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ion of the Labyrinth City RAW novel - Chapter 236
〈 236화 〉 무한미궁이라는 곳에 대해 (2)
* * *
새삼스럽지만 다시금 무한미궁이라는 곳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후.
세이렌이 우리 페르마튼에 합류한 지 어느덧 이주 가까이 지난 현재.
달라질 건 없다.
달라지는 건 없다.
생각할 건 오직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섹스를 할 수 있을까.
또 나중에 무한미궁을 없앤 뒤, 무한미궁에서 벌어들이던 수많은 마석들을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은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세계의 위협으로부터 나는 루지 페르마튼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해봤다.
혹시나 세계가 나를 억까해서 더 이상 페르마튼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되었을 경우.
만약의 이야기지만.
내가 무한미궁을 지배한 모든 마수들을 거느리는 왕이 된다면.
그건 이른마 ‘마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비록 대규모 부대를 운용하는 건 내 주특기가 아니라고는 해도, 나도 빙의 전에는 한국 남자였던 만큼 전쟁 중에 병력을 운용하는 전술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만약의 만약이지만, 만약 세상이 나의 계획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가 세상을 제압하지 못하고 내가 죽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원래 계획대로 내 사람들을 데리고 무한미궁으로 도망쳐 무한미궁에서 살아갈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었을 때 나를 따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만, 그래도 나는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판단을 내려야 할지 조금 감이 오지 않았다.
“아.”
화가 난다.
“마왕 마렵다.”
나는 ‘페르마튼 백작 귀하’라고 적힌 양피지를 뜯어버리고 싶었다.
“이 여자가 진짜 미쳤나.”
무한미궁은 정말 수많은 마수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나는 지금까지 두 종류의 마수를 지상으로 끌고나왔고, 이들 덕분에 나는 지금 제법 많은 수익 환경을 만들어냈다.
무한미궁 전체에 펼쳐진 마수의 수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컷도 암컷도 괴수도 인간형도 있는 이 무한미궁에서 나는 오직 ‘여자’에 ‘마인’ 형태의 존재만 밖으로 데려오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놈들도 이론상으로는 데리고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로 데리고 나올 이유는 없다.
누군가가 강제로 시키는 게 아니라면.
“쯧. 자기가 왕국의 여왕이면 단 줄 아나.”
나는 양피지를 앞으로 던졌다.
내가 대놓고 짜증을 내자 집무실에서 일하던 이들도 내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고, 나는 괜히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든 것 같아 더 기분이 나빠졌다.
“…후. 내가, 우리가 만들어낸 물건들을 수컷 꼬추 새끼들을 위한 걸로 개량해야 한다니. 무슨 이런 말도 안 되는 좆같은 상황이 있을 수 있나.”
너무나도 불쾌한 상황이다.
“메살리나 여왕의 지시다. 이번에 왕국에 보낼 물건으로는 대량의 마석이 아닌, 무한미궁에서 나오는 특산품을 바치라는 군.”
“특산품이요?”
“그래. 문제는 이게 다르크잔도 마나밀크도 야동도 아니고, 완전히 다른 물건이라는 거야.”
나는 테이블에 놓여있는 샘플용 암캐 목걸이를 들었다.
“메살리나 여왕은 이걸로 오크를 잡아와주기를 바라고 있다.”
“…….”
집무실 안의 분위기가 더욱더 가라앉았다.
“농담하는 게 아니야. 지난 번에 인큐버스 이야기를 했을 때 무시했더니, 이제는 오크를 잡아오기를 바라고 있어. 미친 것 같군.”
“메살리나 여왕이 오크를 원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밖에 모르겠는데요.”
라우라조차도 정답부터 내어놓고 자신의 생각이 오답이기를 바라는 상황이다.
“…통제 가능한 오크들에게 윤간당하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겠죠?”
“불가능한 건 아니지. 서큐버스와 세이렌을 통제하고 있으니, 수컷들 또한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거야.”
당연한 이치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아니 여왕이라는 자리에 있으니까 할 수 있는 폭거와도 같은 논리다.
암캐 목걸이는 만들 수 있는데 왜 수캐 목걸이는 만들 수 없음?
이라면서, 지금 내게 수컷들을 조종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를 바라고 있다.
“젠장, 본인이 직접 연구할 것이지. 왜 나보고 이런 거지같은 걸 만들라고 하는 거야?”
“수컷 목걸이 같은 걸 만들라는 건…어쩌면 백작님에게 채우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다. 라우라.”
암캐 목걸이만으로도 여자들에 대한, 심지어 여성형 마인들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수컷 목걸이가 만들어진다면?
그게 내 목에, 내 자지에 채워지기라도 한다면?
신화석 덕분에 어떻게 저항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솔직히 그런 일이 안 생기는 게 훨씬 더 나을 것이다.
분명히.
“나는 얌전히 섹스만 하면서 살고 싶은데,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는 거지?”
“메살리나 여왕도 섹스를 하고 싶어서 그런 거겠죠….”
“그럼 그냥 주변에 널린 남자들데리고 매일같이 질싸 섹스를 하면 될 것이지, 왜 페르마튼에 까지 사람을 보내서 마족윤간 섹스를 하고 싶다고 하는 건데? 아오, 진짜.”
“아마도 이렇게까지 통제되는 마족들을 관리하고 있는 건 페르마튼이 유일하잖아요. 샤를로테 씨 보고예요.”
라우라는 양피지 하나를 내게 건넸다.
“미궁 탄광지역에서 붙잡은 고블린과 오크들을 노예로 삼아 부리려고 했지만 실패했대요. 환각 마법을 이용해서 눈앞에 인간 여자가 있는 것처럼 꾸며서 섹스를 하도록 시켰더니, 고블린도 오크도 결국 여자를 간살했어요.”
“끙. 진짜 미치겠군.”
메살리나 여왕은 단순한 윤간 섹스를 원하지 간살당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 나보고 ‘윤간을 하되 사람은 죽이는 게 아닌 극태쥬지 오크들’을 양성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다.
“진짜 섹스에 미친년. 왕국에서 몸 좋기로 소문난 기사들이랑 그렇게 매일같이 섹스하고 다니면서 또 무슨 오크들과 섹스를 하겠다고. 그냥 왕성 근처에 있는 오크들 잡아다가 길들이면 되잖아!”
“페르마튼 안에서도 그렇지만, 왕국 내부에서는 백작님을 ‘몬스터 테이머’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르디아스는 안쓰러운 웃음을 지으며 내게 자료를 하나 건넸다.
“서큐버스를 지배하는 자. 이제는 세이렌까지. 왕국 내부에 돌고 있는 신문의 일부입니다. 왕도 내부에서만 도는 언론이라 페르마튼까지는 정보지가 도착하지 않았지만, 보시다시피 백작님은 지금 몬스터를 사육하는 자로 악명아닌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악명? 내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몬스터, 마수와의 섹스를 종용하는 개변태로요.”
“아니, 내가 뭘 섹스를 종용해?”
어처구니가 없다.
“서큐버스는 누구나 섹스하고 싶어하고, 바다엘프들이랑 섹스하고 싶어하는 건 그들이 전형적인 엘프 모습이라서 그런 거 아냐. 지들이 꼴려놓고는!”
“여론을 호도할 목적이든 백작님을 음해할 목적이든, 왕도 내부에서는 이미 페르마튼을 몬스터를 사육하는 곳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서큐버스 포르노가 퍼진 게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끙….”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쓸어담는 것에는 언제나 부작용이 따르는 법.
포르노 때문에 내가 마수들을 노예로 삼고 섹스 비디오나 찍는 더러운 악덕 영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진심으로 왕국에 환멸이 나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나를 마수창녀를 파는 포주로 생각하면서, 뒤로는 정치적인 술수를 이용해 오크들이나 사육해서 보내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백작님, 마나밀크 한 잔 하시겠습니까?”
네로가 복잡한 얼굴로 내게 다르크잔을 건넸고, 나는 다르크잔을 받아 마나밀크를 단번에 들이켰다.
쏴아아ㅡ
마나밀크 속 마나가 탄산처럼 몸안에서 터지며 정신을 일깨운다.
“후…. 그나마 좀 낫군. 고맙다, 네로.”
“별말씀을. 그, 외람된 말씀이지만 제가 왕도에 아는 지인이 꽤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해볼까요?”
“네가?”
“예. 여기로 오기 전에, 왕도에서 일하면서 친분을 쌓은 귀족이 몇 분 계십니다. 그분들에게 연락을 드린다면….”
“아니다. 됐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네게 피해를 줄 수는 없지.”
나는 네로의 등을 가볍게 토닥였다.
“메살리나 여왕의 변태행각 때문에 네게 폐를 끼칠 수는 없다. 아무리 우리 백작가에서 일하는 메이드라고 해도, 백작가의 일 때문에 네가 쌓아온 인맥들을 함부로 망가뜨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백작님.”
“호의만 받아들이마. 방법은 어떻게든 마련할….”
타다다닥.
저 멀리,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불안감에 다르크잔을 내려놓으며, 집무실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백작님. 긴급사태입니다.”
창백해진 얼굴의 에이미가 집무실로 들어왔다.
“‘그 인간’이 사고를 쳤습니다.”
“…기어이 결국 남의 영지에 와서 사고를 치는 군. 무슨 사고지?”
“처녀 서큐버스와 세이렌을 성희롱했습니다. 몸을 강제로 만졌다는 군요.”
“…….”
미리 다르크잔을 내려놓아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충격을 받아서 정신이 나가버릴 뻔 했으니까.
“…그래. 기어이 페르마튼의 가솔을 건드렸다는 거지. 메살리나 여왕의 명령을 가져왔다면서 으스대더니, 기어이 쓰레기같은 귀족스럽게 행동했다고? 좋아.”
나는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이르미리 시르조시야 자작 대리는 지금 어디에 있지?”
사흘 전.
우리 영지의 바로 옆, 시르조시야 자작령에서 사람이 왔다.
그는 이르미리 시르조시야로 ‘이르센티 시르조시야 자작’의 대리인이자 왕실의 밀명을 가져온 장본인이었다.
윤간용 오크를 만들어 데리고 오라는 여왕의 명령을 받은 밀사.
“대가리를 깨놓아야 정신을 차리겠군.”
나는 오함마를 들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