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239
제239화
그 시각, 다이올드는 일련의 무리로부터 도움을 받아 절벽을 따라 만타티스 가문의 영지로부터 벗어나는 중이었다.
어둑어둑한 밤인데도 무리는 능숙하게 숲을 헤치고 나아갔다.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 어?”
“…….”
“이봐!!!”
“……닥치고 따라오도록.”
“이 놈들이 내가 누군 줄 알고!”
처음에 다이올드를 구하러 온 그들은 복면과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어떤 세력인지 특정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특유의 분위기라든가 기운 같은 것이 느껴졌다.
불길하면서 보기만 해도 꺼림칙해지는.
분명 악마를 숭배하는 자들만의 기운이었다.
다이올드를 구하러 온 이들은 10명 남짓 되었다. 그들 중 대장격인 남자가 다이올드를 돌아봤다.
“네놈이야 말로 상황 파악이 안 되나보군. 한 번만 입을 더 놀리면 혓바닥을 잘라서 데리고 가겠다.”
“이것들이! 누구 덕분에 동쪽 대륙에서 악마를 숭배할 수 있었는지 잊었어?!”
“…….”
대장은 그냥 무시하기로 한 듯 다시 정면을 바라보고 나아갔다.
벌써 몇 시간째 자기 때문에 먹고 살 수 있다며 떠들었으나, 그래봤자 헛소리로 밖에 안 들렸다.
다이올드가 많은 돈을 대고 협조를 한 건 사실이다. 그가 동쪽 대륙의 악마추종자들 사이에서 힘이 있다는 것도 맞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다이올드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원래 계획이었던 가주가 되지도 못했고, 지금껏 잘 대주던 돈도 범죄자로 낙인찍히면서 불가능해졌다.
그 사실을 여전히 모르는 다이올드가 그저 불쌍할 뿐이었다.
물론, 이들에게 불쌍하다는 감정은 없어진지 오래 되었지만.
‘제기랄,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그러나 다이올드도 눈치가 있었기에 자신에게 이 상황들이 나쁘게 흐르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시작은 만타티스 가문에 방문했을 때였다.
‘그들은 나에게 협조하기로 했잖아! 그런데 날 체포하고 감옥에 가둬? 이것들이 돌았나!’
애초에 만타티스 가문과 다이올드는 협력 관계였다.
만타티스가 악마추종자는 아니지만, 다이올드가 열심히 설득해서 악마의 편에 서게 만들었다.
그래서 바로 만타티스로 도망쳤고 그들은 흔쾌히 다이올드를 받아줬다.
그런데.
받아주기는커녕 다이올드를 보자마자 체포해서 가뒀다.
이상한 건 그렇게 체포해놓고 나이트워커에 넘기지 않았다는 사살이다.
‘악마의 편에 섰다면 날 체포할 이유는 없었다. 결국 나이트워커 편에 서려고 체포했다는 건데. 만타티스가 배신한 건가?’
대대로 만타티스 가문은 애매한 포지션을 취해왔다. 이도저도 아닌 우유부단한 세력을 구축하며 얼핏 봐선 중립 귀족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박쥐 같은 놈들이었다.
악마의 편을 들게 된 것도, 악마들이 앞으로 있을 전쟁에 승리할 듯 싶으니까 붙은 것이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으로 머리가 어지러워질 즈음.
복면의 사내들은 다이올드를 데리고 어느 공터에서 걸음을 멈췄다.
공터에는 다른 사람들과 이상한 마법진이 있었다. 8각 형태의 마법진 꼭짓점엔 평소 보던 것과 훨씬 큰 암흑 눈물이 박혀서 빛을 냈다.
거대한 마법진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봐야지만 그제야 어떤 마법진인지 알 법했다.
“이걸 왜 여기에 설치한 거지?”
“…….”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독백이 된 다이올드의 물음은 곧 섬뜩한 침묵으로 이어졌다.
마법진 주변으로 여러 사람들이 횃불을 들고 가만히 서서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들도 다이올드를 구한 이들처럼 복면과 후드를 썼지만, 풍기는 느낌이 훨씬 더 나빴다.
마치 불쾌하다고 해야 될까.
같은 공기를 마시는 건데도 냄새가 썩은 내가 나고, 같은 걸 보는데도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다이올드가 보는 마법진은 그런 거였다.
“대답해! 강림진이 왜 여기, 억!”
서걱!
순식간에 다이올드의 팔다리 힘줄이 잘려나갔다.
사지에서 피를 뿜으며 다이올드가 고꾸라지려고 하자 옆에 있던 이들이 얼른 그를 부축했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아니, 질러봤자 도와줄 이가 없었다.
그러나 다이올드는 그런 계산보다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하게 됐는지 의아했다.
“뭐, 뭐하는 짓이냐. 네놈들이 감히 날!”
“눈치가 없는 건가, 아니면 대가리가 나쁜 건가.”
익숙한 음성과 함께 로브를 쓴 한 사람이 앞으로 나왔다.
다른 이들보다 훨씬 키가 작은 그의 목소리는 어딘지 모르게 익숙했다.
그 자는 후드와 복면을 벗고 기꺼이 자기 얼굴을 보여줬다.
“빅 핸드!”
“잘 있었소, 차기 가주?”
작은 키에 옆으로 푹 퍼진 인상의 드워프가 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아니지. 이젠 차기 가주가 아니지. 지금 가주는 유리 덴 나이트워커가 됐으니.”
“이게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인지는 본인도 잘 알고 있잖소.”
“강림진을…… 설마 나한테?”
“그래.”
“이 새끼들이!”
다이올드의 발악에도 빅 핸드의 고갯짓 한 번에 그는 무기력하게 마법진 가운데로 끌려갔다.
확실하다.
이건 악마를 강림할 때 쓰는 강림진이었다. 그리고 이 강림진을 다이올드에게 쓰려고 했다.
“놔, 제발! 이 새끼들이 내가 어떻게, 내가 어떻게!”
“닥치고 강림진에 들어가시오.”
“대체 왜?!”
“그대만큼 악마를 믿는 자도 없으니까.”
“나 말고 네놈들도 있잖아! 네놈들도 악마를 믿잖아!”
“악마와 직접 소통을 한 건 당신뿐이잖소. 우리는 그들을 본 적도, 그들의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지.”
“고작 그런 이유로……!”
“맞소. 당신도 고작 그런 이유로 사람들을 강림진으로 몰아 넣었지.”
그간 악마추종자 사이에서 강림 시도는 꾸준히 이뤄져 왔다.
범람으로 가닥을 잡았을 때도 혹시 몰라서 강림을 시도했고, 그 결과 많은 이들이 무의미하게 희생되었다.
그러나 다이올드는 다르리라.
악마추종자들 사이에서 수장격이었던 그는 유일하게 악마와의 소통을 성공했다.
그러니 믿음도 가장 강했고, 강림 재물로 적합했다.
“네놈들이 날 배신하다니! 날, 어떻게!”
“뭔가 착각하고 있군요. 실망스럽기도 하고요.”
“착각이라고?”
“당신이 숭배하던 악마를 위해 희생하는 겁니다, 다이올드. 그런데 왜 싫어하시는 겁니까?”
악마추종자들에게 자기 목숨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악마들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만 있다면 하찮은 미물의 생명쯤이야 뭐가 대수랴.
실제로 다이올드가 자주 했던 말이기도 했다.
“악마를 위해 희생하십시오.”
“네, 네놈이!”
“죽여라. 시간이 없다.”
명령이 떨어지자 다이올드의 항변이 나오기도 전에 목이 잘렸다.
다이올드의 끝은 그리 허망하게 끝났다.
* * *
항구 건설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많은 인력이 충원되기도 했고, 용궁에서 인어와 빅 톤트로부터 톤트까지 지원받았다.
처음엔 마수의 도움을 받는다며 분위기가 안 좋았다. 그러나 곧 비량이 나타나 중재를 한 덕에 금방 나아졌다.
다만, 여전히 대륙 전체의 여론은 좋지 않게 흘러갔지만, 유리는 하나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만타티스 가문이 움직였다.
“병력을 끌고 나왔다고?”
“예.”
여느 때처럼 막사에서 업무를 보던 유리에게 뜻밖의 소식이 전해졌다.
소식을 전한 블레이크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전부 중무장을 한 상태고 여차하면 공격할 분위기였습니다.”
“목적은?”
“모르겠습니다. 현재 저희 기사들과 대치만 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걸 물어도 대답하지 않고요.”
“뭐가 급해졌나보군.”
만타티스가 이리 빨리 선두로 치고 나올 줄은 몰랐다.
그들이 어떤 힘과 어떤 군세를 가졌느니 몰라도, 어쨌든 유리가 끌고 온 군대가 더 우세한 건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그런데도 먼저 치고 나왔다는 건 내부적으로 어떠한 사정이 생긴 게 분명했다.
“일단 나가보지.”
유리도 아스칼론을 챙기고 대치하고 있다는 자리로 나갔다.
말을 몰고 항구에서 멀어지고 10분쯤 더 가니, 일렬로 늘어진 병사들이 서로 말 없이 가만히 노려보고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유리 측 기사들 사이에는 이자벨과 채럿, 렉슬러, 해링까지 끼어 있었고.
반대편 만타티스 측에선 가주 비쥴레와 정예들이 나왔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가주님.”
유리가 나오자 몇몇 기사가 경례를 올렸고 다른 기사들도 따라서 길을 비키며 경례했다.
그들 사이를 지나 전방으로 나간 유리는 비쥴레를 바로 알아봤다. 정확힌 그가 누군지 알지는 못했으나, 딱 봐도 가주라는 분위기가 풍겼다.
유리가 이자벨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모르겠다. 갑자기 기사들을 몰고 와서 저러고 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어.”
“뭐, 이러고 있으면 내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던 거겠지. 그래도 이해는 안 된단 말이야.”
싸울 거면 그냥 싸우면 되지 왜 저러고 있다는 말인가.
유리는 홀로 말을 말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에 비쥴레도 알아서 앞으로 나왔다.
가운데서 자연스레 만난 두 사람은 처음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비쥴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이트워커의 새로운 가주를 이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도 만타티스 가문의 가주를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군요. 그것도 군대를 끌고 와서요.”
“군대를 먼저 끌고 오신 건 유리 님이시죠. 저희를 겁박하려는 듯이요.”
“정확히 보셨군요.”
“예?”
보통 이런 대화에서 체면과 자존심 때문에 겁박이라든가 협박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애초에 대놓고 협박을 하는 사람은 없다. 겉으로는 정당한 거래인 척 보이면서 뒤로는 다른 뜻을 품는다.
그러나 유리는 당당하게 나왔다.
“숨겨서 뭘 하겠습니까. 군대를 몰고 왔다는 사실을 만천하가 다 알게 되었는데 협박이 아니라고 해봤자 의미가 없죠.”
“당황……스럽군요. 대체 무얼 위해서입니까?”
“그것도 잘 알고 계실 텐데요.”
“다이올드 때문입니까?”
“글쎄요.”
“다이올드를 데려간…… 음, 아닙니다.”
이 순간, 비쥴레의 머리는 복잡해졌다.
나이트워커가 다이올드를 데려간 게 아닌가?
그럴 수 있다. 나이트워커가 다이올드를 데려갈 명분이 크긴 하지만, 정확한 증거가 없었다.
기껏해야 힘으로 감옥을 부쉈다는 정황밖에 없다.
‘확실한 건 없지만, 어쨌든 이 자들을 몰아내야 하는 건 확실하다.’
비쥴레가 계산을 하는 동안, 유리도 그의 말에서 몇 가지 의문점을 파악했다.
[다이올드는, 뭐라고 하려던 거야?]‘다이올드를 데려갔냐고 물으려 하던 거 같은데.’
[으응? 그걸 왜 우리한테 물어?]‘없어졌으니까.’
만타티스 가가 다이올드를 보호하는 이유가 뭔지는 몰라도, 적어도 협조 관계가 확실했다.
다이올드한테 협박을 받았다면, 전쟁을 일으키기보다 차라리 유리에게 넘겨주는 편이 나았을 테니까.
결국 협조 관계니까 군대까지 끌고 나온 것이다.
아니면 군대까지 끌고 나올 정도로 협박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다이올드가 어디갔냐고 물으려던 비쥴레의 질문을 통해서 협박이라는 가정은 사라졌다.
비쥴레는 검을 뽑았다.
“어떤 연유든 간에 전 가문을 지켜야 하는 입장입니다. 군대를 물려주십시오.”
“다이올드를 돌려받기 전까지는 안 될 거 같은데요.”
“다이올드는 저희한테 없습니다.”
갑자기 솔직하게 대답하는 비쥴레.
“그 자는 며칠 전 밤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달아났습니다.”
“아까 하려던 질문은, 저희가 그랬다고 의심하시는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제 상관없습니다.”
“상관없다?”
비쥴레가 말에서 내렸다. 마상전이 아닌 정정당당하게 검으로만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그가 선언하듯 말했다.
“만타티스 가문은 악마의 편에 설 겁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