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49
49. 황태자
민현웅의 미국행 소식은 부산 마린스 뿐만 아니라 대전 호크스에게도 비상이었다.
– 민현웅이 간단다 미국 언플 오지게 하던 유행운이 안 간다는 보장 있냐? 이영호 유행운 놓치면 그냥 댕강이야 모가지 댕강
└ 지금도 모가지 절반은 날아간 상황임 ㅋ
└ ㅅㅂ 내가 유행운이어도 국내 안 남아 뭐하러 똥칰에? 미친거지
└ 이거 이영호 계략 아니냐? 쟤 투수무새잖아 존나 이주영 뽑으려는 큰 그림 아니냐?
└ 영호는 공은 잘 던지지만 머리는 새대가리여유~
민현웅의 양키스 계약은 드래프트 판도를 뒤흔들고 있었다.
유행운은 에이전시가 나서서 몸값 부풀리기를 시도했다.
적정가가 15억이라던 여론은 민현웅의 미국행으로 20억까지 뛰었다.
거기에 대전 호크스는 한술 더 뜬다.
“어머니, 잘 좀 부탁드립니다.”
똥줄 탄 이영호가 자존심을 다 버리고 유행운에게 매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는 대전 호크스 내에서 입지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다.
현재 팀은 꼴찌였고 사장은 모기업에게 매달려서 돈을 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 이영호는 유행운을 국내에 남기기 위해서 과일 바구니를 들고 찾아왔다.
“저는 아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해요.”
하지만 이선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마음은 아들이 한국에 남기를 바라지만, 아들이 넓은 세상으로 간다면 보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건 하루 아침에 정해진 마음이 아니었다.
지금도 이선영은 심리 상담을 받고 있었고 아들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뒤늦게라도 아들에게 엄마 노릇을 해야만 한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계약금도 최고 수준으로 준비했습니다. 올해 FA도 반드시 대어 잡을 거고요. 그동안의 대전은 없을 겁니다.”
현재 대전 호크스의 선수진은 A급이 거의 없다.
딱 두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투수였고 한 사람은 타자였다.
호크스의 에이스는 올해 3년 차로 투수 최대어라 불리던 윤규민이었다.
윤규민은 처음에는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꾸준히 투수로서 몸을 만들며 올해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점 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항간에는 제 2의 강우성이 나왔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내년에는 강우성 선수도 국내 복귀합니다.”
강우성, 그가 누구인가?
포스팅 제도로 미국에 진출한 강우성은 대전의 에이스이자 한국이 자랑하는 투수였다.
강우성은 미국 진출 후에 좋은 모습을 보였다. 사이 영 수준의 투수는 아니었지만, FA 권리까지 행사했고 그 계약이 올해 끝이 난다.
강우성은 이미 국내 복귀를 이야기했고 내년에 대전으로 금의환향한다.
“강우성 선수는 요즘 폼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레전드 아니겠습니까? 한국에서는 무조건 용병 투수 그 이상입니다. 나이도 아직 적당하고요.”
강우성이 복귀하면 원투펀치가 굳건해진다.
그 과정에서 올해는 말아 먹었던 용병 농사까지 완벽하게 거두면 투수진 만큼은 걱정이 없었다.
“엄마.”
마침 유행운이 집에 돌아왔다.
요즘 이형호와 개별 훈련을 하고 따로 개인 루틴을 진행하는 유행운은 헬스장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이영호가 눈을 반짝인다.
“누구 왔어요?”
가방을 방에 두고 거실로 향한 유행운이 식탁에 앉아 있는 이영호를 보고 미간을 좁혔다.
달갑지 않은 사람이었다.
“오, 유행운 선수!”
이영호 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행운에게 다가왔다. 유행운은 그를 보며 일단 웃었지만, 속은 영 기분이 좋진 않았다.
“여기 오셔도 되나요?”
이 물음에 이영호가 멋쩍은 듯 웃는다.
그러면서도 어린 놈이 건방지다고도 생각했지만, 유행운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이해했다.
“대전에는 유행운 선수가 정말 필요합니다.”
확실히 많은 것이 달라졌다.
예전 유행운은 대전의 부름을 받았다. 그 순간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누구도 받아주지 않았던 선수를 대전은 받아주었고 1년이 지난 후에는 정식 선수로도 전환해 주었다.
그때의 고마움.
그 순간의 고마움은 회귀한 후에도 사실 쉽게 잊히지는 않는다.
“우리 아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은데.”
이선영은 이제 그만 이야기를 듣고 싶은 눈치였다.
쉬는 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었고 어쨌든, 야구 관계자였으니 집에 들였다. 하지만 아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웃고는 있지만, 유행운이 불편해하고 있음을 엄마로서 느끼고 있었다.
“아니에요. 엄마.”
일단 유행운도 모친 옆에 앉았다. 이영호도 다시 자리에 앉고 목이 메이는 듯 물을 한 모금 마신다.
앞서 이선영에게 어필했던 것을 다시 연거푸 이야기 한 이영호가 다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FA 반드시 삽니다.”
그건 이미 유행운도 알고 있는 정보였다.
이 시기에 대전에는 낡은 구장을 허물고 신구장이 들어선다. 완성 시기가 딱 내년, 2028년이었다.
그 시기에 맞춰 강우성 선수가 복귀한다. 일부러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를 신구장에서 모시기 위해, 시기를 맞췄다는 걸 모든 사람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기에 꼴찌에서 탈출하기 위해 FA 큰손이 된 것도 알고 있다.
“네, 그래서 제가 대전에 가면 무슨 이득을 받죠?”
현재 유행운은 보스턴에서 150만 달러 오퍼를 받았다. 현재 그 금액은 알려졌고 그렇기에 이영호는 더더욱 똥줄이 타고 있었다.
“최소 40경기는 1군에서 뛸 수 있도록 경험을-”
“아니요. 그런 건 선수인 제가 기회를 잡으면 될 일이고요.”
자꾸만 당연한 소리를 한다.
야알못도 유재원이 유격수를 하는 걸 보면 저 새끼는 폐급이라는 걸 알 거다.
지금 대전팬들이 유행운을 외치는 이유는 즉전감이라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실력은 U-18 국제 대회에서 충분히 보여주었다. 유재원이 할 수 없는 수비를 다양하게 선보였으니.
“그, 그럼.”
“간단합니다. 김용재 트레이너를 저에게 붙여주세요.”
“김, 김용재?”
김용재 트레이너.
국내 야구계에서는 유명하다.
서울 스타즈의 타고난 멸치를 벌크업 시킨 전설의 인물. 심지어 약물의 힘 없이 몸을 키웠다는 그 사실을 아무도 믿지 않아 도핑 검사까지 했지만, 약 성분은 잡히지 않았다.
“그 친구는 지금 인천에 있는데-”
“알아요.”
유행운은 몸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이미 실적을 보여준 사람을 곁에 둬야만 했다.
“해주실 수 있나요?”
“흐으음.”
“못하면 그냥 저 보스턴 갈래요.”
“아.”
이영호가 눈을 부릅뜬다.
“잠, 잠깐만요.”
“저는 참고로 거짓말 하는 건 싫어해요. 두 눈으로 김용재 트레이너가 대전 소속이 될 만한 근거 없이는 드래프트 참여 안 해요.”
드래프트까지 일주일.
어차피 인천이나 대전이나 가을야구는 턱도 없는 성적이다.
인천은 현재 리빌딩 중이었고 같은 처지였지만, 대전보다는 확연히 앞서고 있었다.
스토브리그에는 감독이 바뀐 만큼, 코치진도 변화가 생긴다. 그 말은 충분히 김용재 트레이너를 코치로 모실 수 있다는 것.
“일단 알겠습니다.”
이영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인천에서 일을 하다 돌아온 최준혁이 있으니, 연결은 될 것이다.
“나머지는 제 담당 에이전트와 이야기 하시고요.”
사실 이영호는 이미 채리원을 만나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 여자가 누구인가. 돈에 미친 인간, 아주 협상의 달인이었다.
이미 채리원은 갑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실질적으로 보스턴이 영입 제안을 했으니, 유행운에게는 선택지가 있었다. 보스턴이 아니더라도 해외 타 구단도 오퍼가 있는 걸로 확인됐다.
즉, 아쉬운 사람이 기어야 하는 거다.
“저희 신구장 정말 대단하거든요. 돔은 아니지만, 최신식으로 짝 깔아 놨습니다.”
그리고.
“대전의 황태자가 되지 않으시겠습니까?”
* * *
대전의 황태자.
이 말은 대전팬들 사이에서 흘러 나왔다.
[유행운 대전 호크스 입단 시 혜택!!!!]– 프로야구 전경기 선발 보장
– 성성당 평생 무료 이용
(중략)
– 대전 황태자 등극
이것이다.
대전 황태자 등극.
즉, 황족으로 받겠다는 뜻인데, 유행운을 간절히 원하는 대전팬의 염원이 담긴 글이었다.
물론 반응은 상반된다.
– 프로 전경기 선발? 이건 신인에게는 좀… 에바지
└ 에바? 야 ㅋㅋ 유재원 볼래 유행운 볼래? 난 닥유행운이다
└ ㄷㄱㅆ) 아… 유재원이라니까 정신이 확 드네… ㅋㅋㅋ 황태자 맞다 ㅅㅂ
이건 지나치다는 반응도 있지만, 유재원이라는 말만 나오면 싹 사라진다.
그만큼 유재원의 경기력이 폐급, 그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채리원은 여러 구단과 다각도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대전 같은 경우는 통화를 주로 했는데, 주변 이목을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대전 호크스는 올해로 리빌딩은 끝낸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최대어 투수를 연달아 물었던 대전은 코치진도 커리어가 화려한 능력있는 사람으로 구축할 생각이라 했다.
“1년 반짝이었지.”
드래프트까지 딱 사흘 남았다.
유행운의 거취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고 스포츠 기사란에는 유행운의 이름이 계속 박혀 있었다.
대전 호크스는 FA 큰손으로 A급 타자 하나와 B급 타자 하나를 영입한다.
A급 타자라 할 수 있는 선수는 대구 드래곤즈의 3루수로 주로 지명타자로 활동했었다.
과거에는 같은 포지션에 민현웅이 있었기에 지타로 활용했지만, 지금은 수비도 겸해야 한다.
그리고 B급 타자는 선구안이 좋은 발빠른 선수로 똑딱이였다. 수비는 걸출했는데, 좌익수로 출전하며 1번타자 자리를 먹었던 선수.
여튼 공격적인 FA 영입과 강우성의 대전 복귀로 아주 오랜만에 대전은 가을야구에 성공했다. 그것도 그 해가 마지막이었다.
그 가운데.
– 부산은 유행운의 미국행을 응원합니다
└ 행운이 품기에는 대전은 좁다 아이가?
└ 마, 현웅이 따라 가라
└ 내도 응원한다 미국 가라
└ 마, 가라 마!
그렇다.
부산팬은 민현웅의 미국행으로 태도를 완전히 바꾸었다. 남이 잘 되는 건 두고 보기 싫은 심리.
부산팬은 강하게 유행운의 해외 진출을 응원했다.
“유행운 선수.”
뭐랄까.
항상 생각하지만, 유행운은 대전팬이 신기했다.
팀이 바닥에 맴도는데, 이 보살들은 떠나지 않는다. 영원히 남아 응원할 것 같은 팬이 이 대전팬들이었다.
딱 두번.
1군에 콜업되어 타석에 섰던 유행운은 기억한다. 이 보살들이 팀이 지고 있는 와중에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격하게 응원하는 그 목소리를.
“저,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저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나왔을 뿐이었다.
대전도 아니었고 서울, 그것도 집 근처 마트였다. 그러나 유행운을 알아 본 대전 호크스 팬이 있었다.
“저 아세요?”
“네, 황태자 님······.”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유행운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순간 당황해서 외면한 유행운과 이 상황이 좋은지 흐뭇하게 웃고 있는 이선영이 있었다.
“제가 유니폼도 샀거든요?”
“네?”
“제가 마킹도 했어요.”
여성팬이 수줍게 사진을 보여준다.
핸드폰에는 유행운 이름 석자가 박힌 대전 호크스 유니폼이 보였다.
“벌써요?”
“네. 꼭 오셨으면 해서······.”
뭐랄까.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다.
유행운은 여전히 여러 구단을 저울에 올려 놓고 고민 중이었다. 채리원은 실시간으로 바뀌는 협상 내용을 알려주었고 그 과정에서 가장 노력하는 팀은 역시 호크스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유니폼 가져올걸!”
팬이 아쉬운 듯 미간을 좁힌다.
급한 대로 종이에 사인을 해주었지만, 유행운은 어떤 말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드래프트까지 사흘.
그 시간동안 어떤 변수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대전을 좋아하시나 봐요.”
“네, 저 완전 팬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호구라고 하지만, 어쩌겠어요. 팀 세탁은 죽어도 안 되는데.”
유행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매직을 내밀었다. 가볍게 악수를 하고 다시 카트를 끄는데, 옆에서 모친이 말을 걸었다.
“엄만, 한순간에 황태자를 아들로 뒀네?”
유행운은 민망하고.
“좋아?”
“꽤 기분이 괜찮은데?”
이선영은 기분이 좋은 듯했다.
어디든 아들이 귀하게 대접 받으면 엄마로서 좋을 수밖에 없다.
아직 프로에 진출한 것도 아니었고 국내에 남을지, 해외에 도전할지 거취가 정해진 상황도 아니었음에도 이렇게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
그 생각에 이상하게 코 끝이 찡한 이선영이었다.
– 채리원입니다. 대전에서 계약금 20억 제시했고요. 요청한 김용재 트레이너와도 좋은 관계를 맺어가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진행 중인 사항 확인했고요. 보스턴은 개인적인 케어까지는 불가능하다는 최종 답변 받았습니다.
체계적인 트레이닝.
유행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몸을 키우는 건 필수였다.
해외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다.
언어부터가 문제였고 이동 거리도 감안해야 한다.
마이너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그 다음 단계가 있다. 그 시간동안 몸 관리를 스스로 하며 체력 관리를 하기에는 리스크가 있었다.
“엄마.”
유행운이 채리원에게 최종 결정에 대한 답장을 보냈다.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아들 믿고 대전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