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ond Coming of Shinken RAW novel - Chapter 346
“신대륙. …후후. 설마 당신이 그것을 허락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라포니아는 작은 웃음을 터트리면서 뇌까렸다. 그 말에 공명하듯이, 아라포니아의 맞은 편의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오딘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딘은 이 세계를 관장하는 주신답지 않게 적잖게 피로한 모습이었다. 아무리 오딘이 초월자들의 정수를 담은 프로그램이라고 하여도, 두개나 되는 거대한 대륙을 창조하고 그 대륙에서 살아가는 NPC와 역사를 새로이 창조하는 것은 그녀 자신에게 많은 부담을 지워주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대륙에 플레이어를 풀어놓는 것은 너무 위험해. 파워밸런스는 이미 뒤집어지기 시작했어.”
“그래서 새로운 대륙을 만들고, 밸런스를 조정하기 위해 새로운 괴물들을 집어넣었다? 후후. 조악함 임시방편일 뿐이야. 오히려 파워 인플레가 발생할걸?”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플레이어의 성장은 끝이 없지만 NPC의 성장에는 끝이 있으니까.”
오딘이 말끝을 흐리면서 중얼거렸다. 그 말에 아라포니아가 깔깔거리며 웃는 소리를 냈다.
“아하하. 부끄러운 변명이잖아. 신인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한 적이 없는데.”
“…결국 모두가 꼭두각시. 나 역시도 그렇지. 나를 관장하는 이들은 마음먹는다면 모든 것을 지울 수 있는 자들이야.”
“참 궁금해. 당신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이세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플레이어는 대체 뭐지? 우리는 대체 뭐고? 결국 플레이어를 위한 부속품, 그래. 그것은 이해하고 있어. 이 다크 세인트조차도, 머지 않아서는 플레이어의 마법사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할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면서 웃는 아라포니아의 웃음에는 그 어떤 자조도 섞여있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다. 이 세상 결국 게임이다. 아라포니아는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레벨 20짜리의 보스 몬스터.
지금으로서는 평균 레벨의 플레이어가 우습게 때려 잡을 수 있는 놈이지만, 그들도 플레이어가 처음 이 게임을 시작했을 때에는 도저히 잡을 방법이 보이지 않았던 괴물로 비춰졌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태되기 마련이다. 플레이어는 너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결국 초창기에 괴물처럼 느껴지던 보스 몬스터는 나중에 가면 일반 필드 몬스터보다 못하게 전락하는 것이 게임의 현실이다.
“당신들에게는 무언가 목적이 있어. 그 목적을 위해 플레이어들을 성장시키고 있지. 대체 그 목적이 무엇일까… 나는 그게 굉장히 궁금해.”
“나는 그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없어.”
“알고있어. 사실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아.”
아라포니아는 훗하고 웃으면서 손바닥 아래에 잡히는 해골을 어루만졌다.
“나는 원하는 바를 이루었어. NPC의 제약을 없애면서, NPC에게 자유를 주었지. 그 자유… 플레이어와 비교하자면 보잘 것 없는 자유이지만, 그런 자유로나마 NPC는 플레이어와 대등해 질 수 있게 되었지. 당신이 보기에는 우리는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말했잖아. 모두가 꼭두각시라고.”
“플레이어를 위한 꼭두각시? 아니면, 플레이어들조차 너를 관장하는 이들에게는 꼭두각시일 뿐인가?”
아라포니아가 웃으면서 물었다. 그 질문에도 오딘은 대답해줄 수가 없었다. 상관없었다. 결국에는 자기만족, 앞으로 살아갈 기나긴 영원을 위해서라도 호기심거리 하나 정도는 남겨두는 편이 좋다. 비록 이 영생조차도 만들어진 세계의 안에서 국한되는 것이지만.
“진리를 탐구하고, 진리를 엿보았다. 엿보게 된 진리는… 하찮고 부질없었어. 결국에는 이 세계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자조만 느끼게 되었지.”
“…처지를 비관하지는 마.”
“창조주 노릇을 하려는 거야? 아하하, 그것도 괜찮지. 나로서는 달갑지 않지만.”
아라포니아는 맑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일으켰다.
“환룡은 제국의 황제가 되었고, 검왕과 백설, 염화는 신대륙으로 향했지. 그들이 무엇을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추구하는 것이있기에 간 것이야. 원하는 바를 얻었으면 좋겠군.”
“…너도 추구하는 것이 있는가?”
“당신들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볼까해. 즐거운 사색거리가 될 것 같아 그리고… 아직 나는, 괴물이라 경외되는 자리에서 물러서 줄 생각은 없어. 나는 다크 세인트니까.”
아라포니아는 천천히 오딘의 곁을 지나쳤다. 오딘은 아라포니아를 돌아보지 않고서 한숨을 내쉬었다.
“보잘 것 없던 진리를 대신하여, 새로운 진리를 탐구하보는 것도 좋겠지. 마도廣道의 길은 끝이 없고
법法과 술術은 난해하기 짝이 없어라. 아하하! 몇 백 년 동안 그를 추구해 온 이 다크 세인트가, 몇 십 년도 살지 못한 플레이어에게 마도와 법술의 정점을 양보해 줄 것 같아?”
아라포니아는 그 말을 남기고서 시커먼 어둠이 되어 사라졌다. 결국은 플레이어에게 추월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겠지. 오딘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머리를 가로저었다. 저러한. 향상심조차 부여된 것인지도 모르면서 진리에 대해 논하다니.
‘잔혹한 세계야.’
오딘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