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ckly youngest member of the villain family RAW novel - chapter (139)
악당 가문의 병약한 막내님 138화
간만에 하는 저녁 식사는 분위기가 좋았다.
“꼬맹이, 오늘은 왜 이렇게 차분해?”
식사 중, 오셀로가 나를 힐끔 보며 물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응대했다.
“난 누구랑 달리 원래 차분한 성격이거든?”
그러자 오셀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아냐, 오늘은 어쩐지 분위기가 다르단 말이지. 평소 같지 않아. 분명 뭔가 다른 생각이 있다니까.”
“오셀로.”
레카르도가 이름을 불러 지적하고 나서야 오셀로는 입을 닫았다.
나는 싱긋 미소 지으며 레카르도에게 말했다.
“아버지, 헥토르 할아버지께서 헤일로와 아카다에 대한 최근 정황을 보내셔서 로웬 경에게 전달했어요.”
“들었다.”
자리에 아카다 출신의 카실리온도 있었지만, 아카다를 버린 카실리온은 조금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진, 이 일은 네가 검토하거라.”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
이제 후계자 서임까지 받은 진은, 레카르도가 하는 정무의 상당수를 함께 맡아 보고 있었다.
아까도 진에게 배달되는 서류 더미를 보며 오셀로는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이 후계자가 아니길 다행이라고.
오셀로도 군사 책임자로서의 직무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서류보다는 실무에 치우친 일이었고 오셀로는 발로 뛰는 일이 더 적성에 맞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샤샤.”
잔을 들어 와인을 한 모금 마신 레카르도가 내게 물었다.
“대가주의 별장에서 직접 요리를 했다고 들었다.”
“아…… 네, 할아버지의 일꾼이 도망가서 제가 카실리온과 아침 식사를 준비했었어요.”
굳이 따지자면 나와 카실리온이 제일 어렸기에 먼저 맡아서 한 것이었지만, 레카르도는 어쩐지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이곳의 노역장에서 쓸 만한 놈들을 보내야겠군. 공녀가 직접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은 법도에 맞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레카르도의 눈썹 끝이 조금 굳어 있었다.
“너는 몸이 약하지 않더냐.”
“아…….”
그것도 다 옛날이야기였다.
지금은 생명력도 빵빵하고 체력 근력 모두 넘치고 있다.
문득 열 살 때, 내가 몸이 약하다는 이유로 식사 자리에서 이 가족들이 내게 광산을 떠넘겼던 기억이 난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네, 몸은 약하지만…… 적당한 수준의 운동은 도움이 된대요. 그래서 적당히 움직인 것뿐이에요.”
내가 몸이 약하지 않다고 주장해 보았자 레카르도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그가 날 약하다고 생각하면, 나는 약한 것일 뿐.
괜히 건강하다고 했다가 억지로 넘겨받은 재산이…… 그 외에도 얼마인가.
다행히 내 말이 먹혔는지 레카르도는 넘어가는 듯했다.
“그리고 일꾼을 보내지 않아도 괜찮을 거 같아요. 할아버지만의 일꾼 조달법이 있으셔서…….”
우리가 떠나던 날, 일부러 문을 열어 놓던 헥토르를 회상하며 나는 미소 지었다.
“적당히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무리하지는 말거라.”
레카르도의 명령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 제가 일을 해 보았자 저번에 드린 쿠키 만들기 정도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 오셀로가 불쑥 끼어들었다.
“뭐? 아버지께 쿠키를 만들어 드렸다고?”
오셀로의 눈썹 끝이 올라가 있었다.
“나도! 내 건 어디 있어!”
나이도 성인이면서, 유치한 것은 어릴 때와 똑같다.
“네 건 없다, 오셀로. 앞으로도 없을 예정이다.”
레카르도의 낮은 목소리가 유독 단호하게 들렸다.
카실리온이 손등을 입 가까이 대고 웃음을 참는 모습이 보였다.
에반 역시 입꼬리를 피식 올리더니, 와인으로 목을 축였다.
우리의 저녁 식사는 계속되었다.
주로 오셀로와 카실리온, 내가 대화를 나누었고, 진과 레카르도는 간간이 대답할 뿐이었다.
그리고 에반은 무언가를 생각하듯 말이 없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나는 잠시 카실리온을 불렀다.
그에게 부탁할 것이 있었다.
* * *
한밤중, 저택 본관의 뒤편에는 50명에 이르는 고용인들이 모여 있었다.
기사들 역시 본관 바깥으로 내려와 있었고 말이다.
“대체 무슨 일이실까.”
“아가씨가 오밤중에 우리를 집결시키는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
“화가 나신 것 같지는 않았어?”
“아니…… 우리에게 하실 말씀이 있다고, 그냥 잠시 여기 모여서 기다리라고 하셨어.”
“공작 전하와 공자님들께도 비밀로 하라고 하셨었지?”
하녀들의 대화를 들으며 마야는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가씨가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지만…….”
마야의 옆에 선 로빈은 눈썹을 찡그렸다.
“어쩐지 불안한 예감이 듭니다.”
그것은 마야 역시 그러했다.
무슨 생각으로 본관의 모든 고용인들을 집결시키신 것일까.
심지어 로빈과 마야조차도 기다리고 있으라고 엄히 명령했다.
샤샤의 그렇게 딱딱한 얼굴은 처음이었다.
‘아기 때는……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우셨는데, 물론 지금도 사랑스러우시지만…… 이제는 아가씨의 속내를 모르겠어.’
아이는 너무도 빨리 자란다.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작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한 하인이 손가락을 들어 본관을 가리켰다.
“저…… 저거, 연기 아니야?”
하인이 가리키는 곳은, 조금 열려 있는 어느 창문이었다.
그곳에서는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었다.
마야는 눈을 비비고 그곳을 다시 보았다.
“……!”
그리고 이내 표정이 굳었다.
저 방은 샤샤의 방이었다.
쨍그랑- 쾅-!
그 순간 창문이 요란하게 깨지더니 붉은 불길이 창밖으로까지 치솟기 시작했다.
“아…… 아가씨!!”
마야는 넋을 놓은 듯한 표정으로 한참을 서 있다가, 다른 하녀들이 어깨를 흔들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곧장 샤샤의 방이 있는 본관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불이야!!”
“아가씨의 방에 불이 났다!!”
하인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
북쪽 건물에서 황급히 달려오고 있는 오셀로의 모습이 보였다.
“아가씨…… 아가씨…….”
마야는 울먹이며 본관 입구의 문을 열어젖히려 했다.
“……아가씨!!”
하지만 입구의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안에서 잠그신 모양이야!”
로빈이 힘을 실어 발로 문을 차기 시작했지만 문은 덜컹거릴 뿐 열리지 않았다.
“제기랄, 비켜!”
오셀로의 거친 목소리에 하인들이 비켜났다.
“고…… 공자님.”
“비켜, 마야.”
오셀로는 싸늘히 식은 눈으로 제 앞을 막고 있는 마야에게 명령했다.
마야가 몸을 옆으로 비키자 검집에서 뽑은 오셀로의 검에 흑염의 오러가 일렁였다.
오셀로는 정신을 집중하고, 그것을 문을 향해 거세게 휘둘렀다.
* * *
가족들과 상의했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저녁 식사 전까지만 해도 고민했었고 말이다.
하지만 만약 그랬더라면 틀림없이 나는 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을 것이다.
작은 상처 하나만 생겨도 살기 등등해지는 레카르도와 오빠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게 최선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헥토르 할아버지조차도 나를 말리려 하셨는데 말이다.
“카실리온, 준비됐어?”
내 방 안, 나와 마주 보고 선 카실리온에게 물었다.
카실리온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샤샤…… 난,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될 것 같아.”
“카실리온…….”
고용인들을 저택 바깥으로 집결시켰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이 사실이 보고되면 누구든 올라올 테니까 말이다.
고개를 젓던 카실리온은 고개를 숙였다.
“역시 도저히 못 하겠어.”
“갑자기 너에게 이런 염치없는 부탁을 해서 미안해. 하지만,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야.”
“어떤 부탁을 하건…… 샤샤가 하는 부탁은 염치없지 않아.”
카실리온의 입술이 달싹였다.
이내 그가 조금 젖은 듯한 자주색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샤샤는…… 내 영혼을 구원했으니까. 네가 나를 죽여도 난 기꺼이 죽을 거야.”
카실리온은 괴로운 듯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런 짓을 하라니. 차라리 나에게 죽으라고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은 안 들어?”
카실리온의 심정도 이해가 되었지만 지금은 물러날 수 없었다.
“카실리온, 난 괜찮을 거야.”
나는 확신이 담긴 목소리로 카실리온에게 말했다.
“살기 위해서 너에게 부탁하는 거라고. 너에게 엘릭서를 만들어 달라고 했듯…….”
“샤샤…….”
“같은 거야, 카실리온. 지금은 이해할 수 없어도…….”
나는 손을 뻗어 카실리온의 볼을 손으로 감쌌다.
“결국 나를 이해하게 될 거야.”
한참 뒤에야 카실리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카실리온을 잡은 채 이능을 발휘했다.
[이능을 발현합니다.]이내 카실리온의 몸에 나의 생명력이 이능의 형태로 흘러드는 것이 느껴졌다.
카실리온은 슬픈 눈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카실리온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입 모양으로 속삭였다.
‘부탁해, 카실리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