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ckly youngest member of the villai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5)
악당 가문의 병약한 막내님 134화
레카르도의 집무실, 그는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문득 로웬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집무실로 들어온 로웬은 제국의 정세에 대해 보고했다.
“헤일로의 아드리안 공작은 양녀 입양을 공식적으로 취소했다고 합니다. 셀리아에게는 가문의 명예를 훼손한 죄로 무기한 금족령이 내려졌습니다.”
샤샤가 초대된 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받은 적 있었다.
겁 없는 아이가, 감히 샤샤를 건드렸다고 했었지.
“그리고 아카다에서 공식적인 사과 문서가 왔습니다. 소정의 배상금과 함께, 카실리온을 다치게 한 것에 대한 사과를 전하다고 하더군요.”
“엘리시온의 친필인가.”
“네, 그렇습니다. 듣기로는 그의 아들 제드는 석 달의 근신 처분을 받았습니다.”
아이들은 카실리온에게 용서를 빌었으나, 용서받지 못했다고 들었다.
“배상금은 모두 카실리온에게 주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듣기로 샤샤가 원하는 약물이 9할 정도는 완성되었다고 하더군.”
“아, 엘릭서라고 하는 그것 말씀이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카실리온이 그 약을 완성하면 앞으로 샤샤 아가씨가 약한 몸 때문에 고생하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레카르도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어릴 때부터 지나치다시피 영특한 아이였다.
제 살길은 기가 막히게 헤쳐 나가는.
그리고 그 오랜 준비가 결실을 맺으려 하고 있다.
“그리고 테일러스가에서 결혼 일자에 대한 논의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일순간 로웬은 마치 한기가 다발로 꽂히는 듯한 서늘함을 느꼈다.
로웬도 샤샤와 에반의 약혼이 형식상의 것이라는 건 알았지만……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격한 반응이라니.
“그래서 샤샤 아가씨의 건강이 좋지 않아, 논의는 우선 미루겠다고 전했습니다.”
로웬이 이어 말하고야 레카르도는 차가운 시선을 돌렸다.
‘역시 샤샤 아가씨는, 혼인하시기 어렵겠군.’
로웬은 흠흠, 헛기침을 했다.
“저…… 그런데, 공작 전하.”
레카르도가 눈썹을 꿈틀 움직이자 로웬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공자님들이 아무래도 오해를 하고 가신 듯한데…….”
얼마 전, 샤샤의 위치를 파악한 진과 오셀로, 카실리온과 에반이 저택을 나섰다.
샤샤가 있는 곳은 다름 아닌 헥토르의 별장이었다.
“…….”
레카르도의 시선이 창밖을 향했다.
이곳의 풍경은 평화로웠으나 그곳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샤샤는 자신이 친딸이 아닌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해서 가출까지 할 아이는 아니었다.
그 아이의 모든 움직임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것이 납득할 만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감정에 휘둘려 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윈체스터답게도 말이다.
“어쩌면 윈체스터답지 않은 아이들은…….”
레카르도가 입술을 달싹였다.
“그 녀석들일지도 모르겠군.”
한가로운 오후가 지나가고 있었다.
* * *
“손님을 맞고 있거라. 나는 노예…… 아니, 일꾼 놈들에게 일을 시키고 올 테니.”
헥토르가 뒤쪽 문으로 사라지고 나는 의아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냥 평범한 산의 풍경일 뿐인데…… 무슨 손님이 온다는 거지?
모르겠다, 하고 고개를 저은 나는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그때, 내 손에 뭔가가 닿았다.
“……뭐지?”
위를 올려다보자 천장에서 내려온 밧줄이 하나 보였다.
“이건 마석 등을 걸어 놓는 건데. 왜 풀려 있지?”
여기에 걸려 있어야 할 마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까, 헥토르 할아버지는 요즘 노예…… 아니, 일꾼들이 게을러서 집이 잘 수선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내가 도와드려 볼까.’
나는 [상점]에 들어갔다.
500루비에 가까운 돈이 남아 있었다.
‘어디 한번 보자.’
상점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조명용 마석도 보였다.
‘오…… 이거, 유행하는 디자인인데?’
틈틈이 물건이 업데이트되고는 했는데 최신 제품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하얀 마석이었는데 백열등처럼 밝기도 충분하면서 눈의 피로도를 감소시키는 기능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책을 자주 읽으시니까…… 이게 좋겠다.’
20루비밖에 되지 않아 부담도 없었다.
나는 구입을 선택했고 인벤토리를 통해 마석등이 내 손에 올라왔다.
‘상점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이럴 때 편하단 말이지.’
현대에도 전등은 있지만, 이런 물건들을 보면 항상 신기했다.
선이나 배터리도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라.
마석을 잠시 탁자 위에 올려 둔 나는 시간이 난 김에 오랜만에 인물 열람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인물 열람] [1. 레카르도 윈체스터칭호: 흑염의 지배자
인과율: 53%] [2. 진 윈체스터
칭호: 암흑나선의 주인
인과율: 55%] [3. 오셀로 윈체스터
칭호 : 그림자의 왕
인과율: 57%] [5. 에반 테일러스
칭호 : 28회차 회귀자
인과율: 57%] [7. 헥토르 윈체스터
칭호: 흑염의 수호자
인과율: 해당 없음] [8. 카실리온 아카다
칭호: 없음
인과율: 51%]
어느새 다들 인과율이 50퍼센트를 넘어섰다.
인과율이 제일 높은 사람은…… 오셀로와 에반인가.
둘의 인과율은 57퍼센트로 어마어마했다.
진의 인과율도 만만치 않았다.
‘몇 달 전만 해도 50퍼센트를 넘지 않았는데…….’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들어서 일이 많기는 했다. 에반과의 약혼이라든지…… 아카다 저택 방문이라든지 말이다.
그러한 사소한 사건들이 인과율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어쨌든 만약 그들에게 이능을 사용하는 일이 생긴다면, 인과율이 낮았을 때와 비교할 수 없는 힘을 낼 것이다.
잘못하면 영 좋지 않은 특전 엔딩을 볼 수도 있지만, 잘 사용하면 좋은 양날의 검이라고 할까.
‘그러면 페르세토스도…….’
물리칠 수 있을지 모른다.
오르테니안의 힘을 얻은 레카르도도 그렇고, 진과 오셀로 모두 에반이 겪었던 스물일곱 회차의 그들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고 하니까 말이다.
‘……그래, 해 보자.’
어쨌든 헥토르 할아버지가 돌아오시면, 인사를 하고 저택으로 돌아가야겠다.
모두들 반대하겠지만 내 계획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고, 더 좋은 의견이 있으면 차선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레카르도의 말대로 머리를 맞대는 것만큼 문제를 해결하기에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아 참, 생각에 빠져서 잊어버릴 뻔했네. 이건 하고 가야지.’
푸른 창을 보며 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움찔했다.
탁자 위의 마석등을 끼우려고 사 뒀는데, 깜빡 이대로 둘 뻔했다.
‘하지만…… 조금 높긴 하네.’
두 손을 위로 만세 하듯 펼치면, 천장에 대롱대롱한 밧줄의 끝이 겨우 내 손끝에 닿았다.
그러니 뭔가 밟고 올라갈 것이 있어야 한다.
주변을 둘러보자 의자가 보였다.
그리고 그것을 집으려는 순간 낙서를 하나 보았다.
‘살려 줘…….’
누군가가 휘갈겨 놓은 낙서인 것 같다. 헥토르 할아버지의 도둑 출신 일꾼들인가.
조금 가혹하게 굴리시는 것 같긴 하던데, 뭐 알아서 하시겠지.
별생각 없이 나는 의자를 옮겨 내려놓았다.
‘우선 밧줄부터 둥근 형태로 묶어 놓는 게 좋겠어.’
그래야 마석을 달기 편할 테니 말이다.
나는 의자 위에 올라가 마석이 들어갈 만한 크기를 가늠해 밧줄의 끝을 둥글게 해 보았다.
너무 꽉 묶으면 안 된다.
설렁하게 묶어 놓은 뒤 그 안에 마석을 넣고 조여야 하니까 말이다.
그렇게 밧줄을 묶고 있을 때였다.
쿠광-!
문이 떨어져 나갈 듯 세찬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리고 문밖에는 내가 방금 인물 열람에서 보았던 네 남자들이 서 있었다.
“샤샤!!”
“샤샤!”
“샤…… 샤?”
“…….”
에반을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굳다 못해 살벌한 표정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