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10
110. 너 꼰대야?
이정우는 요즘 밤에 잠을 안 잔다.
솔직히 말하자면 1군에 콜업된 이후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매일 경기가 끝난 후에는 특타 멤버에 합류했고 단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서울 썬더스와의 주중 첫 경기에서 이정우는 3타석 1안타를 신고하고 득점까지 해냈다. 데뷔 첫 안타는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두 번째 경기에서도 선발 출장 기회가 주어졌고 이번에는 침묵이었다. 첫 타석부터 삼진으로 물러났고 두 번째 타석에서는 날카로운 직선타를 날렸지만, 상대 호수비에 막혔다.
그 이후에는 득점 찬스에서 최정환 감독의 대타 기용으로 기회를 받지 못했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야 했다.
마지막 주중 3연전에서는 선발 출전이 아니라 대타로서 경기에 출전했다.
결과는 볼넷.
이미 승부의 추가 서울 썬더스에게로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이정우는 9회 말 타석에 섰고 공을 끈질기게 지켜보며 걸어서 출루했다.
주중 시리즈에서 선발 출전은 두 차례, 그리고 마지막 경기는 대타로 경기를 뛰었다.
6타석 1안타 1볼넷 1득점.
타율은 0.200.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이제 타자로 전향한 지 6개월도 채 안 됐다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부웅!
아주 오랜만에 오른 1군 무대.
지금 KBO 리그는 때아닌 오심 논란으로 시끄러웠지만, 이정우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아니, 솔직하게 말하면 다른 것에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형, 아직도 연습해요?”
유행운은 오늘 경기에서 중간에 교체되었다.
서울 썬더스는 절대 스윕패는 당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덤볐고 코리 윈스턴은 제구 난조를 보이며 1회에만 석 점을 내주었다. 그 이후에는 삼자범퇴로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나 했더니, 4회에 또다시 두 점을 내주며 결국 조기 강판 되었다.
이틀 연속 필승조가 가동되었기에 최정환 감독은 추격조를 비롯해 패전조까지 경기에 투입했다.
따라가라면 따라갈 수도 있는 점수 차였지만, 필승조를 쉽게 경기에 투입하기는 애매했다. 시즌은 길었고 잡을 경기는 확실히 잡되, 버릴 경기는 빠르게 판단하여 경기 운영을 해야 한다.
사실 대전 호크스의 선발은 탄탄한 편이었지만, 불펜진은 상위권 전력은 아니었다.
추격조는 매 이닝 점수를 내주었다.
나름 유행운의 안타에 이어서 지선호가 후반기 첫 홈런을 생산하며 따라가는 점수를 만들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어느새 6회 초에는 점수 차가 7점으로 벌어졌고 결국 최정환 감독은 체력 소모가 많은 유격수를 교체했다.
“뭔가 마음에 안 들어서…….”
유행운도 개인 운동을 하고 이제 막 귀가하려는 참이었다.
대전 호크스에서 가장 연습량이 많은 선수 중에 하나가 유행운이었다.
특히 홈경기에서는 피로도가 극으로 쌓이지 않는 한, 개인 루틴을 거르지 않았다.
물론 원정 경기에서는 이동 시간을 고려해서 경기 후에는 쉬는 걸 중점으로 두지만, 그럼에도 타격이 풀리지 않는다면 특타를 한다.
그래야만 직성이 풀렸고 그렇기에 시즌 중에도 기량 발전이 가능했다.
“뭐가 잘 안 풀렸어요?”
“그냥 내가 모자란 것 같아.”
“형, 타구질 괜찮았잖아요.”
“그래도. 안타를 못 친 건 변하지 않으니까.”
“첫 경기에서 첫 안타 신고했으니까,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물론 이 말이 와닿지는 않을 것이다.
유행운은 팀에서 기대하는 유망주이자 이미 자리를 확고하게 잡은 주전 유격수였다. 그러나 이정우는 아니었다.
막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고 이제 보여 줘야 하는 선수였다. 나이에도 차이가 있다. 유행운은 이제 만 19세로 루키였다. 구단에서도 당연히 나이가 어린 신인을 선호한다. 즉, 이정우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자신의 실력을 보여 주어야 한다.
“첫 안타가 끝이 아니어야 하니까.”
“숙소 가셔야죠.”
“나 조금만 더 연습하고 갈게.”
“지금 시간 보세요.”
“…….”
“차도 없으시다면서요.”
“…….”
“가서 쉬세요, 형. 그러다가 지쳐요.”
사실 유행운은 여기저기에 오지랖을 부리는 성격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기는 하지만, 딱 선은 지키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유독 이정우에게는 시선이 간다.
어쩌면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이정우를 통해 보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
지금 이정우의 모습, 낯설지가 않다.
지난 1회차에서 유행운은 이정우처럼 기회를 붙잡기 위해 밤늦도록 배트를 돌렸었다. 비록 그 작은 기회에도 불행이 덮치며 제대로 붙잡지 못했지만,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이 지금의 유행운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거 드실래요?”
차에 탄 유행운이 단백질 드링크를 내밀었다.
“고마워.”
이정우는 조수석에 올라타서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연습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내일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까 걱정도 든다.
“형, 우리 팀 감독님 기회 쉽게 박탈하시는 분은 아니에요.”
운전을 하며 유행운이 말했다.
“시즌 초에 임지혁 선배도 그렇고 최진영 선배도 기회 많이 받았잖아요. 지금 1군에 있는 우현이 형이나 수호 형도 꾸준히 기회 받고 있고.”
이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나이도 있고 그만큼 부담감도 갖고 계신 거 아는데, 마음이 조급하면 타석에서도 조급해져요. 그게 보여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너는 꼭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제 고작 스무 살인데.”
“혹시 싫으세요?”
“아니, 신기해서 그렇지…….”
정지 신호에 맞춰 브레이크를 천천히 밟은 유행운이 힐끔 이정우를 보았다.
“형은 잘될 거예요.”
가끔 생각한다.
지난 1회차의 자신이 이런 격려를 받았더라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조급한 마음을 한결 덜어 내고 타석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유일한 가족인 엄마마저 야구를 허락지 않았다. 그 누구도 유행운이 야구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을 거라 믿지 않았다.
지금 이정우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 말을 해 주고 싶었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단순하게 격려와 응원을 해 주고 싶었다.
“왜? 나의 뭘 보고? 나는 수비도 안 되는 반쪽짜리잖아.”
“KBO에는 지명타자 제도가 있는데, 뭐가 문제예요. 게다가 아직 대전에선 지타 자리를 확실히 잡은 선수도 없는걸요.”
“…….”
“자신을 의심하지 마세요.”
이정우가 피식 웃었다.
한참 어린 후배에게 받는 위로는 씁쓸하기도 하면서도 위로가 된다.
사실 선배인 자신이 후배에게 조언을 해 줘야 하는데, 어째 거꾸로 된 관계였다.
“잘될 거예요, 형은.”
이 모든 말은 사실 단순한 응원이 아니다.
모두 지난 1회차에서 벌어진 일을 토대로 하는 예언이나 다름없었다.
* * *
“혁준아! 우리 대화 좀 하자!”
문혁준이 홍삼즙을 먹다가 뜨악한다.
요즘 문혁준은 이영호 단장을 눈에 띄게 피하고 있었다. 운 좋게 트럭 선물을 피한 이영호는 계속 문혁준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이유는 모두 장기 계약 때문이었다.
“세부 조건 좀 수정했어. 경기 전에 잠깐만, 잠깐이면 된다. 응?”
문혁준이 결국 끌려간다.
유행운은 점심을 먹고 야구장으로 출근했고 가볍게 스트레칭과 수비 훈련을 진행했다.
무덥다.
중간 휴식기에는 휴식에만 집중했지만, 역시 첫 시즌을 치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유행운은 소파에 누워 짧게 잠을 청했다.
개별 훈련을 하고 샤워를 한 후에 짧게 낮잠을 자며 체력을 회복하는 일이 유행운의 작은 루틴이었다.
[대전 호크스 선발 라인업 공개]– 1번 박준용 2번 유행운 3번 조석찬 4번 지선호 5번 문혁준 6번 프레드릭 7번 이승현 8번 김지환 9번 이정우
└ 이정우 선발? 또 기회 주네
└ 저번에 좀 써보지 않았냐? 흠…….
└ 뭐, 서사빨로 지금 또정우 기용하는 거?
└ 또정우라기에는 선발 출장 이번이 세 번째다
└ 아니 어린 애들 많잖아 ㅋ 수호나 우현이 좀 긁어보지
└ 그 둘은 딱 롤이 정해져 있잖아 수호는 행운이 백업 우현이는 이승현 백업 ㅋㅋㅋ
└ 솔직히 수호만 남기고 우현이는 서산 보내는 게 나아 거기서 경험치 먹는 게 더 나음 멀티 백업 하나면 됐지, 무슨 내야 백업을 둘이나 둬?
└ 라인업 고정 좀 됐으면…….
└ 하위 타순 말고는 고정됐잖아
└ 솔직히 이승현 돌아와서 지타 말고는 거의 고정되긴 함
└ ㅇㅇ 문혁준 데려와서 이 정도면 라인업 잡힘
지금 대전 호크스 감독 최정환은 우승을 향한 마지막 작업 중이었다.
문혁준이 올해만 써먹고 내년에는 떠나보낼 수도 있는 선수라는 건 흠이지만, 어찌 되었든 올해 우승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타자였다. 그 과정에서 라인업이 한결 정리되었고 지명타자 자리를 줄 선수를 고르고 있었다.
시즌 초중반에는 임지혁과 최진영에게 기회를 부여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은퇴 철회를 한 이승현이 팀에 복귀하며 내야는 정리가 되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최정환은 마지막 퍼즐을 맞출 준비를 한다.
이정우에게는 기회는 조금 더 부여하며 계속 기용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각을 보고 있었다.
동시에 윤우현과 강수호를 계속 1군에 두는 이유는 미래를 위해서였다. 당장 내년에 주전 2루수의 공백이 생긴다.
그 과정에서 미래에 주전으로 기용할 선수를 찾고 있었고 그 후보로 부각된 사람이 윤우현과 강수호였다.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동시에 내년을 위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셈이었다.
“복슈전. 캄독, 복슈전 맞쥐?”
“님 붙여.”
“나 외쿡인인데?”
오늘 경기 상대는 수원 매지컬이다. 그리고 선발 투수는 조반니 리처드.
후반기 시작 동시에 우천 취소가 연달아 터졌다. 중간 휴식기를 마친 직후라 사실 비 소식 자체가 달갑지는 않았던 수원이었다.
오늘 경기에는 조반니 리처드가 출전한다.
그는 계속 유행운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걸 알기에 김상윤 감독은 그의 등판일을 조금씩 조정했다.
이번에는 우천 취소 여파로 리처드의 등판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
조반니 리처드는 수원의 2선발이다. 원투 펀치는 최대한 많이 써먹어야 했다. 오늘 경기를 피하자니 다음 날이 대전이었고, 또 그다음 날도 대전이자 유행운이 대기하고 있었다.
“마운드에서 방방 뛰지 말고. 차분하게, 오케이?”
조반니 리처드는 참 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수원 매지컬의 장수 용병이라 한국어를 제법 알아듣기는 하지만, 유창한 수준은 아니었다.
아직은 통역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요즘 부쩍 국뽕에 취했는지 통역 없이 대화를 하려고 한다.
그 덕분에 김상윤 감독은 방방 뛰는 모션까지 취하며 용병 투수와 소통을 나눠야 했다.
“헤이, 킴!”
“하, 감독님이라고 하라고.”
“캄독뉨, 줴줭신? 마운드에서 방방? 놉!”
“정현아! 이 자식 당장 데려가!”
리처드는 말도 더럽게 안 듣는다.
어떻게 보면 성격이 좋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실 괴짜였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국뽕에 취해 있으면서도 정작 한국의 문화에는 무지한 외국인이었다.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라 했잖아.”
결국 수원의 주전 포수 김정현이 리처드를 끌고 간다.
그 와중에도 리처드는 감독을 향해 외쳤다.
“킴! 킴! 나만 미더! 오케이?”
그 순간, 김상윤 감독의 혈압이 급격하게 오른다. 아예 리처드에게서 시선을 떼고 고개도 홱 돌렸다.
그 모습을 본 김정현이 리처드를 끌고 가며 말했다.
“너 왜 자꾸 감독님 열받게 해.”
“노옵.”
“한국에서는 감독님께 그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
“헤이, 브라더.”
“응.”
김정현이 파란 눈의 리처드를 응시한다.
“너 꼰대야?”
공교롭게도 이 순간 리처드의 발음은 아주 탁월했다.
“어이가 없네. 내가 꼰대?”
“예아, 꼰대.”
요즘 리처드는 새로운 단어를 배웠다. 바로 ‘꼰대’라는 단어였는데, 요즘 툭하면 이 단어를 입에 올리고 있었다.
그 단어는 리처드와 합을 맞춰야 하는 포수 김정현을 발끈하게 만든다.
“럭키 유.”
“응.”
“매일 콩부해써.”
“알지. 나도 공부 많이 했어. 에브리데이.”
김정현은 포수로서 당연히 타자를 공부한다. 타자에 맞춰 볼 배합을 정해야 했고 대전 호크스에는 강타자가 즐비했다.
안 그래도 까다로운 팀인데 심지어 문혁준까지 가세했다. 타선이 더욱 탄탄해졌고 산 하나를 넘으면 또 산이 나오는 형국이었다.
“복슈전.”
“그래, 복수.”
고개를 돌려 김정현이 상대 더그아웃을 바라보았다.
이정우와 함께 캐치볼을 하고 있는 유행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리처드가 김정현의 등을 찰싹 내리치며 외쳤다.
“가즈아!”
* * *
[1회 초, 대전의 선발 투수는 앤서니 호튼입니다. 앤서니 선수의 특이점은 1회만 잘 넘기면 그 후에는 안정을 찾는다는 점인데요. 항상 1회에 점수를 내주게 되면 급격히 흔들리면서 투구 수도 많아지고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채 강판되는 게 단점입니다.] [예, 반대로 1회를 무사히 넘기면 6이닝까지는 무난히 공을 던지고요. 많은 선발 투수들이 1회를 고비로 느끼는데, 앤서니 선수도 그런 유형으로 보입니다.]1회 초.
앤서니 호튼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는 꾀병으로 퇴장한 로이드 콜 타일러의 대체 선수로 영입되었다. 기대만큼 특급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가성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리 비싸게 데려온 선수도 아니었거니와, 처음 스타트는 불안했지만 점차 리그에 적응 중이었다.
문제는 1회 공포증이다.
1회만 잘 넘기면 그 후에는 안정감을 찾지만, 1회에 흔들리면서 점수를 내주면 급격히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앤서니, 초구를 존에 정확히 집어넣습니다. 스트라이크.] [지금 시즌 5승을 노리고 있지 않습니까? 평균 자책점은 4.17 호투할 때는 실점이 거의 없지만, 무너질 때는 석 점은 기본으로 내주는 투수입니다.]앤서니가 1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벌써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한국의 여름이 굉장히 무더운 탓도 있지만 앤서니 자체가 1회 공포증을 갖고 있기에 긴장한 탓도 있었다.
2번 타자, 5구 승부 끝에 유격수 정면 땅볼 유도.
유행운이 느리게 굴러 오는 타구를 향해 달려들며 건져 냈다. 매끄러운 글러브질과 부드러운 러닝 스로우는 상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
[투 아웃! 유행운 선수의 좋은 수비입니다. 타구가 느렸고 위치도 애매했는데, 유격수 대시가 좋았어요. 글러브질도 탁월했고 러닝 스로우는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네요.] [앤서니 선수, 이제야 웃네요. 계속 경직된 얼굴이었는데, 좋은 수비 하나가 투수를 웃게 합니다.]앤서니가 긴장을 풀고 웃는다. 하지만 아직 1회가 끝나지 않았다. 늘 그렇듯 투 아웃을 잡은 상황이라 하더라도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
“흡!”
사인을 받고 공을 던진다.
오늘 구속도 잘 나오고 제구도 나쁘지 않았다. 몸쪽 승부를 강행했고 타자의 배트가 헛돈다.
[2구, 타자 타격! 이번에도 유격수 방면!]공이 유격수를 향해 날아간다.
직선타였고 타구 속도는 몹시 빨랐다. 스텝을 밟고 몸을 던진다. 내야를 빠져 나가려는 직선타가 그대로 글러브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완벽한 수비.
유행운의 별명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도 안타 도둑이라는 재밌는 별명도 있었다.
그 순간.
“허어.”
더그아웃에서 김상윤 감독이 크게 아쉬워한다.
1회에서 앤서니를 공략만 할 수 있다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안타 하나면 된다.
앤서니는 1회에 안타를 얻어맞고 주자를 출루시키면 그때부터 땀을 뻘뻘 흘리며 급격히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걸 알기에 지금 김상윤은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저 몹쓸 안타 도둑…….”
혀를 찬다.
“부럽다.”
그리고 부러움은 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