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ion of the Labyrinth City RAW novel - Chapter 165
〈 165화 〉 고개 숙인 남자들이여, 기립하라 (2)
* * *
갑작스러운 내방이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모험가 길드 조합장 베른하르트의 방문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저 나이대 되면 다들 안 서기 마련이지.’
전사로서, 길드장으로서, 남자로서의 자존심은 여전히 강할 것이다.
하지만 남자의 원초적인 자존심은 세월이라는 이름 앞에 때로는 무력해질 때가 있는 법.
모두에게 놀림받느니, 차라리 내게만 비밀을 알려주고 페니스일린을 받는 게 그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리라.
“소영주님. 그간 격조하셨습니까?”
“길드장도 이전보다 훨씬 신수가 훤해졌소. 그나저나 무슨 일이오?”
“소영주님께는 바로 본론을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아무래도 상당히 바쁘신 모양이니.”
“음.”
베른하르트가 무슨 목적으로 왔느냐에 따라 답변은 달라질 것이다.
“라우라.”
“…네.”
“내가 바빴던가?”
“마나밀크 생산하고 계시느라 바쁘긴 바쁘셨죠.”
뭐, 어쩔 수 없다.
섹스를 하다가 갑자기 끊게 되었으니, 나도 조금 불편한 건 사실이다.
여자가 왔다면 모를까, 남자가 오는 바람에 섹스가 끊겼으니까.
“그런가. 그렇다는군, 베른하르트 길드장.”
옆에서 라우라[메이드]가 베른하르트에게 눈을 부라리고 있지만 않았다면, 베른하르트는 좀 더 편하게 내게 말을 붙였을 것이다.
“그대도 젊은 부부들 상대로 그런 이야기 하지 않는가. 아, 그래서 손자손녀는 언제 볼 거야! 요즘 젊은 것들은 애를 낳지 않아서 문제야. 에잉, 쯧쯧.”
“제가 그렇게까지는 말하지 않습니다만….”
“그렇게까지는 아니라는 건 어느 정도 비슷하게 이야기를 한다는 거군.”
꼬투리를 잡으려는 건 아니지만, 베른하르트가 평소에 말하는 것처럼 아이 만들기는 중대한 사항이다.
“나는 페르마튼의 사람으로서 후계를 낳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었네. 물론 매일매일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피임 마법을 쓰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게 무슨 소리지?”
“라우라 양이 소영주님의 사람이 된지도 꽤 되었는데, 아직 임신 소식이 없어서 말입니다.”
“…….”
이게 문제다.
임신이라는 게, 참 미묘한 문제다.
어라? 저렇게 섹스를 하는데 여자가 임신을 안 해?
루지 페르마튼 혹시 무정자증 같은 거 아니냐?
그럼 어떡해? 루지 페르마튼 죽으면 다 끝나는 거잖아.
그럼 찾아봐야지. 페르마튼의 피를 이은 또다른 사람을. 설마 페르마튼이 애 하나만 덜컥 낳아뒀겠어? 어딘가는 분명 사생아가 있을 거야.
임신을 하면 아군 기사단원들의 전력이 약화된다.
그런데 임신을 시키지 않으면 사람들은 내가 고자인줄 알테고, 그러면 곧 다른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내 무정자증을 치료하려고 하겠지만.
뒤로는 내가 아닌 대체제를 찾느라 분주하겠지.
‘지금도 그런 의심을 받고 있고.’
베른하르트의 말도 그렇다.
지금 이 남자는 내게 은근히 조언과 경고를 해준 거다.
피임 마법으로 임신시키지 않는 거라면 다행이지만, 혹시나 여자가 문제가 아니라 남자가 문제라면.
그렇게 섹스를 했는데 아직까지 임신을 시키지 못한다는 게 말이나 돼?
라고.
“베른하르트 길드장. 내게는 꿈이 있소.”
“무엇입니까?”
“최소한 무한미궁 50층까지는 공략한 뒤에, 무한미궁 아래에 펼쳐진 또다른 무언가를 알아내고 싶소. 그리고 그 다음에 상황을 보고 내 여자들을 임신시킬 예정이오.”
“…아직은 아니다?”
“그렇지. 뭐, 하다가 임신하면 그냥 임신하는 거고.”
딜레마는 딜레마다.
낳자니 전력 약화를 유발하고, 안 낳자니 생명의 위협이 하나둘 찾아온다.
“무한미궁 공략에서 라우라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다면 모를까, 그 전까지는 덜컥 임신할 수는 없지. 됐소. 사담은 이제 그만합시다. 그대는 아무런 목적 없이 나를 찾아올 사람은 아니니. 무슨 용무요?”
“그렇다면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지요.”
이제, 본론이다.
“혹시 페니스일린을 따로 구매할 수 있겠습니까?”
역시나.
“소영주를 통해서, 다른 이들 몰래 구매를 하겠다?”
“아무래도 제 지인의 명예가 달린 문제라.”
“지인?”
“예, 지인입니다. 제 아는 사람의 일입니다.”
베른하르트가 워낙 진지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보통 이런 경우 지인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본인 아닌가?
‘본인 얘기를 돌려 말하는 거라면 되게 추하게 느껴지는데.’
아아, 고개 숙인 남자여.
나이가 들어서도 자좆감을 채우고 싶어하는 게 남자다.
그건 눈 앞의 이 강힌한 전사도 다를 바 없다.
아니, 그렇기에 더 절박하겠지.
육체는 여전히 30, 40대의 건장한 육신을 가지고 있으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조금 노화가 이루어졌을 뿐인데, 정작 아랫도리는 세월을 정통으로 맞았으니까.
“혹시 복용자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가?”
“저와 비슷한 또래입니다. 제 지인입니다.”
“지인…. 혹시 지병 같은 걸 가지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무래도 신체 활동을 활발하게 만드는 물건이라, 병자나 지병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 괜히 복용시켰다가 잘못될까 걱정되는 군.”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 만큼이나 건강한 자입니다. 단지 거기만 건강하지 못할 뿐입니다.”
“정말 지인인가?”
“예. 제 명예를 걸고 다시 말씀드립니다. 이게 마치 제 이야기를 돌려 말하는 것처럼 들리시겠지만, 제 지인의 이야기입니다.”
“…….”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는데 정말 베른하르트 본인은 아니다고 믿어야 하는 걸까?
사실은 명예조차도 내던질만큼 발기가 절박한 게 아닐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는 솔직히 모르겠지만, 베른하르트에게, 모험가 길드장에게 빚을 지워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라우라. 다르크잔을 하나 가져오도록.”
“알겠습니다, 소영주님.”
내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라우라는 다르크잔 하나를 가져왔다.
“소영주님, 이건…?”
“길드로 돌아가는 길에 하나 가져가라고 가져왔소. 포장은 가솔을 시켜 해줄테니, 들고 가는 길 걱정하지 마시오. 이건 선물.”
나는 다르크잔 안에 가득 채워진 페니스일린을 가리켰다.
“과도하게 복용하지 마시오. 하루 최대 두 알, 거사를 치르기 전에 복용하면 될 것이오.”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당연하지. 지인을 위해서 자신의 명예가 손상될 위험을 감수하고 나섰는데, 내가 어찌 여기서 거절을 할 수 있겠는가?”
같은 남자니까 이해한다.
“하지만 이걸 그냥 줄 수는 없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어야 하는 법.
“순수하게 호의로서 이걸 받고자 한다면, 이 빚은 나중에 꼭 갚으셔야겠지?”
“무엇을 원하십니까?”
“대화가 잘 통해서 좋군.”
내가 베른하르트에게 바라는 것은 크게 없다.
“모험가들 중에 혹시 전도유망한 미인 처녀가 있는가?”
“…….”
베른하르트의 표정이 가라앉았다.
옆에 있던 라우라도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왜 그러지?”
“아니오. 라우라 양의 앞에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라우라, 내가 설마 처녀에 미인인 모험가를 찾는다고 너에게 소홀히 할 것 같나?”
“…아닙니다, 루지 주인님.”
아.
빡쳤다.
“그렇죠. 무한미궁에서 저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게 중요하죠.”
다른 루트를 통해 영입하는 건 딱히 뭐라고 안 하는데, 라우라가 참 모험가 길드를 통해서 사람을 영입하는 건 되게 꺼려하더라.
‘여자의 마음은 참 오묘하다니까.’
모험가 길드에서 영입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고 싶은 게 아닐까.
“라우라. 내가 이번에 모집하고자 하는 사람은 기사단원이 아니야.”
“기사단원이…아니라고요? 그러면 혹시 강간을 하려고 하는…?”
“너까지 나를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냐.”
아무리 루지 페르마튼이 이미지를 조지면서 페르마튼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라우라에게 저런 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아프다.
“내가 찾는 여자들은 다른 거 없고, 그냥 평범하게 우리 가문에서 일할 수 있는 여자들이야.”
“구체적으로는…?”
“메이드를 모집하려고 한다.”
메이드장의 배신을 기점으로 하여, 나는 대대적인 메이드 숙청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여차하면 기사단원으로 써먹어도 되지만, 평소에 주된 업무는 메이드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겠지.”
“그런 거라면 메이드 모집 공고를…?”
“그냥 메이드 모집을 한다고 하면 이상한 자들이 스며들어서. 혹시 들었나? 최근에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만약 모험가 중에서 사람을 모집한다면, 정말 사람을 잘 보셔야 할 것 같군요.”
“그건 걱정하지 말게. 처녀 보는 눈은 세상에서 내가 누구보다도 뛰어나니.”
고용된 메이드들은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모험가’들로 채울 것이다.
“이미 가슴 페스티벌에서도 눈여겨본 여자들이 있어. 그들에게 지금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데, 이게 영 쉽지 않군.”
내가 이전에 키웠던, 가챠로 뽑았던, 동료로 영입했던, 내가 100렙까지 키웠던 모험가들.
‘트로피 수집이라고 욕해도 좋아. 적어도 좆잔 훔치는 놈들보다는 훨씬 나을테니.’
믿지 못할 안경녀들에 비해, 가챠 캐릭터들은 그래도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
“그럼 메이드들은 결국에는….”
“아무래도 모험가로 움직이는 여자들이 섹스하는 맛이 좋더라고.”
운동하는 여자가 왜 꼴리는가.
몸이 그만큼 예쁘기도 하지만, 이건 뭐라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게 있다.
중세 판타지 세상.
어느 여자가 헬스며 요가며 필라테스를 하겠는가.
다 농원에서 농사지으면서 햇빛 밭고 어깨 벌어지고 근육근육하지.
그에 비해 모험가들은 확실하게 몸의 선이 예쁘다.
그건 세리카로 증명할 수 있다.
“그렇지 않소, 베른하르트 길드장?”
“인정합니다.”
역시나.
“저도 제 아내들과 미궁에서 만나서,첫 경험을미궁에서했었지요. 후후.”
“…아내들?”
“예. 셋 모두 제 파티였고, 처녀들이었습니다. 허허허.”
“…….”
최고다, 처녀 모험가.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나는 그렇게 찾던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게 소영주님이 찾으시는 물건이라고요?”
“이걸 어디서 구해온 거요?”
샤를로테가 구해왔다.
“어디서 구하긴요.”
샤를로테는 내게 벽보 하나를 가져왔다.
“예전부터 찾으셨잖아요. 이런 거.”
“……”
상당히 낡은 벽보.
“비슷한 물건이긴 한데, 이거 맞죠?”
처음에 모험가 길드에 신화석을 찾겠다고 올렸던 그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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