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35
제35화
더크는 후드를 깊게 눌러 쓴 채 마을의 한 여관에서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여관에는 오로지 그 혼자였다.
방금까지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던 손님들, 여관 주인까지. 그들은 밖에서 일어난 소동을 보러 밖으로 나가버렸다.
열린 여관 문밖으로 소동이 일어난 쪽으로 몰려가는 사람들이 보였고 그 너머로는 어떤 건물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크크크.”
더크는 흰자위로 가득한 동공으로 다른 자의 시선을 훔쳐보는 중이었다.
그 자는 바로 유리와 만났던 리프.
더크가 명령하자 리프가 미리 가져갔던 아티팩트를 터뜨려 흑마법을 폭발시켰다.
원래 더크의 집이었던 곳은 마법이 덮치면서 불길이 일었다.
“클클, 도마뱀 새끼가 아주 죽으려고 작정했구나.”
흑마법이 가미된 불길이니 어지간한 마법사가 아니고선 그 속에서 살아나올 확률은 극히 적었다.
설령 나이트워커의 자제라 할지라도!
‘어디서 감히 내 연구를 방해해?’
더크는 언더하울에 유리가 들어오면서부터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지금 조종하고 있는 리프와 언더하울 곳곳에 퍼져있는 다른 리프들 덕이었다.
‘내 드루이드! 내 엘프! 내 능력을 감히 빼앗게 놔둘 수는 없지!’
오래 전, 더크는 어떤 청부업자로부터 드루이드에 대해 들었다.
그 자는 언더하울을 주무르고 있는 정보 조직 트리의 수장인 시드라면서.
드루이드라니!
매혹적인 능력에 더크는 곧장 시드의 말단인 리프와 접촉했다.
그리고 리프들과 거래를 통해 새로이 시드가 된 채럿이라는 아이가 똑같은 인형을 항상 들고 다닌다는 걸 알아냈다.
그는 리프들에게 인형에 접근해서 자신이 만든 아티팩트를 발동해 달라 했다.
두 번째 거래는 단칼에 거절당했다. 시드와 만난다 쳐도 인형에 아티팩트라니.
들킬 게 뻔했다.
그러나 딱 한 번이면 됐다.
그 한 번이 성사되면서 채럿의 인형에 저주가 걸렸고, 더크는 드루이드 능력을 발동하는 마나를 강탈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오늘.
저주를 걸어줬던 리프가 시드를 찾으러 왔다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왔다.
처음엔 신경 쓰지 않았으나, 놈이 시드와 만나고 바로 더크의 연구실로 잠입했다고 해서 바로 이곳으로 왔다.
‘내가 시드에게 한 짓을 알고서 온 놈이 확실해. 그럼 가만둘 수 없지!’
더크는 리프에게 걸어뒀던 저주를 발동시켜 유리를 공격하게끔 했다.
유리가 용가 사람이라고 했던 건 알 바 아니었다.
‘좀만 더 뺏으면 된다. 조금만 더!’
이미 드루이드에 눈이 멀어 다른 것들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에겐 그 능력 하나만 있으면 다 되었다.
콰지직!
마침 불에 타던 집의 꼭대기가 무너졌다. 더크는 슬슬 시체라도 보러 갈까, 하며 일어섰다.
유리가 살아있는 줄은 전혀 모른 채.
* * *
꾸득, 기괴하게 근육이 틀어지는 소리와 함께 웅크리고 있던 몸뚱어리가 꿈틀댔다.
유리는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그러자 주변에 생성되었던 피의 보호막이 유리처럼 산산이 부서졌다.
“읏!”
간신히 불길을 피했지만, 갑자기 다량의 피가 뽑히는 바람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간신히 무게 중심을 잡아 일어서니 티르빙이 말했다.
[미안해. 언니가 좀 급했어. 도저히 대응하기 어려울 거 같더라고.]“아냐. 괜찮아. 내가 고맙, 읏!”
[일단 몸을 낮춰. 불길 때문에 머리 위로는 산소가 없어. 빈혈 때문에 더 어지러울 거고.]그제야 사방을 둘러싼 불길이 시야에 들어왔다.
뜨거운 열기와 불꽃이 당장이라도 집어삼킬 듯이 이글거렸다.
‘나가는 길은…… 젠장.’
문과 창문은 무너진 천장으로 전부 가로막혔다. 틈이 있다고 해도 불길 때문에 무리였다.
그나마 무너진 지붕으로 햇빛이 들어왔지만.
얼마 못 가서 그 희망마저 사그라들었다.
샤아아아아아아!!!
불길을 헤집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가 꿈틀대다가 몸을 일으켰다.
놈은 천장의 햇빛과 불길마저 가릴 정도로 거대했다. 무너진 잔해에 부딪혀도 개의치 않고 몸을 일으킨다.
방금 무언가를 잡아먹은 듯 기다란 목 가운데가 이상한 형체를 띠며 꿈틀거렸다.
유리는 놈을 보고 저절로 뒷걸음질 쳤다.
‘흑사(黑蛇) 락타샤!’
세계 어딜 가든 1급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마수.
코끼리보다 덩치가 크고, 성인만 한 놈의 독니는 드래곤마저 죽였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로 강력했다.
아무래도 지하에 있던 마수가 풀려난 모양인데.
“저거 상대나 될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렴. 드래곤도 죽였다는 락타샤야. 저 정도면 성체는 아니지만, 너로는 어림도 없어!]저게 성체가 아니라니.
유리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겼다.
“하지만 도망칠 수가 있어야지.”
얼마나 지하에 갇혀 있었는지 몰라도, 놈은 이미 지하에서 포식을 하고 나왔다.
입과 몸통 가득 묻은 피가 그 증거였다.
그런데도 놈의 눈동자가 식욕으로 번들거리면서 유리를 노렸다.
설령 유리가 여기서 도망친다 해도 이곳 주변으로는 민가가 많았다.
애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할 수는 없다.
샤아아아!
[온다!]유리는 재빨리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방어하기엔 벌어진 입이 너무 커서 검의 길이로 커버할 수준이 아니었다.
쾅!
충돌한 자리에 벽이 부서지다 못해 구덩이가 생겼다.
덕분에 출구가 생겼지만, 밖에서 불을 끄러 왔던 주민들과 락타샤가 마주치고 말았다.
“저, 저게 뭐야!”
“꺄앗!”
“도망, 치세요!”
놈이 고개를 돌리기 전에 검 끝에 마나를 최대한 끌어 모아 놈의 옆구리를 내쳐서 시선을 끌었다.
카드득, 쇠와 쇠가 부딪히는 마찰음이 난다.
기껏 모았던 마나가 무색해질 지경으로 단단한 피부였다.
그래도 락타샤가 바깥 주민이 아닌 유리에게 관심을 돌리기엔 충분했다.
샤앗!
락타샤의 독니가 다시 한 번 유리를 덮쳤다.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티르빙을 2m 쯤 되는 태도로 만들어 세로로 세워서 입을 막았다.
여차하면 공격하고 싶었지만. 그러려면 입안으로 들어가야 했으며 자칫 독니에 스치게 된다.
“윽! 뭔…… 힘이!”
온 몸에 마나를 넣어 육체를 강화했는데도 불구하고 락타샤는 힘만으로 유리를 밀어붙였다.
도리어 버티고 있는 다리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이대로 힘 싸움을 벌여봤자 승산이 없다.
유리는 게슐츠의 검을 꺼내 역수르 쥐어 아랫잇몸에 박았다.
푹!
샤아앗!
고통에 발버둥 치면서 물러서나 했더니 더더욱 앞으로 밀고 나오는 락타샤.
결국 유리는 무릎을 꿇기도 전에 허공을 날아 불타는 기둥에 처박혔다.
“커헉! 꺽!”
기둥이 부서질 정도의 충격이 척추를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순간 숨이 멎었다가 간신히 호흡이 터지기 직전, 고통에 꿈틀댈 틈조차 없었다.
이번에도 락타샤가 유리를 잡아먹기 위해 아가리를 벌리고 덤볐다.
유리는 놓쳤던 게슐츠의 검을 쥐면서 옆으로 몸을 굴렸다.
쾅!
충돌이 일어나면서 처음 만들었던 입구보다 큰 구멍이 생겼다. 누가 보면 터널을 뚫었다고 해도 믿을 법했다.
놈이 터널에서 머리를 빼자 천장이 한층 더 쏟아졌고, 무너지는 잔해에 부딪혀 잠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나 이내 유리를 발견하곤, 머리가 아닌 꼬리로 그를 후려쳤다.
‘위험―!’
뒤늦게 검막까지 씌워서 방어해봤으나.
쿠웅!
이번엔 반대편 벽으로 몸이 날아가 구멍을 내고 집 밖으로 쫓겨났다.
유리는 흙바닥을 구르다가 신음을 내며 어지러운 시야를 바로 잡으려 애썼다.
‘끄으, 힘, 스피드, 다 안 돼. 마나를 쓰려고 해도 그 시간도 안 주니…… 젠장.’
[꼬맹이, 냉정하게 생각하렴! 여기 사람들한테 피해 안 주고 싶은 거 이해하지만, 이거 감당 불가능이라고!]“그게, 말처럼 쉽……냐……고.”
티르빙을 지팡이 삼아 일어섰다.
고작 몇 번의 충돌만으로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뼈가 군데군데 부러지고 한쪽 귀는 피가 흐르면서 이명이 울렸다.
아직까진 마나로 버틸 수 있다만.
“티르빙.”
[왜!]“일전에 해보자고 했으면서 못 했 던 거. 해볼까?”
[야…….]“언젠가 해봐야 했잖아. 지금이 딱 좋은 기회네.”
[그러다 혈관이 다 터져 죽을지도 몰라.]“뱀 먹이로 죽는 건 더 싫어.”
[그러니까 그냥 도망……! 아니다. 네가 하자고 하면 언제 안 했었니.]그래, 하자고 하면 다 했지.
유리는 최대한 편하게 숨을 마셨다가 뱉었다.
티르빙 발동, 마나 코어 발동.
혹은 티르빙에 드래곤 하트.
여기까진 계속 유리가 고수해오던 방식이다.
다만, 세 가지 모두 조합해서 써봤던 적은 없다.
마나를 감당하기에 아직 육체가 버티지 못했으니까.
예전에 한 번 시도 해봤다가 티르빙을 쥐었던 오른팔이 전부 핏줄이 터지고 괴사할 뻔했었다.
그러나 그건 무려 3년 전.
그 동안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마나면으로도 성장했기에 이제는 시도해볼 타이밍이 되었다.
물론,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쓰게 될 줄은 유리도, 티르빙도 몰랐을 뿐.
“후웁!”
유리는 드래곤 하트까지 개방하며 기존의 마나와 뒤섞었다.
피가 빠르게 돌았다.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화면은 느려지고 소리는 둔해진다.
충혈된 눈에선 피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정신줄 놓지 마! 집중 못 하면 마나가 네 몸을 풍선처럼 부풀리다가 터뜨릴 거야!]“알……아……!”
락타샤는 유리에게서 이상을 감지하고 보다 빠른 몸놀림으로 그를 덮쳤다.
옆으로 뉘인 뱀 머리가 먹잇감을 한입에 넣는다.
그때.
가늘고 기다란 창으로 변한 티르빙이 놈의 아가리 사이에 남았다.
정작 그곳에 있어야 하는 유리는 눈 깜짝할 사이 빠져 나왔고, 무지막지한 치악력으로 인해 주둥이 위아래를 티르빙이 꿰뚫었다.
샤샤!
드디어 락타샤가 고통으로 인해 밟힌 지렁이처럼 사방팔방 팔딱댔다.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불타는 집과 충돌하면서 잔해들이 사방으로 날았다.
유리는 새로운 티르빙을 손에 만들었다.
놈을 꿰뚫었던 티르빙은 형체를 잃어 부서졌으며, 입이 자유로워진 락타샤가 입을 벌려 혓바닥 아래 독낭을 열었다.
촤악!
투명한 독물이 살수차의 대포처럼 유리를 향해 쏘아졌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유리는 그곳에서 형체를 감췄다.
락타샤가 입을 다물고 반응하기도 전에 그의 신형이 날아 아가리 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아까와 비슷한 길이에 두꺼운 기둥을 만들어 입을 다물지 못하게끔 했다.
그리고 혓바닥을 옆구리에 껴서 무게 중심을 잡은 뒤 열린 독낭에 게슐츠의 검을 사정없이 내리꽂았다.
푹! 푹! 푹! 푹!
샤앗! 샤앗!
어떻게든 턱을 닫아보려 하지만 두 가지 마나가 가미된 티르빙을 부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거면 된다!’
독낭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칼을 박고 빼길 반복.
놈의 피와 독이 튀면서 타는 냄새가 났다. 그러나 신경 쓸 겨를 없이 계속 검을 찔렀다.
이대로 독낭을 터뜨려서 자신의 독기에 죽게 할 셈이었다.
그렇게 질긴 막이 터질 즈음.
콰직.
“어?”
한 번만 더 공격했더라면 독낭이 찢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에 게슐츠의 검이 뚫기는커녕 부러지고 말았다.
순간 주마등이 스치듯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방법은 하나.
티르빙으로 새 검을 만들어서 찌른다.
허나 그랬다간 락타샤의 입을 고정하던 기존의 티르빙이 부서질 거고, 유리가 짓뭉개지거나 입안에 갇혀 같이 독물을 뒤집어쓴다.
이대로 빠져나간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런다고 살아남지는 못하리라.
그때.
컹!
어디선가 날아든 한 마리 개가 독낭을 물고 좌우로 흔들었다.
더크에게 안내했던 개였다.
“너……!”
독이 입에 들어가고 머리에 쏟아지는데도 그 개는 독낭을 절대 놓지 않았다.
이윽고 결국 독낭이 터졌다.
샤아아아아아아아아아!!!!!
터진 독낭에서 독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드디어 락타샤가 제대로 괴로워했다.
독낭을 터뜨렸던 개는 먼저 밖으로 나가떨어졌다.
‘기회, 고맙다!’
유리는 어깨 뒤로 칼을 뺐다가 손을 비틀며 독으로 녹고 있는 목 안쪽으로 찔렀다.
도서관에서 익혔던 아칸 검법의 1식, 안개 가르기였다.
“하아압!”
푸확!
칼이 직접 닿지 않아도 검푸른 검기가 모가지를 관통했다.
이번만큼은 락타샤도 괴로워하거나 발악하지 못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