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aint’s Dungeon Business RAW - Chapter (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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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 강림을 위하여
뭐, 하지만 놀라는 것도 이해는 한다.
놀라면서 실비아를 힐끔 본 걸 보면, 마틸다도 내가 조난 후에 실비아하고만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는 걸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고.
물론 실비아로도…실비아하고도 놀 거야.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냐. 내가 널 혼자 밖에 보낼 리가 없잖아?”
안 그래도 원래부터 얘가 밖에 나갈 땐 웬만하면 내가 붙어 다녔던 거다.
게다가 이제는 사도 임명까지 했으니, 나는 당연히 마틸다의 곁을 철저하게 마크할 생각이었다.
마틸다가 나 말고 다른 남자한테 핑크빛 시선을 보내는 모습 따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어.
“호, 혼자 가겠다는 건 아닌데요….”
그런 사명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굳은 의지를 담아서 마틸다를 쳐다보자, 마틸다는 몽롱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시선을 레이아에게 던졌다.
“그래도야. 나 없이 밖에 다니는 건 용서하지 않겠어.”
“네에….”
그런 어떻게 보면 구속한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이기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마틸다는 오히려 기쁘다는 듯이 몽롱한 시선을 보내며 내 가슴에 살포시 안겼다.
그런 마틸다의 몸을 가볍게 안아주면서, 나는 시선을 식탁의 구석자리로 향했다.
“실비아.”
“흐이입! 켁! 네, 네헵?!”
힐끔힐끔 선망의 시선으로 이쪽을 보면서 두 손으로 찻잔을 감싸 쥐고 식후의 차를 홀짝이던 실비아는, 갑작스런 내 부름에 마치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화들짝 놀라서는 사레가 들렸다. 그러면서도 일단 필사적으로 대답은 했지만 말이다.
아니. 그러니까 넌 너무…. 하아…쟤 진짜로 사도 임명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물론 귀엽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날이 갈수록 증상이 너무 심해지잖아.
더 나중에 할 줄 알았던 마틸다까지 사도 임명을 했으니, 마음 같아선 쟤도 최대한 빨리 해주고 싶은데 말이야.
“너도 같이 갈 거야. 준비해.”
“저, 저도 말입니까?!”
“응. 왜? 나 따라가기 싫어?”
“좋습니다아!”
하여간 부끄러움은 엄청 타는 주제에 저런 건 또 꼬박꼬박 대답 잘 한다니까.
“좋아. 그럼 가자.”
내가 손짓으로 이리 온 하고 실비아를 부르자, 실비아가 떨리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내게 조심조심 다가왔다.
물론 그렇게 자기 다리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잠시뿐이었지만.
“흐햐아아아….”
내가 다가온 실비아를 가볍게 품 안으로 끌어안자, 실비아는 역시나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조심해. 괜히 죽이거나 하면 안 돼.”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불안해진 건지, 사라가 기가 막힌다는 말투로 말했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사라는 따라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사라 성격이면 분명 자기도 따라온다고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실비아를 지목해서 데려가는 걸 보고, 사라도 뭔가를 짐작하고 양보하는 걸까?
“죽일 리가 없잖아? 이렇게 귀여운 실비아를. 그지 실비아?”
“흐양아아앗! 구, 구, 구워, 구언니임!?”
내가 실비아의 어깨에 얼굴을 올리고 그 부드러운 뺨에 내 뺨을 찰싹 붙인 후 비벼대자, 녹아내리던 실비아가 이번엔 반대로 딱딱하게 굳어져서 진동하기 시작했다.
“맨날 그러니까 더 불안한 거잖아. 이 바보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절레절레 고개만 내저을 뿐 그 이상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네. 마틸다양의 전직이라면 굳이 신전을 갈 필요 없이, 자네 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디아나가 조그만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영상 찍은 게 부끄러워서 식사하는 동안 거의 입을 열지 않았던 디아나였지만, 결국 딴죽을 걸지 않고는 참을 수 없다는 말투였다.
“아.”
“설마 정말로 깜빡한 겐가?!”
“아니. 그게. 마틸다가 너무 자연스럽게 신전에서 전직한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그야 그렇지. 원래 이 세계는 각 직업마다 전직을 위한 방법이 따로 존재하는 모양이지만, 사도 임명을 한 마틸다라면 그런 거 필요 없지.
실제로 레이아도 그런 식으로 전직시켰고.
“괜찮아요. 그래도 전 신전에서 할 생각이니까요.”
하지만 변명하는 날 다독여주듯, 마틸다는 그렇게 말해줬다.
“응? 그래? 내가 하는 게 편할 텐데? 괜찮아. 어려운 거 아니야.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인걸.”
괜히 내가 깜빡한 걸 커버해주기 위해 복잡한 길을 택하려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해봤지만, 마틸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결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뇨. 어차피 신전에서 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요.”
저렇게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해야 할 일이라니. 설마 얘….
아니. 괜히 저주가 풀릴 때까지 질질 끄는 것보다는, 이러는 게 당연한 건가. 하여간 행동력은 있다니까.
아무튼 그런고로 나와 레이아, 실비아, 마틸다는 같이 신전에 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왠지 요즘 같이 가는 멤버만 바꿔가면서 신전에 엄청 자주 가는 기분이네.
“그래. 그럼 가자. 야. 바넷….”
“그럼 디아나님. 전 할 일이 밀려있으므로 이만.”
마틸다와 가는 거니, 당연히 마차는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바넷사도 데려가려 했던 나였지만, 바넷사는 내 목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디아나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저, 저 녀석이….
저건 어제 일이 있은 이후로 어째 더 쌀쌀맞아진 것 같냐.
보통 그렇게 피부를 맞댔으면 좀 더 관계가 돈독해져야 정상 아니야?
그야 의도치 않고 살을 맞대게 된 거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렇게까지 노력한 걸 봤으면 좀 더 내게 감사를 하란 말이다.
“어제 하루 종일 일을 쉬었으니까요. 분명 일이 밀리신 걸 거예요.”
완전히 무시당한 내가 욱한 표정을 짓자, 우리 천사님이 내 팔을 가볍게 안으며 그렇게 날 다독여줬다.
후우…. 우리 천사님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참아주겠어.
결코 팔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참는 게 아니야.
아무튼 그런 고로, 말을 관리하는 메이드씨 하나를 붙잡아 마차를 타고 우리는 신전까지 오게 됐다.
역시나 신전은 수많은 신도들이, 그것도 남성 위주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니. 전에 비하면 뭔가 여성의 비율이 미묘하게 늘어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인파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남성의 비율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마틸다. 넌 나만 봐. 절대로 딴 데 보지 마. 계속 나만 보고 있으면 돼.”
“네, 네에….”
마틸다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렇게 말하자, 마틸다는 어미에 하트라도 붙일 기세로 대답하면서 내 얼굴에 완전히 시선을 고정시켜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지금부터 저 인파를 돌파해야하는 거다.
웬 시정잡배가 우리 마틸다의 저주를 이용할지도 몰라.
“뭘 봐?! 그르르릉….”
나는 주변에 무작위로 위협을 가하면서 천천히 길을 나가았다.
“구, 구원씨.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충분히….”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레이아가 살짝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성자님을 보고 감동에 빠져있던 독실한 신자들은, 내 태도에 꽤나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날 보든, 우리 천사님이 말리든, 나는 지금의 태도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런 것보다 우리 마틸다가 다른 놈한테 핑크빛 모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해.
“아니. 이렇게까지 해야 돼. 레이아도 얘 저주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잖아?”
“정말로…마틸다 추기경님이 조금 부럽네요.”
“무슨 소리야? 이건 레이아나 실비아를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저 인파를 헤쳐 나가는 도중 웬 놈팡이가 너희 몸에 손이라도 닿아봐. 난 그 녀석을 뼛조각도 남기지 않고 갈아버릴 자신이…으읍.”
내가 살기까지 띄면서 말하자, 레이아가 검지를 세워서 가볍게 내 입술에 맞댔다.
“안 돼요. 그런 말씀을 하시면.”
“헤헷. 죄송합니다. 천사님.”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마틸다의 허리를 감은 쪽 팔과는 반대쪽 팔로 레이아의 허리를 휘감아서 내게 찰싹 밀착시켰다.
그리고 실비아를 바라보면서 눈짓했다.
“실비아.”
“우, 우으으읏…네, 네헷!”
내 의도를 깨달은 건지, 실비아는 내 앞으로 와서는 허리에 두 팔을 두르고 찰싹 안겨 와서는 진동하기 시작했다.
역시 실비아야. 마음이 통한다니까.
핑크빛 모드인 마틸다는 둘째 치고, 레이아나 실비아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러는 게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내 품을 벗어나려고 하는 일 없이 내게 밀착해있었다.
아무튼 그런 양손의 꽃, 아니. 전신의 꽃다발 상태로 인파를 뚫고 나가는 우리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영상의 영향인지 전과 마찬가지로 내가 다가가자 인파를 메우고 있던 남성들은 뭔가 기가 죽은 것처럼 내게 일정 이상 거리를 벌리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처럼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왠지 인파에 여성의 비율도 꽤나 있었기 때문이다.
“꺄아악! 성자님이야아아!”
“어쩜! 어쩜! 나 실물 보는 거 처음이야!”
“성자님! 이쪽 좀 봐주세요! 성자니임!”
그리고 그 여성들은, 멀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내 쪽으로 다가와서 내 전신을 여기저기 만져대기 시작했다.
“여, 여러분! 죄송합니다! 조금 지나갈…꺄악!”
“아, 안 됩니다아아! 마, 만지시면…!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기, 길을! 길을…!”
“아아…당시인…사랑해요오…아아….”
상황이 그렇게 되자, 뭔가 아까 전하고는 우리 애들과 내 관계가 정반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게 우리 애들이 달라붙어있는 자세 자체는 변함이 없었지만, 아까는 내가 우리 애들을 보호하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엔 우리 애들이 날 감싸서 보호하고 있는 형태였다.
레이아는 한쪽 손으로 내 팔을 감싸 안은 채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든 달라붙어오는 여성들에게서 날 지켜내느라 필사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상을 품는 건 조금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꼬리까지 써가면서 필사적으로 여성들을 밀어내려고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우셨다.
그리고 실비아 역시도, 내게 달라붙어서 덜덜 떠는 와중에도 두 팔을 내밀고 마구잡이로 휘저으면서 어떻게든 길을 뚫어보려고 했다.
레이아는 둘째 치고 실비아의 실력이라면 제대로 무력행사를 하면 이정도 인파를 뚫는 건 우습겠지만, 그런 부분은 과연 기사님이라고 할까. 평범한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는 모양인지, 어설프게 팔을 뻗어서 휘젓기만 할 뿐이었다.
그냥 나하고 달라붙어 있는 바람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일 뿐인 가능성도 물론 있었지만.
그리고 그 와중에도 마틸다는 역시나라고 할까, 주위 상황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면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이쯤 되면 진짜로 그냥 저주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하앗…하앗…하앗…겨, 겨우 도착했네요….”
그리고 그렇게 인파를 헤쳐서 사제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구역에 도달한 후에야, 우리는 겨우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사제복을 몸에 착 달라붙게 개조한 우리 천사님이, 이렇게 얼굴을 붉히시고 땀까지 흘리시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었다.
“흐얏…햐앗…주, 죽는, 죽는 줄….”
그리고 겨우 내게서 떨어질 수 있었던 실비아는, 벽에 허물어지듯 기대고 서서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뭔가 방금 전 상황 때문에 고생한 느낌이 아니지 않냐?
뭐, 그렇게 따지면 옆에 있는 이 분도 마찬가지지만.
“자, 여러분 그럼 갈까요.”
내게 떨어져서 핑크빛 모드가 풀린 마틸다는, 아까의 그 태도가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다시 결연한 표정을 짓고는 소피아 대사제의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 레이아. 거기에 여러분도. 안녕하세요. 요즘 자주 뵙는군요.”
그리고 소피아 대사제의 방으로 들어가자, 소피아 대사제도 내가 아까 전에 했던 것과 같은 감상을 말하며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네. 오늘은….”
“안녕하세요. 소피아 대사제. 지금 바쁘시지 않다면, 제 전직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전직…말인가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꺼내는 마틸다의 말을 듣고, 소피아 대사제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저, 다시 성기사가 되기로 했어요.”
“과연. 그렇군요. 저주를 풀 확실한 방법도 찾은 지금, 그러는 편이 여러모로 좋겠군요.”
마틸다의 그 짧은 설명에, 소피아 대세제는 상황을 짐작했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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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릴 예정입니다.
으찡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