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44
144. 왜 눈물이 나냐
“오늘 강수현 선수를 응원하러 경원상고 출신 프로 선수들이 경기장을 찾아왔어요. 올 시즌 신인왕, MVP 수상이 유력한 대전 호크스 유격수 유행운 선수. 그리고 대전 호크스 새로운 클로저 백유진 선수에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민현웅 선수까지.”
“한 명 더 있어요.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동갑이라 친한 거 같은데. 인천 바이킹스 소속 이주영 선수도 응원하러 왔습니다. 이 선수들이 한국 야구를 이끌어 갈 황금세대 아니겠습니까? 작년까지만 해도 세대교체가 잘 안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올해 정말 좋은 신인 선수들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어요.”
강수현은 대학 올스타에 뽑혔고 그만큼 대학리그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었다.
2학년이 되는 내년에 얼리드래프트 자격이 주어지는 강수현은 프로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오늘 이 경기에서 조금이라도 눈에 띄기 위해 절실히 준비했다.
대학 올스타.
이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다. 그 생각으로 오늘 경기를 준비한 강수현은…….
“도움이 1도 안 되는 것들…….”
자신에게 비춰져야 할 포커스가 모두 웬수들에게로 흘러갔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응원하러 오겠다는 말에 순간 고마웠다. 하지만 어쩌면 저 스타들에게 비중이 쏠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메라 한 대는 아예 유행운 일행을 비추고 있었고, 강수현을 응원하러 왔다던 웬수들은 정작 강수현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느낌이 온다.
느낌이.
“나 묻힐 것 같아…….”
안타를 쳐도 카메라는 저들을 잡을 거라는 생각이.
강수현의 모습보다는 저들의 리액션을 중점으로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왜 눈물이 나냐…….”
경기를 준비하면서 배트를 휘두르던 강수현은 눈앞이 흐려짐을 느꼈다.
* * *
“경기 전에 인터뷰 하나 가자.”
“유행운 선수요?”
“어어. 다 따.”
“옆에 여자분은 예비 신부 같은데…….”
“할 수 있는 건 다 따.”
이게 웬 횡재냐?
무적야구 메인 프로듀서의 얼굴이 환해졌다. 유행운을 비롯한 프로 선수들이 직관을 하러 오겠다는 말에 냉큼 얼굴이 잘 보이는 테이블석으로 준비했다.
유행운은 말 그대로 KBO가 낳은 최고의 슈퍼스타였다.
강우성 이후로 신인왕과 MVP를 독식한 선수가 없었다. 이번에 대전 호크스에서 또 대박 히트 상품을 배출한 것과 동시에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만년 꼴찌팀이었던 대전 호크스는 반란을 일으키며 28시즌 챔피언이 되었다.
그 서사도 군침이 싹 도는데, 잘생긴 백유진까지 함께했다. 게다가 이주영과 민현웅까지. 이들은 한국 야구 미래를 이끌어 갈 황금세대로 불리는 선수들이었다.
“뽑을 수 있는 건 다 뽑아내.”
실실 웃으며 조연출에게 지시하고.
급하게 인터뷰 질문지를 준비하는 메인 작가를 보며 말했다.
“김 작가님, 예고감 좀 뽑아 봅시다.”
“말해 뭐 해요. 백유진 선수 얼굴만 봐도 예고감이지.”
“아, 그렇지, 그렇지.”
근데.
“저 선수가 그렇게 잘생긴 건가?”
그 말과 동시에 질문지를 열심히 작성하던 작가진들 사이에서 숨 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다. 메인 작가가 고개를 돌려 메인 피디를 바라본다.
“피디님.”
“네?”
“거울 안 보세요?”
“보는데…….”
“제대로 보세요.”
“…….”
“제대로 거울 보고도 모르겠으면 안과 가 보시고요.”
“안과는 왜…….”
“시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거 같으니까요.”
할 말이 없어졌다.
메인 피디가 모른 체하며 다른 할 일을 했고 메인 작가는 질문지를 들고 황금세대라 불리는 선수들을 인터뷰하러 움직였다.
테이블석에 앉은 유행운은 열심히 사인 중이었다.
무적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는 10구단 팬도 있었다. 유행운을 비롯해 이주영과 백유진도 바빴다.
민현웅도 유명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사실 미국에서 뛰는 선수라 네임 밸류가 조금 떨어졌다. 마이너리그를 탈출하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KBO에서 뛰는 국내 선수보다 유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 사인은 필요 없나요? 미래의 메이저리거가 될 사람, 미래의 국대 4번 타자가 될 사람의 사인은 필요 없나요?”
민현웅이 매직을 들고 흔든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
처음에는 같은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에 사인을 요청하던 사람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관심이 뚝 끊긴 상황이었다.
“안녕하세요. 잠깐 인터뷰 괜찮을까요?”
사인을 하던 유행운이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보았다.
동시에 이주영과 백유진도 마찬가지였다. 민현웅은 엉덩이가 들썩거렸다. 방송 카메라라는 존재가 민현웅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오늘 강수현 선수 응원하러 오셨다고 들었어요.”
그 질문에 민현웅이 즉각 대답했다.
“아니요!”
뒤를 이어서 이주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놀러 온 건데요.”
백유진은 말없이 미소를 짓는 순간, 카메라는 그 미소에 홀려 줌인을 해 버렸다. 백유진의 얼굴이 카메라에 가득 담기자 뭔가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줌아웃을 한다.
“강수현 선수 응원하러 온 거 아니에요?”
“아닌데요. 저는 무적야구 응원하러 왔어요.”
유행운마저도 손절한다.
사실은 강수현을 응원하러 왔지만, 괜히 장난기가 발동되었다. 화기애애한 인터뷰가 이어지는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강수현은 캐치볼을 하다 말고 관중석을 응시하고 있었다. 카메라맨 두 명이 테이블석 앞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위치는 친구들의 자리였다.
“웬수들…….”
느낌이 딱 왔다.
방송으로 경기를 뛰는 자신보다 저 웬수들이 더 많이 나올 거라는 직감이.
* * *
따아악!
강수현이 1회 초, 1번 타자로 나와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뭐야. 생각보다 잘하는데?”
민현웅이 놀라운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행운 역시도 의외라는 듯 눈이 살짝 커졌다. 백유진도 흥미롭게 지켜봤고 이주영은 관심이 없었다.
“쟤 쓸데없는 버릇 많이 고쳤다.”
일전에 무적야구와의 대결 전에 강수현의 타격폼을 봐준 유행운이 이번에는 긍정적인 미소를 지었다.
원래 강수현의 타격은 딜레이가 심했다. 타격에 들어가는 그 직전까지도 자잘한 동작이 많았는데, 한결 깔끔해졌다.
눈물을 한바탕 쏟고 나더니 정신을 차렸는지, 자신의 단점을 조금이나마 고친 모습에 유행운은 역시 말 안 듣는 놈은 매가 답이라는 생각을 했다.
“오.”
수비도 생각보다 늘었다.
강수현이 대시를 할 줄 안다. 정면 타구도 대시하며 받아 내지 못하고 뒤에서 안전하게 포구했었는데, 이제는 전진하면서 수비가 가능해졌다.
그 당연한 수비를 못 하는 선수가 프로에도 존재한다. 발 빠른 주자에 느린 타구일 경우엔 대시하며 수비를 진행해야 하는데, 그 스킬이 안 되니 뒤에서 받고 내야 안타를 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선수가 과거 대전 호크스에도 존재했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지금 강수현의 수비는 한 단계 스텝업 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근데 쟤는 2루수가 최선이야? 솔직히 2루수로는 경쟁하기 좀 힘들잖아.”
이주영이 오징어를 뜯으며 물었다.
“어, 최선이야.”
유행운이 냉정하게 대답했다.
“다른 포지션 하기에는 어깨가 좀 약해. 외야수도 어깨가 약해서 불가능하고. 쟤한테 딱 맞는 포지션은 2루가 맞긴 해.”
냉정하지만 사실이다.
프로에서는 여러 포지션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었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오직 하나의 포지션만 볼 수 있다면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다.
동포지션에서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 강수현은 아직도 고쳐야 할 부분이 있지만, 생각보다 착실히 나아가고 있기는 했다.
“타구 반응 속도만 좀 키우면 수비는 괜찮을 것 같은데.”
유행운이 강수현의 플레이를 낱낱이 파악하고 분석한다.
강수현이 내년 얼리드래프트에 참가할 거라면 반드시 고쳐야 할 부분을 체크하고 전달해 줄 생각이었다.
항상 구박하고 타박하지만, 같은 학교 출신인 동기가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었다.
경기는 팽팽했다.
대학리그에서 가장 잘 뛰는 선수만 모아 놓았기에 단순한 대학팀과는 결이 달랐다. 그 사이에서 강수현이 빛나는 건 사실이었다.
‘의외로 진짜 프로 갈 수도…….’
지난 1회차에서 강수현은 프로 문턱도 못 밟아 보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 이후에는 사설 아카데미 코치나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기는 했다.
6회 초.
1사 1, 2루 찬스에서 강수현이 타석에 섰고 진중한 얼굴이 카메라에 잡혔다. 사실 기대감은 없다. 없었는데.
따아아악!
“엥?”
딱 보기에도 잘 맞은 타구.
쭉 뻗어 가는 공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유행운을 비롯해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백유진, 민현웅, 이주영은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뜬볼이겠거니.
지금까지 강수현이 홈런을 친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 넘어갑니다……! 강수현 선수가 결국 투심을 그대로 받아 쳐서 담장을 넘겼어요. 순식간에 점수가 벌어집니다.] [이 선수, 대학리그에서 통산 홈런이 1개거든요? 이야……. 여기서 네, 홈런을 만드네요…….]유행운의 눈이 커졌다.
민현웅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백유진도 놀랐는지, 들고 있던 생수병을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다.
“고척이 이렇게 작았나……?”
의문을 표하는 민현웅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볐다.
그리고.
“야, 카메라 있어.”
이주영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동시에 벌떡 일어나 박수를 쳤다. 마치 친구의 홈런을 기대했다는 듯, 당연히 한 방 보여 줄 거라 믿었다는 듯이.
방송 카메라는 그렇게 사람을 조종할 정도로 무서웠다.
* * *
“이럴 줄 알았어…….”
[대학 올스타팀을 응원하러 온 황금세대 4인방!] [대전의 슈퍼루키 유행운! 뉴욕 양키스 유망주 민현웅! 대전의 꽃미남 클로저 백유진! 인천이 자랑하는 신인 이주영!]한 달 후.
무적야구 예고가 흘러나왔다. 역시나 시작부터 황금세대라는 별칭과 함께 강수현을 응원하러 온 친구들이 비춰졌다.
[하지만!] [“아닌데요. 저는 무적야구 응원하러 왔어요.”]유행운이 예고편에서 강수현을 손절한다.
그 모습에 강수현이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무적야구를 응원하러 온 대전의 황태자 유행운?!]참 나.
어이가 없다.
[막강 대학 올스타를 상대하는 무적야구 빅토리즈!] [과연 그 승부는……!] [연말 특집 무적야구! 12월 31일 대학 올스타전 대공개!]강수현의 얼굴은 나오지 않았다.
홈런 장면이 나오기는 했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고 날아가는 타구와 흔들리는 투수의 눈빛만 잡혔을 뿐이었다.
무적야구에서 홈런을 쳤을 때, 강수현은 정말 기뻤다. 발 빠른 똑딱이 유형이었던 강수현인 만큼 홈런은 진귀한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손맛이라는 걸 느껴 봤고 덕분에 승리도 거머쥐었다. 하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승리의 주역은 예고편에 온데간데없고.
자신을 보러 온 친구들만 꽉 찼다.
“하.”
문득 생각한다.
“내가 꼭 성공한다……!”
의지를 다지게 된다.
유명세에 따라 대우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딘가 울적해진 강수현이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을 청하려다가 벌떡 일어났다.
“…….”
옷을 갈아입고 책상 밑에 놓았던 야구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선다. 그 얼굴에는 결연함이 담겨 있었고 성공에 대한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 * *
[대전 호크스 유행운 결혼 …… “행복하게 잘 살겠다.”] [유행운, 초고속 결혼 이유? “이 사람을 놓치면 평생 결혼 못 했을 것”]└ 행운이 행복해보인다
└ 턱시도 잘 어울리네~~~
└ 백유진 우냐?
└ ㅇㅇ 지서노가 사진 올림 백유진 오열함
└ 지가 결혼하냐 왜 우냐
└ 근데 저건 슬퍼서 우는게 아님 ㅇㅇ 분해서 우는 거
└ 존나 웃곀ㅋㅋㅋㅋ
└ 강우성이 영상 올렸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갓우성 애기 데리고 결혼식 갔네 ㅋㅋㅋ
└ ㅅㅂ ㅋㅋㅋㅋ 진짜 오열이노 ㅋㅋㅋㅋ
└ 백유진 왜 오열하냐곸ㅋㅋㅋ
└ 아 개웃곀ㅋㅋㅋ
└ 찐 선남선녀닼ㅋㅋㅋ
└ 이제 분유파워를 보여줘~~~~
└ 당장 애 낳을 생각 없다던데
└ 그럼 결혼파워 보여줘~~~~
└ 결혼파워?? 존나 좋지
└ 캬 행운이 내년에는 얼마나 잘하려고 결혼을 햐~~
└ 우승도 하고 결혼도 하고 예쁜 와이프 있고 유행운 다 가짐 ㅋ
└ 행운이는 행복해도 돼 ㅋ 대전에 우승을 선물함
└ 22 행운이는 행복해도 됨
└ 333 ㅇㅈ
└ 4444 행복해라 행운아
12월의 신랑 신부가 탄생했다.
유행운은 많은 사람의 축복 속에서 결혼을 했고 그 얼굴에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