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53
153. 결승전
대한민국 운동 선수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다 해도 걸림돌이 하나 있다.
실력 이전에 국적이 있다. 괜히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는 선수가 이 병역 혜택에 목숨을 거는 것이 아니었다.
유행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고교 리그를 평정하고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 남겠다고 판단한 이유에 병역 혜택이 있었다.
만약 병역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분이었다면 고생을 할지라도 국내가 아니라 큰물에 하루라도 빨리 진출했을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한민국에서 눈에 띄는 건 역시 세대교체죠? 이번 국제 대회를 보면서 느낀 건데, 투수력이 많이 올라왔어요. 4년 전만 해도 윤규민 선수는 물론 김명중 선수도 아직 어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거든요.] [네, 맞습니다. 이 두 선수는 데뷔와 동시에 국대 멤버가 되었는데, 그때는 큰 경기 경험도 부족하고 아직 성장 중인 투수였죠. 이 두 선수가 성장하면서 동시에 기둥이 되어 주고 있습니다.] [사실 타선에서도 가능성을 보았어요. 일단 유행운 선수가 결승 직전까지 4번 타자를 맡았고요. 한국 외의 국가를 둘러봐도 유행운보다 나은 선수를 찾기 어렵습니다.] [어려운 게 아니라, 없죠. 아시아에서 두고 보면 유일무이한 선숩니다.]1회 초.
대만의 공격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늘은 대만도 이를 갈고 나왔다. 결승이다. 이미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게 물 먹인 경험이 있으니, 자신감도 묘하게 있을 것이다.
사실 아시안게임만 두고 본다면 일본보다 대만이 더 까다로운 팀이었다. 대만은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를 최대한 수급하여 이 대회를 준비했다.
오늘은 선발 싸움이었다.
지난 조별 리그에서 등판하지 않았던 라오 창이 결승전에 등판한다. 사실 에이스라고 볼 수 있었던 선발 투수는 이미 일본전에 소모한 상태였다.
일단 일본을 이겨야만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만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따악!
윤규민은 해외 리그 경험이 없지만, 지금 몸 상태라면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는 투수였다. 실제로 이 국제 대회에는 일본 스카우터는 물론 미국도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강우성은 대전 호크스를 시작으로 미국 진출에 성공한 건 물론, 한 차례 대형 FA 계약도 이뤄 냈다. 심각한 부상에도 다시 일어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 강우성.
그 이후로 KBO 출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문을 두드렸고 자리를 잡은 선수도 늘어나고 있었다.
“아웃!”
1루수 정면 타구.
강진이 가볍게 포구에 성공하며 베이스를 밟았다. 1회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선발 투수가 흔들리지 않고 깔끔하게 막아 내면 안정감이 생긴다.
“나이스.”
“공 완전 좋다.”
글러브 토스를 하며 별 위기 없이 1회를 막은 것에 자축한다.
“라오 창, 쟤 패스트볼 죽이네.”
유행운도 타석에 나설 준비를 하며 라오 창의 연습 투구를 지켜보았다.
현재 라오 창은 밀워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다. 현재 트리플A까지 올라왔고 투심 패스트볼 평가가 70점을 받은 강속구 투수였다.
“나이도 어려.”
오늘 미리 선발 투수에 대한 정보를 습득했다.
대만 선발 투수진 중에 가장 어린 친구였고 결승에 대비해 아껴 놓은 선수였다. 에이스는 일본전에 불가피하게 기용하게 되었지만, 한국이 낯설게 생각하는 루키를 뒤로 숨겨 놓은 셈이었다.
“투심 원툴이에요. 투심 평가는 70점이지만, 그 외는 50점도 못 넘어요.”
우완 투 피치.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이 두 구종을 사용하고 190cm가 넘는 큰 신장으로 찍어 누르는 투구가 인상적이었다. 구속도 최고 97마일을 찍는다.
즉, 밀워키에서 열심히 관심을 기울이며 키우고 있는 투수였고 제구만 잘 잡히면 메이저리그 콜업도 가능하다고 평가받고 있었다.
“차세대 대만 에이슨데요, 저 정도면.”
인정할 건 인정한다.
지금 대만 에이스라고 불리는 선수보다 라오 창이 더 발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나이가 스물둘로 젊다.
쯧.
유행운이 혀를 찼다.
이제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고 유행운은 라오 창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그때는 KBO에서 살아남는 것도 급급해서 미국에 관해서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아시안게임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생각이 있겠는가. 태극마크는커녕, 방출당하지 않으려 안간 힘을 썼을 시긴데.
부웅!
배트가 힘없이 허공을 가른다.
유행운은 투수가 초구에 던진 투심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때리는 타점이 높았고 구속도 155km/h를 찍었다.
키가 큰 만큼 체감 구속은 더 높게 느껴질 것이다. 연거푸 투심을 던져 카운트를 잡은 라오 창은 이어서 유인구를 던졌다. 하지만 타자가 공을 골라냈고 투 앤 투 상황에서 던진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가 나가면서 삼진을 잡아냈다.
“제구 구리다고 하지 않았냐?”
박선우가 대기 타석에서 투덜거린다.
라오 창의 약점은 제구력이라는 소리가 있지만, 사실 매 경기 제구가 다르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한 경기를 잘 던지면 그다음 경기는 죽을 쑨다. 그런 투수는 굉장히 많았다. 점차 성장하면서 안정감을 되찾는다. 롤코를 타던 경기력이 점차 안정을 찾아 가면 성공하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은 계속 롤코를 타며 계산이 서지 않는 선발 투수로 남는다.
“컨디션 엄청 좋아 보이네.”
그 이유가 아니더라도 괜히 대만에서 아껴 놓은 카드가 아닐 것이다.
딱!
박선우는 초구부터 강하게 배트를 돌렸다.
누가 봐도 강력해 보이는 투심을 공략하기 위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배트를 내는 듯했는데, 배트 윗부분에 맞은 공이 포수 뒤로 넘어갔다.
빠른 구속도 인상 깊지만, 구위도 괜찮은 듯했다. 유행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기 타석에서 타이밍을 쟀다.
오늘 박성길이 그를 3번 타자에 이름을 올린 이유가 이것이었다. 1회부터 타석에 서서 찬스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빠각!
배트가 부러진다.
박선우가 두 동강이 난 배트를 들고 달리다가 옆으로 휙 던졌다. 3루수 방향으로 느리게 굴러가는 땅볼이었고 혹시 모를 실책을 기대하며 내달린다.
“아웃!”
물론 전력 질주는 굉장히 좋은 습관이다.
중도에 포기하는 것보다는 상대를 급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실제로 여유롭게 플레이하려다가, 1루를 향해 달려가는 선수를 보면 마음이 급해져 실책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가 보자.”
어깨를 풀며 타석에 선다.
라오 창은 괜찮은 투수였고, 초면이었지만 충분히 맞붙을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라오 창은 투 피치 유형이다.
앞서 두 타자를 깔끔하게 막은 터라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늘 그렇듯 힘으로 누르는 성향이 강한 투수였고 투심이 정확히 먹힌다는 걸 알았으니, 초구는 당연히 투심.
사실 유행운은 처음 보는 투수의 초구를 적극 공략하는 성향은 아니다. 하지만 대기 타석에서 투수의 패턴을 확인했고, 투 피치 유형이라는 건 공략할 수 있는 무기가 단 두 개라는 뜻이다.
“흐읍!”
거친 숨소리가 터져 나오며 라오 창의 손 끝에서 공이 빠져 나간다.
높은 타점에서 쏟아지듯 떨어지는 투심 패스트볼은 확실히 강력하다. 몸쪽 방향이었고 투심 궤적을 생각하며 배트를 강하게 돌렸다.
따아아악!
배트를 멀리 집어 던진다.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예상한 대로 투수가 선택한 구종은 투심 패스트볼이었고, 그걸 알아맞힌 것만으로도 홈런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만약 여기서 슬라이더를 선택했다면 헛스윙으로 그쳤을 것이다. 유행운은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보며 손을 들어 올렸다.
[날아갑니다! 잡아당긴 타구, 좌익수 뒤로! 그대로! 담장을 넘어갑니다! 선취점을 가져오는 유행운의 솔로 홈런! 대한민국이 한발 앞서갑니다!]라오 창은 유행운에게 홈런을 맞을 때 미간을 찌푸렸다.
앞서 유행운이 얼마나 잘하는 선수인지, 경기를 치르면서 느꼈지만 직접 맞붙으니 느낌이 남달랐다.
유행운에게 맞은 홈런은 두고두고 생각이 날 듯했다.
제구가 안 잡힌 것도 아니었고 오늘은 공에 손이 딱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그도 사람이니 새로운 공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이제야 비로소 제 손에 딱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컨디션도 좋았고 충분히 힘으로 승부하여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정확히 받아 쳐 홈런을 만들어 버렸다.
“쟤는 왜 한국에 있어?”
이런 의문이 들었다.
저 정도라면 미국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선수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투덜거리며 다음 타자를 공략한다.
요즘 타격감이 오른 강진은 풀 카운트를 넘어 계속 공을 커트하며 투수를 괴롭혔다. 투 아웃이었고 앞서 유행운의 홈런으로 선취점이 만들어졌다.
이제 강진이 할 일은 투수를 흔드는 일이었다. 여기서 공을 많이 던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이었다.
[12구 승부 끝에 강진이 헛스윙으로 물러납니다. 확실히 강진이 타격감이 올라온 모습이에요. 투 아웃, 루상에 아무도 없는 상황에 투수와 끈질기게 승부했는데 선발 투수를 빠르게 내리는 것도 관건이거든요. 이렇게 오래 공을 지켜보고 투구 수를 늘릴 수 있다면 값진 아웃카운트인 셈이죠.]* * *
“면제 받냐?”
이 시간.
민현웅은 핸드폰으로 아시안게임을 챙겨 보고 있었다. 이제는 마이너리거가 아니라 메이저리거였다.
아직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선발 출장 경험이 없지만, 대타로 나와 안타도 신고했다.
사실 민현웅은 아시안게임 선수 차출에 있어 뜨거운 감자였다. 올 시즌 트리플A에서 시작하여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였고, 리그 끝물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었다. 너무 늦게 콜업된 터라 선발 기회를 받지 못하고 대타로 기용되어 10타석을 소화했다.
양키스 입장에서는 시즌 끝물에 유망주를 콜업하여 메이저리그의 분위기를 경험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나름 민현웅에게는 기회를 부여했고 그만큼 기대하는 루키라는 걸 보여 준 셈이었다.
[5회 초, 윤규민이 1실점을 하며 마운드를 내려옵니다. 오늘 유행운의 선취점을 시작으로 기선 제압을 한 대한민국. 4회 말에 유행운 안타에 이어 강진의 적시타로 1점을 더 달아났습니다. 이제 1점 차가 되었고 김준서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지금 김명중 선수도 몸을 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오늘 결승인 만큼 총력전을 예고했는데요. 박성길 감독이 선발 카드였던 김명중까지 기용할 작정으로 이 경기를 준비한 듯합니다.]1점 차.
물론 민현웅은 시기 질투 이전에 대한민국의 우승을 기원한다. 하지만 마음이 허전했다. 같은 나이의 동기들이 병역 혜택을 두고 치열하게 승부하고 있었다.
올해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은 잡음이 많았다. 마지막까지 선수 구성이 바뀌었고 민현웅이 9월에 콜업되면서 부진한 선수를 빼고 그를 차출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었다.
내심 민현웅은 기대했다.
박성길이 끝까지 엔트리를 수정하며 최최최최최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김준서, 삼진을 잡아내며 2사 1,3루의 위기를 극복합니다!]사실 미국 진출을 했고 서서히 발전하며 가능성을 보여 준 민현웅에게는 군대가 가장 큰 문제였다. 물론 앞으로도 기회가 있겠지만, 이미 올림픽에서는 야구 종목이 사라졌고 아시안게임 역시도 야구라는 종목을 제외해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이 가장 적기였다.
병역혜택을 받기 위한 가장 좋은 시기.
황금 세대라 불리는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모였고 다음 대회에는 병역 혜택을 받은 선수보다는 미필을 주로 기용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현웅은 더 좋지 않은 여건에서 싸워야 할 수도 있었다.
“아.”
[6회 말! 유행운이 1사 1루 상황에서 홈런을 만들어 냅니다! 달아나는 투런포!]“존나 잘하네. 새끼.”
민현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