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1
11. 너 친구 없지?
빠각-
나무배트가 부러졌다.
유행운은 학교에서 지급하는 연습 배트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가격이 저렴한 배트라, 견고함이 부족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또 부러뜨렸네요.”
유행운이 부러진 배트를 들고 멋쩍은 듯 말했다.
“배트 바꾸고 더 칠래?”
“네!”
보통 야구를 전문으로 하는 선수는 자기만의 배트를 갖고 있다.
여유가 있는 고교 선수는 무게별로 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는데, 유행운은 고가의 나무배트를 구입할 여력이 없었다.
연습에도 개인 배트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손에 익어야 실전에서도 익숙하게 배트를 돌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유행운은 매일 타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
과거로 회귀하면서 몸에 맞춘 타격폼을 정립해야 한다.
계속 스윙을 하면서 익숙해져야 실전에서도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다.
타악-
탁-
따악-
배트를 계속 돌린다.
유행운은 한 시간 넘게 타격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가 처음 과거로 돌아왔을 때는 손에 굳은 살이 없었다.
당연했다.
야구를 그만두고 나서 아주 가끔 미련이 생길 때만 배트를 들고 공터에 나갔기 때문이었다.
손바닥에 굳은 살이 베겼다는 건 그만큼 열심히 했다는 증거였다.
“그만!”
타격코치가 공을 던져 주는 것을 멈추었다.
“더 하면 탈난다.”
“열 개만 더 받아보고 싶습니다.”
“안 돼. 행운아, 뒤를 좀 봐라.”
유행운이 뒤를 돌아보니 민현웅이 서 있었다.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고 손에는 배트를 들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어?”
“혼자 배트 돌리긴 했음.”
“미안.”
뒤늦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민현웅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더 기다리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잠시 숨을 돌리며 민현웅의 타격을 지켜본다.
부웅!
민현웅은 확실히 스윙에 힘이 느껴졌다.
기골이 장대해서 근육을 붙이지 않아도 타고난 힘이 좋았다.
괜히 프로 무대에서 거포로 성공한게 아니었다.
빠악!
공을 두동강 낼 듯이 배트를 후려친다.
민현웅의 타격을 유심히 지켜보던 유행운은 자기도 모르게 그가 쥔 배트에 시선을 두었다.
고가 브랜드 나무배트였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좋은 배트였다.
“후우.”
배트를 내려놓고 잠시 쉬던 민현웅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홱 돌린다.
훔쳐보고 있던 유행운이 움찔했다.
“왜?”
유행운이 머뭇거리다가 한 발 다가가며 말했다.
“배트 좀 잠깐 만져봐도 되냐?”
“이거?”
“어.”
“너한테는 좀 무거울 텐데.”
“괜찮아, 들어만 볼게.”
민현웅이 땀을 닦으며 배트를 내밀었다.
유행운이 조심스럽게 배트를 받아든다. 확실히 묵직했다.
냉장고처럼 몸집이 큰 민현웅이라, 배트 무게도 남달랐다.
“휘둘러봐도 돼?”
“어깨 빠지지 않겠냐?”
“인마, 나도 남자다.”
“그럼 한 번 휘둘러 봐.”
“오케이.”
부웅!
자세를 잡고 힘차게 배트를 돌린 유행운의 눈이 번쩍 뜨였다.
“역시!”
배트를 휘두르는 소리 자체가 달랐다.
확실히 좋았다.
튼튼하기도 했고 손바닥에 착 감긴다.
유행운이 배트를 몇 번 더 돌려보며 순수하게 감탄했다.
“자.”
유행운이 배트를 도로 돌려주었다.
“고맙다.”
더 들고 있으면 미련이 생길 것 같았다.
민현웅이 쓰는 무게는 유행운이 쓰기에는 무거웠지만, 그럼에도 연습배트와 확연히 달랐다.
“너 배트 뭐 써?”
민현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도 유행운 집이 가난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었다.
“이제 찾아 봐야지.”
“리그에서도 그거 쓸 거 아니지?”
민현웅이 내가 들고 있는 연습용 나무배트를 보며 물었다.
“응.”
“좋은 거 사. 장인은 도구를 가려. 좋은 도구를 가질수록 호율도 높아지는 법이니까.”
유행운도 알고 있었다.
장비에 따라서 넘어가지 않을 타구가 간신히 담장을 넘어갈 수도 있다는 걸.
가격이 비싼 이유가 다 있었다. 하지만 유행운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형편에 맞게 야구해야지.”
“뭐, 그래도 최대한 맞추려고 노력해 봐.”
“걱정은 고맙다.”
유행운이 미소를 지으며 뒤돌아섰다.
그 뒷모습을 민현웅이 응시하고 있었다.
가만 생각에 잠기던 민현웅이 묵직하게 스윙한다.
“오지랖인가?”
부웅!
스윙을 연달아 하던 민현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니야, 이 정도는 괜찮음.”
생각 끝에 결론을 내린 민현웅이 잠시 연습장을 빠져 나왔다.
탈의실로 직행한 민현웅은 배트를 내려 놓고 캐비넷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아버지, 저 현웅입니다.”
의자에 걸터 앉은 민현웅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 배트 좀 구입하려고요.”
민현웅은 부잣집 도련님이 맞다.
살면서 돈이 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부모의 돈을 쓸 때는 항상 미리 허락을 받는다.
아무리 부잣집 아들이라도 야구 장비는 고가였다. 그런 금액을 쓸 때는 허락을 받는게 당연했다.
“아니요. 이번에는 좀 가벼운 놈으로요.”
그의 부친은 어떤 배트가 필요한지 물었고 민현웅은 능숙하게 거짓말을 했다.
“가끔은 팀배팅이 필요할 때도 있어서 똑딱이용이 필요해요.”
적당한 핑계였다.
사실 민현웅은 팀배팅을 하더라도 묵직한 배트를 선호했다.
이유는 가벼운 배트는 휘두르는 맛이 없기 때문이었다.
“네, 잘 쓰겠습니다. 아부지.”
전화를 끊은 민현웅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가벼운 배트. 민현웅 덩치에 안 맞는 무게를 여러 개 구입할 생각이다.
“좋아하겠지?”
민현웅이 뿌듯한 얼굴로 밝게 웃었다.
* * *
유행운은 경원상고 공식 훈련을 마치고 개별 운동 중이었다.
이따금씩, 늦은 시간까지 운동을 하는 선수도 있지만, 대부분 유행운보다 일찍 집에 돌아간다.
유행운은 타격 연습을 하고 그 후에는 웨이트를 했다. 과거 호크스 입단 후에는 몸을 키우기 위해서 노력했던 유행운이었다.
타고난 멸치라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더 바짝 마른 멸치였기에 조금이라도 근육이 붙어야 했다.
“유행운.”
연습실 문이 열리며 이형호 감독이 유행운을 불렀다.
“감독님!”
레그 익스텐션을 하며 허벅지 강화 운동을 하던 유행운이 행동을 멈추었다.
“10시 넘었다.”
“아, 예. 퇴근 안 하셨습니까?”
끼익.
여전히 유행운은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적당히 운동하고 가자.”
“어, 저 아직 루틴 안 끝났습니다.”
“무슨 루틴?”
“웨이트하고 스트레칭 해야 합니다.”
“미친놈.”
별종이다.
좋은 방향의 별종.
이형호 감독은 유행운의 성실함에 매사 감탄했다. 제일 늦게 퇴근하는 놈이 훈련장에는 가장 먼저 나타났다.
어떨 때는 코칭스태프보다 일찍 나와서 야구장에 출입하지 못하면 운동장을 돌던 유행운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 기특하면서도 왜 야구를 놓은 시간 동안, 실력이 후퇴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는 감독이었다.
“운동 좋지. 열심히 하는 거 마다할 감독이 어디있겠냐. 하지만 쉬는 것도 필요해.”
유행운이 잠시 운동을 멈춘 채, 이형호를 보았다.
“네, 감독님 말씀 이해합니다.”
쉬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유행운이 모를 리가 없었다.
“벌크업 루틴은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운동 기구에서 내려온 유행운이 갑자기 바닥에 털푸덕 앉으며 말했다.
“근데 근육은 확실히 풀고 가야해서요.”
“독종 새끼.”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별종 유행운이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이형호 감독은 기가막힌 듯 유행운을 보았다.
본격적으로 근육을 푸는 모습에 감독으로서는 더 할 말도 없었다.
“그래, 해라 해.”
의자를 질질 끌고 와 털썩 앉은 이형호가 결국 포기했다.
“스트레칭 전문가처럼 하는 거 보소.”
유행운은 프로시절 잔부상이 많아서 따로 필라테스와 요가를 배웠다.
그때 동작을 지금 몸에 입히고 있는데, 확실히 유연성이 떨어졌다.
다리로 목을 감싸던 유행운은 묵묵히 자신만의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죽어도 부상은 안 당하겠다, 야.”
이형호가 웃음을 터트린다.
매사 성실한 선수를 지켜보는 감독의 마음은 당연히 풍요로울 수밖에 없었다.
‘현웅이 놈이 이 녀석 반만 닮아도 좋을텐데.’
그 순간, 민현웅이 떠오른다.
민현웅은 성격이 나쁜 건 아니지만, 눈치가 없었다.
팀의 분위기를 해치는 언행을 자주 했고, 문제는 본인 스스로가 의도를 갖고 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지나치게 솔직하다.
자신의 감정을 숨길 줄도 몰랐고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도 모르는 유형이었다.
“행운아.”
“예, 감독님.”
개구리 자세로 유행운이 대답했다.
“현웅이랑 친하냐?”
“······.”
유행운이 시선을 돌리며 대답을 회피했다.
“내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예.”
“현웅이 그 놈, 왕따냐?”
“예?”
아무리 생각해도 민현웅은 친구가 없을 상이었다.
매번 민현웅은 본인 실력이 좋다는 이유로 남을 무시하고 으스댔다.
이형호는 민현웅을 어릴 때부터 보았으니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남은 모른다.
그렇기에 늘 걱정이 되는 이형호였다.
“왕따를 당할 성격은 아닙니다.”
“그니까. 그건 나도 아는데, 걔 친구 없지?”
“······.”
유행운이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친구는 저도 없어서요.”
쯧.
대답을 듣고 혀를 찬 이형호가 한심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럼 너희 둘이 왕따네.”
“아닌데요. 저는 혼자 있는 걸 즐기는 건데요.”
“그걸 왕따라고 하는데요.”
“······.”
그렇게 유행운은 순식간에 왕따가 되었다.
“너나 현웅이나 아무리 야구가 중요해도 팀원과 어울릴 줄 알아야 해.”
다리를 쭉쭉 벌리며 스트레칭을 하던 유행운이 고개를 저었다.
“감독님.”
“응.”
“아무리 그래도 비교는 하지 마세요.”
“비교?”
“감독님 말씀 무슨 뜻인지 알겠지만.”
유행운이 한숨을 쉬었다.
“민현웅과 비교할 만큼 제가 모자란 사람은 아닙니다.”
유행운은 과거로 돌아오면서 어색함을 갖고 있었다.
지금 유행운의 눈으로는 민현웅을 포함한 모든 또래가 어린 애로만 보였다.
그러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민현웅처럼 눈치도 없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유형은 아니었다.
“그래, 그건 내가 미안하다.”
이형호도 생각해보니, 말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따니, 뭐니.
그런 말은 분위기를 풀기 위한 말이었고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행운아.”
“네.”
“나는 현웅이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그래서 네가 좋은 경쟁 상대가 되어 줄 거라 생각한다.”
유행운이 어느새 다리를 오므리며 감독의 말을 들었다.
“나는 야구에서 경쟁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너에게도 민현웅은 좋은 자극제가 될 거야.”
이형호 감독이 의자를 뒤로 끌며 마저 말을 이었다.
“그러니, 이제 그만 집에 가지 않을래?”
결론은 퇴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