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ckly youngest member of the villai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6)
악당 가문의 병약한 막내님 135화
“앞으로 장식장에 넣겠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겠다. 구속구를 채워 키우고 싶다는 말도…….”
진의 짙은 녹안이 거칠게 일렁이고 있었다.
“……네?”
그런데…… 진이 구속구에 대한 말을 한 적 있던가?
“너, 죽을 거면 나랑 죽어. 아니 나부터 죽여!”
오셀로의 목에는 핏발이 서 있었다. 눈썹 끝은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아 있었고.
“어딜 혼자 도망가려고 해! 내가 그러게 놔둘 것 같아? 날 죽이기 전에는 어림도 없어!”
아니…… 내가 무슨 힘이 있어서 오빠를 죽이냐고.
“흐…… 흐흑…… 샤샤…… 샤샤…… 앞으로는 냄새 안 맡을게…… 으흐흑.”
카실리온은 왜 이렇게 울고 있고.
에반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샤샤.”
“꼬맹이 너!”
“샤…… 샤…… 훌쩍…….”
아무래도 이들은 크나큰 오해를 한 모양이다.
뭐, 이들이 문을 열고 본 내 모습이 오해를 살 만한 모습이기는 했다.
의자 위에 올라가, 천장에 달려 있는 줄을 둥글게 말아 묶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라고. 이건 그저 마석 전등을 달려고 했을 뿐이야!”
“제기랄, 샤샤.”
오셀로의 눈가가 붉어 보였다.
뭐야…… 우는 거 아니지?
“네가…….”
오셀로의 꼭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한 핏줄이건 아니건 간에 너는 내 동생이라고!! 제기랄, 네가 아버지 친딸인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해!!”
그의 목소리에 나는 두근, 두근, 가슴이 뛰었다.
오해이기는 해도 오셀로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게…… 썩 나쁘지는 않다.
오셀로는 내게 다가와 내 손목을 잡았다.
“그러니까 너, 한 번만 허튼 생각 해 봐. 너보다 내가 먼저 죽고 말지, 난 너 죽는 꼴은 안 봐!”
잠깐만. 왜 또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되는 건데…….
나를 바라보는 오셀로의 짙은 녹안이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오셀로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계속 말하고 있잖아. 나 죽을 생각 아니었다고. 정말 오해야. 진짜 오해라고!”
그리고 진심이 담긴 눈빛으로 오셀로를 바라보았다.
격랑하는 파도처럼 일렁이는 오셀로의 눈빛이 아주 천천히 잠잠해지고 있었다.
“……정말이야?”
잠시 후 오셀로가 입술을 달싹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야. 맹세해.”
“하…….”
그제야 오셀로는 거친 한숨을 내뱉었다.
“정말 마석을 달려고 저 모양을 만든 거라고?”
진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찌푸린 채 천장에 달린 줄을 가리켰다.
그래, 내가 봐도 비주얼상 영 안 좋은 것을 떠올리게는 한다.
“네, 오라버니. 정말이에요.”
나는 진을 보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냥 할아버지가 돌아오시기 전에 마석을 달아 놓고 싶었을 뿐이에요.”
“…….”
진은 서늘한 녹안으로 그것을 보더니, 마석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발끝을 약간 세워 내가 만든 원 안에 마석을 넣고 줄을 조였다.
나는 의자가 필요했는데 의자 없이도 손이 닿는다니…… 역시 키가 크다.
이내 손뼉을 한번 치자 마석 조명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진이 나를 응시하다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내 말을 믿어 주는 모양이었다.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흑…… 샤…… 샤샤……! 난 정말 네가 잘못된 선택이라도 하려는 줄 알고…… 윽!”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녀석, 카실리온이 내게 두 팔을 벌리고 달려오다가 오셀로에게 제지당했다.
오셀로가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렸다.
“변태 자식이, 감히 누구 동생을.”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내 ‘안 좋은 선택’ 오해는 겨우 풀린 것 같다.
그때, 뒷문을 열고 헥토르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그 뒤를 에반이 따르고 있었다.
“시끄러운 녀석들, 산이 쩌렁쩌렁 울리는구나.”
진은 헥토르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오셀로는 건들거리며 고개를 까딱했다.
“대가주님을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대가주님.”
그리고 옆에 서 있던 카실리온도 빨개진 코를 한 채 인사했다.
“샤샤의 친구, 카실리온 아카다입니다, 대가주님.”
고개를 끄덕끄덕한 헥토르가 진에게 물었다.
“샤샤가 써 놓은 편지를 보고 찾은 것이더냐.”
“편지…… 는 없었습니다. 샤샤가 가출을 했다고 오해해서 암흑가의 아이들을 풀어 이곳을 찾았습니다.”
그 말에 나는 놀라 되물었다.
“책상 위에 마야한테 보낼 편지를 올려 두었는데요?!”
“편지는 없었다.”
“……아, 이런. 바람에 날아갔었나 봐요.”
오는 길에 강풍이 불기는 했었다.
창문을 열어 두고 간 게 이 오해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 * *
“하아…….”
헥토르 할아버지의 별장에서 술을 먹고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는 그들을 두고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오빠도 참…… 미성년자한테 술을 먹이면 어떡해.”
오셀로는 카실리온에게 술을 권했다.
카실리온은 나랑 동갑으로 열여섯, 아무튼 미성년자이다.
하지만 오셀로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 우겼다.
자기는 열다섯 살 때부터 술을 마셨다고.
물론 이곳에서는 법으로 음주 가능 연령이 정해져 있지는 않다.
남자건 여자건 이십 대 초반에 결혼을 하는 문화여서, 십 대 중후반부터는 성인으로 취급되기도 하고 말이다.
뭐 내년에는 나도 성인식을 치르니까.
– 걱정 마. 해주제가 있으니까.
그래도 카실리온의 귓속말을 들어서 불안하지는 않았다.
술을 즉각적으로 해독한다는 해주제, 카실리온의 발명품 중 하나였다.
“네놈……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네?!”
등 뒤에서 오셀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저래서 어떤 여자가 데려갈까 고민이다.
“……마음에 들었다! 더 부어! 더 마셔!”
이내 다시 들리는 오셀로의 목소리.
아니, 왜 결론이 그렇게 되는 거야.
“비실비실해서 볼품없는 녀석인 줄 알았는데, 사내다운 면도 있군! 그렇지 않아?”
“……글쎄.”
술을 마시면서도 진은 차분한 음조를 유지했다.
그래도 진과 오셀로…… 한동안 어색하더니 다시 관계를 회복한 모양이다.
나는 뒷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산의 밤공기는 쌀쌀했다.
늦가을의 오늘 같은 날이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안에만 있으면 답답하니…… 잠시 산책을 하는 것도 좋겠지.
“샤샤.”
“꺄악!”
하지만 발걸음을 뗀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내 어깨를 잡았고, 나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았다.
어둠을 등지고 있는 검은 머리카락과 벽안의 청년이 보였다.
에반 테일러스…… 그임을 알아채고야 나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놀랐잖아요.”
“가시나무의 열매가 떨어져 있다.”
에반의 말을 듣고 나는 내가 발을 디딜 뻔한 곳을 보았다.
날카로운 가시가 있는 공 형태의 열매들이 보였다.
밟았으면…… 다칠 뻔했구나.
“고마워요. 어두워서 저런 게 있는지 몰랐어요.”
“왼쪽으로는 가시나무가 많지만 오른쪽 길엔 없다. 오른쪽으로 가자.”
“네…….”
엉겁결에 나는 에반과 함께 나란히 산책을 하게 되었다.
저벅, 저벅, 나뭇잎들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내 그림자보다 키가 훨씬 큰 에반의 그림자를 보며 나는 물었다.
“아까…… 왜 제 행동을 오해하지 않았어요?”
내가 스스로 잘못된 선택을 하려 했다고 오해해 난리를 피운 사람은 진과 오셀로, 카실리온 셋이었다.
에반은 말없이 자리를 피했고 말이다.
나를 발견하고 잠시 눈썹이 굳기는 했지만, 그는 태연한 평소의 표정으로 바로 돌아갔었다.
“……그럴 리가 없으니까.”
옆에서 나직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시선을 돌려 에반을 보았다.
어둠 속에서 보이는 거라곤 그의 높은 콧대와 유려한 턱선뿐이었다.
“그대가 조금이라도 죽을 생각이 있었으면 어려운 길을 걸을 필요가 없었겠지.”
에반의 목소리가 귓가로 흘러들었다.
“지하 감옥에서 나를 설득할 일도, 내 이능이 폭주했을 때 나를 진정시켰을 필요도…… 그리고.”
에반의 발이 멈추었다.
나는 에반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이었지만 에반도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와 약혼을 할 일도.”
낮은 목소리에 두근, 두근,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얼굴과 손이 괜히 간질거려 돌아섰다.
바람이 이렇게 찬데도 왜 갑자기 덥지.
문득 에반의 목소리가 이어 들렸다.
“그리고, 약속했잖아. 함께 있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