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164
제164화
졸지에 채럿의 최애 반려견이 된 대기의 신 에덴부르크.
그는 현재 머리에 예쁜 리본을 달고 유리의 본가 집무실에 앉아 있었다.
“으악!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느냐! 난! 난!!!”
“사랑받고 좋지 않으십니까?”
“이놈아! 인간으로 치면 손녀의 손녀뻘인 아이한테 사랑받아서 어쩌자고!”
“그 사랑이 그런 사랑만 있는 건 아닐 텐데요.”
“난 그런 사랑이……!”
“그런 사랑이?”
“아, 아냐. 아무것도.”
투정을 부리다가도 에덴부르크는 그만두고 리본 벗기에 집중했다. 어차피 다시 씌어질 리본, 뭐 하러 벗고 있는지 모르겠다만.
마침 채럿은 마친 인형들이 입던 옷이 있다며 그걸 가지러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예상외의 복병에 샤를린느를 보호할 수 있게 된 유리는 속으로 콧노래를 불렀다.
똑똑.
“유리, 있니?”
타이밍 좋게도 샤를린느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에덴부르크의 처진 귀가 들썩거린다.
“오, 드, 드, 드디어!”
“에덴부르크 님.”
“아, 안다! 알아! 조용히 있을 거야!”
에덴부르크가 소금 사막 밖으로 나온 이상 ‘말하는 개’라는 점은 절대로 숨겨야 했다.
들켰다간 무조건 생체 실험의 대상이 되고 말 테니까.
그나마 같은 신이었던 샤를린느 앞에선 현현화를 해도 된다고 했으나.
이 부분은 에덴부르크가 먼저 거절했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면서.
“네, 들어오세요.”
들어오던 샤를린느는 활짝 웃다가 갑자기 덩그러니 있는 개를 보고 멈칫거렸다.
어째 삽살개를 보는 사람마다 시작 반응은 다 똑같았다.
“유리, 이게 웬 강아지니?”
“어머니 선물이요.”
“나?”
“네.”
채럿 때와 달리 에덴부르크는 샤를린느 앞에 쪼르르 다가가서, 착 않더니,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었다.
온갖 의성어, 의태어를 갖다 붙여도 모자랄 사랑스러움을 어필하는 모습에 유리는 어금니를 물었다.
“에뎅.”
“…….”
“모른 척 하지 말고. 에뎅.”
“……?”
이제야 돌아보는 삽살개 에뎅.
표정에서 “그거 날 부른 게냐?!”라고 묻는 듯했다.
참고로 에뎅이라는 이름은 방금 멋대로 지어냈다. 에덴부르크라 부를 순 없고, 저대로 놔두려니까 꼴 사납고.
그래서 이에 맞게 에뎅이라 즉흥적으로 지어냈다.
[꺄하하하! 에뎅이래, 에뎅!] [잘 어울리는 걸요. 좋은 센스에요, 주인님.]환호하는 두 여자와 달리 샤를린느는 한동안 에뎅을 곱씹다가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괜찮은 이름이구나.”
“진짜요?”
“응. 잘 어울리는 걸.”
헥헥헥!
잘 어울린다는 말에 에뎅이 혀까지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걱정스럽긴 했으나 에뎅도 그 이상의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샤를린느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근데 이 개는 어디서 났니? 처음 보는 종인데.”
“으음, 저도 잘 모르겠어요.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만난 녀석이라서요. 물이랑 먹을 걸 줬더니 끝까지 따라오더라고요.”
“신기해라.”
“마음에 드세요?”
“응, 마음에 들어. 고맙다.”
그렇게 웃는 샤를린느를 보니 유리도 절로 웃음이 났다.
하지만 오래도록 웃진 못했다.
에덴부르크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용신인 어머니는 신도, 생명체도 아닌 애매한 존재라고.’
생명체와 신과의 차이는 육신의 유무가 가장 컸다.
육신을 가지면 필멸(必滅)의 운명을 타고 났으며, 신이라 해도 그 법칙을 어길 수 없었다.
그나마 에덴부르크는 ‘보이지 않는 크리스털’의 힘을 이용해 수명을 늘렸기에 지금까지 살아있었다.
하지만 샤를린느는 달랐다.
에덴부르크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신이자 생명체라고 한다.
그리고 창조주는 사명을 다할 때까지 그녀를 죽지 못하게 했다.
여기에 티르빙이 의문을 제기했었다.
[드래곤이 다 죽은 마당에 사명이 주는 강제성으로 살아있다는 게 말이 될까?]‘하지만 살아계시잖아.’
[그러니까 이상한 거지.]이도저도 아닌 것은 항상 불안요소를 불러온다.
샤를린느가 그랬다.
신과 인간의 사이, 없는 사명의 대상과 사명을 지켜야하는 자.
역설에 역설이 낳은 존재성은 그야 말로 풍전등화와 같았다.
즉.
‘어머니가 언제 세상을 떠나도 이상하지 않아.’
한 번 피어난 불안감은 시들 줄 모르고 유리의 마음 속 깊이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금방 마음을 다잡았다.
‘어머니가 빠른 시일 내에 세상을 떠나셨을 거였다면 아버지께서 이렇게까지 세상을 구하려하진 않았을 거야.’
아무것도 알 수 없는 마당에 어머니에게 금방 죽느냐는 질문을 던질 순 없었다.
그런 패륜적인 질문을 어찌 하라고.
설령 묻는다 해도 어머니는 필시 거짓말을 하리라.
지금은 어머니가 행복해하는 모습만으로 충분했다.
“필요한 사료나 도구는 채럿이 가지고 올 거예요. 채럿도 많이 좋아하더라고요.”
“그 애가 좋아할 거 같긴 하구나. 안 그래도 큰 반려견을 키우고 싶다면서 고민하고 있더라고.”
“잘 됐네요. 둘이서 잘 돌봐주세요.”
“응.”
티 없는 웃음으로 샤를린느는 고마움을 표현했다.
아무튼 그렇게 용신의 반려견으로 대기의 신이 간택되었다. 유리는 그걸로 만족했다.
* * *
대외적으로 다시 한 번 나이트워커와 리펠리온의 접촉이 알려지면서 대륙이 들썩거렸다.
처음엔 언론사들이 드디어 전쟁을 일으키는 거냐며 불안한 기사를 뿌렸다.
그러다 하루도 되지 않아서 샤를린느가 공식기사를 뿌렸다.
블레이머의 장례식 때부터 샤를리는와 유리를 예의 주시했던 몇몇 언론사는 이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안 그래도 한 달 전에 실종됐다가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에 더욱 이슈가 되었다.
이어서 새로운 뉴스들까지 가세했다.
무역로 개척 사업이 확실시 되면서 가문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의 제안서가 날아들었다.
샤를린느는 투자 제안서를 모두 거절했다.
돈이야 양가에 충분해서 사업 진행은 무리가 없었고, 투자 액수에 따라 입김이 작용될까봐 우려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주 동안 서류 정리가 완료되고, 리펠리온으로 원정대가 꾸려졌다.
그리고 유리와 타나토, 제몬은 골든해머 가(家)에서 의뢰한 도둑을 잡기 위해 출정 준비를 하고 있었다.
* * *
유리가 돌아오고 몇 주 안 되어서 도둑을 잡기 위해 기사단이 차출되었다.
타나토와 제몬은 원로와 장로들이 잡고 있는 가문의 직속 기사들이 붙었고.
유리는 플레온 기사단을 비롯해 블레이크, 이자벨, 채럿과 동행했다.
이렇다 보니 원정대 대열엔 자기들끼리 경계하는 묘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런 대열의 선두엔 타나토, 제몬 형제가 섰다.
“형! 형! 우리 이번에 잘 할 수 있겠지?”
“잘해야지.”
들뜬 제몬만큼이나 타나토도 절치부심 마음을 다잡았다.
이미 한 번 실패한 경험도 있거니와, 아직 유리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흑실에서 유리가 가짜 마검에 대해 자기 입으로 말했다면 분명 자신이 차기 가주 입지를 더 공고히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유리는 자기 입으로 가짜 마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무슨 속내인지 몰라도 원하는 대로 두진 않겠어.’
타나토는 이번 기회에 도둑을 잡고, 할 수 있으면 유리도 죽일 계획이었다.
그런 형제의 계획을 유리도 모르지 않았다.
유리는 최후방에서 대열의 후위를 맡았다. 옆에서 같이 말을 몰던 블레이크는 전방의 분위기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별로 좋지 않군요. 경쟁 관계라지만 결국 작전이 우선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날카로운 분위기에선…….”
이대로 갔다간 도둑을 잡기도 전에 내부에서 싸울 판이다.
협동을 해도 모자라거늘.
유리도 이 상황이 썩 만족스럽진 않았다.
“단원들에게 계속 주의를 주도록. 절대 충돌하지 말라고. 그것 말고는 어쩔 수 없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답답합니다. 대체 저 형제는 작전에 관심이 있기나 한 겁니까?”
“나도 이해가 안 된다, 유리. 이건 분명 사고가 일어난다.”
가만히 있던 이자벨까지 거들었다.
이들이 이러는 건 단순히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번 작전의 목표 대상인 도둑, 가칭 ‘미다스’가 예상외로 위험했다.
가문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9서클 이상의 실력자이며, 훔친 무구로 무장해서 그 위력이 배가 된다고 한다.
골든해머에서 파견했던 추격대는 미다스가 만든 아티팩트만으로 괴멸당한 적도 있단다.
“할아버지께서 괜히 미다스를 시험으로 준 건 아닐 거야.”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날 흑실에서 다이올드 백부님이랑 빅핸드가 짜고 친 시나리오를 할아버님께서도 알고 계신 것 같았거든.”
유리 입으로 가짜 마검을 언급하기 전에 다이올드와 빅핸드가 먼저 언급한 건 약간의 면피를 위한 시나리오였을 터.
그땐 그렇게 생각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미다스에 관해 듣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할아버지는 다 알고 계셨어. 가짜 마검이라든가 미다스까지, 전부. 그러니까 도둑이 어떤 자인지 묻지도 않고 우리한테 일을 맡겼던 거야.”
분명 흑실에서 빅핸드는 그 도둑을 이렇게만 묘사했었다.
‘……그 자는 가짜 마검만이 아니라 신물이라 불리는 무구들을 좋아하여 여러 가짜를 만들어냈고, 그 힘마저 비슷하게 구현했습니다!’
‘자네가 말해준 적 있지. 다른 드워프 족에서 와서 신비로울 정도로 대단한 무구를 만들어냈다고.’
‘……워낙 신출귀몰하고 용의주도한 자인데다가 실력이 뛰어나 저희 가문의 힘만으로 잡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어디에도 그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으나 벤헬링턴은 그 자가 누군지 알아들었다.
이는 벤헬링턴 또한 미다스가 누군지 알고 있었고, 이를 시험으로 내도 괜찮다고 판단했으리라.
즉, 이 시나리오는 다이올드와 짠 게 아닌.
벤헬링턴과도 같이 꾸려낸 연극일 수도 있다는 뜻이 되었다.
“으음, 가주님이라면 그럴 수도 있어요. 저보다 아는 정보가 더 많으실 걸요.”
“그렇습니까. 전 용가의 정보망이 대단하다고 풍문으로만 들어서.”
채럿의 말에 블레이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이트워커의 정보망은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기사단보다 규모가 크고 조직이 치밀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만큼 다량의 질 좋은 정보를 수집 및 조합, 추출해내는 능력을 갖췄다.
“어쨌든 형님들에게 기회지만, 이건 우리에게도 기회야.”
미다스를 잡으면 가문으로부터 인정을 물론이고, 수많은 무구를 얻을수도 있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골든해머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했다.
안 그래도 유리가 1000만 골드를 가문에서 빼가면서 골든해머의 반발이 심했었다.
이 때문에 영지 내 드워프들이 유리를 굉장히 싫어했다.
그런 드워프들 없이 가주가 되기까진 무리가 없지만.
‘아스칼론을 만들기 위해선 드워프들의 용광로가 필요해.’
별빛나무를 진짜 아스칼론으로 벼려내기 위해선 드워프들의 협조가 요원했다.
그러니 이번 임무를 꼭 해낼 명문이 충만한 유리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