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aint’s Dungeon Business RAW - Chapter (1102)
던전에서 성자가 하는 일 1328화
밖으로 나왔다고 해도, 성실히 계단을 다시 올라간 건 아니지만.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기에 딱 좋은 숨겨진 공간이잖아? 게다가 이반이 만든 마법진의 시작이 되는 곳이니, 또 들를 일도 있을 테고.
우리는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우선 수도로 돌아갔다.
플리투스에 가기 전에, 우선은 상황 파악부터 좀 해야겠어.
“줄리안은 없는 건가.”
“그런……가 보네…….”
“제가……부르러……갈까요?”
아니. 천사님. 아무리 남장 중이라고 해도, 그 모습으로 밖을 돌아다니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다리를 후들후들 떨어서는 말이지.
말해두지만, 오기 전에 또 덮쳤다든지, 얘들이 또 발정 났다든지 그런 게 아니다. 그냥 단순히, 광란의 섹스를 해버린 여파로 둘 다 하반신에 힘이 안 들어가는 것뿐이다.
고작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내 방까지 걸어오는 것만으로도 저렇게 숨이 거칠어질 정도라니.
뭐, 나도 그렇게 미친 듯이 오랫동안 섹스해댄 건 손에 꼽을 정도니, 쟤들이 저렇게 될 만도 하지.
“두 사람 다 약하구먼. 젊은 사람들이 벌써 그래서야 어찌 쓰겠는가?”
그나마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어서 유유자적한 디아나는, 두 사람의 그런 모습에 킥킥 웃으면서 놀려댔다.
젊은 사람들이라니. 아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디아나야. 너 그러다가 또 반격 세게 맞는다.
“잇……치사하게……디아나도 내려와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사라는 지금 후들거리는 다리에 신경 쓰느라 디아나랑 제대로 말싸움할 여력이 없었던 모양이다.
“응후훗. 싫네.”
디아나야. 오랜만에 사라를 일방적으로 놀릴 수 있어서 좋니? 기분 엄청 좋아 보인다? 아마 내가 사라였으면 얄미워 죽었을 거야.
하는 수 없지. 아무리 상대가 내 여자라고는 해도, 내 여자가 일방적으로 당하는 꼴을 두고만 볼 수는 없으니.
“흐야악!?”
나는 공중에 떠 있는 디아나의 옆구리를 가볍게 쿡 찔렀다.
디아나도 떠 있어서 티가 안 났을 뿐, 하반신에 힘이 전혀 안 들어가는 건 저 둘과 똑같았던 거겠지.
순간 마법이 풀리며 추락할 뻔했던 디아나였지만, 그래도 괜히 대마법사가 아니라는 듯 바닥과 충돌 직전에 부유 마법을 다시 사용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뭐, 못 썼어도 내가 잡아줄 생각이었지만.
“무, 무슨 짓인가아!?”
“자기도 똑같으면서 적당히 놀려. 디아나도 가끔 보면 애 같은 구석이 있다니까.”
“이 몸을 애라고 한 겐가!? 무례하구먼! 이 몸은 지고의 대마법사 다이애나 텔루나일세!”
말랑말랑한 뺨을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옆으로 쭉쭉 늘리며 말하자, 디아나는 내 손을 쳐낼 생각도 않고 반발했다.
그런데 디아나야. 입꼬리는 왜 은근히 올라가 있니? 낭군님한테 애 같다는 소리 들으니까 좋아?
하긴. 3천…….
“자네 지금 무슨 생각하는가?”
“아, 아니. 아무튼 난 줄리안 찾아올 테니까 셋 다 싸우지 말고 얌전히 있어.”
하여간 이런 건 또 귀신같이 눈치챈다니까.
뭐, 이렇게 귀엽고 예쁜 귀신이 어디에 있겠냐마는.
“그럼 레이아. 부탁 좀 할게.”
“네.”
뒤에서 “왜 레이아한테만!?” 같은 말이 들렸지만, 나는 못 들은 척 방을 빠져나왔다.
몰라서 물어? 너희 둘 다 자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성자!?”
아무튼 줄리안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왠지 조바심 가득한 표정으로 오늘도 열심히 중2병 느낌 물씬 나는 기술을 연마하고 있던 우리 중2병은, 날 보고는 오랜만에 주인 만난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달려왔다.
“괜찮아!?”
“응? 뭐가?”
“늦어도 2, 3일 안에 온다고 했잖아! 성자가 그냥 약속을 어길 사람도 아니니까 나……!”
“아……그거 말인데. 나 며칠 만에 온 거야?”
“5일.”
고작 이틀이잖아. 겨우 이틀 늦었다고 이렇게 호들갑을 떤 거야? 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는 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까 걱정할만하네. 얘한테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강한 남자일 테니까.
고작 이틀이라도, 내가 돌아오겠다고 말한 기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뭔가 큰일 난 건 아닐지 걱정됐을 거다.
“늦었네. 걱정했어?”
“앗……그, 그게……브레디가 옆에서 자꾸……난 스승님도 같이 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브레디도 그렇지만, 얘도 은근히 친구 핑계 많이 대는 것 같단 말이지.
뭐, 아무튼 이렇게 걱정해주는 걸 보니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얘는 내 여자로 만든다고 결심해놓고도 왠지 사도 임명할 기회를 못 잡아서 뒤로 질질 끌린 감이 있으니까.
게다가 이 녀석 본인도 그런 걸 나서서 요구하는 성격이 아니다 보니, 왠지 결심만 해놓고 내 여자로 완전히 만들지는 않은, 뭔가 애매한 느낌이었단 말이지.
그래도 이렇게 걱정해주는 걸 보면, 얘도 날 진짜 좋아하기는 한다는 게 피부에 확 와 닿았다.
진짜 언제 날 한 번 잡아서 얘도 사도 임명해 줘야 하는데.
“미안미안. 조금 일이 있었어.”
이렇게 걱정해 준 애한테 5일 내내 거의 섹스만 하다가 왔다고는 말하기 힘들어서, 나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그나저나 5일이라니……밥도 안 먹고 잠도 새우잠만 두 번 자면서 5일 동안 섹스만 했다니. 셋 다 허리가 빠질만했군.
“일? 문제?”
“그래. 뭐, 다 잘 풀렸으니까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내가 적당히 얼버무리자, 줄리안도 딱히 더 추궁할 생각은 없다는 듯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비스 여자. 말은 참 잘 듣는단 말이야.
“그보다 줄리안. 이쪽은 별일 없었어?”
“응. 다들 성자를 무서워하니까. 내가 여자라는 걸 알면서도 내 앞에서 찍소리도 못해.”
그런가. 여자를 무시하는 마음보다, 나에 대한 공포심이 더 크다는 건가.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뭐, 줄리안이 비스마르크의 마지막 남은 후계자라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 그러면 줄리안. 미안한데 이대로 며칠만 더 지내줄 수 있겠어? 난 아직 폐관 수련 안 끝난 걸로 치고.”
“또 어디 가게?”
“그래. 아직 두 마법진 중에 하나밖에 발견을 못 했거든. 나머지 하나도 확인하려면 이번에도 며칠쯤 걸릴 것 같아. 기다려줄 수 있지?”
“앗……성자아……왠지 평소랑 조금 달라.”
뺨을 어루만져주는 내 손길에 몸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줄리안은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가? 평소랑 다를 바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네가 나일 모습을 자주 봐서 그런 거 아니야? 매번 말하잖아. 나일은 진짜 내 성격이 아니라고.
“아무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응…….”
좋아. 이제 여기에서 볼일은 끝났군. 브레디나 아리엘은……뭐, 굳이 내가 얼굴 보고 얘기하지 않아도 줄리안이 알아서 잘 말해주겠지.
그러면 이제 곧장 플리투스로 가볼까!
“아, 잠깐만! 그럼 스승님도 와 있어?”
줄리안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해주고 몸을 돌리자, 멍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던 줄리안이 화들짝 놀라며 따라왔다.
“응? 사라? 응. 있는데.”
“나도 같이 가. 배웅할래.”
“너 진짜 사라 좋아하는구나…….”
“그치만……멋있잖아. 강하고 행동거지도 쿨해서 멋지고……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
그렇군. 이 녀석, 사라가 그냥 용사라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쿨한 모습이 중2병을 자극해서 더 좋아하는 거였구나.
생긴 거랑 경계심 많은 성격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 사실 사라도 알고 보면 그렇게 쿨한 성격 아닌데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줄리안에게 사정 설명을 마치고 나서, 우리는 드디어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플리투스로 갔다.
그러고 보니 미리엘이 연락한 지도 며칠이 지났는데, 걔는 잘 기다리고 있을까?
“야. 구원. 잠깐 나 좀 보자. 죄송합니다! 언니들! 잠깐만 빌리겠습니다!”
아, 잘 못 기다리고 있구나.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나오자마자 내 멱살을 잡고 끌고 가려는 앨리시아의 모습에, 나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판단했다.
“언니라고 하지 마요! 저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나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이 문제 맞거든요!?”
여전히 언니라는 소리에 기겁하는 사라를 향해 대수롭지 않게 웃으면서, 앨리시아는 내 목에 감은 팔에 더욱 힘을 줬다.
“아무튼 잠깐만 빌리겠습니다!”
야. 잠깐만. 적어도 헤드록은 풀고 얘기하자. 대체 왜 그러는데?
“야. 구원.”
코너를 돌아서 셋의 눈에 닿지 않는 곳에 오자마자, 앨리시아는 날 벽에 밀치고 얼굴 바로 옆에 손을 짚으면서 날 노려봤다.
“왜? 나 좀 심장 떨리는데. 이게 사랑인가?”
“지금 농담할 기분 아냐 새끼야.”
“대체 왜 그러는데?”
“몰라서 물어? 너 얼마 전에 미리엘이랑 얘기했지!? 무슨 얘기 했어!?”
“어? 미리엘이 마법진 같은 곳을 발견했다는 얘기?”
그게 왜? 딱히 문제 될 얘기는 한 기억이 없는데?
전혀 마음 짚이는 데가 없는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지만, 그 동작이 앨리시아한테는 오히려 시치미 뚝 떼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그거 말고! 너 여기에 온다고 했다면서!”
“근데?”
“그러면서 뭐라고 했어?”
“……곧 갈 테니까 평소처럼 지내고 있으라고?”
솔직히 그 부근부터 디아나가 일어나서 음부를 엄청 조여 댄 바람에 무슨 말을 했는지 일일이 정확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분명 그런 느낌으로 말했을 거다.
“그리고!”
“……그게 단데? 아, 미리엘 걔가 말꼬리 잡고 이상한 농담 하길래 화내기는 했어. 내가 뭐라고 하기 전에 미리엘 그 녀석이 통신 끊어 버렸지만. 덕분에 기억났네. 그 녀석 지금 자기 방에 있어? 가서 한마디 해주고 싶은데.”
“……정말 그게 다야?”
드디어 내가 시치미 떼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는지, 앨리시아의 목소리에서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그렇다고 하잖아. 대체 왜 그러는데?”
“아, 아니. 난 그냥…….”
“앨리시아. 얼버무릴 생각하지 마. 대체 무슨 연유로 너무너무 사랑해 죽고 못 사는 애인을 이렇게까지 몰아붙였는지, 꼭 들어야겠어.”
“……봐.”
“봐?”
“봐주면 안 되냐?”
앨리시아야.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너무 약해지는 거 아니냐?
아까까지는 피에 굶주린 야수처럼 눈을 번뜩이면서 야성미 풀풀 풍기고 있었는데, 그 한 마리 늑대 같은 분위기가 순식간에 강아지처럼 변해 버리네.
“안 되겠는데. 말해. 대체 무슨 착각을 했는지.”
“미, 미리엘이…….”
“응.”
“지, 진짜 봐주면 안 돼? 그, 그래! 나중에 같이 잘 때 내가 엄청 기분 좋게 해줄게! 루티아한테 고개 숙여서 기교 같은 것도 배워올 테니까!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뭔가 말하려던 앨리시아는 결국 도저히 안 되겠는지, 평소에는 상상도 못 할 조건까지 내걸면서 봐달라고 빌었다.
“좋아하지. 근데 안 돼. 어차피 이런 일로 조건 걸지 않아도 시킬 수 있으니까. 아, 기교는 꼭 배워와. 궁금하니까.”
하지만 말이야. 앨리시아. 너 어차피 나한테 안길 땐 엄청 고분고분해지잖아. 내가 뭐하러 그런 조건을 받아주겠어.
“그러니까 대신……!”
“조건이 없으면 못 하겠다고?”
“야. 자, 잠깐만. 어, 얼굴! 얼굴 가까워 새끼야…….”
내가 벽에서 등을 떼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자, 앨리시아는 자연스럽게 뒷걸음치면서 자연스럽게 반대편 벽에 등을 기대게 됐다.
“정 용서해주길 바란다면…….”
아까와는 반대로 이번에는 내가 앨리시아를 벽으로 몰아넣어 벽쿵을 시전한 다음,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운을 뗐다.
“무, 뭐야?”
“두 손 이렇게 귀엽게 쥐고 강아지처럼 앨리시아가 잘못했어요 멍! 이라고 하면 봐줄게.”
“……진심이야?”
“난 한번 내뱉은 말은 지키는 남자야.”
“……애, 앨리시아가……자, 잘못……이딴 걸 어떻게 해! 이 성격 더러운 새끼야! 차라리 말하고 말지!”
도저히 자존심이 허락을 못 하는지, 앨리시아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나로서는 제법 쉬운 조건을 내걸어줬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걸 못 하네. 나중에 섹스할 때 시켜볼까? 그때도 못하는지 괜히 궁금해지네.
“그럼 말해 봐. 왜 그랬는데?”
“네가 미리엘한테 와서 박아줄 테니까 준비하고 있으라고 한 줄 알았다! 그리고 이틀 동안 방치 플레이한 줄 알았어! 됐냐!? 됐어!?”
“……뭐?”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앨리시아의 말에, 나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잠깐만 타임. 그럼 미리엘은 지금 어쩌고 있어?”
어쩐지 텔레포트 마법진 앞에서 앨리시아가 대기하고 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챘어야 했는데.
“……자위하다가 직전에 멈추고는 이틀 동안 발정 난 것처럼 움찔움찔 거려서 일도 제대로 못 하고 있어.”
“걔 바보 아니야?”
그러면 마신의 영향도 받았을 거 아니야? 마신 때문에 요즘 한 번 발정하면 일이 얼마나 귀찮아지는지, 내가 전에 그렇게 설명을 해줬는데도.
“잡아놓고 강제로라도 보내버리지. 전에 대충 들어보니까 루티아는 그쪽으로도 소양이 좀 있는 것 같던데.”
“벌써 해봤어. 근데 그 고집 센 자식이 자긴 절대 안 느끼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더 악화됐어.”
……진짜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