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23
123. 괜찮을 줄 알았지
[대전 호크스 유행운, 빈볼 시비로 경기 중 퇴장] [빈볼 논란, 유행운 윤서준 동반 퇴장 …… 강하게 항의하던 최정환 감독도 퇴장 처분] [“윤서준은 정말 빈볼을 던졌나?” 폭력으로 얼룩진 KBO] [최정환 감독 “윤서준 네 번 연속 몸쪽 승부, 빈볼이 확실했다” 항의 이유 밝혀] [대구 드래곤즈 입장 밝혀 “경기 중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유행운이 과하게 대응했다”] [“빈볼 아니다, 빈볼 던질 이유가 없다” 추경성 감독 …… 빈볼 논란 선 그어]└ 이 새끼 거짓말 치는 거 보소
└ 빈볼이 아니야?ㅋㅋㅋㅋㅋ
└ 연속 네 번 몸쪽 승부 ㅋㅋㅋ 근데 다 날림 세 번은 유행운이 피했고 네 번째는 아예 머리 방향으로 박아버림
└ 시발 행운이 머리 맞았으면 존나 아찔하다…….
└ 150이 넘는 강속구로 빈볼 던진 건 진짜 에바 아니냐???
└ 그냥 지고 있어서 킹받았다고 말해
빈볼 시비로 불거진 문제가 활활 타오른다.
다음 날, 오전에 열린 상벌 위원회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펼쳐졌다.
“말도 안 됩니다. 영상 보셨습니까? 보셨으면 이게 정말 빈볼이 아니라고 확신하실 수 있어요? 연속 네 번입니다! 초구에서 헛스윙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에는 계속 몸쪽을 공략했어요. 선수가 공을 피한 횟수만 세 번입니다! 게다가 점점 깊게 들어옵니다. 이걸 보시고도 이게 빈볼이 아니라고 확신하실 수 있어요?”
중점은 유행운에게 내려진 처분에 대한 것이었다.
대전 호크스 측은 어떻게든 유행운의 출장 정지를 적게 받기 위해서 노력했다. 반면 대구 드래곤즈 측은 윤서준의 빈볼 의혹은 부정했지만 출장 정지는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 차이는 유행운은 주축 선수였고 윤서준은 1군과 2군을 오가는 선수라는 점에서 나왔다.
“10경기 정지가 과하다는 뜻입니까?”
“예!”
“그럼 어느 정도를 원합니까? 지금 드래곤즈 측은 처분을 모두 받아들였는데, 이렇게까지 해야겠습니까?”
“더 억울하죠.”
이영호 단장이 진심으로 억울한 듯 눈썹을 축 늘어뜨리며 말했다.
“유행운 선수 아시잖습니까. 윤서준 선수와 비교가 됩니까? 솔직히 드래곤즈는 윤서준 선수가 1.5군급이라 이 처분을 받아들이는 것 같은데, 저희 입장은 다르죠. 더 그래서 억울하고 황당하고 화가 납니다! 지금 팀의 미래이자 주축 선수를 빈볼로 부상 입히려 했잖습니까!”
그 순간, 잠자코 있던 대구 드래곤즈 단장이 버럭 했다.
“빈볼은 아니라고 했습니까!”
“그럼 뭡니까!”
“실력 부족!”
“참 나! 그렇게 실력이 부족하면 2군에 짱박아 놓지, 왜 1군에 올려서 귀한 자식을 아프게 합니까?”
“말 다 했습니까?”
“말 다 못 했습니다!”
이영호 단장이 더 크게 소리친다.
다른 선수도 아니고 팀에서 귀족 취급을 하며 어화둥둥 하는 선수였다. 팀의 미래였고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선수기도 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이영호 단장은 유행운이 빈볼에 맞는 순간, 울화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부위가 아찔했고 하마터면 주전 유격수를 가을야구에 가기도 전에 잃을 뻔했다.
“차라리 제재금을 올려 주십쇼!”
어차피 행운이는 돈 많으니까.
“100만 원 더 올리시고 출장 금지는 딱 5일로 줄여 주십쇼!”
유행운은 21억이라는 거액의 계약금을 받았기 때문에 신인치고는 생활에 여유가 있었다.
반대로.
“서준이는 돈 없어요! 우리 선수는 그냥 열흘 출장 정지로 정리해 주십쇼!”
윤서준은 돈이 없었다.
* * *
[벤클 난투극, 유행운 5G 출장금지+제재금 300만 원 윤서준 10G 출장금지+제재금 200만 원]└ ㅋㅋㅋ 빈볼 맞네 ㅋㅋㅋ 윤서준 10경기 출장 금지잖아 ㅋ
└ 야 금액은 안 보냐? 유행운이 더 비쌈
└ 윤서준 투수라서 10경기 출장금지면 넘 약하지 않냐;;
└ 누가 보면 윤서준이 선발 투순 줄 그냥 쩌리임
└ 행운이 5경기나 못 봐??? 돌겠네
└ 수호가 잘 버텨줘야 할 텐데…….
└ ㅅㅂ 존나 개빡쳐
└ 행운이 없이 잘 버텨보자…….
└ 하 띠바 ㅠㅠㅠㅠ
└ 개짜증난다 이 팀 유행운 없으면 안 되는데요;;;;
└ 5연패 안 하면 다행;;;;
유행운은 난데없는 휴가를 받았다.
벌금으로 돈은 냈지만, 생각보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누나, 나 왔어.”
백유정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어젯밤도 백유정에게는 쉽지 않은 밤이었다. 유행운이 감독을 만나러 간 사이 좀 더 쉬고 일어난 백유정은 여전히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 휴가 받았어. 어차피 경기 출장 금지니까, 쉬다가 대전에 오래.”
“그래?”
“서울에서 놀다가 가면 돼.”
“나 내일은 학교 가야 해.”
“알지.”
백유정은 시간표를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쫙 몰아 놨다.
1학년 때부터 학점을 꽉 채워 수업을 들은 백유정은 올해 2학기부터는 여유가 있었고 유행운이 월요일에 쉬기에 그 타이밍을 맞췄다. 사실 오늘도 수업이 있었지만, 큰맘 먹고 대구에 온 백유정이었다.
내일은 절대 수업을 빠질 수가 없었다. 그 말인즉슨, 유행운과 함께 있을 시간이 없다는 뜻이었다.
“엄마, 얼굴이 좋아 보이네?”
체크아웃을 하고 엄마와 함께 만난다.
이선영은 푹 쉬었는지 얼굴이 꽤 좋았다.
“응. 어제 유정이가 챙겨 준 입욕제가 좋더라. 반신욕 하고 자니까, 피로도 싹 풀렸어.”
백유정은 어른을 잘 챙긴다.
부모님도 잘 챙겼고 예비 시어머니인 이선영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어제 백유정도 경기가 끝나고 호텔에 돌아와서 반신욕을 할 생각이었다.
푹 쉬고 다음 날 일어나려고 했는데, 쉬기는커녕 일만 한 느낌이었다. 그에 비해 유행운은 깐 달걀처럼 아주 매끄러운 피부를 자랑했다.
“어머니, 제가 찾아 본 식당이 있는데 파스타 어떠세요?”
“좋지. 나 파스타 좋아해.”
유행운도 아는 사실이다.
엄마는 파스타를 좋아했다. 그건 사실 과거형이 더 맞았다. 집안이 평화로웠을 때, 이선영은 남편과 함께 단둘이 레스토랑 가는 걸 좋아했었다.
한강이 보이는 좋은 자리에서 스테이크를 썰어서 먹여 주고 파스타도 먹고. 그러다 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자식을 키운다는 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이선영은 아이를 낳고도 출산 휴가를 받아 1년 쉬고 다시 일했다. 버는 돈은 육아 비용으로 다 나가도 제 일을 지키는 게 중요했는데, 이제 와 생각하면 그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만약 남편이 죽고 가진 재산을 모두 잃은 상황에서 직장마저 없었다면 정말 고달픈 인생이 되었을 것이다.
“엄마, 와인 한잔은 어때?”
“에이, 대낮인데…….”
“운전은 내가 하면 되니까, 여자들끼리 한잔해.”
잠시 생각하던 이선영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럴까?”
고층 빌딩에 위치한 고급 레스토랑.
백유정은 미리 뷰가 좋은 창가 자리로 예약을 해 두었다. 들어가는 순간, 유행운은 물론 이선영까지 눈이 커졌다.
순간 예전 생각이 난다. 유행운이 갓난아기였던 시절에는 여유가 없었고 육아에 치여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출산 휴가가 끝나는 날을 기다렸던 이선영인데, 가끔 남편이 애를 시부모에게 맡기고 레스토랑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꾸밀 여유도 없고 신경질도 잔뜩 나던 시기라서 추레한 차림으로 찾은 고급 레스토랑은 지금도 추억으로 남아 있었다.
투덜거리며 짜증을 내도 와인을 따라 주고 원껏 먹으라며 스테이크를 썰어 주던 그 남자가 기억에 남아 있다.
“스테이크 두 개 시키고, 파스타는 종류 로……. 아, 샐러드도 한 세 개는 시켜야 할 것 같아. 그리고 피자도 있네? 피자도 먹을까?”
메뉴를 허겁지겁 고르고 주문하려는 아들을 본다.
“행운아.”
“응.”
“너 돼지니?”
“…….”
내가 돼지 새끼를 낳았네.
심지어 먹여도 먹여도 살이 안 찌는 효율성 낮은 돼지를…….
* * *
와인은 마신다.
백유정은 화이트 와인이었고 이선영은 레드 와인이었다. 직원에게 추천받은 와인을 여유롭게 한 모금 마시고 천천히 샐러드를 먹는다.
유행운은 지금까지 망각하고 있었다.
백유정이 뭐만 하면 예쁘다고 해 주니까, 이것저것 시켜서 와구와구 먹는 게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엄마는 제 배로 낳은 자식임에도 냉정한 시선을 갖고 있었다.
“아들, 괜히 이 세상에 분위기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니야.”
이선영이 아들이 썬 스테이크를 먹으며 말했다.
“감자탕이나 먹을 때는 상관없지. 질질 흘리면서 허겁지겁 먹어도 괜찮은데, 이 분위기 좋은 곳에서 그렇게 먹으면 무슨 생각이 들겠니? 돼지라고 하지.”
정곡을 여러 번 찔린다.
유행운이 잠자코 제 몫의 스테이크를 먹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백유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행운 씨는 먹을 때 귀여워요. 복스럽게 먹잖아요. 어머니 생각처럼 질질 흘리는 편은 아니에요.”
나름 백유정이 남자친구 실드를 쳐 준다.
“이제 보니 천년의 사랑이구나.”
물론 이선영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쟤가 좀 답답할 때가 있어. 유정이가 예쁘다고 하니까 진짜 그런 줄 아는 것 같은데, 행운이는 정확히 말해 줘야 해. 그래야 분위기 파악이라는 걸 하지. 안 그러니?”
“듣고 보니 어머니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곱게 키우면 안 돼.”
“네, 앞으로는 곱게 안 키울게요.”
두 여자의 대화를 듣던 유행운이 미간을 좁혔다.
키운다는 말이 어이가 없긴 한데, 그러려니 한다. 두 사람이 기분이 좋아 보였고 쿵짝도 잘 맞는 듯했다.
와인도 맛있었는지 한 잔을 더 주문하고 있었,고 유행운은 평소와 달리 아주 천천히 느긋하게 식사를 했다.
“근데 호크스는 괜찮은 거야?”
백유정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자기 없어서 연패하면 어떡해?”
“오늘은 괜찮을걸. 요즘 윈스턴 공이 좋아. 또 어제 보니까 석찬이 형도 살아났고.”
웬만하면 야구는 투수 싸움이다.
오늘 대전 선발은 코리 윈스턴이었고 검증된 자원이었다. 상대 투수는 이일중으로 평균 자책점이 4점대였다.
선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웬만하면 오늘 경기는 이긴다. 4선발 앤서니도 괜찮다. 물론 5선발 이재희는 여전히 불안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 정도 수준이면 최상위권 선발진을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커피도 마셨고.”
점심 식사를 마친 후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디저트도 먹었다. 이제 차를 타고 대전으로 달려가다 보면 프로야구가 시작될 즈음이 될 거다.
“갑시다.”
유행운이 운전대를 잡는다. 조수석에는 백유정이 앉았고 뒷좌석에는 이선영이 자리를 잡았다.
음악을 틀어 놓고 천천히 출발했다. 오늘 유행운은 장거리 운전을 할 예정이었다. 엄마를 대전 집에 데려다주고 백유정은 서울까지 데려다줄 생각이었다.
백유정은 혼자 갈 수 있다고 한사코 거절했지만, 유행운이 그 말을 들을 리가 없었다. 그는 이미 서울에서 휴가를 보낼 생각이었다. 이왕이면 오랜만에 모교에 들러 이형호 감독도 만날 생각이다.
“유정아, 어제 오늘 고마웠어. 조심히 가렴.”
“네, 어머니. 저도 즐거웠어요.”
엄마를 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출발한다.
어느새 시간은 6시가 지나 백유정이 핸드폰으로 대전 호크스 경기 중계를 틀었다. 유행운은 오늘 포함 앞으로 사흘을 더 쉬어야 한다.
다음 주 화요일에 복귀 예정이니 그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며 몸을 만들고 있을 생각이었다.
“서울에는 어디서 지내려고?”
“어, 호텔 잡아 놨어.”
“불편하지 않아?”
“괜찮아. 나 원정 떠나면 맨날 호텔에서 자잖아.”
“그렇지…….”
벌써 백유정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행운은 지치지도 않는다. 이러다가 비시즌에는 얼마나 힘들지, 감도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아! 시작부터 유격수 실책!]그 순간, 운전을 하던 유행운이 핸드폰을 보았다.
[윈스턴 선수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쉬운 타구를 뒤로 흘렸거든요. 강수호 선수가 오랜만에 선발 출장이라 긴장한 걸까요?]쎄하다.
[이번에도 삼유간! 유격수 몸을 던져 공을 잡아 냅니다! 한 바퀴 빙글 돌며 강송구!]“괜찮겠지…….”
[아! 송구가 높아요! 문혁준이 점프를 해 보지만, 공에 닿지 않습니다! 1루 주자, 2루 지나 3루 안착! 타자 주자 여유롭게 1루 베이스를 밟습니다! 연거푸 실책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1, 3루가 채워집니다!]“아.”
유행운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괜찮다며.”
백유정의 물음에 유행운이 혀를 찼다.
“괜찮을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