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03
103. 네잎클로버와 석류 왕자
2028 KBO 리그 올스타전.
올스타전은 10구단이 돌아가면서 진행하게 되는데, 올해는 대전 호크스가 개최한다.
대전 호크스가 신구장 건립 계획을 진행하면서 완공 시기와 올스타 개최 시기를 맞춘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비록 대전 호크스는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이었기에, 현재 감독 역임 중인 최정환이 나눔팀의 감독 역할을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의미가 있었다.
신구장이 들어서면서 성적이 나오고 있다.
공격적인 FA 영입도 한몫했지만, 사실 수월치 않았다. 대전 호크스 자체에 발걸음을 하지 않으려는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처음 FA 계획은 세 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박준용과 조석찬은 물론 불펜 투수 한 명을 영입하려 했지만, 그 모든 계획이 틀어졌다. 세 선수 모두 대전행을 기피했다.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 거라 생각한다.
모기업에게서 받은 돈이 300억이었고, 박준용과 조석찬을 영입하는 데 147억을 사용했다. 돈도 돈이지만 다른 선수를 영입할 시간이 없었다.
박준용과 조석찬은 쉬이 확답을 내리지 않았으며 계속 고민하는 눈치를 보였다. 프런트 전원이 이 두 사람에게 달라붙었고 조석찬과 협의를 하자마자 바로 박준용에게 거액을 들이밀었다.
그 이후에 다른 선수에게 접촉했지만, 이미 떠나간 배였다.
특히 서울 스타즈로 떠난 불펜 투수 정윤은 이런 말을 했었다.
– 대전에 가면 제 어깨와 팔꿈치가 아작 날 것 같아요.
그러하다.
약팀에 가게 되면 불펜 투수로서 밥 먹듯이 등판할 거라 짐작하고 발을 뺀 거다. 그럼에도 정윤은 대전 호크스를 효과적으로 이용했다. 최소 5억을 더 먹었으니, 손해는 아닌 셈이었다.
“뭐, 석류?”
백유진은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 무대를 밟는다.
대전 호크스의 불안한 뒷문을 책임지기 시작한 백유진은 어느새 6세이브를 기록했고 블론 세이브는 두 개가 있었다. 처음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백유진은 더그아웃에서 펑펑 눈물을 쏟았고 그 이후에는 조금은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아직 완벽한 클로저는 아니었지만, 신인이라는 걸 감안하면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클로저 역할을 맡게 된 건 백유진에게도 행운이었다.
지금은 신인이라 필승조로 나서도 관리를 받지만, 내년부터는 국물도 없었다. 팀이 원하면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불펜 투수는 확실히 역할에 비해 대접을 받기 쉽지 않다.
특급 불펜이 오랫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 주기 힘든 이유도 자주 경기에 나서야 하고, 기껏 몸을 풀었는데 마운드에 서지 못해 어깨와 팔꿈치가 혹사되는 탓도 있었다.
그와 별개로.
“백유정, 미적 감각 무슨 일?”
유행운이 네잎클로버라면 백유진은 석류였다.
등장곡이 ‘미남은 석류를 좋아해’라는 곡이었기에 석류를 떠올린 모양이었는데, 붉은 석류 탈은 역시 내키지 않는다.
“네 등장곡하고 어울리잖아.”
“싫어.”
“내가 이거 만드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데!”
“주문 제작이잖아! 지가 만든 것도 아니면서……!”
“주문 제작도 돈 들거든?”
“……싫어, 완전 싫어.”
유행운은 타협했다.
수비 시에는 네잎클로버 탈을 쓰지 않고 얼굴만큼은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타석에 설 때만 네잎클로버 탈을 쓰기로 했는데, 그 정도 수준은 팬서비스로 수용할 만했다.
이름이 유행운이라, 팬들은 이미 행운을 뜻하는 네잎클로버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했다. 올스타전은 승부에 크게 뜻을 두지 않는다.
팬을 위한 이벤트이니 그들이 좋아할 일이라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그냥 써.”
유행운은 이미 네잎클로버 탈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백유진에게도 석류 탈을 권유했다. 아니, 사실은 독박 쓰고 싶지는 않았다.
“우리 홈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이잖아. 다들 이번에 각 잡고 준비해. 심지어 중간에 트레이드로 온 혁준이 형도 꿈돌이 콘셉트로 경기 뛸 거래.”
“헐.”
그렇다.
다른 팀도 올스타전을 준비하겠지만, 대전 홈에서 열리기 때문에 호크스 선수들은 더더욱 각 잡고 준비하고 있었다.
문혁준은 꿈돌이.
지선호는 튀김소보로.
조석찬은 돌이었다. 이유는 없다. 그는 창의성이 부족했고 대전을 대표하는 꿈돌이나 튀김소보로는 이미 팔려 나갔기 때문에 본인 이름에 ‘돌 석’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바위를 선택했다.
박준용은 소닉이었다. 빠른 발을 가지고 있었기에 소닉 분장을 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구해 들뜬 모습이 역력했다.
강우성은 평소 별명인 갓우성을 따서 부처님을 준비한다. 갓우성이니 예수님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동양 콘셉트에 맞춰 부처님이란다.
그러니 유행운이 네잎클로버의 운명을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
“이제 막 데뷔한 놈이 석류가 싫어?”
“……아악!”
백유진이 머리를 쥐어뜯는다.
“석류 해. 선배들도 하는데, 우리는 신인이잖아.”
이번 올스타전에서 드림팀의 컬러는 민트였다.
공교롭게도 나눔팀은 초록색이었는데, 네잎클로버와 맞춘 듯이 딱 어울렸다.
“백유진, 이왕 하는 거 상남자답게 석류를 시원하게 먹자.”
“뭘 먹어?”
“석류 반 잘라서 들어가서 공 던지기 전에 시크하게 베어 무는 거야.”
“미친 거야?”
“맞고 할래, 그냥 할래?”
“유행운!”
누나의 횡포에 백유진이 도와 달라는 듯 유행운을 본다.
“그렇게 해.”
물론, 유행운은 당연히 여자친구 편이었다.
* * *
2028 KBO 리그 올스타전.
대전 호크스에게 올해 올스타전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신구장 완공을 축하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해서, 직접 비용을 들여 각 구단의 응원팀을 초청했다.
KBO는 올스타전에 출장 오는 응원단장에게 페이를 지급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는 올스타전에서 10구단 응원단장을 볼 수 없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구단에서 비용을 지급한 것이다.
출장비는 물론 하루 페이도 지급했으며, 그 덕분에 미리 일정을 조절해 오랜만에 10구단 응원팀이 모두 모였다.
[고척 데빌즈, 루시 ㅋㅋㅋ 유행운 영입 나섬 ㅋㅋㅋㅋ]└ ㅋㅋㅋ 시바 ㅋㅋㅋ 루시 이름값 하넼ㅋㅋㅋ
└ 억지로 고척 유니폼 주는 거 뭐야?ㅋㅋㅋㅋ
└ 루시 졸 커엽~~~
└ 용필아 뭐하냐~~~ 얼른 유니폼 들고 따라가라! ㅋㅋㅋ
└ 유행운 당황하는 거 존나 웃곀ㅋㅋ
└ 시밬ㅋㅋㅋㅋㅋ
└ 뒤늦게 이글이 튀어나온 거 개웃겨
└ 이글이 발길질 ㅋㅋㅋㅋ
└ 허겁지겁 뛰어나온 이글이와 은근슬쩍 유행운 어깨동무하는 번돌이 ㅎ
올스타전의 또 다른 볼거리는 10구단의 마스코트였다.
마스코트들은 무더운 날에 무거운 인형 탈을 쓰고 귀여운 짓을 하며 자기들끼리 아웅다웅하기도 했고, 작은 스토리도 만들어 낸다.
고척 데빌즈의 대표 마스코트는 루시퍼였다. 귀여운 악마 얼굴을 한 마스코트로 짧게 루시라고 불리는데, 시작부터 유행운에게 다가와 고척 데빌즈 홈 유니폼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서울 썬더스의 마스코트 번돌이는 유행운과 어깨동무를 하며 친한 척을 했고 이를 뒤늦게 목격한 대전 호크스의 마스코트 이글이가 달려와 발길질을 시작했다.
그 모습이 관중들에게서 웃음거리를 주었고 유행운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도망가기 시작했다.
[10구단 마스코트, 유행운 잡으러 추격전.jpg]└ 이글아… 제대로 막아 이놈아!!!
└ 루시 존나 적극적 유니폼 팔랑이며 존나 뛰네
└ 용돌아 아무리 꼬리가 길어도 그렇지 넘어지면 어쩌냐;;;
└ 별뚱이 새끼 달리기도 못하냐???
└ 아나ㅋㅋㅋㅋㅋㅋ
└ 잡으면 우리 꺼?
└ 닥쳐! 행운이는 호크스 꺼다!
└ ㅋㅋㅋㅋㅋ 존나 재밌다
└ 그 와중에 철순이는 석류왕자한테 들이대네……?
└ 철순이랑 법순이는 ㅋㅋㅋㅋ 얼굴 개따짐 ㅋㅋㅋㅋ
시작부터 우당탕탕이다.
유행운은 홈런 레이스 참가자였고 백유진은 썸머 레이스 참가자였다. 이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백유진에게 여성 콘셉트인 마스코트가 달라붙었고 유행운은 때아닌 영업전에 시달렸다.
“안 돼. 아직 계약 기간 많이 남았어.”
유행운이 피식 웃으며 루시의 공개 고백에 손사래를 쳤다.
마치 로맨스 영화에 나온 스케치북 고백을 따라 하듯이 루시가 스케치북을 넘겼고 그 모습을 방송사 카메라가 정확하게 찍었다.
[고귀한 행운님, 오늘만을 기다렸어요.] [서비스 타임이 끝나면 고척 데빌즈에게도 기회를 주겠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고척 데빌즈 귀염 마스코트 루시가 공개 구혼 합니다.]KBO의 대표 이벤트 올스타전이 마스코트의 재롱과 함께 화려하게 문을 열었다.
– 고척 데빌즈 돈 없잖아
└ 유행운 살 돈 있?
└ 얼마면 되는데? 구단 기둥 죄다 뽑으면 되냐???
└ ㅋㅋㅋㅋㅋ 미친 새끼들ㅋㅋㅋㅋ
└ 야 닥쳐 다 팔고 행운이 가질 수 있으면 그럴 거다
└ 응 유행운 종신 대전~
└ 지랄 노
└ 유행운 메쟈 갈건데???
└ 행운이는 미국 가야지 크보 너무 좁다 아이가
└ 내가 못 가지면 그냥 미국 가버려
└ 서비스 타임 끝나면 메쟈 ㄱㄱㄱㄱㄱ
* * *
“끄응.”
올스타전의 이벤트 중 가장 먼저 시작하는 홈런 레이스.
대전 소속 중에는 홈런 개수가 가장 많은 유행운과 2위를 지키고 있는 지선호가 참여했다.
“지빵호. 이제 이름을 지빵호 어떠냐?”
강우성이 홈런 레이스에 참가하여 홈런 하나도 때리지 못한 지선호를 놀리고 나섰다.
“지영호도 괜찮은 듯.”
그 옆에서 조석찬도 딸을 들고 참견한다.
지영호는, 아니, 지선호는 할 말이 없었다. 홈런 레이스를 도와줄 투수로 광주 아이언스의 호타준족 임원일을 선택했다.
고교 시절 동기라 친한 사이였기에 그를 픽했는데, 영 배팅볼이 이상하게 날아왔다. 그 탓을 모두 임원일에게 돌렸지만, 어쨌든 그의 기록은 홈런 0개였다.
“이거 밀어 치기 잘하는 애들이 유리하다니까요. 당겨 치면 이게 정확도가 없어서…….”
“응. 지빵호.”
“응응, 지영호.”
“아우, 씨!”
현재 6명의 강타자가 홈런 레이스에 참여했고 지선호는 0개로 압도적인 꼴찌였다. 현재 1위는 서울 스타즈의 외국인 타자 토니 차베스였다.
그는 4개를 때렸고 이제 두 명의 타자가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대전 소속인 유행운이 마지막 순서였고, 배팅볼을 던져 줄 투수는 인천 바이킹스의 이주영이었다.
“지금이라도 바꿀까.”
“야.”
“너 옆구리잖아. 배팅볼로는 적합하지 않아.”
“치사하게.”
“위로 던져. 옆으로 던지지 말고.”
인천 바이킹스에서는 이주영을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에 참여시켰다.
그 자체가 나름 이주영을 귀하게 키운다는 뜻이었고 이주영은 아주 의욕이 넘쳤다. 원래 유행운은 백유진에게 부탁하려 했지만, 이주영이 이틀 전부터 본인이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알았어. 알았다고.”
따아아악!
우렁찬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쭉 뻗는다.
다섯 번째 순서로 나선 타자가 홈런 3개를 기록하고 있었다. 어느새 아웃카운트는 6개가 적립되었고 하나를 더 쳐 내며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유행운이 4개 이상을 때리면 홈런왕이 된다. 현재 비거리 기록은 서울 스타즈의 토니가 130m 이상을 때려 냈지만 유행운은 비거리에는 욕심이 없었다.
“잘 던져라.”
“너나 잘 쳐.”
“네가 잘 던지면 잘 쳐.”
티격태격하며 홈런 레이스에 참가한다.
이주영은 모자를 고쳐 쓰고 자세를 잡는다. 그저 배팅볼 투수로서 이 레이스에 참가한 건데, 갖은 똥폼은 다 잡고 있었다.
초구.
따아아악!
살짝 바깥으로 빠져나갔지만, 유행운은 침착하게 밀어 쳤다.
힘이 실리긴 했지만, 담장 밖으로 나가지는 않았다. 미간을 좁히며 유행운이 이주영을 쳐다본다.
이주영이 미안한지 손을 흔들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따아아악!
이번에는 나름 잘 던졌다.
결대로 힘껏 밀어 친 유행운은 중앙으로 뻗어 가는 타구를 보았다.
[와우! 초반부터 홈런을 신고하는 유행운! 간결하게 밀어 쳐서 넘겨 버리네요! 초구는 사실 바깥쪽이라 쳐 낸 것도 대단했거든요. 확실히 중앙으로 몰리니 힘이 실리네요.]따아아악!
두 번째도 그대로 밀어서 넘겨 버린다.
이번에는 우익수 방향.
“으음?”
지선호가 시작부터 대포를 가동하는 유행운을 본다.
스타트가 좋았다. 하지만 이주영의 제구에는 기복이 있었고 끝내 옆구리 투수로 돌아왔다.
[투 아웃! 잘 치긴 했는데, 이주영 선수가 이거, X맨인가요? 몸쪽 깊게 들어갔어요.] [사이드암 투수 특징이 볼끝이 더럽거든요. 유행운 선수, 벤클이라도 할 것처럼 이주영 선수에게 다가갑니다.]와아아아아!
환호와 함께 웃음소리가 터진다. 이주영도 쇼맨십을 발휘해 글러브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다가오는 유행운의 멱살을 잡는다.
두 선수 모두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으니 그저 단순한 이벤트였다.
“야, 옆구리 때려치우라니까?”
“네가 잘 치면 됨.”
물론 대화는 단순하지 않았다.
다시 타석에 돌아온 유행운이 자세를 잡는다.
[아! 아쉽습니다! 좌측 파울 타구!]세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간다.
유행운은 개의치 않고 자세를 잡았고 이주영은 이번에는 오버핸드로 공을 던졌다.
‘이제 좀 칠 만하네.’
따아아악!
간결하게 밀어 친다.
이번에도 우익수 방향. 비거리는 아쉽지만, 멸치에게는 최선이었다.
[세 번째 홈런! 이제 공동 1위까지는 단 하나!]따아악!
[이번에는 우측 파울! 아웃카운트가 적립됩니다!]따아악!
[아쉽네요! 담장 앞에서 잡힙니다! 유행운 선수, 컨택률이 정말 좋은데요? 이주영 선수와 호흡만 맞으면 다 넘길 수 있을 것 같은데요.]이주영이 이번에는 사이드암 투구폼으로 공을 던진다.
‘으이그.’
투덜대며 유행운이 타이밍을 맞춰 배트를 돌렸다.
옆구리에 두 팔을 붙인 채, 몸쪽 공을 벼락처럼 잡아당겼다.
따아아악!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타구가 좌측으로 쭉 뻗어 간다.
유행운이 손가락을 펼치며 공동 1위에 대한 세리머니를 간단하게 펼쳤다. 어느새 다섯 개의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이주영이 자세를 잡고 공을 던진다.
이번에는 바깥쪽에 물린다.
따악!
포수 뒤로 넘어가는 파울.
유행운이 눈으로 투수를 보며 욕을 했다. 이제 남은 기회는 단 하나였고 이주영도 이번에는 옆구리가 아닌 오버핸드로 공을 던져 주었다.
집중.
공동 1위면 다시 결정전을 펼쳐야 한다.
이왕이면 지금 이 자리에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더 나았다. 날은 더웠고 이주영과 또 합을 맞추다가는 혈압이 오를 것 같았으니.
따아아악!
[벼락같은 스윙! 유행운 선수 배트를 내려놓습니다. 넘어가나요? 어어어, 파울? 파울일까요?]유행운이 집중한다.
살짝 우측으로 심하게 몰렸고 잘하면 파울 타구가 될 수가 있었다. 중계 화면이 날아가는 공을 따라간다.
그리고.
따악!
날아가던 공이 노란 폴대를 직격했다.
[타구가 폴대를 가격합니다! 홈런 인정! 유행운 선수가 홈런 5개로 1위를 확정 짓습니다! 이야, 신인이 올스타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을 거둔 적이 있던가요? 대단하네요. 걸출한 선배들을 제치고 슈퍼 루키가 홈런왕이 됩니다!]* * *
유행운이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하며 상금 천만 원을 획득했다.
그 절반은 사실 이주영에게 주기로 했지만, 딱히 주고 싶지는 않았다. 유행운이 잘 쳤기에 홈런왕이 된 거지, 이주영은 사실 뭘 한 건 없었다.
“나 이거 기부할 거야.”
“근데?”
“같이 기부하자.”
“…….”
이주영의 얼굴이 살짝 굳었지만, 좋은 일이 싫다고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는 21억 벌었지만, 나는 2억인데…….’
이주영은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유행운의 계약금은 무려 21억. 그리고 이주영은 2억이었다. 이것도 인천 바이킹스에서 나름 챙겨 준 셈이었지만, 그 차이가 엄청났다.
서로 최저 연봉을 받고 있지만, 21억을 챙긴 유행운과 비교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그래! 우리 기부하자!”
구단 너튜브 촬영 카메라가 따라다니고 있다.
싫어도 좋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저희 상금 기부합니다!”
서로 그리 친하지도 않으면서 한껏 친한 척을 하며 어깨동무를 했다. 구단 너튜브 촬영 카메라가 두 사람을 열심히 찍었고 이주영은 억지로 웃었다.
“꿈돌이와 바위와 튀김소보로라…….”
올스타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나눔팀의 대전 호크스가 홈이었기에 선공은 드림팀에서 시작된다.
“거기에 부처님과 네잎클로버, 석류 왕자…….”
찰칵찰칵.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각 잡고 준비한 대전 호크스의 올스타 선수를 향한 셔터 세례였다. 유행운은 사실 수비 이닝에는 네잎클로버 탈을 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하……. 선배들, 정말.”
노인네들이 하나같이 열정을 갖고 분장을 했다.
특히 박준용은 파란색 페인트까지 얼굴에 칠했고 완벽한 소닉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백유진도 입술이 댓 발 나온 채로 석류 탈을 쓰고 더그아웃에 대기해야 했다.
그는 살짝 콘셉트가 달라졌다.
석류 머리끝, 즉 정수리 부분에 작은 왕관이 씌워져 있었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샘솟은 백유정이 작은 왕관을 씌워 본드로 붙여 버렸었다.
유행운이 혀를 찼다.
막내로서 거부권이 없지만, 진심으로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