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134
제134화
마검인 걸 바로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시작은 검은 기운의 마나가 타나토를 잡아먹는 듯하다가, 유리가 가른 살과 근육에서 피가 나와 검은 기운에 섞여들었다.
피는 손 끝에 모여서 마검이 되었다. 티르빙을 처음 봤을 때처럼 이리저리 혈관이 튀어나온 검이었다.
[이 미친 놈들! 감히 이 마검을 가짜로 만들었단 말이야!?]“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닌 거 같은데!”
후웅!
더 이상 타나토를 살려둘 수 없다는 판단이 서기도 전에 진짜 마검이 타나토의 목을 내리쳤다.
크득!
하지만 가짜 마검의 기운이 진짜 마검을 막았다.
정확히는 검은 기운이 진짜 마검을 집게손가락으로 집듯이 잡았다. 가짜로부터 혈관이 뻗어 나오고 이내 진짜 티르빙에게 퍼졌다.
[끄앗!]순간 티르빙으로부터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렸다.
처음 듣는 그녀의 괴성에 유리는 곧장 티르빙을 뒤로 빼냈다.
엉킨 넝쿨을 뜯어내는 것처럼 가짜의 혈관이 진짜에 들러붙었다가 늘어지면서 뜯겼다.
“티르빙, 괜찮아?”
[괜찮아. 크윽. 같잖은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고 있을 줄이야. 심지어 나보다 전염력이 더 세.]“전염이 더 세다니. 무슨 뜻이야?”
[저 가짜한테 조금이라도 먹히는 순간, 돌이킬 수 없다는 거지. 아마 완전히 먹히고 폭주하기 시작하면 누구도 감당할 수 없을 걸.]“이대로 죽일 순 없는 건가?”
[말했다시피 전염력이 강해. 내가 빨려 들어갈 정도로 말이지. 타나토는 이미 먹혔어.]진짜를 먹는 가짜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네.
크악!
순간 타나토가 마수와 비슷한 괴성을 질렀다.
드디어 시작되었다.
가짜 마검이 번뜩이기 무섭게 유리를 향해 움직였다.
쿵!
검이 부딪혔는데 지축이 울리고 바닥이 파였다. 무지막지한 괴력에 유리도 이를 물었다.
“아까랑, 완전히, 다르, 잖, 아!”
[일단 도망쳐. 마검 대 마검이라니. 이건 나도 계산이 안 선다고!]유리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치만 이게 마음대로 될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을 뒤로 빼려고 발을 떼자.
크악!
퉁!
타나토가 뒤돌려차기로 유리의 갈비뼈를 찼다. 척추까지 반작용으로 휘는 감각과 함께 몸뚱어리가 허공을 날았다.
유리는 그대로 근처 나무에 처박혔다.
“커억!”
폐부가 찌그지는 고통에 숨이 턱 막혔다.
그러나 타나토는 바로 달려들어서 유리의 목을 쥐었다.
아까와 반대가 된 상황에 마찬가지로 유리도 검으로 팔을 잘랐다.
뼈와 살이 단번에 토막나는 감각이 검끝에서 전해진다.
헌데, 잘리진 않았다.
검이 팔을 동강내자마자 바로 이어 붙은 것이다.
“끅! 씨!”
뒤늦게 완력으로 팔을 팔로 내리쳐 보지만, 미동도 안 했다.
모든 마나 코어를 개방해봤으나 역시나 마찬가지.
[꼬맹이!]단 몇 번만의 공격으로 전세가 뒤집혔다. 유리는 목이 조여 죽기 직전이었고, 정신을 잃은 타나토는 투쟁심에 몸을 맡긴 채였다.
그러면서도 유리는 계속해서 팔을 치거나 안 되면 티르빙을 단검으로 만들어서 사정없이 찔렀다.
찌를 때마다 피가 안 난다. 베인 살갗은 바로 회복된다.
“……헬, 파이어!”
콰쾅!
최후의 수단으로 고서클 마법을 안면에 바로 꽂았다. 같이 폭발에 휘말리는 건 상관 없었다.
그보다는 녀석을 떨어뜨리는 게 우선이었다.
그랬거늘.
폭발이 일어나고도 손아귀에선 힘이 빠지질 않는다. 곧 이어 검은 화염을 뚫고 화상을 입은 얼굴이 튀어나왔다.
크락!
살이 타서 뼈까지 드러났건만. 타나토와 가짜 마검의 살육 의지만 더 불탔다.
이대론 이길 수 없다.
그런 불안이 확신으로 변하는 그 순간.
“인(刃).”
갑자기 어디선가 형체 없는 마나가 둘 사이로 날아들어서 타나토의 팔을 갈랐다.
여태껏 잘리지 않던 팔뚝이 떨어져서 바닥을 굴렀다. 단면에서 혈관과 검은 기운이 원래 몸을 되찾으려 꿈틀거렸다.
질식사 전에 겨우 풀려난 유리는 목을 부여잡고 비틀거렸다.
“꺼억, 컥, 큽……!”
눈앞이 아찔하게 어지럽다. 중심을 잡아서 간신히 서 있는 게 전부였다.
그러면서 마나가 날아왔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있었다.
“어머니……?”
샤를린느였다.
다만, 유리가 알던 어머니와 얼굴이 조금 달랐다.
푸른색으로 일렁이는 눈동자가 세로로 갈라져 있고, 머리엔 산양과 흡사한 뿔이 났다. 등 뒤로는 거대한 박쥐의 날개가 바람결에 흔들렸다.
그녀가 나긋한 음성으로 말했다.
“유리, 도망가렴. 내가 시간을 끌고 있으마.”
“어머니!”
크라악!
타나토는 방향을 바꿔 샤를린느에게 검을 들이댔다. 떨어졌던 팔은 벌써 새로 돋았다.
녀석이 샤를린느에게 닿으려는 찰나.
갑자기 놈이 허공에 붕 떴다. 마치 날아가던 나방이 거미줄에 걸린 듯했다.
반격하기 좋았으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타나토는 자신을 붙든 정체 모를 힘을 억지로 뜯으며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샤를린느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유리는 달려가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재차 말렸다.
“오지 마. 얼른 도망가렴.”
“하지만……!”
“당장 이 애를 어찌할 수 없어. 나도 붙드는 게 전부야. 가서 도움을 청해.”
그녀 말대로 타나토를 죽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어떤 마법을 쓰더라도 바로바로 회복하고 반격까지 해버리니, 군대를 데리고 와야지만 공략이 가능할 듯싶었다.
‘아니, 방법은 있어.’
가짜 마검을 본 순간, 한 가지 가정이 뇌리를 스쳤었다.
그저 위험한 데다가 굳이 위험한 방법을 수반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안일하기만 했으니.
어머니를 구하려면 뭐든 했어야 했다. 위험하더라도. 혹은 쓸모없더라도.
또는 그 결과가 형제를 구하는 것이 되었더라도.
“바로 돌아올게요! 좀만 기다려 주세요! 방법이 있으니까, 잠시만이면 됩니다!”
그는 곧장 제몬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져 앉은 채 사색이 된 얼굴로 제 형을 바라봤다.
“형, 형……? 뭐가, 어떻게.”
하얗게 질린 입술이 경련을 일으켰다. 눈에선 끊임없이 물기가 쏟아졌다.
유리는 그런 제몬의 목덜미를 낚아채곤 반대편으로 달렸다.
“멍청하게 있지 말고 따라와!”
“으, 어…….”
유리는 멀리 떨어진 숲까지 제몬을 억지로 끌고 갔다.
멀어지는 내내 뒤에서 여러 파공음과 충격음이 들렸다. 그때마다 유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제발.’
제발 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어머니가 쉽사리 진다거나 쓰러지진 않으리라. 더구나 방금 전 그녀의 모습은 흡사 드래곤과 같았다.
용인이 아닌 진짜 드래곤.
그런 어머니가 가짜 마검 따위에게 굴복한다는 건 말도 안 되었다.
그렇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으니.
“여기로!”
한참을 달린 끝에, 마침 썩어서 넘어진 고목를 발견하고 그 아래 제몬을 숨겼다.
마검에 먹히고 있는 타나토만큼이나 제몬의 정신 상태도 많이 불안했다.
세로로 갈라진 동공이 평범한 인간처럼 동그랗게 커져서 사방으로 굴러다녔다.
유리는 애써 차분히 물었다.
“형님도 저걸 가지고 있습니까? 검은 수정이요.”
“형, 형, 형, 형, 형. 형이, 그러니까 형이…….”
“제몬!”
짝!
유리의 손이 제몬의 뺨을 갈겼다. 어찌나 세게 때렸는지 고개가 90도 이상으로 돌아갔다.
그제야 눈빛이 돌아온 제몬. 유리가 더 윽박질렀다.
“너도 타나토가 쓴 수정을 가지고 있냐고!”
“어, 아, 응.”
“내놔.”
“안 돼. 그걸 주면 아버지한테 혼나……. 안 돼…….”
“그럼 너도 똑같이 타나토처럼 써서 가짜 마검에 잡아먹히려고? 너도 아버지한테 이용만 당하고 개죽음 당하고 싶어?”
“저, 저거 마검이야?”
설마, 이 두 사람, 검은 수정이 뭔지 모르고 받은 건가? 그냥 최후의 수단으로 쓰라고만 듣고?
‘진짜 미친 놈들만 있군.’
저것이 가짜 마검인지 아직까지 확신은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형제는 무엇인지 알 줄 알았거늘.
제몬의 반응을 보니 뭔지도 모르고 받은 게 확실했다.
“잘 들어. 너까지 마검을 쥐게 되면 난 너희를 포기해야 해.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너희들을 사냥하러 올 테지.”
“우, 우리를?! 왜! 우린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수정을 내놔.”
“안, 돼. 아, 안 되는 거야. 안 돼. 그러면 안…… 돼.”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군!”
유리는 제몬의 어깨를 흔들며 외쳤다.
이들이 다이올드 밑에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오히려 미웠다. 언젠가 꼭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친척 형들이다.
그래도 버텼잖아.
여기까지 와서 날 죽이려고 마검이라는 수단까지 받았잖아.
너네 때문에 우리 어머니까지 저기에 있는 거잖아!
“마검을 쓸 용기가 있다면 차라리 다이올드한테 반항해. 나이 먹었으면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하라고!”
“…….”
철부지 형들이어도 배울만큼 배우며 자랐다. 그 점은 유리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아버지한테 반항하라는 패륜적인 발언을 듣고 어찌 달라질 수 있겠냐만.
한다면 하는 형제이지 않은가.
“형을 살리고 싶지?”
“으응.”
“저대로 죽일 거 아니지?”
“응.”
“그럼 수정을 넘겨.”
제몬은 한참 동안 망설였다.
갑자기 변한 형의 모습을 보자니 선뜻 수정을 쓸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순순히 수정을 넘겼다간 다이올드를 거역하게 된다.
둘 다 싫다.
전부 무섭다.
하지만, 형을 잃게 되면, 그땐 어쩌지……?
그건 더 무섭지 않을까?
“너, 우리 형 구할 수 있는 거지? 확실하지?”
“약속하지.”
“그 약속, 꼭 지켜야 해.”
제몬은 꽁꽁 숨겨두었던 검은 수정을 유리에게 건넸다.
타나토가 부순 것과 똑같았다.
“여기서 기다려.”
수정을 낚아챈 유리는 타나토가 있던 방향으로 다시 향했다.
도망갈 때보다도 더 속도가 빨랐다.
그러면서 머릿속으론 차분히 설정집과 원작을 뒤졌다.
‘티르빙, 가짜한테는 자아가 없겠지?’
[있으면 말도 안 되지. 그건 창조주나 마신님만 가능해.]‘자아는 곧 영혼이고.’
[맞지.]‘그럼 영혼은 마나의 그릇이니까 영혼이 없으면 마나의 그릇이 없을 거야. 고로 저 마검 안에는 영혼이 비어있겠지.’
[혹시…… 자아로 파고 들려고?]‘……할 수 있지?’
[…….]티르빙에게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영혼은 마나를 담는 그릇이요, 티르빙의 자아는 곧 영혼이었으니.
자아가 없는 가짜 마검은 마검의 본능만 가진 피를 탐하고 힘을 빌려주는 기능만 지녔을 것이다.
그러한 기능만 빼면 실질적으로 껍데기인 셈.
마검과 설계가 똑같다면 그 영혼의 자리엔 아무것도 없어야 했다.
유리는 그 자리에 파고들 계획이었다.
‘카이가 해본 적 있으니까.’
무한 환생을 거듭한 카이와 그 능력을 준 미뭉.
카이는 자신의 영혼이 자유로이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아를 잃은 신물들에 잠시 영혼을 피신시켰던 적이 있었다.
그때 신기하게도 죽어 있던 신물이 제 힘을 되찾아 발휘했었다.
유리도 이 점을 활용해서 가짜 마검을 통제해볼 참이었다.
‘티르빙, 확실히 말해. 길 정돈 열어줄 수 있어?’
[성검의 주인은 원래 그런 능력을 자주 썼으니까 별 무리 없이 했다지만. 우리 꼬맹이는, 후우. 이걸 어떻게 확신하니? 그리고, 영혼을 다른 곳에 옮긴다는 건 네 육체를 죽인다는 소리야! 그걸 내가 허락해줄 거 같아? 뭣보다 저 녀석을 살릴 가치가 없잖아!]‘알아. 그래서 무조건 성공시키겠다는 게 아냐.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나도 포기할 거야.’
어차피 타나토를 이기려 한다는 불확실성보단 카이가 성공시켜본 방법을 쓰는 편이 나았다.
그래야 아무도 다치지 않고 쉽게 끝낼 수 있다.
물론, 누구 하나 희생은 각오해야 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