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76
176. 우린 왜 저 괴물을 영입하지 않았지?
[지금 보스턴 레드삭스가 1회를 간신히 넘겼어요. 흐름은 브레이브스에게 이미 넘어간 상황입니다. 1회 말, 여기서 따라가는 점수를 내준다면 사실 경기는 모릅니다.] [네, 애틀랜타가 강하죠. 투타 조합이 완벽한 내셔널 리그 동부 지구 1위입니다. 하지만 최근 레드삭스 경기를 보면 작년 시즌보다는 강하다고 볼 수 있거든요.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가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죠.] [자, 1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섭니다.]아카치 카즈마는 여기서 하나를 해 줘야 한다.
그의 임무는 장타가 아니었다. 걸어 나가거나 단타를 쳐서 1루에 입성하는 것. 지금 점수 차가 벌어졌기 때문에 선두 타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볼.”
시작은 볼이다.
아카치는 상대 투수에 맞춰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딱!
2구를 커트한 아카치가 몸을 풀며 다음 공을 기다린다.
“스트라이크.”
순식간에 카운트 싸움에서 몰린 아카치는 연거푸 공을 커트해 내며 기회를 엿보았다. 확실히 요즘 컨디션이 좋은지 아카치는 아웃카운트를 올리더라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배트를 돌리는 모습을 보면 확실히 자신감이 붙어 있었다.
“볼.”
투 앤 투.
다시금 볼을 골라낸 아카치가 강하게 배트를 돌렸다.
따아악!
타구는 쭉 뻗어 3루수의 키를 넘겼고 파울 라인에 겹친 채 튀어 올랐다. 볼보이가 잽싸게 타구를 피했다. 단타가 2루타로 변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아카치, 1루 돌아 2루까지! 3루수, 저 멀리 처박힌 공을 잡아 송구합니다.]“세이프!”
간발의 차로 2루에 살아남은 아카치가 벌떡 일어나며 손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2루타였다. 사실 운이 좋았다. 타구가 바운드 되면서 깊숙한 곳까지 굴러갔고, 그만큼 수습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확실히 빠르네.”
아주 간발의 차로 2루를 밟은 아카치를 보며 유행운이 타석에 들어섰다.
[자,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가 누군지 아십니까?] [당연히 알죠, 대니.] [누구죠?] [YU! 행운이 가득한 남자!] [지금 보세요. 아카치가 2루에 들어가고 YU가 타석에 들어서자, 레드삭스 팬들이 기립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마치 지금 YU가 홈런을 친 것처럼 말이죠.] [홈런을 기대하게 만드는 남자가 바로 YU죠.]유행운의 귀에도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벌떡 일어나서 유행운의 홈런을 기대하고 있다. 타석에 선 유행운은 조심스럽게 리드폭을 늘려 가는 아카치를 눈으로 확인했다. 투수가 등 뒤를 신경 쓴다.
발 빠른 주자가 투수를 흔들고 있으니, 유행운은 여기서 한 방을 노린다.
– YU! YU! YU! YU! YU!
두 경기 연속 무안타를 쳤을 때는 욕을 하더니, 이제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응원하고 있다. 유행운이 생각을 정리하고 타격 자세를 취했다.
투수는 유행운의 정보를 머리에 떠올린다. 초구를 참는 편이라는 정보가 그의 머리에 박혀 있었다. 포수 미트는 몸쪽 라인에 걸친 위치. 포심 그립을 잡고 강하게 공을 던진다.
그 순간.
빠아아악!
유행운이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 * *
야구는 확률 싸움이다.
유행운은 그렇게 생각했다. 확실히 처음 보는 투수의 초구는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쯤 되면 슬슬 투수가 ‘유행운은 초구를 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시점이 되었다.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초구부터 매섭게 배트를 돌렸다.
마침 포심이 밋밋하게 들어왔고, 풀스윙을 당긴 결과는.
– I LOVE YU! WE LOVE YU!!!
이 함성 소리가 말해 주고 있다.
유행운은 초구를 받아 쳐 담장을 넘겨 버렸다. 시즌 9호 홈런이자 분위기를 가져오는 홈런이었다.
아카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온다.
여전히 곤잘레스는 대미지를 입은 얼굴이었는데, 그 옆에 다가간 유행운이 가볍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다음에 잘하면 돼.”
작은 위로였다.
곤잘레스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유행운의 손바닥을 가볍게 내리쳤다. 물론 이 말 한마디로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기운은 좀 나는 모양이다.
따아악!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진다.
뒤를 돌아보니 프랭키가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치열한 타격전이 예고되는 장면이었다. 그다음 다니엘 체임버스를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지만, 그 이후 타자가 적시타를 때리며 1점을 다시 보탰다.
[아카치의 2루타, 유행운의 투런포에 이어 다니엘이 안타를 치고 출루했고 그 이후에도 적시타가 터지며 레드삭스가 두 점 차로 애틀랜타의 뒤를 바싹 쫓습니다.] [오늘 경기 재밌네요. 1회 초에 카터 곤잘레스가 5실점을 하고 내려갔습니다. 1이닝도 제대로 채우지 못했죠. 불을 끄러 온 오클리 캐럴이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사실 레드삭스가 애매하죠. 곤잘레스가 이렇게 급격히 무너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오클리 캐럴은 오늘이 데뷔입니다. 아마 긴 이닝을 끌어 달라고 요구했을 텐데, 느낌이 다르죠. 여긴 메이저리그니까요.] [네, 맞습니다. 우선 1회 불을 끈 걸로도 충분히 제 역할은 해 주지 않았나 싶지만…….] [절망적이군요.]더 이상의 추가점 없이 보스턴 레드삭스의 1회 말이 끝났다.
* * *
“씩씩하군.”
2회 초.
오클리 캐럴은 신인답게 씩씩한 투구를 보여 주고 있었다.
물론 드라마처럼 삼진으로 연거푸 타자를 잡아낸다거나 안타 하나 없이 범타로 처리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꾸역꾸역 어떻게든 잘 막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1사 1, 2루. 지금 캐럴 입장에서는 궁지에 몰린 거나 다름없을 텐데, 투구 템포가 빨라요. 지금도 공을 받자마자 투구할 준비를 마쳤습니다.]이건 포수 랭글리의 생각이었다.
오클리 캐럴은 오늘이 첫 등판이고 상대 타자는 이 투수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실전에서 맞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 차라리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서 생각할 시간을 주지 말자고 전략을 잡았다.
따악!
[빗맞은 타구! 포수가 마스크를 벗고 타구를 쫓아갑니다! 넘어갈 것 같은데요. 어어, 몸을 던진 랭글리! 가까스로 공을 받아 냅니다!]포수는 정말 힘든 포지션이다.
수비할 때에는 무거운 장비를 주렁주렁 매달고 쪼그려 앉아 투수의 공을 아주 잘 받아 줘야 한다. 필요할 때는 도루 저지도 확실하게 해 줘야 하며, 일단 수 싸움을 잘해야 하기 때문에 머리도 좋아야 한다.
거기다 공격 시에는 주렁주렁 매달았던 장비를 풀고 배트를 들고 타석에 서야 한다.
가끔 야구를 잘 모르는 야알못들은 포수는 그냥 공만 받는 사람인 줄 안다. 간혹 포수도 야구 선수라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으며, 우스갯소리로 그냥 공 받는 기계를 가져다 두면 안 되는지 물을 정도였다.
야구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 포수라는 포지션이 야구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괜히 안방마님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게 아니다.
“후우.”
랭글리가 공을 받은 채로 안도의 숨을 내뱉는다.
그대로 엎드린 랭글리는 잠시 숨을 돌리고 몸을 일으켰다.
높게 솟은, 그것도 그물망에 가까이 붙은 잡기 어려운 타구였지만,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신인이었다. 이 공을 잡아 주면 부담감을 한결 떨쳐 낼 수 있을 것이다.
[와우. 랭글리가 투수에게 힘을 줍니다. 2회 초, 캐럴이 시작부터 볼넷을 내주지 않았습니까? 그 이후에 내야 뜬 볼로 원 아웃. 그 이후에 또다시 볼넷으로 1, 2루를 채웠는데, 여기서 포수가 아웃카운트를 하나 더 늘려 줍니다. 굿 플레이.]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하나.
오클리 캐럴이 공을 받자마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바로 투구할 준비를 마쳤다. 얻어맞든 말든, 인터벌을 짧게 가져가자는 포수의 말을 기억하고 있는 힘을 다해 공을 던졌다.
부웅!
[타자의 배트가 허공에 헛돕니다! 스플리터 각이 아주 좋네요. 투수 팔꿈치에 무리가 가서 요즘은 유행을 덜 타는 구종인데, 오클리가 이걸 구사할 줄 아는군요.]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았습니다. 아마 타자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결정구로 주로 사용하는 스플리터를 초구에 던졌으니까요. 허를 찔렀습니다.]높은 포심 패스트볼로 한 번 공을 빼고 그 이후에는 다시 스플리터.
결국 타자의 배트가 이끌려 나왔고, 오랜만에 카운트 싸움에서 앞선 오클리는 몸쪽 꽉 찬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루킹 삼진 아웃을 잡아냈다.
“잘했어!”
유행운이 등 뒤에서 소리쳤다.
캐럴이 상기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유행운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하고 더그아웃을 향해 걸어간다.
“믿습니다.”
“허.”
유행운이 자신을 보며 두 손을 모으는 캐럴을 보며 혀를 찼다.
“너나 믿어라.”
툭, 캐럴의 모자챙을 잡아 누르며 유행운이 대꾸했다.
* * *
1회 점수를 쏟아 내던 양 팀은 언제 그랬냐는 듯 배트가 잠잠해졌다.
오클리 캐럴은 안타를 간간이 맞으면서도 말 그대로 꾸역투를 보여 주었고, 본인에게 맡겨진 3이닝 무실점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마이 볼!”
2사 3루.
유행운이 높게 떠오른 공을 바라보며 외쳤다.
낙구 지점을 포착하고 안전하게 공을 포구한 유행운이 숨을 고르며 미소를 지었다. 캐럴이 5회 초를 마쳤다.
총 4.1이닝을 소화했고 공은 79구를 던진 상태.
슈나이더 감독으로서는 흡족한 결과였다. 시작부터 무너진 선발 때문에 이 경기를 날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클리 캐럴이 5회까지 아주 잘 막아 주었다.
두 점 뒤처지고 있었지만, 포기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었다.
따아아악!
[랭글리! 오랜만에 장타를 신고하며 2루를 밟습니다! 오늘 컨디션이 좋은데요? 랭글리가 요즘 타격 사이클이 내려가면서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기 힘들지 않았습니까? 오늘 포수로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네요.]아카치는.
“볼.”
“볼.”
“볼.”
“볼.”
욕심내지 않고 볼을 골라 걸어 나갔다. 이제 유행운의 타석이 돌아왔다.
– YU! YU! YU! YU! YU!
서서히 레드삭스 팬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 박수와 함께 유행운을 연호했다. 밥상은 차려졌고, 이제 큰 한 방이면 동점은 물론 역전도 기대할 수 있는 순간.
[와우, YU 때문에 펜웨이 파크가 무너질 것 같습니다. 이 함성 소리 들리나요?] [1회 말, 투런포를 가동하며 추격 의지를 불태운 막강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소리군요.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습니다.] [지난 타석에서는 침묵했던 YU인데, 이번에는 느낌이 또 다르군요. 아무래도 YU가 득점권 타율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득점권 타율. 아주 중요하죠. 지금 레드삭스 관중이 YU를 외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는 찬스에 강한 남자니까요. 무려 득점권 타율이 6할입니다, 6할.]유행운이 초구를 골라냈다.
볼 판정을 받은 투수가 인상을 찌푸리고 다음 투구를 준비한다. 사실 유행운이 타석에 들어서기 직전에 애틀랜타 투수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다.
다음 타자가 유행운인 만큼 아쉽더라도 여기서 마무리하자는 뜻을 전했을 텐데, 그걸 거부한 투수였다. 아마 잔상이 남아 있을 것이다. 1회 말, 유행운에게 호기롭게 승부했다가 초구를 얻어맞은 그 순간을.
따악!
빗맞은 타구가 포수 뒤로 넘어가 뒷그물망을 흔들고 떨어진다. 한 차례 배트를 내며 타이밍을 잡던 유행운이 뒷발을 비벼 고정하고 다시 타격 자세를 취했다.
– I LOVE YU! WE LOVE YU!!!!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아마 유행운이 연타석 홈런포를 쏘아 올릴 때, 이 자리에 있는 레드삭스 팬들이 이 구호를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유행운을 사랑한다며 외치는 함성이 유행운의 귀에 닿았다. 욕이 아니라서 좋았고 그 함성에 보답해 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게 바로 홈에서 경기하는 묘미다. 원정 경기에서는 이런 뜨거운 응원을 받기 힘들다. 물론 유행운은 레드삭스를 이끄는 중요한 타자였고 최근 가장 핫한 선수였기 때문에 이런 응원을 받는 것이다.
“스타킹 놈들이 신났군. 하지만 이미 그는 홈런을 쳤다고. 또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는 그리 많지 않아. 분명히 삼진으로 물러설걸?”
“오, 자네 말대로 된다면 소원이 없겠군.”
흥분하여 유행운의 이름을 외치는 사람들과 그사이에 옹기종기 모여 삼진을 원하는 애틀랜타 팬들.
“분명해. 그는 힘차게 배트를 돌리겠지. 하지만 소리는 나지 않을 거야. 기껏해야 허공을 가르는-”
배가 나오고 머리가 벗겨진 애틀랜타 중년 팬의 목소리가 멎었다.
유행운의 배트가 매섭게 돌아가고 있었고.
“소리…….”
빠아아아아악!
“허공을 가르는 소리…….”
소리가 나기는 했다.
유행운이 바깥에 흐르는 포심 패스트볼을 강하게 밀었고,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한 타구음이 들려왔다. 유행운은 타고난 손목 힘으로 볼을 그대로 밀어 넘겼다. 힘이 제대로 전달되었음을 느끼고 배트를 하늘 위로 든다.
“그 소리가 아니네…….”
힘없는 목소리 위로.
– YU! YU! YU! YU! YU!
잔뜩 흥분한 레드삭스 팬들의 함성 소리가 쏟아져 내렸다.
– I LOVE YU! WE LOVE YU!!!!
유행운은 하늘 위로 들어 올린 배트를 그대로 떨어뜨렸다. 천천히 산보를 하듯이 베이스를 도는 유행운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유행운은 경기를 그대로 뒤집어 버렸다.
[아, 지금 이 순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팬들은 이렇게 말할 겁니다.] [어떻게 말이죠?] [아, 왜 저 괴물을 영입하지 않았지?] [그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만 그런 건 아니죠. 레드삭스 제외 모든 구단이 이렇게 외칠 겁니다.]Shit! 우린 왜 저 괴물을 영입하지 않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