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ckly youngest member of the villain family RAW novel - chapter (147)
악당 가문의 병약한 막내님 146화
“오셀로…… 오셀로…….”
눈물이 폭우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오빠가 없으면 안 돼…… 난 오빠가 없으면 안 된다고……!”
나는 오셀로를 흔들며 엉엉 울었다.
“오빠를 생각하며 버텼단 말이야!! 오빠를 다시 만나기 위해 버텼는데 이렇게 가 버리면 어떡하라고! 안 돼!! 제발 눈을 뜨란 말이야!!”
“샤샤.”
오셀로를 마구 흔들던 내 어깨에 묵직한 진의 손이 올라왔다.
나는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진을 돌아보았다.
“보내 줘야 해, 샤샤.”
진의 녹안 역시 물기에 젖어 있었다.
그 목소리가 너무 잔인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겨우 페르세토스를 물리쳤는데,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오셀로를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어.
“할아버지…… 명계에 다시 가야겠어요…… 저, 명계에 보내 주세요.”
나는 쓸쓸한 표정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던 헥토르에게 소리쳤다.
“오셀로를 데려올 거예요.”
다시 지옥 같은 7년을 보낸다고 해도 상관없다.
오셀로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버틸 수 있단 말이다.
“…….”
하지만 짙은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헥토르의 입술이 열린 것은 한참 뒤였다.
“에반과 네가 명계에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너희들이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에반은 28회차의 회귀자, 그리고 나는 메키우스의 열쇠.
세상의 구원을 위해 용의 가호를 받을 수 있도록 선택된 존재들이다.
“오셀로는, 돌아올 수 없다.”
안타까움이 섞인, 단호한 그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눈물이 눈앞을 가릴 정도로 흘러내렸다.
“싫어…… 싫어요…….”
오셀로의 몸이 차갑게 식어 가고 있었다.
꼭 붙잡은 손의 온기도, 내게 영원히 떠나가듯 차가워진다.
“……하지만.”
헥토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마지막 희망을 담아 헥토르를 바라보았다.
헥토르는 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언젠가 먼 길을 돌아 그 녀석이 집을 찾을 수 있도록…….”
어찌나 주먹을 꽉 쥐었는지 진의 주먹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 녀석을 위해 작은 안도의 시혜를 베풀 수는 있지.”
“무엇입니까, 그것이.”
진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헥토르는 손가락을 뻗어 진의 품을 가리켰다.
진은 피가 흐르는 손을 품에 넣어 뒤적였다.
그리고 은색의 회중시계를 꺼냈다.
‘아리아크네의 나선시계’
고대의 위대한 연금술사가 만들었다는 이 시계는 행운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오셀로가 받았던 찬탈자의 단검과 마찬가지로, 이 물건 또한 특별한 힘이 담긴 윈체스터가의 가보였다.
“시계의 태엽을 돌려, 오셀로의 품에 넣어 매장해 주거라.”
말을 마친 헥토르가 돌아섰다.
진은 시계태엽을 돌린 뒤, 자신의 피가 맺힌 나선시계를 오셀로의 품에 넣었다.
“제기랄…….”
그의 차가운 품에 시계를 넣은 진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진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그도 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의 뒤에서 울먹이며 외쳤다.
“그렇다면 오셀로가…… 돌아올 수 있는 건가요?”
헥토르는 잠시 멈추어서 생각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나도 모르겠구나.”
그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오셀로의 곁으로 레카르도가 다가왔다.
그는 이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았지만, 그의 짙은 녹안에서 세상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지독한 고통이 느껴졌다.
나는 오빠를 잃었고, 진은 동생을 잃었고, 레카르도는…… 자식을 잃었다.
레카르도는 손을 뻗어 오셀로의 눈을 감겼다.
그리고 생명의 기운을 잃어버린 오셀로의 몸을 힘겹게 안아 들었다.
톡- 톡-
폐허가 된 이곳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언젠가 내가 오셀로에게 주었던 루네가 든 화분이 반으로 갈라져 쪼개져 있었다.
루네 역시 튀어나와 뒹굴고 있었지만, 에라시니스만은 폐허 속에 안착해 있었다.
만약 그 뿌리가 희망을 잃지 않고 땅을 끌어안는다면, 에라시니스는 폐허 속에서도 피어나고 말 것이다.
빗방울이 거세지고 있었다.
그것은 흙먼지와 함께 페르세토스의 흔적을 씻어 내고 있었다.
그치지 않을 것처럼 계속 흘러내리는 나의 눈물도.
* * *
야누트의 수도 로젠토에서 베루스(월례 회의)가 열렸다.
원탁에는 각 가문의 가주들이 앉아 있었다.
흑염의 레카르도 윈체스터, 수형의 아드리안 헤일로, 지화의 엘리시온 아카다, 그리고 청명의 에반 테일러스.
회의장의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도 엄중했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아드리안 헤일로였다.
“윈체스터의 가주께 진심으로 감사와 조의를 표합니다.”
입을 닫고 있던 엘리시온도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저희 아카다도 윈체스터와 테일러스의 가주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페르세토스의 부활이 있었다.
오셀로의 몸속에서 숨어 있던 그것은 순식간에 세상을 집어삼키려 했다.
에반의 증언을 통해, 이미 이 세상이 여러 번 반복되었으며 페르세토스는 매번 누군가의 몸에서 발현한다는 것을 모든 가주들이 알고 있었다.
윈체스터 공작가는 최전선에서 페르세토스를 막기 위해 싸웠다.
그들이 죽을 각오로 페르세토스를 막지 못했다면 다음 날의 해는 뜨지 않았을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들의 활약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본 가문도…….”
레카르도가 무겁게 입술을 열었다.
“윈체스터를 향한 각 가문들의 지원에 감사를 표하는 바요.”
레카르도의 말에 아드리안과 엘리시온이 흠칫했다.
헤일로와 아카다를 포함해 제국의 모든 가문에서 윈체스터 저택의 재건을 지원하고 있었다.
윈체스터의 물자만으로도 재건에 무리는 없었지만, 모두가 손을 보태기에 더 빨리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레카르도 윈체스터는 ‘감사’나 ‘사과’를 입에 담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둘이 흠칫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레카르도의 시선이 맞은편의 에반에게 향했다.
에반 테일러스는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그저 묵묵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각 가문에서 빌렸던 것을 돌려주려 하오.”
레카르도의 말에 뒤쪽에 서 있던 로웬이, 보라색의 작은 상자 세 개를 들고 와 가주들에게 하나씩 건네기 시작했다.
그것을 연 아드리안은 입술을 열었다.
“이건…….”
“……탑의 열쇠이군요.”
엘리시온이 말을 받았다.
이제 ‘메키우스의 가호’로서 쓰임을 다한 각 탑의 열쇠였다.
엘리시온이 입을 열었다.
“샤샤 윈체스터 공녀님의 상태는 어떠십니까. 기력을 많이 소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나쁘지는 않아 보이오.”
“다행입니다.”
잠시 생각하던 엘리시온이 다시 감사를 표했다.
“샤샤 공녀님 덕분에 세상이 희망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더 적극적으로 협조했어야 하는 건데…… 지금 생각하면 가문의 이득만을 위해 먼 길을 보지 못했던 제가 부끄럽습니다.”
아드리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페르세토스의 힘이 그토록 위협적인지 상상치 못했습니다.”
대지와 하늘을 물들여 가는 검은 기운의 모습은 참으로 공포스러웠다.
인간으로서 저항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때 울리던 종소리는, 판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아카다는…… 샤샤 윈체스터 공녀를 ‘성녀’로 추대하고자 합니다.”
엘리시온의 말에 레카르도가 눈썹을 꿈틀 움직였다.
“공녀님은 가문을 넘어선 제국의 진정한 화합과 평화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희생을요.”
아드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지를 소유하고 있지는 않으나, 4대 공작가의 가주급으로 추대되기에 부족함이 없으십니다.”
네 가문의 진정한 중재자라.
샤샤가 했던 역할과 썩 어울리기는 한다.
잠시 생각하던 레카르도가 입을 열었다.
“그 아이의 의지가 중요하니, 언질해 보겠소.”
레카르도의 말에 엘리시온과 아드리안의 얼굴이 밝아졌다.
역사적인 사건에는 늘 위인이 필요하다.
위인은 존재만으로 민심을 다스리고, 새 시대의 평화를 여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니까 말이다.
샤샤 윈체스터가 성녀가 된다면 윈체스터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나, 지금은 제국민들의 동요를 가라앉히는 것이 먼저였다.
“…….”
대화가 끊임없이 오가는 와중에도 에반은 말이 없었다.
그저 제가 받은 열쇠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샤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