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81
81. 네 처남이 되고 싶지 않아
“제발 좀! 점수 좀 내 줘! 제발!”
인천 바이킹스 주중 3연전의 마지막 경기.
전날 대량 득점에 성공한 대전 타선은 죽을 쑤고 있다.
“1점이라도! 제바알!”
6회 말.
윤규민은 2실점을 했다.
다음 이닝에도 마운드에 설 생각이기 때문에, 선발투수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 어제 17점 냈다고 파업한겨?
└ 개빠따들
└ 어제 점수 존나 낼 때 알아봄 ㅋㅋㅋㅋ
└ 단체로 파업하기 있냐…?
└ 윤규민 개불쌍
└ 규밍이 패전되게 생겼네 ㅉㅉ
그렇다.
윤규민은 2실점을 하며 상대 타선을 꽁꽁 묶었지만, 득점 지원을 단 1점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인천 바이킹스의 선발은 외국인 투수였다.
어제 표적 등판으로 하루 밀린 용병 투수였고 처음 보는 투수 상대로 대전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 개빠따들 처음 본 투수 공략 1도 못함 ㅋㅋㅋㅋㅋ
└ 쟤 직전 경기 8실점 아니냐?
└ 맞음 근데 우리한테는 지금 무실점 호투 중 ㅋㅋㅋㅋ
└ 낯을 어찌나 가리는지 이제 갓 데뷔한 신인에게도 공략 못하잖아 ㅋ
└ 윤규민 개빡치겠다
└ 이러다 완봉승 드리겠는걸???
그렇다.
지금 인천 바이킹스의 외국인 투수 로데릭 피터스는 몹시 잘 던지고 있다.
– 유행운 빼고 죄다 붕붕질이네 ㅋ
└ 연봉 반납해라 진심
└ 아오 혈압……
└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다 ㅋㅋㅋㅋ
└ 이게 개호크스지… 그치…
오늘 그나마 피터스를 괴롭힌 타자는 유행운이 유일했지만, 그도 안타 하나를 뽑아냈을 뿐이었다.
묘하게 방망이가 잘 맞지 않아 짜증이 난 상태였고 분위기가 계속 올라오지 않는다. 결국.
“개새끼들…….”
윤규민은 7이닝 2실점을 하고도 패전을 피할 수 없었으며 로데릭 피터스는 완봉승을 해내며 퇴출 위기에서 벗어났다.
“상품권이 없으면 밥값을 못하는 개새끼들…….”
그리고.
윤규민은 울었다.
* * *
“토요일에 보러 온다고?”
백유진은 경기가 끝나고 유니폼도 벗지 않은 상태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드디어 대전으로 향한다.
유행운은 모친이 대전으로 생활을 옮겼기 때문에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백유진은 구단에서 마련해 준 빌라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룸메이트는 선배 김민준이었다.
사실 보통 나이가 같은 동기와 룸메이트를 하는데, 1군에 자리 잡고 있는 유일한 동기 유행운이 따로 생활하고 있어서 백유진은 김민준을 모시며 살아야 했다.
“알았어. 밥도 먹자고? 그건 미리 물어봐야 해. 일요일도 경기 있으니까…….”
백유진은 4선발 역할을 김민준과 나눠서 하고 있다.
1+1 전략이었고 김민준이 먼저 등판하고 그 뒤를 받치는 역할이 백유진이었다. 아직 용병 투수가 채워지지 않았지만 이미 로이드 콜 타일러는 퇴출 수순을 받고 있었다.
새로운 용병이 들어오게 되면 1+1 전략이 아니라, 두 사람 중 한 명은 불펜으로 옮기겠지만, 나름 데뷔 첫해부터 기회를 받고 있는 백유진이었다.
“응, 알았어요.”
통화를 마치고 백유진이 옷을 갈아입었다.
유행운은 이미 옷을 다 갈아입었고 대전으로 떠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야, 유행운.”
백유진이 유행운을 부른다.
“왜?”
“토요일에 경기 끝나고 밥 먹을래?”
“밥?”
“응, 엄마가 너도 물어보래.”
“나도?”
“어.”
백유진의 엄마는 전업주부였다.
아들을 혼자 대전에 두는 것이 미안해서 시간이 나면 항상 경기를 보러 온다. 남편이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딸도 대학교를 졸업하지 못했다.
해서 생활을 모두 대전으로 옮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유행운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이선영이 백유진을 잘 챙겨 주었기 때문이다.
해서, 도시락을 싸더라도 유행운의 몫까지 준비하는 백유진 모친이었다.
“확답은 못 할 거 같은데…….”
홈에서 경기할 때는 항상 유행운은 개인 훈련을 진행한다.
타고난 멸치였기 때문에 긴 시즌을 버티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훈련이 필수였다.
“같이 밥 먹자.”
“알았어.”
“너희 어머니도 모시고 같이 먹을까? 엄마가 물어보던데.”
“괜찮아, 우리 엄마 낯가려.”
유행운의 모친 이선영은 낯을 심하게 가린다.
낯선 사람과 밥을 먹는 걸 버거워하는데, 그걸 아들인 유행운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대화를 끝으로 유행운은 짐을 챙겨 바이킹스 구장에서 나왔다.
“어, 유행운이다!”
퇴근길.
대전이 패배했음에도 팬들이 선수들의 퇴근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KBO 10구단 중에 가장 충성심이 강한 팬은 역시 대전 호크스였다. 그들은 팀이 연패를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매번 최하위에 처져도 떠나지 않는다. 항상 그 자리에서 불꽃같은 응원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유행운은 버스 앞에서 사인을 시작했다.
다치지 않을 선에서 최대한 팬서비스를 한다.
야구선수 중엔 팬서비스를 등한시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유행운은 그런 유형은 아니었다. 오히려 팬을 더 소중히 여겼고 그게 당연하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저는 이 펜으로 해 주세요.”
“네.”
유행운의 이름이 새겨진 검은색 유니폼이었다.
어느새 유행운의 손에 화이트 컬러 매직이 들렸다.
아무 생각 없이 유니폼에 사인을 했다.
이제 유니폼에 사인하는 게 익숙해져서 삐뚤지 않게 잘 할 수 있는 스킬이 생겼다.
“감사합니다.”
유행운이 받은 펜을 돌려주며 뒤늦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눈에 보였다.
“어.”
유행운이 멈칫한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 줘야 하기 때문에 사람 얼굴을 제대로 확인 못 할 때가 많았다.
“누나.”
유행운에게는 사인을 해 줘야 할 사람이 많았고, 지금도 매직을 들고 야구공에 사인을 해야 했다.
사인을 하며 짧게 대화를 나눈다.
“오늘도 경기 보러 오셨네요?”
“네, 졌지만요.”
“토요일에도 오신다면서요?”
대화 상대는 다름 아닌 백유진의 누나, 백유정이었다.
“네, 엄마 모시고 갈 거예요.”
“그럼 그날 제가 따로 사인해 드리면 되는데…….”
“아, 원래 유진이 보고 가려고 했는데 딱 행운 선수 퇴근길 마주쳐서.”
민망한 듯 백유정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주변이 웅성거린다. 유행운은 대전의 인기 스타였고 백유정도 얼굴로 이미 유명인이었다.
“재밌잖아요, 이렇게 사인받으면.”
그 순간, 유행운은 처음으로 백유정이라는 사람을 인식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백유진의 예쁜 누나, 딱 그 정도였다면 지금은 작은 호감이 생기고 있었다.
백유정은 그 말을 끝으로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고 그 모습을 멀거니 보던 유행운은 다시 사인을 이어 갔다.
그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간 상태였다. 팀의 패배로 인해 기분이 나빴던 것이 한결 나아졌다.
* * *
[행운아, 지금 대전 가고 있냐?]구단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가는 길, 처음으로 이승현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행운은 눈을 감고 음악을 듣고 있었는데, 손에 느껴지는 진동음에 눈을 떴다.
[네, 절반 정도 왔습니다.]유행운은 이승현에게 은퇴 철회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지금도 대전의 내야는 완성형이 아니었다. 유격수는 유행운이라는 존재로 딱 잡혀 있었지만, 2루수는 아니었다.
키스톤 조합이 흔들린다. 임지혁은 수비는 보통이지만, 가끔 치명적인 행복 수비를 날릴 때가 있었다.
이승현은 나이가 있어서 배트가 무뎌졌을지언정, 적어도 말도 안 되는 수비는 안 한다. 아니, 사실 무뎌진 이승현의 빠따가 임지혁보다 낫다고 확언할 수 있었다.
[혹시 월요일에 서산 잠깐 와 줄 수 있냐?]유행운은 이승현이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이번에 2군 서산 경기거든 정우 말이야, 네가 좀 봐줄 수 있을까 하고…….]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최근 서산에서 타자 전향을 한 이정우의 이야기였다.
[정우가 네 폼을 많이 참고했더라고 혹시 네가 짧게라도 봐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형이 밥 살게.]유행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정우는 과거 타자 전향에 성공했다. 뒤늦게 전향한 거라 지명타자가 끝이었지만, 나름 타자로서는 재능이 있었다.
사실 놀랐다.
이정우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의 타격폼을 참고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럼 선배님도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실래요?]유행운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임지혁이 불편했다.
사적으로 불편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임지혁이 아니면 최진영이 나오는데, 최진영은 더 심각했다.
임지혁은 좌타, 최진영은 우타.
두 사람은 좌우놀이에 따라 선발 출전을 하는데, 유행운은 그때마다 머리가 아팠다.
[응, 말해 봐. 내가 들어줄 수 있으면 무조건 들어줄게.]오케이.
[그럼 선배, 은퇴하지 마세요.]이정우의 타격폼을 봐주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2군에도 타격 코치가 있지만, 인맥빨로 들어온 코치였기 때문에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을 것이다.
대전만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정 때문에 역량도 안 되면서 코치 자리를 떡하니 맡고 있는 사람이 널렸다.
실제 작년 시즌만 해도 대전 호크스 1군 타격 코치는 프로 시절 통산 안타가 고작 5개로 폐급이었다.
그럼에도 프런트와의 친분으로 질기게 타격 코치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인물이었다. 올해는 최정환 감독이 코치진을 대거 물갈이하며 적어도 자격은 있는 사람이 들어왔지만, 서산은 아직도 여전했다.
[지금 뼈 다 붙었다고 들었어요 재활 중이라면서요? 은퇴하지 마시고 올스타 휴식기 끝나면 꼭 복귀하세요.]그게 유행운의 부탁이었다.
* * *
[대전 호크스 드디어 새 용병투수 온다 … 트리플A 4점대 방어율 특급 좌완 ‘앤서니 호튼’]└ 보름 걸린다고? 혈압
└ 시바 당장 와서 뛰어
└ 호튼? 호투하게 생겼네
└ 으 씹노잼
└ 트리플 4점대? 심각하네
└ 영호야 이게 최선이냐?
└ 특급? 무슨 특급이 저래;;;
└ 딱 40만불 활약 해 줄 듯
└ 노옵션 100만불 허공에 흩어졌쥬? 미쳤쥬? 구단주 돈 살살 녹쥬?
└ ㅋㅋㅋ 이영호 빡대가리 진짜 ㅅㅂ 유리몸한테 노옵션 100만 꽉 채워 주는 놈이 어디있냐???
드디어 대전 호크스에 비어 있던 4선발을 채워 줄 용병 투수가 등장했다.
사실 급하게 찾은 매물이라 그리 좋은 조건의 외국인 투수는 아니었다. 트리플A에서 등판한 성적만 봐도,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대전 호크스 새 용병 앤서니 호튼 “한국에서 오랫동안 뛰고 싶다”]└ 생계형이네
└ 얜 진짜 돈이 급해서 드르렁할 위험은 없을 듯……
└ 가성비, 혜자 용병이 돼달라
└ 일단 와봐
└ 김민준 보려니 차라리 얘가 낫다
└ 빨리 와봐 진짜 와서 던져봐 좀
└ 그냥 분유값 벌고 싶다고 말해
앤서니 호튼은 생계형 용병이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마이너리그 생활을 했고 어린 나이에 결혼도 했다. 그는 한국행을 결정짓는 타 외국인 선수와 달리 20대 중반으로 몹시 젊은 축에 속했다.
[대전 호크스, 김이성 1군 콜업 …… 구멍난 4선발 채운다]└ 똥볼러 오시네
└ 형 머리는 좀 심었어?
└ 김이성으로 보름간 선발진 채울 생각인가 보네 ㅋㅋ
└ 제구로 먹고 사는 남자… 제구를 얻고 머리카락을 잃은 남자… 김이성…!
└ 구멍 채워지긴 하냐? 모발이 부족해서……
└ 구멍하고 모발하고 뭔 차이냐?
└ 풍성하진 않잖아 ㅋ
어쨌든.
김이성은 원래도 1군 자원이다.
스태미나가 좋지 않아 10일 간격으로 선발 등판하기도 했고 불펜진에 합류해서 공을 던지기도 했다.
평균 직구 구속 132km/h.
그가 계속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제구였다.
궁합이 잘 맞는 주심을 만나면 꽤 호투했고 존으로 장난질을 치는 주심을 만나면 죽을 쑨다. 하지만 나름 괜찮은 투수로 구멍 난 선발진을 채우기 딱이었다.
“백유진, 힘내라.”
김이성이 1군 복귀한다.
그 말은 백유진은 물론 김민준도 경쟁에서 밀렸다는 뜻이다.
“힘이 안 난다.”
백유진은 이제 선발진에서 이탈해 필승조로 자리를 옮긴다.
나름 선발 욕심이 있었던 백유진이었기에 허탈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이 또한 견뎌 내야 한다.
어쨌든,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이 패전조가 아닌 필승조로 기회를 받는 것 자체가 특혜였다.
“비가 시원하게 내리네.”
“응.”
“차라리 잘됐다. 오늘 우취 되고 내일 윈스턴이 나가는 게 더 낫지.”
김이성 대신에 코리 윈스턴이 선발 등판하는 게 승리할 확률이 더 높았다.
그건 아주 당연했다.
“내일 너희 누나 오신다며. 이왕 오시는 거 승리 요정 되셔야지.”
“야.”
“왜?”
“너 왜 갑자기 우리 누나 얘기 해?”
백유진은 순간 이상한 촉을 느꼈다.
“별생각 없었는데?”
“안 돼.”
“뭐가 안 돼?”
“우리 누나는 안 돼.”
요즘 백유진은 이상한 촉이 자꾸만 심장을 건드렸다.
특히 자신의 친누나가 이상했다. 남자 이야기를 일절 하지 않던 백유정인데, 요즘 부쩍 유행운에 관해서 묻는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취미는 뭔지, 성격은 또 어떤지.
그리고.
‘여친이 있는지, 대체 왜 물어?’
도저히 친동생에게 할 질문은 아니었다.
동생 친구에게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도 이상했다.
백번 양보해서 요즘 대전의 슈퍼스타이니, 유행운에게 관심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자꾸만 마음 한구석이 찝찝했다.
“안 된다.”
“뭐가 계속 안 된다는 거야?”
유행운이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좁혔다.
백유진 역시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릴 때부터 백유정은 인기가 많았다. 틈만 나면 동네 형들이 누나에게 전해 주라며 편지나 선물 따위를 손에 쥐여 주었었다.
특히 야구부 선배들은 더더욱 곤욕스러웠다.
해서, 아예 누나를 야구장 근처에도 못 오게 했는데, 그럼에도 백유진의 누나는 늘 유명했다.
다름 아닌 외모로.
예쁜 걸로.
“너 백유정이 얼마나 성격 더러운지 모르지? 성격 파탄자야, 완전!”
“성격 좋으시던데.”
“아니라고! 미쳤냐고!”
유행운의 멱살을 잡은 백유진이 탈탈 털며 외쳤다.
“너를 위해서야. 너는 좋은 여자 만나야지, 친구야. 그러니까 백유정 얼굴에 속지 마.”
나는 미래의 네 처남이 되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