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59
159. 가자, 미국으로
유행운의 MLB 대형 계약은 국내에 돌풍을 가져왔다.
예를 들어, 대전 호크스에서 같이 뛰었던 윤규민은 순간 자신의 계획을 일본이 아니라 미국으로 바꿀 정도였다. 그만큼 유행운의 2년 6,000만 달러는 큰 파장을 가져왔다.
[보스턴 레드삭스 신임 사장 키런 메이슨 “유행운은 아주 오랫동안 지켜본 선수, 놓칠 수 없었다”]미국에서는 신인이나 다름없는 젊은 선수가 2년 6,0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이룰 수 있었던 건, 레드삭스에 메이슨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
키런 메이슨은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상징적인 존재였다. 86년 간 질기게 이어 갔던 밤비노의 저주를 풀어 낸 장본인이기도 했고 살아 있는 역사이기도 했다.
그가 레드삭스에 돌아오면서 자연스럽게 유행운 영입에 박차를 가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썰) 유행운 다저스에서도 3년 5,600만 불렀대]└ 인증 없음 구씹
└ 그럴 듯한데? 다저스 돈 많잖아
└ 계약 기간도 차이나고 돈도 좀 차이나네
└ 이게 찐이면…….
└ 와 대박이다 정말
└ 행운아 행복해라…….
└ 우리 행운이 곱게 쓰고 돌려주세요…….
└ 아니 대체 얘 뭐 보고 저 큰돈을 질러??? 세상이 날 속이나;;;
└ 진심 볼수록 놀라움 기사 보고도 믿기지 않음
└ 저게 가능하구나
└ ㅋㅋㅋㅋㅋ 얘 만약 미국에서도 통하면 2년 후에 역대급 계약 나오겠는데?
└ 하 기뻐야 하는데 왜 눈물이 나냐 난 분명 기쁜데…….
└ 잘 가 행운아 나중에 아주 나중에 만나자…….
대전 호크스는 시원섭섭하다.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지만, 사실 유행운에 대한 고마움이 더 컸다.
유행운이 입단하기 전까지의 대전 호크스는 무시의 대상이었다. 프로라고 할 수 없는 성적을 매해 기록했기 때문에, 보살이라 불리던 팬들도 많이 지쳐 갔다.
그 상황에서 유행운의 등장은 단비 같았다. 우승 한 번만 봐도 행복사로 생을 마감해도 충분하다 생각했는데, 그 이후로 대전 왕조라는 생소한 단어까지 만들어 내며 7연속 우승을 선물했다.
그걸로 충분하다.
4년 연속 꼴찌도 경험했는데, 우승을 연거푸 경험했으니 충분히 암흑기를 견딜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전 호크스는 제가 정말 사랑하고 앞으로도 애정할 팀입니다. 팬분들이 보내 주신 응원,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다시 대전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건강하시고 정말 고마웠습니다.”
입단식에 앞서 유행운은 서운해할 대전 호크스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7년 동안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고 나름 만족할 만한 성과도 이뤄 냈다.
[입단식에서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유행운] [“등번호 7번이 갖고 싶어?” 유행운, 레드삭스에서도 등번호 7번 단다]└ ㅋㅋ 시발 ㅋㅋㅋㅋㅋㅋ
└ 개웃기넼ㅋㅋㅋㅋ
└ 심지어 원주인 일본인이잖아??? ㅋㅋㅋㅋ
└ 갖고 싶으면 다 주는 거냐곸ㅋㅋㅋㅋ
└ ㅋㅋㅋ 그럼그럼 가져야지
└ 하 국뽕차네???
└ 하필 뺏긴 애가 일본인이라 존나 웃겨 ㅋㅋㅋㅋㅋ
└ 그 사장이 진짜 엄청 예뻐하네
└ 감독도 예뻐해줬으면 얜 왜 리액션이 없냐???
└ 그니까 누가보면 신임 사장이 감독인 줄ㅋㅋㅋㅋ
└ 그치 럭키는 7번이 딱이지 그치그치
└ 이래서 돈 많이 받아야 해 팀에서 대우를 해주잖아
사실 의도한 건 아니다.
메이슨이 직접 등 번호에 대해 이야기했고 유행운은 단순하게 원래 쓰던 등 번호가 좋다고 말했을 뿐이다.
만약 7번을 쓰는 선수가 있다는 걸 알았다면 다른 번호를 이야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연한 것처럼 메이슨은 7번을 가져왔고 자연스럽게 그 등 번호를 받았다.
“하, 이게 말이 되냐…….”
민현웅은 메이저리거로 자리를 잡으면서 연봉이 대폭 상승했지만, 아직 FA 자격을 가져오지 못했다.
MLB에서 FA 자격을 가지려면 6시즌을 뛰어야 한다. 그것도 당연히 마이너리그 경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즉, 민현웅이 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1년은 더 뛰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현재 민현웅은 메이저리거 5년 차였다. 지금 연봉은 꽤 올랐지만, MLB 루키 신분으로 6,000만 달러를 거머쥔 유행운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
유행운은 시작부터 KBO에서 21억에 달하는 계약금을 가져왔고 그 이후에도 고액 연봉자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민현웅이 박탈감을 가질 만도 했다.
“난 겨우 1,000만 달러 먹었는데…….”
유행운은 행복해 보였다.
하필 그가 입단한 구단이 양키스 라이벌 팀이었다.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은 유행운이 꽃다발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 사진을 보던 민현웅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뚝 떨어졌다.
“에이전시 바꿔야겠다…….”
생각해 보면 유행운은 항상 좋은 계약을 성사해 왔다. 그 중심에는 돈에 미친 여자라고 불리는 채리원이 있었다.
“진심 당장 바꾼다……!”
돈벼락을 맞은 유행운을 보며 민현웅이 의지를 다진다.
내년 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찍고 반드시 유행운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가져오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 * *
[메이슨, 이 할배 치매 온 거 아니냐? 유행운 계약 심각하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가 KBO를 씹어 먹은 건 알겠어 근데 계약이 심하게 잘못됐다는 건 동의한다
└ 메이슨이 말하기를 YU는 지금이 저점이라고 했지 난 아직 그의 눈이 정확하다고 믿고 싶어
└ 완벽한 오버페이
└ YU가 만약 NPB를 씹어 먹었다면 난 메이슨을 신뢰했을 거야 하지만 KBO는 더블A 수준이라고
└ YU는 수비 능력이 탁월해 너튜브에 검색만 해도 나오는 자료만 봐도 저 금액이 터무니없다는 걸 알 수 있어 특히 작년 WBC에서 보여준 그의 퍼포먼스는 정말 압도적이었지 나는 메이슨을 지지해
└ 우리는 반드시 새로운 유격수가 필요해 지금 James는 너무 늙었지 세대교체를 위해서 YU에게 베팅했다고 생각할래
└ Fuck! 메이슨 눈은 이제 바닥을 찍었어 다시 새로운 저주가 생길 거야 그 저주를 럭키라고 지어주지 럭키의 저주
└ 양키스도 포스팅 입찰을 시도했다던데? 양키, 그놈들에게 뺏기는 거 보다는 낫지 않아? 우리는 그놈들에게 그 어떤 것도 져서는 안 돼
└ 유격수는 수비 비중이 높은 포지션이야 한국에서 7년 연속 40홈런을 기록했다는 것에 나는 감탄했어 그는 성공할 거야 과거 Kang이나 Kim처럼
└ 오 긍정적인걸?
└ 실제로 Lucky의 기록은 Kang, Kim을 압도해 이것만 봐도 메이슨이 괜한 도전을 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지
└ 몹시 긍정적이군 난 이 빌어먹을 스타킹이 언제까지 헛짓을 할지 궁금해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가 사라졌어 이 팀은 또 와일드카드에도 진출하지 못할거야
└ 양키 고 홈 양키 고 홈 양키 고 홈 양키 고 홈!
└ 팩트를 말하니 발작하는 거 보니 완벽한 스타킹팬이군
└ 양키 고 홈 양키 고 홈 양키 고 홈 양키 고 홈 양키 고 홈!
늘 그렇듯, 현지 반응은 의구심이 가득하다.
새로운 동양 선수. 거기에 오버 페이라는 논란까지 겹치면서 유행운에 대한 평가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물론 유행운은 개의치 않았다.
모든 건 실력으로 보여 주면 된다. 좋은 계약을 이끌어 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미국에서 보여 준 것 없는 신인 선수라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헐값에 입단을 했다고 해도 동양인에 대한 편견은 남아 있었을 것이다.
“괜찮겠어?”
“응. 나도 열심히 준비했거든.”
온 가족이 미국행을 결정 지었다.
유행운은 아내가 한국에 남아 있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백유정은 이미 차근차근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미국 현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밀어주었고 자연스럽게 백유정은 미국 현지에서 기자로서 활동할 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
“고마워.”
보스턴 레드삭스는 유행운을 위한 집을 구해 놓았다. 넓은 정원이 있는 2층 주택이었고 사진으로 보아도 좋은 집이었다. 게다가 근처에 명문 사립 초등학교가 있었다.
물론 아직 딸이 어려서 학군까지 생각하는 건 아주 일렀지만, 보스턴 자체가 대도시라 생활이 어렵지는 않았다.
이제 다음 주면 미국으로 떠난다. 유행운은 가족 외에도 모친이 걱정이었다. 다행히 모친은 대전에서 적응을 마쳤고 친구도 제법 사귄 걸로 알고 있다.
혼자 운영하던 카페는 이제 장모님과 함께하고 있다. 유행운 위주였던 카페에 백유진의 지분이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두 사람이 사이좋게 운영하는 모습이 굉장히 좋게 보였다.
“내 딸을 잘 부탁하네……!”
미국에 가기 전에 가족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이제 은퇴를 앞두고 있는 유행운의 장인어른이 시작부터 눈물을 훔쳤다. 그 모습을 그의 아내가 지켜보고 있다. 마치 아주 한심하다는 듯.
“영원히 떠나는 것도 아닌데, 이이는 왜 울고 그래.”
그 옆에 이선영 역시도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아들이 성공해서 가는 거니 기뻐야 하는데, 이제 자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핑 돌았다.
“보스턴은 직항 있으니까, 오시고 싶을 때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비행기 준비해 놓을게요. 그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유행운이 양가 어른을 달랜다.
우습게도 자연스럽게 미국 여행을 상상했는지, 울던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개막전에 구경 가도 될까?”
장인어른의 말에 유행운이 웃으며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개막전보다 일찍 오셔서 미국 여행도 하시고 경기도 보세요. 보스턴이 여행하기 좋은 도시라고 하더라고요.”
눈물은 그만.
이제 식사와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든다.
가족들이 자주 미국에 온다면 자연스럽게 아내도 외로움이 덜할 것이다. 이왕이면 함께 미국으로 가면 좋겠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맛있게 드세요. 그리고…….”
유행운이 가방에서 돈 봉투를 꺼냈다.
“제가 이번에 좋은 계약을 맺었는데, 모두 부모님 덕분인 것 같아서요.”
유행운은 처가댁 어른까지 부모라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봉투에 머문다. 각자 봉투를 가져간 어른들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역시 눈물을 그치게 하고 기쁨을 주는 선물로는 현찰이 최고였다.
* * *
미국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이제 새로운 환경이었고 한 시즌을 견딜 몸을 만드는 게 급선무였다. 그사이 보스턴 레드삭스의 감독 다니엘 슈나이더를 만났다.
그는 의구심 어린 눈으로 유행운을 위아래로 훑었다. 물론 그 이후에는 빙긋 웃었지만, 영 탐탁지 않아 하는 듯했다.
그 순간.
‘이 감독도 해고해 달라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유행운은 내색하지 않고 가볍게 악수를 했다. 미국에서는 이런 시선이 끝없이 따라붙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이겨 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였다.
실력.
실력으로 보여 줘야 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도 부디 잘 부탁하네.”
2036년,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
미국에 와서 유행운은 체력 훈련과 선수 분석에 몰두했다. 지난 시즌 경기를 매일 챙겨 보았고 투수를 분석하는 데 힘을 썼다.
따로 자료를 받긴 했지만, 글을 읽는 것보다 영상을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유격수로서 투수에 따라 수비 위치를 어떻게 잡을지도 감을 잡는다.
물론 실전에서 직접 만나 보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미리 준비가 되어야 실전에서 제대로 수비와 타격을 할 수 있다.
“하, 저 자식인가.”
스프링 캠프.
앞서 투수조와 포수조가 소집되었고 이틀 후에 야수조가 스프링 트레이닝에 합류했다.
유행운은 라커룸을 열었다. 짐을 넣고 있는데, 등 뒤로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간 유행운은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백유정이 잠들기 전까지 영어로 대화하기를 요청했고, 처음에는 제대로 못 알아 들었지만 점차 실력이 늘어갔다.
‘발음이 새네.’
제대로 알아듣기 힘든 이 영어는 분명 일본인이다.
“내 등 번호를 빼앗아 간 조센징이…….”
하아.
유행운이 한숨을 쉬었다.
사실 좀 웃겼다. 영어가 아직 서툰 것 같은데, ‘조센징’이라는 말을 내뱉을 거면 차라리 일본어로 주절거리는 게 나을 뻔했다.
아카치 카즈마.
포지션은 외야수. 주로 좌익수를 맡고 있으며 작년 성적은 2할 8푼에 발이 빠른 전형적인 똑딱이 유형이었다.
“말이 많네.”
한숨을 쉬며 유행운이 캐비닛을 닫았다.
“쪽바리 새끼.”
아주 작은 목소리.
아마 아카치는 그 말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7번이라는 등 번호를 가지게 되었지만, 일부러 뺏을 생각은 없었다.
보스턴에서 알아서 유행운에게 7번을 가져다주었을 뿐이다. 신경 써서 등 번호를 주겠다는데, 그걸 거부할 선수가 세상에 있을까?
결국 그만큼 레드삭스가 유행운에게 기대하고 있다는 뜻이었고 유행운은 그 기대에 부응할 생각이었다.
유행운이 뒤를 돌아보자, 자신을 노려보는 아카치를 보며 생각했다.
모든 건 실력이다. 하루라도 빨리 자신을 증명해야겠다고.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