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46
146. 아시안게임
“신혼인데 미국 가도 됨?”
“거기가 따뜻하니까.”
“누나랑 같이 가지.”
“누나도 할 일이 있는데, 어떻게 같이 가자고 해.”
민현웅과 함께 훈련을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국에서 있었던 일과 정보를 듣고 싶어서 동행하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건 민현웅도 마찬가지였는데, 미국에서 뛰다 보니까 국내 리그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유행운은 현지에서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고 LA에서 본격적으로 개인 훈련을 진행했다. 유행운은 벌써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선수였다.
데뷔하자마자 신인왕과 MVP를 거머쥐었고 타격왕에도 올랐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대전 호크스를 우승으로 이끈 주역 중 한 명이었으니 미국에서도 관심을 보일 만했다.
민현웅 역시도 몸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민현웅은 동양인으로 보면 타고난 신체 조건이 좋았지만, 큰물을 경험하니 더욱 몸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시즌 중에도 몸무게를 조금씩 늘린 민현웅은 벌크업에 돌입했다. 유격수보다는 수비 비중이 낮으니, 몸을 키우는 일에 큰 부담감이 없었다.
“자, 다시!”
근력을 키우고 유연성도 끌어올린다.
부상 방지를 위해서는 유연성이 중요했다. 운동을 하면서 중간 쉬는 시간에 대화를 나누었는데, 민현웅 역시도 군대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나 내년에 아시안게임 차출 안 되겠지?”
“응.”
“너무 단언하는 거 아님?”
“메이저 콜업되는 거 아닌 이상 힘들지.”
“시범 경기 엔트리에는 넣어 줄 것 같은데…….”
“너 말고도 유망주 널렸잖아. 작년 트리플에서 뛰던 애들 먼저 시험해 볼 것 같은데.”
“그것도 맞지.”
민현웅이 다리를 벌린다.
좌우로 몸을 숙이며 스트레칭을 하던 민현웅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기회 있을 것 같아.”
“확실히 루키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낫지.”
“야구 잘하면 어떻게든 군 면제 기회는 와.”
KBO에서는 미국 진출을 한 유망주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야구만 잘한다면 다 극복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무력시위를 하는 선수를 외면할 나라는 없었다. 민현웅이 미국에서 자리를 잡는다면 국대 차출은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민현웅이 미국에서 성공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씻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유행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심 식사를 뒤 오후에 타격 연습을 하고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 * *
[2029 도하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공개]└ 미필 3명 제한이지?
└ ㅇㅇ 윤규민 유행운 백유진 딱이다
└ 면제 반드시 받아야 한다…….
└ 요즘 유행운 졸라 잘하던데
└ 행운신이 못한 적도 있냐??
└ ㅇㅈ 유행운은 못했던 적이 없다
└ 선발 윤규민 넣은 거 보면 1선발은 완성각
└ ㅋㅋㅋ 군필도 꽤 섞였네 김땡중도 엔트리 들어감
KBO 2029시즌.
프로 구단뿐만 아니라 국내 야구팬에게도 중심이 되는 화제가 바로 국가대표였다. 특히 군 면제가 걸린 국제 대회에는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다.
신체가 건강한 한국 국적 남자에게 군대는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운동선수라면 이 군 면제에 목숨을 건다.
유행운이 도하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에 속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작년 시즌 MVP에 신인왕까지 거머쥔 슈퍼스타였고 2년 차에도 슬럼프 없이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유행운 얘는 어떻게 작년보다 더 잘함??? 미친거임??]└ 우리 행운이는 발전한다
└ 행운이 몸이 더 좋아짐 ㄷㄷㄷㄷ
└ 몸이 좀 커졌는데 둔함이 없어;;; 인간 맞???
└ 그냥 미국 가야해 그 정도로 잘해;;
└ 대전 새끼들 진짜 양아치들 미국에서 놀 애를 왜 한국에 묶어둠???
└ 이건 리그 평준화를 위해 유행운을 빨리 미국 보내야함 총재가 결단 내려야 함 ㅇㅇ
└ 총재 좋아 디비지던데?? 대전이 잘해서 리그 평준화가 됐다고 생각 못 함??
└ ㅅㅂ 개짜증나넼ㅋㅋㅋㅋ
└ 진심 유행운 한 번만 써보고 싶다
└ 써볼 수 있지 게임에서도 쓸 수 있고 국대 달면 행운이 한국팀이잖아 ^^
└ 아니 크보에서 시발아
대전 호크스는 작년 우승팀으로서의 면모를 계속 유지했다.
윤규민은 폼이 좋을 나이였고 강우성은 한 살을 먹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는 통하는 투수였다.
이재희는 작년의 경험을 밑거름 삼고 스프링캠프에서 제구를 가다듬으며 더 나아진 모습을 보였고, 백유진은 커터를 장착했지만 타 팀에게 분석이 되었는지 고전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백유진이 국가대표에 차출된 이유는 그 정도로 던져 주는 투수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행운이 없을 때 승수 쌓아놓자…….]└ 유진이도 없고 규민이도 없어 ㅋㅋㅋㅋㅋㅋㅋ
└ 하반기 생각하면 진심 똥줄 타;;;;
└ 우리 지금 4경기 차지??? 올해는 왜 스타즈가 지랄이냐
└ 스타즈 돈 존나 쓰더니…….
└ 최대한 승수 벌어놔야 해;;;;
└ 우리 주축 선수만 쏙 빠져나가네
└ 보내기 싫다 정말
└ 당연히 보내야지;;; 군 면제가 걸렸는데
└ 근데 행운이는 솔직히 면제받으면 가볍게 미국 갈 것 같거든??? 그럼 규민이는……???
└ 윤규민도 가능성 있음……. 실제로 일본에서 관심 많다고 함 ㅇㅇ
└ 해외 리그 싹 다 없애버리고 싶네 ㅋ
대전 호크스 투수조의 조장은 강우성이었다.
그는 서비스 타임을 끝내자마자 미국 진출에 성공했다. 꽤 오래 시간을 미국에서 뛰었고 큰물을 경험하며 배운 것이 많았다.
그는 투수 조장이라는 역할을 맡으며 꿈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윤규민에게도 해외에 진출할 기회가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실패하고 바로 돌아오는 한이 있어도 한국보다 큰 무대를 경험하는 건 선수에게는 굉장히 중요했다. 실패하더라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땅에서 버티고 견디며 배우는 모든 것이 선수로서 중요한 경험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긍정적으로 말하는 강우성이었다.
따아아악!
[오랜만에 유행운의 홈런이 터졌습니다!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고 주축 타자가 될 유행운의 활약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는데, 오늘 보란 듯이 솔로포를 가동합니다!] [의미 있는 홈런이에요. 지금 스코어가 2:2로 팽팽하게 맞붙고 있는데, 귀중한 한 점을 보태는 홈런입니다.]인천 바이킹스와의 경기.
일주일 째 홈런이 없었던 유행운이 오랜만에 손맛을 보며 역전타를 날렸다.
* * *
10월에 카타르 도하에서 아시안게임이 개최된다.
현재 대전 호크스는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하반기에 주축 선수가 빠지면서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2위에는 서울 스타즈가 전력 보강에 성공하며 대전 호크스를 따라붙고 있었고, 3위 썬더스가 승차를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다.
그 외, 부산 마린스는 봄에 선두를 달리며 2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하나 했더니, 여름이 되자 패배를 쌓으며 결국 6위로 처졌다.
다크호스로는 수원 매지컬이 있었다. 하위권으로 시작하여 야금야금 순위를 올리던 수원 매지컬이 4위 자리에 안착해 창원 파이터즈의 추격을 뿌리치고 호시탐탐 3위를 노리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9월 말,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의 첫 소집일이 잡혔다.
[대전 호크스, 2년 연속 우승의 걸림돌은 아시안게임?]└ 보내줘야 하는데…….
└ 진짜 미치것다
└ 승차 3.5경긴데…….
└ 2선발과 마무리투수와 2번타자가 싹 다 날아가요~~~
└ 스타즈도 차출되지 않냐?
└ 이름값으로 스타즈 못 비빔;;;;
└ ㅇㅇ 스타즈는 찐 유망주가 두 명이고 불펜 투수 하나 나가는 거 ㅇㅇ
└ ㅈ됐네
그 과정에서 대전 호크스 최정환 감독의 걱정이 많다.
젊은 투수들의 군 면제를 바라지만, 순위 싸움을 생각하면 당장 앞길이 막막했다. 사실 마음으로는 윤규민 대신에 이재희를 보내고 싶었다.
윤규민은 부상 경력으로 이미 군 면제가 된 상황이었기에 미필인 이재희를 보내서 면제를 노리는 것이 감독 입장에서 가장 베스트였다. 하지만 윤규민이 차출되며 팀의 기둥이 연달아 뽑혔다.
“규민아, 애들 면제 잘 부탁한다.”
“노력해 볼게요.”
“행운이도 다치지 말고.”
“네.”
“유진이도…….”
“네. 잘 다녀오겠습니다.”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팀 주축 선수의 군대 문제도 시급하다. 한 명이라도 빨리 면제받게 하는 게 더 중요했다.
아시안게임은 어린 선수 위주로 차출한다.
군대 해결을 못 한 어린 선수를 주로 뽑고, 와일드카드로는 경험이 풍부하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를 주로 뽑는데, 윤규민이 그런 케이스였다.
같은 케이스로 부산의 김명중이 있으며, 나머지 한 자리에는 광주 아이언스의 베테랑 포수가 낙점되었다.
사실 포수 자리에 와일드카드를 사용할 거라면 서울 썬더스의 김수한이 나았지만, 썬더스에서 완강하게 버텼다.
김수한은 나이가 많았고 무리하게 되면 어디 한 군데 고장이 날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론도 이제 젊은 포수에게 국제 대회 경험을 주어야 한다는 반응이었기에, 결국 김수한 대신 광주 아이언스의 진민형이 차출되었다.
[아 개빡쳐 국대 뽑아달라 했을 때는 팽하더니 전역하자마자 차출??? 민형이 우리도 써야 하는데 ㅅㅂ]└ ㅋㅋㅋㅋㅋ 늙은이들 못 밀어낸 느그 민형이를 탓해라
└ 시발 진민형 못한 것도 아니었음 3할도 기록했는데 안 뽑은 거지
└ ㅇㅇ 낡은이 두 명보다는 못했잖음
└ 공격형이긴 한데 장타형은 아니어서 ㅋㅋ
└ 근데 짠하긴 해 버티고 버텨서 국대 승선 노렸는데 ㅋㅋㅋㅋ 이제와섴ㅋㅋ
└ 개열받아
└ 이건 광주가 빡칠 만함 ㅇㅇㅇㅇㅇ
└ 이제 민간인 됐는데 국대 차출되넼ㅋㅋㅋ
└ 진민형 의욕 있냐?
└ 있겠냐?
그렇다.
진민형은 차세대 한국을 이끌어 갈 포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국대에서는 기회를 받지 못했다.
포수라는 자리는 경험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를 고려해 경험이 많은 포수를 기용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진민형은 연거푸 물을 먹어야 했다.
나이가 차서 군대를 해결하고 온 진민형은 국대 차출이 되었음을 알고 혼자 술을 마셨다. 속이 상해서. 하지만 처음 다는 태극 마크였으니, 개인적인 감정을 털어 내려 노력했다.
“4번에는 유행운이 괜찮지?”
“네. 유행운 말고는 없죠.”
“그 민현웅이 괜찮던데. 결국 끝까지 못 뽑았네…….”
“지난달에 메이저 콜업이라 좀 늦긴 했어요.”
아시안게임 감독으로는 재작년까지 창원 파이터즈를 이끌었던 박성길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는 투수 어깨를 가는 감독으로 유명했는데, 국제 대회에서 팀을 이끈 경험도 있었고 지금 딱히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아시안게임 감독 제안을 받았다.
“그래도 선발이 괜찮네. 윤규민, 김명중 원투 펀치면 일본에도 밀리지 않겠어.”
일본은 주로 독립리그나 사회인 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을 차출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전력이 약할 거로 보이지만, 야구 강국인 일본은 사회인 야구나 독립리그도 단순하지 않았다.
150km/h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경우도 있었고 계속 프로 진출을 노리는 선수도 널렸다. 인프라 자체가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기에 강팀이라 할 수 있었고 대만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연습 경기에서 두루두루 기용해보고 라인업 정리해 보자고.”
이틀간 훈련을 진행했고, 감독과 코치진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오늘 연습 경기를 진행한 후에 카타르로 이동하게 되는데, 최근 10년간 한국의 국제 성적이 좋지 않았던 만큼 약팀과의 경기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게 중요했다.
따아악!
독립 야구단과의 연습 경기.
전력 누출을 우려하여 비공개로 이뤄진 연습 경기에서 유행운은 맹타를 휘둘렀다. 확실히 이보다 더 좋은 타자는 한국에 없었다. 고개를 끄덕인 박성길 감독이 미소를 지었다.
“올해는 우승합니다.”
그는 자신감이 있었다.
기자들 앞에서 당당하게 ‘우승’이라는 말을 내뱉은 박성길이 미소를 지었다.
“유행운의 폼이 좋고, 투수진도 어느 때보다 좋습니다. 아마 유행운 선수가 우승을 선물하지 않을까…….”
그리고.
유행운의 이름을 공개적으로 내뱉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습관이었다.
대표적인 선수 이름을 들어 포커스를 비켜 가게 하는 일.
지금 박성길은 유행운을 방패로 내세우고 우승을 곁들이며 자신의 책임을 살짝 빼내었다.
그만큼 유행운을 믿는다는 말도 되겠지만, 만약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그 탓을 유행운에게로 돌리겠다는 의미도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