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237
제237화
만타티스 가문의 젊은 가주 비쥴레는 난감한 소식 하나를 접했다.
“뭐라고 했나? 다시 말해보게.”
“나이트워커에서 군대를 소집해서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나이트워커에서?”
예상하지 않았다면 바보였다.
만타티스엔 다이올드가 있다. 다이올드가 저지른 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만타티스 가에서 죄가 명확한 그를 보호하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
문제는 대체 어디서 다이올드에 과한 정보가 빠져나갔는지…….
‘아냐, 이제 와서 정보의 출처를 파헤져봤자 늦었다. 정보원이라면 벌써 빠져나갔겠지.’
듣기로 유리 덴 나이트워커는 명석한 자라고 소문이 자자했다.
폭군이라는 이미지가 현재로서 강해도, 어쨌든 한 용가의 가주로부터 인정을 받아 가주 대행을 맡았다. 그 벤헬링턴 덴 나이트워커가 인정했다면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자라면 정보를 얻었다면 정보원을 빼돌렸으리라.
“그런데 가주님.”
“또 뭐지.”
보고를 올리던 보좌관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쪽을 쳐다봤다.
접객용 소파엔 다른 사람도 함께였다.
“뭘 봐.”
다이올드가 까칠한 말투로 겁을 주자 보좌관은 한심한 눈빛을 애써 감추면서 고개를 돌렸다.
“나이트워커의 기사들만이 아니라 리펠리온의 윈드태커, 베리온 황실의 흑사자 기사단, 전직 성기사단장이자 밀리샤 경이 이끄는 회색십자 기사단까지 같이 오고 있다고 합니다.”
“뭐?”
“뿐만 아닙니다. 솔리드녹스의 제 0 마법사단 일부까지 동행해서…….”
“……!”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기사단과 그 수장이 언급될 때마다 비쥴레의 안색이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윈드태커는 대륙 최고의 궁수들이라 불리는 엘프족이 모인 기사단으로, 궁술만이 아니라 기동력에서 가장 최고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흑사자 기사단은 최근 인간들 사이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중이었다. 얼마 전에는 특급 마수종 소굴을 소탕하면서 명성을 떨쳤다.
밀리샤와 회색십자가 기사단은 어떠한가.
교국에서 억울하게 파문을 당한 성기사와 성직자들이 모여 결성한 교국의 그림자가 아니던가.
그런데 제일 충격적인 건 솔리드녹스의 제 0 마법사단이었다.
“나이트워커와 솔리드녹스가 같이 오고 있다고?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척후병들이 직접 확인했습니다.”
“다이올드!”
비쥴레의 불똥은 결국 그에게 튀고 말았다.
“네놈이 이리로 도망치는 바람에 우리 가문이 세상에 드러나게 생겼다! 이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
“그게 제 탓은 아니지 않습니까.”
“뭐라고? 이 놈이……!”
화가 난 비쥬렐와 달리 다이올드는 평안한 낯짝으로 술이 담긴 유리잔을 들이켰다.
“혹시 절 여기에 숨겨주시면서 세상에 가문이 들통나는 것조차 예견하지 못하신 건 아니겠죠.”
“지금 그런 문제만 있는 게 아니잖나!”
“네네, 그렇죠. 군대가 몰려오고 있죠. 마치 가문을 박살낼 분위기를 풍기면서요.”
만타티스 가는 대대로 정체를 숨기면서 살아왔다. 물의 드래곤, 블루 드래곤이 가진 그 신비로운 힘을 탐하는 자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그 힘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다지만, 그래도 가문은 이대로 초야에 묻혀 살길 바랐다.
그러다 다이올드가 끼어들었고, 이젠 거대 군대가 몰려오고 있다.
‘분명 우리를 공격하려 오는 것이다!’
다이올드를 찾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리가 다이올드를 돌려달라며 어떤 식으로든 행동을 보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군대는 그 중 최악의 수였다.
이건 전쟁을 선포하기 직전이었으니까!
“경계령을 발동시켜라. 외곽 수비병, 척후병, 정찰병 다 불러들여.”
“알겠습니다.”
보좌관이 쏜살 같이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간 자리를 물끄러미 보던 비쥴레는 다이올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기 자신 때문에 한 가문이 위기에 처했는데도 그는 술만 홀짝거렸다.
“다이올드, 그대가 가진 것이 부디 우리가 이럴 정도의 가치가 있길 바라오.”
“마음대로.”
비쥴레도 그대로 박차고 일어나 방을 나갔다.
할 일이 산더미였다.
* * *
아이러니하게도 만타티스 가문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서쪽 해안가의 이름 없는 절벽 지대를 영지로 삼고 있었으며, 나이트워커 본가에서 일주일만 천천히 말을 몰아도 충분히 닿을 거리였다.
‘이래서 원작에 만타티스 가문이 안 나왔던 거군.’
유리가 가는 이곳은 높은 절벽이 한 국가만큼 길게 늘어져 있는 곳이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천혜의 요새라 부르며, 만약 서쪽 대륙의 사람들이 어떤 방법이 생겨서 바다를 건너오더라도 이 절벽을 오르진 못할 거라 말했다.
유리도 절벽 끝에 서서 그 위용을 실감했다.
[워어~ 이만한 높이면 악마들이 쳐들어오기도 싫을 거 같네.] [그러게요. 올라오다가 화살 맞고 떨어져 죽기 딱 좋네요.]“그렇진 않아. 오히려 여기가 먼저 공격 당해.”
[으응? 그랬었니?] [여길 왜요?]“수비 병력이 없잖아.”
사람들이 절벽을 보며 떠올린 적은 인간이었지 악마가 아니었다.
악마들은 생명체가 되어서도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 정확힌 고통을 느껴도 상대를 죽이려는 일념으로 다시금 움직인다.
절벽을 오를 때도 그랬다. 머리 위에서 돌이 떨어져 머리통 깨져도 놈들은 기어오른다.
“그래서 원작에선 만타티스 가문이 제대로 등장하지 못했던 거야. 여기서 몰살당해서.”
만타티스 가문이 지금껏 자신들의 정체를 숨겨온 것처럼, 원작에서도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원작만 봐선 왜 그런지 몰랐으나, 이젠 알 것만 같았다.
[그런데 꼬맹이. 기억은 좀 돌아왔어?]티르빙이 묻자 아스칼론도 같이 궁금하다며 말했다.
“갑자기 그건 왜?”
[회귀 이전의 너라면 만타티스 가문을 자기 편으로 만들었을 거 같아서.] [그러네요. 여기도 엄연히 용가잖아요. 악마를 대적하기엔 중요한 세력이었을 텐데 접촉해보지 않았을까요.]“안 그래도 그게 궁금하긴 했어.”
[궁금했다는 건 모른다는 거네.]“응.”
[카이는? 그 놈 성검이라면 알고 있잖아.]모두가 기억을 잃은 채 시간을 되돌아왔을 때, 유일하게 기억을 유지하고 있을 존재는 성검 미뭉이 유일했다.
미뭉은 전생을 거듭하면서도 기억을 보존했다. 그것이 시간을 역행해도 유지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물어볼 가치는 충분했다.
“시간을 좀 더 들이자고.”
[뜸 들일 필요 있니?]“나도 묻고 싶긴 해. 그런데 물어봤자 달라질 게 없어.”
[흐응? 그래?]“뭐가 되었든 난 악마를 막기 위해서 회귀를 한 거니까. 진실은 나중에 알게 되어도 돼.”
[답답해서 싫은데.]유리도 답답하기 싫은 건 마찬가지였다. 작은 의구심이라도 제대로 풀어야 좋을 테니.
“정 궁금하면 오늘 밤 기회를 만들어줄게. 네가 물어봐.”
[나?]“그래. 그러니까 일단 참고…….”
“가주님!”
절벽 뒤로 블레이크가 말을 타고 달려왔다. 그는 능숙하게 유리 앞에서 고삐를 당겼다.
급히 달려온 모양인지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만타티스의 가주가 찾아왔습니다.”
“바로 가지.”
현재 유리와 군대는 만타티스의 영지 밖인 해안가에 자리 잡아 캠프를 차렸다.
군대를 몰고 왔지만, 당장 쳐들어갈 일이 없다는 의사 표시이자 언제든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 차원에서 잡은 자리였다.
막사로 향한 유리는 그곳에서 푸른 머리를 한 남성과 맞닥뜨렸다.
“처음 뵙겠습니다. 만타티스 가의 가주 비쥴레라고 합니다.”
“나이트워커의 가주 유리 덴 나이트워커라고 합니다.”
“예? 가주……입니까?”
아아, 맞네.
아직 세상에 유리가 가주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없었다.
유리는 의자에 벗은 망토를 걸쳐놓으며 앉았다.
“그렇게 됐습니다, 비쥴레 가주.”
“그렇군요.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입에는 꿀이 발라져 있어도 눈에선 의심이 그득했다.
하긴, 유리가 가주가 됐다고 하기엔 너무 어려 보였다. 실제로 이제 막 성인이 되었으니 이상하긴 하겠지.
그런 의심이야 괜찮았다. 어찌됐든 유리는 사령관의 직책도 겸해서 여기에 있으니까.
“유리 가주, 여기까지 군대를 몰고 온 연유를 알 수 있습니까.”
“알고 있는 걸로 아는데.”
“……모릅니다.”
모른 척을 하겠다?
의외였다.
아무리 용가의 가주여도 군세를 보고 조금은 숙일 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장단을 맞춰야겠지.
“우리는 한 범죄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 범죄자가 최근 퍼지고 있는 악마에 관한 소문과 관련되어 있습니까?”
“맞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모르는 일입니다.”
“진심이십니까?”
진짜냐고 묻지도 않고, ‘진심’이냐고 물었다. 그 질문의 의미는 자신의 선택이 정말로 옳은지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비쥴레는 망설이지 않았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가지고 군대를 몰고 와서 겁박을 하시는 거라면, 저희 가문도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 길로 비쥴레는 막사를 떠났다. 진짜 딱 할 말만 하고 간 것이다.
그가 나가고 블레이크가 들어왔다. 블레이크는 나가던 비쥴레를 괜히 돌아봤다.
“뭐라 했습니까?”
“우리를 협박하고 못되게 구는 쪽으로 몰아내려고 하는 것 같더군.”
“군대를 몰고 와서 감 내놓아라 배 내놓아라 하는 격이라고요?”
“비슷했어.”
솔직히 유리도 협박하는 모양새 임을 부정할 순 없었다.
애초에 그럴 작정으로 몰고 온 군대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더욱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비쥴레가 신기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들이 뻔뻔하게 나오면 저희도 달리 수가 없습니다. 진짜로 만타티스 가를 공격하지 않는 이상…….”
“우선 부대를 정비하고 계획한 시설들을 세우도록.”
“정말로 여기에 하실 겁니까?”
“그렇다네.”
유리가 가주가 되면서 가장 먼저 추진했고 이 일을 위해서 다른 업무들을 먼저 처리했던 사업.
언급한 ‘시설’이란 그 사업의 일환을 가리켰다.
바로 군용 선착장이자 해군 기지였다.
“남의 가문 앞에 군사시설이라니.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비쥴레 가주라면 이해해줄 걸.”
“예? 하지만 방금 전엔 다이올드에 관해서 모른 척 한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모른 척 하는 것과 모르는 건 다르지.”
“무슨 말씀이시진지…….”
“비쥴레 가주도 처리하기 어렵다는 거야.”
정말로 유리가 거짓으로 비쥴레를 협박했다면 그들은 더욱 강경하게 나올 것이며 그럴 명분도 충분했다.
세력은 유리에게만 있지 않다. 비쥴레의 만타티스 가도 충분히 세력을 가지고 있다.
그들을 다 모은다 해도 유리의 군대가 승산이 높겠지만, 적어도 비쥴레에겐 여론이 유리해진다.
지금도 그에겐 여론이 유리했다.
그런데 그걸 이용하기는커녕 가벼운 경고만 하고 떠났다.
이런 앞뒤 사정이 없어도 비쥴레의 입장이 난처한 건 똑같았다.
나이트워커에서 죄를 저지른 자를 숨겨주고 있으니까.
“당장의 명분은 우리가 더 강해. 그런데도 전쟁을 불사를 각오를 하면서 자기들 명분을 만드는 가주가 몇이나 될까?”
“정치와 권력욕에 미친 자일 수도 있습니다. 자기 잇속만 챙기려고 하는 거죠.”
“그렇다면 더더욱 다이올드를 내놔야지. 나이트워커를 도왔다고 하면 더 좋은 거 아냐?”
“아, 그건 그렇군요. 그럼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요.”
“둘 중 하나야. 정말로 처리하기 난처하거나, 아니면 그들도 악마에 감화되었거나.”
“……!”
만타티스가 악마 편이라니!
믿기 어려웠으나 다이올드를 숨기고 있는 것부터가 이상했었다.
더군다나 비쥴레는 악마와 관련된 소문을 알고 있었다. 알고서도 다이올드는 보호하고 있는 건 스스로를 몰아가는 형국이었다.
“블레이크, 병력들 중 은신이 뛰어난 자들을 선별해서 만타티스 가를 포위해라. 만에 하나 그들이 악마 편이라면 다이올드가 빠져나가게끔 시간을 벌 수도 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