가락을 넣고 찔꺽찔꺽 휘젓자, 사라는 다리를 한껏 오므리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됐어?”
“키, 키스할 때부터…….”
갑자기 강압적으로 변한 내 모습에 기죽은 걸까? 사라는 아까의 그 여왕님 같은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고분고분 내 질문에 대답해 줬다.
“그럼 내가 아니라 네가 하고 싶었던 거잖아? 아니야?”
“…….”
“대답해.”
“처음부터 하자고도 안 해…….”
……아, 응. 그건 또 네 말이 맞네. 사라야. 이럴 땐 그렇게 지당한 말씀 하지 말고 그냥 분위기에 적당히 넘어가 주면 안 될까?
“그럼 벌려.”
“으, 으으…….”
그래도 일단 내가 턱짓으로 하는 명령에는 순순히 따라줘서, 스스로 다리를 활짝 벌리고 덤으로 음부까지 손으로 벌려주는 사라였다.
여전히 예쁜 핑크빛 음부. 그 틈에서 애액이 흘러나와 엉덩이까지 주르륵 흘러내리는 걸 보고, 나는 웃으며 말했다.
“거기 말고.”
무슨 말인지 곧바로 알아챘겠지.
내 말과 동시에 사라의 엉덩이가 꽉 오므려지는 게 보였다.
“읏!? 하, 하지만…….”
힐끔힐끔 디아나와 레이아의 눈치를 살피는 사라였지만, 당연하게도 이제 와서 그런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저 둘이 보고 있는 걸 알면서도 먼저 하자고 한 건 사라니까.
“사라.”
그 뺨을 쓰다듬으면서 나지막이 이름을 불러주자, 사라도 그런 변명이 안 통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오, 오늘은 아직 준비도…….”
그래도 저항감이 사라진 건 아니어서 어떻게든 발버둥을 쳐보려고는 했지만.
“아까는 내가 원하는 건 다 해줄 것처럼 말하더니, 아니었어?”
내가 이렇게 말해 버리니 더는 할 말이 없어진 모양이다.
애초에 난 페니스 클리너 덕분에 딱히 준비 없이도 언제든 엉덩이에 삽입할 수 있다. 사라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닐 텐데도, 얘는 매번 나랑 할 때 미리 준비해오려고 한단 말이지.
“……으읏.”
삽입하기 좋도록 살짝 엉덩이를 더 들어 올리면서, 사라는 두 손을 조금 더 아래로 내려서 이번에는 자기 엉덩이를 활짝 벌렸다.
“너, 너무 빤히 보지 마……이 변태야.”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보기 좋게 엉덩이까지 들어줬는데 안 보면 실례잖아?
그리고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깨끗……진짜 너무 깨끗한데?
“사라.”
“왜…….”
“너 진짜 준비 안 했어?”
“…….”
시선 피하지 말고 이것아. 너 솔직히 말해. 언제 내가 덮쳐도 문제없게 미리 준비해왔지?
“……했다 이 변태야! 어쩔래! 히죽히죽 웃지 마!”
아니. 굳이 따지자면 이 상황에서 변태는 내가 아니라 사라 너 아닐까?
뭐, 좋아. 이런 귀여운 앙탈에 일일이 따지고 들 정도로 내가 속이 좁은 남자도 아니니까.
“그렇게 기대했다니, 안 해줬으면 큰일 날 뻔했네.”
“따, 딱히 기대한 게……아흣.”
아까의 애교 사라는 어디로 가고 다시 원래의 앙탈 사라로 돌아와 버리기는 했지만, 이렇게 되어서도 몸의 반응은 솔직했다.
사라의 엉덩이 구멍에 아주 살짝 귀두 끝을 담그자, 구멍이 꾸욱 오므려지며 주름들이 내 귀두 끝을 간질이는 게 느껴졌다.
여기로밖에 맛볼 수 없는 감촉이라는 거지.
내가 물건을 밀어 넣을 것처럼 허리에 힘을 주자, 사라도 반사적으로 날 받아들이기 위해 엉덩이에 힘을 풀었다.
“기대하는 것 같은데?”
“응흣……씨이……!”
하지만 내가 삽입하는 척하며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기만 하자, 사라는 물건 끝에 자극되는 엉덩이를 움찔움찔 오므리면서 새빨개진 얼굴로 날 노려봤다.
“하기 싫으면……!”
“도망가지 마.”
욱해서 일어나려고 하는 사라의 팔목을 잡아서 침대에 밀어붙이고, 나는 바로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세로 사라에게 미소 지었다.
“그러면 각오해. 옆구리 꼬집은 보답, 톡톡히 해줄 테니까.”
“응하으읏!?”
기습적으로 허리를 밀어 넣자, 좌우로 활짝 벌리고 있던 사라의 길고 예쁜 다리가 반사적으로 오므려졌다.
하지만 나는 허벅지 안으로 손을 가져가서 다시 강제로 두 다리를 활짝 벌리게 한 다음, 그대로 자연스럽게 허리를 가볍게 쿡쿡 움직였다.
“응그흣……하응……!”
“반응 좋네. 후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라를 내려다보며 깔보듯이 말한 나였지만, 나 역시도 입에서 반사적으로 감탄의 한숨이 새어나오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요즘 성에 틀어박혀서 매일같이 섹스 해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엉덩이로 하는 건 엄청 오랜만이니까 말이야.
그래서 일단 애널 섹스의 감촉에 익숙해지기 위해, 나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사라의 상의를 벗기는 걸로 시간을 벌었다.
사라도 움찔움찔 몸을 떨면서도 하면서도 벗기기 좋게 이리저리 움직여 줘서, 눈 깜짝할 사이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다.
“사라 너…….”
오랜만에 보는 사라의 알몸은, 여전히 감탄밖에 안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내 손에 딱 맞게 들어오는 크기의 가슴도 그렇고, 잘록한 허리에서 넓은 골반으로 이어지는 라인도 그렇고, 언제 봐도 톱모델 같은 분위기까지 느껴지는 완벽한 몸매였다.
“왜……?”
“아무것도 아니야. 너만 느끼지 말고 나도 좀 느끼게 조여 봐.”
그 압도적인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멍하니 쳐다보게 됐지만, 칭찬해 줄 수는 없지. 지금은 보복하는 시간이니까. 낮에 내가 져준다고 해서 너무 까불면 밤에 어떻게 되는지, 그 몸에 톡톡히 알려주겠어.
“조, 조이……!”
“말대답하지 마.”
“아흐읏!?”
나는 한 손을 사라의 가슴 위에 얹고는, 젖을 짜는 것처럼 우악스럽게 쥐었다.
가슴을 그렇게 만져지는 게 굴욕적이었는지 더 조이라는 말이 굴욕적이었는지 사라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항변했지만, 내가 허리를 살짝 뒤로 뺐다가 강하게 앞으로 밀어붙이자 곧바로 입을 다물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래. 그래. 이제 좀 할 만하군. 계속 그렇게 조이고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조임을 즐기듯이 길게 허리를 뒤로 뺐다가 앞으로 밀어 넣기를 반복하자, 사라도 기분 좋은지 물건을 끊을 듯 조이는 엉덩이 입구 부분에 힘이 풀렸다가 들어가기를 반복하는 게 느껴졌다.
계속 조이고 있는 것보다 이렇게 조였다가 풀어지기를 반복하는 게 오히려 더 포인트를 주는 것 같아 기분 좋았다.
사라도 그걸 알고 일부러 이러는 건가?
“그나저나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난 일단 보복하고 있는 건데 말이야.”
“하으응!”
느긋하게 맛보듯이 움직이던 허리에 다시 힘을 줘서 끝까지 단숨에 밀어 넣자, 내 물건을 삼키고 있는 엉덩이 구멍 바로 위의 예쁜 음부에서 푸슛하고 애액이 뿜어져 나왔다.
이렇게 일자로 예쁘게 닫혀 있는데도 뿜어져 나올 정도라니. 그럼 벌려보면…….
“응흐읏……흐읏…….”
허벅지 위에 올리고 있던 손을 가져가서 살짝 벌려보자, 엄청난 양의 애액이 기다렸다는 듯이 주르륵 흘러나와 내 물건을 적셨다.
“칠칠치 못하게 질질 흘리기는.”
중지를 살짝 음부에 밀어 넣어 보자, 사라 특유의 굴곡지고 좁은 음부가 내 손가락을 마디마디마다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 버릴 것처럼 조이는 게 느껴졌다.
애널 섹스도 좋지만, 이렇게 음부에 손가락 넣고 있으니까 물건으로도 맛보고 싶어지네.
뭐, 맛보고 싶으면 고민할 필요 없이 맛보면 그만이지만.
“응흣!? 왜……아흐읏!?”
내가 엉덩이 구멍에서 아예 물건을 뽑아 버리자 살짝 불만 섞인 눈으로 날 쳐다봤던 사라는, 곧바로 음부에 물건이 삽입되자 다시 눈이 몽롱하게 풀렸다.
“그렇게 기분 좋아?”
“하앗……흐응읏…….”
몸을 숙여서 사라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여 봤지만, 사라는 딱히 대답할 생각 없다는 듯 달콤한 한숨만을 내쉬었다.
“대답해. 기분 좋아?”
“응흐으읏……!”
그래서 다시 한번. 이번에는 물건을 끝까지 삽입하고 자궁구를 쿡쿡 찌르며 물어보자, 사라는 곧바로 발가락을 꾹 오므렸다가 활짝 펴며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응? 응?”
“기, 기분……조아아…….”
전신을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하고 있는 사라의 자궁구를 용서 없이 쿡쿡 찌르면서 대답을 촉구하자, 드디어 사라의 입에서 거의 녹아내린 목소리로 대답이 흘러나왔다.
“그래? 그럼…….”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할 내가 아니지.
절정하며 더욱 상태가 좋아진 음부에서 물건을 뽑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나는 마음을 다잡고 삽입을 푼 다음 다시 엉덩이 구멍에 물건을 힘껏 밀어 넣었다.
“흐하앙!?”
오, 귀여운 목소리. 지금까지는 그래도 어찌어찌 목소리를 억누르려고 노력은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조금 전에는 그런 것도 없이 마음껏 질러 버렸군. 드디어 사라도 참기 힘들어진 건가.
나는 진심으로 느끼는 사라를 흐뭇하게 내려다 보면서, 너무 자극이 심하지 않도록 허리를 천천히 움직였다.
아직도 절정이 끝나진 않은 사라는, 애널도 무척이나 상태가 좋아져 있었다.
앞쪽으로 느끼든 뒤쪽으로 느끼든, 상태가 좋아지는 건 똑같다는 건가.
“흐아아……하아……하아…….”
아무튼 내가 허리를 느긋하게 움직이며 기다려주는 사이에 사라도 점점 호흡이 정돈되기 시작해서, 나는 사라의 손을 마주 잡아 깍지 끼고는 속삭였다.
“다 느꼈어?”
“하아……으응?”
“절정. 끝났지?”
“그, 그런데……?”
“그러면 이번엔 이쪽으로 느껴.”
“응흐읏!?”
사라와 마주 잡은 두 손 아래로 힘껏 내리며 허리를 앞으로 밀어붙이자, 사라의 동공에서 한순간 힘이 풀리는 게 보였다.
“자! 자! 자!”
“흐응읏!? 하으읏!”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용서 없이 강하게 허리를 밀어붙였고, 조금 전에 막 절정의 늪에서 빠져나온 사라는 또다시 순식간에 절정을 향해갔다.
“흐하아앙으읏응!”
그리고 결국 음부에서 분수까지 뿜으며 애널로 절정에 달해 버린 사라는, 음부와 애널의 연속 오르가슴에 완전히 넋이 나가 버린 모양이었다.
“흐하아……하아아…….”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숨만 헐떡이는 사라의 모습에,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손깍지를 풀고는 그 얼굴을 어루만졌다.
“자, 그럼 다시 질문. 어느 쪽이 더 좋았어?”
“하아……에?”
이런. 완전히 정신이 나가서 질문의 의도를 파악 못 하는 건가.
하는 수 없지 머리로 이해 못 하겠으면 몸으로 설명해주는 수밖에.
“그러니까……여기하고.”
“응흣!?”
“여기.”
“하읏!”
물건을 뽑아서 음부와 애널에 번갈아가며 삽입해주자, 두 명기가 어떻게 얼마나 다른지 확실히 느껴졌다.
그나저나 음부는 그렇다 쳐도, 원래 섹스하라고 있는 곳도 아닌 애널까지 이렇게 명기라니. 진짜 우리 용사님은 어떻게 이렇게 단 한 군데도 빠지는 곳이 없이 완벽할 수가 있지?
“자, 어디가 더 기분 좋아?”
“하아……하아…….”
멍한 얼굴로 날 바라보던 사라는, 대답할 생각 없다는 듯 몸을 살짝 일으켜서 그대로 내 입술에 자기 입술을 맞추……려고 했지만, 가만히 그러게 놔둘 내가 아니지.
“대답해. 여기랑. 여기.”
사라의 양어깨를 잡고 다시 침대로 밀어붙이면서, 나는 다시 한번 사라의 음부와 애널을 번갈아가며 박았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깊숙하게, 뿌리 끝까지.
“응하흣!”
아까 분수를 뿜을 때 미쳐 다 못 내보낸 애액이 남아 있었다는 듯, 내가 애널 깊숙이 삽입하는 것과 동시에 사라의 음부에서 퓻 하고 또 한 차례 애액이 터져 나왔다.
“자, 어디가 더 좋아?”
“하아……하아…….”
계속해서 번갈아가며 음부와 애널을 쑤셔지자 절정도 길게 이어지는 건지, 아직도 절정의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사라였지만, 그래도 디아나나 레이아가 보는 앞에서 그런 부끄러운 선택을 할 수는 없다는 의식만큼은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지. 그럼.
“그런가. 정액까지 받아봐야 확실히 비교할 수 있겠군.”
“응하읏!?”
나는 사라의 애널에 깊숙하게 물건을 박은 채로, 그대로 사정을 시작했다.
그리고 아직 사정이 끝나지 않은 물건을 도중에 뽑아서 이번에는 음부에 깊숙이 박고, 나머지 정액까지 전부 토해냈다.
“후우……자, 이제 어때?”
허리를 몇 차례 움직여서 남아 있는 정액을 사라의 음부 안에 다 토해낸 다음, 나는 다시 애널로 물건을 옮겨 박으며 말했다.
내 사정을 안으로 받아내며 다시 가볍게 절정에 달해 버린 사라는 아까보다 더 눈이 풀려 있었지만, 그래도 이성을 완전히 잃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또다시 몸을 일으켜 키스로 얼버무리려고 하는 사라를 보고, 나는 웃으면서 다시 그 어깨를…….
“윽……흐흑…….”
“……사, 사라야?”
어? 좀 많이 거칠었나? 아니. 하지만 이 정도는 평소에 하던 이미지 플레이에 비해서 그리 거친 것도 아니잖아? 아, 설마 다른 애들 눈이 있어서?
“사, 사라야? 오빠가 좀 심했어?”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풀린 눈으로 날 노려보며 바들바들 떠는 사라의 모습에, 나는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어, 어쩌지? 일단 삽입부터 풀고……아니. 지금 빼면 괜히 더 이상해지나?
“키스 하고 싶단 말이야……왜 못하게 해?”
……아, 그런 거였어? 난 또 내가 너무 선 넘어서 그러는 줄 알고 놀랐잖아.
옛날에 내가 4계층에서 실종되고 돌아왔을 때. 내가 눈앞에서 잠깐만 사라져도 울며 매달리던 그때처럼, 살짝 어린애 같은 말투로 투정 부리는 사라.
나한테 한창 당하가다 갑자기 저런 말투를 쓰다니. 치사하기는 했고 쿨한 생김새랑 안 어울리기도 했지만, 그래도 솔직히 귀엽기는 귀여웠다.
“그래. 자, 해줄게. 키스.”
너털 웃으며 입술을 가까이 가져다주자, 사라는 기다렸다는 듯 두 팔을 내 목에 휘감으며 내 입술에 쪽쪽 달라붙어 왔다.
혹시 얘, 대답 회피할 목적으로 키스하고 싶다고 한 게 아니라, 진짜 순수하게 키스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가? 너무 열심히 달라붙는데.
“기분 좋아?”
“조아아…….”
아까는 수차례 추궁하고 나서야 겨우 들려줬던 대답도, 이렇게 간단하게 이렇게 녹아내린 목소리로 해주다니.
하여간 얘도 키스 어지간히 좋아한다니까.
“음……쪽. 구원……구워언…….”
“그래. 그래. 맘껏 해라.”
어차피 한번 분위기가 이렇게 되어 버린 이상, 이제 와서 다시 옆구리의 보복을 하겠다고 거칠게 해봤자 나만 바보 같아질 뿐이다.
나는 그냥 사라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키스나 하게 내버려두기로 했다.
뭐, 나도 일단 허리를 슬쩍슬쩍 움직여서 애널 감촉을 즐기기는 하겠지만.
“응……하아……쪽. 쪽. 쪽. 구언도 혀……응훗. 그어케. 쪽.”
애널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쾌감과 키스하며 느끼는 행복감에 뇌가 곤죽이 된 것처럼 헤실헤실 웃으면서 내게 매달리는 사라의 모습은, 평소의 얼음 공주 사라만 알던 사람한테 보여주면 절대 동일인물이라고 믿지 않을 수준이었다.
뭐, 이런 모습도 계속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30분? 아니면 1시간? 도중에 애널에 삽입한 물건을 음부로 바꿔 삽입해서 힐링 섹스를 발동시키지 않았다면, 둘 다 입술이 불어터지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오랫동안 달콤한 키스를 주고받은 끝에, 사라는 겨우 만족했는지 입술을 떼고는 슬쩍 눈을 피했다.
“왠지……부끄럽네.”
“이제 와서?”
부끄러워하기에는 많이 늦지 않았냐?
뭐, 그전까지는 쾌감에 제정신이 아니었으니, 허리 움직임이 멎은 지금에 와서야 이성이 조금 작동하게 되는 거겠지만.
“그, 그치만……왜 둘은 아까부터 보고만 있는 거예요!? 같이 안 할 거예요!?”
사라 얘는 또 괜히 자기가 부끄럽다고 디아나랑 레이아를 끌어들이네.
뭐, 둘 다 아까부터 숨도 죽인 채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으니, 시선이 신경 쓰인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둘이라니 디아나는 그렇다 쳐도 레이아는 같이하기로 한 적 없잖아.”
“자, 자네! 이왕 도와줄 거면 이 몸도 같이 도와주게에!”
내가 일단 레이아부터 구해주자, 디아나가 팔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이며 항의했다.
“아니. 그렇게 말해도……디아나는 같이하기로 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것처럼 말하지 말게! 그, 그런 걸 봤는데 이제 와서 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아!”
말하면서 또 생각나 버린 건지, 디아는 두 손으로 은근슬쩍 다리 사이를 누르며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그런 거라니. 우리 뭐 이상한 거 했나?”
“……나, 나한테 물어보지 마. 변태 오빠.”
그렇게 말한다는 건, 사라도 짐작 가는 게 있다는 건가.
하지만 난 진짜 모르겠는데. 초반에 좀 거칠게 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디아나하고도 많이 했잖아? 차라리 그런 플레이 잘 안하는 레이아가 놀랐다면 모를까.
그러면 키스를 너무 오래해서? 아니. 키스라면 디아나도 사라한테 지지 않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그럼…….
“아, 애널 섹스 말인가.”
“벼, 변태! 그걸 말하기야!?”
“디아나도 해볼래?”
“어, 엉덩이에 그런 것이 들어갈 리 없지 않은가!”
사라가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가슴을 때리는 걸 무시하면서 디아나한테 넌지시 제안하자, 디아나는 기겁하며 두 손으로 엉덩이 쪽을 가렸다.
하지만 그 말과 행동이 오히려 사라를 자극하는 결과를 낳아 버려서.
“잠깐만요! 뭐에요!? 그럼 제가 이상한 것 같잖아요!”
“그러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 겐가!?”
“벼, 별로……이 정도는 요즘 보통이거든요!? 그렇지 구원!?”
“당연하지.”
“……사라 양. 그이가 동의해 준다고 해서 자네의 그 말에 설득력이 생길 것 같은가?”
“……큭!”
아니! 사라야! 거기서 네가 동의하면 안 되지! 왜 갑자기 약해지고 그래!? 당당하게 그렇다고 말해! 오빠가 부끄러워!?
“으으읏……아, 아무튼 디아나도 해보면 알아요!”
“그러니까 이 몸은……다, 다가오지 말게! 마법을 날릴 걸세! 위협이 아닐세! 정말일세!”
삽입을 풀고 일어나서 자기 쪽으로 다가오는 사라의 모습에, 디아나는 기겁하면서 외쳤다.
뭐, 음부와 엉덩이에서 정액을 흘리면서,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좀비같이 다가오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저렇게 기겁하겠지만.
자, 디아나. 해보면 디아나도 분명 기분 좋을 거예요.”
본인이 진심이라는 걸 보여주려는 건지 손바닥 위에 빛나는 구체를 하나 띄운 디아나였지만, 사라는 전혀 두렵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저쪽이 대마법사라면, 이쪽은 용사니까 말이야.
“히이익! 다가오지 말게에!”
진심으로 울먹이는데도 자비 없이 디아나에게 다가가는 사라.
일단 말투는 쿨한 척하고 있지만, 남들 앞에서 애널 섹스를 보여주고 지적까지 당한 게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다.
“이거 일이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걸. 설마 용사 vs 대마법사라는 꿈의 대결을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이야.”
“구원 씨. 재미있어하실 때가 아니에요.”
“아차, 그랬지.”
레이아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무 흥미진진한 상황에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보고 있었지만, 레이아 말대로 이럴 때가 아니다. 애초에 내가 왜 마음에도 없는 보복 운운하면서 사라를 찍어 눌렀던 건데.
둘이 진짜로 격돌하기 전에 말리기 위해, 나는 성큼성큼 둘의 곁으로 다가갔다.
부끄러움에 눈 돌아간 사라를 대체 무슨 수로 말릴 거냐고? 뭐, 이 방법밖에 없잖아?
“디아나 포흥히으흣!?”
나는 사라의 뒤로 살며시 다가가서는, 여전히 내 정액이 새어나오고 있는 음부에 있는 힘껏 물건을 박아 넣었다.
원래라면 사라가 내 접근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지만, 그만큼 사라도 필사적이었다는 뜻이겠지.
내 기습적인 삽입으로 간신히 버티고 있던 다리에 힘이 풀려 버린 건지, 사라는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지려고 했다.
그러기 전에 나는 사라의 양 팔목을 잡아서 뒤로 당겼고.
“흐흐읏!?”
자연스럽게 나와의 삽입부에 무게가 실리게 되자, 사라는 등부터 고개까지 상체 전체를 뒤로 한껏 젖히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뭐, 그렇게 힘이 들어간 건 한순간이었고, 곧바로 다시 힘이 빠지며 축 늘어지게……아, 위험해. 빠지겠다.
“응흐읏! 흐읏!”
사라의 팔을 더욱 뒤로 당기며 허리를 몇 차례 움직여 물건을 안정적으로 사라의 안쪽에 밀어 넣자, 사라 뒤로 한껏 젖혀졌던 사라의 고개가 이번에는 아래로 축 늘어지게 됐다.
팔을 잡아당기고 있는 덕분에 등은 아직도 활모양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힘없이 늘어져서 뒤에서 내게 박힌 채 이런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게 오히려 더 남심을 자극했다.
뭐, 지금은 이런 걸 보고 흥분할 때가 아니지만.
“사라야. 진정해.”
내가 모처럼 마음에도 없는 보복 운운하면서 도와줬는데 말이야.
그때 계속 사라한테 주도권을 내준 채로 가만히 있었으면, 십중팔구 디아나도 말려들어서 쓰리썸이 됐을 테니까.
뭐, 나도 쓰리썸이 싫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여기에 온 목적은 그게 아니잖아?
이미 마신의 영향을 받아 버린 사라랑 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나머지는 빨리 목적만 완수하고 돌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다. 쓰리썸은 이런 곳보다는 밝고 넓은 곳에 나가서 제대로 하고 말이다.
“디아나 너도.”
그랬는데 디아나 이 녀석은 쓸데없이 애널 얘기를 꺼내서 도발이나 하다니. 아, 처음에 애널 섹스라고 대놓고 말한 건 나였던가? 아무렴 어때.
아무튼 모처럼 내가 이렇게 도와주는 거니까, 디아나 너도 얼른 이반이 남긴 유산인지 뭔지를 해석하는 척이라도 해서…….
“디아나?”
사라를 완전히 제압한 나는 다시 사라가 정신 차리고 디아나한테 덤벼들지 못하게 허리를 퍽퍽 흔들면서 디아나에게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사라의 머리 너머로 힐끔 보이는 디아나의 얼굴은 이 위기에서 빠져나갈 생각이 없는 것처럼, 오히려 바라고 있기까지 한 것처럼 뺨을 살포시 붉힌 채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설마 저 녀석……눈앞에서 사라가 내 물건에 제압당해서 느끼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덩달아 흥분해 버린 건가?
아니 뭐, 솔직히 말해서 이런 모습 보여주면 나 같아도 흥분할 것 같기는 하지만.
“디아나!”
“햐읏!? 왜, 왜 그러는가아!?”
이제 와서 놀라기는. 내가 부르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는 건가.
“너도 하고 싶어?”
“흥긋…….”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손으로 자기 다리 사이를 꾹 누르며 시선을 피해 버렸다.
그리고 동시에, 어째선지 사라도 음부를 꾸욱 조여 왔다.
자기랑 하고 있으면서 다른 여자랑 대화하지 말라는 건가. 이런 것까지 질투해서 흥분하는 주제에 잘도 디아나를 끌어들이려고 했군.
“이, 이 몸은…….”
“디아나.”
“또 뭔가아!?”
“어설프게 얼버무릴 생각하지 마. 확실히 말해. 요즘 7계층은 마신의 영향 때문에 참으면 안 되는 거, 디아나 너도 잘 알잖아?”
“우으……우으으으!”
아니. 나한테 화내지 마. 마신의 영향이 나 때문은 아니잖아? 뭐, 디아나를 흥분시켜 버렸다는 점에서는 나도 책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이 몸이 이상한 것이 아닐세! 이 몸은 그런……!”
“알아. 디아나는 보는 것보다 보여주는 것에 흥분하는 타입이잖아?”
“그, 그런 의미가 아닐세! 무슨 말을 하는 겐가아!”
“뭐, 아무튼 옷 벗고 기다려.”
이 이상 디아나랑 얘기하고 있으면, 사라 얘가 또 질투심에 눈 돌아가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까.
입으로 항의할 힘은 없는지 겉보기에는 신음만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까부터 계속 음부를 꾸욱 꾸욱 사정없이 조이는 게 곧 폭발할 징조야.
“흥읏! 하읏! 으응!”
나는 일단 디아나와의 얘기는 그렇게 마치고, 사라에게 삽입한 상태 그대로 걸음을 옮겨 침대로 돌아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자궁구까지 충격이 전해지는지,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있던 다리가 반사적으로 접히는 게 보였다.
억지로 절정을 참는 건가. 그래. 그럼 조금만 더 참아. 조금만 더 가면……이렇게!
“으흣!”
침대 위로 가서 드디어 사라의 팔목을 놓아주자, 사라는 그대로 상반신 전체를 침대에 파묻으며 축 늘어졌다.
그러면서도 엉덩이는 박기 좋게 위로 한껏 들고 있는 것이, 여전히 사라는 이 자세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뭐, 사라 본인은 키스하기 힘든 자세라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아하응! 흐응읏!”
안 좋아하는 것치고는 매번 반응이 너무 좋단 말이지.
뭐, 나도 좋아하지만. 이 자세는 사라의 이 잘록한 허리와 하트모양 엉덩이가 제일 강조되는 자세니까. 사도 인장도 제일 눈에 잘 들어오고.
두 손으로 이불을 꽉 틀어쥐며 몸부림치는 사라의 모습에, 나도 더욱 물건을 팽창시키며 허리를 퍽퍽 힘차게 움직였다.
“흐아으응흐읏!”
그러면서 그 탄력 있는 엉덩이에 손을 얹은 채 엄지를 뻗어 사도 인장을 쓰윽 만져주자, 사라가 뒷발질을 하는 것처럼 다리를 확 접으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기분 좋아?”
몸을 숙여서 사라의 귓가에 속삭이자,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사라가 간신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애원하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키, 키슈…….”
하여간 키스 정말 좋아한다니까.
웃으면서 그 입술에 입술을 맞춰주자, 사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혀를 내밀었다.
혀에 힘이 완전히 풀려 있어서, 간신히 내 입안에 들어오기만 할 뿐 전혀 움직이지 못했지만.
“또 쌀게.”
“응……으응. 싸줘어……구어언…….”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는 사정할 곳을 지정이라도 해주듯이 자신의 음부를 꾸우욱 조였다.
네가 그렇게 애원하지 않아도, 당연히 나도 처음부터 안에 싸줄 생각이었어.
“응흐읍……쭈읍……헤흐……쪽…….”
퍽 하고 마지막으로 강하게 허리를 밀어쳐서 사라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물건을 밀어 박은 다음, 나는 사라의 혀를 강하게 빨아주면서 그대로 사정을 시작했다.
마치 오줌을 싸는 것처럼 시원스럽게 뽑혀 나오는 정액. 그 진한 정액이 자신의 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에 사라도 완전히 넋이 나간 건지, 바들바들 떨리는 엉덩이 외에는 전혀 움직임이 없어졌다.
혀까지 이렇게 축 늘어져서는.
입안에서 톡톡 건드려봤지만, 사라의 혀는 힘없이 늘어진 채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응……아앙…….”
하는 수 없지. 입술을 떼고 몸을 일으켜서 허리를 뒤로 빼자, 내 귀두가 안쪽을 긁으면서 뽑혀 나오는 감각이 또 기분 좋았는지 사라의 입에서 귀여운 신음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완전히 뽑히기 전에는 입구에서 귀두가 걸릴 정도로 꽉 물어주기까지. 온몸에 힘이 없으니 의식적으로 하는 것도 아닐 텐데, 보면 볼수록 대단해.
“고마워. 사라야. 기분 좋았어.”
“나, 나도……조아써허…….”
사라가 엎드려 있는 곳 바로 옆에 누워서 그 볼에 살짝 키스해주자, 사라도 힘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솔직하게 말해 줬다.
아까 그렇게 디아나를 잡아먹을 것처럼 행동하던 애가 섹스 한 번에 이렇게 되다니. 사라 얘도 그동안 상당히 섹스가 고팠던 모양이다.
“그래? 그렇게 좋았으면, 마무리도 해주지 않을래?”
섹스 후의 마무리. 이제 와서 그게 뭔지 알아듣지도 못할 정도로 사라는 경험이 적지도 센스가 없지도 않았다.
힐끔 시선을 내려서 정액과 애액으로 범벅된 내 물건을 확인한 사라는, 힘이 안 들어가는 몸을 나른하게 움직여서…….
“하읏!”
고개를 내 다리 사이에 파묻으려고 했지만, 오랜만에 즐긴 격정적인 섹스에 도저히 힘이 안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내 다리 사이까지 가져가기는커녕 옆으로 쓰러지는 게 고작이라는 듯, 사라는 옆으로 누워서 축 늘어진 채 거친 숨만 몰아쉬었다.
이건 아무래도 안 되겠군. 그럼 내가 일어나서 그 입에 직접 넣어줄까? 뭐, 입에 넣어줘도 저렇게 풀린 혀로 제대로 청소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제가 대신 해드릴게요.”
아래쪽에서 천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따뜻하고 촉촉한 무언가가 하반신을 감싸는 느낌이 들더니.
“으윽…….”
기분 좋아. 기분 좋지만, 청소 펠라 치고는 자극이 좀 강한 거 아니야?
시선을 아래로 내려 보니, 보랏빛 안광을 빛내고 있는 우리 천사님이 요염한 표정으로 내 물건에 혀를 감고 있었다. 게다가 어째선지 알몸으로.
뭐야 이거? 어떻게 된 거야?
그 천사님의 바로 옆.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있는 디아나에게 의문스러운 시선을 던져 보니, 디아나는 ‘자네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닌가아!’ 하는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그렇군. 나와 사라의 섹스를 보고 흥분한 건, 디아나 혼자가 아니었다는 건가.
일단 한번 흥분하면 마신의 영향 때문에 끝까지 해야 하는 건, 디아나뿐만 아니라 레이아도 마찬가지니까 말이야.
“응흡……쭈우웁……쪼옥……자아, 이제 깨끗해졌네요.”
혀로 내 물건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핥아준 레이아는, 마지막으로 내 물건을 뿌리까지 삼킨 다음 입술을 힘껏 오므리고 고개를 쭉 들어 올려서 완벽하게 마무리해 줬다.
입술이 물건에서 떨어지기 전에, 귀두 끝만 키스하는 것처럼 살짝 머금고 요도구를 쪽 빨아주는 것까지. 정말 이것보다 더 완벽한 청소 펠라가 있을까?
“다음은……뭘 원하세요?”
그리고는 자신의 타액 범벅이 된 내 물건을 손으로 부드럽게 붙잡고 위아래로 미끌미끌 천천히 흔들어주면서, 레이아는 내게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청순가련의 대명사인 천사님이 이렇게 섹시하기까지 하면, 진짜 반칙 아니야?
뭐, 그래도 그 성격이 어디 가는 건 아니라서,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지 뺨도 살짝 붉었고 미소도 살짝 어색했지만. 그마저도 좋았다.
“그렇군……디아나는 뭐 없어?”
“이, 이 몸 말인가아!?”
갑자기 화살이 자기한테 날아올 줄은 몰랐다는 듯, 디아나는 침대 위에 주저앉은 자세에서 공중으로 펄쩍 뛰어오르며 놀랐다.
“그럼 디아나는 그러고 가만히 있을 거야?”
“하, 하지만 이 몸은…….”
지금 이 몸이 무언가 하면, 사라양이나 레이아양에게 전부 보이게 되지 않는가!
그렇게 말하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디아나야. 여기에서 그런 이유로 거부해 버리면, 본인이 노출증이라고 자백하는 거나 마찬가지가 될 텐데, 괜찮겠어?
“우으……우으읏……!”
내 시선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디아나는 두 눈을 꼭 감고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내 물건 쪽을 뻗었다.
“힉!”
손끝이 내 물건에 닿자 움찔하고 손가락을 접더니, 다시 조심조심 손을 뻗는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디아나가 내 물건을 움켜잡게 된 디아나는, 손에 힘을 잔뜩 주고 쭉 뻗은 팔 전체를 흔드는 식으로 난폭하게 내 물건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뭐, 디아나가 아무리 손에 힘을 잔뜩 줘봤자 디아나의 악력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었고, 난폭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도 잔뜩 묻은 레이아의 타액이 윤활제가 되어서 미끌미끌 잘만 움직였지만.
아까 맛본 레이아의 느릿느릿 부드러운 대딸과는 상당히 느낌이 달랐지만, 기분 좋다는 점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하아……하아…….”
그저 손으로 해주고 있을 뿐인데도, 디아나의 숨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역시 사라나 레이아의 시선을 의식하는 거겠지.
안 그래도 디아나를 귀여워하던 레이아는 그런 디아나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는지, 예쁜 눈웃음을 지으며 디아나를 바라봤다.
뭐, 얼굴을 내 물건이 가로막고 있으니, 얼마나 잘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디아나의 대딸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레이아는 내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디아나의 손에 닿지 않게 조심조심 혀만 내밀어서 내 음낭을 부드럽게 핥아주었다.
즉, 난 지금 막대 부분은 대마법사님께 만져지며 성녀님께 알을 핥아진다는 극상의 쾌감을 맞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성녀님의 눈웃음까지 보게 되니……레이아는 그럴 생각이 아니었겠지만, 거기 핥아주면서 그렇게 눈웃음 지으면 아무리 청순가련하게 생긴 사람이라도 요염해 보이거든.
덕분에 아까 사라의 안에 싼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내 물건은 흥분을 주체 못 한 채 쿠퍼액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쿠퍼액이 디아나의 손 움직임을 더욱 매끄럽게 해줬고, 움직일 때마다 들리던 찔꺽찔꺽하는 야한 소리를 점점 더 커지게 했다.
“아으으…….”
디아나도 내가 흥분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는 덩달아 더 흥분되는 건지, 곱게 무릎 꿇고 앉은 다리를 꼼지락꼼지락 움직였다.
내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발을 다리 사이에 가져다 대고 은근슬쩍 비볐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더욱 흥분돼서, 나는 가만히 놀고 있던 손을 움직였다.
한 손은 옆에 누워 있는 사라의 엉덩이에, 다른 한 손은 반대쪽 옆에 얌전히 무릎 꿇고 앉아 있는 디아나의 엉덩이에.
“응흣…….”
“응하앗!”
사라는 이미 충분히 느낀 후니, 그냥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부드럽게 엉덩이를 어루만져주는 느낌으로.
디아나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니, 몸이 더 달아오르도록 적극적으로.
“하으……하으으…….”
내 손가락이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 오자, 디아나는 숨을 더 거칠게 몰아쉬면서 손을 더더욱 빨리 움직였다.
그리고 크게 맥동하는 내 물건과 디아나의 손이 빨라지는 걸 보고 곧 사정할 거라 생각한 거겠지. 레이아는 혀뿐만 아니라 입술로도 내 음낭을 빨아주기 위해서 조금 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아음……쪽.”
천사님은 내 음낭에 달콤하게 키스를 해주더니, 그대로 그 부드러운 입술을 오물오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혀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뾰족하게 세운 혀끝으로 할짝할짝 핥아주기까지.
“큭……후우…….”
끊임없이 상승하는 지금의 흥분을 쿨다운 없이 계속 만끽하고 싶어서, 나는 크게 심호흡하며 대마법사님과 성녀님의 합공을 버텼다.
“기분 좋아 보이네.”
하지만 거기에 용사님까지 가세하면 아무리 나라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살짝 질투심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 후, 사라는 곧바로 자기 입술을 내 입술에 겹치며 손으로 내 유두를 빙글빙글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큭……위험해. 이러다가 진짜 싸겠어!
“응흐으읍!?”
급격하게 사정감이 차오른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움직여서 디아나의 머리를 내 다리 사이로 내리눌렀다.
제일 가까운 건 레이아였지만, 내 손은 사라와 디아나의 엉덩이에 가 있었으니까 말이야. 반사적으로 움직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디아나의 머리 잡고 누르게 됐다.
아무튼 그렇게 디아나의 입안에 물건을 반강제적으로 물린 다음, 나는 곧바로 사정을 시작했다.
위로는 용사님께 키스하면서 유두를 애무 당하고, 밑으로는 성녀님께 음낭을 빨리면서 대마법사님의 입안에 사정한다니. 이것보다 더 사치스러운 사정이 세상에 존재할까?
“응그흡……으흡……응흐읍!”
갑자기 내 물건을 입에 물고 사정까지 받아내게 된 디아나는 입안으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정액을 삼킬 생각도 하지 못하고, 뺨을 부풀리면서 그저 내 정액을 받아내기만 했다.
“후우…….”
그렇게 황홀한 사정을 끝낸 다음, 나는 코로 길게 숨을 내쉬며 아직도 내 입안에서 흐물흐물 움직이고 있는 사라의 혀를 가볍게 깨물었다.
“아응!”
그러면서 동시에 사라의 엉덩이를 찰싹 가볍게 때리자, 사라는 섹시한 콧소리와 함께 입술을 떨어뜨렸다.
정말이지. 이 용사님은. 완전히 전투 불능이 된 줄 알았더니 설마 이런 기습을 할 줄이야.
약간의 불평을 담아서 그 탄력 있는 엉덩이를 꽉 잡아준 다음, 나는 상체를 일으켜 아래를 확인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굳은 디아나와 어색하게 미소 짓는 레이아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각각 내 귀두와 음낭을 입술로 문 채로.
“으, 으, 으음!”
“앗, 야. 잠깐!”
설마 내 정액을 입으로 받는 모습을 이렇게나 가까이서 남이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거겠지.
디아나가 입에 있는 정액을 삼킬 생각도 안 하고 뭔가 외치려고 하는 걸 보고, 나는 황급히 그 뒷머리를 누르고 있는 손에 힘을 줬다.
이 녀석 입도 작으니까 말이야. 일단 이렇게 물건으로 막아놓으면 새어 나오는 일은 없겠지.
“야. 입에 그렇게 정액 잔뜩 담고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일단 진정하고 뒤처리부터 해줘. 그냥 입 떼면 너도 곤란하잖아?”
디아나의 찰랑찰랑한 은발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말하자, 디아나는 울먹이는 눈으로 나와 레이아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 시선의 의미를 눈치챈 내가 황급히 레이아에게 눈짓을 주자, 레이아도 금세 알아듣고는 어색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면서도 내 음낭에 손을 뻗어 아래에서 감싸 쥐고 부드럽게 마사지해주는 건, 역시나 봉사의 마음가짐이 뼛속까지 박혀 있는 천사님이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덕분에 물건 안에 남은 정액을 울컥울컥 디아나의 입안에 또 토해내고 말았다.
“죄송해요. 그럴 작정은…….”
“아니. 괜찮아. 기분 좋았어.”
애초에 레이아가 사과할 만큼 잘못한 것도 없고 말이야.
그냥 이 대마법사님이 조금 변태라서 일이 이렇게 됐을 뿐이지.
“자, 디아나. 이 정도 떨어졌으면 됐지?”
“……응긋. 웅읍.”
‘전혀 되지 않았네!’ 라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는지 디아나는 꿀꺽꿀꺽 목을 울려서 내 정액을 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액을 다 삼킨 다음에는, 또다시 눈을 데굴데굴 굴려서 사라와 레이아의 얼굴을 살폈다.
둘 다 눈치껏 고개를 돌려서 안보는 척을 해주자, 그제야 디아나는 혀를 할짝할짝 움직여서 내 물건을 마무리해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하으아……하아……하으…….”
“고마워.”
“가, 갑자기 무슨 짓을 하는 겐가아…….”
불평을 하면서도, 목소리는 무척이나 달콤한 디아나였다.
어떻게든 참고는 있는 모양이지만, 역시 엄청나게 흥분했군.
“미안해. 그대로 싸면 여러모로 뒤처리가 귀찮잖아. 그래서, 다 삼켰어?”
“당연하지 않은가…….”
디아나의 허리를 잡고 내 옆으로 바짝 끌어당기며 말하자, 디아나는 수줍게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렸다.
입안에 들어온 내 정액은 삼켜주는 게 당연하다는 건가. 귀엽기는.
“보여줘.”
“무, 무얼 말인가?”
“입 안. 전부 제대로 삼켰는지 보여줘.”
“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게!”
“보여줘.”
디아나는 화들짝 놀라서 외쳤지만, 내가 그 긴 귀를 입술로 부드럽게 깨물며 다시 한번 부탁하자 금방 약해져서는 우물쭈물 거리기 시작했다.
“하, 하지 마안…….”
사라랑 레이아 앞에서 그런 것까지 하는 건 부끄럽다는 건가.
힐끗힐끗 주변을 살피는 디아나의 모습에, 나는 왠지 더 곤란하게 해주고 싶다는 감정이 샘솟았다.
이것도 마신한테 정복욕을 자극받았기 때문인가. 큭. 빌어먹을 마신놈. 디아나. 원망하고 싶으면 마신을 원망해.
“입. 벌려.”
“아, 아아…….”
목소리를 내리깔고 디아나의 귓가에 속삭이자, 디아나가 떨리는 눈으로 날 쳐다보면서 천천히 입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래. 착하지.”
나는 디아나의 머리를 한차례 쓰다듬어준 다음, 그 턱을 잡고 움직이며 입안을 여기저기 살펴보는 척을 했다.
“응흣……후우…….”
그러자 디아나의 몸이 점점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허벅지를 맞비비듯이 다리가 꼼지락꼼지락 움직이고, 코에서는 달콤한 한숨까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흐헤아……하으…….”
그리고 그 입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어서 혀를 잡고 살짝 잡아당기기도 하고 들춰보기도 하면서 가지고 놀다가 놔주니, 디아나의 표정이 흐물흐물 녹아내려 버렸다.
“왠지 하고 싶어졌다. 그치?”
디아나의 귓가에 속삭이자, 디아나는 홀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려고 하다가 멈칫하고는 사라와 레이아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도 이렇게 흥분하고 있는데, 진짜로 섹스까지 하면 이성을 유지할 자신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다른 애들 눈치 보지 말고.”
“응흣!”
하지만 나는 디아나의 볼록 솟아오른 유두를 가볍게 꼬집어주며 다시 그 시선을 내게 고정하게 했다.
“디아나가 하고 싶은지 아닌지, 그것만……후우……생각해. 어때?”
레이아. 모처럼 분위기 잡고 있는데 갑자기 거길 잡으면 어떡해?
그야 디아나랑만 이러고 있는 건 미안하기는 한데, 얘가 제일 거부감이 심하잖아? 일단 한 번만 받아들이면 금방 녹아내릴 테니까 그때는 레이아도……윽!? 이, 이 물컹물컹 황홀한 감촉은? 설마 가슴으로 감싸고 있는 건가?
사라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던 손을 뻗어서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다를까 물컹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내 손안을 가득 메웠다.
설마 레이아가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물론 보통이라면 질투할 상황이 맞기는 하지만, 우리 천사님이 보통은 아니잖아? 그래서 안심하고 일단 디아나부터 완벽하게 녹여 버리자고 생각했던 건데.
미안하다는 감정을 담아서 그 가슴을 살짝 어루만져주니, “으응……후훗. 안 돼요…….” 하고 요염한 웃음소리와 함께 레이아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 된다니. 아니. 난……잠깐만. 설마 레이아, 지금 질투하는 게 아닌가?
디아나에게 집중된 내 시선을 끌려는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디아나랑 얘기하는 도중에도 기분 좋게 해주려고 가슴으로 해주고 있는 것뿐이야?
크윽. 우리 천사님은 대체 얼마나……좋아. 천사님이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거다. 나도 분발해서 디아나를 녹여 버려야지.
눈이 절로 다리 사이로 가려는 걸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나는 디아나에게 그대로 시선을 고정하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디아나도 하고 싶지?”
“아으으……이, 이 몸도……냥군님과 하고 싶네에…….”
가볍게 키스까지 해주자, 드디어 디아나는 성욕이 이성을 이겼는지 녹아내린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 자 여기 올라타.”
“하아……하아…….”
아까부터 은근슬쩍 내 물건을 가슴 사이에 끼워주고 있는 천사님의 어깨를 잡아서 슬쩍 뒤로 물러나게 한 다음 물건을 가리키자, 디아나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내 위에 올라타서 무릎 서기를 했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자연스럽게 활짝 벌려진 다리 사이에서는 끈적한 애액이 주르륵 흘러내려서 내 물건 위로 뚝뚝 떨어졌다.
“우으……냐, 냥군니임…….”
하지만 그렇게 되고도 아직 망설임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디아나는 45도 각도로 빳빳하게 서 있는 내 물건에 선뜻 손을 가져가지 못했다.
뭐, 디아나가 가져가지 못하더라도.
“디아나 씨. 도와드릴까요?”
우리 천사님이 계시지만.
내 다리 사이에 있던 천사님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서 내 물건을 감싸 쥐더니, 각도를 슬쩍 아래로 내려서 위를 똑바로 향해 보도록 했다.
“응하읏!?”
디아나가 무릎으로 서 있다고는 하지만, 디아나의 몸집이 작기도 하고 내 물건이 길기도 해서, 내 물건이 90도 각도로 똑바로 서자 그 끝이 디아나의 음부에 여유롭게 닿았다.
아니. 닿는 정도가 아니라, 디아나의 말랑말랑한 음순을 강하게 가르고 지나가며 그대로 귀두 전체가 음부 안에 들어가게 됐다.
“아, 아흐아아…….”
몸과 목소리를 덜덜 떨면서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는 디아나였지만.
“어머…….”
뒤에서 흘러나온 레이아의 감탄성에, 결국 끈이 뚝 끊어진 것처럼 다리에 힘이 풀리며 단숨에 내 물건을 끝까지 받아들이고 말았다.
“응하읏……하앗……아아아응…….”
꽉 쥔 두 주먹을 내 가슴 위에 올리고, 상반신을 앞으로 푹 숙인 채 몸을 바들바들 떨며 절정을 견디는 디아나.
셋 중 제일 오밀조밀하고 탱글탱글한 주름이 내 물건에 휘감기며 꾹꾹 조여 대는 감촉에 나는 반사적으로 그 엉덩이를 꽉 쥐고 허리를 위아래로 강하게 튕겼다.
비좁은 구멍을 억지로 열어젖히고 오밀조밀한 주름들을 거칠게 헤집는 허리 움직임.
그런데도 디아나의 안쪽은 탱글탱글함을 잃기는커녕 더욱 쫀득하게 내 물건에 휘감기며 극상의 쾌감을 전해 줬다.
“응히읏!? 하응! 하히응!”
안 그래도 성벽을 제대로 자극당해 절정 중인 디아나는 내 허리 움직임에 반쯤 정신이 나간 것 같은 표정으로 허리를 덜컥덜컥 움직였다.
일단 절정이 끝날 때까지는 기다려주는 게 좋지 않을까? 머리 한구석에는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내 몸은 이미 머리의 통제를 벗어난 상태였다.
이대로 극상의 쾌감을 계속해서 맛보며 그대로 안에 싸고 싶다. 그런 충동에 지배당해서 나는 계속해서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큭!”
“응히그으응읏!”
그리고 바라던 대로 디아나의 쫄깃쫄깃한 음부를 맛보다가 그대로 사정을 시작하니, 디아나는 내 가슴에 올려둔 두 주먹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는 허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에 달했다.
“햐으……아, 하아……응하읏……!”
일단 허리를 꾹 눌러서 제일 안쪽에 정액을 받아내고, 두 번째 세 번째 웨이브는 허리를 살짝 띄워서 위아래로 덜컥덜컥 움직여서 사정을 돕는 디아나.
게다가 그렇게 덜컥덜컥 움직이는 와중에도 바들바들하고 미묘한 떨림은 계속되고 있어서, 진짜로 정액을 짜내기 위해서 만들어진 전용 기구 같은 느낌마저 드는 움직임이었다.
뭐, 덜컥덜컥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도 바들바들 잘게 떠는 것도, 디아나 본인의 의사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쾌감에 의해 반사적으로 나온 동작 같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야하단 말이지.
“으햐으……헤아…….”
상반신을 내 몸에 바짝 밀착시킨 채 허리 아래만 움직이는 디아나. 그 턱을 잡아서 살짝 위로 들어보니, 입가에 타액까지 질질 흘리면서 완전히 이성을 잃은 대마법사님의 얼굴이 보였다.
언제 어느 때나 이성적인 대마법사님이 나한테만 보여주는 얼굴.
뭐, 지금은 사라나 레이아도 보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 입술에 입술을 살짝 겹쳐보니, 사라만큼이나 키스 좋아하는 디아나답게 곧장 혀가 마중을 나와 줬다.
“응흐읍! 하으……쪼옥.”
한 손으로 그 앙증맞은 가슴을 부드럽게 조물거리며 혀를 감아주자, 디아나의 허리가 또다시 위아래로 몇 차례 움직였다.
위와 아래를 동시에 쪽쪽 빨리는 것 같은 이 느낌. 진짜 최고야.
뭐,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조금 따갑기는 했지만.
나는 디아나의 가슴에서 손을 떼고 다시 옆으로 뻗었다.
“하읏!”
사라 넌 아까 잔뜩 했잖아. 그렇게 질투하지 말고 조금만 참아.
그런 의미에서 사라의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때려주자, 사라도 이번에는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듯 가볍게 내 유두를 꼬집었다.
뭐, 꼬집었다고 해도 손에 힘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자극만 됐지만.
“흐에……?”
그것보다 문제는, 나와의 키스에 흐물흐물 녹아 있던 디아나가 사라의 신음을 듣고 다시 그 시선을 의식하게 됐다는 점이었다.
“아, 아, 아으…….”
나와 입술을 떼고 덜덜 떨리는 눈으로 사라를 힐끔 바라본 후, 이번에는 고개를 아래로 내려서 내 물건을 한 치의 틈도 없이 꽉 물고 있는 자신의 음부를 바라보는 디아나.
“아, 으, 으으읏…….”
그리고는 뭔가를 참는 것처럼 음부를 꾸우욱 조이며 엉덩이를 바들바들 떨더니.
“응크흣……!”
결국 참지 못하고 상체를 살짝 뒤로 누이며 분수를 뿜어 버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도 뒤로 넘어가게 됐는데.
“괘, 괜찮으세요?”
하필 거기에는 또 레이아가 있었다.
“하, 하히으……이, 이 몸……이 몸…….”
우와. 안쪽이 무지막지하게 조이기 시작했어.
드디어 제대로 발동 걸리는 건가. 이렇게 되면 섹스 한두 번으로는 절대 안 끝날 텐데 말이야.
뭐, 남이 보는 앞에서 디아나랑 한 거다. 이렇게 될 거라고 처음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크흥!”
디아나는 또다시 허리를 깊게 내려서 내 물건을 받아낸 다음,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반쯤 정신 나간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이, 이러케나 흥분하댜니……냐, 냥군님도……흥그흣……모, 몹쓸……샤내구머헌…….”
어? 왠지 평소랑 반응이 조금 다르네?
원래 노출증에 눈 돌아가면 주변 상황 같은 건 안중에도 없이 그저 탐욕적으로 허리를 흔들며 기절할 때까지 섹스에 몰두하는 디아나였는데. 오늘은 어째선지 이렇게 남 들으라는 듯 내 핑계를 대고 있었다.
뭐, 남이 보고 있는데도 탐욕적으로 허리를 흔들어댄다는 점에서는 평소랑 똑같았지만.
“내 핑계 대는 거야?”
“피, 핑계헤……아닐세…….”
그렇게 혀 풀린 목소리로 말해 봤자 설득력이 없는데 말이지.
“그래? 그럼 디아나는 흥분 안 했다는 거네?”
“무, 물로니히응읏!?”
디아나가 대답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그 음핵을 가볍게 꼬집어주자, 디아나는 또다시 분수를 뿜으며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냐, 냥군님 때문……냥군님이……냥군니히임…….”
이젠 핑계를 대는 건지 그냥 날 부르고 싶은 건지 모를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냥군님을 중얼거리며, 디아나는 분수를 뿜으면서도 계속해서 허리를 덜컥덜컥 움직였다.
드디어 평소 느낌으로 발동이 걸렸군. 아니. 뭐, 딱히 발동 걸리게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레이아.”
“네? 아, 네!”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기절할 때까지 디아나는 계속 이럴 거다.
그동안 사라나 레이아를 계속 방치할 수는 없으니, 나는 일단 디아나의 뒤에 있는 레이아부터 손짓해서 옆으로 불렀다.
그냥 옆으로 오라고 불러준 것뿐인데도 저렇게 기쁜 표정으로 다가오다니. 아까 질투했다고 오해한 게 미안할 정도로 천사 같은 레이아였다.
“레이아도…….”
사라처럼 내 옆에 누우라고 하려 했는데, 레이아는 그전에 내 머리맡에 앉더니 내 머리를 살며시 들어 올려서 무릎베개를 해줬다.
뒷머리에 느껴지는 레이아의 부드러운 허벅지 감촉도 물론 기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압권인 건 바로 시야를 거의 가려 버리는 가슴의 존재였다.
“아응……. 이렇게……말인가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그 가슴을 덥석 잡자, 레이아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이며 그 유두를 내 입으로 가져와 줬다.
“디아나는 한번 저렇게 되면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그동안 레이아도 쓸쓸하지 않게 해줘야지.”
“쓸쓸하다니 그런……아응.”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거면서.”
입안에 들어온 유두를 혀로 살살 굴리며 말하자, 옆에서 사라가 질투심 섞인 목소리로 핀잔했다.
뭐, 그 말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꺄응! 야! 구원! 너 아까부터 자꾸 엉덩이……응웁!”
내가 또다시 그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때리자, 사라도 더는 못 참겠다는 듯 한마디 하려고 덤볐다.
뭐, 그래 봤자 입술을 키스로 막아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 뒷머리를 잡고 억지로 얼굴을 당겨서 키스하자, 사라가 급하게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리며 뭔가 신호를 보냈다.
“하아……하아……어, 얼굴에 가슴 닿았잖아!”
아, 그런가. 이 자세에서 키스하려고 당겼으니, 자연스럽게 사라가 얼굴을 레이아의 가슴에 파묻는 모양이 된 건가.
진심으로 당황했는지 질투심도 잊고 외치는 사라였지만.
“오빠랑 키스하고 싶으면 참아.”
레이아의 무릎베개에서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사라의 뒷머리를 눌렀다.
“응후읍! 우음……쭈릅……큭! 하아……하아……진짜 이 변태……죽어 진짜…….”
사라야. 그렇게 귀여운 목소리로 험한 말 해봤자 하나도 안 무섭거든.
나는 투덜거리는 사라를 향해 피식 웃어줬다. 아마 레이아의 가슴에 가려져서 내 얼굴은 입밖에 안 보이겠지만, 그거면 충분하겠지.
나는 다시 레이아의 가슴을 잡고 살짝 잡아당겨서, 레이아의 유두를 혀로 살살 굴렸다.
“아흥……흐읏!”
한 손과 입으로는 레이아의 말랑말랑 부드러운 가슴을 탐닉하고, 다른 한 손은 사라의 탄력 있는 엉덩이를 더듬으면서, 아래로는 완전히 눈 돌아가서 허리를 움직이는 디아나의 쫄깃쫄깃한 음부를 맛본다.
사치스럽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완벽한 하렘 플레이를 즐기면서, 나는 또다시 신호가 오는 걸 느꼈다.
“아, 또 싼다.”
“응햐으응읏!”
아까부터 계속해서 음부를 꾸욱꾸욱 조이며 작은 절정을 반복하고 있었던 디아나는, 내 사정을 안에 받으며 또 한 번 커다란 절정을 맛본 모양이었다.
슬슬 몸에 힘이 풀리는지 상반신을 내 몸에 딱 붙인 채 허리 아래로만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디아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디아나의 얼굴이 닿은 부분에서 뭔가 축축미끌한 게 느껴지는데, 혀인가?
“응헤으…….”
아, 혀 맞구나.
레이아의 가슴을 만지던 손을 뻗어서 슬쩍 손끝으로 잡아보자, 미끌미끌한 혀의 감촉이 느껴졌다.
살짝 들어 올렸다가 놓으니 그대로 아래로 떨어져서 축 늘어지는 것이.
“디아나. 괜찮아?”
일단 하반신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으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혹시 기절한 거 아니야?
디아나의 앙증맞은 엉덩이를 톡톡 치면서 확인해 봤지만, 역시나 디아나는 반응이 없었다.
“하읏……잠드신 것……같아요…….”
역시 그렇군.
나는 스스로 허리를 몇 차례 움직이며 디아나의 안에 사정을 끝마친 후, 디아나의 몸을 사라의 반대편 옆에 뉘었다.
그리고는 몸을 일으켜서, 그대로 사라의 얼굴 앞에 물건을 들이밀었다.
“……뭐 하자는 거야?”
“처리해 줘.”
“우, 웃기지 마……왜 내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라의 시선은 내 물건에 고정된 채 떨어질 줄을 몰랐다.
우리 질투심 강한 사라로서는, 내 물건이 이렇게 남의 애액으로 범벅되어 있는 꼴을 두고 볼 수 있을 수 없겠지.
“하아……진짜 이 변태. 하음. 말도 안 돼 진짜. 쪽. 내가 왜…….”
투덜투덜 변명을 하면서도, 사라는 열심히 혀를 움직여서 내 물건을 핥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렇게 핥으면서 점점 더 흥분되기 시작했는지, 아니. 사실은 내가 디아나와 하는 모습이나 레이아의 가슴을 빠는 걸 보고 계속 흥분했던 거겠지.
또다시 사라의 숨이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눈도 몽롱하게 풀렸다.
“다 됐어?”
“응…….”
그리고 청소 펠라가 다 끝났을 즈음에는, 사라는 조금 전까지 보여주던 틱틱대는 모습을 완전히 버리고 다시 고분고분 애교 사라로 변해 있었다.
“잘했어. 그럼 레이아. 오래 기다렸지?”
뭐, 이번에는 사라 차례가 아니었지만.
“하? 야! 너 나랑 장난……웅으읍! 너 내가 키스해주면 뭐든 용서해주는 줄……응흡…….”
당연히 뭐든 용서해주지는 않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대부분 용서해주기는 하잖아. 이 키스마야.
끈적하게 혀를 얽힌 후 마지막으로 그 혀를 쪽 빨아준 다음에 입술을 떼자, 사라는 몽롱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일단 노려본다고 노려보고 있는 것 같지만, 이렇게 눈이 풀려서야 섹시하게만 보일 뿐이었다.
“넌 아까 잔뜩 했잖아. 이번에는 레이아 차례야. 조금만 참아.”
가볍게 버드 키스를 해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사라는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도 일단 수긍했다.
사실 아까 청소 펠라는 왜 자기한테 시켰냐고 따졌으면 나도 할 말이 없었는데, 사라도 키스에 넋이 나가서 거기까지는 생각이 안 미치는 모양이다.
아까의 격렬한 섹스 때문에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주제에 질투에 눈이 멀어서 또 하고 싶어 하는 모습도 그렇고, 진짜 예뻐 죽겠다니까.
“자, 레이아.”
“네……하지만 구원 씨? 저는 나중에 해주셔……아흐응!”
부드럽게 미소 짓는 레이아였지만, 그 다리 사이에 손을 가져가 보자 레이아의 음부는 이미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흠뻑 젖어서 눅진눅진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뭐든 양보하려고 하는 게 레이아의 안 좋은 버릇이야.”
이렇게 흥분했으면서 먼저 한 번 한 애한테 양보하려고 하다니. 그렇게 착해서 세상 어떻게 살려고 그래? 진짜 레이아 같은 천사가 나쁜 남자한테 걸리기 전에 날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
“구원이 제일 나쁘거든.”
옆에서 사라의 어이없다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다 무시. 나 이외의 다른 남자하고는 같은 공기를 마시는 것조차 싫어하는 여자가 말해 봤자 설득력 하나도 없어.
“하지만……응흐읏. 아, 알겠어요오…….”
내가 다시 한번 손가락으로 음부를 헤집어주고 나서야, 레이아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레이아를 사라와 레이아 사이에 눕히고는, 그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아서 정상위 자세가 됐다.
이렇게 셋이 나란히 있으니까, 진짜 박력 장난 아니네.
딱 보자마자 든 생각이 바로 이거였다.
하나만 놓고 봐도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미녀가 셋이나 알몸으로 나란히 누워 있다니.
“됐으니까 빨리하기나 해 변태야.”
뿌듯함과 행복함이 뒤섞인 것 같은, 뭐라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맛보며 벅차오르고 있자니, 사라가 내 물건을 덥석 잡고는 레이아의 음부에 밀어 넣었다.
아까 레이아가 디아나한테 그랬던 것처럼.
“네? 사, 사라 씨……응흐읏!?”
“사라야. 너 말이야. 아무리 자기도 빨리하고 싶다지만.”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아니기는. 흥분해서 몸 달아오른 게 눈에 보이는데.
뭐, 좋아. 앞서 맛본 사라나 디아나와는 또 다른, 눅진눅진 녹아서 부드럽게 감싸 쪽 빨아주는 것 같은 레이아의 안.
그 감촉에 집중하면서, 나는 두 손을 각각 사라와 디아나의 가슴 위로 가져갔다.
“……지금 시비 거는 거야?”
아, 아니! 그런 거 아니야!
그야 삽입 중인 레이아의 거대한 가슴을 놔두고 너희 가슴만 만지고 있으니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냥 아래로는 레이아랑 하고 있으니까 적어도 손은 너희 둘을 만져주고 싶어서……아니지. 내가 왜 이런 변명을 하고 있지?
“흥그읏!”
그냥 이렇게 가슴을 쥐어짜 주면 알아서 입을 다물 텐데.
잊지 말자. 난 밤의 제왕. 성자다. 낮에는 져주더라도 밤에는 절대 지지 않아!
“이, 이 변태……또 이상한 스위치 들어갔어어…….”
“우, 후후으응……!”
어이없어하는 사라와 어색하게 미소 짓는 레이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나는 열심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그 이후로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섹스를 해댄 건지, 나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레이아랑 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레이아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이성을 잃지 않고 평범하게 알콩달콩하게 할 수 있었다.
뭐, 옆에 틱틱 거리는 사라를 두고 하는 게 평범한 건지는 둘째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였다.
레이아의 안에 기분 좋게 사정을 하고 나니, 마침 디아나가 기절에서 깨어나지 않겠어? 그래서 별생각 없이 다시 디아나부터 덮쳤는데, 눈을 뜨자마자 남들 보는 앞에서 덮쳐지는 상황이 디아나의 취향을 제대로 적중해 버린 거다.
게다가 사라는 사라대로 청소 펠라 후 애써 질투심을 억누르며 레이아를 기다려줬는데, 드디어 자기 차례가 돌아왔다고 생각한 순간 내가 디아나를 덮치자 눈이 돌아가 버렸다.
흥분한 절세미녀 둘이 날 애타게 원하는데, 나라고 별수 있겠어?
당연히 나도 엄청나게 흥분했고, 우리 셋의 흥분은 결국 레이아한테도 전염되어서……레이아가 저렇게 섹스에 탐욕적인 모습을 본 게 대체 얼마 만이더라? 옛날에 구미호 모드가 제어 안 되던 시절이 떠오를 정도였어.
뭐, 아무튼 그런 이유로, 우리는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섹스 삼매경에 빠지게 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셋이나 있다 보니, 누구 하나 기절해도 다른 둘과 계속할 수 있잖아? 그러다 보면 기절한 사람도 깨어나고 말이야.
그렇게 끝없이 이어진 광란의 섹스는, 내가 잠기운을 버티지 못하게 되었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끝이 났다.
힐링 섹스 덕분에 하루 정도는 안 자도 멀쩡하게 버틸 수 있지만, 힐링 섹스가 있다고 수면이 필요 없는 건 아니었다.
즉 내가 잠기운을 못 참을 때까지 했다는 건, 우리는 적어도 꼬박 하루 이상을 섹스만 해댔다는 얘기가 된다.
“……나님. ……니까?”
게다가 그 잠에서 깨게 된 것도, 평소처럼 푹 자고 자연스럽게 눈을 떠서가 아니었다.
왠지 이질적인 사람 소리가 들렸다. 아니. 여기에는 나 말고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있으니까 사람 소리가 나는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지만, 왠지 모르게 여기서 들리면 안 될 것 같은 소리였다.
“윽……크윽…….”
아직 수면이 부족한지 눈을 뜨고도 멍하니 잠기운을 주체할 수 없었던 나는, 왠지 그대로 사정부터 해버렸다.
“햐그응…….”
“으응……? 아……디아나구나…….”
사정하고 나서야 나는 겨우 품에 디아나가 안겨 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런가. 마지막에 디아나랑 하면서 잠든 건가.
“흐야응……냥군니힘…….”
내 몸 위에서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디아나는, 자는 와중에도 내 사정을 안으로 받아낸 건 느껴지는지 달콤한 한숨과 함께 엉덩이를 바르르 떨었다.
우와……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엄청 눅진눅진 녹아 있네. 여기에 넣은 채로 계속 자고 있었으니, 일어나자마자 사정한 거겠지.
“후우우…….”
반사적으로 움직이려고 하는 허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나는 대신 디아나의 몸을 꽉 끌어안고 길게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자기 전에 했던 짓을 계속하고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는 걸 깨우는 건 미안하니까.
“다이애나 님? 저택에 계시지 않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생기셨습니까?”
디아나가 깨지 않도록 그 뺨에 살며시 키스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자니, 또다시 이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보니 사정하는 바람에 깜빡하고 있었지만, 나 무슨 소리 듣고 깼었지? 이 소리는…….
“미리엘? 무슨 일이야?”
디아나의 손에 끼워진 반지가 점멸하는 것을 보고, 나는 드디어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의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응? 성자님? 후우……그런가. 다이애나 님은 성자님께 가계셨군.”
디아나의 반지에서 내 목소리가 들리는 걸로 미리엘도 곧장 상황 파악을 한 건지, 미리엘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표정을 알 수 없으니 저 한숨이 어떤 의미인지 감을 잡기 힘들군.
“그래서, 무슨 일이야?”
“아아. 다이애나 님께 부탁받은 일 때문에 연락했어.”
“부탁받은 일?”
“그래. 근처에 마법진 모양의 구조물이 있을지 모르니 찾아봐 달라고 하셨거든.”
그런가. 하긴. 우리가 플리투스를 몰래 들쑤시고 다니는 것보다 플리투스에 있는 미리엘이 직접 찾는 게 빠를 테니까.
미리엘 곁에는 고 레벨 마법사인 쌍둥이 자매도 있고, 미리엘 본인도 원래는 마법검사였으니, 마법진 느낌 나는 건축물을 찾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없었을 거다.
거기까지 생각하고 미리 손을 써놓다니. 역시 우리 대마법사님이야. 대체 언제 미리엘한테 연락을 한 건지.
“그래서, 찾았어?”
“으음…….”
“뭐야? 왜 그래? 답지 않게.”
언제나 상쾌할 정도로 시원시원한 주제에, 이번에는 웬일로 대답을 주저하는 미리엘이었다.
“아아……그냥. 일단 의심되는 걸 찾기는 했지만, 이게 정말 다이애나 님이 찾으시는 게 맞는지 나로서는 판단되지 않아서. 다이애나 님께서 직접 오셔서 확인해 보셔야 할 것 같아.”
그런가. 찾았다고 하기에도 못 찾았다고 하기에도 애매해서 대답을 주저했던 건가. 대체 뭘 찾았길래 그러는 거지?
“그래. 알았어. 아마 곧……후우……갈 테니까 성에서 평소대로 지내면서 기다리고 있어.”
갑자기 디아나의 음부가 엄청나게 조여 오는 바람에, 나는 그만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일단 아무렇지 않게 말을 이어갔으니, 아마 미리엘는 눈치 못 챘겠지?
“……성자님도 오는 건가?”
뭐야 그 침묵은!? 눈치챘다고 너무 대놓고 티 내는 거 아니야!? 이 녀석, 왜 이렇게 눈치가 빨라?
“그, 그래. 나도 갈 거야.”
“성자님.”
“왜, 왜?”
갑자기 왜 저렇게 진지한 목소리를 내고 그래? 사람 당황스럽게.
“이중의 의미로 말하는 거면, 아무리 나라도 좀 감당하기 힘들어. 그런 건 대화가 끝나고 해주지 않겠어?”
“……뭐? 갑자기 대체 무슨 말……이게 진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설마 아까 간다는 말 했다고 저러는 거야!?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길래 그딴 생각을……아니. 뭐, 쟤 머릿속을 따지자면 내 책임 문제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기는 하지만.
강해지고 싶다는 갈망 하나로 던전 탐험하던 애를 섹스로 찍어 누르고 조교 한 건 다름 아닌 나니까.
“하핫. 그럼 기다릴게.”
“야! 잠깐만! 맘대로 끊지……끊었잖아!”
저 녀석! 조금 이따가 두고 보자! 반드시 혼쭐을……아니. 잠깐만. 그래 봤자 미리엘은 좋아하기만 할 거 아니야? 오히려 그걸 노리고 일부러 저랬을 가능성마저 있어.
젠장. 그러면 난 대체 저 녀석을 어떻게 해줘야……혼나는 걸 좋아하는 변태라니. 상대할 방법이 없잖아!? ……뭐, 그것도 나 때문이지만.
“하아……하아…….”
이 갈 곳 없는 분노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자니, 가슴 부근에서 따뜻한 숨결이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조이던 아래쪽도…….
“디아나?”
“하아……냐, 냥군니힘…….”
아, 아차. 반지로 대화 시작하기 전에 삽입부터 풀걸. 사라나 레이아였으면 모를까, 적어도 디아나한테만큼은 삽입하고 있으면 안 됐는데.
“자, 진정해. 디아나. 우리 오늘…….”
“하으……하아……냥군니히임…….”
눈이 몽롱하게 풀려 있는 디아나를 어떻게든 진정시켜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가망이 없어 보였다.
제,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적어도 잠들기 전까지 펼쳐졌던 광란의 섹스 파티가 또다시 시작되지 않게 하자! 피해를 디아나 한 명으로 최소화하는 거야! 절대 사라나 레이아한테까지 번지면 안 돼!
그러기 위해선 둘이 일어나기 전에…….
“치사해.”
“으, 응? 사, 사라야. 일어났니?”
느, 늦었다.
“또 디아나랑 하고. 치사해.”
사라야. 넌 눈도 제대로 못 떠서 비벼대고 있으면서 질투부터 하는구나. 이 오빠가 그렇게 좋니? 그리고 어떻게 눈 비비는 모습마저 예쁘냐.
“우리 구원 씨. 아직 퓻퓻 더 하고 싶으신가요?”
레, 레이아도. 어느새 일어났어? 혹시 나랑 미리엘이랑 말하는 게 시끄러웠어? 하긴. 마지막에 걔 장난에 넘어가서 큰 소리 좀 내긴 했지.
그런데 천사님. 천사님도 왜 일어나시자마자 구미호 모드실까요? 아니. 그러고 보니까 아까 누워 있을 때부터 꼬리가 아홉 개였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설마 아직 안 풀리셨어요?
“으극……레, 레이아. 거길 그렇게 만지면…….”
“후훗. 자, 우리 구원 씨. 또 기분 좋게……자아. 퓨웃. 퓨웃.”
“윽……크윽…….”
“흐아으응……!”
결국 우리는 내가 다시 한번 잠기운을 못 이기고 쓰러지게 된 다음에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진짜 대체 며칠 동안 섹스만 해댄 거지?
“진짜 말도 안 돼. 이 변태. 색마. 색정광.”
“아니. 사라야. 성자님한테 색마라니. 적어도 색성이라고 해줘.”
“……자네, 정말로 지적할 부분이 거기인가?”
어쩔 수 없잖아. 여기서 내가 ‘너희도 발정 나서 날 덮쳤으면서 내 탓만 하기야!?’ 라고 따져봤자 무슨 이득이 있다고. 남자라면 이 정도쯤은 대범하게 넘어가 줘야지.
“여, 여러분. 그러지 마시고 우선…….”
꼬르르륵.
“어, 어머……우, 우후훗. 여, 여러분 시장하지 않으신가요……?”
배에서 난 소리가 상당히 부끄러운지, 레이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몸을 배배꼬았다.
천사님. 그렇게 움직이지 마세요. 아직 옷도 안 입으셨는데, 알몸의 천사님이 그렇게 움직이시면…….
“우와. 이 변태. 그렇게 하고도 아직도 서는 것 봐…….”
어쩔 수 없잖아. 원망할 거면 나한테 성자라는 힘을 준 여신님을 원망해.
“그러게. 아직 진정이 안 되나 봐. 하는 수 없지. 또 사라 몸으로…….”
“아, 알았어! 미안해 오빠! 내가 잘못했어!”
치사하게 이럴 때만 오빠냐. 예뻐서 봐준다.
“뭐, 농담 그만하고, 진짜 밥 먹고 할 일이나 좀 하자. 대체 며칠이나 지체된 건지 감도 잘 안 오네. 누구 며칠 지났는지 기억하는 사람?”
“…….”
내 질문에, 셋 다 동시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뭐, 그렇겠지. 나도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데 얘들이 기억할 리가 있나.
쳇. 시스템 화면에 시간만 나올 게 아니라 날짜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아……진짜 오랜만이라 정신을 못 차렸네. 빨리 마신놈 해치우고 다 같이 살아야지.”
뭐, 솔직히 그것 뿐만은 아니었지만.
아니. 물론 이성을 잃고 섹스해댄 제일 큰 이유는 우리 애들 셋이랑 오랜만에 같이하게 됐다는 점이 제일 크지만, 그것 말고도 실은 하나 또 있었다.
얼마 전에 아리엘의 처녀를 빼앗으면서 ‘내가 이제 섹스에 그렇게까지 정을 붙이지는 않는구나.’ 라고 느꼈잖아?
그래서 혹시 그런 감정이 내 여자로 만들 생각이 없는 브레디나 아리엘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이랑 할 때도 이어지면 어떡하나 걱정했거든.
근데 막상 우리 애들이랑 이렇게 다 같이해 보니, 괜한 걱정이었다.
그러니까 괜히 안심돼서 말이지. 괜히 우리 애들이랑 더 하고 싶어졌고, 그래서 평소보다 이성을 더 잃은 느낌도 없잖아 있었다.
“이걸로 그렇게 마음을 다잡다니. 자네는 참 긍정적이구먼.”
“그래서 나한테 반했잖아?”
“…….”
“후훗. 네!”
“레, 레이아 양! 대신 대답하지 말게!”
아무튼 그런 식으로 겨우 진정한 우리는, 일단 밥부터 먹고 드디어 여기에 온 진짜 목적. 이반의 유산을 살펴보게 되었다.
뭐, 이반의 유산이라고 해봤자, 그 내용물은 결국 디아나의 추측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반이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였다고 해도, 결국은 디아나가 구축한 마법 이론을 사용하는 이에 지나지 않는다. 전부 우리 대마법사님 손바닥 위에 있다는 거지.
“그래서, 결국 추측대로 마법진은 세 개가 있어야 본래의 기능을 발휘한다는 거네?”
“음. 하지만 플리투스의 것이 완성되기 전에 전쟁이 발발해 버렸다고 쓰여 있네. 아마 그래서 이반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것이겠지. 언젠가 마법을 쓰는 이가 이곳을 발견해주길 바라면서 말일세.”
“그래서 여기 마법진은 기동 안 하고 있다가, 바람의 정령이 마법을 쓰니까 그제야 기동했다는 건가.”
플리투스의 마법진이 완성되지 않은 이상, 어차피 여기만 발동해놓고 있어봤자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야.
물론 바프라에 있는 건 발동하고 있었지만, 그건 아마 켜놓고 끄지 못한 거겠지. 여기 비스에 있는 이반으로서는 바프라의 영역, 그것도 수도가 되어 버린 곳에 함부로 다가갈 수 없었을 테니까.
“아무튼 그러면 미리엘이 발견했다는 건 이반이 남긴 유산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군.”
이게 정말 마법진이 맞는지 애매하다고 했으니까. 미완의 마법진이라면 충분히 말이 되는 상황이다.
“음. 이 몸이 가서 확인해 보아야겠구먼.”
“좋아. 그럼 가자.”
이 지하실에 들어온 지 며칠 째인지 모를 오후. 우리는 드디어 밖으로 나가서 오랜만에 햇빛을 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