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85
185. 정말 피터슨이…….
에릭 피터슨.
텍사스 레인저스가 공들여 키우고 있는 백업 포수는 서서히 타격에 눈을 뜨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포수는 모든 팀이 그렇듯, 굉장히 귀한 포지션이었다.
포수 하나 제대로 키워 놓으면 최소 10년은 마음이 편안하다. 그렇기에 지금 현재 에릭 피터슨이 온갖 욕을 먹으며 퇴출 위기에 놓였어도 텍사스가 쉽게 놓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가서 무릎을 꿇든, 머리를 조아리든, 뭐든 해.”
피터슨은 억울했다.
아무 이유 없이 유행운의 멱살을 잡은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너무 답답한 나머지 피터슨은 해당 장면이 잡힌 중계 방송을 보았고 그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누가봐도 에릭 피터슨은 양아치였다.
덩치가 큰 피터슨이 솥뚜껑 같은 거대한 손으로 유행운의 멱살을 잡았을 때, 빌런이 소시민을 압박하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제야 깨달았다. 그때, 그 당시에 느꼈던 모든 위화감이 경고였다는 것을.
절대, 유행운에게 손을 대서는 안된다는 것을…….
“전 억울합니다.”
“그럼 이대로 선수 생활 종칠 생각인가?”
“…….”
“자네가 누굴 건드린지 알고 있나? YU! 그를 건드렸어, 자네는!”
결국 텍사스가 백기를 들었다.
처음 이 일이 터지고 텍사스 감독은 에릭 피터슨을 두둔하고 나섰다. 피터슨을 더이상 감쌀 수 없는 분위기였다. 차라리 잘못했다고 납작 엎드리는 것이 현명했다.
“아니면 계속 이 마이너리그에서, 촌구석에서 선수 생활 할 생각인가?”
서양놈들에게 인종차별은 인식하기 힘든 어려운 것이다.
물론 어딜가나 인종차별은 존재했다. 동양인에게도 인종차별은 있다. 하지만 서양인들의 우월감하고는 느낌이 달랐다. 특히 백인에게서 나타나는 특유의 특권 의식은 본인이 의식하지 못하게 흘러나오는 분위기였다.
“하…….”
피터슨이 머리를 싸맨다.
이번 벤클은 경기 출장 금지가 끝이 아니었다. 무려 12경기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여론이 잠잠해지지 않고 있었다.
“기자가 밖에 깔려 있어. 이 촌구석까지 찾아와서 자네의 추한 얼굴을 찍고 싶어 하지. 지금 YU는 MLB에서 가장 잘나가는 선수 중에 하나고 유력 MVP 후보야. 그런 선수를 자네가 억압했지. 우리도 할 만큼 했어. 선수 간의 언쟁이 있었다고 어필해봤지만, 어쩌겠나?”
탁.
태블릿PC에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그러다, 손가락으로 정지 버튼을 누르니 피터슨의 험악한 얼굴과 순한 양처럼, 마치 피해받고 있는 듯한 유행운의 얼굴이 잡혔다.
“보게.”
“…….”
“이게 깡패가 아니면 뭔가?”
“…….”
“마피아?”
오, 아니지.
“건달로 보이는군.”
* * *
[인종차별 논란, 텍사스 에릭 피터슨 “제가 모두 잘못했습니다”] [보스턴 레드삭스 찾은 피터슨, “YU는 어디있죠? BAEK은요?” …… 뒤늦은 사과 논란]결국 텍사스의 문제아로 찍힌 피터슨이 무릎을 꿇었다.
남자의 자존심보다 생계가 더 무섭다. 이제 3년차 메이저리거가 된 피터슨은 하루 아침에 그 모든 세월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오랜만에 마이너리그에 내려간 피터슨은 그 열악한 환경에 질렸다. 이곳에서 얼마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시간이 있으니, 마이너리그에 다시 적응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론은 살기 위해서 자존심을 접어야 했다. 지금도 억울하지만, 폭력을 쓴 건 정당화 할 수 없다. 게다가 그는 이 일에 빌미를 제공했다.
‘BAEK을 건드린게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에릭 피터슨의 뒤를 졸졸 쫓아온다. 파파라치가 성행하는 나라에서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피터슨을 외면할 기자는 몇 없었다. 일개 파파라치까지 따라붙으며 피터슨의 모든 것을 취재하고 있었다.
햄버거를 먹으면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욕을 먹는다. 밥에 민감한 분위기를 보아, 이 여론에는 한국인이 밥주걱을 들고 참전한게 분명했다.
그의 SNS는 영어 번역기로 돌린 욕이 수두룩하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보스턴 레드삭스의 현지 팬들까지 총구를 들이대고 있었다.
사실 피터슨은 밥주걱보다는 총이 무서웠다.
밥주걱으로 맞으면 아프긴 하겠지만,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총을 맞으면 어디 한 곳은 당연히 고장이 난다.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
“오, 왔군.”
“왔어.”
“결국 왔군.”
“죽으러 온게 분명해.”
미리 텍사스는 에릭 피터슨이 팬웨이 파크를 방문할 거라고 언질했다. 유행운과 백유진에게도 이 해당 소식이 전달되었고 피터슨이 적지를 홀로 방문해야 했다.
물론 혼자는 아니었다. 개떼처럼 몰려든 기자와 그걸 막아줄 직원, 더불어 혹시 모를 폭력 사태에 대비해서 경호원까지 대동했다.
“에잇! 부정타게 저 새끼를 여기서 보다니!”
“YU에게 무릎 꿇고 제대로 사과해! 개자식아!”
오늘 팬웨이 파크에서 경기가 열린다. 당연히 보스턴 팬들로 바글바글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팬웨이 파크는 사람이 많았다. 유행운의 경기를 보는 것 이전에 그의 유니폼을 구하려 사람들이 이 구장을 찾는다.
심지어 오늘은 유행운 버블헤드데이였다.
요즘 유행운은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였다. 그의 이벤트가 열리는 날, 주말, 유행운 버블헤드를 받을 수 있는 날. 당연히 사람이 미어 터질 수밖에 없다.
“…… 허억!”
그의 발걸음이 무겁다. 그리고 저 멀리 유행운이 보이자, 심장이 멎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마치 먹이사슬에서 철저히 포식자에게 밀린 초식동물이 된 듯하다.
유행운은 의자에 앉아 씩 웃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무서웠다. 차라리 웃지 않는게 더 무섭지 않을 듯하다.
맹수가 입을 쩍 벌리고 초식 동물의 크기를 재보는 듯했고 웃고 있는 모습을 물어 뜯을게 많아 흡족한 얼굴로 보였으니.
“후우…….”
떨리는 발걸음을 이끌고 유행운 앞에 선 피터슨이 허리를 굽혀 고개를 푹 숙였다.
“미, 미, 미안하다!”
유행운이 다리를 꼰다.
그 여유로운 얼굴 더 해보라는 듯 은은하게 미소를 짓는다.
“뭐, 여기까지 왔어.”
허리를 펴지 않는 피터슨을 천천히 올려 보던 유행운이 아주 작게 속삭였다.
“고개 아프게…….”
그 목소리가 피터슨 귀에 닿는다.
“제대로 숙여.”
털썩!
본능적으로 피터슨의 두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그 모습에 유행운이 꼰 다리를 풀었다. 피터슨이 고개를 들었고 그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내가 지나쳤어……. 미안해. 내 모든 행동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있어.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정말 바보같은 행동이야. 미안해, 내가 정말 잘못했어…….”
피터슨은 건드려서는 안 될 선수를 건드렸다. 동양인이라고 우습게 보았다. 그렇기에 이번 일이 터졌고 그 본성이 한순간에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예전처럼 동양 선수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일로 텍사스에서 뛰고 있는 동료 선수도 이죽거렸다. 그는 일본인이었는데, 포수인 피터슨에게 괄시를 많이 받아왔었다. 같은 동료지만, 유행운에게 얻어 터져서 너덜너덜해진 모습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보기 좋았다.
“그래서 불알은 괜찮아?”
그 말에 피터슨이 움찔한다.
벤클이 터지고 피터슨은 순식간에 보스턴 선수에게 둘러싸였다. 그들이 노리는 건 단 하나였다.
피터슨의 중심부는 더이상 쓸모가 없다며 발길질이 이어졌다. 가장 신명나게 발길질을 한 선수는 같은 동양인 아카치와 유행운을 신봉하는 캠린 하긴스였다.
불알도 불알이지만, 그의 손등은 멍자국이 자욱했다. 아마 그 상처는 쉽게 낫지 않을 것이다. 피부색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조롱하려던 그 습관이 상처가 되어 손등에 흉터로 남을 것이다.
“덕, 덕분에 괜찮아…….”
“그럼 다행이고.”
텍사스에서 보낸 기자가 무릎을 꿇은 피터슨의 모습을 촬영한다. 유행운이 자리에서 일어나 피터슨의 어깨를 잡았다.
“일어나. 누굴 나쁜 사람 만들 작정이야?”
귓가에 속삭이는 소름끼치는 목소리.
피터슨이 몸을 일으킨다. 유행운이 괜찮다는 듯 그의 어깨를 다독였고 등을 쓸어주는데, 그 모습이 가증스러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갑을 관계가 이미 형성된 것을.
“백유진에게도 사과해야지. 내 처남이 네 덕분에 데뷔전을 최악으로 마칠 뻔했어. 알고 있지?”
이제 유행운은 복화술로 영어도 잘한다.
“처남, 이리 와.”
활짝 웃는 얼굴로 그 옆에 삐딱하게 서 있는 백유진을 불렀다. 백유진이 쪼로로 다가온다. 이제 백유진은 유행운에게 육아로 태클을 걸지 않았다.
벤X리도 받았고 이번 일로 그에게 시비가 붙을 일은 전혀 없었다. 데뷔전이 충격적이었고 동시의 그의 얼굴도 조명을 받았다. 여러모로 유행운 덕분에 선수 생활이 편해졌다.
“내가 미안해! 유치하게 시비걸었던 거 진심으로 사죄할게!”
이제는 알아서 피터슨이 고개를 숙이고 진심을 다해 사과를 한다. 어쩌면 그는 유행운보다 반성하고 있는 사람은 백유진이었다.
만약 백유진에게 부정 투구 의심을 하지 않았다면.
생각보다 공이 괜찮았던 이 잘생긴 동양 선수에게 시비를 걸지 않았다면.
아니, 애초에 이 동양인이 잘생기지 않았다면 일말의 질투심도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털썩.
다시금 본능적으로 피터슨이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사과하러 와줘서 고마워. 오늘 마침 매형의 버블데이인데, 타이밍도 아주 좋았던 것 같아.”
달칵달칵달칵.
백유진이 유행운의 버블헤드 인형을 흔든다. 유행운의 얼굴을 닮은, 항상 격한 플레이로 구멍이 나고 흙투성이가 된 유니폼을 입은 버블헤드.
버블헤드를 흔들 때마다 유행운의 얼굴이 흔들린다. 그의 특징은 달릴 때, 입가에 웃음이 만연해진다는 건데…….
그게 이제는 공포로 다가온다.
“자, 기념 사진 찍고 가라고.”
백유진이 피터슨의 손에 버블헤드를 쥐여준다. 피터슨이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인형을 받았다.
덜덜덜덜덜덜.
기념사진. 피터슨은 오금이 저리는 듯 몸을 떨고 있었고 최대한 웃으려고 노력했다. 좌측에는 유행운, 우측에는 백유진.
찰칵!
그 사이에 끼여 사과를 했다는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이 모습은 인종차별을 일삼던 백인이 동양인에게 결국 백기를 든 사건으로 남았다.
“웃어.”
“좋은 말 할 때 얼굴 펴라.”
양쪽에서 복화술이 터진다.
피터슨이 촉촉해진 눈으로 입꼬리를 최선을 다해 끌어 올렸다.
* * *
“오우! YU!”
에드워드 게리슨이 다저스 유니폼을 벗고 보스턴 유니폼을 입었다.
그의 손에는 유행운의 버블헤드가 들려 있었고 두 팔을 벌리며 유행운을 반겼다. 그가 트레이드 확정될 즈음에는 피터슨 사건이 터진 후였다.
도파민 터지는 이 상황을 두 눈으로 직관할 수 있어서 게리슨은 나름 행복했다. 무료한 선수 생활에서 도파민은 소중하니까.
“반갑네! 난 에드워드 게리슨이라고 해!”
“나도 반가워.”
에드워드 게리슨은 몹시 활기찬 성격이었다. 그에게 궁금한게 많은지, 목이 빠져라 유행운을 기다리기도 했다.
“나 궁금한게 있는데.”
유행운이 의아한 눈으로 게리슨을 본다. 게리슨이 주변을 살피더니 한 발자국 크게 다가가며 아주 은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피터슨이 고자가 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