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oting trajectory is fully visible RAW novel - Chapter (311)
311화 새로운 역사
스코어 3대0.
주심도 이 경기는 완전히 끝났다고 판단했는지 우리의 세레머니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삑, 삑, 삑, 세 번.
그 종료 휘슬이 울리자마자 대표팀 동료들은 감격에 벅차 주저앉아 울거나 각자만의 방식으로 기쁨을 표출했다.
월드컵 우승. 월드컵 우승이라니.
상상으로만 꿈꿔왔던 것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믿어지지 않았고, 마치 꿈결 속에 걷는 기분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마치 환상 같았다.
“김민우―!”
당연하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자마자 후보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치진들도 전부 그라운드에 뛰쳐나왔다.
유진호는 어찌나 감회가 새로웠는지 전력으로 달려와 나를 부둥켜안았다.
“너 이 미친 새끼! 결승전에서도 프리킥을 차? 넌 진짜 미친놈이다! 으하하!”
“보여주잖아요.”
“너 그거 못 넣었으면 경기 어떻게 됐을지…… 어우 이 강심장!”
나는 유진호와 오래 안으며 대화를 나누다가, 뒤늦게 다른 선수들에게도 다가가 기쁨을 나눴다.
손홍민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다른 선수들도 표정은 비슷했다.
우리가 정말 월드컵 우승을 했다고? 그런 느낌. 대부분 어안이 벙벙해보였다. 사실 나도 그랬다. 우승했지만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최고 성적이 24년 전 4강 진출이고, 그것도 홈 버프. 원정 월드컵 최고 성적은 16강이 전부인 나라가 8강도 아니고 4강도 아니고 결승에 진출해서 우승까지 해?
정말 길이 남을 업적을 쌓았다.
선수들끼리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우리는 곧 이번 결승전을 보기 위해 찾아와 준 한국 팬들을 위해서 다가갔다.
팬들의 대한 리스펙도 잊어선 안 될 중요한 덕목이니까.
대부분의 한국 팬들도 이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울고 있거나 엄청 기뻐하고 있었다.
‘벅차다 벅차. 상상만 하던 걸 원큐에 진짜 해낼 줄이야.’
뿐만 아니었다.
풋볼 매니저에서도 알림이 왔다.
나는 그것을 확인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나중에 확인해도 되잖아?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자고.
* * *
그리고 시상식이 이어졌다.
축구에서 가장 권위 있는 월드컵은 그 크기가 작았다. 영롱하기도 했다.
우승을 하고 시간이 제법 지나있는 상태였기에 지금은 선수들 대부분이 감정을 좀 추슬렀다.
무대가 세워지고, 말 그대로의 시상식이 진행된다.
영 플레이어상.
이름 그대로의 상이었다.
월드컵 첫 출전, 만 21세 이하 선수 중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선수에게 수여되는 상.
그 상의 주인공은 나였다. 아마 피파 측에서는 나와 김준영 중에 꽤 고민했을 것 같은데, 사실 활약을 따지면 이건 고민할 여지가 없이 내가 받는 게 맞았다.
‘준영이한테는 좀 미안하네.’
어차피 나는 골든 글러브가 확정적인 상태인지라 이 정도 상은 준영이에게 넘겨줘도 딱히 상관은 없는데.
그러나 상은 객관적인 것이다.
나는 영 플레이어 상을 받고, 앞에 나가서 은색 공으로 된 상을 들어 보이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다음은 골든 글러브.
역시나 골든 글러브는 내 몫이었다.
나는 상을 받고 다시 또 상을 받으러 갔다. 웃긴 광경이었다.
피파 회장과 높으신 분들의 격려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다음은 골든 부트. 득점왕.
이 상의 주인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킬리안 음바페였다. 이번 결승전에서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하였으나, 그는 아르헨티나에서 해트트릭을 하고 다른 경기들에서도 수많은 골을 집어넣으며 골든 부트를 차지했다.
‘노르웨이가 조금만 더 높이 올라갔어도 홀란드가 비벼볼 만했을 텐데.’
홀란드도 골 꽤 많이 넣은지라.
그러나 골든 부트는 결승전까지 올라온 킬리안 음바페가 되었다.
그리고 그다음은.
이제 마지막 남은 상인데.
골든볼.
이번 대회 MVP를 위한 상이었다.
난 솔직히 말해 손홍민이 받을 줄 알았는데.
“Kim!”
또다시 나였다.
에잉 쯧. 낭만 없게. 이번 월드컵이 라스트 댄스인 사람한테 MVP 줘도 되잖아.
하지만 골든볼도 내 차지였다.
이런 경우는 전례가 없다고 들었다.
영 플레이어 상에, 골든 글러브에, 골든볼까지.
‘난 또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구나. 월드컵에서 세 개의 상을 혼자 차지하는….’
프리킥이 조금만 많이 터졌더라도 골든 부트도 노려볼 만했을 텐데. 까비.
원래라면 영 플레이어 상, 골든 글러브, 골든 부트, 골든볼을 수여한 네 명의 선수가 함께 무대 위에 서서 사진을 찍어야 하나 네 개의 상 중 세 개의 상을 홀로 독식하는 바람에 사진은 나와 음바페 둘이서만 찍었다.
꽤나 어색했다. 음바페도 어색한 기류를 느꼈는지 사진만 찍고 바로 내려갔고.
그리고 준우승한 국가의 멤버들이 단상 위로 올라와 피파 회장에게 은메달을 각각 수여 받는다.
다들 표정이 좋지 못했다. 그럴 만했다. 결승전이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어도 3:0으로 대패할 줄은 몰랐을 테니까.
그다음은 우리 차례였다.
우리도 위로 올라가 메달을 받았다. 금메달.
‘올림픽 이후로 금메달 받는 건 또 처음이네.’
다시 한번 피파 회장의 웃음과 격려.
그러나 저 미소 뒤에는 아주 구린 속내가 숨겨져 있겠지. 아직도 주심의 빌어처먹을 편파판정은 이가 갈린다.
나는 활약이 활약이다 보니 거의 맨 끝에 나와서 메달을 받았고, 내 뒤에 있는 선수는 딱 한 명뿐이었다.
캡틴 손홍민.
상은 단 하나도 못 받았지만, 그래. 캡틴이니만큼 월드컵을 들어 올리는 영예는 캡틴이 차지하셔야지.
그리고 우리는 단상 위에 서서 손홍민이 월드컵을 들고오기를 기다렸다.
손홍민은 피파 회장과 또 다른 높으신 분과 얘기를 나누더니 월드컵을 두 손에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다.
손홍민은 잔뜩 신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더니…….
“이예에에에―!”
월드컵을 활짝 들어 보인다.
우리도 그에 맞춰 두 손을 활짝 펼치거나 좋아했다. 우리가 우승했어!
* * *
승리 후 인터뷰는 언제나 기쁘다. 감회도 새롭고. 그러나 오늘은 특히 또 다르다.
무려 월드컵 우승 인터뷰다.
나는 점잔 떨지 않았다.
활짝 웃는 얼굴로 기자들을 대했고, 기자들도 만면에 미소를 띤 얼굴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민우 선수! 이번 결승전은 정말 치열한 경기였는데요. 월드컵에서 우승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말해 뭐해. 졸라 기쁘지.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다.
월드컵을 거치며 스스로를 의심했을 때도 있고, 8강, 4강에만 진출해도 잘한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던 적도 있지만, 결국 해냈다. 무엇보다 우리 세대의 의무를 지켜서 너무 기쁘다… 고 답했다.
“김민우 선수는 이번 월드컵에서 영 플레이어 상, 골든 글러브, 골든볼까지 총 세 개의 상을 석권하셨습니다. 월드컵 역사상 전례에 없는 일인데, 기분이 어떠세요?”
“제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는 것이 얼떨떨하고 뿌듯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습니다. 다음 월드컵에선 골든 부츠도 한번 도전해보겠습니다.”
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일단 되는대로 던졌다. 또 혹시 모르지? 4년 동안 더 발전하면 정말 가능할지도.
그리고 기자들의 질문은 여러 가지였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냐, 결승전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고 어떻게 극복했느냐, 팀 동료들의 역할은 어땠다고 생각하느냐, 코칭 스태프들은?
나는 그 모든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오늘 밤은 기니까.
나는 손홍민이나 음바페처럼 깔끔하고 정석적으로 대답했다. 괜히 우승했다고 기쁨에 겨워 이상한 논란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이번 월드컵에서 특별한 훈련이나 노력 같은 걸 하신 게 있으실까요?”
“경기를 위해 포기해야 했던 것이 있었다면요?”
“가족의 응원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한국 팬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이번 우승과 3관왕 수상이 앞으로의 축구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실 것 같나요?”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있다면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
“자신에게 한마디 한다면, 어떤 말을…?”
“이번 대회를 통해 느낀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이….”
하이고. 많기도 하다. 많기도 해.
그래. 궁금한 게 많겠지. 이해해. 나는 그 질문 폭탄에 인내심을 가지고 성의껏 대답했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늘은 하늘이고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물론 나만이 가지는 인터뷰는 아니었다.
선수들 거의 전체적으로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손홍민이나, 김준영이나, 이강임이나, 기타 등등.
김준영은 인터뷰에서 나를 칭송했고, 손홍민은 주장답게 하나 된 팀, 모든 선수들을 칭찬했다.
다른 선수들도 대체로 모든 선수가 잘해서 우승했다는 식으로 말했고.
물론 내 역할이 가장 크다는 건 부정하지 않았다.
어쨌든, 아주 행복한 밤이다.
오늘은 정말 늦게 자야겠어.
* * *
월드컵 우승은 단순히 선수들을 고취시키는 정도로 그치지는 않았다. 고작 그 정도로 그치기엔 월드컵은 너무도 큰 무대였다.
우선 레온 하르퍼스 감독은 역사상 최초로 비유럽·비남미 국가를 이끌고 우승한 최초의 감독이 되었다.
당연하지만 그 업적은 네덜란드를 매우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네덜란드 언론과 축구계는 레온 감독의 성공을 축하하며 찬사를 보냈고, 레온의 경력과 업적을 자세히 조명하는 특집 프로그램까지 조성했다.
[……한국 대표팀을 맡기 직전까지 레온 감독의 커리어는, 솔직히 말해 실패한 커리어였습니다.] [그러나 이 늙은 여우가 잠재성이 뛰어난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고난 후의 어떤 일이 펼쳐졌을까요?]거스 히딩크도 자국 감독의 성공에 ‘이제 내가 한국에서 잊혀지겠다’며 농담하면서도 레온의 성공을 축하해 줬다.
또 일부에서는 네덜란드의 이번 월드컵 성적에 아쉬움을 표하며 레온 감독이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표했다.
뿐만일까.
월드컵 우승은 전통적으로 축구 강국들에게 돌아갔기 때문에 한국의 우승은 충격적이면서도 경이로운 사건으로 인식되었다.
전세계에서 한국의 월드컵 우승을 축하했고 이제는 ‘아시아의 시대’라며 여기저기서 축전을 보냈다.
무엇보다 변방이라는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크게 높여주었다.
[한국은 어떻게 월드컵을 우승하였는가?]한국 대표팀의 전략과 전술이 성공을 거둔 만큼, 벌써부터 타국들은 이를 분석하고 배우려는 열의를 보이고도 있었다.
사실 한국 대표팀의 전략과 전술이라고 해봐야…… 김민우 해줘가 아주 큰 축이긴 했는데.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은 한국의 월드컵 우승을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심지어 일본조차도.
일본은 월드컵 도전기 최초로 8강의 벽을 넘었으나 한국이 월드컵에 우승에 성공하자 감독이 해임되기까지 했다.
옆나라는 우승했는데 너흰 왜 고작 8강이느냐라는 명분으로….
2002년에 있었던 일이 또다시 반복된 셈이다.
한국 내부에서는 열광적이고 감격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
거의 전국이 광란에 휩싸인 수준이었다.
마치 이 순간만큼은 2002년으로 돌아간 듯, 축구를 통해 대한민국은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한국 대표팀이 자랑스레 우승컵을 들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니.
““와아아아아아아―!””
“김민우 선수! 여기 좀 봐주세요!”
“자랑스럽다아아악!”
그야말로 인천국제공항은 붐비다 못해 터지기 직전이었다.
선수들은 이 엄청난 인파와 플래쉬 세례에 얼떨떨해하면서도 눈을 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손을 흔들어주거나 몇몇은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또 대한축구협회는 월드컵 우승에 성공한 대표팀을 축하하기 위해 공항 한편에 따로 공간을 마련해 사진을 찍었다.
협회의 높으신 분들이 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 보자. 일정이 빠듯하네. 청와대도 가야 하고, 카 퍼레이드도 해야 하고….”
바빴다.
최초의 월드컵 우승이다 보니 얼굴 비춰야 할 곳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광화문 광장에서 카 퍼레이드 하는 건 우리가 최초 아니에요?”
다른 나라에서나 보던 카 퍼레이드를 드디어 우리나라도 한다는 거.
그 최초의 업적을 우리 세대가 할 수 있음에 나는 다시 한번 뿌듯함을 느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