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aint’s Dungeon Business RAW - Chapter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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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 임명
“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결국 우리는 바네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계속 침대에 누워서 노닥거리다가, 겨우 식사를 하러 내려왔다.
식당에는 사라와 레이아, 그리고 실비아가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다.
실비아는 나와 아침부터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상당히 어색한 듯, 얼굴을 붉히고 거의 소리치듯이 외쳤다.
“구원씨, 디아나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좋은 아침이야. 디아나도 좋은 아침이에요. 그 얼굴을 보면 하려던 일은 잘 풀린 모양이네요.”
“음. 알겠는가?”
디아나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쭉 폈다.
기분 탓인지 살짝 허리도 내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설마 인장을 자랑하고 싶은 건가. 그만 둬라.
물론 사도 임명 스킬이 성공한 건 나도 무척이나 기쁘지만, 그 인장이 자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잖아?
사실 인장은 덤 같은 거라서, 진하기뿐만 아니라 위치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대로 디아나의 하복부에서 옮기지 않았다.
할 땐 즉석에서 그냥 생각해낸 발상이지만, 저 위치 좋지 않아? 디아나의 변태 성벽 자극하기도 좋고.
식사를 하는 내내, 실비아의 시선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하지만 정작 내가 마주보면 시선을 피했다.
솔직히 말해서 귀엽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역시 얘가 적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비아.”
“콜록! 네, 넵! 안 쳐다보겠습니다!”
“아니. 뭐, 봐도 상관없어. 닳는 것도 아니고. 그보다 너 밥 먹고 바로 돌아가지 말고, 잠깐 저택에 있어줄 수 있어?”
“네, 넷? 괜찮겠습니까?”
만약이란 게 있으니 일단 물어봤지만, 역시나 실비아는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그리고 얘들아. 밥 먹고 할 얘기가 있어.”
“할 얘기?”
다들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날 쳐다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쫄렸다.
분명 욕먹겠지. 어떤 의미로든 욕은 먹을 거다. 내가 생각해도 완벽히 이기적인 행동이니까.
하지만 설령 이기적인 놈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난 이미 결심을 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난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를 데리고 내 방으로 갔다.
참고로 실비아는 일단 옆방에 대기시켜놨다.
“할 말이라니.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응. 그게 말인데, 우리 앞으로도 계속 던전에 다닐 거잖아?”
“음. 그게 어쨌다는 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실비아를 서브 탱커로 우리 클랜에 넣고 싶어.”
“뭐? 구원 당신….”
“하, 하지만 클랜 마크는…!”
“어머….”
역시나 셋 다 복잡한 표정이 됐다.
디아나는 우리 클랜 마크의 기원이 뭔지 알게된 만큼, 다른 의미에서 반발을 하게 된 모양이지만.
“어떻게 들릴지는 잘 알아. 하지만 이번에 던전을 다녀오면서 서브 탱커의 존재를 실감했어. 아마 실비아가 없었더라면 너희 누구 중 하나는 크게 다쳤을지도 몰라. 게다가 골렘처럼 내 성자 스킬이 먹히지 않는 놈들이 더 등장할 수도 있잖아. 그런 놈들 상대론 오히려 실비아가 나보다 더 탱킹을 잘 하잖아. 역시 서브 탱커는 필요해.”
“하, 하지만 자네! 우리 클랜에 들어온 다는 건 이 문양을 새긴 다는 거고…!”
“아, 오해하지 마.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나한텐 어디까지나 너희가 최고야. 실비아를 내 여자로 삼거나 그럴 생각은 없어. 솔직히 저번처럼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니, 앞으로 실비아하고 섹스를 전혀 안 할 거라곤 말 못하겠어. 하지만 그런 때가 아니라면 관계는 철저하게 던전을 같이 다니는 동료로서만 유지할 생각이야. 이기적인 말이란 건 알지만….”
“하지만 실비아씨가 구원에게 원하는 건 쾌락이잖아? 그런 조건으로 우리 클랜에 들어오려고 할까?”
“내 자만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다면서 스토킹까지 했던 애잖아? 그냥 계속 곁에서 보게 해줄 테니까 따라 다니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구원씨, 하지만 그건 너무….”
“그래. 실비아한테는 너무 잔인한 일이겠지. 게다가 한 번 거절했던 애를 이번엔 필요하다고 데리고 다니려는 거니, 염치도 없는 짓이고. 하지만 난 그 무엇보다도 너희 안전이 더 중요해. 앞으로도 계속 던전에 갈 거라면 실비아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해. 미안한 얘기지만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해주겠어.”
내가 굳은 목소리로 말하자, 다들 고민하는 얼굴로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사라였다.
“난 반대야.”
“미안. 사라. 네가 반대하더라도 난 강행해야겠어. 너희가 위험에 처하는 것 보단….”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남의 감정을 이용해서 사리사욕만 채우는 남자가 아니야. 난 우리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내 남자가 그런 사람이 되는 거 싫어.”
“하지만 사라야….”
“그러니까!”
사라는 내 말을 끊으면서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실비아씨를 안아도 돼.”
“뭐?”
“실비아씨가 원하는 건 그거잖아? 일방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서로 원하는 걸 챙기는 관계가 되라는 말이야. 어차피 구원 태도를 보면, 그 정도로 나에 대한 마음이 변하진 않을 거라고 믿으니까.”
“저도 사라씨하고 같은 생각이에요. 구원씨 말대로 실비아씨를 대하는 건, 실비아씨가 너무 불쌍해요.”
이어서 레이아도 내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팍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음. 어차피 자네는 이 몸들에게 푹 빠져있으니 말일세. 고작 육체관계로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을 거라고 믿네. 그러니 이 몸도 육체관계 정도는 허락하지.”
마지막으로 디아나가 자신의 하복부에 가만히 손을 얹고 말했다.
“너, 너희들…!”
“앗! 그렇다고 착각하지 마! 어디까지나 우리 차례는 다 지키면서 틈날 때 가끔씩 이라면 해도 된다는 얘기니까! 그리고 구원이 우릴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으니까 허락해주는 거야!”
“응. 당연하지. 난 너희만 있으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이렇게까지 믿어주는데 내가 어떻게 배신을 할 수 있겠어.
나는 감격해서 눈앞에 있는 사라를 꼭 끌어안았다.
이런 애들한테 사랑받다니. 난 정말 복에 겨운 놈이야.
“절대 잊지 마. 배신하면 용서 안 할 테니까. 본처는 어디까지나 나야.”
사라가 내게 안긴 채로 다짐을 하듯 속삭였다.
“자네는 혼란을 틈타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 본처는 이 몸일세!”
그리고 바로 디아나가 항의를 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냥 사이좋게 너희 다 본처 하면 안 되니?
“흥. 디아나가 아무리 그래봤자 결국 처음 만난 건 저에요.”
“훗. 고작 그런 이유로 본처를 자칭하는 겐가?”
평소라면 저 말에 순서는 상관없다고 외쳤을 디아나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갑자기 자기 치맛자락을 높이 들어올렸다.
물론 갑자기 노출증이 심각해져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디아나는 치마 자락을 들어올리고, 자신의 하복부에 그려진 문양을 가리켰다.
“보게! 먼저 만난 사람은 자네라고 할지라도, 결국 증표를 먼저 받은 건 이 몸일세! 자네 몸에는 이런 것이 있는가?!”
아침부터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니, 결국 저지르는 군.
너 팬티 다 보인다.
“…구원. 설명해줄 수 있지?”
자기 치마를 들치고 속옷까지 보여주면서 한 디아나의 도발은, 옆에서 보기엔 살짝 바보같이 보였지만 사라에게는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사라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채 내 얼굴을 쳐다봤다.
기분 탓인지, 옆에 있는 레이아도 내 손을 끌어안고 있는 힘이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아니 그게….”
“호감도라고 불리는, 사랑하는 마음의 지표가 최대치에 달했을 때에야 사용 가능한 스킬이 성공한 흔적일세! 이 몸은 이 자와 완벽하게 마음이 통했음을 증명한 걸세!”
“야. 넌 좀 조용히 해봐라. 이 노출광아. 자기 최고 성감대를 남한테 보여주면서 뭘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냐. 변태 같으니라고.”
“흐아아아앗! 그, 그런 거 아닐세!”
내 말에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치마를 황급히 내렸다.
역시 승리감에 취해서 잠깐 거기까지는 생각이 못 미쳤던 모양이다.
디아나를 간단하게 침묵시키고, 나는 사라를 쳐다봤다.
“그냥 디아나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필요한 스킬이 그거라 제일 먼저 디아나한테 쓴 것뿐이야. 순서가 무슨 상관이 있겠어? 걱정 안 해도 너한테도….”
“지금 당장 해.”
“으, 응?”
“오늘은 내 차례잖아? 지금 당장 해.”
“하지만 사라씨. 저번에 사라씨가 차례는 밤에 국한 된 얘기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사라의 강력한 주장은, 레이아의 반격에 바로 무산됐다.
“네? 그건…!”
“그러니까 구원씨. 어떠세요? 지금부터 저하고….”
내가 아무리 둔하다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지금 둘 중 누군가에게 사도 임명을 하러 가면, 나머지 하나한테는 평생 구박받는다.
“아, 안 해! 둘 다 안 해! 파렴치하게 대낮부터 무슨 말들을 하는 거야!”
“뭐?! 그런 걸 구원이 말할 자격이 있어?!”
“파, 파렴치하다니요. 여신님께서….”
둘 다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쿨하게 무시하기로 했다.
“아무튼 그런 건 밤에 할 거야! 지금은 실비아한테 얘기하러 가야지! 사실 실비아한테는 아무 말도 안하고 너희랑 먼저 상담한 거라, 같이 얘기를 해볼 필요도 있단 말이야!”
그렇게 내뱉고, 나는 도망가듯이 옆방으로 달려갔다.
이런 땐 일단 자리를 피하고, 조금 냉정해졌을 때 다시 대면하는 게 상책이다.
캣 파이트 가운데에 남자가 껴있으면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앗! 구원씨!”
“도망가지 마!”
미안하다. 밤에 네가 그만 하라고 빌 때까지 괴롭혀줄 테니까 좀 참아라.
나는 옆방으로 재빨리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렇게 하면 또 실비아와 뭔 짓을 했냐고 오해를 하겠지만, 서로 투닥 거리느라 어느 한 쪽 편도 못 들고 이도저도 못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내가 공공의 적이 되는 게 낫다.
멍한 얼굴로 오도카니 앉아있던 실비아는, 내가 들어오자 깜짝 놀라서는 온 몸을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혔다.
“실비아. 얘기 좀 하자.”
“네, 넵! 하십시오!”
실비아는 양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고 외쳤다.
그렇게 각 잡지 마라.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니까.
하지만 막상 얘기를 하려고 하니, 뭐부터 얘기해야할지 좀 막막했다.
에잇. 이런 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게 최고지.
“실비아. 너 내 동료가 돼라!”
“넵! 엣? 네?”
쉽군. 역시 사람은 말할 때 본론부터 말해야 돼.
“좋아. 네라고 했지? 그럼 너 오늘부터 우리 클랜이다?”
“엣? 네? 엣?”
“너 전에 말했잖아. 데리고 다니면서 가끔 안아주기만 하면 충분하니까 제발 곁에 있게 해달라고. 그 말대로 해주겠다는 말이야.”
“에?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실비아는 내 말이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손을 들어 자기 뺨을 꼬집었다.
말랑말랑한 뺨이 거의 1센티 가까이 늘어난 모습이 귀여웠다.
“아프지 않아. 역시 꿈….”
“꿈 아니거든!”
“흐아아아아!”
내가 아주 약하게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실비아를 터치하자, 실비아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면서 야릇한 소리를 냈다.
“혹시 생각이 바뀌어서, 그런 조건으로 있기 싫다고 한다면….”
“아닙니다! 있고 싶습니다! 하, 하지만 디아나님이나 다른 분들은…?”
“일단 설득했어. 걔들 시간에 방해만 안 되면 상관없대.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거지? 나 진짜 시간 남아돌 때나 가끔 안을 거야? 그리고 다른 셋처럼 대하지도 않을 거고.”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곁에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감사인사를 받는다는 건 묘한 기분이었다.
오히려 이런 애를 아무 때나 안을 수 있다니, 내가 감사해도 모자를만한 일인데.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할 게 있어. 너 가문의 허락은 제대로 받은 거지? 그리고 공주한테도. 기사는 때려 친 거야?”
“가문은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어머니께선 제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습니다. 공주님께서도 마찬가지이십니다. 기사는 그게…사실 공주님께서 제게 임무를 내려 여러분에게 붙였다는 식으로 얘기가 되어 있습니다. 아직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원님이 그만두라고 하신다면…!”
“아니, 굳이 그만둘 필요는 없어. 그건 너 편한 대로 해. 아무튼 널 우리 클랜으로 들이려고 하는데 말이야. 일단 제대로 조건을 얘기할게.”
나는 실비아에게 아까 우리 애들이 말했던 조건들을 설명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내 마음은 셋에게 있고, 실비아는 필요에 의해 영입하는 거라는 것 까지.
동료 사이에 제일 중요한 건 신뢰를 형성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괜히 어설프게 숨기는 것 보다는 다 까놓고 얘기하는 게 좋겠지.
실비아는 살짝 씁쓸한 표정이 됐지만, 그래도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부 숙지했습니다. 곁에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나야 말로 고마워. 그럼 오늘부터 같은 클랜원으로서 잘 부탁해.”
“넵! 잘 부탁드립니다!”
실비아는 내가 내민 손을 굳게 마주잡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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