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aman Desires Transcendence RAW novel - Chapter (707)
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707화(707/710)
EP.707 첫 번째 물결
“Domine, quo vadis?”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Quo vado, non potes me modo sequi, sequeris autem postea.”
지금은 내가 가는 곳에 네가 따라올 수 없다. 그러나 나중에는 따라오게 되리라.
“Domine, quare non possum te sequi modo? Animam meam pro te ponam.”
주님 어찌하여 당신을 따라갈 수 없나이까? 주님을 위해서라면 목숨조차도 내놓을 수 있습니다.
“Animam tuam pro me pones? Amen, amen dico tibi: Non cantabit gallus, donec me ter neges.”
나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 하였느냐? 내 진실로 너에게 말하노니 닭이 울기 전 너는 세 번 나를 모른다고 하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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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북부에 있는 주, 미시간. 물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주이며, 스포츠가 인기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미식축구, 야구, 농구, 아이스하키 구단이 전부 이 주에 있었으니 그 인기를 대략적으로나마 실감할 수 있으리라.
심지어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슈퍼리그’라고 분류되는 스포츠 역시 이곳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주 자체가 스포츠에 미쳐있는 것을 넘어서 스포츠가 일상이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미시간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스포츠가 아니었다.
이 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기업도, 대학도, 스포츠도, 어떤 축제도 아니다.
슬럼.
빈곤층과 범죄자들이 넘쳐나는 공간.
그 공간이 가장 유명했다.
디트로이트(Detroit).
플린트(Flint).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슬럼.
한때는 부유했지만, 이제는 녹슬어버리고만, 빈민들이 넘쳐나는 공간.
꿈도 희망도 없는 빈민과 범죄자들이 짝을 이루며 어마어마하게 높은 범죄율을 자랑하는 그곳.
미시간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이러한 슬럼이었다.
특히나 미시간주의 슬럼이 유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한때는 공업도시로서 어마어마한 명성을 떨치며 부유했던 과거가 있었던 것 때문이겠지. 높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것만큼 충격이 클 수밖에 없고, 부유했던 사람이 몰락했던 것만큼이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 두 도시는 유명했다.
어쩌면 동등하거나 더더욱 높은 범죄율을 자랑하는 다른 슬럼보다도 훨씬.
그렇기에 어지간한 사람은 이곳에 잘 방문하려 하지 않는다.
특히나 이 치안이 좋지 못한 도시에서도 특출나게 치안이 박살이 나 있는 우범지역에는 더더욱.
미시간주의 경찰관조차도 이 두 도시에 배정받는 것을 꺼릴 정도의 치안인데, 평범한 사람이 방문한다면 그냥 제 목숨을 집어던지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그렇기에 상식적인 사람들은 우범지역에 발을 잘 디디려 하지 않는다.
상식적인 사람은, 말이다.
“Hey! Stop!”
하지만 세상이 어디 상식만으로 돌아가던가?
보편적인 인식과 지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상식이라는 말은, 반대로 ‘보편적이지 않은’ 경우도 꽤 많다는 것.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할, 혹은 당사자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하는 이들은 세상에 넘쳐났다.
특히나 인종의 용광로요, 무식한 사람들이 넘쳐난다는 미국에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그래.
지금처럼 굳이 치안이 안 좋은 도시에 여행을 오고, 딱 보기에도 발을 디디면 안 될 것 같은 지역에 굳이 굳이 발을 디디려고 하는 이 동양인처럼 말이다.
“여행객이지? 내가 나쁜 말은 하지 않을 테니까 어서 돌아가. 여기는 볼 것도 없고, 여행할만한 곳도 아니야.”
거리에 들어오는 길목마다 보이는 그래피티는 보이지도 않는가?
스프레이로 음담패설을 적어놓고, 심지어는 성기 그림까지 그려놓은 것이 보이지도 않는가?
아예 숨길 생각도 없다는 듯 곳곳에 널려있는 주사기나 약을 흡입할 때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폐, 담배 뭉치, 깨진 술병까지 있는데.
심지어 곳곳에서 대마 특유의 냄새가 배어서 코를 찌르는 악취를 맡을 수 있고,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 핏자국으로 보이는 얼룩이 있는 것도 볼 수 있을 텐데.
눈치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그런 것을 다 알고 있음에도 ‘특이한 곳’을 보고 싶다는 욕망에 눈이 멀어서 위험한 곳에 발을 디디려 하는 것인가?
그것은 알 수가 없다.
알 수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위험한 곳을 영상에 담겠다고 들어오는 인터넷 방송인이라거나, 남자라면 이런 곳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며 발을 디디는 마초 놈들이나, 내기랍시고 들어왔다가 속옷만 남기고 싹 다 털려서 울면서 나오는 놈들이나.
그는 만용으로 이곳에 발을 디디는 수많은 사람을 보았다.
가지각색의 이유로, 하지만 하나같이 비슷한 만용을 품은 이들을.
그렇기에 이 거리에서 나고 자랐던 남자는 그런 이들에게 경고한다.
“이곳은 갱단들이 허구한 날 싸우는 곳이야. 잘못하다가는 상대편 갱으로 오해받아서 곤욕을 치를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강도를 당하거나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돌아가.”
괜히 이곳에 발을 디뎠다가 험한 꼴을 보지 않게 하려는 의도 절반, 괜히 범죄율을 올리고 악명을 떨쳐서 귀찮은 일을 늘리지 않으려는 의도 절반을 담아서.
그렇게 남자는 거리에 발을 디디려는 여행객- 중국인인지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잘 알 수가 없을, 동북아시아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아시안 여행객을 막아 세우며 그렇게 경고했다.
그러한 남자의 경고가 먹힌 것일까?
동양인 남성은 거리 안으로 들어가려는 것을 멈추고 남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미국에서 흔히 알려진 동양인의 스테레오타입처럼 가늘고 작은 눈.
병이라도 걸린 것인지 혈색이 좋지 못한 입술.
코는 감기라도 걸린 것인지 움찔거리는 것이 콧물을 참는 것 같기도, 혹은 콧잔등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보인다.
피부는 건강하게 탄 듯 보이나 곳곳에 검버섯 같은 것이 나 있는 것으로 보아 피부병을 앓거나 흉터가 있는 것 같고, 몸을 꽁꽁 싸매듯이 덮은 옷은 이 동양인 남자가 건장한 체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을 추측하게 할 뿐이다.
“좋은 일을 하시는군요.”
“좋은 일? 그래, 좋은 일이라…?”
남자는 동양인 여행객이 한 말에 피식 웃었다.
‘좋은 일’이라.
저 동양인 여행객의 말투가 수십 년 전 사람이 할 법한 말투라서 그런 것인지, 보이스카우트를 할 시절에 쓰레기를 주운 뒤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절로 떠오르지 않는가.
그때 이후로 남자는 저런 말투로 ‘좋은 일을 한다’라며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다.
칭찬받는다고 할지라도 뒷골목 놈들의 슬랭(Slang)이나, 마초 놈들이 굳이 멋지게 보이겠답시고 악쓰는 목소리라거나, 혹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포상하듯 ‘잘했다’라고 말하는 것 정도였을까.
그래,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다른 직업이었으면 모를까 굳이 경찰을 선택하고, 다른 주도 아닌 그가 나고 자란 미시간주에서 근무하기를 원했으며, 남들이 기피하는 디트로이트에서 근무를 자청하기까지 했으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 빌어먹을 도시는 그랬다.
멀쩡한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찾기는 힘들고.
경찰과 마주하는 멀쩡한 사람들은 더더욱 보기 힘들고.
멀쩡한 사람들을 마주한다고 할지라도 내가 안 괜찮아져 있어서 과거처럼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대할 수조차 없게 되어버리니.
이곳이야말로 빈민과 범죄자들이 만들어낸 진창이라 할 수 있겠다.
녹이 슬어 시뻘겋게 변해버린 가난한 도시.
탈출하려는 사람들도 그 수단으로 공부보다는 랩을 선택하는 도시.
사람을 등쳐먹고, 죽이고, 총질하며 사는 갱단 놈들조차도 자그마한 꿈을 품고 랩을 하고 다니는 도시.
그런 도시다.
이곳은.
“그래. 좋-은-일. 좋은 일을 하고 있지. 그러니까 돌아가. 내 좋은 일을 정말로 ‘좋은’ 것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면 말이야.”
그런 도시에 품고 있는 감정이란 어떤 것인가?
나고 자란 정이 있어 경찰까지 했고, 그 덕에 갱단들 총싸움에 휘말려서 후유증이 생기고, 결국에는 은퇴까지 하게 되었고- 지금에는 장애 판정을 받아 은퇴한 덕분에 받게 된 연금으로 다달이 먹고살고 있는 그가 품고 있는 감정은.
그냥 집에 틀어박혀도 되고, 다른 치안 좋은 주로 이사 가도 되는데 굳이 이곳에 남고, 위험한 지역 근처에서 온종일 죽치고 앉아있다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뜨내기들을 말리는 그의 마음에는 어떠한 감정이 있을 것인가?
도시에 대한 애정인가?
아니면 도시에 대한 증오인가?
혹은 그 둘을 합쳐서 애증이라 부르는 그것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품고 있는 이 감정은, 행동은 그만한 가치가 있고- 존중할만한 것이리라.
그렇기에 동양인 여행객은 남자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것처럼-혹은 약을 먹은 놈들이 아무 데나 텅 빈 눈깔로 바라보기라도 하는 것처럼-잠시 멈춰 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알겠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어. 가 봐.”
남자는 다른 멍청한 놈들과는 다르게 고집을 꺾은 여행객의 모습에 씨익 웃었다.
그리곤 어서 가라는 듯 손짓을 했으나….
여행객은 그 손짓대로 가는 대신에,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질문을 던졌다.
“손과 다리가 불편하신 것처럼 보이더군요.”
“응?”
“혹시 범죄나, 갱과 얽혀서 그렇게 되었습니까?”
이상한 질문이었다.
불쾌한 질문이기도 했고.
“뭐? 알아서 뭐 하게?”
그래서 남자는 날카롭게 여행객에게 쏘아댔다.
처음 보는 여행객 놈이 자신의 아픈 상처를 쑤셔대는 것은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여행객은 불쾌해 보이는 남자의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혹시 그러한 사고를 당한 곳이나, 그 사고를 일으킨 사람들이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하. 이봐. 지금 그거 아주 무례한 질문인 거 알지?”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매우 위험한 곳일 테니까요.”
남의 상처를 후벼파놓고, 위험한 곳일 테니까 알고 싶다고?
남자는 불쾌한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여행객에게 반감이 들었다.
심지어 인터넷 지도까지 띄워놓고, 어디냐고 짚어달라고 하는 몸짓까지 정말…. 몸만 멀쩡했으면 한 대 후려쳐버리고 싶어질 정도였으니.
하지만 뭐- 그래.
못 알려줄 것도 없지.
동양인 놈들이 우리 문화와 좀 달라서 저런 질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걸 수도 있을 테니까. 동양에서 온 좀 무례한 여행객들을 뭐 한두 번 본 것도 아니니까.
“그래. 여기, 여기, 여기. 오케이?”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포인트를 짚어주었다.
동양인 여행객이 알고 싶어 하던 ‘위험한 곳’을.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양인 여행객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하고는, ‘당신의 선행이 선물로 돌아올 날이 있을 겁니다.’라는 이상한 말을 남기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사라져버렸다.
“쯧. 무례하고 이상한 놈이었어.”
그리고 그것으로 끝.
그 동양인 여행객은 다시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여행객이 한 지역에 오래 머무를 이가 어디 있겠으며, 볼거리도 없는 도시에 오래 머무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남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 갱단과 범죄자들의 증발. 돈과 무기도 버려두고 야반도주를 한 이유는? 』
…남자가 짚어준 곳의 갱과 범죄자가 사라졌다는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