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aint’s Dungeon Business RAW - Chapter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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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의 사정
“할아버지 빨리 빨리!”
“허허, 녀석. 그렇게 좋을까. 조금만 기다리거라.”
사라는 아침 일찍부터 무척 들떠있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할아버지의 사냥에 따라가는 날.
할아버지는 사라가 처음 말을 꺼냈을 때부터 상당히 내켜하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귀여운 손녀가 끈질기게 달라붙어 애교를 부리며 부탁해오니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마을의 누구보다도 강하고, 누구보다도 지혜롭고, 누구보다도 박식하고, 누구보다도 인자한 완벽한 할아버지.
온몸이 흉터투성이라서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라는 그런 할아버지를 누구보다도 존경했다. 나중에 크면 꼭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하는 일은 뭐든 따라하고 싶었다.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할아버지를 필사적으로 졸라 활을 배운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은 검술도 배우고 싶었지만 그것만큼은 절대 알려주지 않으셨다.
그래도 나도 언젠가는 꼭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냥꾼이 될 거야.
비록 오늘은 사라의 안전을 위해 뒷산에 올라가 토끼를 잡는 게 고작이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라 사냥을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지금까지 할아버지는 겨우 이 뒷산조차도 올라가지 못하게 했었다.
기껏해야 토끼 같은 저 레벨 몬스터밖에 없는 곳인데도.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연습한 활솜씨를 발휘해서 실력을 보여주면 할아버지도 날 좀 인정해주겠지?
사라는 할아버지를 닦달해가며 발걸음도 가볍게 뒷산을 향했다.
두고 보라고. 내가 할아버지를 깜짝 놀라게 해주겠어.
“저기 토끼가 보이는 구나. 토끼는 귀가 좋아,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단다. 접근할 때는 발밑을 조심하며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가는 게 좋단다. 어디 사라가 한번 해보려무나.”
뒷산을 올라 드디어 첫 번째 토끼를 만났을 때, 할아버지가 언제나처럼 자상하게 설명해주셨다.
조심조심 떨어진 나뭇가지 같은 걸 밟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화살이 닿는 범위까지 접근해 활을 겨눈다.
레벨이 1이라 여전히 궁사 레벨도 1에 멈춰있어 상당히 가까이까지 다가가야 했지만, 다행이도 토끼는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다.
아무리 1레벨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꾸준히 연습한 활은 1레벨 토끼를 상대로 하기엔 충분했는지 토끼의 몸에 정확히 박혔다.
“앗!”
하지만 그게 치명상이 되지는 못했는지, 토끼는 화살을 몸에 단 채로 순식간에 줄행랑을 쳐버렸다.
“어이쿠. 이런. 잽싸구나.”
모처럼 할아버지한테 내 실력을 보여줄 찬스였는데….
사라는 분한 마음과 창피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미안해요…. 할아버지.”
“허허. 괜찮단다. 처음은 다 그런 법이지. 화살은 정확히 맞지 않았더냐? 기죽지 말고 다른 녀석을 찾아보자구나.”
다른 토끼도 곧 발견됐다.
사라는 이번에야 말로 라고 잡고 말겠다며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접근했다.
아까는 몸통을 맞춘 게 안 좋았어. 이번엔 다리를 노려야지.
사라는 침착히 활시위를 겨누고 다리를 노렸다.
“됐다!”
다리를 맞은 토끼는 깜짝 놀라 도망치려고 했지만,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지 그 속도는 아까보다는 현저히 느렸다.
그 기회를 살려 추가로 화살을 날린 사라는 드디어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 이것 봐! 내가 잡았어!”
“허허. 잘 했다. 우리 사라 대단하구나.”
“응! 레벨도 올랐어! 그리고 또 궁사 말고 새 직업도 생겼어!”
“허허. 그러니? 대체 어떤 직업이 생겼을까?”
“응! 그러니까…. 사냥꾼이랑! 그리고 또…용…사? 우와! 용사!”
사라가 그 말을 한 순간, 그때까지 인자했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무섭게 굳었다.
“방금…뭐라고?”
“그, 그러니까…. 요, 용사….”
할아버지의 그런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라, 사라는 잔뜩 겁을 먹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걸까?
“일단 오늘은 이쯤하고 내려가는 게 좋겠구나.”
할아버지는 굳은 얼굴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라는 그 무서운 표정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를 쫒아갔다.
“…미안하구나.”
갑자기 앞서 가던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해왔다.
“사라야, 용사가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아느냐?”
사라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생각했다.
동화책 같은데서 본 적은 있다.
몬스터들을 무찌르고, 마왕을 쓰러뜨리고, 사람들을 구하는 위대한 사람.
보통 사라가 책에서 본 용사는 그런 존재였다.
“훌륭한 일?”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긴 하지. 하지만 말이다 사라야. 아무리 그 사람이 특별한 힘으로 훌륭한 일을 하려고 애써도, 유독 뛰어나게 특별한 힘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또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생겨난단다.”
아직 어린 사라에게는 잘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었다.
훌륭한 사람이 훌륭한 일을 하는데 질투하고 이용하려고 할 필요가 있나?
“아직 사라에게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사라야. 이것만은 기억해두렴. 할아버지는 사라가 용사의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말하며 사라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쓸쓸한 눈동자는, 사라의 뇌리 깊은 곳에 각인되었다.
***
할아버지와 첫 사냥을 이후, 사라는 더 이상 사냥을 가지 않았다.
그날에는 아직 어려 할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 사라도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컸다.
그리고 그날 보여준 할아버지의 표정 역시도 이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평소 스스로의 과거 얘기를 전혀 하지 않으시는 분이시지만, 가끔 거나하게 취하면 드문드문 과거 얘기를 하시곤 했다.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얘기들이었지만, 사라는 그 얘기들을 종합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아들, 그러니까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라의 아버지는 용사셨다.
그리고 아버지께선 그 직업을 바탕으로 수많은 일을 하셨을 거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를 시기하는 무리들과 이용하려고만 하는 무리들에 의해 아버지는 해를 당하게 되셨다.
그걸 전부 본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질려 사라를 데리고 이 시골 마을에 잠적했다.
사람들의 시기와 탐욕으로 인해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셨을까.
그걸 깨달은 사라는 다시는 할아버지가 쓸쓸한 경험을 하지 않게 하리라 다짐했다.
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용사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잠재력과 성장성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몬스터를 잡아서 오르는 경험치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커서, 섹스를 하지 않아도 레벨 업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사라도 사냥을 계속 했다면 토끼를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레벨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사라가 용사다운 일을 안 하는 것은 물론, 용사라는 직업의 레벨 자체가 아예 오르지 않을 삶을 살았으면 하는 눈치셨다.
사라에게 검술만큼은 절대 안 가르쳐주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사라는 그런 할아버지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여 그날부터 아예 사냥을 나가지 않았다.
사라의 하루는 간단하다.
이제는 늙으신 할아버지의 식사를 차려드리고, 마을에 가서 사람들의 잔심부름을 한다.
젊은 사람도 거의 없는 조그만 화전촌이다. 용사란 직업 때문인지 레벨이 낮아도 신체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사라는, 이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노동력이다.
마을로 내려가니 왠지 사람들이 촌장님 댁에 모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무슨 일 있어요?”
“어머, 사라야. 일찍 왔구나. 마을에 지나가던 모험가분이 한 분 오셨단다. 그 왜 저번에 마을 주변에서 오크들을 본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잖니. 그래서 마침 모험가분이 오셨으니 촌장님이 조사를 부탁하려는 모양이더구나.”
원래라면 그런 일은 전부 사라의 할아버지가 맡아 하셨지만,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런 위험한 일은 무리다. 요즘은 허리가 안 좋으신지 침상에서 일어나시는 것도 힘들어 하신다.
아무래도 그런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모험가에게 오크들을 토벌을 부탁할 모양이다.
“그렇군요.”
모험가라….
잘만하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시골 아이들이 가장 동경하는 직업이다.
사라 역시 어렸을 때는 그런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용사라는 직업을 드러내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후에는 의식적으로라도 흥미를 가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촌장님 댁에 들어가자, 바로 그 모험가와 마주쳤다.
“촌장님 저 왔어요.”
“오오. 사라야 잠깐만 기다리거라. 중요한 손님이 오셔서 말이다.”
“이 여성분은?”
모험가 중 남자가 사라를 보며 물었다.
남자 모험가라니.
확실히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여성 모험가에 비하면 확연히 그 수가 적다.
그런 보기 힘든 사람을 이런 작은 마을에서 보게 될 줄이야.
“아아. 이 아이는 사라입니다. 혼자 늙은 할아버지를 보살피면서 마을 일을 도와주는 참한 아이죠.”
“그렇군요.”
남자 모험가는 촌장에게 대답을 하면서도 사라를 위아래로 핥듯이 훑어봤다.
이런 시골마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모를 타고난 사라에게는 익숙한 시선이다.
물론 이런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흥. 누굴 넘봐?
다른 마을 여자가 이런 시선을 받았더라면 오히려 자기가 달려들지도 모른다.
일정 레벨 이상이 보장 된 모험가 남자다. 하룻밤만 보내도 이런 시골마을에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레벨이 오를 거고, 혹시 꼬시는데 성공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벼락출세다.
하지만 사라는 둘 다 관심이 없었다.
용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라는 마음만 먹으면 둘 다 스스로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니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사라는 모험가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고 오늘도 마을 일을 돕기 위해 나섰다.
“할아버지. 오늘 마을에 모험가가 왔던데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온 사라는 저녁을 준비하며 할아버지께 말했다.
“으음. 마을 사람들이 오크 녀석들이 보였단 말이 들려서 불안해했는데 잘 됐구나. 내가 몸만 멀쩡했다면….”
“후훗. 물론 할아버지가 멀쩡하셨으면 오크 따윈 한주먹 거리도 안 되죠. 그래도 이제 나이가 나이시니까 무리하시면 안돼요.”
“으음…. 사라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마는, 그 모험가와는 되도록….”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혀 관심 없는 걸요.”
사라는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모험가에 대한 동경이 전혀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지만, 할아버지의 뜻에 반하면서 까지 관심을 가질 만큼도 아니다.
그렇게 그날도 평범하게 하루가 지나갔다.
아니, 지나가는 줄 알았다.
그날 밤, 사라는 묘한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떴다.
뭘까? 할아버지께서 화장실이라도 가시려고 하시는 걸까?
허리도 안 좋으신데 나한테 말씀 하시지. 얼른 도와드려야지.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사라의 위에, 낯선 남자가 있었다.
“꺄…으읍?! 으으읍?!”
“닥치고 있어봐. 지금부터 좋은 거 해줄 테니까.”
비명을 지르려는 사라의 입을 투박한 손으로 틀어막고, 남자가 말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 사람은 대체 누구야?!
사라는 공황상태에 빠져 발버둥 쳤지만, 남자는 그런 사라를 가볍게 눌러 제압하고는 차례차례 옷을 벗겨갔다.
“설마 이딴 시골에 이런 여자가 있을 줄이야. 횡재했군.”
“읍~! 읍! 으읍!”
사라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있어봐. 나만 좋으라고 하는 줄 알아? 너도 좋은 거야. 다 큰 여자가 아직까지 경험도 못해보고 레벨 1이면 살기 힘들잖아? 내가 확실히 레벨 업 시켜줄 테니까 닥치고 있어.”
사라는 그 말을 듣고 겨우 남자의 정체를 깨달았다.
낮에 봤던 그 모험가!
“으음…. 사라야? 무슨 일 있느냐? 음? 이봐! 무슨 짓인가!”
그때, 할아버지가 사라의 발버둥치는 소리를 들었는지 방 안에 들어왔다.
“이런 씨발. 늙은이는 꺼져있어. 내가 불쌍한 손녀 레벨 업 좀 시켜주려고 하는 거니까.”
“이, 이놈이!”
할아버지는 곧장 모험가에게 달려들었다.
곧 두 사람은 한 덩어리로 뒤엉켜, 치고 박고 싸우기 시작했다.
“젠장! 다 늙어 죽어가는 늙은이가 뭐 이렇게 힘이 세!”
“꺄악! 꺄아악!”
사라는 그 모습을 보며, 그저 비명을 지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뒈져라! 망할 늙은이!”
그때, 모험가가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 할아버지의 가슴 한복판에 박았다.
“크헉! 크르륵.”
할아버지는 그렇게 입에서 피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헉, 헉, 이, 이런 씨발! 그러게 늙은이가 왜 그렇게 설쳐대!”
남자도 이 사태는 예상 밖이었는지 그렇게 내뱉고는 그대로 밖으로 도망쳤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사라가 얼른 할아버지한테 달려갔지만 이미 상처는 심각했다
“할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사라를 바라보며 언제나처럼 인자한 미소를 짓더니 곧 눈을 감았다.
“안돼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누가! 누가 도와줘요! 할아버지!”
============================ 작품 후기 ============================
추천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목도 평범하게 바꿔봤어요.
이제 제목때문에 거부감 가지시는 분은 없겠죠?
kodks // 겨우 한 발 내딛었네요.
붉은정의 // 저도 열심히 생각해낸 캐릭터라 버리지 않아요.
코모에 // 사라의 사정편입니다.
블러드헬 // 16화 마지막에 보면 포션으로 창자가 안보일 정도까지는 회복 되요. 물론 그래도 피바다에서 하는 거지만….
쓰굴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제르디엘 // 감사합니다. 저도 열심히 생각한 캐릭터라 잘 됐으면 좋겠어요.
말살 // 꿈의 스킬이죠.
진타 // 말씀하신대로 계속 남습니다.
토생원 // 그런가요…? 초반에 개그로만 달리다 갑자기 진지한 전개로 가서 그런가….
Ghozt // 까불거리는 성격이 갑자기 근엄해지진 않겠지만 아마 사고는 이제 조금 덜 치게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