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55
155. 금의환향
대전 호크스는 더블헤더를 간신히 견뎌 냈다. 하지만 강우성과 원투 펀치를 이루는 윤규민과 팀의 주축 타자이자, 수비 비중이 높은 유격수인 유행운이 없다는 사실은 굉장히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거기에 마무리 투수로 키우고 있는 백유진마저 아시안게임에 차출되었다.
신인 선수 두 명이 군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에는 역시 기뻤다. 하지만 1위 경쟁에서 타격을 받고 2위로 마감해야 했다.
올 시즌은 우천 취소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았고 순위 경쟁도 타이트했다. 서울 스타즈는 1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아시안게임에 중요한 선수 세 명을 빼앗긴 덕분에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고 2위로 주저앉았다.
“보고 싶었다!”
최정환 감독이 공항까지 버선발로 마중 나갔다.
현재 준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이라 공항까지 마중 나갈 시간이 있었다. 구단 차량을 본 유행운이 이제야 한국에 돌아왔음을 느끼고 있었다.
“우세요?”
“아니.”
“근데 감독님이 직접 오실 줄은…….”
마케팅 부서의 카메라에 현수막까지 선수들을 반기고 있었다.
“너무 반가워서 그렇지.”
팀의 원투 펀치의 투 펀치를 잃었고 팀의 홈런 타자를 잃었으며 팀의 뒷문을 막아 줄 마무리 투수까지 잃었다.
꽉 끌어안는 그 행동에 그간 최정환 감독이 겪었을 슬픔이 느껴진다. 생각해 보면 최 감독은 감정 표현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었다.
아시안게임에 차출 소식을 듣고 기뻐했던 것도 최정환 감독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팀에서 가장 귀하게 키우는 신인 선수가 군 면제 기회를 받았으니.
이제 남은 건 이재희였다. 다음 아시안게임이 마지막 기회일 듯했는데, 최정환 감독은 아주 오랫동안 대전 호크스 사령탑으로 남고 싶은 마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감독님, 2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 못 해서 그래요?”
“아니다. 이제 그런 미련은 버렸다. 너희가 금의환향했는데, 뭐가 더 필요하겠냐.”
정규 시즌 우승을 서울 스타즈에게 넘긴 그 순간, 최정환 감독은 줄담배를 피우며 양주를 마셨다고 한다.
순위 경쟁이 심화되는 시즌 막바지에 아시안게임과 겹친다고 해도 1위를 지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었는데, 그 포부가 무너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최정환은 기사를 보지 않았다. 그리고 관련 댓글도 찾아보지 않았다. 작년 통합 우승을 이룬 감독으로 알려진 최정환이었지만, 올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가져오지 못하며.
[최정환 선수빨 명장인 거 인증했쥬? 선수 없으면 우승 못하쥬???]└ ㅋㅋㅋ 근데 이건 좀 심하긴 했어 유행운 하나 없어도 휘청이는데 ㅋㅋㅋㅋ 토종 에이스까지 뺏김
└ 아 솔직히 최정환 선방했어 ㅅㅂ 스타즈는 우리만큼 차출 안 됐잔아
└ ㅇㅇ 별놈들은 개꿀이지 같은 신인 선수여도 팀의 마무리와 홈런왕이 급이 같겠냐고
└ 우린 주축 선수만 차출돼서……. 개빡치는 건 윤규는 면제라는 거~
└ ㅋㅋㅋㅋ 누구냐 봄린스도 똑같음 ㅇㅇ 김땡중 원툴인데 가져갔쥬?
└ 봄린스는 김땡중에다가 미필 딱 한 명 차출됨 에바
└ 김땡중 가져가면서 미필 하나 챙겨준 거??
└ 야 대전놈들아 옛날 생각 해라 0점대 자책점 필승조 2루수 1위 안 데려간 거 못 봤냐?? ㅋㅋㅋ 그때 진짜 개먹금한 거 어이없
└ 두 명 미필 제한이라 대전은 갈 사람이 잘 갔어
└ 근데 행운이 병역 혜택 받으면 미국 튀는 거 아니냐…….
└ 아직 서비스 타임 5년 남았다…….
└ 후 행운이 떠나보내면 우린 어떡해???
└ ㅋㅋ 그래도 다행히 플옵 직전에 돌아왔다 ㄷㄷㄷㄷ
└ 솔까 선수빨 맞음 ㅇㅇ 근데 선수빨 받고도 우승 못 하는 놈들 천지라서 난 ㄱㅊ ㅋㅋㅋ 발전은 하자나
└ 선수빨이지 올해 문혁준도 사줬잖아 타선은 ㄹㅇ 왕조급임
선수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사실이기는 했지만, 유행운은 최정환이 괜찮은 감독이라고 생각했다. 선수를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았고 특히 투수 어깨 관리를 잘한다.
만약 아시안게임 때 만났던 박성길이라면 아주 박박 갈았을 게 분명했다. 실제로 유행운은 아시안게임 전 경기를 풀타임 출장했다.
약팀과 경기를 할 때는 중간에 교체를 해 줘도 될 건데, 박성길은 죽어도 유행운을 빼지 않았다. 그 더운 날에 계속 경기를 하다 보니 체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오늘 내일은 푹 쉬고 피로 좀 풀어.”
최정환 감독은 욕을 했다.
경기를 보면서 저 개새끼가 내 귀한 선수를 갈아 마신다고 욕을 하고 또 퍼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윤규민이 미소를 지으며 두 손을 싹싹 비빈다.
“너는 괜찮겠지. 너를 제일 안 굴렸더라. 명중이도 엄청 갈렸던데. 마린스도 화가 났겠어.”
“제가 1선발이었으니까요.”
오랜만에 느끼는 에이스의 향기였다.
박성길은 확실히 에이스는 아꼈다. 첫 경기에는 최대한 길게 끌었지만, 그다음은 결승전을 생각하여 아끼고 아꼈다.
윤규민은 결승전에서 89구를 던지고 내려왔다. 투수조에서 가장 공을 안 던진 투수였다. 그에 반해 김명중은 마지막까지 불펜으로 투입하여 공을 던졌다.
“대전 호크스에서도 에이스지. 우리 팀은 에이스가 두 명이다. 몰랐나?”
“알죠. 근데 제가 아직은 우성이 형에게 못 비비잖아요.”
“그것도 맞지. 하지만 길게 보면 네가 대전을 이끌어 갈 에이스야.”
“흐흐흐…….”
윤규민이 웃는다.
확실히 칭찬을 받으면 더 기뻐하는 유형이 윤규민이었다. 백유진은 창밖을 보고 있었고 유행운은 백유정과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
“규민아.”
“네, 감독님.”
“오래오래 대전에 남아야 한다.”
슬슬 본심이 나온다.
“일본도 가지 말고, 미국도 가지 말고. 대전에 오래오래…….”
감독 소원!
* * *
준플레이오프의 승자는 수원 매지컬이었다.
수원 매지컬은 시즌 초에 하위권에서 시작하여 야금야금 순위를 올리더니, 3위 서울 썬더스를 위협했다. 기어코 썬더스를 단 1승 차이로 밀어낸 수원 매지컬이 와일드카드를 겪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서울 썬더스를 이겨 냈다.
“됐다.”
최정환 감독은 최종 결과를 듣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서울 썬더스보다는 수원 매지컬이 한결 편하다. 대전 호크스가 최하위를 전전하며 3할 승률을 기록했을 때도 수원에게는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가져왔었다.
한때, 대전 호크스는 식은 닭죽이었다.
뜨겁지도 않고 혀가 델 위험도 없이 후루룩 들이켤 수 있는 보양식. 식은 닭죽. 그 닭죽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고 항상 체하던 팀이 수원 매지컬.
자신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네, 왕좌 자리를 다시 노리는 대전 호크스. 이제 약팀이라는 이미지는 벗어던지고 강팀으로 자리 잡았죠. 이제 도전자가 플레이오프에 올라왔습니다. 수원 매지컬. 막내 구단이지만, 우승도 경험했을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는 새로운 강팀입니다.]수원 매지컬은 가볍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1패를 안았지만 수습할 수 있는 정도였고, 자연스럽게 경기감도 올라온 상태였다. 윤규민 역시도 박성길이 갈지 않은 덕분에 예정대로 선발 출전이 가능하다.
“올라가야죠.”
유행운이 크게 스윙을 하며 말했다.
“우승 또 해야죠.”
한국에서 뛰는 동안에는 대전 호크스가 압도적인 강팀이기를 바란다. 컨디션은 좋았다. 휴식을 충분히 취했고 타격감도 녹슬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시리즈에서 도전자를 기다리는 것보다 이렇게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하는 게 한결 편했다.
따아아아악!
쭉 뻗어 가는 타구를 본다.
다시 인생을 살아가며 많은 것을 배웠다. 여러 경험을 쌓았고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유행운이 쏟아지는 환호를 들으며 그라운드를 돌았다.
“우리도 왕조 세워요.”
하이파이브를 하며 유행운이 밝게 웃었다.
* * *
[경쟁자가 없다! “대전 왕조, 그 어느 때보다 압도적이다”] [유행운, 7년 차 연봉 17억 …… 역대급 연봉 갱신] [대전 호크스는 이제 특급 유격수와 헤어질 준비를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천재 유격수가 갈 팀은 어디인가? …… 미국 도전 선언한 유행운] [보스턴 레드삭스 “유행운 반드시 영입할 것” …… 라이벌 양키스 견제 시작?]└ 가니……? 행운아 정말 가니……?
└ 유행운 업적 ㅋ 대전 호크스 왕조 세움
└ ㅋㅋㅋㅋ 행복했다 행운아…….
└ 보스턴 괜찮지 유행운 옛날부터 관심 가지던 구단임 ㅇㅇ
└ 양키스는 민현웅 있어서 적응 잘할 것 같음
└ 두 팀 모두 빅마켓이라 ㄱㅊㄱㅊ
└ 강우성도 은퇴하고 이제 슬슬 대전도 리빌딩 준비해야할듯…….
└ 시발! 리빌딩? 이 팀은 내려가는 순간 추락하는게 아니라, 그냥 지하를 뚫는다…….
└ 그동안 행복했다 대전 호크스
└ 대전 호크스 손절 완
나름 은혜를 갚은 셈이었다.
지난 1회차 인생에서 손을 뻗어 준 그 은혜를 2회차 인생에서 착실히 갚았다. 대전 호크스 팬에게 우승을 선물했다. 그것도 왕조까지 세워 줄 정도로 많은 우승을 선물로 주었다.
유행운이 올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것에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붙잡지는 못했다. 아니, 차마 붙잡지 못했다고 말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강우성을 미국에 보냈던 순간처럼, 그들은 차마 유행운을 붙잡을 수 없었다. 그만큼 행복을 주었던 선수였기에 최대한 쿨하게 웃으며 보내 줄 수밖에 없다.
[유행운? 얘 체력 부족해서 미국 백퍼 망함 ㅋ 거기는 크보보다 더 빡셈]└ ㅋㅋㅋㅋ 지랄 노 ㅋㅋ 처음에나 체력 문제 있었지 3년 차부터는 체력 이슈 없었음
└ 이 샛기 크보 제대로 안 본 새끼임 ㅋㅋㅋㅋㅋ
└ 유행운 첫 시즌 몸무게랑 지금 몸을 비교해라 허벅지가 두 배됨
└ 처음에는 체력 없던 거 맞는데 차근차근 몸 불려서 지금은 아님
└ 행운이 얘는 똑똑한 애야 키가 185까지 자랐는데 본인 최적의 몸무게를 시즌 치르면서 알아냄 4년 차에 93까지 찌웠다가 몸 무거워진 거 같다고 다음 시즌에 89킬로로 줄임 ㅇㅇ 이미 얜 미국 준비 다 끝낸 거
└ ㅇㅇ 너무 멸치도 아니면서 유격 수비하는 데 몸이 방해 안 될 정도로 찌움
└ 근데 그거 다 근육 ㅋㅋㅋ 살도 아니야 존나 독종
└ 얘는 옛날 유행운 생각하는 거 같은데????
└ 탐욕 스윙이나 줄여야 함 지금은 ㅎㅌㅊ 상대로 홈런 만드는 건데 거긴 괴물들만 모인 거 알지???
└ 응 그 탐욕 스윙으로 WBC 홈런왕 달성함 ㅇㅇ?
└ 으휴 야알못들 너네보다 보스턴이 더 잘 알아 ㅋ 괜히 현질 하겠냐?
강우성은 은퇴했다.
애초에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느낌으로 돌아왔고 폼이 떨어지면 은퇴할 생각도 하고 있던 투수였다.
이제 대전 호크스 전용 구장에는 강우성의 등 번호가 영구 결번으로 새겨져 있었고 그 누가 뭐라 해도 대전의 레전드, 한국의 레전드 투수는 강우성이었다.
윤규민은 내년 시즌 일본 진출을 확실시했다.
FA 계약 자체를 단기로 진행했다. 해외에 대한 미련이 있었고 대전이 잘나가는 동안에는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다. 돈도 확실히 챙겼으니 더 늦기 전에 일본 리그에 도전한다.
대전 호크스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영원히 우승하며 왕조를 유지할 수 없다. 이제는 리빌딩을 준비하며 유망주를 키워야 할 순간이었다.
[민현웅: 야] [민현웅: 양키스 와] [민현웅: 나랑 놀자 너 3번 나 4번 개꿀? ㅇㅈ?] [민현웅: 야 씹냐?] [민현웅: 너 보스턴 가면 존나 실망] [민현웅: 보스턴 말고 양키스 와라 진심으로 빨간양말따위 가기만 해] [민현웅: 양키스 최고 뉴욕 최고 양키스 완전 개쩔어] [민현웅: 보스턴 따위…….]2035시즌을 시작하며 유행운은 일찌감치 미국 도전을 외쳤다.
그 이후로 민현웅은 작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귀찮게 굴었다. 현재 민현웅은 가까스로 병역 혜택을 받았고, 양키스에서는.
[유행운: 너 아직 5번 타자잖아]주축 선수로 성장했지만, 4번 타자는 아니었다.
물론 현대 야구는 4번 타순보다 2번 타순의 중요성이 강해지고 있지만, 4번이라는 상징성은 여전했다.
[유행운: 일단 양키스는 안 가]유행운이 피식 웃으며 메시지를 보냈다.
[유행운: 너 있어서 안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