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hortstop hits a home run too well RAW novel - Chapter 94
94. 그러거나 말거나
부산 마린스 소속 유재원.
그는 한때 대전 호크스의 주전 유격수이자 대전이 기대하는 특급 유망주였으며 성골이었다.
그는 천안 북원고 출신에 타자 최대어였다.
고교 시절 수비는 물론 타격에도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충청팜에서는 드문 인재였다.
1차 지명 받는 그 순간부터 대전은 그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데뷔 첫해에 주전 유격수로 기용하며 실책이 쏟아져도 기회를 부여했고, 유재원은 타격에서 눈부신 성장을 하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는 그다음 해에 바로 군 입대를 한다.
상무에서 야구를 하며 수비를 잡아갔고 첫 번째 문제가 군대에서 터진다. 바로 술 담배였다.
그는 유명한 꼴초였으며 술도 몹시 좋아하는 선수로 소문났다.
상무에서 침을 뱉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진이 찍혀 한 차례 논란이 일어났으며, 팬들은 범죄는 아니니 눈감아 주자는 반응을 보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상무에서 술에 취해 노상 방뇨하는 사진도 찍혔다. 그 사진은 유재원에게는 치명적이었는데, 그럼에도 대전은 눈감아 주었다.
대형 유격수에 대한 갈망이 있었으며 그때 당시 유재원이 갖고 있던 실링 자체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직 어리다. 21살에 치기 어린 행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은 대전 팬이었지만, 그의 자잘한 사건 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재원아 맘고생 했냐? 왜 이렇게 머리가 없냐……?]└ 주름도 겁나 생김…….
└ 한때 여자 팬들 몰고 다니던 모습 싹 사라졌네
└ 얘 원래 머리 없었냐?
└ 팀 컬러 맞춰서 슬슬 빠지고 있긴 했음ㅋ 부산 가서도 빠지나 봐
└ 좀 짠하다…….
└ 부산 성격 있잖아 쟤가 어떻게 버팀??? 뒤늦게 사람 된 거지 뭐
└ ㅇㅇ 쟤가 인성질 할 수 있는 것도 대전이라 가능한 거
└ 상동에서도 존나 쭈구리던데…….
└ 하, 시발 재원아! 대전에서 잘 좀 하지 으휴
유재원은 올해 처음으로 1군에 얼굴을 비추었다.
그는 원래 2군에서는 성적이 좋았다. 상동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수비는 살짝 삐끗해도 4할대가 넘는 타율을 자랑하며 타선의 핵심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2군에서의 이야기였다. 그를 부산에서 영입한 이유는 뚜렷했다. 시즌은 길었고 144경기나 치러야 한다.
그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주전 부상이 있을 수 있으며 체력 안배가 필요한 순간도 찾아온다.
그 순간 사용하기 딱 좋은 배터리가 유재원이었다.
대전 같은 경우는 유재원을 컨트롤하기에는 이미 늦은 후였기 때문에, 부산에서는 흔쾌히 유재원을 받았다.
“정우는 1군 소식이 아예 없네?”
“감독님도 포기하셨잖아요.”
“이왕 대전에 간 거 잘했으면 하는 거지.”
그 누구도 관심이 없던 트레이드였지만, 나름 대전에서는 이슈였다.
이정우는 이미 잊혀진 지 오래였지만, 유재원은 작년 시즌까지만 해도 주전 유격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미련은 없어도 받아 온 매물이 눈에 차지 않아서 허탈한 감정을 느꼈던 대전 팬이었지만, 요즘은 또 다르다.
이정우가 점점 타격에 눈을 뜨고 있기 때문이었다.
“정우, 요즘 타자 전향 하고 자리 잡은 거 같던데요?”
“자리? 어디에?”
“2군이요.”
“에이, 그게 어떻게 자리를 잡은 거야. 2군하고 1군은 엄연히 다른 거 몰라?”
김형태 감독은 내심 이정우가 못하기를 바란다.
치사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트레이드로 보낸 선수가 포텐이 터지면 그렇게 기분이 찜찜할 수가 없었다.
이정우는 이미 방출을 걱정해야 할 선수였다.
그럼에도 부산에서 계속 끌어안고 있었던 건, 데뷔 첫해에 보여 주었던 엄청난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사실 그해에 어깨를 관리했다면 이정우가 이렇게 바닥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트레이드는 우리가 이득이야. 이득이 아닐 수가 없지. 요긴하게 사용할 백업 요원을 얻었으니.”
[올해 돌풍을 일으키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대전 호크스와 초반 연승을 기반으로 선두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2위 부산이 맞붙습니다. 두 팀 모두 6월 시작하기 무섭게 연패를 기록했고 현재 위기를 한발 앞서 극복한 대전과 그 뒤를 이어 일요일 경기에서 겨우 연패를 탈출한 부산. 빅 매치입니다.] [현재 1위 대전도 여유가 없고 부산은 더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 3위 서울 썬더스가 1경기 차로 부산을 바짝 따라왔어요. 지금부터 마린스는 패배를 하는 순간, 순위 하락을 각오해야 합니다.] [아직 김형태 감독은 1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데요.] [네, 맞습니다. 아직 가시권이거든요. 1위 대전 호크스가 5경기 정도 앞서고 있지만, 이 차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타이트한 경기 차, 부산이 2위를 지키는 동시에 선두 대전 호크스를 위협할 수 있을지, 오늘의 빅 매치가 대전에서 열립니다.]* * *
“이야, 오늘 화요일 맞냐?”
“지금 상위권 팀이 맞붙잖아요.”
조석찬은 화요일임에도 관중석이 꽉 찬 걸 보며 혀를 내둘렀다.
신기한 일이었다. 외야까지 가득 찬 관중, 거기다가 부산은 대전과 가깝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3루석은 물론, 외야에도 마린스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많이 보였다.
“만년 하위팀이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직관 참겠어요? 못 참지?”
보통 주중에는 응원팀을 보내지 않는데, 봄에만 잘하는 마린스가 6월 중순에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자 전국 팔도 모든 경기에 응원팀을 보냈다.
그건 대전 호크스도 마찬가지였다.
언제 호크스가 1위를 하고 있겠는가? 내려가기 전에 그 축제를 만끽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못 참지.”
조석찬이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대전의 선발 투수는 강우성.
부산은 용병 하이든 루이스가 선발 출격한다. 사실 오늘 경기에서 부산은 2선발 김명중을 내세워야 하는데, 늘 그랬던 것처럼 최대한 미루고 있었다.
“자, 가볍게 1회 넘어가자.”
1회 초, 강우성이 마운드에 오른다.
투수조의 든든한 정신적 지주 강우성은 그 존재감이 대단하다.
항간에는 이제 퇴물이라며 그를 깎아내리고 있지만, 사실은 부러운 거다. 대전 호크스에 귀환한 강우성은 현재 생존한 대한민국 국적 투수 중에서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가 늙어서도 잘 던지니 배가 아픈 거다.
그것도 만년 꼴찌팀에 저런 걸출한 투수가 살아 있다는 게, 부러워 미치겠는 거다.
“스트라이크.”
“볼.”
“스트라이크.”
강우성의 장점은 제구력이다.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를 상대할 때, 강우성은 심판의 존을 확인한다. 걸치는 공을 위아래, 양옆으로 구석구석 던지며 존 크기를 확인하고 그 이후에는 걸치는 공을 연거푸 던진다.
“하, 스벌.”
투 스트라이크에 몰린 부산의 1번 타자 황재윤이 뒤로 물러선다.
처음 만나는 상대도 아닌데 늘 어렵다. 보더라인에 걸치는 공은 항상 타자를 힘겹게 했다.
볼인 것 같아서 지켜보면 스트라이크란다.
순간 울컥해서 주심에게 항의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나중에 존을 확인하면 기가 막히게 공이 걸쳐 있다.
그 이후에는 되도록 판정에 의구심을 갖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정말 이상하다. 존이 마치 늘어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저 형님은 늙지도 않나.”
강우성은 늙긴 했다.
구속이 예전만 못했지만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여전히 살아 있었고 커터의 위력도 남다르다.
지금 강우성은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백유진을 비롯한 싹이 보이는 투수에게 체인지업을 가르쳤고 올 시즌이 끝나면 커터도 알려 줄 생각이었다.
대전의 자존심 강우성, 그리고 강우성의 자존심이 곧 대전이었다.
“지금은 예전만 못한 거야.”
포수 김지환이 말을 건다.
“구속이 떨어졌잖아. 전성기 때는 나름 강속구 투수였어, 저 형님은.”
김지환은 늘 아쉬웠다.
대전에 왔을 때는 강우성이 미국으로 가 버린 후였기에 그의 전성기 공을 경기 중에 받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도 경험은 있다.
강우성은 비시즌에는 대전에 돌아와 같이 몸을 만들거나, 눈여겨 보는 후배들을 데리고 해외에 개인 훈련을 갔다.
잠깐이나마 전성기 공을 받아 본 김지환은 포수로서 희열감을 느꼈고, 아쉬움도 동시에 느꼈다.
‘대단했지. 전성기 공이면 타자들 손도 못 댈 거다.’
따악!
황재윤이 타이밍을 맞춰 잡아당긴다.
내야에 바운드가 크게 튀어 올랐고 3루수와 유격수가 동시에 대시했다. 유행운이 타구를 쫓으며 소리친다.
“마이 볼!”
유행운이 튀어 오른 바운드를 잡고 노스텝으로 강하게 1루로 뿌렸다.
빠른 발을 가진 황재윤은 미친 듯이 내달리는 동시에 송구가 그를 앞질렀다.
퍼엉!
1루수 미트에 꽂히는 공의 소리가 듣기 좋다.
황재윤이 한발 느리게 베이스를 밟으며 아쉬운 듯 고개를 뒤로 젖혔다.
[돌아왔네요! 대전의 통곡의 벽! 내야 사령관 유행운이 깔끔한 수비로 아웃카운트를 만듭니다!]강우성도 박수를 치며 유행운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제 됐네.”
마음 놓고 땅볼 유도해도 되겠어.
* * *
부상 회복 복귀전.
경미한 손목 부상 때문에 유행운은 주말 3연전을 벤치에서 보아야 했다. 대타로 한 번씩 타석에 서기는 했지만, 부족했다. 매일 경기를 나서다가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건 또 다른 고문이었다.
“볼.”
박준용은 1회부터 점수를 내기 위한 발판을 만들기 위해 무딘 애를 쓴다.
그는 통산 홈런이 10개가 채 안 된다. 즉, 홈런을 만드는 유형의 타자가 아니었고 전형적인 똑딱이였다. 그런 그는 대전이 아니었다면 FA 대박을 터트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볼.”
1회 말.
시작부터 선발이 흔들린다. 루이스는 종종 대기 타석에 서 있는 유행운을 응시했다. 여기서 박준용을 루상에 내보내게 되면 불리하다.
클러치 능력이 있는 유행운이었기에 더더욱 막아야 했다.
“스트라이크!”
투 볼 상황 끝에 억지로 존에 직구를 박아 넣었다.
박준용은 급하게 나서지 않았다. 걸어 나가는 것도 하나의 공격 방법이다. 아니, 오히려 걸어 나가는 게 투수의 멘탈을 갈갈 긁어 버릴 수 있었다.
[루이스 선수가 고민이 많네요. 2번 타자에 유행운 선수거든요. 여러모로 주자를 내보내는 건 굉장히 위험하죠.]“볼.”
루이스가 눈을 질끈 감는다.
박준용은 지금까지 배트를 한 번도 내지 않았고 서 있는 상태에서 볼을 세 개나 골랐다.
‘쳐?’
타격 자세를 취하며 박준용이 고민한다.
‘지켜봐?’
루이스가 와인드업을 시작한다.
이윽고 공이 날아온다. 그의 눈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짧게 판단을 내린 박준용이 들어 올린 왼발을 내리며 타이밍을 쟀다.
따악!
[박준용 타격! 깔끔히 밀어친 타구, 삼유간을 빠르게 빠져나갑니다!] [루이스 선수, 아쉽게 됐어요. 이번 공이 실투는 아니거든요. 제구 잘 잡혔는데, 박준용 선수가 히팅 포인트를 뒤에 두고 깔끔하게 툭 밀어 칩니다. 무사 1루, 오늘 복귀전을 갖는 유행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 *
지금 유행운은 컨디션이 몹시 좋다.
대기 타석에서 루이스의 투구 패턴을 확인하고 타이밍을 맞추던 유행운은 가볍게 무릎을 굽히며 심호흡을 한다.
좋은 선수는 팬이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그림을 만들어 줘야 한다.
슥슥, 타석에 선 유행운은 가볍게 땅을 고르고 뒷발을 비비며 고정했다. 가볍게 배트를 떨어뜨리고 흔들며 어깨를 푼다.
타격 루틴을 마친 유행운이 배트를 어깨에 지고 자세를 잡았다.
[1회 말, 부산의 선발투수 루이스. 시작부터 위기를 맞이합니다. 대전의 1번부터 5번까지 이어지는 타순은 다이너마이트 그 자체거든요.] [유행운 선수도 엄청난 큰 산이지만, 그 뒤에 조석찬 선수도 국대 3루수 아니겠습니까? 조석찬 선수도 엄청난데, 그다음은 경험이 풍부한 국대 5번 타자 지선호 선숩니다.]1루석에서는 홈런을 외친다. 더불어 3루석에서는 삼진을 외치고 있었다.
“제발, 삼진…….”
그리고.
팀과 섞이지 못하고 동떨어져 있는 유재원은 두 손을 모으고 유행운이 망하길 기도하고 있었다.
그는 유행운이 손목 부상을 입었다는 걸 알고 쾌재를 불렀다.
자신을 부산으로 보내 버린 친정팀에 대한 분노였다.
언젠가는 유행운이 폭망하고 자신을 버린 것을 뼈저리게 후회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슈퍼스타에게는 고난이 항상 따라오지 않겠는가?
지금 이 순간, 그 누구와도 가깝게 다가가지 못하고 거리를 두는 부산의 외톨이 유재원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슈퍼스타에게 고난은 필수.
고난을 극복하는 순간, 날개를 펼치고 눈부시게 비상한다.
‘그게 바로 유재원.’
유행운은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저 오늘 복귀전에서 제 몫을 해내는 것이 목표였다.
루이스는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고 볼끝에서 잡아채는 힘이 약했다. 아마 선발 로테이션을 갑자기 앞당기면서 벌어진 참사 같은데, 그런 건 유행운에게 아무 상관 없었다.
1구, 볼.
2구, 스트라이크.
3구-
따아아악!
지금까지 공 두 개를 지켜보았던 유행운은 포심이 몰리는 걸 확인하고 그대로 잡아당겨 버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손맛.
“시히히히발…….”
멀리 날아가는 타구를 지켜보는 유재원의 입에서는 허탈한 욕설이 터져 나왔고.
[대전의 자존심이 누구?] [유! 행! 운!]한때 자신의 이름을 연호했던, 1루석에 앉아 있는 팬들에게서는 유행운의 이름이 연거푸 터져 나왔다.
복귀를 기념하는 듯 호쾌한 투런포를 가동한 유행운은 배트를 던지고 천천히 그라운드를 돌았다.
그는 유재원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았고, 유재원은 유행운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기회만 주면 나도, 나도 할 수 있어…….”
유재원의 바람은 허공에 퍼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유행운이 복귀를 알리는 시즌 17호포를 터트립니다! 경쟁자를 다시 뿌리치고 한 발 멀리 달아나는 유행운의 투런포! 대전에 이런 판타스틱한 신인이 있습니다! 슈퍼 루키 유행운!]유행운은 복귀하자마자 홈런포를 가동하며 두 개 차이로 홈런 1위를 지켜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