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34
제34화
채럿에게 도움을 주기에 앞서 몇 가지 질문들을 더 해봤다.
당장 궁금했던 건 어떻게 채럿이 트리 같은 조직의 수장이 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아무리 봐도 채럿의 나이나 성격으론 이런 조직을 설립한다는 게 이상했다.
“엄마가 만들었어요. 절 지켜야 한다면서요.”
“알리아스 님이? 그럼 엄청 오래 된 거라는 거네.”
“동물들이 말하기로는 엄마가 능력을 계승 받은 200년 전부터 트리를 유지했대요.”
드루이드는 엘프 중에서도 극소수만 나타났다.
그리고 엘프는 뛰어난 마나 감응력, 정령 친화력, 피지컬을 가졌지만 종족의 특성상 호전적이질 못했다.
이렇다 보니 드루이드의 능력을 노리는 자들이 엘프들을 죽이는 일이 벌어졌고, 알리아스는 살 방법으로 트리를 택했다.
‘정보력만으로 세계를 주물렀다는 설정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네.’
어쩌면 채럿은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물들이 축적해놓은 정보만 하더라도 엄청 날 테니…….
“좋아. 설명은 이만하면 됐고. 마법을 걸었다는 사람이 누군지는 모른다는 거지?”
“네. 동물들을 이용해서 찾아봤지만 중간에 흔적이 끊겨요.”
“누가 인형을 훔쳐가거나 건드렸던 적은?”
“없어요. 항상 품에 안고 있거든요.”
그건 맞다.
채럿의 품에는 웬 종일 토끼 인형이 안겨 있었다. 심지어 대련을 할 때조차 놓지 않았었다.
물론, 그녀가 모르는 틈에 건드렸겠지만 말이다.
“채럿, 우선 찾을 사람이 있어. 가능해?”
“물론이에요! 힘이 약해졌어도 쥐들은 아직 제 말을 따라줘요. 누굴 찾으면 되는데요?”
“과거 언더하울에서 생체 실험의 피실험자 중 생존자. 그 중에서 흑마법을 다루거나 일가견이 있는 사람.”
유리의 요청에 채럿이 어깨 위에 있던 쥐들에게 속삭였다. 두 마리 쥐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 집구석으로 각자 모습을 감췄다.
동물과의 의사소통하는 모습은 신기하면서도 귀엽기만 했다.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왔으나 길게 가지 못했다.
[야, 꼬맹아.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틀리지 않았다면 빨리 찾아야 될 거야.]‘알아. 훔친 자가 흑마법사라면 특히…….’
얼추 용의자는 머릿속에 그려졌다.
설정의 시드는 언더하울의 생체 실험 생존자이자 흑마법사였다. 그러니 이에 부합되는 사람들을 찾으면 된다.
문제는 흑마법사라는 점이다.
흑마법은 정말로 알려진 정보가 극히 적었다.
그럴 수밖에.
흑마법은 기초마저 위험하다.
한때 아이들 사이에서 멋모르고 퍼졌던 저주 술식이 낙서처럼 그려지면서 난리가 났던 사건도 있다.
사망자까지 나왔던 사건이라 대륙 전체에서 다시 한 번 흑마법의 위험성이 알려진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 마법을 전문으로 하는 놈이다.
인형에 어떤 마법을 걸었는지 알 수 없는 이상, 그게 누군지라도 빠르게 알아내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반나절 즈음 지나서 쥐들이 돌아왔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채럿은 소리치듯 말했다.
“찾았대요!”
유리는 벌떡 일어서서 짐꾸러미를 챙겼다.
한시바삐 움직여야 할 때였다.
* * *
쥐들이 전해준 정보에 의하면 유리가 말한 조건에 부합되는 인물은 단 한 명.
놈의 이름은 더크.
그는 언더하울 인근의 이름조차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약초를 팔았다.
하지만 쥐들이 전해준 정보에는 약초가 아닌 독초를 캐며, 작은 새나 쥐에게 약을 먹이는 실험을 한다고 했다.
유리는 폐허에 채럿을 두고 그곳으로 향했다.
가는 길은 커다란 들개 한 마리가 안내해줬다.
컹! 컹!
“뭐라는 거지.”
아까부터 들개가 뒤를 돌아보며 무어라 짖어댔다.
표정이나 드러내는 이빨을 봐선 경계하는 모양새였다.
[너 엄청 싫어 하는데. 저러다가 물겠어.]‘채럿을 지키려는 거지.’
채럿의 삶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가문에서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었다.
솔직히, 용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형편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지내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가족 모임 겸 식사 자리가 아니고선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채럿에겐 동물들이 전부였을 거다. 동물들은 채럿을 친하게 대했을 거고.
아까 잠깐 쥐들과 대화를 나누던 표정에서 알 수 있다.
[꼬맹아, 혹시나 해서 하는 경고지만 감정에 휘둘리지 마. 내가 너보다 오래 살면서 감정 때문에 망가지는 사람 여럿 봤어.]“휘둘리면 어때서.”
[내 충고는 듣지도 않는구나.]“일전에도 너랑 이런 걸로 싸웠을 때 내가 뭐라 했더라?”
[……멸망을 막는 건 거창하게 세계를 구하는 게 아니라고 했었지.]“그리고.”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라고.]오글거리는 대사였으나 미래를 알고 있는 입장에선 심각한 잔소리였다.
카이는 소중했던 사람들을 잃으면서 점점 성격이 피폐하게 변했다. 누구도 가까이 두지 않았고, 철저히 이해관계로만 사람을 대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카이가 맹목적으로 세계를 막겠다는 사람이었을까?
정말 그 목표 하나만으로 환생을 거듭하면서 버텼을까?
모른다.
모르지만, 환생이나 회귀의 능력이 없는 유리에겐 이번 생이 무척이나 소중했기에 자신과 주변을 지키고자 했다.
‘채럿도 어머니가 준 삶과 기회를 놓치긴 싫을 거야.’
[그래그래, 어련하겠어. 마검인 내가 이해하긴 어려운 영역이니.]‘너무 뭐라고 하진 마. 너도 정보원이 필요하다고 동의했잖아.’
대화를 나누던 중 들개가 갑자기 자리에 멈췄다.
들개의 시선이 마을 경계에 있는 어떤 집을 향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가정집 같았으나, 유리에겐 다르게 보였다.
‘울타리가 높고 뾰족해. 커튼으로 창을 다 가렸군.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졌고, 창살이 전부 철이야.’
전형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는 집의 형태가 분명했다.
집주인은 외출이라도 한 듯 문 바깥쪽으로 전부 자물쇠가 채워졌다.
유리는 인기척이 아무것도 없는 걸 느끼고 집으로 다가가 문 앞에 섰다.
“티르빙.”
[감지되는 생명체가 여럿 있긴 한데, 음. 마법으로 뭘 해놓은 거야? 덕지덕지 발라놔서 안쪽 상황을 알 수가 없네.]“함정이야?”
[아냐. 함정 마법이라면 숨기려는 노력이라도 했겠지. 이건 마법이 빼곡해서 모를 수가 없어. 아마 안쪽에서 바깥으로 나올 수 없게 결계를 잔뜩 친 거 같아.]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결계이지만 함정은 아니다, 라…….
고민해봤자 다른 수가 있지도 않았다.
유리는 자물쇠를 손에 쥐고 피를 흘려보냈다. 그의 의지를 따라 흐르던 피는 구멍에 맞게 모양을 갖추고 굳었다.
철컥.
열쇠를 돌리자 자연스럽게 자물쇠가 열렸다.
[나를 이딴 식으로 다루는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변태 같이 말하지 마. 징그러.”
[하지만 사실인 걸~. 마검을 열쇠 따는 데 쓰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말투를…… 아니다. 됐다.”
유리는 마지막으로 안내해주던 개에게 여기 있으라고 하고서 문 뒤로 들어갔다.
혹여 목격자가 있을까 바로 문을 닫았고, 마치 암전이 된 듯 어둠이 시야를 가렸다.
커튼으로 들어오는 빛만이 흔들댈 뿐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다행히 함정은 없고…….”
유리는 미리 챙겨 온 마법석 하나를 꺼내 마나를 살짝 주입했다.
발광석이었다.
마나를 조금 넣는 것만으로도 하루 종일 빛을 내는 광석으로, 아티팩트 중에선 가장 흔하고 저렴했다.
사방이 밝아지니 그제야 이곳이 흑마법사의 집이라는 게 실감 났다.
한쪽 벽에는 동식물로 이뤄진 각종 표본이 형형색색의 액체에 담겨져 있고, 그 아래 책상에는 연구 흔적으로 종이 더미와 펜대가 굴러다녔다.
집 안쪽 벽에는 책이 가득했다. 책 사이로 종이들이 삐죽빼죽 튀어나왔다.
그리고 조용한 분위기를 타고 흐르는 미세한 진동.
[꼬맹이. 들려?]“지하야. 마수들 같은데.”
어디에 입구가 있는지 몰라도 바닥 아래에서 기묘한 음성이 들렸다.
난리 치지 않고 잠잠한 걸 봐선 잠들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콧김 소리만으로도 거대한, 혹은 강력한 마물임이 확실했다
“마물 때문에 함정 마법을 설치 못 하고 결계만 쳤나 보군.”
설치하는 형태의 마법은 기본적으로 마법진을 직접 분필이나 잉크 따위로 그려야만 한다.
이를 겹치게 그렸다간 간섭이 일어나서 마법 자체가 발동되지 않거나 다른 방향으로 작동한다.
그만큼 흑마법사의 집에는 더 이상 그릴 수 없을 정도로 마법진이 많았다.
그것도 전부 함정이 아닌 결계 마법으로.
“그럼 마음 놓고 뒤져볼까.”
유리는 닥치는 대로 종이를 뒤적거리며 채럿이나 드루이드와 관련된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의외로 비밀 금고 따위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연구실에 있던 모든 자료가 드루이드와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유리가 서류 하나씩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드루이드 능력을 강제로 계승 ……. 계승자 조건……. 역행술……. 엘프의 피…… 탈취……. 생체 실험 요망. 미친.”
마지막 생체 실험과 관련된 서류에선 절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허나 끝이 아니었다.
“의뢰서잖아?”
더크는 무명으로 여러 가문이나 길드에 의뢰서를 보내고 있었다.
내용은 한결 같았다.
채럿을 납치해줄 것.
그나마 다행이라면, 쓰다가 만 의뢰서를 통해 채럿은 납치되지 않았고.
덤으로 아직까지 생체 실험 단계까지 가진 못한 듯했다.
‘재료’를 구해보려 암살 길드에 의뢰를 보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는 답장이 가득했다.
“후우, 그 자식 잡아다가 그냥 둘 수 없겠는데.”
[동감. 이런 인간이면 마신께서도 혀를 내두르실 거야.]“근데 아직 채럿과 접촉한 증거가 없어. 그게 있어야 돼.”
어느 나라를 가든 흑마법은 1급 범죄로 인정받아 무조건적인 사형이다.
증거가 충분하니 더크만 잡아서 넘기면 놈은 법의 절차에 따라 반드시 죽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채럿과의 접촉점이 부족했다.
이는 가문의 위신이 걸린 문제였다.
혹여 가문 내에서 채럿과 접촉한 자가 있거나, 나아가 팔아넘기려 한 정황이 있다면 그 자는 반드시 색출해야 했다.
그때 밖에서 개 짖는 소리가 났다.
컹! 컹컹! 컹컹컹컹컹! 유리는 이상한 느낌에 우선 필요한 서류들만 골라 품에 넣고 창가에 붙어서 커튼을 살짝 젖혔다.
방금 유리를 안내했던 개가 누군가를 향해 짖고 있었다.
“리프?”
처음 언더하울에 왔을 때 만났던 코드명 리프가 저 멀리 길을 따라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유리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순간 ‘그가 더크인가?’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냐. 원작에서 리프와 시드는 완전히 다른 존재로 나온다. 카이가 삼자대면을 한 적도 있어. 그럼 저 자는…….’
그가 다가오자 다른 수상한 점들이 보였다.
눈깔이 뒤집어져 있질 않나, 걸음이 비틀대지 않나.
입에선 침이 계속 흘렀으며 팔다리 관절이 기괴하게 비틀어져 있었다.
그런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꼬맹이! 엎드려!!!]티르빙의 외침과 동시에 리프가 집 쪽으로 손을 뻗었다.
펼쳐진 손바닥에서 검은 구체가 만들어지더니 그대로 집으로 쏘아졌다.
쾅!!!
형체를 보기도 전에 열기가 삽시간에 집을 집어삼켰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