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62
제62화
마검 티르빙.
그 귀족 애송이는 분명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가 무언지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브램은 군침을 삼키며 유리를 데리고 가판대 천막 뒤로 데려갔다.
뒤에는 절벽에 박힌 문이 있었고 문을 열자 생각 외로 큰 공간이 있었다.
브램의 사무실인 그곳엔 그간 거래를 하며 얻은 물건들이 진열대 위에서 주인을 기다렸다.
신비로운 조각상이라든가 실험관에 담긴 괴상한 원숭이 머리 등등.
물론 단 하나도 제 주인을 찾아가지 못했지만.
“젠장, 어디 있더라. 여기 있었을 텐데.”
브램은 사무실로 들어오자마자 한쪽에 쌓여 있던 짐더미를 뒤졌다.
그 사이 유리는 사무실에 있는 물건들을 면밀히 살펴봤다.
‘없어.’
[찾던 물건?]‘응. 이런 데 둘 리가 없긴 했지.’
찾으려던 물건은 ‘아다만티움 실크’라는 모직물과 ‘하이드로’라는 거미였다.
아다만티움 실크는 카이가 찾는 것이고, 하이드로는 유리가 찾으려는 것으로.
오늘 이 두 가지를 가져갈 속셈이었다.
그래서 유리는 일부러 밖에서 물건을 보여줄 수 없다고 말해서 사무실로 안내하게끔 유도했다.
하지만 여기엔 유리가 바라던 물건이 안 보였다.
‘비밀 창고가 있을 거야. 여기서 오랫동안 모아놓은 보물들이 전부 거기 있겠지.’
거길 털어야 한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그곳을 이용해야만 했다.
“오래 기다렸슈. 그, 뭐냐, 그거. 그러니까 방금 나한테 보여준 거. 진짜 내가 아는 물건인지 확인 좀 합시다.”
차마 브램은 티르빙이라고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것이 티르빙인 걸 이 귀족 애송이가 알았다간 더한 대가를 요구할 지도 몰랐다.
브램이 가지고 온 건 동그란 아티팩트로 아이스하키의 퍽과 형태가 비슷했다. 이걸로 티르빙을 확인할 수 있는 듯했다.
손을 대보라는 그의 말에 유리는 손바닥을 얹었다.
따끔거리는 감촉이 잠깐 지나가고, 손바닥에서 나온 피가 원형 장치 위로 퍼지더니 파란빛을 냈다.
‘진짜였어!’
물건을 확인한 브램은 애써 감정을 감추려 헛기침을 뱉었다.
“흠, 흠! 좋슈, 거래하오리다.”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건네주려고 해도 안 되던데. 가져갈 수 있는 건가?”
“설명하긴 어렵고, 뭐. 팔 수 있소. 그보다 얼마를 원하오?”
“부르는 게 값인가 보군.”
“헛소리 말고 값이나 부르슈. 치를 수 있는 선에서 치러드리다.”
“5백만.”
“오백이면, 뭐……. 응? 오, 오백?!”
기겁하는 브램과 달리 유리는 차분했다.
“비싼 물건인 것처럼 말해서 그 정도 불렀는데. 안 되나?”
“그야 당연히…….”
안 된다고 하려다가 간신히 참았다.
신물은 어지간해서 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마신이 직접 벼려낸 무기다.
학문과 연구에 미친 상아탑의 현자들에게 판다고 쳐도 나라 하나쯤 거뜬히 받아낼 무기였다.
‘잠깐만. 티르빙은 피를 갈망하는 무기잖아? 그럼 이 귀족 놈은 티르빙을 유지하려고 살인을 저질렀겠군!’
티르빙이 뭔지 몰라도 피와 살육을 종용하는 욕망까지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살인을 저질렀고, 이걸 처리하려고 갈락타시스로 왔으리라.
‘티르빙을 사고파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꼬라지를 보니 티르빙이 뭔지도 몰라. 그렇다면…….’
죽인다.
브램은 일전부터 가치 있는 물건들이 들어오면 대금을 치르기보다 환술로 사람들을 속이거나 죽여서 빼앗았다.
이번에도 그러면 된다.
처음엔 귀족이라서 괜히 탈이 날까봐 환술을 염두에 두지 않았지, 살인자라는 게 확실시 된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환술을 쓰긴 아직 애매해. 티르빙이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신물은 항상 알 수 없는 능력이나 권속을 지녔다. 특히나 티르빙은 그 기록이 극히 적었다.
괜히 환술로 간단하게 처리하려다가 어찌 될지.
‘아니면 이 귀족놈이 티르빙을 쓸 수도 있어. 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된다.’
귀족 놈을 제압할 인력이 몇 더 필요했다. 브램이 가진 마법으로도 제압이 가능했지만, 그는 의외로 치밀했다.
브램은 표정을 고쳐 잡고 말했다.
“쩝, 비싸긴 하지만 특별히 가격을 맞춰드리다. 대신 좀만 기다리슈. 나도 돈을 빌려와야겠으니. 기다리는 동안 구경이나 하슈.”
“그러지.”
브램은 서둘러서 밖으로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유리가 피식 웃었다.
“예상대로군.”
브램이라면 티르빙에 눈이 돌아갈 줄 알았다.
돈 되는 건 다 좋아하는 놈이니까.
돈을 빌리러 간다는 거짓말도 알고 있었고, 사람을 데리러 갔다는 것도 알았다.
[죽이려면 지금 죽여야 하지 않았니?]“그러면 과제가 성립되지 않잖아.”
유리 혼자였다면 브램을 기습해서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었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사여도 지근거리에선 유리가 압도적이니까.
그러나 이 과제는 모두가 같이 합심해서 움직여야 했다.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까지 전부.
‘어디선가 가문에서 나온 사람이 우리를 감시하고 있겠지.’
애초에 결과만 보는 조별과제가 어디 있던가. 나이트워커가 허술하게 줬을 과제가 아니었다.
설령 감시자가 없더라도 조원들 스스로가 제 몫을 다하길 원했다.
“지금쯤 잘 날뛰고 있겠지?”
지금쯤 조원들은 약속한 대로 행동을 개시했을 것이다.
그대로 잘만 처리한다면 무리 없
이 특급 범죄자를 잡을 수 있었다.
잘만 처리한다면 말이다.
* * *
사무실을 나온 브램은 갈락타시스 갱단의 본부로 뛰어갔다.
평소 술주정과 여자를 옆에 끼고 놀고 있어야 할 주점이었거늘, 오늘은 유독 조용했다.
안에는 몇몇 놈들과 주점 주인만이 브램을 맞았다.
브램이 바(Bar)에 다가오자 주점 주인은 심드렁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다가 럼주 한 잔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야. 뛰지도 않는 양반이 뛰어오고.”
“크흡, 헉, 헉. 다들 어디 갔어?”
럼주로 목을 축인 브램의 질문에 주인이 어깨를 들썩거렸다.
“아까 웬 놈이 와서 밖에 기사단이 죽치고 있다고 알려주더라고. 그래서 부두목이랑 다들 치러 나갔어.”
“젠장, 하필 이럴 때에…….”
기사단이 밖에서 매복하고 있다는 건 갈락타시스 갱단 입장에서도 곤란했다.
범죄자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브램 같은 장물아비나 여러 암시장이 형성되었다.
그런데 기사단이 손님을 막는 꼴이었으니.
주점 주인이 물었다.
“왜? 무슨 일인데?”
“거물이 들어왔다네. 붙잡아다가 쳐야겠어.”
“얼마나 거물인데 혼자서 안 하고?”
“적어도 6서클 이상이 여럿 필요해. 아우!!! 짜증나는구먼. 타이밍도 이리 안 맞으니. 남아 있는 놈은?”
“3서클 10명 정도 있어.”
“그놈들이라도 빌려줘. 대금은 끝나고 치르지.”
“선금 안 내면 두목이 알면 난리 날 텐데.”
“두목한테도 내가 다 설명할 테니까 얼른! 손님 달아나면 책임질겨?”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떠는 브램은 처음이라 주점 주인은 고개를 갸웃하다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사무실 쪽으로 사람을 보내면 되지? 시간이 좀 걸릴 거야. 그놈들도 여차하면 나가려고 대기하고 있던지라.”
“고맙네!”
브램은 나중에 꼭 크게 한 턱 쏘겠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 길로 사무실로 돌아온 브램은 잠시 숨을 고르고 멀쩡한 척 문을 열고 들어섰다.
유리는 나열되어 있던 물건을 구경하다가 고개를 돌렸다.
“빨리 왔군.”
“빨리 오긴 했는데, 좀만 더 기다리슈. 돈을 빌려준다는 놈이 그렇게 큰 돈은 계산이 필요하다구먼.”
“흐음, 그런가.”
시간을 벌려는 거군.
갈락시타스 갱단은 이곳 어디에나 있고 항시 대기 중이다.
그들을 부르러 갔었을 텐데 바로 오지 않고 시간을 벌려고 함은 갱단원이 이곳에 없거나 부족하다는 뜻.
‘테오가 제대로 해줬나 보군.’
유리는 넉살이 좋은 테오의 성격을 이용해 갱단과 직접 접촉해서 기사단의 정보를 노출 시키라고 명했다.
기사단한테는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으나,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약속대로 범죄자들을 소탕할 기회를 줬으니까.
그저 그게 갱단원인지는 몰랐으리라.
‘범죄자 몇을 체포하게 해준다고 했지, 직접 잡아준다고는 안 했으니까.’
[치사해~.]‘일반 기사단이었으면 이렇게 안 했어. 황실 기사단이니까 가능했지.’
원래는 평범한 기사단을 예상했었다. 그런데 황실 기사단이 매복하고 있으면서 일이 수월해졌다.
그들이라면 갱단원 중에서도 고서클 단원을 처리해줄 거고, 유리는 상대적으로 쉬운 놈들만 처리하면 됐다.
그러나.
‘비밀 창고를 못 찾았어.’
브램이 없는 동안 비밀 창고 위치를 찾아봤으나 보이지 않았다.
대충 책에서 본 위치를 토대로 알긴 알아냈는데, 그냥 나타나는 공간은 아닌 듯했다.
이러면 플랜 B다.
유리가 물었다.
“거래를 서둘렀으면 하는데.”
“갑자기 무슨 소리여?”
“그냥 좀, 불안해서.”
브램은 미세하게 떨고 있는 유리의 손끝을 봤다.
하긴.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굴어도 여긴 갱단의 소굴이다.
겁을 먹는 것도 당연했으며,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감이 밀려왔으리라.
“액수가 워낙 커서 계산하고 운반하기까지 오래 걸려서 그렇소. 오해는 마시오.”
“돈이 없으면 다른 걸 줘도 된다.”
“……다른 거라면?”
“제법 값나가는 물건이 있을 거 같은데, 그 물건을 받고서라도 팔겠다.”
“돈이 급한 거 아니었슈?”
“상관……없다.”
제대로 겁을 먹었다고 확신한 브램은 피식 웃었다.
예상보다 더 간이 작으신 도련님이었다니. 그래, 어차피 시간을 끌어야 했는데 잘 됐다.
“알겠소. 물건으로 거래하면 나야 좋지. 원하는 거라도 있소?”
“그대가 비운 동안 살펴봤는데 여기 있는 것들은 가치를 모르겠더군. 다른 건 없나?”
“여기 있는 거 말고?”
“내 눈엔 다 형편없어서.”
사무실에 나열된 물건들은 겉으로만 봐선 괴상하기만 해서 가치를 알 수 없었다.
실제로도 딱히 값어치가 나가는 물건들은 아니었다.
브램은 비밀 창고를 보여줄까 고민했고, 유리는 그런 그를 보고 살짝 힘주어 말했다.
“싫으면 됐다. 나라고 여기 오래 있고 싶진 않아서.”
“아, 알겠슈! 알겠으니까 잠깐만. 거 참 예민하긴.”
겁먹은 흉내가 극에 달하자 결국 브램이 먼저 항복했다.
갱단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달아나면 이만한 손해가 없었다. 나중에 두목께 혼날 걸 감안하고라도 이 거래를 성사시켜야 했다.
‘젠장, 이래서 겁쟁이를 상대하기 까다롭다니까.’
브램은 등을 돌려 욕을 지껄이며 한쪽 벽으로 다가가 손을 댔다.
유리가 확인했던 벽으로, 이음새조차 없는 매끈한 흙벽은 손을 대자 1개의 마법진이 생기더니 주변으로 6개의 마법진이 더 생겼다.
브램이 7서클이라는 증거이자 창고를 숨기고 있던 장치였다.
드드드득!
벽이 네모나게 갈라지며 안으로 들어가서 옆으로 밀렸다.
브램이 고개를 숙이고 먼저 들어가고 유리가 따라 들어갔다.
안쪽은 밖에서 봤던 사무실보다 공간이 훨씬 컸다.
말 그대로 창고형 마트 같은 느낌으로 온갖 잡동사니가 질서정연하게 진열대 위를 장식했다.
“워어.”
들어오자마자 유리는 감탄을 질렀다.
확실히 밖에서 봤던 물건들과는 외향 면에서부터 달랐다.
화려한 갑옷이나 투구, 무기가 있고 악세서리를 가장한 아티팩트 진열장도 따로 있었다.
눈길을 더 멀리 두면 거대한 동물의 뼈라든가 가죽도 보였다.
시각뿐이랴.
온갖 마나의 기운이 창고 안에서 응축되어 있다가 문을 열자마자 터져 나왔다.
“엄청나군.”
“클클클, 제 인생을 바쳐 모은 것들이지. 천천히 둘러보슈. 훔치는 건 꿈도 꾸지 말고.”
“훔친다니. 너무하군.”
유리는 그리 말하며 등을 지고 있는 브램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모은 보물에 감탄과 자부심을 뽐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유리의 손에는 어느새 티르빙이 들렸다.
물건을 확인했으니 망설일 필요는 조금도 없었다.
“대놓고 가져가는 걸 훔친다고 하지는 않지.”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