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41
141. 잊지 마세요
강우성은 대전 호크스를 대표하는 투수지만, 그 이상으로 대단한 투수였다.
쉽게 말하자면 KBO를 대표하는 레전드 투수였다. 그런 투수가 어쩌다가 최하위를 전전하는 팀에 나타났을까?
[소년가장이 드디어 왕좌에 오르는구나 ㅠㅠㅠㅠㅠㅠ]└ 집 떠나 미국으로 독립할 때도 300억 주고 떠난 찐 소년가장…….
└ 우성이가 진짜 갓우성이 됐다
└ 승패패패패…….
└ 이제는 승승승승패가 됐음 아니면 승승승패패?
└ ㅠㅠㅠㅠㅠㅠ 진짜 갓우성 눈물 남
└ 노히트노런 도전하나요???
└ 4회까지 노히트……. 진짜 갓이다
└ 사랑합니다 사랑해요 진심으로
└ 시발 이건 뭐……. 강우성은 사기템 아니냐???
4회까지 강우성은 단 한 타자도 출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게임 같은 대기록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마운드에 있는 한, 단 한 타자도 출루하지 않겠다는 의지만 불태울 뿐이었다.
완급 조절의 대명사로 불리는 강우성은 단 하나의 공에도 온 힘을 쏟았다. 불펜에는 코리 윈스턴이 대기하고 있었고 그 외 불펜 투수도 마찬가지였다.
여차하면 다음 날 선발로 예정되어 있는 윤규민까지 쏟아부을 준비를 하는 최정환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우승을 결정지을 발판이 만들어진다면 총력전을 벌일 생각이었다.
[4회 초, 이번에도 강우성 선수는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1회 말 박준용의 안타와 유행운의 2루타로 선취점을 뽑은 대전 호크스. 우승을 낙관하기에는 점수 차가 타이트합니다. 1점 차의 리드를 안고 있는 것도 강우성이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노련한 선숩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전력투구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우승을 향한 강우성 선수의 바람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스코어 0:1.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기에 양 팀 모두 총력을 다해 상대를 막아 내고 있었다. 강우성은 상대 팀 입장에서는 난공불락 그 자체였다.
안타 하나 치기도 힘든 상대.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때보다 더 혼신의 힘을 다하는 강우성은 쉽게 넘을 수 없는 투수였다.
서울 썬더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워크에식이 좋은 헤이든 역시도 서울 썬더스를 이끌고 있다. 지난 2차전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던 헤이든은 이 경기에 온 힘을 다 쏟고 있었다.
[헤이든, 지지 않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유행운에게 맞은 2루타가 결정적이었고 그 이후에는 결점이 없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3회 말, 유행운이 투 아웃 상황에서 출루에 성공했지만, 후속 안타를 맞지 않았습니다.] [4회 말, 헤이든 역시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 내면서 명품 투수전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한 가지 흠이라면 역시 1회 말에 나온 1타점 적시타겠죠.] [자, 대전 호크스가 오늘 경기를 잡고 통합 우승을 결정지을지, 아니면 서울 썬더스가 역전승을 이루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5회 초, 시작합니다.]* * *
“제발!”
진풍경이다.
국가대표 경기도 아닌데, 대전 호크스 신구장 근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근처 광장에서는 거리 응원도 함께하고 있었다.
술집에서는 함께 모여 경기 중계를 보며 응원했다. 대전 시민 모두가 대전 호크스를 응원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삼진!”
강우성이 삼진을 잡으면 다 같이 만세를 외치며 좋아한다.
서울 썬더스와 다른 점이 바로 이거였다. 강팀이었던 서울 썬더스는 우승을 자주 경험해 보았지만, 대전 호크스는 21세기에 우승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가을야구는 다른 팀의 잔치였고 대전 호크스는 탈꼴찌만 해도 만족했었다. 그마저도 최근에는 4할 승률도 못 지키고 꼴찌만 전전했으니, 지금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노잼 도시라 불리는 대전에서는 보기 드문 볼거리였다. 그것도 항상 못한다던 지역 야구팀이 정규 시즌 우승을 했단다. 게다가 통합 우승까지는 딱 한 걸음 남았단다.
“응원? 못 참지!”
그게 정답이다. 게다가 득점이나 안타가 나와도 하늘에 불꽃을 쏘아 올린다.
멀리서도 보이는 화려한 불꽃.
평일에도 축제였고 주말에는 사람 환장하게 만든다. 마치 불나방처럼 불꽃에 반응한다. 특히 노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응원가가 흘러나온다.
강우성이 5회 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땅볼 유도로 성공하는 순간이었고 다들 거나하게 취한 사람처럼 손뼉을 치고 손을 흔들며 어깨 뒤로 넘겼다.
대전 호크스 하면 행복송.
행복송 하면 대전 호크스였다.
“진짜 우승하는겨?”
“세상에 대전 호크스가 우승하다니…….”
대전 호크스가 우승?
그것도 통합 우승? 그 임팩트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지구가 멸망하려나?”
“잠깐만.”
“응?”
“아직 우승 안 했어.”
“정규 시즌은 우승이라며.”
“어어. 근데 통합은 아직이야.”
“만약에 하면?”
“만약 통합 우승 하면…….”
지구가 망하려나 보지.
* * *
“미치겠네.”
밥값을 안 한다.
강우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쉬었다.
지금까지 그는 보살이었다. 선발 투수로서 경기에 나설 때, 득점이 나오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하지만 대전 호크스에서 뛰는 동안 패배에 익숙해졌고 득점이 나오지 않는 것도 담담해졌다.
전성기 시절에는 완봉승도 밥 먹듯이 했고 완투승도 흔한 일이었다. 지금은 이제 나이가 들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그게 가장 슬펐다.
전력투구를 하며 경기 끝까지 뛸 체력이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우성아. 6회까지 괜찮겠냐?”
최정환 감독이 조심스럽게 묻는다.
평소의 강우성이라면 6이닝 정도는 개껌 씹듯이 쉽게 해결했겠지만, 오늘은 1회부터 전력투구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건 모두 3선발인 코리 윈스턴이 불펜 투수로 대기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후속 투수가 계산이 서는 투수였기에 전력투구를 지시했고 강우성 역시도 동의했다.
“괜찮아요. 아직은.”
지금 이 순간, 강우성은 투혼을 불태운다.
그는 영리한 투수였다. 매 경기 투혼을 불태우지 않는다. 투수에게 어깨는 소모품이었다. 팔꿈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수술을 두 차례 한 강우성은 어깨와 팔꿈치를 아껴도 소모도를 줄일 수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투혼을 불태우는 일은 단 두 차례 있었는데, 한 번은 군 면제가 걸린 순간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미국 진출하여 첫 선발 투수로 나설 때였다.
그 두 차례 뒤에는 체력 안배는 물론 어깨와 팔꿈치를 최대한 아꼈다.
“6회는 막을게요.”
투혼을 불태운다.
지금 이 순간은 우승을 위해서였다.
선수로서 우승을 맛본 건 아시안게임에서의 금메달이 최초였다. 고교 시절은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어깨를 갈아 우승을 하긴 했지만, 그에게 선수로서 첫 쓰라림을 준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저 믿으시죠?”
“내가 말 안 했나?”
최정환 감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선수 중에 너를 가장 믿는다.”
“행운이 아니었고요?”
“행운이도 믿지만, 에이스 존재감은 아니지.”
사실이다.
야구에서 에이스의 존재감은 그 누구와도 쉽게 비교할 수 없다. 강우성이 흡족한 듯 미소를 짓고 더그아웃에서 나갔다.
5회 말에도 기대하던 추가 득점이 나오지 않았다.
[스윙! 여덟 번째 삼진을 잡는 강우성!] [이야, 오늘 강우성 선수는 정말 대단합니다. 출루를 지금까지 허용하지 않고 있어요.]그가 지금 이 순간 해야 할 일은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일이다.
[코리 윈스턴이 불펜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외의 선수는 없는 걸 보니, 강우성 이후 등판할 투수는 윈스턴으로 보이죠?] [네, 지난 경기에서 퀵후크를 했던 만큼, 윈스턴의 체력엔 문제가 없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죠. 아무리 총력전이라 해도 윤규민 선수를 앞뒤 재지 않고 바로 기용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있으니까요.]따악!
초구부터 강하게 돌린 타자가 미간을 찌푸린다. 유격수 정면 타구를 부드럽게 잡아 낸 유행운이 한 바퀴 돌며 송구했다.
파앙!
1루수 미트에 가볍게 공이 들어온다. 강우성이 심호흡을 하며 로진백을 주워 들었다. 9번 타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하위 타순인 만큼 긴장감은 덜할지언정, 여기는 한국 시리즈였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방심은 결코 하지 않는다.
[초구 스트라이크. 몸쪽에 들어간 공이 절묘했어요. 타자가 엉덩이를 뒤로 뺐는데, 걸치는 공이었죠.]부웅!
체인지업에 타자가 반응했지만, 배트가 허공을 가른다. 강우성이 심호흡을 하고 바로 투구에 들어갔다.
따악!
또다시 던진 체인지업은 포수 뒤로 넘어가는 파울이었다. 그물에 걸린 타구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다.
따악!
따악!
연거푸 강우성의 공을 커트한다.
쉽지 않다는 듯 잠시 강우성이 로진백을 주워 들고 주변을 살폈다. 오늘도 만원 관중. 주황색 유니폼이 곳곳에 보였고 1루는 물론 3루와 외야에서도 호크스 깃발이 흩날리고 있었다.
할 수 있다.
그 생각을 하며 커브 그립을 잡았다.
[6구 승부! 타자 배트를 내다가 참습니다! 판정은 세이프! 원 볼 투 스트라이크! 승부가 길어지네요.]강우성은 다시금 커브 그립을 잡았다.
상대는 카운트 싸움에 몰린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유인구였다.
“흡!”
숨을 내뱉으며 공을 뿌린다.
상대의 배트가 움직였고 중간에 참았지만.
“스트라이크!”
아래 하단에 걸치는 절묘한 슬로우 커브였다.
일부러 더 속도를 줄였고 낙차 폭을 더 크게 하여 던졌다. 눈높이보다 높은 곳에서 느리게 떨어지는 커브 볼에 타자는 꼼짝도 못 했고 그 공은 존을 통과했다.
[와, 대단합니다……. 커브 구속이 101km/h였어요. 엄청나게 느린 커브인데, 낙차 폭이 워낙 커서 타자가 손도 못 댔습니다.] [전매특허죠. 연거푸 커브를 던졌는데, 이마저도 속도 조절을 해요. 타자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6회 초, 삼자범퇴로 강우성이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은 채 이닝을 마칩니다. 6회 말, 대전 호크스는 상위 타순부터 공격이 시작됩니다.]* * *
야구는 분위기 싸움이다.
유행운은 오늘 제 몫을 해냈지만, 아직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 강우성이 제 몫을 해내고 이제 후속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긴다.
아이싱을 한 강우성은 뭔가 아쉬운 눈치였고 그 아쉬움을 달래 주기 위해서는 점수가 필요했다.
따아악!
1번 타자 박준용이 1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치고 출루에 성공했다.
엄지와 중지를 쫙 벌리고 들어 올리며 V2에 대한 열망을 보인 박준용은 이어서 타석에 들어서는 유행운을 응시했다.
유행운은 대단한 타자였다.
앞으로 KBO에 이런 타자가 또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인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오늘도 적시타를 때려 낸 유행운이었고 그의 앞에서 출루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1구,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슬라이더.
“볼.”
2구, 높은 패스트볼.
“볼.”
3구, 몸쪽에 들어오는 포심 패스트볼.
“스트라이크.”
카운트 싸움을 치열하게 이어 간다.
헤이든은 유행운을 경계하고 있었다. 오늘 가장 타격감이 좋은 타자는 유행운이었고 그에게 1회 얻어맞은 적시타가 아직도 얼얼했다.
[유인구! 타자 배트 내지 않고 그대로 지켜봅니다. 볼이 세 개. 이제 유행운에게는 히팅 타이밍이 왔는데요.] [하나 지켜볼까요? 유행운 성향으로 보아 나쁜 공에는 손이 나가지 않는데, 이번 공이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무사 1루.
헤이든이 커브 그립을 잡는다. 유인구였지만, 볼이 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상대는 강타자이니 볼넷으로 걸어 나간다 하더라도 정면 승부는 피한다.
발을 차올리고 강하게 공을 뿌렸다. 유행운이 배트를 내며 뚝 떨어지는 커브를 걷어 냈다.
공에 맞은 뒷그물이 출렁인다.
[커트! 커브 궤적이 괜찮았는데 타자의 배트가 따라갑니다. 그냥 헛스윙으로 그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풀카운트 승부!]헤이든이 다시금 커브 그립을 잡는다.
낮은 볼에 약점을 보이는 선수가 유행운이었다. 풀카운트 승부인 만큼 배트는 더 쉽게 끌려 나올 것이다.
커브 궤적을 따라가 공을 맞힌 것이 조금 걸리지만, 아직 약점을 완벽하게 극복하기에는 그 시기가 이르다. 그렇게 생각했다.
“키는 2cm가 더 컸고.”
관중석에는 유행운의 에이전트 채리원이 와 있었다.
대전에는 그의 소속 선수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선호와 유행운은 물론 최근 FA를 눈앞에 둔 문혁준까지 영입에 성공했다.
“몸무게도 고교 시절과 비교하면 5kg나 붙었어.”
리원의 모든 소속 선수에게 관심을 기울이지만, 유행운은 특히 특별하다.
데뷔 첫해부터 MVP와 신인왕을 동시 석권할 선수였으며 포지션은 다르지만, 강우성의 뒤를 이을 대전의 슈퍼스타였다.
현재 유행운은 키가 자라 183cm가 되었으며 몸무게는 80kg였다. 경원상고를 졸업한 후에 몸 불리기에 돌입했고,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 지금 그 몸을 유지하고 있었다.
최근 정규 시즌을 마친 후에 조금 더 체중을 늘렸다는데, 정확한 몸무게는 81kg 정도 될 듯했다.
“커브를 공략하면…….”
계산기를 두드린다.
한국 시리즈가 끝나면 연봉 협상이 기다린다. 올해 채리원은 대전 호크스 소속 선수에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중에서는 첫 연봉 협상에 돌입할 유행운도 중요했고 그간 성적만큼의 연봉을 받을 수 없었던 지선호 역시 잔뜩 벼르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낮은 볼을 걷어 내 장타를 만들 수 있다면?
유행운의 유일한 약점이라고 하던 낮은 볼까지 공략해 낸다면?
“어!”
그 순간, 헤이든의 손에서 공이 떠나갔고 유행운이 무게 중심 이동과 함께 배트를 매섭게 냈다.
따아아악!
타격음이 울려 퍼지고 채리원이 벌떡 일어났다.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고 무섭게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았다.
“신이시여…….”
채리원은 신을 믿지 않는다.
돈에 미친 여자답게 그는 돈을 믿는다. 돈이 곧 실력이었고 돈이 곧 실적이었으며 돈이 곧 희망이다.
“감사합니다……!”
두 손을 모으고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본다.
유행운은 정규 시즌을 마치고 낮은 공에 대처하기 위해서 몸 관리를 철저하게 했다. 밸런스가 깨지지 않을 선에서 근육을 만들었고 하체는 확실히 더 튼실해졌다.
“저에게 행운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돈의 신이여!
* * *
유행운이 낮은 공을 공략하여 홈런을 만들었다.
타이트하게 흘러가던 경기 내용을 뒤흔드는 홈런이었고 야구장의 분위기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던 보스턴의 메이슨 역시도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허허 웃을 뿐이었다.
약점을 완벽하게 보완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간 약점을 보이던 코스를 공략했다는 건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커브의 각도가 밋밋했고 조금 더 깊게 내려갔다면 헛스윙으로 물러날 수도 있었지만, 어찌 되었든 어퍼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었다.
“메이슨 씨!”
분위기는 흥겹다.
메이슨은 외야에서 유행운을 지켜보고 있었다. 원체 티켓을 구하기가 힘들어 외야석도 감지덕지였다.
그만큼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대전 호크스의 팬들의 설움이 많이 쌓여 있었다. 웃돈을 걸어서 외야도 겨우 사수한 메이슨이었다.
그의 핸드폰에서는 오늘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유행운의 폼을 면밀히 체크하고 있다.
아직 KBO에 묶여 있는 신분이지만, 지금 이 기세라면 필시 미국에 온다. 오지 않고서는 못 배길 폼이었다.
“메이슨 씨!”
등 뒤로 여자 목소리가 가늘게 들렸다.
유행운의 홈런으로 야구장이 함성 소리와 앰프 소리로 떠들썩해서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보셨어요? 네?”
선글라스를 손에 든 채로 채리원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메이슨은 사람 좋은 얼굴로 채리원을 보고 있었다. 저 여자는 대체 어떻게 자신이 여기에 와 있는 걸 아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지금 한국 시리즈는 매진이었다. 이 많은 사람 속에서 메이슨을 기어코 찾아내는 채리원이 놀랍기만 한 메이슨이었다.
“외야에서 보셨나 보군요?”
“아니요. 저 내야 2층에서 보고 있었어요.”
“그럼 나를 어떻게…….”
“외국인 찾는 거 쉽죠. 경기 전에 외야까지 돌고 나면 완벽하게 찾을 수 있어요.”
채리원이 빙긋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사람들 사이에 끼인 채로 계단에서 악수를 하다가 욕을 먹은 두 사람이 자세를 낮추었다.
“여기까지 날 찾아온 이유가?”
“아, 반가워서요.”
채리원이 미소를 지으며 선글라스를 도로 꼈다.
“잊지 말라는 말도 하고 싶고요.”
결론은 보스턴에서 유행운을 잊지 말고 계속 지켜보라는 뜻이었다. 선수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관심이 있어야 한다.
해리슨 박은 이미 뒤편에 밀렸고, 지금 채리원이 집중하는 상대는 보스턴이었다. 아직은 이른 시점이지만 원래 모든 일에는 빌드업이 필요했다.
“잊지 마세요.”
우리 유행운 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