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5
15. 쟤 뭐야?
“경원상고는 센터라인이 좀 약한데?”
호크스 스카우트팀 팀장 최준혁은 미리 경원상고에 대해서 알아보고 왔다.
이유는 제일 유심히 지켜보는 선수 민현웅이 경원상고에 전학왔기 때문이었다.
“수비 실책이 와르르 쏟아지겠어.”
경원상고 센터라인은 유격수 유행운을 중심으로 강수현과 호흡을 맞추고 중견수에는 주장 강민하가 뛰고 있었다.
누가 봐도 빈약한 센터라인이었지만, 이형호에게는 그 빈약한 센터라인의 중심축이 승부수였다.
“네, 근데 유격수가 그 친구네요.”
“누구.”
김 대리가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유격수를 보며 말했다.
“그 홈런이요. 유행운.”
“아, 그래?”
확실히 ‘홈런’만 한 임팩트가 없다.
이름도 없는 선수가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친 그 순간부터 이유 모를 기대감이 생긴다.
“괜히 감독이 유격수를 맡긴 건 아닐텐데.”
최 팀장은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경원상고 감독님이 수비 전문이시잖아요.”
“그랬지.”
“빈타에 허덕여도 광고를 부르는 남자라고 욕을 먹어도 끝까지 주전 자리를 지켰던 선순데요.”
그렇다.
이형호가 수비 전문 선수라는 건 굉장히 유명하다.
딱 한 시즌, 2할 5푼을 간신히 찍었고 공교롭게도 그게 FA 직후였다.
항간에는 이형호가 최고 성적을 FA 시즌에 기록했다면 최소 5억을 더 땡길 수 있었다는 말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이형호는 그 시즌에만 타격이 좋았고 그 다음에는 다시 원래대로 2할 1푼을 찍었다.
“수비에는 일가견이 있는 양반이라, 괜히 유격수를 쓸 리가 없긴 할 텐데.”
그 타이밍에 1번 타자의 배트가 헛돌았다.
공격적인 볼배합으로 선발투수 백유진이 첫 아웃카운트를 손에 넣었다.
“저 친구 괜찮네요.”
“얼굴이?”
백유진은 잘생긴 얼굴로 유명하다.
경원상고 전에는 세안고에 있었고 그 고등학교에서는 불펜 투수로 활동했다.
“아니요. 생각보다 공도 빠르고 제구도 잘 잡히는 거 같아서요.”
“아무래도 세안고에서 왔잖냐.”
야구로 유명한 세안고에서 철벽 불펜 한 축을 담당했던 백유진이니, 실력 자체는 준수할 것이다.
물론 ‘선발’로서 가능성이 있는가.
팀을 이끌 ‘에이스’로서의 재능이 있는가는 아직 미지수였다.
“백유진도 아는거지. 수비 믿으면서 공 던지면 좆되는 거.”
최 팀장은 경원상고 자체를 비관적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운 좋게 득점을 만들었다고 해도 그 모든 것은 ‘운’ 그리고 ‘우연’이라 생각한다.
딱!
그 순간,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퍼졌다.
“깊다. 유격수 키를-”
최준혁은 하려던 말을 마무리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아웃!”
유격수가 깊게 내야를 뚫는 타구를 잡아냈기 때문이었다.
“쟤가 왜 저기 있어?”
유행운은 타격음이 들리는 순간, 지체없이 뒤로 달렸다.
유격수 키를 넘어 외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코스였다.
당연히 타자는 안타라고 생각하고 산책하듯이 내달렸고 유행운은 역동작에 걸렸지만, 놓치지 않고 공을 잡아냈다.
“분명 정상 위치였는데. 언제 저기까지 간 거지?”
여전히 최준혁은 의문이 가득했다.
경원상고 유격수의 실력 자체를 의심 중이었기에, 그가 발빠르게 타구판단을 끝내고 이동했다는 사실 자체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뇌리에 누군가가 스쳐지나갔다.
“아.”
바로 수비 전문 선수.
지금은 은퇴해서 경원상고에 있는 인물.
“감독이 이형호였지·····.”
애초에 최 팀장은 감독이 이형호라 해도 유행운의 실력을 낮게 보았다.
데이터가 없는 선수를 믿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그 누구보다 수비의 중요성을 믿는 감독이었음에도.
유행운의 장점은 타구판단이었다.
소리를 듣는 순간,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빠른 발을 이용해 위치를 잡는다.
그렇기에 쉽게 잡아낸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클린업.”
다시 경기에 집중한다.
이왕이면 타자가 공을 맞춰서 유격수 방면으로 볼을 보내주었으면 했다.
다시 한 번 더 수비를 확인하기 위해서.
따악!
경쾌한 타격음.
이번에는 투수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정상적인 안타 코스.
이번에도 유행운이 움직였다.
타구 소리를 듣는 동시에 발을 떼며 위치를 파악한다.
“허!”
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유행운이 몸을 던졌다.
아니, 소리는 최 팀장의 착각이었다.
몸을 던지는 효과음이 관중석까지 들릴 리가 없었다.
하지만 정말 영화처럼 유행운은 다이빙캐치를 시도했고, 빠르게 내야를 빠져나가려는 타구를 건져냈다.
‘볼 빼는 속도는?’
존나 빨라.
‘송구는? 불안하지 않을까?’
미친, 빨랫줄이야.
“저 새끼 뭐야?”
* * *
“쟤 뭐야?”
그 순간, 최준혁 팀장과 똑같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었다.
“응?”
바로 이주영이었다.
“쟤, 저 유격수.”
이주영의 눈치를 살살 보던 포수가 고개를 돌렸다.
방금 상대 유격수가 또 다시 호수비를 보여주며 이닝을 깔끔히 정리했다.
“그, 홈런 걔네······.”
“넌 포수면서 오늘 타자 체크 안 했어?”
“미, 미안.”
오늘 이주영은 굉장히 예민했다.
그리고 북성고 주전 포수 역시도 덩달아 예민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에이스 마음을 다독여야 했다.
당장 내일 이주영이 선발 등판이었고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포수였기 때문이었다.
‘분석 했는데.’
지금 북성고 주전포수는 몹시 억울했다.
아무리 만만한 상대라 해도 분석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오늘 선발로 나오는 타자는 물론, 백업까지 모두 기록을 확인했다.
하지만.
“쟤는 없었어······.”
기록이 있어야 분석이 가능한 법이었다.
“쟤는 아예 기록이 없다고.”
이주영이 젖은 머리를 탈탈 털며 포수를 보았다.
그 눈이 뱀처럼 가늘어졌다.
지금 성질을 누르고 있는 이주영이라, 누구 하나 걸리면 족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고교 기록이 아예 없어. 오늘이 첫경기라고.”
“뭐?”
하지만 포수의 설명을 듣자, 이주영은 화 낼 기운도 사라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도 몰라. 자세히는 모르는데, 중학 기록은 있어도 너무 오래되서 흙오이고. 고교 통산 기록이 아예 없어서 분석이 불가능했다고.”
대화를 하면 할수록 혼돈이었다.
이주영은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나눈 대화가 거짓 없는 진실이라면.
“그럼 나는 지금 야구 오랜만에 하는 새끼한테 털린 거냐?”
이주영의 머리가 다시 뜨거워졌다.
“그게 말이 되냐?”
안타깝게도 말이 되었다.
* * *
– 야 듣보 쟤 수비 괜찮지 않냐?
└ 야알못이 봐도 수비 존나 잘해보임;
└ 칰유격수보다 나음
└ ㅋㅋㅋㅋ 아무리 그래도 칰붕이가 낫지 여긴 프론데
└ 칰붕 걔는 폐급이야 말도 꺼내지 마라
대전 호크스 팬들은 주전 유격수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일명 칰붕, 유재원을 굉장히 싫어했다.
유재원은 고교 시절에는 안타머신으로 유명했던 유격수였지만, 프로 진출 후에는 재능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했다.
장타 욕심으로 벌크업을 진행한 유재원은 타석에 서면 탐욕을 보여주며 선풍기를 돌리는데, 그 모습을 보고 호크스 팬들은 ‘칰붕’이라 불렀다.
길게 풀면 치킨붕붕이.
– 유재원 걔는 타고난 신체조건으로 야구하는데 머리가 돌임 칰붕 그자체
└ 그 붕이 붕어라는 뜻도 있다죠?
└ 칰붕이 없어야 암흑기 청산한다…
└ 아 근데 칰붕 치울 유망주도 없다고요 ㅅㅂ
└ 이게 프로냐? 프로야?
대전 팬들은 말한다.
FA에서 C급 유격수라도 사야 한다고.
팬들은 아는 문제였지만, 프런트 입장은 달랐다.
유격수 포지션이 중요하지만, 2군에서 유망주를 키우고 있고 지금은 리빌딩 기간이기에 투자를 하기에는 좀 위험하다고.
대체 돈을 쓰는데 뭐가 위험한가?
모기업 돈인데, 땡큐지.
“아웃!”
2회 말.
9번 타자 신해원은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했다.
이제 고작 1학년인 신해원은 좌익수 경쟁에서 승리했다.
수비가 제법 괜찮았고 경험치를 먹여 내년에는 외야 한 축으로 기용하겠다는 감독의 생각이었다.
“직구 묵직해요. 싱커는 손도 못대겠어요. 그리고 슬라이더 궤적은 칠만 합니다.”
“그럼 치지 그랬냐?”
“죄송함다.”
신해원이 공을 오래 지켜보고 커트를 해내며 정보를 끌어 모았다.
유행운도 그 정보를 참고했다.
미리 상대 투수에 대해 공부했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정보가 가장 쓸 만했다.
“기습 번트!”
딱.
힘없는 타구 소리가 들린다.
강수현이 궁리 끝에 출루를 위해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다.
빠른 발에 좌타자였으니, 충분히 기습번트는 할 만한 선택이었다.
“으아, 제바아아알!”
촤아아악!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강수현은 베이스를 향해 몸을 던졌다.
“세이프!”
동시에 1루 글러브에도 공이 들어왔는데, 1루심은 공보다 주자의 손이 더 빨랐다는 판단을 내렸다.
“됐다!”
“오늘은 되는 날이다!”
경원상고가 또다시 떠들썩해진다.
강수현 역시도 기분 좋게 웃으며 몸에 묻은 흙을 탈탈 털어내고 있었다.
“진운아, 병살만 치지 마.”
유행운은 대기 타석에 들어서며 류진운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죽을 거면 혼자 죽어.”
오늘 유행운의 목표는 몸값이었다.
고교 출전 기록이 없는 무명 선수였기에, 오늘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프로 진출의 길을 닦을 생각이었다.
“알았어.”
류진운이 비장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꼭 혼자 죽을게.”
뭐래.
“야, 살 생각을 해야지 벌써 죽을 생각을 하냐?”
유행운이 기가 막히다는 듯 혀를 찬다.
“빠따나 돌려. 투수 기에 눌려서 아까처럼 루킹 삼진이나 당하지 말고.”
류진운이 고개를 끄덕이고 타석에 선다.
유행운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대결을 지켜보았다.
김태환의 공은 묵직하다.
미트에 박히는 소리도 묵직했다.
구속은 이주영보다 떨어지지만, 구위 자체는 밀리지 않았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구종은 싱커였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급격히 뚝 떨어지는 싱커.
부웅!
방금 류진운은 직구를 받아칠 생각을 했지만, 뚝 가라앉는 싱커에 속아 배트를 내고 말았다.
하지만 첫 타석에서 굳은 채로 삼진 당했던 모습보다는 나았다.
‘싱커만 조심하면 되겠네.’
이번에는 잡아당기는 것보다는 밀어쳐서 안타를 만들 생각을 한다.
발빠른 강수현이라면 안타 하나로 충분히 홈 플레이트를 밟을 수 있었다.
딱!
류진운의 배트가 나갔다.
강수현은 스타트를 빠르게 끊었고 3루수가 공을 잡았을 때는 이미 2루 베이스 근처였다.
촤아악.
강수현이 슬라이딩으로 베이스를 밟자, 3루수는 2루 체크 후에 바로 1루로 송구했다.
“아웃!”
나름 괜찮은 결말이다.
“진루타, 잘했다.”
유행운은 터덜터덜 돌아오는 류진운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위로를 해준다.
그리고.
– 듣보?
지금 10구단 팬들에게 ‘듣보’라고 불리는 유행운이 배트를 들고 연습 스윙을 크게 했다.
– 쟤가 적시타 못 친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유행운이 누군가의 귀중한 손목을 가진 채 타석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