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68
168. 이제 없겠지?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개막전은 한국에서는 굉장한 이슈가 되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맞대결이라는 것 자체가 관심을 모았고 유행운과 민현웅 모두 홈런을 쳤다는 점이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즉, 국뽕이다.
서로 응원하는 팀은 다르겠지만, 한국 선수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민현웅은 메이저리그에 자리를 잡았다. 그가 성장할수록 한국 내에 뉴욕 양키스 팬이 급상승했는데, 이제는 유행운이 진출하여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대전 호크스 팬은 자연스럽게 유행운을 응원한다. 그러니, 양키스보다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응원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공교롭게도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뛰는 두 팀이 라이벌 관계였다. 점점 더 주목을 받는 건 아주 당연했다.
“내가 완승이네.”
“…….”
“동생아.”
“…….”
“한참 모자란 동생아.”
경기가 끝나고 유행운이 바로 민현웅을 호출했다.
민현웅은 내기에 진 것에 몹시 화가 나 있었는데, 사실은 단순히 내기 때문은 아니었다.
좀처럼 유행운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낙담한 것이다.
물론 팀과 별개로 오늘 민현웅은 좋은 활약을 했다. 홈런과 2루타를 쳐 냈고 수비에서도 실책이 없었다.
그럼에도 개인 임팩트는 유행운이 압도적으로 앞섰다.
“……형님.”
“어.”
“적당히 하십쇼.”
“적당히가 잘 안돼.”
약속은 약속이다.
민현웅이 평소와 다르게 침울한 얼굴이었다. 팀이라도 이겼다면 좋았을 텐데, 그마저도 못 했다.
“여기 온 김에 밥이나 먹고 갈래?”
“아니.”
“우리 부모님 오셨거든. 같이 식사하고 가자.”
사실 유행운은 누군가를 챙기는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애를 키우면서 성향이 다소 달라졌다.
애는 정말 그냥 애다.
그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애를 키우는 일은 보통이 아니었다.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일단 울기부터 하는 게 아이였다.
훈육도 적절하게 들어가야 한다. 유행운이 딸에게 모든 걸 맞추려 하면 아내가 제지한다. 너무 사랑만 주면 오히려 독이 된다며 적절히 훈육할 것을 주문했다.
육아에도 공부가 필요했다. 자연스럽게 육아 정보 프로그램을 함께 보았고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아직은 18개월밖에 되지 않은지라, 고생할 건 몸밖에 없지만 아이 성향에 따라 마음고생을 할지도 모른다.
정리하자면 유행운의 눈에는 이제 민현웅도 어린애처럼 보였다.
“어디서 먹을 건데.”
“우리 집.”
“너네 집?”
“어. 시간이 늦었잖아.”
아내가 전날, 미리 음식을 준비해 두었다.
티본 스테이크를 구울 준비가 끝났고 파스타까지 준비했다. 기왕 부모님이 미국에 왔으니 한국 음식보다는 양식을 준비했다. 게다가 양가 부모님께서 김치 같은 한국 음식도 많이 싸 가지고 오셨기에, 즉석에서 한식도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
“너 겁나 먹잖아.”
“맞지…….”
“스테이크 뜯어.”
“느끼해…….”
“내가 김치찌개 끓여 줄게.”
“오.”
“잡채도 해 줄게.”
“오…….”
“형님으로 모셔.”
민현웅은 혼자 산다.
돈은 많을 테니 먹고사는 건 문제가 없겠지만, 한식이 늘 그리웠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늘 외로워하는 녀석이었다.
“네, 형님!”
늘 그렇듯 단순한 녀석이기도 했다.
침울했던 건 잊어 먹었는지, 바로 기분 좋게 웃는다.
* * *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는 언제나 혈전이다.
물론 최근 5년간은 양키스와의 대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레드삭스였다. 올 시즌의 긍정적인 점은 아직 첫 맞대결이지만, 레드삭스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 경기는 양키스의 낙승이었고.
3연전의 마지막 경기는 팽팽하게 맞붙다가 결국 연장 승부 치기까지 진행되었다.
[시즌 첫 맞대결에서 1승 1패를 공평하게 나눠 가진 이 두 팀이 기어코 정규 이닝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습니다.] [네, 9회 초 마지막 아웃카운트 타자였던 딜런이 2루에 자리를 잡습니다.]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도입된 연장 승부 치기는 이제 공식적으로 경기에 도입되었다.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린 타자가 2루에 자리를 잡고 그 이후에 공격이 진행된다. 뉴욕 양키스의 10회 초 타순은 9번 타자부터 시작된다.
양키스는 일단 1점이라도 내는 것이 목표였고, 이 공격을 저지한다면 레드삭스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스윙!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마지막 유인구에 속지 않았다면 더 좋은 그림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요.]9번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건 아주 좋은 소식이었다.
이미 믿을 만한 불펜은 모두 소진된 상황이었다. 레드삭스의 선발이 난타를 당했고 조기에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면 경기를 포기했겠지만, 양키스에 맞서 레드삭스의 타선이 올라왔다.
덕분에 양키스의 선발 투수도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걸어 내려갔고 양 팀의 불펜 싸움이 이어졌다.
[10:10 스코어 동점! 레드삭스가 1회 초 5점을 내주고 시작한 경기가 4회 말에 빅이닝을 만들며 원점으로 돌아왔고, 그 이후에도 양키스가 달아나면 다시 레드삭스가 뒷덜미를 잡으며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큰 묘미는 9회 말이었죠.] [네, 양키스가 1점 차로 간신히 레드삭스를 물리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깜짝 홈런이 터졌습니다. 8번 타자 앤드류가 올 시즌 첫 홈런을 터트렸어요.]9회 말에는 포수 앤드류 랭글리가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 홈런을 터트렸다.
양키스는 딱 아웃카운트 하나만 남겨 둔 상황이었고 하위 타순이었기에 승리를 거의 가져온 셈이었다. 하지만 9회 말 투 아웃에서도 기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었다.
분위기는 레드삭스에게 넘어왔다. 하지만 야구는 언제 흐름이 바뀔지 알 수 없었다. 여기서 양키스가 득점에 성공한다면 다시 분위기는 양키스가 가져갈 수도 있다.
따아악!
그 순간, 유행운이 번쩍 날아올랐다.
상위 타순으로 바뀌는 시점이었고 주자는 2루.
[와, 이게 뭡니까! 머리 위로 넘어가는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잡아 냅니다. 엄청난 반응 속도네요. 순식간에 내야를 뚫는가 했는데, 그걸 점프해서 잡습니다!] [또 울리네요. YU가 또 양키스를 울립니다.]유행운은 1번 타자가 타석에 서자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가 날아와도 내야 뒤로 넘기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2루 주자,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아쉬운 득점 찬스를 놓친 뉴욕 양키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양키스 팬들이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른다.
이건 유행운에게 보내는 욕이었다. 하지만 유행운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저렇게 길길이 날뛰어 주니,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았다.
아, 내가 잘했구나.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1루수, 뒤로 물러서며 안전하게 타구를 처리합니다. 투수, 커버 플레이. 안전하게 공을 받아 베이스를 밟습니다.] [뉴욕 양키스로서는 아쉬운 결과예요. 특히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YU가 낚아챈 그 순간이 뼈아플 겁니다.] [YU는 정말 대단해요. 오늘도 미친 수비를 보여 주었습니다. 3연전 동안 양키스는 이 루키에게 엄청나게 손해를 봤어요. 안타를 몇 번이나 도둑맞았는지…….] [심지어 10회 말, 레드삭스의 타순은 1번 아카치부터 시작됩니다. 이 말은 양키스는 다음에도 YU를 피할 수 없다는 뜻이죠.] [아카치가 안타를 친다면 피할 수도 있겠죠.] [그렇군요.] [그렇게 될까요?] [저도 모르죠.]* * *
민현웅은 심각한 얼굴로 3루 베이스에 머물러 있었다.
승부 치기에서 득점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민현웅은 생각했다. 이 경기는 이미 레드삭스에게 내줬다고.
10회 말, 레드삭스의 타순이 좋았다. 상위 타순부터 시작되는데, 그 안에 유행운이 있다.
민현웅이 아는 유행운은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금 수비 위치에 있는 이 순간, 그는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데?”
아카치가 확실히 살아났다.
눈 야구가 된다는 건, 아카치가 확실히 살아났음을 보여 주는 셈이었다. 유행운 앞에서 출루만 잘 해 줘도 아카치는 제 몫을 해낸 셈이었다.
쓰리 볼.
완벽한 히팅 타이밍이 만들어졌다. 유행운은 대기 타석에서 타이밍을 잡으며 아카치의 승부를 지켜보았다.
부웅!
배트가 헛돈다.
서클 체인지업에 아카치가 타격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어쩌면 아카치가 오늘의 승부를 결정지을 수도 있다.
지금도 아카치가 카운트 싸움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궁지에 몰려 있는 상대는 역시 투수였다.
“볼.”
유행운이 미소를 지었다.
아카치가 욕심을 내지 않고 출루에 성공했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네, 무사 1, 2루 찬스가 이어집니다. 레드삭스에게는 가장 좋은 찬스예요. 무려 YU에게 찬스가 도착했으니까요.]민현웅이 한숨을 쉰다.
아카치는 반드시 잡아야 할 타자였다. 하지만 힘도 못 써 보고 그대로 타자를 출루시켰다. 그다음 타자가 유행운이었으니, 아주 고기반찬을 챙겨 준 셈이었다.
[현재 레드삭스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가 바로 이 선수입니다. KBO를 평정하고 들어온 이 괴물 같은 유격수가 지금 이 순간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됩니다.] [양키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죠. 오늘도 YU는 볼넷 하나와 적시타 하나를 때려 냈습니다. 어제오늘 아직 홈런이 없다는 것도 양키스에게는 아찔한 상황이겠네요.] [만약 여기서 YU가 홈런을 친다면 정말 놀랍겠군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관중이 졸도할 거예요. 양키스는 혈압이 올라서 뒤로 넘어갈 일이고 레드삭스는 기뻐서 혈압이 오르겠죠.] [이제 YU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겠죠. 이 홈런이 나오면 더더욱 의심하는 사람이 없어질 겁니다.] [아직 시즌 초라는 걸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이렇게 단시간에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꾼 선수는 몇 없어요. 놀라운 일입니다.]유행운이 볼을 진득하게 고른다. 투수는 유행운에게 쉬운 볼을 주지 않는다. 그 사실을 머리에 새기고 승부에 임했다.
투 볼.
어느 정도 히팅 타이밍이 만들어졌다.
[도망가면 안 됩니다. 그는 눈이 좋아요. 빠지는 볼은 선구안으로 모두 골라냅니다. 승부해야 합니다. 만루는 정말 최악이거든요.] [참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가 투수라면 마운드를 박차고 도망가고 싶을 거예요.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그 위압감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바깥으로 휘어지는 공을 커트해 낸 유행운이 점차 타이밍을 잡아 간다. 양키스 역시도 필승조를 모두 투입한 터라, 지금 이 투수는 아주 상대할 만했다.
망설일 필요가 없다.
투수 손에서 빠져나가는 공을 바라보며 배트를 매섭게 돌렸다. 손에 느껴지는 이 타격감. 유행운이 타구를 잡아 당기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따아아아악!
[오 마이 갓! YU가 진심으로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고혈압으로 만들 생각인가 봅니다! 멀리멀리 날아가는 타구! 좌익수는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굿바이! 굿바이 홈런! 패자가 된 뉴욕 양키스에게 굿바이 홈런을 선물합니다!]홈런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그리고 끝내기 홈런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킨다.
[행운 유가 MLB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쳤습니다! 단언컨대,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영입한 선수 중에 아주 탁월한 선택이 될 겁니다!]함성이 쏟아진다.
그라운드를 돌고 홈 플레이트를 밟으며 유행운이 쓰고 있던 헬멧을 던졌다. 물과 맥주가 머리 위로 쏟아진다. 물벼락을 맞기에는 다소 추운 날씨였지만, 흥분에 차 있는지라 추운 줄도 몰랐다.
* * *
[YU를 아직도 의심하는 놈이 있나?]– 탕! 이제 없겠지?
└ 아직 시즌 초야 그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해
└ 탕! 탕! 이제 없겠지?
└ 총기 허용 국가라고 총질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아니냐?
└ YU를 의심하는 자는 죽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