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67
167. 돈이 실력
유행운은 영어를 아주 오랫동안 준비했다.
백유정이 사람이 우스워 보이지 않으려면 그 나라 언어를 최대한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유행운은 공부라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껏 야구 공부만 했었고 그 외에는 재능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영어는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서 해야만 하는 언어였다.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생각해 보면 유명 축구 선수도 해외에서 득점왕까지 했지만, 팀원들에게 인종 차별을 겪었고 틈만 나면 일반 축구 팬들에게 이방인 취급을 당하지 않던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백유정이 하는 말이기에 모두 타당한 내용이었다.
[곤잘레스가 큰 산 하나를 넘어갑니다. 양키스는 중심 타선이 아주 탄탄한데, 4번 타자에게서 헛스윙을 잘 이끌어 냈어요.]유행운이 수비 위치를 잡았다.
이제 민현웅이 타석에 선다. 그는 우타자로 당겨 치거나 퍼 올려 타격하는 유형이다. 1, 2간보다는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공략할 확률이 높았다.
민현웅이 타석에 서서 수비 위치를 확인한다.
시범 경기에서 이미 마주쳤지만, 유행운이 유격수에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수비를 잘한다.
안타성 타구도 잘 건져 냈고 자잘한 실수가 거의 없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내야가 탄탄해졌다. 그저 유행운 하나가 가세한 것뿐인데.
‘힘으로 그냥 보내 버려야 해.’
민현웅은 밀어 치기를 잘 못한다.
타고난 신체 조건으로 힘과 힘으로 맞붙어 좋은 타구를 만드는 유형이었다. 장타력이 좋았고 타구 속도도 월등하다.
유행운과 비교해서 힘 하나는 압도할 수 있는 타자가 민현웅이었다. 유행운은 정교했다. 원하는 대로 타구 위치를 설정하여 보낼 수 있는 타자였고 제대로 걸리면 홈런도 나온다.
유행운이 홈런 타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정확한 타격 덕분이었다. KBO에서 선수 생활을 하면서 점차 몸을 키우고 힘을 길렀다.
신체가 단련되니 정확한 타격으로도 쉽게 홈런을 만들 수 있는 몸이 된 거다. 어떻게 보면 노력파, 사실 현실에 안주했어도 잘 먹고 잘 살았을 텐데 더 야구를 잘하고 싶어 하는 독종이었다.
“영어도 잘하고…….”
민현웅이 작게 중얼거렸다.
아니, 이제 막 미국에 왔으니 당연히 영어를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유행운은 이미 통역 없이도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었고 그 모습에 민현웅은 당황했다.
들어 보니…….
아내가 가르쳐 주었단다. 매일 밤 영어로 대화했고, 틈만 나면 영어를 들었단다.
‘재수 없어.’
그게 결론이다.
배트를 꽉 쥔다. 항상 유행운은 자신을 앞서간다. 고교 시절에도 유행운은 민현웅보다 앞서갔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메이저리거로서 먼저 성공한 그였는데, 이상하게 쫓기는 기분이었다. 이기고 싶어서 열심히 운동하고 노력했는데, 그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빠아아악!
짐승 같은 본능으로 초구를 쪼개 버렸다.
카터 곤잘레스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 자신감도 있었지만, 승부욕이 그를 더욱 부추기고 있었다.
민현웅이 날아가는 타구를 보았다.
유격수가 어찌할 수 없게 높게 날아가는 타구였고 넘어갈 수 있을 거라…….
[와, 예사롭지 않은 타구였는데요. 담장에 맞고 떨어집니다.]“이런 씨…….”
민현웅이 2루 베이스를 밟으며 인상을 찌푸린다.
좌익수에게서 공을 받은 유행운이 민현웅을 보며 피식 웃었다.
“웃어?”
“힘이 너무 들어갔어.”
“쳇.”
뭐라 할 말이 없다.
홈런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강하게 때렸는데, 그게 악수였다. 적당히 힘을 빼고 부드럽게 타격했어야 했는데, 처음과 중간, 그리고 끝까지 강강강이었다. 발사각을 조금 더 조절했어야 했는데. 명백한 미스였다.
물론 장타를 만든 건 아주 좋은 출발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득점은 아니다. 유행운이 다음 타자를 맞이하여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
따아악!
[프레이저, 몸쪽 깊게 들어오는 컷 패스트볼을 당겨 칩니다! 날카로운 타구, 득점 찬스를 이어가는 좋은… 오 마이 갓! 유격수가 몸을 던져 건져 냅니다! 엄청난 반응 속도! 내야를 충분히 뚫을 수 있는 강한 타구를 미끄러지며 백핸드 캐치!]미친놈.
민현웅이 3루로 가려다가 급하게 귀루한다.
백핸드 캐치 후에 몸을 일으킨 유행운이 2루 주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강하게 1루 송구를 진행했다. 빨랫줄 같은 송구가 1루수 글러브에 쏙 들어간다.
[이게 말이 됩니까? 1회 말, 좋은 홈런을 만들었던 강타자가 이번에는 상대의 맥을 끊어 버립니다! 한마디로 프레이저는 지금 안타를 도둑맞았어요! 이건 양키스 입장에서는 911 눌러야 합니다! 경찰을 불러야 해요.] [정말 좋은 플레이네요. 타구 속도가 엄청났는데, 이 강한 타구를 부드럽게 잡아 냅니다. 후속 플레이도 좋았어요. 스텝을 밟지 않고 강하게 뿌렸는데, 송구가 빗나가지 않고 1루수 미트에 들어왔어요. 아주 좋은 수비입니다.] [이 타구가 빠져나갔다면 양키스는 1사 1, 3루 찬스를 맞이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YU의 슈퍼 세이브로 맥이 끊겼습니다. 대단한 수비예요. 정말 럭키는 볼수록 놀랍네요.] [하하하, 지금 MIN 얼굴 봤습니까? YU에게 강하게 항의하고 있네요.]민현웅이 유행운에게 따지듯이 말을 걸었다.
“이러고 싶냐? 남의 안타 강탈하고 싶냐?”
“내가 잘한 거지.”
“넌 양키스로 왔어야 했어.”
“이미 지난 일이야.”
유행운이 피식 웃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차라리 우리 팀에 오는 건 어때?”
민현웅은 올 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FA 자격을 얻는다. 나이도 젊고 장타를 갖춘 3루수를 마다할 팀은 거의 없었다.
“레드삭스는 리빌딩 중이라 투자 여력이 있거든.”
많은 팀이 민현웅을 영입하기 위해 총알을 장전할 것이고 라이벌인 레드삭스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민현웅도 유행운과 함께 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양키스를 떠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새로운 에이전트인 채리원의 생각은 달랐다.
– 돈이 최고죠.
그렇게 말했다.
– 원소속팀? 충성심? 잘 생각해요, 민현웅 씨.
아주 설득력 있는 얼굴로 강하게 말했다.
– 당신은 여기서는 외국인 선수 신분이에요.
아주 옳은 말이었다.
민현웅이 아주 오랫동안 뛴 팀이 뉴욕 양키스였지만, 사실을 따지면 결국 외국인 선수일 뿐이었다.
MLB에서 주류는 결국 미국인일 수밖에 없고, 더 따지자면 백인과 흑인이 주류다. 동양인은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구조.
– 돈을 우습게 보지 마세요. 돈이 곧 실력이니까.
참 우스운 일이었다.
민현웅은 비슷한 금액이라면 뉴욕 양키스에 남을 생각이었는데, 채리원은 양키스가 비슷한 금액을 제시하면 단칼에 거절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오히려 양키스는 민현웅이 손해 보았던 지난 세월을 보상해야 한다. 올 시즌, 민현웅의 연봉은 그리 높지 않았다. 팀 내의 강타자이자 중심 타선임에도 연봉 인상률이 적었다.
그걸 채리원은 간파했고 이 협상을 주도한 에이전트의 실책을 언급했다. 서비스 타임의 마지막 해였다. 그 마지막 해에는 연봉을 대폭 인상하며 선수의 마음을 달랠 생각을 해야 한다.
특히 중요한 선수라면 다른 곳에 가지 않게 더더욱.
“빌어먹을.”
민현웅이 리드폭을 길게 가져가며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손해 보고 살았다고?”
이 민현웅이?
* * *
보스턴 레드삭스의 베테랑 유격수 토비 제임스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유행운의 수비는 항상 볼 때마다 놀라웠다.
제임스는 나이를 먹어 과거의 퍼포먼스를 보여 주지 못하지만, 계약 기간이 1년 남아 지금은 슈퍼 루키의 백업 자원으로 뛰고 있었다.
사실 이것도 확실하지 않다.
언제 방출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이니 소속 팀은 유망주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저게 되나……?”
화려하면서도 안정적인 수비.
미끄러지며 백핸드 캐치로 타구를 건져 내고 공을 빼며 빠르게 몸을 일으킨다. 2루를 확인하며 강하게 1루 송구.
어깨도 강했고 반응 속도도 탁월했다. 무엇보다 3루수를 커버할 수 있는 넓은 수비 범위가 인상적이었다.
점점 제임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젊은 동양인 유격수를 따라갈 수 없다. 지금은 당연했고 과거 전성기 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그를 따라갈 수 없었다.
“재능의 차이……?”
지금까지 제임스는 스스로 재능을 타고난 선수라고 생각했다.
제임스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주전 유격수였고 간간이 한 방을 쳐 줄 수 있는 그런 타자였다. 하지만 유행운이라는 선수를 보고 모든 건 착각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경쟁의 의지가 사그라든다.
현역 마지막 시즌을 준비하며 그는 유종의 미를 거둘 생각이었다. 이미 주전 자리는 신인에게 가 버렸지만,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남겠다고 생각했지만…….
“이거 참……. 하루라도 빨리 은퇴를 해야겠군.”
공교롭게도 그는 아주 빠르게 전의를 상실했다.
* * *
[카터 곤잘레스, 2회 초 현웅 민에게 장타를 허용했지만, 그 이후에는 안정적인 투구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양키스가 공격력이 좋은데, 오늘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어요.] [곤잘레스가 수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당연히 YU에게 큰 빚을 지고 있는데, 안타성 타구를 오늘 두 번이나 건져 냈어요. 사실 곤잘레스는 장타를 맞은 후에 흔들리는 경향이 있거든요. 유격수가 적절하게 수비로 커버해 주면서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양키스도 지금 시점에서 보면 참 아쉽죠?] [네, 1회 말 럭키에게 얻어맞은 홈런 외에는 보스턴에게 득점 찬스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노아 테일러가 그만큼 오늘 나쁘지 않은 투구를 보여 주고 있거든요.] [재밌네요. 오늘 경기는 양키스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쳤는데요. 아무래도 레드삭스는 1, 2선발을 제외하면 빈약한 선발진이라는 평가가 있었으니까요.] [만약 오늘 경기가 레드삭스 승리로 끝난다면 도박사들이 많이 울겠군요.] [오, 그들은 안정적인 선택을 했을 뿐인데…….] [야구에서 안정적인 선택이란 있을 수 없죠. 하나 있다면…….]6회 말.
유행운이 타석에 섰다. 오늘 홈런과 안타를 쳐 낸 유행운은 또다시 1루에 주자가 있는 상태에서 타격 준비를 마쳤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선택한 슈퍼 루키 YU 정도가 되겠군요.]2사 1루.
유행운의 칭찬에 부응한 아카치가 볼넷을 얻어 출루에 성공했다. 유행운이 볼을 두 개 얻어 낸 상황에서 히팅 찬스를 맞이했다.
이제 곤잘레스가 불펜에게 마운드를 물려주었다. 지금부터가 시작이었고 여기서 낼 수 있는 점수는 최대한 뽑아내야 했다.
따아악!
유행운이 강하게 툭 밀어 쳤다.
[YU, 강하게 밀어친 타구! 1루수 키를 넘겼고 타구는 파울 라인을 따라 굴러갑니다! 우익수, 빠르게 뛰어오며 공을 수습, 아, 한 번 더듬었어요! 그사이, 아카치는 3루 지나 홈까지!]유행운이 2루에 안착하던 그 순간, 공을 한 번 더듬었던 우익수가 홈 송구를 선택했다. 그와 동시에 유행운은 2루 베이스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3루를 선택했다.
[우익수 홈 송구! 아카치,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공보다 빠르게 홈 플레이트를 터치합니다! 추가점을 올리는 보스턴 레드삭스! 그사이, 럭키는 재치 있는 주루 플레이로 3루에 안착합니다.]유행운이 포수가 송구하려는 모습을 곁눈질로 확인하고 슬라이딩을 한다. 어차피 3루를 저지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아, 이건 실책이에요. 아카치가 발이 빠릅니다. 타구가 애매했는데, 1루수 키를 넘긴 후에 파울 라인을 따라 굴러갔어요. 지금 외야 수비 라인이 뒤로 처진 상태죠? YU가 강한 타구를 잘 만드는 타자였기에 정상 수비가 아닌 뒤로 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급하게 수비를 하다 보니 공을 한 번 더듬었고, 그사이 아카치는 이미 3루를 밟은 상황이었어요.] [네, 홈 송구가 아니라 YU를 묶었어야 했죠.] [YU가 이번에도 양키스에게 실점을 선물하고 분위기를 레드삭스에게로 가지고 옵니다.]레드삭스 팬들이 벌떡 일어났다.
경기 후반, 선발 카터 곤잘레스가 좋은 투구를 보여 주며 내려갔고 이제 불펜쇼가 시작된다.
2점을 리드하고 있지만 어딘가 찝찝하고 불안해지는 시간이었다. 그 순간, 유행운이 멋진 플레이를 보여 주며 달아나는 점수를 내 주었고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3루에 안착했다.
“YU! YU! YU! YU! YU! YU!”
한마음 한뜻이다.
유행운을 연호하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공을 던져야 하는 투수에게 압박감을 느끼게 했고 뉴욕 양키스를 전체적으로 위축되게 한다.
그 과정에서.
따아아악!
[터집니다! YU가 가져온 행운이 사방에 터집니다! 감이 좋지 않았던 프랭키가 드디어 홈런을 신고하며 부활을 예고합니다!] [와우, 프랭키가 필요할 때 홈런을 쏴 주는군요.] [하지만 저는 YU를 칭찬하고 싶어요. YU가 팀을 일으킵니다. 만약 YU가 안타를 치지 못했다면 프랭키의 홈런도 없었겠죠.] [그렇게 따지면 아카치의 끈질긴 승부가 없었다면 YU의 안타도 없었죠.] [맞습니다. 아주 좋은 흐름이에요. 2사 상황에서 아카치의 볼넷에 이어서 행운 유의 장타, 이어서 담장을 넘겨 버리는 홈런! 이건 지금 완벽하게 레드삭스의 흐름입니다.]* * *
“시발!”
민현웅이 솔로 홈런을 터트렸지만, 팀 타선은 무기력했다.
레드삭스는 경기 후반, 타격감이 불타올랐는지 매 이닝 득점을 해냈고 양키스를 멀리 쫓아냈다.
무슨 일인지 오늘 경기에서는 불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민현웅에게 맞은 솔로 홈런 외에는 불질을 하지 않았고 양키스는 점차 시간에 쫓겼다.
[MIN이 배트를 부수네요. 오늘 좋은 활약을 했는데요, 이런 모습은 아주 오랜만에 봅니다.] [아무래도 라이벌전 아닙니까. 오늘 좋은 모습을 보였던 것만큼, 팀이 따라오지 못하니 화가 난 듯하네요. 하지만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 좋지 않습니다.] [MIN 마지막 타석을 삼진으로 마무리하며 부러진 배트를 들고 돌아갑니다.] [뉴욕 양키스가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첫 경기를 패배로 장식합니다.]최종 스코어 9:1.
보스턴 레드삭스의 완승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