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65
제65화
“네놈, 그게 무슨……!”
유리의 손이 악마처럼 기괴하게 변하는 모습에 킹슬리의 인상이 구겨졌다.
흡사 키메라라고 해도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기괴한 손 모양이었다.
정작 유리는 태연하게 손을 내려다봤다.
‘이게 마신의 손인가.’
유리가 조각상에서 가져온 무구는 ‘마신의 손’이라 불리는 장갑이었다.
이름 그대로 마신의 손을 본따서 만들어진 아티팩트로, 5개의 마신 무구 중 하나였다.
이 무구들은 현재까지 오리지널이 아닌 레플리카로, 그저 단단하고 성능 좋은 도구로만 알려졌다.
하지만 훗날 카이가 악마와 싸우면서 악마들 중 몇몇이 오리지널을 가지고 활용하는 걸 목격하면서 진짜 능력이 알려졌다.
그 능력이라 함은 바로 사용자의 몸을 마신의 육체처럼 변하게 하는 것.
킹슬리도 마신의 손을 알아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놈, 키메라라도 되는 거냐?”
“엄연히 멀쩡한 사람을 키메라 취급하는 건 너무한데. 나 키메라한테 맺힌 거 많다고.”
어쩌다보니 무투가와 무투로 싸워야 하는 격이 되었다.
서클이나 경험, 숙련도 면에서 당연히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다면 진즉 도망쳤겠지만, 유리에겐 마신의 손이 있었다. 이 위력은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몰랐다.
“지금부터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자고!”
5개의 손톱이 앉아있던 킹슬리에게 뻗었다.
마신의 육체가 일시적으로 손에 깃든 이상, 마나 능력도 우월하게 증가했다.
물론 손에 국한되긴 했지만.
후웅! 콰드득!
이미 그는 자리에서 벗어났으나 두꺼운 그루터기를 손에 쥐는 것만으로 손톱 모양대로 잘리고 갈렸다.
심지어 그루터기가 박혀 있던 땅까지 파였다.
마나를 넣지도 않았다.
고작 손아귀 힘만으로 해낸 일이었다.
“……!”
킹슬리도 처음 보는 위력에 위협을 느꼈다.
자칫 손톱 끝에라도 스쳤다간.
‘그대로 잘리고 갈린다!’
킹슬리는 마나로 바로 육체를 강화시키곤 회축 돌려차기를 날렸다.
스걱!
발차기에서 나온 바람은 칼날처럼 번뜩이며 유리를 노렸다.
유리는 손으로 바람을 쥐어 부러뜨렸다.
“윽……!”
나름 강력했던 일격이 허무하게 파쇄되는 꼴에 킹슬리는 한층 더 마나 농도를 끌어올렸다.
대신 짧고 굵게.
투투둑!
연달아 잽이 유리의 안면으로 들어왔다가 빠졌다. 팔뚝을 X자로 교차해서 막자 충격으로 몸이 뒤로 밀렸다.
데미지를 주진 못했다.
손에서 자란 마신의 손이 팔뚝까지 이어진 덕이었다.
유리는 팔뚝 뒤에서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게 진짜 능력인 ‘간파’.’
마신의 손은 다른 무구와 달리 상대의 약점을 알아서 추적하고 공격하는 기능을 가졌다.
그래서 무투를 제대로 배워본 적 없는 유리라 해도 9서클을 상대할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육체의 통제권 일부를 마신의 손에 넘겨줘야 했다.
이를 통제만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무기였다.
‘진짜 같은 가짜가 더 진짜 같다더니. 막상 써보니 어마어마한걸.’
유리는 딱히 생각하거나 고민할 필요 없이 마신의 손에 몸을 맡겼다.
무구가 이끄는 대로 움직이기만 해도 킹슬리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4번째로 오른손 훅이 날아드는 순간 방어를 풀고 뻗은 주먹을 쥐었다.
카가가각!
마나와 칼날이 마찰을 일으키면서 불꽃이 튀었다.
“처음 써보는 무기라 익숙하지 않아서 힘 조절이 안 되니까, 알아서 막으라고!”
“건방진!”
검막을 씌우듯 주먹에도 마나를 씌웠던 킹슬리였다. 하지만 마나 막을 뚫고 손톱이 조금씩 파고들었다.
급하게 앞발로 유리의 팔을 걷어차면서 거리를 벌렸으나, 유리의 다른 손이 다리를 움켜쥐었다.
손톱이 마나막을 뚫고 살을 파고들었다.
푸욱!
“끅!!!”
킹슬리는 남은 다리로 유리의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주먹을 잡고 있던 손을 풀고 방어를 하자 그대로 팔을 밀고 안면에 충격이 전해졌다.
이번만큼은 데미지를 피할 수 없었다.
유리의 몸이 옆으로 휘청거리다가 다시 중심을 잡았다. 동시에 바닥을 긁어 흙먼지를 피워 시야를 가렸다.
“잔수를!”
킹슬리는 흙먼지를 뚫고 더 가까이 유리와 거리를 좁혔다.
그러나 유리는 시야를 가리려고 흙먼지를 뿌리지 않았다. 그저 공격을 하려다보니 바닥에 긁혔을 뿐.
푸확!
가슴팍에 금이 생기며 피가 치솟았다.
근본적인 속도와 위력은 킹슬리가 위였다. 하지만 무투가의 최대 단점은 방어가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무기 없인 방어가 불가능했고, 온몸에 마나를 둘러서 방어하거나 피해야만 했다.
그러나 방어를 뚫고 피할 수 없는 공격은 아무리 8서클이라 해도 도리가 없었다.
“끄으.”
킹슬리는 잠시 거리를 벌려 멈췄다. 유리도 호흡을 고르며 몸 상태를 살폈다.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여유가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전투 자세는 여전히 빈틈이 없었다.
“하나 궁금하군. 어째서 이 정도 실력을 가지고 갱단 두목이나 하고 있지?”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유리는 차마 원작을 알고 있어서 확신한다고 말을 하진 못했다.
대신 은근슬쩍 그를 떠보았다.
“내가 아는 선에서 그대의 실력 정도를 가진 이들은 갱단 두목보단 더 대단한 직함을 가졌다.”
예를 들어서.
“황실 근위대장.”
“……!”
순간적으로 무덤덤하던 얼굴에 금이 갔다. 찰나였지만 놓치기 어려울 정도로 커다란 금.
유리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항상 궁금했어. 갈락타시스 같은 거대 갱단이 어째서 제국에서 멀쩡하게 운영이 가능했을까.”
“무슨 소리지.”
“산 아래서 매복하고 있던 황실 기사단이 갱단과 마주치지도 않고 도망을 간 것도 이상했고.”
“우리를 두려워하는 건 당연한 순리이다. 황실이 우리를 건드리지 못한다는 거 모르는 건가?”
“그 두려워하는 힘을 통제되지 않은 채 놔둔다고?”
“나이트워커와 솔리드녹스가 서로 으르렁대면서 싸우지 못하는 거랑 똑같은 이치다.”
“…….”
뭐, 비유가 틀리진 않았는데.
유리는 하고 싶었던 말을 꾹 참고 의문과 추리를 늘어놨다.
“두려워서 도망친 게 문제가 아니지. 문제는 어째서 기사단이 갱단의 습격을 알고서 도망칠 수 있었느냐다.”
“…….”
“내가 아는 높은 직함의 그 누구라면 가능하다. 이만한 능력을 가진 것도 가능하다.”
“그게 근위대장이라는 건가.”
“그게 그대라는 거지.”
“비약적인 발상이군. 나만한 실력자는 소수이긴 해도 여럿 있다.”
소수이긴 해도 여럿이라.
웃기지도 않지.
베리온 제국은 나이트워커를 빼면 여러모로 국가 경쟁력이 부족했다.
군사력으로 따지면 특히나 다른 국가에 비해 뒤쳐졌다.
제국이 과거 나이트워커를 제국에 편입시키려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근위대장이라고 오죽할까.
하지만.
원작과 설정집에 나온 근위대장은 달랐다.
‘베리온 제국 최초로 10서클에 도달한 세기의 천재이자 무투가.’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엔 겹치는 접점이 너무 많았다. 추측이라 해도 이상한 건 이상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그는 지금도 베리온 제국 근위대장이었다.
“그대가 근위대장이라면 모든 게 말이 돼. 황실의 권력에 가까이 있으면서 갱단을 방치하고, 기사단에게 갱단의 정보를 역으로 흘리고.”
“상상력 하난 풍부하군.”
“나도 추측에 불과해서 확신은 없어. 확신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실컷 떠들어 놓고 확인하진 않겠다?”
“난 방금 네놈에게 진실을 말할 기회를 줬다. 그걸 네놈이 걷어찼어. 거기다가…….”
유리는 마신의 손 위로 티르빙을 흘려서 감쌌다.
마신의 손만으로 이길 순 없어도 티르빙까지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랐다.
“감히 나이트워커를 솔리드녹스 따위에 비교했으니. 각오는 되어있겠지?”
“뭐……?”
뒤늦게 킹슬리는 마신의 손에 타고 흐르는 붉은 피를 보고 기겁했다.
세상에 피를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은 몇 안 되어서 바로 알아봤다.
‘마검 티르빙! 어떻게……!’
흐르던 피가 손을 완전히 물들여 붉은 혈관이 올라왔다. 이윽고 손아귀에 검은 마나가 모였다.
“어둠검 3식, 흑광(黑光)!”
손톱을 검이라 생각하고 아칸 검법을 펼치자 검은 빛이 발한다. 유리는 달려 나가며 손을 뻗었다.
킹슬리는 빛이 커지자 바로 몸을 날렸다.
‘막아야 된다! 저대로 발산시켰다간……!’
킹슬리라고 해도 마신의 손이 이끄는 본능과 티르빙을 통해 발산되는 순도 100% 마나를 받아낼 순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게 늦었다.
검은 빛이 공간을 집어삼키는 순간, 아찔한 감각이 곤두섰다.
“커헉!”
눈가가 충혈 되더니 목구멍에서 피가 터지듯 뿜어져 올라왔다. 몸에선 진이 빠지며 어둠으로 빨려 들어갔다.
“끄으! 어, 떻……게!”
킹슬리는 차마 뱉으려던 말을 끝까지 토해내지 못했다.
유리가 했던 마지막 한 마디.
나이트워커와 솔리드녹스.
그 둘의 비교에 화낼 존재는 아주아주 뻔했다.
그걸 묻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킹슬리는 사지를 사방으로 뻗은 채 부들거리다가 어두운 빛이 사라지자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끝났군.”
유리는 쓰러진 킹슬리에게 다가가서 그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뒤집혀진 눈알은 기절만 했을 뿐 숨은 제대로 쉬었다.
“후우, 더럽게 마나가 많이 들어가네.”
[마신의 손이니까. 온몸에 있던 모든 마나를 써야 이겼다고 본 거지.]쓴 마나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마신의 손이 멋대로 마나를 끌어다가 써버렸다.
유리는 그 마나를 억제하느라 또 마나를 써야 했고, 그 덕에 탈진 상태가 와서 목이 바싹바싹 탔다.
유리는 마수의 손을 내려다봤다.
바스스스스.
힘을 다한 무구는 먼지처럼 바람에 날려 하나씩 떨어지다가 완전히 형체를 잃었다.
이것이 레플리카의 한계였다.
아무리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라 해도, 가짜는 가짜.
한 번 제대로 써버리면 영영 다시 쓸 수 없었다.
[칫, 진짜였으면 주인이고 뭐고 콱 죽게 놔두는 건데.]“진짜가 있긴 해?”
[나도 잘 몰라. 그보다, 이 사람은 안 죽일 거야?]유리는 킹슬리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죽일 거였으면 애써 마나를 억제하려고 마나를 쓰진 않았겠지.”
[살려둘 가치가 있을까.]“이 녀석이 진짜로 근위대장이라면 내 손으로 죽일 수 없어. 그랬다간 일이 시끄러워져.”
과제 한 번 하러 왔다가 근위대장을 죽였다간 어떤 파장이 벌어질지.
적어도 근위대장이 어째서 갱단의 두목 짓을 하는지는 알아야 했다.
유리는 숲 뒤편으로 시선을 슬쩍 옮겼다.
“우선은 놔두고 가자고.”
[어? 데려가는 거 아니었어?]“데려가지 않아도 될 거야. 어쩌면 제 발로 다시 나를 찾아오겠지.”
때마침 산 아래서 기사단을 상대하러 갔던 갱단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유리는 거리 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원들이 갔을 도주로로 향했다.
예상대로 거리는 조원들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무사히 조원들이 빠져나간 흔적에 안심하며 유리도 발길을 서둘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