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ibe with the magic sword remembers his past life RAW novel - Chapter 66
제66화
브램이 붙잡혔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다.
워낙 악질 범죄자이기도 했고, 갈락타시스에 머물고 있어서 체포가 힘들었기 때문에 더더욱 파장이 컸다.
정작 브램을 잡은 사람에 관해서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보복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법률로 사냥한 자의 신분 노출을 막아서였다.
사람들은 갈락타시스 내에서 브램을, 그것도 산 채로 데려올 사람은 분명 제국 외부의 누군가라고만 추측했다.
나이트워커를 비롯한 아인, 수인이 잡았을 리는 없었으니까.
정작 마리는 앞에 차렷하고 선 유리를 흘끔 올려다봤다.
“정말로 브램을 잡아서 넘겼다고?”
“옙.”
“…….”
모든 조 중에서 유리의 조가 가장 늦게 복귀했다.
시간 내에는 과제를 완수했다. 브램을 제국 치안대에 넘기면서 증명서류도 받아왔다.
덤으로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엔 작전 계획과 일지가 상세히 적혀 있었다.
“너무 간단하게 일처리를 해서 믿기지가 않는구나.”
“제가 채럿을 이용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알아.”
사실 채럿의 정보망을 이용했어도 딴죽 걸 마음은 없었다.
채럿의 정보망은 유리가 자신의 능력으로 얻은 성과.
다만, 좋은 정보망을 가지고도 어쭙잖은 현상수배범을 잡았다면 감점하려고 했었다.
반대로 좋은 정보망을 써서 다른 조에 비해 괜찮기만 한 수배범을 잡았더라면 다른 생도들로부터 공정성 논란이 일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유리는 채럿의 정보망을 쓰지 않았다. 심지어 그러고도 특급 범죄자를 잡아왔다.
마리는 그 부분에 대해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대신 다른 걸 물었다.
“다른 조들보다 싸움이 적구나. 네놈만 싸운 걸 빼면 충돌은 없다시피 했어. 이것도 계획한 것이냐?”
“목표는 브램의 생포였고, 전투는 최대한 피하도록 작전을 세웠습니다.”
“네놈은 거물들과 싸웠잖느냐.”
“중간에 갑자기 일이 틀어져서 제가 혼자 남아 조원들이 탈출할 시간을 벌어야만 했습니다.”
“혼자서 성과를 더 세우려고?”
“조장으로서 책임과 희생을 졌을 뿐입니다.”
“다들 번지르르하게 똑같이 말하지. 책임지려고, 희생하려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생도가 언제부터 성군이었느냐.”
“성과를 더 내고 싶었다면 성과물을 보고서에 적었을 겁니다.”
보고서엔 유리가 혼자 남아서 실력 좋은 갱단과 싸웠다고만 나왔다.
몇 명을 어떻게 부상을 입혔다거나 죽였다는 기록은 하나도 안 적었다. 상대한 갱단원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자세히 기술되지 않았다.
그러나 마리는 킹슬리와 유리의 충돌을 알고 있었으니.
“한심한 놈. 자랑거리가 있으면 티를 내. 겸손 떨지 말고.”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가산점을 못 주겠단 말이다!”
중요한 건 결과다.
결과를 냈으니 마리는 성질을 부리지도 못하고 보고서에 도장을 찍었다.
찍힌 도장에는 A+이 선명했다.
“가져가.”
“감사합니다. 밤의 영광을.”
유리는 결과지를 받아들고 경례를 올린 뒤에 방을 나갔다.
맘만 먹으면 가산점을 줄 수도 있었다. 그래도 괜찮은 성과였다.
A+가 최고점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 * *
유리는 조원들에게 성적표를 건네기 위해서 생도관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유리를 바라보는 시선과 함께 웅성거림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야, 이번에 유리 님네 조가 특급 범죄자 잡았다며?”
“대단한 걸. 다른 조는 2급 범죄자가 최고 성적이라던데.”
“다친 사람도 없다더라.”
과제를 마치고 돌아온 뒤로 유리와 조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무시하는 자들은 있었지만, 적어도 멸시하진 않았다.
한편으론 다음 조별과제가 있다면 유리와 꼭 조가 되겠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반응이 졸렬한 어떤 마을을 떠올리게 했지만.
유리는 이렇게라도 바뀐 평판이 썩 나쁘지 않았다.
유리는 그런 온갖 시선을 받으면서 조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조원들이 일어나서 반겼다.
그들 앞에 유리는 받아온 성적표를 내려놨다.
“자, 성적표다.”
“우오!”
유리는 생도관으로 돌아와 조원들에게 성적표를 나눠줬다. 가장 신이 난 테오가 A+를 보고 연신 소리를 질렀다.
링링과 빅베어도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다들 다치지 않고 마쳐 줘서 고맙다. 그대들이 아니었으면 민망할 뻔 했어.”
“에이~ 유리 님도 참. 유리 님이 딱! 작전을 세워주셨으니까 가능했죠.”
“동감합니다.”
“음.”
“그래도 그대들이 쓸데없는 싸움을 하지 않아서 더 좋게 점수를 받았어.”
3서클 갱단을 뚫고 가라고 명했을 때, 조원들은 오히려 전투를 피하는 방식을 택했다.
링링은 계속 숨어서 활로 엄호하고, 테오가 후방을 교란, 빅베어가 힘으로 전방을 뚫고 나갔다.
실질적으로 죽인 갱단원은 5명도 되지 않았고, 이 덕에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다른 조들은 조금이라도 적을 더 죽여서 성과를 내겠다고 오만을 부려서 사상자가 생기기도 했다.
운이 좋게 죽은 사람은 없지만, 대신 낙제점을 받고 퇴교를 명받았다.
“나를 믿고 충실히 명령을 따라줘서 다시 한 번 고맙다.”
“저희도 유리 님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야야, 링링.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영광이었다니! 앞으로도 영광이지! 평생 모시고 따를 겁니다, 유리 님!”
“오버하지 마. 우린 유리 님 앞길에 방해만 안 되어도 족하다.”
“딱딱하긴. 나도 알거든?”
유리는 몰랐으나, 그가 오기 전부터 조원들은 유리를 향해 서로 몸 바치겠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번 과제 한 번으로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완전히 달라졌다.
심지어 요 잠깐 사이에 링링은 남자 선배들한테서 고백까지 받았단다.
물론 그녀는 전부 거절했다.
“그보다 유리 님, 이건 조심스러운 의견입니다만. 저희 서클을 만드는 게 어떨까요?”
“테오, 그 얘긴 나중에 하기로……!”
뒤늦게 링링이 말려봤으나 이미 튀어나온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서클이라.
일전에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타나토 신봉자 놈들이 서클을 만들었다고 했었지.’
나중에 알았는데, 타나토는 단순한 파벌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서클을 만들어서 끼리끼리 모여 놀았다.
훈련이나 과제뿐만 아니라 평소에 어디 놀러 가거나 파티를 할 때도 그쪽 서클끼리만 어울렸다.
이번 조별 과제에서도 서클 내부에서 선배 생도들이 준 정보를 이용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서클은 너희들끼리 만들도록. 난 됐다.”
“그래도 서클이 있으시면 파벌 싸움에 유리하지 않으실까요. 링링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동감하긴 하지만, 중요한 건 유리 님의 의사다.”
세 사람이 동시에 유리를 쳐다봤다.
눈동자가 마치 서클을 만들어서 자신들을 넣어달라고 말하는 듯했다.
유리도 순간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서클을 만들고 사람과 세력을 규합하면 강해지기야 하겠지.
그러나.
그건 벤헬링턴이 원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개인이 강하지도 않은 마당에 약하다는 이유로 세력을 모아봤자 그건 집단의 힘에 불과하다. 나이트워커의 방식에 어울리지 않아.”
“하지만 다른 용인 분들은…….”
“개인이 강해야지만 세력이 규합하는 법이다. 다른 형님들은 강해. 그건 부정할 수 없어. 하지만 난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타나토와 제몬을 과거에 이겼다지만, 그건 무력뿐이었다.
가주가 되고자 하면 무력과 서클 같은 세력, 이를 전부 아우를 수 있는 정치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런 힘들에 있어서 형제들은 뒷배가 확실했다.
조원들도 유리가 말 뒤에 감춘 뜻을 알고서 더 이상 서클을 만들자고 말하지 못했다.
유리 스스로 서자를 인정하는 꼴이었으니까.
“워워, 분위기 무겁게 하자고 한 소리 아니야. 다들 더 정진하라고 한 소리지.”
너스레를 떨 듯 웃으며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 치는 기분이라 미안하군. 서클을 만들고 싶으면 만들어도 된다. 내가 필요하다면 불러도 되고.”
“아우, 아닙니다! 초를 치긴요. 유리 님께서 그러시다면 그런 거죠!!”
“동감입니다.”
“음음!”
“이해해줘서 고맙군. 그럼 난 다른 볼 일이 있어서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유리는 웃으며 생도관을 나왔고. 바로 손님을 맞는 별관으로 향했다.
솔직히 유리도 조별 과제의 여운을 즐기고 싶었으나, 아직 때가 아니었다.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었으니까.
지금은 그 일부터 해결해야 했다.
별관 앞에선 가문의 집사 빌이 맞아줬다.
“오셨습니까.”
“날 기다리고 있다고.”
“아침 일찍부터 만나자고 찾아왔었습니다. 가주님의 허락 없인 안 된다고, 허락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도 기어코 기다리더군요.”
“많이 급해 보이던가?”
“초조한 기색이었습니다.”
‘손님’이 기다리고 있을 2층으로 올라가며 빌은 손님의 상태를 낱낱이 보고했다.
그 밖에 무장하지 않고 맨손으로 왔다거나, 동행자 없이 혼자 왔다는 점 등등.
얼마나 급하게 이곳으로 왔는지 그 행적이 고스란히 보였다.
빌은 방에 들어서기 전에 잠시 멈춰 섰다.
“가주님의 전언입니다.”
“예의를 차리라고?”
“반대입니다.”
빌이 문을 열어 들어가라며 비켜줬다.
“여차하면 죽여도 된다고 하셨습니다.”
“손님한테 냉정하시네.”
“황실에서 이렇게 갑자기 찾아올 때면 항상 무언가를 바랄 때가 아니고선 없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빌이 왔던 길로 사라지고.
방 안 쪽엔 익숙한 실루엣의 한 사람이 기다렸다. 로브로 얼굴을 감춘 그는 후드를 벗고 모습을 드러냈다.
킹슬리.
아니, 베리온 제국의 황실 근위대장 렉슬러가 그곳에 있었다.
“반갑군, 렉슬러 근위대장. 여기까지 몰래 찾아올 줄은 몰랐어.”
“……갑작스레 송구합니다.”
킹슬리였을 때와 달리 렉슬러는 외모가 많이 달랐다.
과묵한 인상만 똑같을 뿐, 덩치도 보다 작고 머리도 짧았다.
주먹보다는 고고한 검을 들었을 인상이 물씬 풍겨서 누구도 킹슬리라고 보기 힘들었다.
끼익, 탁.
문을 닫은 유리는 그와 마주 앉았다.
“여기까지 왔다는 건…… 갈락시타스를 습격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온 건가.”
“그렇습니다.”
“어떻게?”
“지명수배범을 인계받았던 치안대로부터 신상 정보를 받았습니다.”
“신상 정보는 비공개일 텐데.”
“…….”
월권을 해서 불법을 저질렀군.
그런 의미로 쳐다보자 렉슬러는 메마른 입술을 깨물었다.
덩치에 맞지 않은 초조한 기색에 소리 내어 웃었다.
“됐어. 어차피 내가 찾아갈 수고를 덜어줘서 오히려 고맙지.”
“넓은 아량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내 정체만이 아니라 그대가 스스로 근위대장이자 갱단의 두목이라고 인정하는 거라 봐도 무방하겠지?”
렉슬러는 침묵하다 입을 뗐다.
“그 부분을 설명 드리러 왔습니다.”
“설명보단 자백이 더 빠르지 않나. 굳이 여기까지 와서 선처를 바라는 건 아닐 테고.”
“유리 님께선 저를 알아보시고도 누구에게도 제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무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고작 며칠 동안 유리도 이 사실을 말할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끝끝내 마리에게조차 말하지 않았고, 먼저 렉슬러를 만나 볼 요량이었다.
그랬는데.
먼저, 그것도 용가에 직접 왔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심지어 이번 방문은 벤헬링턴과 빌, 유리만 알고 있었으며 황실에서 정식적으로 파견한 줄로만 알았다.
“솔직해야 할 거다. 그대는 이미 나의 가문과 솔리드녹스를 비교하는 누구도 해선 안 될 짓을 했어.”
유리는 킹슬리와 싸웠을 때 나눴던 대화를 똑똑히 기억했다.
“나이트워커와 솔리드녹스가 서로 으르렁대면서 싸우지 못하는 거랑 똑같은 이치다.”
“…….”
지나고 나서야 렉슬러는 그 날의 말들이 후회스러웠다.
유리와 나이트워커인 줄 알았다면 오만한 짓을 하진 않았으리라.
허나 지금은 그런 체면치레가 중요하지 않았다.
스스로 정체를 까발리면서, 황실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의 입장으로 여기까지 와야 했던 사정을 털어놔야 했다.
렉슬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황녀 마마께서 실종되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