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86
86. 스위퍼
광주 아이언스와의 두 번째 경기.
첫날은 우천 취소 되었고 그다음 경기는 선발 싸움에서 앞선 대전 호크스의 승리였다. 그리고 오늘은 광주 아이언스의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가 압도적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선발이었다. 오늘 광주 아이언스에서는 드디어 1선발이 등판한다.
도미니카 공화국 태생의 로건 프레이저.
투심은 최고 150km/h.
강속구를 던지는 로건의 가장 큰 강점은 다양한 변화구였다.
투심을 30% 비율로 던지며 그 외 커터에 20%, 커브에 25%, 그리고 요즘 스위퍼라고 불리는 구종을 25%를 던진다.
스위퍼는 갑자기 나타난 구종은 아니다.
살짝 변화가 있었지만, 슬리브나 횡으로 움직이는 슬라이더 계열이 곧 스위퍼였기 때문이다.
이 구종은 미국에서 유행을 타기 시작하여 한국에도 전해졌고 광주 아이언스의 1선발 로건도 이 구종으로 쏠쏠한 활약을 했다.
“오늘 경기는 무조건 잡는다.”
로건은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이었다.
직구 구속도 좋았고 그 외 커터, 커브에 스위퍼까지 완성도가 높았다. 특히 스위퍼는 타자들이 손도 못 대고 있었다. 스위퍼를 던질 경우 안타를 맞을 확률이 현격히 줄어든다.
1회 초.
마운드에는 이재희가 올라가 있다.
사실 최정환 감독은 오늘 선발에 대해서 깊이 고민했다.
1군에서 김이성이 대기하고 있었고 이재희는 한 번 호투를 하기는 했지만, 아직 안정감이 있지는 않았다.
무너질 때는 한 번에 무너지는 유형이었기에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고 휴식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미래의 대전 마운드를 책임져야 할 투수였다.
고민을 거두고 결국 순리대로 이재희를 마운드에 올렸다.
“초구부터 강하게.”
어제 선발이었던 코리 윈스턴보다 이재희는 무게감이 떨어진다.
타격 코치는 물론 광주 아이언스의 감독 서재원도 초구부터 강하게 승부하라고 주문했다.
현재 광주 아이언스의 순위는 7위다.
기대만큼 좋은 순위는 결코 아니었다. 광주 아이언스는 연봉 1위 팀이었고 그만큼 꾸준히 투자해 왔던 팀이었다.
작년 순위는 7위.
당연히 감독으로서 서재원의 위치가 흔들린다. 그는 간신히 계약을 이어 갈 수 있었고 그 결론에 팬심이 들썩거렸다.
올해는 반드시 가을야구에 가야 한다.
만약 지금 머물고 있는 이 7위라는 순위가 계속 유지된다면, 그리고 무더운 여름이 되어서도 7위에 머문다면 서재원은 필시 경질 1순위였다.
[지금 4연패니까 그냥 계속 져라 ㅅㅂ 돌재원 경질하게]└ 오늘도 지고 내일도 지면 계속 지면 경질각이지
└ 로건 지금 골글각인뎈ㅋㅋ 이재희 상대로 못 이긴다???
└ 짤라
└ 돌재원 나가면 양아들도 나가리겠지? 시발 소취다
└ 7위나 10위나 거기서 거기야 그냥 짤라
└ 똥칰) 어떻게 7위와 10위가 같음??? 7위면 천상계아님??
└ 아 꼴칰 나가라고
대전 호크스 외의 구단은 7위에 만족하지 못한다.
지금 대전 호크스가 1위라는 분에 넘치는 순위를 가지고 있지만, 올 시즌에 7위만 했어도 기쁘다며 춤을 추었을 것이다.
이게 타 구단과 대전 호크스가 다른 점이었다.
따악!
1번 타자 임원일이 안타를 치며 출루에 성공한다.
그 순간, 서재원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현재 광주 아이언스는 7위.
6위와의 승차는 단 두 경기였으며 8위와의 승차는 단 1경기.
살얼음판이다.
삐끗하기만 해도 떨어지는 형국이었다.
* * *
오늘 처음으로 유행운은 팬들을 피해 아주 빠르게 출근했다.
일단 열애설은 부정했고 사람을 최대한 마주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왕이면 오늘 수훈 인터뷰도 하지 않는 게 좋을 듯했다.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오늘 선발은 이재희.
이재희는 전형적인 퐁당퐁당 유형의 투수였다.
최근 8이닝을 던졌고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이번에는 그만큼 기대가 적다. 하지만 이재희는 발전 가능성이 있었다.
새가슴에도 종류가 있는데, 그래도 이재희는 깡다구가 있는 새가슴이었다.
본인 공에 자신이 없는 날에는 자신감을 그만큼 잃지만, 그날 컨디션이 좋으면 정면 승부를 하며 호투를 한다.
결국 경험의 차이였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꾸역투를 하며 이닝을 청소하는 일.
경험이 쌓이면 이재희도 마운드 위에서 안정감을 찾고 꾸역투를 하며 계산을 세우는 투수가 될 것이다.
“볼.”
이재희는 오늘 경기를 안타로 시작했다.
당연히 썩 좋은 출발은 아니었다. 지난 경기 호투로 자신감은 차 있었지만, 잠을 잘못 잤는지 어깨가 뻐근했다.
이재희가 어깨를 주무르며 가볍게 풀고 다시 자세를 잡았다.
“볼.”
이재희가 던진 슬라이더가 빠졌다는 판정을 받는다.
“뭐라고?”
순간 이재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투수가 보기에는 걸친 공이었고 포수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존을 통과한 공이었지만, 주심이 볼을 선언하면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 투수가 좋은 공을 던졌어요. 김영학 선수가 이걸 참네요.]해설은 항상 그렇다.
투수가 던진 공이 걸친 것도 아니고 존을 통과했다는 걸 알면서도 돌려 말한다.
이재희가 공을 돌려받고 작게 투덜거렸다.
로진백을 주워 손바닥에 문지르고 다시 공을 던질 준비를 한다.
“흡!”
거친 숨소리와 함께 공을 뿌린다.
위기에 처한 순간, 선택하는 공은 역시 주무기였다.
“볼.”
하지만 타자는 그대로 가만 지켜본다.
마치 스플리터를 던질 거라는 걸 예상한 사람처럼.
“짜증 나.”
사사구를 내줄 위기다.
이재희는 사사구를 자주 내주는 투수지만, 당연히 기분은 좋지 않았다.
김지환이 미트를 든다. 포심을 요구했고 정면 승부였다. 망설이던 이재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은 모 아니면 도.
투수도 마찬가지다.
파앙!
[오늘 이재희 선수 포심이 괜찮네요. 무브먼트도 좋고요. 몸쪽 꽉 찬 공입니다.]1-3.
아직도 투수가 불리한 상황.
이재희가 검지와 중지를 최대한 벌린다.
발을 차올리고 빠르게 공을 던졌다. 패스트볼과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오던 공이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화를 보인다.
뚝 떨어지는 공을 타자가 건드렸고 땅볼이 유격수 정면으로 흐르며 이재희는 위기를 극복할 기회를 얻었다.
유행운이 공을 잡고 바로 2루 베이스를 터치했다. 빙글 한 바퀴 돌고 1루를 향해 강하게 뿌린다.
“아웃!”
[이제 시작이지만, 이재희 선수가 확실히 지난 경기에서 호투를 하면서 자신감을 찾은 느낌입니다. 한층 발전했다고 해야 할까요?]순식간에 투 아웃.
유행운은 이재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열애설에도 기량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 * *
스위퍼.
유행운도 잘 알고 있는 구종이다.
이걸 던지는 선수가 하나둘 KBO에도 등장했는데, 확실히 위력적인 구종이기는 했다.
앞서 1번 타자 박준용이 이 스위퍼에 농락당하며 삼진으로 물러섰다.
변화구는 던질 수 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스위퍼를 사용하는 투수가 로건 외에도 있었지만, 그 완성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우타자에게 로건의 스위퍼는 마치 홈 플레이트를 쓸어가듯 바깥으로 휜다. 그 횡적인 움직임은 순식간에 배트를 피해 간다.
그 완성도가 몹시 높았다.
그 이유로 로건이 KBO에서 최상위 용병 투수로 분류된 것이다.
‘보통 이 수준의 용병이 있으면 7위는 안 하지 않나?’
해서, 유행운은 그런 생각을 했다.
대기 타석에서 지켜본 로건의 스위퍼는 대단했다. 포심을 던지든, 스위퍼를 던지든 같은 자세 그대로였다. 작은 쿠세도 없었다.
좌타자인 박준용이 당한 스위퍼는 마치 바깥에서 안으로 휘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배트를 휘둘렀을 때는 이미 지나가고 몸쪽에 깊게 들어와서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던 그 순간이 눈에 선했다.
따악!
유행운은 평소와 달리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배트를 냈다.
스위퍼뿐만 아니라 커터나 커브도 완성도가 높은 투수였다. 게다가 투심도 묵직하며 볼끝이 심각하게 더럽다.
[파울! 오늘 유행운 선수가 초구부터 배트를 냅니다.]낮게 형성된 투심을 건드린 유행운은 좌측으로 흐르는 타구를 보며 혀를 찼다. 연습 스윙을 하고 타석에 선다.
2구, 뚝 떨어지는 커브.
“볼.”
3구, 투심과 비슷하게 날아오는 커터.
유행운이 히팅 포인트를 뒤로 두고 궤적을 따라 배트를 냈다. 승부는 빠르게 봐야 한다. 커트를 해내며 좋은 공을 기다리기에는 오늘 스위퍼의 궤적이 심상치 않았다.
따악!
유행운이 타고난 손목 힘으로 그대로 공을 밀어쳤다. 1루수 키를 넘긴 공이 바닥에 한 번 튀고 파울 라인 밖으로 빠져나갔다.
[유행운, 1루 지나 2루! 우익수, 급하게 공을 주워 송구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어쩌겠는가.
유행운이 보기에 오늘 로건은 컨디션이 좋다. 홈런을 만들겠다고 힘이 잔뜩 들어가서 풀스윙을 당기는 것보다는 최대한 출루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스위퍼 던질걸.”
로건이 2루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낀 건 아니었지만,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후에 스위퍼를 던지는 걸 좋아하던 로건이었다.
쉽게 말하면 스위퍼로 삼진을 잡는 게 간지 난다.
스위퍼에 속아서 배트를 성급히 낸 타자가 탄식하는 걸 보는 것도 즐거웠고 헛스윙 삼진을 잡는 순간에 희열을 느꼈다.
애매한 단타였지만, 빠른 발과 특유의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로 유행운이 2루까지 훔쳤다. 투수로서는 아쉬운 결과였다.
“좋아.”
로건이 포수를 향해 괜찮다는 손짓을 보냈다.
이미 2루에 있는 이 루키가 발이 빠르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도루에도 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KBO에서 친하게 지내는 외국인 투수가 그에 대해서 욕하는 것도 들었었다.
부웅!
[삼진!]해서, 로건은 주자는 신경 쓰지 않았다.
유행운이 도루에 성공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주자가 3루에 간다고 해도 후속 타자가 적시타를 때려야 홈에 들어올 수 있다
즉, 투수는 자신이 있었다. 나머지 타자를 모두 제힘으로 돌려세울 자신이.
[헛스윙 삼진!]조석찬을 헛스윙 삼진으로 보내고 팀의 강타자 지선호와 대결을 펼친다. 지선호는 처음 만나는 로건을 과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그도 유행운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초구부터 강하게 배트를 돌렸다.
부웅!
안타깝게도 커브였다.
지선호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헬멧을 매만졌다. 어쨌든, 주자가 2루에 있었고 여기서 1점을 뽑는 게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2구, 홈 플레이트에서 급격히 궤적 변화가 일어나는 스위퍼.
이번에도 지선호의 배트가 크게 헛돈다.
로건은 스위퍼를 공격적으로 사용했고 인터벌도 몹시 짧았다. 즉, 타자에게 생각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겠다는 판단이었다.
3구, 바깥 보더라인에 꽉 차는 투심.
따악!
지선호가 빠르게 투심을 커트한다.
사실 아슬아슬했다. 배트에 맞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구속이 빨라서 그대로 잡아먹힐 뻔했다.
4구, 다시 스위퍼.
[헛스윙 삼진!] [로건이 스위퍼로 깔끔하게 이닝을 정리합니다!]결말은 그러했다.
* * *
[LIVE] 광주 아이언스 3 : 0 대전 호크스– 2사 2, 3루
– 2루 성석형 / 3루 김성호
– 8번타자 박준성
└ 오늘은 광주가 이기는 날이다아아아
└ 이걸 좋아해야 하나… 서재원 생명줄 연장되네 ㄷㄷㄷ
└ 솔까 로건 나왔는데 지면 그건 감독 탓 맞음 ㅇㅇ
└ 로건 스위퍼 기가막힘 ㄷㄷㄷㄷㄷ
└ 시바 이 샛기들은 스위퍼 몇 번을 당하는거여? 행운이 말고 안타를 뽑은 놈이 없네
└ 로건 얼마냐?
└ 꽉 채운 100만 달러
└ 바꾸자
└ 누구랑?
└ 이재희랑
└ 돌았냐?
현재 4회 초.
이재희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로건은 아직도 투구 수가 41개로 효율적이었고 대전의 타선은 투수를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이재희는 3회까지는 꾸역투로 1실점만 했지만, 지금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 투수교체 백유진
└ 아이고 처남 어서오고
└ ㅋㅋㅋㅋ 유행운 처남이닼ㅋㅋㅋ
└ 황태자 요정님이랑 안 사귄다며???
└ 그걸 믿누???
└ 백퍼 사귐 ㅋㅋ 이미 부모님하고도 안면 튼 사이임 ㅎ
└ 처남 잘 좀 던져 봐
백유진이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지금 백유진은 몹시 기분이 나쁜 상태였다. 친누나가 썸을 탄다. 그 상대가 다름 아닌 친구였다.
그것도 같은 구단의 동기였다.
“야.”
백유진이 로진백을 꽉꽉 주무르며 뒤를 돌아보았다.
“너 공 빠뜨리면 죽어.”
유행운을 향해 으름장을 놓는다.
누나에게는 한없이 작은 존재였지만, 미래의 매형이 될 사람에게는 센 척을 곧잘 하는 백유진이었다.
유행운이 저벅저벅 백유진에게 다가간다.
순간 당황한 백유진이 크게 한 걸음 물러섰다.
“너 내가 수비하면서 어이없는 실수 한 적 있냐?”
“어, 없지.”
“공이나 제대로 던져.”
“넌 왜 무섭게 거기서 얘기하지, 여기까지 오냐?”
“크게 말하면 좀 그렇잖아?”
툭툭.
백유진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유행운이 씩 웃었다.
그 순간, 백유진은 유행운이 누군가와 굉장히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외모가 닮은 게 아니라, 웃는 게 닮았다.
뭔가 굉장히 께름칙하고 굉장히 서늘했으며 또 굉장히 소름 끼쳤다.
‘이 연애 반드시 막아야 해.’
백유진이 로진백을 떨어뜨리고 허벅지에 손바닥을 문지른다.
‘매형? 상상만 해도 끔찍해!’
현재 대전은 위기 상황이었다. 4회에도 등판한 이재희가 연거푸 사사구와 안타를 처맞으며 연달아 점수를 내주었고 불을 끄기 위해 백유진이 마운드에 등장했다.
[미남은 대전을 좋아해! 자꾸자꾸 좋아지면 나는 어떡해! 백! 유! 진!]백유진의 등장곡은 ‘미남은 석류를 좋아해’였다.
그 등장곡은 꽤 인기가 많았는데, 쉬운 멜로디와 함께 미남이라는 키워드가 백유진과 잘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유진은 썩 좋아하진 않았다.
외모보다는 실력을 더 칭찬받기를 원했고 등장곡도 웅장한 느낌이 더 좋았지만, 현재 등장곡이 너무나 인기가 좋아 바뀔 일은 없었다.
1구, 몸쪽 깊게 들어가는 포심!
[오늘 백유진 선수의 구속이 심상치 않은데요?] [네, 백유진 선수 비공식 최고 구속이 147km/h였는데…….] [와우. 시작부터 본인의 최고 기록을 깹니다!]백유진은 지금 굉장히 화가 난 상태였다.
선발이 아닌 불펜은 처음부터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진다. 길게 던질 일도 없었고 오늘부터 백유진의 보직은 필승조, 즉 불펜이었다.
그리하여.
분노에 찬 백유진이 세운 본인의 최고 구속은.
[149!]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