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120
제120화
엘라트리오 호위 당시 황태자가 아티팩트로 메테오를 불렀을 땐, 무차별적인 살상 용도였으나.
유리가 소환한 메테오는 달랐다.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카이였다.
상공에서 지켜보던 카이는 하늘 위 까마득한 곳에서부터 느껴진 마나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메테오를 쓴다더니. 고작 이건가.”
유리의 마나량은 분명 방대했다. 전생을 포함해도 이만한 마나를 단숨에 뿜어낼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뿜어진 마나량에 비해 메테오의 발동 위치가 터무니 없이 높았다.
기본적으로 메테오는 다른 공간에서 운석을 불러오는 마법.
그 크기와 무작위성 공격 범위 때문에 중상급 서클 마법이지만, 위력만은 고서클 마법보다 더했다.
이런 메테오의 단점이라면 떨어지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었다
고로 되도록 낮은 위치에 운석을 소환한다.
그러나 유리의 메테오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한 높이에서 출발했다.
높아진 위치 때문인지 메테오 자체의 크기도 작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그건 마법만 아는 이들의 발상이었으니.
지상에서 마법을 시전한 유리는 빠르게 사정권을 벗어났다.
‘저게 떨어졌다간 아무도 감당하지 못한다!’
평범한 메테오를 소환해도 됐겠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우선 이곳은 솔리드녹스의 땅, 그리고 광산 사업의 뒤를 솔리드녹스가 봐줬다.
만에 하나 진짜 솔리드녹스의 마법사라든가 사자가 왔다면 메테오 하나쯤은 우습게 해결할 것이다.
그러니 해결할 수 없는 메테오를 소환했다.
작지만 단단하게.
무엇보다 아주 높게.
마법이 아닌 물리력으로 작용할 수 있게.
고오오오오오오!!!
드디어 운석 덩어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저건……?”
그 형태를 확인한 카이와 여타 사람들은 제 눈을 의심했다.
알고 있기로 메테오는 보통 구형(球形)이었다.
그런데 유리가 소환한 메테오는 거대한 쇠꼬챙이처럼 끝이 뾰족했다.
“저게 메테오라고?”
어떻게 저런 모양이 나왔는지 의심이 들었고, 다음으로 뾰족한 운석이 뭘 할 수 있을지 의아했다.
그때, 갑자기 카이와 채럿이 타고 있던 실버윙이 발버둥 쳤다.
“으어? 가, 갑자기 왜 그래? 응?”
키에엑! 엑! 엑! 엑!
대답하면서 실버윙은 바삐 용암 지대 밖으로 벗어났다.
카이가 물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그게, 위험하다고 도망가야 한다고 하는데요.”
“저게 위험하다고?”
말리기도 전에 실버윙은 자리를 이탈했다. 녀석만이 아니라 다른 실버윙도 인근 숲에서 일제히 날아올랐다.
심지어 미뭉도 한 마디 거들었다.
[머리가 좋은 건가. 아니면 무식한 건가.]‘뭐?’
카이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분위기와 공기가 점점 끓어오르고 있는 건 확실히 느꼈다.
이윽고 운석 꼬챙이가 실버윙이 날던 고도로 진입했다. 그 후부터 충돌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슈우우욱! 쿠욱!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운석이 사라졌다. 예상보다 충격음이 작았다.
그러나.
그 위력은 가히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
운석은 가장 높게 솟은 기생 화산과 충돌했다.
푸욱, 퉁!
땅속으로 들어간 운석의 에너지가 지표면을 튀어 오르게 만들었다.
운석이 충돌한 지점을 기점으로 파동처럼 원 형태의 균열이 퍼져나갔다.
땅이 갈라지자 지하에서 용암이 치솟았다.
한 번 터진 용암은 천천히 흘러 다른 지표면을 녹이고 다른 폭발을 불러일으켰다.
*
멀리 숲 지근까지 빠져나간 유리는 그 모습을 돌아보았다.
‘제대로 먹혔네.’
[저런 걸로 폭발한단 말이야? 흐응, 신기한 걸.]‘질량 폭탄 몰라?’
[질량 뭐?]‘아니다, 나중에 설명할게.’
무게와 부피만으로 화산을 폭발시킬 순 없었다. 단순한 메테오 따위에 폭발하도록 화산을 굳혀 놓았을 리도 없고.
그러니 땅 깊숙이 파고들 수 있으면서 질량과 거대한 위치에너지를 형성하도록 운석을 소환했다.
이것이 유리가 재해석한 새로운 메테오.
바로 질량 폭탄이었다.
전생에서 웹소설만이 아니라 어지간한 영화, 게임을 해봤다면 아는 그 무기로.
화약이나 특별한 기폭 장치 따윈 필요 없었다.
충분히 높은 위치(대략 성층권 이상)에서 낙하하면서 마찰로 마모되지 않을 정도의 질량을 떨어뜨리면 되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건 솔리드녹스의 마법 이론 덕이었다.
기존의 마법이 메테오를 크게 소환하는 데만 급급했다면, 유리는 형태와 위치에너지라는 새로운 요소를 넣었다.
기본을 뜯어서 새로 해석했기에 기존의 메테오와는 차원이 다른 무기가 되었다.
반면 질량 폭탄의 개념을 모르는 카이 눈엔 유리가 대단한 마법을 부린 것처럼 비쳤다.
쿠구구구!
한 번 시작된 폭발은 연달아 다른 분화구를 폭발시켰다.
휩쓸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우리 칭만 빼고.
* * *
마우리는 제 부하들과 함께 숲으로 달아나고 있었다. 기존 용암 지대가 숲까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목 한계선에만 도착하면 살 수 있었다.
그러나 마우리 칭의 육중한 몸뚱어리가 골치였다.
“헉, 헉, 헉. 시, 바, 알, 조, 조, 가튼 것, 들!”
“좀만 힘내십시오, 단주님. 조금만 더 가시면 됩니다!”
“네놈들, 하늘 날거나, 텔레포트, 못 하느냐?”
“그런 마법을 단주님께 걸었다간 산산조각 나실 겁니다! 그리고, 저희가 그런 마법 쓸 줄 알면 이러고 있겠습니까?!”
이동 관련 마법은 그 이론이 심오하고 오묘해서 다룰 줄 아는 자가 극히 드물었다.
빅스터 같은 솔리드녹스의 직계 정도 되면 용언 마법으로 공간을 넘나들 수 있지만.
본디 사람의 몸으로 공간을 넘나드는 건 불가능했다.
다른 공간으로 마법을 써서 육신이 이동했다간 몸이 분리되거나 한쪽씩 잃는 사고가 벌어진다.
“다, 단주님! 지척에 용암이!”
어느새 꽁무니에 용암 파도가 따라붙었다.
허나 그것만이 문제가 아녔다.
퍼엉!
마지막 힘을 짜내어 마우리가 뛰려는 찰나, 전방에서 새로운 분화구가 튀어나왔다.
“젠장!”
얼른 속도를 내지 않으면 측면의 빈 공간까지 용암으로 가득 찰 것만 같았다.
마우리는 당황하여 머리통을 두리번거렸다.
사실 그에겐 어디로 가든 거리가 멀었다. 전력 질주를 한다 해도 빠져나갈 순 없었다.
정작 마우리 본인은 그 현실을 깨닫지 못했다.
먼저 깨달은 건 옆에 있던 마법사들이었다.
“에잇!”
“야, 야! 네놈들! 뭐 하는 짓이냐!”
급기야 마법사들은 마우리를 버리고 먼저 뛰기 시작했다.
“버려! 저딴 돼지 새끼 죽든 말든 뭔 상관이야!”
“에잇, 잘 됐다! 여기서 콱 뒈져버려라!”
“네놈들! 나, 날 버리지 마라! 제발! 부탁이다!”
현실을 자각한 마우리가 뒤따라 뛰어보지만 그들을 따라잡진 못했다.
체력이 약한 마법사보다 느리면 말 다한 것이다.
“허억! 제, 제제제, 제제제제제, 젠장!”
잠깐 숨 돌리겠다고 멈춘 사이.
그가 딛고 있던 땅이 순식간에 분리되었다. 떨어진 지표면은 거대한 보드처럼 용암 위를 떠다녔다.
마우리는 빠져나갈 곳이 없나 확인하려 바닥을 기었다.
당연하게도 더 이상 길은 없었다.
“살려줘! 살려주세요! 제발요!”
급기야 그는 애걸복걸하며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외쳤다.
그때, 마치 그의 기도를 들어주기라도 하듯 실버윙 한 마리가 머리 위를 배회했다. 그곳에서 한 남자가 떨어졌다.
카이였다.
그를 보자마자 마우리는 바짓가랑이에 매달렸다.
“사, 살려줘! 살려주게나! 누군지 모르겠으나 살려만 주면 나가서 금은보화를 주지!”
“돈으로 목숨을 거래하는 습관은 여전하군.”
“뭐?”서걱!
지팡이가 잘리는 소리가 아니다.
지팡이 잘리듯 빌고 있던 마우리의 손목이 잘렸다.
마우리는 제 손에서 피가 솟구칠 때까지 고통을 몰랐다. 피로 된 소나기가 잦아들고 나서야 비명이 울렸다.
“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그 고통을 똑같이 느꼈다. 똑같이, 네놈에게서.”
“내가, 언, 제, 너를…….”
“기억 안 나겠지. 하지만 추측은 해볼 수 있다. 지금이라도 기회를 주마. 떠올려라.”
“모, 몰라! 내가 그딴 걸, 꺽!”
서걱!
이번엔 다른 손이 잘렸다.
고통에 엎드려 발버둥 치자 카이는 그대로 그의 뒷덜미를 밟았다.
“다시 기회를 준다. 네가 벤 손목. 그게 몇 개였을까.”
“끄으, 크, 으으, 으어, 대략, 이백 며엉?”
“그럼 넌 이백 명의 목숨값과 바꿀만 한 가치 있는 인간인가?”
“당연, 하지!”
마우리는 일단 그렇게 대답하고 봤다.
살기 위해서.
그러나 그의 발언은 고육지책조차 되지 못했다.
“그래? 나한텐 똥물에서 건진 빵보다 못한데.”
“그 뭔……. 잠깐만, 설마 네놈!”
똥물에서 건진 빵.
마우리가 버려진 아이들을 주워다가 되팔 때 아이들을 빗대어하던 표현이었다.
어지간한 아이들은 팔거나 죽였다. 도망가도 금방 추적해서 잡아들였다.
그렇게 잡은 아이들은 손목을 전부 잘랐다.
손이 없으면 탈출하기 힘들고 수갑 값도 아낄 수 있다면서.
그때 딱 한 명, 잡지 못했던 놈이 있었다.
“너구나! 그때, 그 놈!”
당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녀석은 기어코 도망쳤다가 마우리에게 복수하러 돌아왔다.
마우리는 큰 상처를 입었지만, 운 좋게 살아남았다.
반면 죽은 줄로만 알았던 카이는 이렇게 그와 마주하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네 모습이……!”
어째서 이리 어릴 수 있지?
마우리가 죽을 뻔했던 그때로부터 무려 몇십 년이 지났다.
그런데 카이는 젊다 못해 어렸다.
“알 바 없다.”
그리 말한 카이가 목을 잡아 일으켰다. 비대한 몸집이 허무하리만치 쉽게 들렸다.
그대로 용암 위로 끌려간 마우리.
발치에서 뜨거운 기포가 터지면서 튀어 오른다.
“제발, 살려줘! 난, 컥.”
“살아봐, 똥물보다 나은 곳에서.”
“안 돼에!”
푸욱!
“아아아악!”
마우리는 용암에 발부터 차근차근 빨려 들어갔다. 어리석게도 빠져나가겠다고 허우적거릴수록 죽음을 재촉했다.
카이는 칼 같이 돌아서서 마침 날아오던 실버윙의 발을 붙잡고 자리를 빠져나갔다.
마우리는 손이 없는 팔을 하늘로 뻗었으나, 용암 속에 잠겨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
숲에서 기다리던 유리는 신수종을 풀어주고 녀석의 등을 빌렸다.
하늘로 날아오른 신수종은 곧장 채럿이 있는 실버윙에게 날아갔다.
창공 위를 배회하던 채럿이 유리를 보고 겁도 없이 신수종의 등 위로 뛰었다.
“오라버니!”
“이런, 채럿!”
신수종이 위치 조정을 알아서 해주면서 유리 품에 자연스레 안겼다.
채럿이 해맑게 웃으며 유리의 목을 끌어안았다.
“해내실 줄 알았어요!”
“하아, 내가 날아다니는 것에서 뛰지 말라 했잖아.”
“그래도 좋은 걸요!”
사실 이렇게 걱정해도 별 문제 없었다. 동물이나 마수들이 알아서 채럿이 위험하지 않게 떨어뜨려주기 때문이다.
일전에 까만 나무 숲에서 반을 타고 오던 채럿이 떨어질 때도 그랬다.
이를 알고 있는 유리였지만, 가슴 졸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채럿, 카이는?”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면서 내려가셨어요.”
마우리를 죽이러 갔군.
전생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제대로 처리했을 거다.
“이제 끝난 건가요?”
“응.”
마우리가 죽고 화산이 살아났으니 다시 이곳은 실버윙의 터전이 될 것이다.
뒤를 봐주고 있는 솔리드녹스가 어찌 나오더라도 똑같다.
‘솔리드녹스가 사업을 하지 않은 건 자신들의 위신 때문이겠지.’
생각해보면 흑수정 광산 사업은 용가 입장에서 직접 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솔리드녹스가 다른 상단에 위탁한 건 화산이라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결국 그 위험은 마우리와 상단, 광부들이 맡았다.
이 과정에서 솔리드녹스는 마우리의 성품이나 인성을 조사했을 거다.
당연하다.
용가 땅의 사업을 맡기는 건데 뒷조사 정돈 기본이겠지.
‘마우리가 쓰레기라는 걸 알았을 테지. 그리고 솔리드녹스는 언제든 관계를 끊을 준비를 했어.’
그 증거로 솔리드녹스는 마법사 로브만 빌려줬다.
더럽고 위험한 건 전부 마우리에게 뒤집어 씌운 채.
그러나 광부 사이에서 퍼져나간 가문의 위신 문제가 남았다.
이를 해결하려면 솔리드녹스는 화산 둥지를 건드릴 수 없다. 평생 모른 척 해야하며 시치미 떼야 한다.
‘그 정도로 가문의 위신이 중요하니까.’
원래 귀족이란 그랬다.
명예, 지위, 대외적 이미지를 따져서 이를 키우고 지키고자 한다.
“오라버니. 저기.”
채럿이 바로 아래를 가리켰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신수종은 제일 큰 화산 위로 날았다.
크기가 큰 화산이라 그런지 폭발이 더뎠다.
그러나 독한 연기가 올라오면서 열기는 충분했다.
“알이요! 얼른! 던져봐야죠!”
“그래, 던져야지.”
유리는 안주머니에서 목걸이에 연결된 알을 꺼냈다.
그리고 신수종이 가장 가까이, 가장 낮게 날았을 때 분화구로 힘껏 던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