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25
25. 주전 유격수의 품격
오후 7시.
경원상고 공식 훈련 시간이 끝났다.
여기서 추가 훈련을 받는 인원과 일찍 집으로 귀가하는 인원이 나뉘는데, 오늘은 조금 분위기가 달랐다.
“이게 뭐야?”
“감독님이 직접 펑고 치는 거야?”
감독 이형호가 치는 펑고는 몹시 까다롭다.
가끔은 감독이 나서서 수비 훈련을 지휘할 때도 있지만, 공식 훈련이 끝난 후에는 수비 코치가 진행했다.
즉, 지금 경원상고 야구부에는 작은 이벤트가 벌어진 셈이었다.
“자, 펑고를 받기 전에 한 가지 조건을 붙이겠다.”
지금 유행운은 왜 임영원과 함께 불려 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가만 감독의 지시에 따를 뿐이었다.
“슬라이딩 캐치, 백핸드 캐치 금지, 당연히 다이빙 캐치도 금지다! 기본 포구 자세로 타구를 처리하는게 오늘 훈련의 목적이다.”
어린 시기에 겉멋이 들면 기본을 모두 해치게 된다. 그 이유로 이형호는 수비 훈련 시에 기본을 강조했다.
이형호 감독의 말을 들은 임영원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감독님.”
“왜?”
“타구가 빠지는 거 보다는 몸을 날려서라도 공을 잡는게 맞는 거 아닌가요?”
임영원은 수비 시에 지나치게 몸을 던진다.
그 이유는 타구 판단이 느리기 때문에 몸을 던져서라도 날아가는 공을 막으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실전에서는 어떻게든 공을 막는게 먼저겠지.”
하지만.
“훈련에서는 기본이 먼저다. 몸을 사리라는게 아니야. 이 훈련은 기본적으로 타구 판단을 키우고 정상 포구를 하는 버릇을 들이는 기초적인 훈련이다.”
기본이 되야 그 다음이 있다.
추가적인 수비 스킬을 키우는 일은 기본이 제대로 잡힌 후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없나?”
이형호 감독이 물었다.
그러자 임영원이 고개를 젓는다.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서는 건 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기서 확실히 말씀해 주세요.”
임영원은 아직도 집에 귀가하지 않고 야구장에 머물러 있는 팀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사람이 없으면 이 승부에서 이긴다고 해도 모두 허사로 돌아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제가 유행운보다 펑고 잘 받으면 제가 주전 유격수가 되는 거 맞죠?”
이형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임영원을 응시했다. 여전히 본인이 이 승부에서 이길 거라고 생각하는 그 어린 마음이 참으로 딱했다.
“그래.”
이형호 감독 입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자,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부원들 사이로 탄식이 터져 나온다.
그저 단순히 유격수조의 수비 훈련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대형 이벤트였다.
“임영원 미쳤네?”
이 상황을 지켜보던 민현웅이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트렸다.
“쟤는 눈도 없냐? 주전 유격수? 미친놈이네. 생각이 없네. 양심도 없고.”
민현웅도 가끔은 맞는 말을 한다.
지금 부원들 사이로 들려오는 웅성거림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다.
“임영원, 쟤 노선을 잘못 정했는데?”
그 순간, 민현웅이 강수현을 응시했다.
“유격수가 아니라 2루수를 노렸어야지!”
그 말도 맞다.
차라리 주전 자리가 욕심이 난다면 한결 상대하기 편한 상대를 고르는게 나았다.
그 순간, 강수현이 움찔하며 민현웅을 쏘아 보았다.
“저 새끼는 도저히 예뻐할 수가 없어.”
그와 동시에.
“행운아! 주전 유격수의 품격을 보여줘!”
바로 유행운을 응원한다.
“유행운은 유격수가 딱!”
자리보전을 할 수 있다면 간도 쓸개도 유행운에게 바칠 수 있는 깝수였다.
“자, 그럼 도전자부터 먼저 하는게 맞겠지?”
지금 이형호는 현재 유격수 주전은 유행운이라는 것을 못박았다.
한박자 느리게 임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임영원이 글러브를 낀다. 그리고 유행운은 찝찝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이제와서 갑자기 왜?’
실력을 의심받고 있는건가?
아니다. 그건 아닐 것이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것에는 분명 근본적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수비를 알려주려는 걸까?’
이형호는 객관적인 사람이었다.
수비 하나로 프로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사람.
그 사람이 이런 결정을 했다면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 가자!”
따악!
그와 동시에 타구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으익!”
이형호가 날리는 타구는 날카롭다.
정상 수비 자세로는 커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임영원은 타구 하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하도 타구를 놓치자 결국 임영원은 몸을 던졌다. 나쁜 버릇이 그 순간 터져 나온 것이다.
“정상 수비라 했다!”
따악!
다시금 타구음이 울려퍼졌다.
임영원이 달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정상 포구 자세로는 건져낼 수 없는 공이었다.
‘고작 이 정도도 처리를 못하는군.’
이형호 감독은 지금 임영원의 대한 평가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겉멋만 잔뜩 들어가지고!”
따악!
이형호가 날카로운 타구를 보낸다.
“자세 낮춰!”
임영원은 어느새 숨소리가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있었고 이를 악물며 타구를 쫒지만, 도저히 정면으로 타구를 처리할 수가 없었다.
‘어렵다.’
이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유행운은 이형호가 보내는 타구가 정상 포구로는 쉽지 않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엉덩이를 어디까지 올릴 생각이야?”
따악!
현재까지 임영원이 기본을 지켜 포구를 한 횟수는 없었다.
“다시!”
따악!
이형호가 날카롭게 타구를 보냈다.
어차피 타구는 뻔하다. 오른쪽으로 달려가 처리했으면 그 다음은 왼쪽이다.
그걸 알면서도 임영원의 발은 항상 느렸다.
지금 연속된 펑고에 지쳐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애초에 반응속도가 그리 빠르지도 않았다.
“다이빙 하지 말라 했다!”
따악!
어느새 횟수는 열 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현재 임영원의 유니폼은 흙투성이다. 그렇게 기본 수비 자세를 강조했지만, 마음이 급해져 몸을 던진 결과물이었다.
“마지막!”
따악!
타구음과 함께 임영원이 달린다.
이번에도 기본 수비로 타구를 처리하기에는 두 발이나 늦었고.
“임영원!”
또 다시 임영원이 철푸덕 몸을 던졌다.
공은 그의 글러브 끝을 치고 유유히 굴러간다.
그대로 배를 깔고 드러누운 임영원이 그 자세로 부들부들 떨었다.
“감독 말이 우습게 들리나? 기본 수비만 허용한다고 말했다! 언제까지 기본도 못하고 다이빙만 하고 앉아 있을 거야? 여기가 수영장이야?”
펑고를 하다가 함께 열이 올랐는지, 이형호 감독이 평소와 달리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항상 이형호 감독은 똥군기를 싫어했고 좋은 말로 설명하려 노력했다.
아직 어린 친구들이었고 냉혹한 현실은 앞으로 충분히 느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형호 감독은 몹시 화가 났다.
주제 파악도 못 하고 오만방자하게 구는 임영원 때문이었다.
“감독님······.”
흙투성이가 된 임영원이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눈에는 닭똥같은 눈물이 맺혀 있었다.
“제가 그렇게 싫으십니까?”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일부러 못 잡을 코스로만 보내는 거 다 압니다······! 유행운 밀어주려고 이러시는 거 다 안다고요!”
순식간에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음료수를 마시며 펑고를 지켜보고 있던 강수현이 얼어붙었고 하체부실 류진운도 마찬가지였으며 민현웅은 어깨를 으쓱이며 작게 이죽거렸다.
“임영원 뒤졌다.”
역시 민현웅은 남달랐다.
코치마저 입을 다물고 눈을 굴리는 이 상황에서도 나불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민현웅 뿐이었다.
“봤어? 임영원 지금 무덤 팠어.”
민현웅이 옆에 서 있는 류진운에게 속삭였다.
“어, 흙은 우리가 덮어줄까?”
류진운이 눈치를 살살보며 모기처럼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한심해.’
강수현은 비교도 안 된다.
유행운은 한숨을 쉬며 주먹을 꽉 쥐고 우는 임영원을 보았다.
그 추한 모습에 연거푸 한숨이 나왔다.
“아니. 승부는 공정하다.”
이형호가 임영원을 응시하며 말했다.
“유행운, 준비해라.”
살얼음처럼 얼어붙은 분위기에서 유행운이 글러브를 들고 나아갔다.
그와 동시에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서 있던 임영원은 수비코치가 데리고 자리를 벗어난다.
“임영원, 눈 돌리지 말고 지켜봐라.”
이형호는 이 승부를 공정하게 진행한다.
임영원 생각과는 달리, 유행운에게 쉬운 타구를 보낼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더 어렵게 보냈으면 보냈지, 덜할 생각은 결코 없었다.
“행운이 너는 포구 후에 1루 송구까지 진행한다.”
“네.”
유행운은 담담했다.
지금 이형호는 유행운이 회귀 후에 받아보지 못한 강한 타구를 날려 보냈다.
지난 1회차 인생을 생각해보면 유행운은 언제나 수비가 아쉬웠다.
기본기를 바로 잡을 시기를 놓쳤고 프로에 입단해서는 크고 작은 부상으로 수비를 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저 건강하고 어린 몸으로 프로보다 당연히 수준이 떨어지는 고교무대에서 에이스 놀이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받았던 펑고는 잊어라. 차원이 다르게 어려울 테니까.”
이형호 감독은 앞으로 유행운을 조련하려 한다.
프로 입단에 대비한 첫 번째 훈련, 그리고 청대에서 유격 수비에 구멍이 나지 않도록 조련시킬 생각이었다.
‘한 발 빠르게.’
임영원의 수비를 지켜보았다.
왜 정상 수비로 공을 받아내지 못했는지 충분히 이해했다. 그리고 임영원이 갖고 있는 생각과 달리 이형호는 더 까다롭게 타구를 날려 보낼 것이다.
‘내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해 보자.’
생각을 정리하고 글러브를 가볍게 두드렸다.
“가자!”
따악!
타구음이 울린다.
유행운이 그 소리와 함께 빠르게 이동했다. 늘 한 발 빠르게 움직인다는 생각으로 수비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스텝을 밟고 타구를 쫒아간 유행운이 자세를 최대한 낮췄다.
지면과 가깝게 자세를 낮춘 유행운이 바운드를 계산하며 포구했다.
동시에 글러브를 덮으며 공의 그립을 찾아 손에 쥔다. 물흐르듯이 송구까지 이어졌다.
‘존나 잘하네.’
강수현은 유행운의 깔끔한 수비를 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심지어 송구까지 정확했다. 마른 체구에서 나오는 믿기지 않은 힘이 있다.
만약 유행운과 계속 같은 포지션을 두고 경쟁해야 했다면-
‘끔찍해!’
공포 그 자체였다.
그 생각과 별개로 아직도 훈련은 진행 중이었다. 강수현이 복잡한 생각을 털어내고 유행운을 응시했다.
“좋아.”
따악!
감독의 짧은 칭찬과 함께 다음 타구가 날아간다.
유행운은 이번에도 지체하지 않고 스텝을 밟았다.
‘아!’
최대한 정상 포구를 하기 위해 첫 발을 떼는 스텝 자체를 빠르게 가져갔지만, 타구 속도를 따라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정신 차려!”
공 하나를 뒤로 흘린 유행운이 숨을 크게 들이 마신다.
따악!
다시 타구음이 울리고 유행운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번에는 가까스로 타구를 쫒아갔고 엉덩이를 내리고 자세를 낮춰 공을 포구했다.
“쟤를 임영원이 어떻게 이겨?”
민현웅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렇게 야구를 해놓고 수준 차이를 모른다는 건, 진심 문제 아니야?”
이쯤되면 장난이 아니라 진심으로 기가 막혔다.
민현웅은 임영원이 갖고 있는 실력에 대한 자부심 따위를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애초에 궁금하지도 않았고.
“감독님 성격에 주말리그 전반기 성적만 제대로 챙기면 전국대회에 백업으로 충분히 기용해줬을텐데.”
민현웅이 경멸이 섞인 눈으로 임영원을 보며 말했다.
“지가 지 복을 찼지.”
임영원의 얼굴은 점점 더 경직된다.
그리고 이 순간에도 유행운은 침착하게 포구에 성공하고 있었다.
물론 타구를 놓칠 때도 있었다.
그 때는 이형호에게서 쓴소리가 터져 나왔고 유행운은 실수를 자책하며 더욱 노력했다.
“라스트!”
따악!
마지막 타구가 쭉 뻗어간다.
유행운이 숨을 헐떡이며 빠르게 타구를 쫒았다. 숨은 턱 끝까지 차올랐고 지금은 그 어떤 생각도 없었다.
이 훈련을 제대로 마치는 것.
주전에 대한 생각도, 임영원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그저 실수를 만회하고 유격수로서 수비를 성공하는 것에 집중한다.
타악.
글러브에 공이 쏙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유행운의 오른손이 글러브를 덮으며 공의 그립을 찾아 쥐었다.
지체 하지 않고 사이드로 공을 던졌다.
미트에 공이 꽂히는 소리가 들리자 유행운이 비틀거리며 그대로 드러누웠다.
지금까지 했던 수비 훈련 중에 가장 힘들었다.
“유행운 총 15개 중에 6개 놓쳤다.”
그랬나.
그렇게 많이 놓쳤나.
“괜찮아. 내일부터 공식 훈련 끝나고 개별 훈련 하면 되니까.”
이형호 감독이 씩 웃었다.
유행운이 숨을 고르며 몸을 일으켰다. 계속 놓친 공이 머리에 맴돌았다.
“임영원.”
이형호가 초라하게 고개를 숙인 임영원을 응시한다.
승자는 누가봐도 유행운이었고 남은 건, 이 승부의 결말이었다.
“이래도 인정하지 못하겠나?”
임영원의 얼굴은 엉망이다.
눈물콧물로 얼룩진 얼굴은 패배자 그 자체였다.
임영원은 눈물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누구도 자신의 편이 없었다.
결말은 이미 나왔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야구를 해왔기에, 야구 말고는 다른 건 생각해본 적 없었기에 자꾸만 편협하게 생각하게 된다.
“흐흡······.”
훌쩍이는 소리가 적막한 공간을 채웠다.
“너는 정상수비를 할 수 있는 기본기가 없다. 몸 던져서 공을 잡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몸을 던지지 않아도 안전하게 타구를 처리하는게 먼저야.”
이형호 감독은 우는 임영원을 보며 차근차근 설명했다.
“유행운은 그 기본을 수행했고 넌 해내지 못했다.”
임영원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유행운에게는 타격으로는 승산이 없고 수비로는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지금 이 순간, 와장창 깨지고 있었다.
“내가 너를 기용하지 않는 이유는 오직 하나, 실력 때문이다.”
이형호 감독은 지금까지 임영원을 백업 자원으로 분류했다.
내야진은 베스트 멤버로 꽉 차 있었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이나 여러 운용의 문제가 있을 때 기용하는 백업 자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무리 고교 야구라고 해도 경쟁은 필수였다. 그리고 그 경쟁을 살아남게 하는 것은 곧 실력이었다.
“감독님······.”
여전히 서러운지 임영원이 닭똥같은 눈물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저 야구부 그만두겠습니다······.”
임영원이 스스로 정한 결말은 야구부 탈퇴 선언이었다.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구나.”
내심 임영원은 자신을 붙잡을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경원상고 선수층은 얇았고 유격수는 더더욱 귀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내일 점심에 정리하자.”
하지만 이형호 감독에게는 통하지 않는 술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