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09
109. 퇴출
분위기는 4회 말에 뒤바뀌었다.
박준용의 통산 5호 홈런과 유행운의 솔로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고, 조석찬은 몸에 맞는 볼로 걸어서 출루했다.
조석찬은 출루에 대한 부담감으로 등에 강속구를 맞고도 아픔을 못 느끼는 눈치였다.
여전히 마운드에는 선발 투수 도미닉 홈즈.
대전의 4번 타자 지선호는 흔들리는 투수를 상대로 홈런이 아니라 장타를 터트렸다.
다소 느리지만 미친 듯이 내달린 조석찬이 홈인. 느린 발 때문에 아슬아슬했지만 다행히 태그를 피했고, 지선호 역시도 2루 베이스를 밟으며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아, 투수 교체…….”
타석에 선 문혁준이 헬멧을 벗고 머리를 긁적인다.
도미닉 홈즈가 흔들리고 있었기에 기회를 엿볼 생각이었는데, 바로 교체를 진행하는 서울 썬더스였다.
홈즈가 침울한 얼굴로 마운드를 내려가고 필승조가 가동되었다.
1점 차로 뒤처지고 있지만,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아직도 아웃카운트가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도미닉 홈즈 선수가 마운드를 내려갔고요. 필승조가 가동되었습니다. 서울 썬더스도 반드시 이 경기를 잡고 1위에 도전하겠다는 뜻이겠죠?] [맞습니다. 오늘 경기를 이기면 1.5경기 차로 바짝 쫓아갈 수 있거든요. 이 3연전이 서울 썬더스뿐만 아니라 대전 호크스에게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오늘 강팀의 대결답게 경기 내용이 아주 재밌습니다. 문혁준 선수도 한 방이 있는 타자인데,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됩니다.]우승.
순간 문혁준은 그 두 글자를 떠올렸다.
지금까지 문혁준은 두 차례 한국시리즈에 출전했었고 우승은 해 본 적이 없었다.
정규 시즌 우승 경험도 없었고 두 번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대전 호크스는 생각보다 짜임새가 있는 팀이었다. 패배 의식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는 팀이었고 가을야구 경험이 없는 선수가 많아서 문혁준에게 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만약 우승을 한다면…….’
아무리 선수가 야구를 잘해도 우승은 쉽게 할 수 없다.
야구는 팀 스포츠였고 문혁준 인생에 우승은 평생 없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기회는 잡는 거다.
오늘 경기는 1위 싸움의 분수령이다.
앞으로 상위권 싸움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가장 앞서 있는 팀은 대전 호크스였으며 가장 우승에 근접한 팀도 대전이었다.
‘퐈 대박 칠 수 있겠지?’
통합 우승을 이룬다면 늘 최하위에 머물렀던 대전 호크스 모기업이 돈 보따리를 풀 것이다. 그 화력은 모기업 회장 성질머리처럼 화끈할 것이다.
군침이 돈다.
군침이 싹 돈다.
그럼 이 순간, 문혁준이 해야 할 일은?
따아아악!
[오!] [세상에! 문혁준 선수도 홈런포를 가동하네요. 이야, 이게 진짜 우와. 진짜 말 그대로 다이너마이트입니다! 폭탄이 그냥 계속 터져요!]바로 홈런이다.
[시히발……. 이 투같새 같은 새끼덜 판정 이득 받고도 저 지랄이냐?]└ 대체 뭐냐
└ 휴식기 동안 뭐 했기에 애들이 하나같이 공이 저 지랄이야?
└ 반대 투구 미쳤죠???
└ 시벌 이 팀이 2위인게 개그다 썅
└ 아웃카운트를 못 잡는 팀이 서울 썬더스 ㅋㅋㅋㅋ
└ 에라이 1회 초에 두 점 내고 파업하는 거 보소
└ 저 새끼들 다 굶겨 투수고 타자고 굶겨 썅
└ 제일 중요한 경기에서 왜 제구장머리가 저 모양인데!
└ 미친다 ㅋ
서울 썬더스 팬들의 혈압이 오르는 그 순간, 혼자 묵묵히 차례를 기다리는 이정우는 거세게 뛰는 심장을 진정하고 있었다.
오늘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심판이 장난질을 치든 안 치든, 그거와 상관없이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지금 이정우는 1군에서는 파리 같은 목숨이었다.
“…….”
어린 후배가 선물한 배트.
이정우는 유행운이 선물한 배트에 스프레이를 꼼꼼히 뿌렸다. 오늘 그의 타순은 7번.
첫 타석에서는 힘없이 루킹 삼진으로 물러섰다.
그 순간, 이정우는 더그아웃에서 자책의 시간을 가졌다.
왜 스윙을 자신 있게 가져가지 못했는지, 왜 소극적으로 승부에 임했는지, 아쉬움이 너무나 많았다.
부웅!
6번 타자 김정환이 떨어지는 공에 헛스윙을 하며 물러선다.
아웃카운트 하나가 올라갔고 이제 기회는 이정우에게 찾아왔다. 심장이 여전히 뛴다. 1군에 올라와 첫 타석에 섰을 때도 미친 듯이 떨렸고 지금도 여전했다.
타석에 선 이정우는 배팅 장갑을 꼼꼼히 착용하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투수에서 타자로 변신한 이정우 선수가 타석에 섭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응원하는 선순데요. 아픔이 많은 선수 아니겠습니까? 좋은 모습을 보여 1군에서 자주 봤으면 하는 선숩니다.]이정우가 배트를 들었다.
첫 타석에 힘없이 물러나고 유행운이 해 준 말을 떠올린다.
배트를 아끼지 말고 후회 없이 돌리라고.
기회가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조급해진다고.
타석에서 본인의 스윙을 아낌없이 휘둘러야 후회도 없고 경험도 쌓인다고.
모두 옳은 말이다.
– 이정우! 이정우! 이정우! 이정우!
개인적인 서사가 주는 힘.
촉망받던 천재 투수는 그대로 사라질 뻔했지만,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타석에 섰다.
초구는 바닥에 떨어진 커브.
볼 판정을 받고 이정우가 심호흡을 한다. 다시 배팅 장갑을 고쳐 끼고 연습 스윙을 크게 돌렸다.
마음을 가다듬고 타격 자세를 취한다.
“흐읍!”
투수의 손에서 떠난 공을 바라본다.
자존심 따위는 버리고 후배의 타격폼을 낱낱이 분석해서 자신의 몸에 적용한 타격폼.
체인지업 궤적을 머리에 그렸다.
배트는 바깥 보더라인에 걸친 공을 따라갔고 그대로 밀어 쳤다.
따악!
살짝 배트 끝에 맞았지만, 손목을 강하게 돌려 힘에 눌리지 않으려 했고 타구는 그대로 1, 2간을 뚫었다.
[대단합니다. 이정우 선수의 타자 전향 이후 1군 첫 안타가 여기서 터집니다. 깔끔했어요. 사실 스윗스팟에 맞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여기, 네, 손목을 강하게 돌려서 타구의 회전력을 끌어올렸고요. 동시에 구위에 눌리지 않고 강한 타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천재는 천재네요. 투수로서도 천재였는데, 타자로서도 재능 있어요. 멋진 안타입니다.]1루 베이스를 밟은 이정우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그리 오래 달린 것도 아니었는데, 숨이 이상하게 턱 끝까지 차올랐다. 격렬한 긴장감 끝에 안타를 만들어 냈다는 안도감에 이정우는 귀가 먹먹해졌다.
제 이름을 연호하는 소리도 귀에 들리지 않았고, 그저 안타를 쳐서 다행이라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축하한다.”
이정우가 고개를 돌려 코치를 보았다.
그의 엉덩이를 두드리는 손길이 느껴진다.
“이제 그만 보호대 풀고 줄래?”
그 순간, 이정우의 멍했던 정신이 현실로 돌아왔다.
“넵!”
* * *
최종 스코어 6:7.
대전 호크스가 4회 말에만 6득점을 해냈고 멋진 홈런쇼도 선보였다.
서울 썬더스 역시도 이대로 물러나지 않았는데, 5회에 따라가는 점수를 만들었고 그 이후에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대전을 위협했다.
8회 초.
포수 김수한의 홈런으로 동점까지 만든 썬더스였지만, 대전 호크스가 치열하게 눈야구를 하면서 역전 주자를 내보냈고 이를 해결한 사람은 또 유행운이었다.
유행운의 적시타로 한 걸음 달아난 대전 호크스는 9회 초 백유진이 마운드에 올라 점수를 내주지 않으며 서울 썬더스의 기세를 꺾어 버렸다.
[심판의 장난질을 이기고 1점 차 승리 거둔 대전 호크스]└ 하 오늘 진짜 고구마 백 개 먹다가 4회에 터진 홈런쇼에 사이다 마심
└ 박준용 홈런ㅋㅋㅋ 이거 직관한 사람들 정말 귀한 구경 했네
└ 오늘 경기 재밌었다…… 심판과 별개로 홈런 시원해서 재밌었음
└ 와 박준용 홈런 때 나 울었잖아 왜 뭉클하지?
└ 그건 쉽게 볼 수 없는 홈런이기 때문이지 ㅋㅋㅋㅋ
└ 유행운이 홈런? 당연한 거고요 지선호? 그것도 당연ㅇㅇ 문혁준? 예예, 칠 수 있죠 근데 박준용이요?? 이왜진??? 하게 되는 거죠
└ 개꿀잼이긴 했는데 좆판 시발 이번에는 진짜 가만 안 둠
트럭 시위가 시작되었다.
KBO 본사 앞에도 트럭이 자리를 잡았고 10구단 전체 구장에도 트럭이 자리를 잡았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 연거푸 터졌다 …… KBO를 향한 거센 시위, 권위 의식에 젖은 심판 이제 달라져야 한다] [오심 연발해도 책임지지 않는 심판? 왜 프로야구 10구단 팬들이 분노하나?] [‘비디오 판독 하면 뭐 하나?’ 판독 센터마저 오심 …… 비디오 판독 의미가 없어졌다] [“하루 이틀 아니다, 심판의 횡포를 방관하는 KBO는 각성하라!” KBO와 심판을 향한 거센 트럭 시위]기사가 연달아 터진다.
시위는 모금을 받으면서 바로 진행되었고,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던지라 진행이 아주 빨랐다.
사실은 이 미리 준비된 트럭들은 이영호에게 선물할 트럭이었다. 공교롭게도 이영호는 화를 면할 수 있었고 KBO와 심판들에게는 날벼락이었다.
문제의 오심을 연거푸 저지른 이승윤은 무기한 2군 강등 되었지만, 이건 늘 하는 책임 면피용 처분이었다.
[KBO를 향한 트럭이 계속 늘어난다 …… 이승윤 심판을 향한 물방망이 처벌에 분노한 팬심]└ 시발 휴가냐? 보름 동안 2군 다녀오고 다시 1군 귀신같이 복귀할 거잖아
└ 개크보 새끼들은 달라진 게 없어
└ 꺼져
└ 얘 돌아오면 보복 심리로 대전에게만 또 ㅈㄹ할텐데 미친 거 아님??
└ 총재야 생각이 없냐……?
└ 미친
└ 무기한은 무슨ㅋㅋㅋㅋ 보름이나 한 달 쉬고 올라오면서 ㅋ
트럭이 계속 이어진다.
심판을 향한 팬들의 분노가 켜켜이 쌓인 이유도 있겠지만,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면 이슈가 된 인터뷰 하나가 있었다.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 사실 힘들었습니다. 칠 수 없는 공에 스트라이크 선언이 나면서 분위기도 많이 흔들렸고요. 배트가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도 커트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배트가 돌지 않았음에도 삼진을 당해야 했고요.]바로 유행운이었다.
[대전의 슈퍼 루키 유행운의 작심 발언 “야구로 장난치지 말라”]유행운은 참지 않았다. 심판을 적으로 돌린다고 해도 어차피 그들은 늘 횡포를 저질러 왔다. 그 정도의 견제는 충분히 이겨 낼 수 있다고 믿었고 그렇게 해야만 했다.
[사실 의문이었습니다. 감독님이 경기 시작하기 무섭게 퇴장 처분을 받았고 그 이후에는 석연치 않은 판정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제가 이 인터뷰를 하고 나면 분명 경기 중에 좋지 않은 일이 있겠죠. 그 모든 걸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하지만.
[경기 진행을 하는 심판분들은 오심을 저지르고 책임을 지십니까? 저는 야구를 사랑합니다. 오늘처럼 야구로 장난치지 마세요, 이승윤 심판님.]누군가는 이 발언을 사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이 공격적인 발언을 걱정했다. 심판들의 보복을 받을까 걱정이었지만, 모두 맞는 말이었다.
10구단이 뭉쳤다.
이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이었고 여론이 잠잠해지지 않자 결국 KBO 총재가 대안을 내놓았다.
[심판도 삼진아웃? …… “심각한 오심을 남발할 경우, KBO 리그 퇴출하겠다”] [KBO 유정한 총재 “심각한 오심 죄송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판정에 관한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심판 삼진아웃.
지금까지는 제재금 100만 원이나 2군 강등 수준으로 물방망이 처분이 전부였다. 1군 복귀도 자유로워 여론이 잠잠해지는 걸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는 제도를 손보았다.
징계가 세 차례 누적될 경우, 위원회 회의를 통해 퇴출 여분을 논의하기로 했다.
[지켜본다 KBO / 심판 삼진아웃 제도 반드시 지켜라]트럭 문구가 다소 달라졌다.
그렇게.
[이승윤 심판, “첫 번째 삼진아웃 희생양 되나?” …… 오심 고의성 여부 확인 중]└ 희생양? ㅋㅋㅋㅋ
└ 이 새끼 계좌부터 털어
└ 얘 이번이 징계 세 번째라며???ㅋㅋㅋ 딱 걸렸네
└ 미친 새낔ㅋㅋㅋ
└ 잘됐다 옷 벗어 썅
└ 꼬리 자르기 같긴 한데 내 알바? 한 명이라도 좀 치우자
└ ㄱㄱ
└ 꿀 빨다가 이제 꿀 못 빨고 리틀야구 심판이나 하게 생겼넼ㅋㅋㅋ
└ 시바 이번 총재가 좀 사람같이 굴긴 하네 지금까지는 심판 일은 모르쇠 했었는데 ㅋㅋㅋㅋ
└ 속시원하다
이승윤은 삼진아웃 제도의 첫 번째 제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