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253
제253화
마수들 다수가 통제되기 시작하면서 전방에서의 싸움이 보다 수월해졌다.
그만한 부담이 채럿에게 가고 있기 때문에 유리와 카이는 서둘러 전열을 뚫으려 했다.
키에엑!
익숙한 얼굴의 마수종 락타샤가 자잘한 마수들을 집어삼켰다.
아무래도 일부러 채럿이 락타샤만 골라서 조종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다.
언더하울에서 크게 당했었으니까.
“카이!”
락타샤를 비롯한 1급 마수종들의 활약에도 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거기다 때 마침 하늘 위에서 새로운 마수들이 둘을 향해 몸을 내리 꽂았다.
까마귀 형태의 마수들.
“앞으로 가라!”
카이가 유리 앞으로 나서서 까마귀를 향해 금빛 성력을 폭발시켰다.
회오리치는 빛줄기에 뛰어든 까마귀들은 깃털과 살점이 순식간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역시 숫자가 많았다.
성력을 뚫고 들어온 부리들이 카이를 덮쳤다.
“카이!”
“큭!”
피가 낭자한다.
순간 카이의 것이라 착각이 들 정도로 까마귀는 새카맣게 그를 뒤덮었다.
그래도 카이는 카이. 주인공답게 쾌검을 뽐내며 하나하나 날개와 부리, 목을 잘라냈다.
유리도 달려들던 마수들을 밀쳐내곤 합류해서 헬파이어로 까마귀들을 한 번에 몰아냈다.
“벌써 헬파이어를 쓰다니. 힘이 남아도는 줄 아는군.”
따가운 질책에 유리가 쓰게 웃었다.
사실 전투가 시작되고 3시간이나 훌쩍 지났다.
수많은 마수를 죽이면서 시체를 쌓았지만, 바알까지의 거리는 너무나 멀었다.
둥지 붕괴도 아직 먼 듯 하고.
“위험했으면서 고맙다고는 못 해주냐?”
“나 혼자 처리할 수 있었다.”
“아니던데.”
“헛소리.”
어련하겠어.
어깨와 가슴팍이 찢어졌지만, 역시 성검의 주인답게 금방 회복했다.
릴림이 만드는 초콜릿이나 엘카의 치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회복력이었다.
괴물 같은 회복력에 유리는 ‘괜히 도왔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 내가 전방으로 먼저 가라고 했을 텐데. 왜 돌아본 거지?”
상처가 아물기 무섭게 카이가 쏘아봤다.
“아니, 도와줘도 아주, 아냐. 됐다. 너한테 고맙다는 소리를 바란 내가 잘못이지.”
“너 혼자 바알을 상대할 거 아니었나.”
“그랬지.”
“그렇다면 날 미끼로 써라. 주저하지 말고. 망설이면 전부 죽는다.”
계획대로라면 유리 혼자서 바알을 상대하기로 했다. 그 계획을 둥지로 출발하기 전에 카이한테 언질 해줬었고, 카이도 크게 반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어지간해서 바알을 상대하고 싶었을 카이였지만, 멸망을 막으면 그만이라는 목적의식 때문에 쉽게 수긍했을 테지.
유리도 그런 카이를 미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적어도 바알을 직접 조우하기 전까지는.
“착각하지 마라. 난 너 미끼로 쓸 마음은 있었어도 죽게 놔둘 마음은 없었어.”
“헛소리에 이은 개소리군. 내가 죽을 가정까지 세웠던 거냐.”
“처음에 내가 왜 너한테 바알까지 같이 가자고 안 했는지 알아?”
그리 물으면서 유리는 전방을 향해 티르빙의 피로 만든 탄환을 발사했다.
투두둑, 한 발씩 바늘처럼 쑥 들어갔다가 사지가 폭발했다.
“원래 넌 아까 바알이 다음 생을 살 기회를 준다고 했을 때 한 번 혹했어.”
“끝까지 궤변을. 내가 그랬을 리가 없다.”
“미래를 보고 왔다는 사람이 거짓말을 왜 하겠어.”
“…….”
“그런데 이번에 네놈은 단칼에 바알의 제안을 거절했지.”
단칼에 거절하지 못했던 원작의 카이는 결국 죽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망설이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마지막을 결심하고.
“너한테 이번 죽음이 마지막일 거야. 다시 살아도…… 기회는 없어. 너도 그걸 알고 있잖아.”
카이의 거절은 곧 각오였다.
이번에는 꼭 바알을 죽이고 멸망을 막겠다는 최후의 결심.
그것은 필사자의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와도 같았다.
“그러니 살아서 바알까지 같이 가자고.”
크라라락!!!
그 순간.
마법과 피의 탄환으로 마수들을 처리하고 있던 중, 그 틈을 뚫고 기괴한 마수 하나가 걸어 나왔다.
사자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한 놈이었다.
그는 한 손에 대검을 들고 나타난 마수, 유리가 아는 그 마수는 마수가 아닌 ‘악마’였다.
“세에레?!”
“우후후후, 날 아는구나?”
산만한 덩치와 험악한 야수의 외형과 달리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의외로 여성의 것이었다.
카랑카랑한 음성을 뱉은 사자 인간은 송곳니가 보이도록 웃었다.
‘어떻게…….’
세에레 뿐만이 아니었다.
긴 흑발을 휘날리며 거인 한 명이 자신보다 큰 창을 들고 다가왔다.
그 옆엔 거대한 돼지 같은 놈이 섰고, 또 그 옆엔 해골에 검푸른 불꽃이 이글대는 자가 섰다.
“하데스, 디아볼, 발제니르…….”
원작에서 묘사됐던 적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다. 특히나 그들은 바알의 최측근 악마들.
다른 악마 군주들은 바알이 차지한 대군주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끊임없는 투쟁을 벌였지만, 세에레를 비롯한 소수의 악마는 바알에게 붙어 그를 지지했다.
그 악마들이 눈앞에 있는 놈들.
그러나.
강림은 실패했다. 실패해야만 했다.
헌데 등장한 세에레는 강림에 완전히 성공한 듯 완전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거지? 강림은 분명 실패했을 거야. 완전한 육체는커녕 영혼조차 불안해야 할 놈들이…….’
뭔가 이상했지만, 곧장 그들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부활의 기적을 썼군.”
“우후후~ 정답~.”
“띨띨한 인간 새끼치고는 제법 대가리가 돌아가는구나. 안 그래요, 하데스 형님?”
“음.”
발제니르가 키득거리자 하데스가 침음을 흘리며 동감했다. 세에레도 따라서 꺄르르 웃는다.
신의 반열에 들어선 바알이니 부활의 기적을 써도 이상하진 않았다.
그저 베아트리체를 살리고 또 악마들을 부활시킬 줄이야.
그렇다는 건 저들은 모두 한 번 죽었다는 소리가 된다. 부활은 죽음이 선행되어야 하니까.
‘최악의 상황이 결국 발생했네.’
베아트리체의 부활 이전부터 바알이 빠르게 신이 된다는 가정을 세우긴 했었다.
고로 부활과 악마들의 부활 또한 하나의 가정을 두었다.
최악이라서 오지 않길 바랐거늘.
어쩔 수 없나.
“상당한 패널티를 짊어졌군요, 악마님들. 죽어서 부활이라니. 죽음은 당신들의 힘을 반감시킬 텐데요.”
“알아. 알고서 우리가 결정한 거야.”
“크크큭, 역시 인간인가. 금방 띨띨해지네.”
“어차피 반감된 힘이라도 충분하거든. 그래봤자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우리의 전력은 과분하지.”
“맞아, 맞아.”
확실히 베아트리체의 부활과 저들의 부활을 비교할 순 없다.
아무리 베아트리체가 마수대전의 영웅으로서 위대한 업적을 세웠어도, 악마 군주들의 힘에 다다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
“용건만 말하시죠, 악마님들. 제가 이렇게 존대하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인간 주제에 용인 물 좀 먹었다더니 띨띨해진 것도 모자라 간까지 부은 건가? 키키킥!”
“후후후, 그래도 재미있잖아. 하데스 오빠도 그렇지?”
“음!”
변태 새끼들.
유리도 같이 웃어줬다.
“역시 바알은 완벽하지 않나보군.”
“신은 존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완벽하다.”
“그럼 네놈들이 나올 리가 없잖아.”
그것도 완벽하지 않은 너희들을.
부활은 불완전하다. 육신이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도, 영혼은 어린 아이처럼 약하다.
실제로 아이라는 건 아니고.
베아트리체가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거나 다름없었다.
악마들도 마찬가지.
그런데도 악마들이 전면에 나왔다.
불안정함을 감안하고서도 이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일까. 시간을 끌기 위해서일까.
뭐가 되었든 후자는 절대적으로 확률이 높았다.
“시간이 필요한 건 네놈들도 똑같군.”
스르르, 어깨부터 피가 흘러 마검으로 만들어졌다. 다른 손에는 대조적인 색채의 아스칼론이 예기를 발했다. 카이의 성검도 금빛을 발산한다.
악마들에게서도 마기가 흐르면서 허공에서 서로의 힘이 충돌했다.
치지지지직!!!
벼락같은 스파크가 아무것도 허공에서 튀었다. 살짝 뺨을 스치기만 해도 뜨거운 감촉이 전해졌다.
‘이길 수 없다.’
뇌리를 스쳐가는 의문이 강하게 내리박혔다.
분명 악마들은 원래의 힘보다 극히 약해졌다. 그러나 막상 마주한 마기는 결코 인간이 상대할 것이 못 되었다.
힘의 차이가 아닌 그들이 가진 광기와 의지 때문에 더더욱 그런 판단이 섰다.
멸망에 도래하고자 나선 군주. 엄연히 그들도 살아있는 생명체이고 여기서 죽는다면 영혼마저 부서질 것이다.
헌데도 악마는 기꺼이 제 몸을 내던지려 나왔다.
무서운 집념이 아닐 수 없다.
그에 반해 유리는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숱한 경험과 위기를 겪었어도, 결국 그를 강하게 만든 건 살고자 하는 생존 욕구였으니.
그 욕구를 버린 괴물들을 이길 수 있을까.
“……죽을 각오.”
아니, 죽어야 하는 각오는 필요 없다.
살고자 하는 의지도 이 순간만은 사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카이는 각오를 다져서 알고 있던 원작과 다른 대사를 뱉고 선택을 했다.
‘날 믿었으니까.’
이 싸움은 결국 패배할 것이다.
부활을 해서 약해졌다고 해도 악마 군주는 악마였다. 한낱 인간의 힘으로 저들을 모조리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뒤에서 엄호를 해주는 동료들은 이미 달려드는 마수만으로도 벅찼다.
“카이, 둥지를 부순다.”
“……알겠다.”
어떻게, 왜,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다. 카이는 조용히 성력을 모았다.
스윽!
미뭉으로부터 거대한 검기가 말 그대로 빛의 속도로 날아 하데스를 강타했다.
카가가각!
거인의 거검이 마기를 방출하면서 성검과 맞섰다.
기껏해야 첫 일격의 충돌이었으나 여파는 지금껏 어떤 것보다도 파장이 컸다.
그리고 유리는 다시 한 번 활과 화살을 만들었다.
이번 타겟은 바알.
“어딜 우리 군주님께!”
세에레도 마기로 만든 활 시위를 당겼다. 디아볼은 그 틈에 유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이! 버텨야 해!”
“알고 있다!”
검기를 막는 짤막한 틈, 그 사이에 디아볼을 막았다.
동시에 베아트리체의 마법이 시전되었다.
무영창에 이중영창.
폭풍처럼 검은 불꽃 헬파이어가 치솟고, 하늘에서 거대한 얼음 송곳 블리자드가 떨어졌다.
무려 8서클과 9서클 마법을 동시에 시전한 것이다.
‘카이 녀석, 제대로 할 모양이네.’
어지간해서 마법을 쓰지 않는 녀석이었다. 베아트리체 때문이다.
위대한 마법사에게 위대한 마법을 배웠지만, 그녀가 죽고 나서 슬픔을 잊으려는 듯 마법을 끊었다.
물론, 마법을 쓰지 않고서도 원작 엔딩까지 갔었다.
괴물 같은 주인공에게 마법은 쓸모없다는 거겠지.
그러나 괴물 같은 능력에도 세에레가 소리 내어 웃더니 블리자드를 모두 쏘아서 맞췄다.
“귀찮게 하네?”
대지를 적신 검은 불꽃은 디아볼이 땅을 내려쳐 갈아엎으면서 막아내었다.
나름 강력한 마나를 담은 마법이 무위로 돌아갔다.
‘역부족인가.’
아니.
촤라라락!
유리는 할 수 있는 모든 집중력을 발휘해서 무형검을 꺼냈다.
이곳을 유리의 세계로 만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여전히 둥지의 영향력 때문에 불가능했다.
무형검을 뽑아내는 것이 고작인 상태.
그러나 무형검이 가진 힘은 용과 버금갔으니.
“이게 뭐야!”
무형검 한 자루는 세에레의 화살들을 쳐냈다. 다른 두 자루는 디아볼의 뿔과 맞섰고, 마지막 검은 거대한 하데스의 몸 곳곳을 상처로 훑었다.
마검으로 만든 무형검에 마나, 성력까지 더해지면서 순식간에 진이 빠졌다.
드래곤 하트는 누군가가 꽉 움켜쥔 것처럼 아프다.
그래도 그걸로 충분했다.
마침내 유리의 아스칼론이 활시위를 떠났다.
「어리석은!」
바알이 진노하여 소리쳤다.
화살은 바알이 친 방어막 가운데서 가로 막혔다.
틱, 콰드드드드드득!
허나 화살은 추락하지 않고 회전수를 더 높이면서 방어막을 파고 들었다.
「어찌!」
이상하게도 화살의 가속도도 점점 높아지고 그 힘도 강해졌다.
이건 성력이 아니었다.
이건……!
‘권능?!’
콰장창!
결국 방어막이 산산조각 났고, 아스칼론이 바알의 이마 정중앙에 맞았다.
거대한 머리통이 뒤로 젖혀진다.
동시에 충격파가 퍼지면서 무너지던 둥지의 껍질도 같이 날아갔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에 새 몇 마리가 들어왔다.
“반…….”
채럿의 자이언트 이글이 피이! 울면서 창공을 가로질러 수직 낙하했다. 곁에는 다른 자이언트 이글도 같이 있었다.
그리고 등위에 익숙한 인영이 떨어져 땅에 내려앉았다.
“쩔쩔 헤매고 있구나, 유리. 크핫. 호기롭게 출정할 때는 언제고 말이야.”
벤헬링턴이 헛헛 호탕하게 웃으면서 유리를 바라봤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