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65
165. 루저
유행운은 선수로서 보여 줄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타점을 올렸고 발로 득점까지 해냈다. 이 과정에서 승부를 원점을 돌렸으나 그 이후에 추가 득점이 없어 역전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선수로서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 준 셈이었다.
8회 말, 이번에도 불펜은 여지없었다. 겨우 동점을 만들었더니, 제구 난조로 투수 교체가 이뤄졌고 기어코 1점을 또 실점했다.
유행운은 이제 고작 두 경기를 뛰었지만, 왜 보스턴 레드삭스가 하위권을 맴도는지 알 것 같았다. 타선도 빈약했고 투수진도 약하다. 특히 불펜진은 심각할 정도였다.
[결국 보스턴 레드삭스가 역전을 이뤄 내지 못하고 시즌 첫 패배를 안았습니다. 8회 초, YU가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혼자서는 이겨 낼 수 없죠.] [네, 야구는 팀 스포츠니까요. 물론 그가 지금 같은 모습을 꾸준히 보인다면 보스턴 레드삭스는 작년 시즌보다는 최소 10승은 더 거둘 수 있을 겁니다.]두 점 차 패배.
선발 투수가 제 역할을 해냈지만, 타선이 두 점밖에 뽑아내지 못했고 불펜도 선발의 활약을 따라오지 못했다.
[민현웅: 졌네?]사실 경기를 뛰다 보면 패배를 할 수도 있다. 그건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민현웅: 난 이겼는데 ㅋㅋㅋ]이 메시지에 화가 나는 건 사람이라 어쩔 수 없었다.
[유행운: 어제는 졌잖아] [민현웅: 과거는 돌아보는게 아니다] [유행운: 루저] [민현웅: 오늘 루저는 너] [유행운: 어제의 루저] [민현웅: ㅗㅗ] [유행운: ㅗㅗㅗㅗㅗ] [민현웅: 레드삭스? 입에 빨간 양말 물고 도망가게 해주지] [유행운: ㅗㅗ] [민현웅: 벌써부터 쫄았군] [유행운: 그래서 넌 지금 홈런 쳤냐?] [민현웅: ㅗㅗ] [유행운: 난 벌써 두 개다]어째 민현웅과 대화를 하다 보면 사람이 유치해지는 것만 같다. 같은 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뉴욕 양키스 소속인 민현웅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유행운: 홈런도 없는 루저 새끼] [민현웅: 야구는 팀 스포츠임] [유행운: ㅇㅇ 양키스 1패 1승] [민현웅: 너희도 1패 1승] [유행운: ㅇㅇ 동률 그럼 개인 성적 높은 내가 위너] [민현웅: ㅗㅗㅗㅗㅗ] [유행운: ㅉㅉㅉㅉ 루저 새끼] [민현웅: 많이 컸다?] [유행운: ㅇㅇ 많이 커서 예쁜 누나랑 결혼도 하고 예쁜 딸도 낳음 ㅎ] [민현웅: 시발 반칙 쓰지 마라] [유행운: 연애는 해 봤냐?]그 이후, 민현웅은 한동안 답장이 없었다.
* * *
보스턴 레드삭스는…….
“생각보다 더 심각한 팀이야.”
그랬다.
시애틀과의 남은 두 경기에서 완패를 당했다. 유행운이 열심히 출루해도 그다음 찬스를 연결해 줄 선수가 없었다.
어쩌면 아카치가 자존감이 높은 이유는 사람처럼 타격을 하는 선수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닌지, 신빙성 있는 추측이 생겼다.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승부에서 1승 3패를 기록했고 그 이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4연전은 2승 2패로 나름 선방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는…….
“설마 잭이 그렇게 잘 던지고도 질 줄이야…….”
벌써 4연패였다.
이번 메이슨이 영입한 캠린 하긴스 덕분에 나름 1, 2선발이 나오면 승리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는 공식이 생겼다.
심지어 토론토와의 3연전에선 원투 펀치가 가동되었다. 캠린은 5이닝 1실점을 했고 그 이후는 불펜 방화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잭 워커는 7이닝 무실점으로 아주 좋은 활약을 했다.
타선도 적당히 득점을 내 주었는데, 유행운은 이 경기에서 솔로 홈런 포함 4안타를 때렸으며 타점도 4점이나 가져왔다.
“최악이야.”
한숨을 쉬며 젓가락을 들었다.
“내가 봐도 정말 별로더라.”
백유정은 계속 TV로 잊지 않고 보스턴 경기를 챙겨 보았다.
딸도 아무것도 모르지만 옆에서 장난감을 흔들며 경기를 지켜보았다. 아빠가 나올 때는 좋아서 박수를 치는 그 해맑은 모습이 가끔은 부러웠다.
남편 얼굴을 보는 건 좋은데, 불펜이 끝없이 방화할 때마다 혈압이 올랐다. 이 순간, 어쩌면 대전 호크스가 생각보다 잘해 준 편일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는다.
아니다.
취소. 아무리 그래도 대전보다는 나을 것이다.
“자기 요즘 인기 많아.”
“나?”
“응, 시터 분이 사인 좀 받아 달래.”
“아, 그럼 해 드려야지.”
“요즘 좀 뿌듯해. 미국 온 기분이 난다.”
요즘 백유정은 동네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사람들이 백유정만 보면 유행운 이야기를 꺼냈다. 유행운은 데뷔하자마자 보스턴 레드삭스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되었다.
홈런도 잘 때리는 유격수.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그 임팩트가 대단했다.
“여보, 그거 먹고 바로 출근할 거지?”
백유정의 물음에 유행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도 오늘은 홈 경기라 좀 낫다. 이렇게 잠깐 얼굴도 보고.”
고됐던 원정 경기를 마치고 드디어 보스턴에 돌아왔다.
원정 8연전을 마치고 휴식을 취했고 이어서 3연전을 소화한 후에 이제야 홈 개막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 그럼 먼저 나가야 할 것 같아. 부모님 모시러 가야 해.”
“조심히 다녀와. 이따 경기장에서 보면 좋겠다.”
“나는 일해야지.”
오늘 경기는 라이벌전이다.
오랜 숙적 뉴욕 양키스와의 3연전이었다. 안타깝게도 1, 2선발은 이미 소진된 터라 더욱 경기가 어렵게 풀릴 것이다.
“부모님 앞에서는 승리해야 할 텐데…….”
미리 티켓을 빼놓았다. 당분간 아내가 조금 편해질 것이다.
가족들이 2주간 보스턴에 머물 예정이라, 그 시간 동안에는 딸을 맡길 여유가 생기는 셈이었다. 유행운도 당분간은 출퇴근이 가능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아, 당신 오늘 사인해야 해.”
나갈 채비를 마친 백유정이 곤히 잠든 딸을 안으며 말했다.
“한 100장? 그 정도만 부탁해.”
“경기 끝나고 열심히 할게.”
“그럼 이따 봐요.”
“네, 이따 봐요.”
유행운이 식탁에서 일어나 백유정에게 다가갔다. 곤히 잠든 딸의 볼을 눌러 보고 미소를 짓는다.
자연스럽게 입맞춤을 하고 백유정이 집을 떠났다. 유행운도 식사를 마저 마치고 양치를 가볍게 했다.
아직 몸이 찌뿌둥하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바로 옷을 갈아입었다.
“YUYUYUYUYU!”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팬들이 몰려들었다.
유행운은 미국에서는 비싼 차를 새로 구입했다. 이유는 동양인에 대한 차별적 시각 때문이었다.
아내 차도 새로 뽑았는데, 두 차 모두 값비싼 외제 차였다. 유행운이 모는 차가 이미 유명해졌는지, 팬들이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창문을 연다.
밀려드는 사인 요청을 하나하나 들어주며 말했다.
“위험해요. 다 해 드릴 테니까, 천천히.”
사인지를 내미는 손길과 야구공, 그리고 YU가 새겨진 유니폼까지 사인 요청이 이어진다.
유행운은 유니폼에도 꼼꼼히 사인했다. 사실 가장 기분 좋은 건, 제 이름을 마킹한 유니폼이었다.
악수도 해 주고.
어린아이에게는 하이파이브도 해 준다. 팬서비스에 있어서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 했다. 팬이 없으면 야구라는 스포츠는 살아남을 수 없다.
“유행운 선수!”
어, 오랜만에 아주 익숙한 한국말을 들었다.
“저 호크스 팬이에요!”
유행운이 자기도 모르게 밝게 웃었다. 팬의 손에는 유니폼이 있었다. 오늘 홈개막전을 보러 온 모양이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겠다…….”
부디 오늘은 이겨야 할 텐데.
“아뇨! 저 보스턴 살아요.”
“아하.”
“유학 왔어요.”
금수저였구나.
“저 진짜 아빠 때문에 대전 팬이었거든요. 미국도 보스턴으로 와서 정말 좋아요.”
“네, 오늘 열심히 할게요.”
꼼꼼하게 사인을 해 주고 마지막까지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다 해 주었다.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지만 사람은 끝없이 밀려왔다.
계속 주차장에서 사인만 해 줄 수 없어서 양해를 구하며 이동했다. 처음과 달라진 팬들의 시선에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 * *
“엄마, 이 자리예요. 어머니, 여기 앉으세요.”
백유정은 바쁘다.
아이는 아버지가 안고 있었고 백유정은 유행운이 준비한 테이블석에 부모님을 안내했다.
“배 안 고프세요?”
아마 장시간 비행을 하고 온 터라 피곤할 것이다. 그래도 미국은 낯선 곳이라 다들 즐거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유니폼 사러 가야지!”
“아, 줄 길던데…….”
“갔다 올게.”
“여기, 티켓 잃어버리지 마시고 조심히 다녀오세요.”
“응.”
경기 시작까지 1시간 남았다.
유행운은 그라운드를 가볍게 돌며 땀을 내고 있었다. 백유정은 어른들을 보내고 카메라를 꺼냈다.
유행운은 산보하듯이 뛰면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바로 민현웅이었다.
“야, 어제 내 경기 봤냐? 나 홈런 친 거?”
“응, 이제 겨우 첫 홈런.”
“지는.”
“난 세 개. 넌 한 개.”
두 사람은 장난을 치며 뛰고 있었다.
어제 민현웅은 첫 홈런을 신고했다. 타격감이 서서히 올라오고 있었고 팀은 3연승을 달리며 시즌 초반 상위권에 안착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162경기나 치르는 MLB였기에 아직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오늘 내기할래?”
“아니.”
“질까 봐?”
“아니.”
“왜?”
“똑같이 유치해지고 싶지 않아서.”
“쫄?”
유행운이 한숨을 쉬었다. 몸 푸는데 집요하게 와서 계속 귀찮게 한다. 하지만 민현웅은 진심으로 신난 사람처럼 보였다.
미국에서 혼자 뛸 때는 외롭기도 했는데, 이렇게 정 둘 선수가 생기니 행복했다. 심지어 같은 아메리칸리그였다.
같은 팀에서 뛰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가 지면 오늘 너 형님으로 모신다.”
그 말에 유행운이 걸음을 멈추며 민현웅을 보았다.
“내기 조건은?”
“누가 더 좋은 성적을 내는지.”
“오.”
“물론 팀까지 이겨야지.”
“이 양아치 새끼.”
누가 봐도 뉴욕 양키스가 더 유리하다. 팀 전력이 보스턴 레드삭스가 현저히 떨어지는데, 팀 승리까지 요구하는 내기였다.
“왜, 질 거 같아?”
유행운이 고개를 돌려 카터 곤잘레스를 보았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3선발로 작년보다는 시즌 초 출발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고작 한 경기를 소화했을 뿐이다.
반대로 양키스 선발을 확인한다.
“음…….”
노아 테일러.
사실 선발 싸움으로는 비등비등하지만, 모든 건 확신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이 두 투수는 누가 더 컨디션이 좋은가에 따라 결판난다.
선발만 문젠가…….
불펜이 더 큰 문젠데.
“형님으로 모신다고?”
“어.”
“한 입으로 두말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아니지.”
밑지는 장사지만, 승부는 붙어 봐야 아는 거다.
무엇보다 민현웅한테 개인 성적으로 질 확률은 없다고 해도 된다.
“그건 확실히 하자.”
“뭘?”
“네가 나보다 못 치면 보스턴이 지더라도 내기는 무효야.”
“좋아.”
민현웅이 선선하게 대답했다.
속으로 그는 실실 웃고 있었는데, 사실 민현웅은 카터 곤잘레스에게 강한 타자였다. 게다가 보스턴은 타자 친화적인 구장이다.
내심 계산기를 두드리고 제안한 내기였기에, 민현웅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누나!”
유행운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는 백유정에게 달려갔다.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다. 백유정 역시도 미소를 지으며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그 모습을 한 발 뒤에서 지켜보는 민현웅은…….
“반드시 이긴다…….”
주먹을 꽉 쥐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