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33
133. 한국 시리즈3
김성철은 유행운이라는 선수를 좋아한다. 좋아한다는 건 그만큼 대단한 선수라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유행운이라는 선수를 끌어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이 다소 무리수였지만,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사람이 김성철이었다.
“뭐래?”
도미닉이 얼굴이 붉어져서 심판이 아니라 자신의 감독, 그리고 코치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작전입니다. 나를 지금 에이스로서 생각하지 않은 행동. 멍청한 감독. 멍청한 투수 코치.”
“뭐?”
“너희들 때문에…….”
순간 통역이 망설인다.
점점 도미닉의 말투가 거칠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말해.”
“무능한 너희들 때문에 썬더스는 우승을 못 할 거다…….”
“허.”
김수한이 중간에서 밀리지만 이미 도미닉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황이었다. 유행운은 1루를 밟은 채로 그 모습을 멀뚱멀뚱 지켜본다.
“공 던질 거야, 안 던질 거야?”
김성철 감독도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
통역에게 전달받은 도미닉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안 던져.”
그 뒤에 말은 보너스였다.
“시밸놈아.”
“그럼 나가. 시발놈아.”
[서울 썬더스에게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지금 도미닉 선수가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거든요.] [아마 투수와 협의가 안 된 고의 사구였던 것 같습니다. 이 판단이 나왔을 때, 도미닉 선수가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거든요. 김수한 선수가 마운드에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일이 이렇게 진행되네요.] [이거 참……. 도미닉은 서울 썬더스에서는 비중이 큰 투순데요. 1회도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면 김성철 감독이 그려 놓은 구상이 모두 무너질 텐데, 이거 참…….] [예, 시즌 중에 5선발로 공을 던졌던 이범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원래 이범수 선수는 포스트 시즌에서는 불펜으로 공을 던졌는데요,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네요.]“하아…….”
김수한이 어지러운 듯 마스크를 잠시 벗고 크게 한숨을 쉰다.
“개판이다, 개판.”
가장 중요한 시점에 1선발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도미닉은 자존심이 강한 투수였다. 그런 투수에게 납득이 안 되는 고의 사구는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그 흥분한 상황에서 공을 던진다 하더라도 결과는 똑같았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도미닉 없이 승부를 할 수는 없다.
다시 돌아오도록 달래야 하는데, 김수한이 그 몫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마음을 가다듬고 자리를 잡는다.
급하게 몸을 풀고 등판한 이범수의 얼굴 표정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김수한이 미트를 든다. 이범수의 공을 몇 차례 받아 본 김수한이 인상을 찌푸렸다.
‘돌겠네.’
공이 구렸다.
구려도 너무 구렸다.
* * *
[ㅋㅋㅋㅋㅋ 썬더스 고오맙닼ㅋㅋㅋㅋ 우리에게 우승을 선물하는구낰ㅋㅋㅋㅋ]└ 시발!
└ 돌성철 시발…….
└ 기어코 성철이 네가 사고를 치는구나!
└ 감독과 싸우는 외국인 용병;;;
└ 도미닉 말이 맞지 ㅅㅂ 무슨 무사 1루에 유행운을 걸러
└ ㅋ 조석찬은 막을 수 있고? ㅋ 지선호는? ㅋ 문혁준은? ㅋ 돌대가리들
└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 아 디지겠다 시발 열받아서
└ 나는 불행합니다 나는 불행합니다 샹
└ 하하하하하하하핳하ㅏㅎ
└ 타팀인뎈ㅋㅋㅋ 진짜 썬더스 존나 웃기닼ㅋㅋ 에이스랑 싸우는 감독 이왜진???
└ ㅋㅋㅋㅋ 지금 불화설 기사 존나 뜨고 있음 ㅎㅎ
└ 아휴 남의 집 일이라 너무 재밌네
└ 우리 집은 포스트시즌 가지도 못했는데 그냥 너무 볼거리가 많고 재밌네
└ 팝콘각
[박준용 뜁니다! 동시에 유행운도 도루 시도! 김수한 포수 마스크를 벗고 3루 송구!]박준용과 유행운이 1, 2루에 동시에 머물면 두 사람은 날뛴다.
박준용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고 간발의 차로 세이프를 건져 냈다. 그리고 도루 저지가 탁월한 김수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탄식했다.
“잡아야 했는데…….”
박준용이 발이 빠른 선수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 견제하고 있었다. 박준용은 느린 커브에 반응했고 유행운 역시도 행동을 맞추었다.
김수한은 2루를 포기하고 확률이 높은 3루를 선택했다. 송구는 정확했지만, 바운드되는 공을 수습한 후 송구한 터라 주자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사 2, 3루. 현재 투 볼 원 스트라이크. 조석찬 선수가 시즌 막바지에 타격감이 물올랐거든요. 오늘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조석찬, 시즌 31개의 홈런을 때렸고 타율도 3할입니다. 지출한 돈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해 주었고 올 시즌, 대전이 우승할 수 있게끔 발판을 만들어 준 선수거든요. 여기서 희생 타점도 충분히 올릴 수 있는 선숩니다.]따아악!
그 말과 동시에 조석찬이 힘껏 공을 잡아당겼다.
좌익수가 뒤로 물러나며 담장 앞에서 공을 포구했고 유행운이 태그업을 재빠르게 시도했다.
[박준용 여유롭게 홈인! 유행운이 서서 3루를 밟습니다.] [공이 멀리 갔어요. 조금 더 힘을 냈다면 홈런이 될 수도 있는 큰 타구였습니다. 아주 살짝 힘이 모자랐네요.] [대전 호크스가 선취점을 가져갑니다. 여전히 득점권에 주자가 머물러 있습니다. 4번 타자 지선호 타석에 들어섭니다.]“왜 그랬을까?”
최정환 감독은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눈치였다.
“행운이가 주자로 나가면 골치 아픈 유형인데, 김 감독은 왜 그랬을까?”
“기죽이려고 했겠죠.”
“그런가?”
“상대 안 해 주면 타자가 심리적으로 위축되잖아요. 그거 말고는 설명이 안 돼요.”
“그렇긴 한데, 행운이가 그걸로 위축될 아인가?”
“아니죠. 걸어서 1루 갔다고 더 좋아할 녀석이죠. 근데 그건 우리만 아는 거잖아요.”
“그렇겠지……?”
지선호가 승부에 들어간다.
이범수는 아직까지는 괜찮은 모습이었다. 아쉽게도 아웃을 잡는 동시에 실점도 했지만, 안타를 맞은 것보다는 낫다.
“후우.”
숨이 찬다.
이범수는 공을 몇 개 던지지도 않았는데, 격하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11월 초는 날이 쌀쌀하다. 더위를 느낄 계절이 아님에도 이범수는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그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거였고 공 하나하나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흐으으읍!”
초구를 던진다.
살짝 빠진 공이 볼 판정을 받았다.
지선호는 신중하게 승부를 이어 간다. 지금 썬더스가 흔들리고 있으니, 이 기회를 제대로 받아먹어야 한다.
대체로 한국 시리즈에서 1승을 먼저 올린 팀이 결국 우승까지 간다. 그 공식이 지금도 통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첫 승은 중요했다.
2구, 바깥으로 흐르는 슬라이더.
“스트라이크.”
3구, 뚝 떨어지는 커브.
“볼.”
유인구를 참아 내고.
지선호가 가볍게 허리를 틀며 몸을 푼다. 지금 이범수의 공이 들쑥날쑥했다. 제구가 잡히는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다.
실투를 기다리고 있던 지선호는 포심이 몰리는 것을 확인하고 배트를 거세게 돌렸다.
따아아악!
휙.
배트를 집어 던진다.
타구를 확인하지 않아도 지금 지선호가 팀의 주장답게 홈런을 때려 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벼락같은 스윙! 좌익수 뒤로! 뒤로! 뒤로! 뒤로! 왼쪽으로! 좌측, 좌측 담장! 시원하게 넘어갑니다! 지선호의 투런포!]경기 흐름은 이미 대전 호크스에게 넘어왔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져 내리고 어느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고 있다.
[대전 호크스의 암흑기를 끝내 버리는 지선호의 시원한 홈런! 팀의 주장이 올 28시즌의 주인공은 대전 호크스라는 것을 증명합니다! 스코어 3:0!]따아아악!
[문혁준! 문혁준! 문혁주우우우운! 생애 첫 한국 시리즈 홈런!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며 1점을 보탭니다! 문혁준의 솔로포!]그 순간.
앰프에서 행복송이 울려 퍼졌다.
대전 호크스는 에이스가 없는 서울 썬더스를 매섭게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1회에 두 방의 홈런으로 시원하게 달아난 대전 호크스는 4회에서도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자, 첫 타석에서는 침묵한 이정우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 선수, 참 파란만장한 야구 인생을 살았어요. 고교 최대어로 부산 마린스에 입단한 이정우, 처음에는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부상으로 기량이 떨어지면서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올 시즌 이정우의 반전은 참 묘했어요. 아시안게임에 차출되어 팀의 젊은 에이스로서 우승에 기여하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 이정우의 인생은 내리막길이었지만, 올해 다시 타자로서 반등에 성공하면서 이렇게 한국 시리즈에도 선발 출장했습니다.] [자, 초구. 바깥에 빠진 볼로 시작합니다.]이정우는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침묵했다.
초구를 볼을 지켜보며 이정우가 마음을 가다듬는다. 현재 스코어는 4점 차로 썬더스를 물리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만한 점수 차는 아니었다.
긍정적인 건 강우성의 오늘 컨디션은 최고조였고 상대에게 안타 하나도 내주지 않고 꽁꽁 틀어막고 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점수를 더 낸다면 경기는 완벽하게 대전으로 넘어온다.
[올 시즌, 이정우 타율 2할 9푼 1리. 홈런은 11개를 때렸습니다. 경기에 자주 뛰지 못했는데, 대타로 나서는 그 순간에도 의미 있는 모습을 많이 보였고 내년에는 대전의 주축 타자가 될 거로 보이는데요.]따악.
[2구, 커트. 배트 스피드 좋습니다. 유인구에도 배트가 잘 따라가네요.]자세를 잡는다.
이범수는 홈런을 두 방 맞았지만, 여전히 마운드에 있다. 서울 썬더스로서는 다른 대체재가 없었다. 조기부터 불펜을 기용한다면 그다음 경기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었다.
이범수가 땀을 뻘뻘 흘리며 온 힘을 다해 공을 뿌린다.
이정우가 테이크백 동작을 간결하게 가져가며 배트를 휘둘렀다.
따아악!
[밀어친 타구! 2루수 키를 넘기는 깨끗한 안타! 이정우, 두 번째 타석 만에 한국 시리즈 첫 안타를 신고합니다!]홈런이면 더 좋았겠지만, 욕심내지 않는다.
오늘 만약 홈런을 신고했다면 이정우는 여자친구에게 청혼할 생각이었다.
이정우가 1루에서 자리를 잡는다. 리드폭을 살살 늘려 가며 이범수의 성질을 건드린다. 이정우는 아직 타자 전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도루 시도 자체가 적은 편이지만, 틈이 보이면 도루를 시도하기도 했다.
[이승현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섭니다. 굉장히 아쉬워 보이죠?] [예, 지금 예상한 공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직구를 노리고 배트를 냈는데, 슬라이더였습니다.]1사 1루.
타석에 들어선 포수 김지환이 볼을 신중하게 지켜본다.
선구안이 좋은 김지환은 투 볼을 얻어 내고 타석에 바짝 붙었다. 이범수가 공을 던진다. 배트를 내려던 김지환이 그 순간, 깊게 들어오는 공에 놀라 배트를 떨어뜨렸다.
[몸에 맞는 공! 팔꿈치에 맞았는데요. 괜찮을까요? 아, 다행히 보호대에 맞았습니다.] [김지환이 놀라서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아무래도 팀에서 주전 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높습니다.]김지환이 심호흡을 한다.
시즌 중에 타자의 배트에 맞기도 하고 블로킹을 하다가 공을 얻어맞기도 하고 파울 타구에 정강이를 가격당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김지환은 포수 중에서도 공에 자주 맞는 선수였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보호대가 있는 위치에 공을 맞았다.
[1사 1, 2루. 상위 타순으로 찬스가 연결됩니다.]유행운이 입맛을 다신다.
오늘 아직 수확이 별로 없는 유행운이었다. 상대의 고의 사구 덕분에 득점까지 해낼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침묵이었다.
“형.”
타석에 나서는 박준용을 보며 말했다.
“병살만 치지 마세요.”
살벌하다.
지금 유행운은 찬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타자는 득점권 찬스에서 타석에 서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하는데, 유행운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다.
여기서 하나를 치면 타점이었고 긴장한 투수를 약 올리는 것도 즐겼다.
“흐, 알았다.”
박준용이 협박을 받고 타석에 섰다.
유행운은 박준용의 타격을 지켜보았다. 초구에 거대한 선풍기를 생성한 박준용이 멋쩍은 듯 헬멧을 탁 쳤다.
따악!
“에이.”
유행운이 혀를 찬다.
내야에 높게 뜬 타구.
“혼죽혼.”
아웃카운트를 더하는 박준용을 보며 유행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어찌 되었든 찬스는 이어졌다.
유행운이 타석에 서서 흙을 골랐다. 여기서 점수를 확실히 내고 승기를 잡겠다는 생각뿐이다.
이범수가 숨을 몰아쉬며 유행운을 보았다.
히죽, 웃고 있는 그 얼굴에 이범수는 순간 소름이 돋는다.
‘나 저놈 싫은데…….’
싫어도 상대해야 한다.
김성철 감독은 그에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5회까지 해결하라는 특명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유행운이 연습 스윙을 하고 배팅 장갑을 조여 낀다. 눈으로 1루와 2루를 확인한 유행운이 타격 자세를 취했다.
“흡!”
초구는 슬라이더.
김수한 포수가 생각하기에 오늘 이범수의 변화구 중에 가장 쓸 만한 구종은 슬라이더였다.
유행운이 빠르게 배트를 낸다.
바깥으로 흐르는 궤적을 따라간 배트는 그대로 공을 결대로 밀어 쳤다.
따아악!
[1루수 옆을 스쳐 지나가는 강한 타구! 이정우, 3루 지나 홈으로! 1루 주자 김지환 3루, 3루! 아! 멈춤 지시를 받습니다! 유행운, 2루 가려다 정지! 다시 1루로 돌아가는 유행운! 1타점 적시타!]유행운이 1루로 돌아와 베이스를 밟으며 김지환을 보았다.
“아, 형…….”
똥차야?
* * *
[대전 호크스가 왕좌에 한 걸음 성큼 다가갑니다! 최종 스코어 6:0! 강우성의 완봉승! 대전 호크스가 한국 시리즈 첫 승을 올립니다! 오늘의 MVP는 만장일치 강우성! 쾌조의 스타트를 끊은 대전 호크스! 광고 보시고 다시 오셔서 오늘의 MVP 강우성 선수의 인터뷰는 물론, 대전의 영원한 4번 타자 지선호 선수의 인터뷰까지 기대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