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187
187. 모든 건 내 마음
대기타석에 서서 타이밍을 맞춘다.
유행운에게 야구는 언제나 공부였다. 항상 투수에 대해 공부했고 철저히 예습 후에는 복습을 했다. 쉬는 날을 제외하고 항상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몸을 풀고 복습한 내용을 토대로 연습을 했으며 수비가 녹슬지 않도록 기본기를 반복했다.
인생 1회차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천재였다면 그에게는 간절함이 없었을 것이다. 지금 유행운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생각했던 그 이상을 이뤄낼 수 있었던 이유는 모두 다 야구에 대한 집착이었다.
질리지가 않는다. 그만큼 야구를 좋아했고 사랑했으며 되도록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고 싶었다.
딱!
그 순간, 투 볼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아카치가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아카치! 1,2루 상황에서 번트 시도! 동시에 1,2루 주자 뜁니다!]보통 메이저리그는 빅볼 야구를 추구한다.
슈나이더 감독은 경기 후반에는 작전 야구를 시도한다.
9회 말, 1,2루라는 찬스가 만들어지고 바로 대주자를 기용했다.
비록 실패했지만, 대타 카드 역시도 선구안이 좋은 유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끈질기게 눈 야구로 찬스를 이어줄 선수를 선택한 것이다.
아카치는 초반 크게 스윙을 가져갔다. 투 아웃 상황이었고 투수에게는 마음이 한결 편하지만, 타자에게는 아니었다. 야구에 있어서 9회 말 투 아웃 상황은 의미가 있다지만, 모든 선수에게 그런 건 아니었다.
점수 차는 석 점.
전부 정상 수비였다. 아카치의 장점은 똑딱질이었다. 세밀한 배트 컨트롤이 장점이었는데, 장타가 드물 뿐 원하는 대로 타구를 보낼 수 있었다.
만약 아카치가 배트 컨트롤에 컨택률까지 끌어 올린다면 유행운이 말했던 것처럼 좋은 리드오프가 될 것이다.
데구르르.
뚝.
마치 그런 소리가 들린 듯했다.
공이 3루 방향으로 힘없이 굴러가다가 이내 멈추었다. 정상 수비를 하던 3루수가 대시했고 투수 역시도 공이 눈 앞에 보이자 수비를 위해 뛰었다.
[아! 투수와 3루수의 손이 맞닿으면서 한 번 더듬네요! 한박자 느리게 3루수 공을 잡아 강하게 송구!]마음이 급했을 것이다.
발빠른 주자들은 아카치의 번트 모션에 맞춰 진루를 시도했고 그 사이 순식간에 공이 날아와 배트에 맞았다.
아카치는 공이 배트에 닿는 순간, 뒤로 빼며 힘을 죽였고 동시에 배트를 떨어 뜨리며 1루를 향해 내달렸다.
좌타자였기에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1,2루 주자가 발이 빠르기에 할 수 있는 기습 번트였다.
아카치는 도루 능력이 좋다. 발이 빠르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었다. 스위치 타자였지만, 좌타석에 주로 서는 이유가 거기서 나왔다.
우타석보다는 좌타석이 1루에 조금 더 가까우니까.
“세이프!”
찰나의 순간이다.
야구는 작은 실수 하나에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었다. 아카치의 기습 번트는 내야수의 심장을 철렁하게 만들었고 투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기 위해 급급했다.
3루 방향이었지만, 투수에게도 가까운 거리였기에 운 좋게 두 사람이 겹쳤고 그 1초라는 멈칫거림이 이 상황을 만들었다.
[송구가 너무 강하게 들어갔습니다! 1루수가 점프를 해서 겨우 캐치를 했어요. 만약 이 공이 뒤로 빠졌다면 3루 주자가 여유롭게 홈을 밟았을 겁니다.]즉, 침착한 플레이가 불가능한 상황이 주어진 것이다.
유행운이 크게 배트를 돌리고 느긋하게 미끄럼 방지 스프레이를 흔든다. 레드삭스 관중들이 기립 박수를 친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였다.
– 오늘 침묵했지만, YU는 YU지!
지금까지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주었던 유행운을 향한 강한 신뢰와 기대감.
유행운 역시도 이런 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스프레이를 느긋하게 배트 손잡이에 뿌렸다.
어차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만루가 만들어지자, 포수가 마운드에 방문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경기 지연이 되는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
취이이이익.
스프레이를 바닥에 놓고 배트를 든다.
옆구리에 배트를 끼고 배팅 장갑을 고쳐 끼면서 타석에 들어서자, 포수가 긴장한 눈으로 유행운을 바라보았다.
“이봐, 쉬엄쉬엄하자고.”
“영어 잘 못해요.”
“뭐?”
“I’m Korean.”
유행운이 피식 웃으며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 흉내를 내었다.
이건 한국에서 배웠다. 대전 호크스에서 뛰면서 많은 외국인 선수들을 보았는데, 대체로 그들의 공통점은 한국어를 얼추 할 줄 알면서도 할 줄 모르는 척 한다는 점이었다.
이건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뭐랄까.
대화를 할 의지를 사라지게 한다고 할 수 있었다.
– YU! YU! YU! YU! YU! YU!!
투수 교체는 없다.
카디널스의 최선의 선택이 이미 마운드에 존재했다. 투수 교체를 하기에는 클로저가 이미 마운드에 있는 상황.
분위기를 끊기 위해 포수가 마운드에 방문하기는 했지만, 그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유행운이 1루를 보자, 아카치가 방긋 웃으며 손으로 네모를 그렸다. 그러더니, 뚜껑을 여는 시늉을 하고 바로 박수를 친다.
뭐, 대충 풀이해보자면 너에게 만루 선물을 주었다는 뜻일 것이다.
[자, 앤드류. 여기서 그랜드슬램이 터진다면 팬웨이 파크는 어떻게 될까요?]– YU!
– 그랜드슬램!
– YU!!
– 그랜드슬램!!!
[오, 레드삭스 팬들이 대놓고 YU의 그랜드슬램을 원하고 있군요. 그러고보니, 아직 YU는 MLB에서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적이 없군요. 뭐,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쩌면 팬웨이 파크가 무너질 수도 있겠죠. 저 많은 관중을 보세요. 오늘은 YU의 날 아닙니까? 그 어느 때보다 YU의 열성팬이 가득 찼다고요! 만약 여기서 그랜드슬램? 오, 나라면 기절합니다.] [당신도 YU의 열성 팬이군요.] [바깥에 빠지는 볼. YU, 미동도 하지 않고 공을 지켜봅니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군요.] [YU, 배트가 나오다가 멈춥니다. 몸쪽 깊은 코스. 주심의 판정은 이번에도 볼. YU가 탁월한 선구안으로 투수를 몰아 세웁니다.] [정말 들리지 않나 보군요.]유행운이 투 볼이라는 좋은 카운트를 가져오고 잠시 심호흡을 한다. 투수가 지나치게 유행운을 의식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포수까지도 견제하고 있다.
만약 유행운에게 볼넷을 내준다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그게 한 방을 맞는 것보다는 차라리 1점을 내주고 1루로 보내는게 더 현명할 테니.
연달아 빠른 볼을 던진 투수였다.
그 다음 타이밍은 변화구를 던져 배트를 이끌 수도 있다.
유행운이 생각을 정리하고 타석에 섰다. 이 투수는 카운트 싸움에 밀리면 포크볼을 던지는 경향이 있다. 일단 스트라이크를 하나 확보한 후에 싱커로 땅볼을 유도할 수도 있었다.
슈우우우우-
마치 투수가 던진 공에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사실 지금 유행운을 연호하는 목소리에 날아오는 공에 소리 따위가 들릴리가 없지만, 유행운의 느낌은 그랬다.
고도로 집중하고 있었고 덕분에 귀에는 공이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슈우우-
훅!
그러다 공은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뚝 떨어진다.
예상대로였다. 투수는 지금 정면 승부를 원하지 않기에, 타자가 속든 안 속든 포크볼을 선택했다. 유행운이 상대 투수의 정보를 공부한 것처럼 투수도 마찬가지였다.
유행운이 잘 치는 코스와 구종 정보를 달달 외웠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가장 견제해야 할 선수가 유행운이었기에, 그 어느 선수보다 더 깊게 공부했을 것이다.
따아아아악!
유행운은 어퍼 스윙을 거의 하지 않는다.
투수와 포수의 생각은 이러했고 볼을 내준다 하더라도 유행운에게 홈런은 맞지 말자, 그런 판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유행운은 자신의 약점을 대전 호크스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어퍼스윙은 민현웅이 주로 사용한다. 힘이 넘쳐나는 곰이 어퍼스윙을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유행운의 약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 퍼올리는 타격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걸 고치기 위해 유행운은 대전 호크스에서 어퍼 스윙을 연습했다. 많은 투수의 포크볼을 경험하고 단순한 뜬볼이 되더라도 실전에서 연습을 차곡차곡 해왔다.
지금도 가장 맞는 타격은 레벨 스윙이지만, 지난 7년 간 꾸준히 연습한 끝에 어느정도 어퍼 스윙을 해낼 수 있었다.
“그렇지.”
유행운이 배트를 하늘 위로 든다.
“내가 포크볼에 손댈 확률은 …….”
“…….”
“10%.”
“…….”
“맞지?”
카디널스 포수가 대답이 없다.
아마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을 것이다. 그 10%를 생각하여 도망가는 투구를 완성했다고 생각했겠지만, 10%는 생각보다 높은 확률이었다.
[YU가 쏴 올린 타구는 저 멀리! 저 멀리! 저 멀리! 중견수우우우우! 중견수 뒤로 넘어 갑니다! 경기에 종지부를 찍어 버리는 그~랜드 슬램!] [오 마이 갓…….]유행운이 공이 넘아가는 순간, 하늘 위로 들어올렸던 배트를 강하게 바닥에 집어 던졌다.
시범경기 이후로 배트 플립을 하지 않았던 유행운인데, 끝내기 만루 홈런을 친 이 순간에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다음 경기에 빈볼을 맞을 수 있겠지만, 예민한 부위가 아니면 감수할 가치가 있다. 하위권에 처져 있는 보스턴 레드삭스를 일깨울 수 있는 순간은 그리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
이 기회가 아니면 영영 오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호쾌한 배트 플립! 이건 MLB에서 자극적인 행동인데, 어쩔 수가 없어요! 무려 석 점 차를 뒤집는 미친 홈런입니다!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로 멋있는데, 이 순간 그 누가 YU를 뭐라 하겠습니다! 앤드류? 앤드류? 왜 말이 없죠? 앤드류!] […….] [오, 지저스…….] […….] [당신 정말 기절했군요.]유행운이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아 홈을 밟았다. 베이스를 도는 동안, 카디널스 선수들이 매섭게 노려 보았지만, 눈치를 보지 않았다.
모든 건 내 마음이었다.
* * *
유행운의 만루 홈런은 미국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화제였다.
이미 보스턴 레드삭스는 이미 유행운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었고 팬들 역시도 그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베길 수 없었다.
해외 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선수를 보면 자동으로 국뽕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유행운, 메이저리그 데뷔 첫 만루포 가동! …… 보스턴 레드삭스 “I am YU를 신뢰해요!”]└ I am 기절해요
└ 카디널스 너무 sad 말아요 YU는 genius에요.
└ YU 그랜드슬램 I am 지렸어요
└ I am 행복해요
└ 유행운 Happy해요? Daejeon 불행해요
└ 이건 뭐냐? 새로운 콩글리시야?
└ ㅋ 아재 등판
└ English 어렵지 않아요 우리 We can do it 해봐요
└ 댓글 왜 이랰ㅋㅋㅋㅋ 행운아 행복하냐? 나도 행복하고 싶다
└ YU 언제 Daejeon 와요? 지금 Hawks 망했어요
└ 장난 그만하고 솔직히 진심 끝내기 만루 홈런 지렸다;;;; 스타성 뭐냐 진짜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