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ckly youngest member of the villain family RAW novel - chapter (148)
악당 가문의 병약한 막내님 147화
로클랜드 숲의 호수는 해가 뜨면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샤샤의 귓가에 놀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언제까지 졸 거야, 재미없게.”
번쩍 눈을 뜬 샤샤는 옆에 앉은 오셀로의 모습을 보고 하품을 했다.
“어젯밤에도 오빠가 계속 놀아 달라며 못 자게 해서 이러잖아.”
“쇠도끼도 씹어먹을 나이에 약한 척하지 마.”
“이봐요. 나 명계에서 7년이나 보내고 와서 오빠보다 이제 한 살 많거든?”
“쳇.”
샤샤는 오셀로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씩 웃었다.
“생각해 보니까 이제 내가 누나네?”
“뭐?”
“누나, 해 봐~ 우리 오셀로한테 누나 소리 한번 들어 보자.”
오셀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샤샤의 볼을 잡아 늘였다.
“이 쬐끄만 꼬맹이가.”
샤샤도 손을 뻗어 오셀로의 볼을 잡아 늘였다.
“아야야……!”
결국 버티지 못한 사람은 샤샤.
동시에 볼을 놓은 둘은 서로의 눈을 보고 피식 웃었다.
샤샤의 볼만 빨개져 있었다.
“한 번만 더 하늘 같은 오라버니한테 까불어 봐.”
오셀로의 말에 또 풋 웃던 샤샤는 즐거운 눈으로 호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 보니까 시간이…….”
오셀로는 어깨를 으쓱했다.
“빵 태워 먹겠어!”
오븐에 빵을 넣고 온 것을 깜빡한 샤샤는 급히 달려갔다.
호수에서 한참을 달리자, 작은 오두막집이 보였다.
쾅- 하고 황급히 문을 열어젖힌 샤샤는 멈칫했다.
진이 두 손으로 빵이 올려진 철판을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빵은 탄 것 같지 않지만…….
“뜨거워요, 오라버니!”
저 철판은 엄청나게 뜨거울 텐데,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진은 아무렇지도 않은 태연한 표정으로 철판에서 빵을 집어 내렸다.
“흑염이 보호하고 있으니까, 저 녀석 걱정은 하지 마.”
뒤에서 오셀로가 속삭이고 나서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빵을 접시에 올린 진은 철판을 다시 끼워 두고 소파에 가서 몸을 기대었다.
언제나 딱딱하고 철두철미하던 진의 자세는, 이 오두막에 온 뒤 꽤 흐트러지고 있었는데 나는 그런 모습도 좋았다.
우리가 정말 보통의 가족 같아서 말이다.
이 오두막은 우리 셋이 지내기에 딱 좋았다.
“며칠째지?”
진의 입술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손가락을 펴서 날짜를 세어 보던 나는 대답했다.
“6일…… 오늘 자정이 일주일째 되는 날이야.”
내 말과 함께 잠깐의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먼저 깬 사람은 오셀로였다.
“……마을에 놀러 갈래?…… 축제 하는 것 같던데.”
오셀로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괜찮겠어? 사람들 몰려 있고 시끌시끌한 거 싫어하잖아.”
“뭐, 오늘쯤은.”
오셀로가 대답하자 곧장 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자.”
* * *
근처 마을에서는 풍요를 기원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시장통처럼 인파가 와글와글했고 여기저기에서 흥겨운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무도회장의 클래식처럼 중후하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곳보다 이곳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다.
와인과 샴페인보다는, 맥주가 최고지!
진과 오셀로가 표창 게임을 하러 간 사이, 맥주를 마시고 있던 내게 주인아주머니가 말을 걸었다.
“둘 중 누구예요?”
어쩐지 호기심 많은 눈빛이었다.
“네?”
“아가씨 애인 말이에요. 쌍둥이인 것 같은데 키도 훤칠하고…… 내 살아생전 이런 미남들은 처음이네.”
우리는 활동적인 평민 복장을 하고 있었기에, 귀족이라고 생각지는 못하는 것 같다.
아주머니의 말에 나는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애인 아니에요.”
“엥?”
“가족이에요.”
내가 싱긋 웃자 아주머니는 아, 하고 손뼉을 쳤다.
“남편이구나. 그래, 누가 남편이에요?”
“……?”
“아, 잠시만요. 저기 주문 좀 받아야겠네.”
다른 테이블에서 부르자 아주머니는 내 대답도 듣기 전에 쪼르르 떠났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우리 오빠들이 워낙 잘생겼어야지.
표창 던지기 게임 상품으로 받았는지 둘 다 똑같은 토끼 인형을 들고 걸어오는데, 여자들의 시선이 온통 오빠들에게 향해 있었다.
“선물.”
“내 것도 받아.”
진과 오셀로는 토끼 인형을 약속했다는 듯 내게 내밀었다.
진의 토끼는 분홍 토끼, 오셀로의 토끼는 파랑 토끼이다.
어째 서로의 머리 색과 바뀐 느낌.
“고마워, 귀엽네.”
오셀로는 선물을 줘 놓고도 투덜대었다.
“1등 상품이 겨우 토끼 인형이라니, 쩨쩨하긴.”
“이런 작은 마을 축제에서 보석 티아라를 준비할 수는 없잖아.”
“그래도 쩨쩨해.”
팔짱을 끼고 투덜대는 오셀로의 모습은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나는 두 사람이 준 토끼 인형을 꼭 끌어안았다.
가슴에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이다.
밤이 깊어 가고 있는 지금, 음악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앉아 있는 가게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광장 쪽에서 사람들이 둘씩 짝을 지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광장 무도회네.”
마을 축제의 백미인 광장 무도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오셀로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생각해 보니까 샤샤와 춤을 춰 본 적이 없었지.”
나는 일렁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데뷔탕트 무도회 때에도 오셀로가 춤을 청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레카르도와만 추게 되었다.
“레이디, 저와 춤을 춰 주시겠습니까.”
나는 오셀로에게 내 손을 얹었다.
진의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양보할게.”
나는 오셀로의 손을 잡고 계단을 내려가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광장에 섰다.
달빛을 등지고 나를 마주 보고 있는 오셀로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한껏 행복한 모습으로 그를 보고 미소 지었다.
오셀로의 입가에도 미소가 서렸다.
이내 우리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오셀로의 리드에 맞추어 나는 사뿐사뿐 발을 움직였다.
바람결에 그의 분홍 머리칼이 살랑였다.
다정하게 빛나는 그의 녹안에는 즐거운 내 얼굴이 비쳐 있었다.
“저번에 테일러스가에서 나한테 심술부렸던 거 기억나?”
내 말에 오셀로가 피식 웃었다.
“심술이라니, 내가 언제.”
“내가 에반이랑 춤췄다고 술주정했었잖아.”
내 허리를 잡은 오셀로가 나를 빙그르 돌렸다.
그리고 조금 비틀거리는 내 허리를 다시 잡아 눕혔다.
“심술부린 게 아니라 화가 났던 거야.”
“왜?”
내 물음에 오셀로는 눈썹을 조금 찡그리며 말했다.
“그 기생오라비 같은 녀석과 약혼에 춤에, 네 격에 맞는다고 생각해? 어림도 없지.”
“풋.”
음악이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검밖에 모르던 오셀로는 대체 어디에서 배운 솜씨인지, 완벽하게 스텝을 밟아 나가며 나를 리드했다.
춤 솜씨도 윈체스터 가문의 유전인가.
“내 격에 맞는 남자는 누구인데?”
내 말에 잠시 멈칫한 오셀로가 입술을 달싹였다.
“세상에 없어.”
입가의 미소는 그대로였지만 오셀로의 눈빛은 조금 진지하게 느껴졌다.
“평생 혼자 살라는 말 맞지?”
“내가 살아 있었으면 그러라고 했을 텐데, 그래도 내 동생 지킬 놈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니까.”
나는 한 바퀴 돌아 오셀로의 품에 안겼다.
그의 눈빛에서 쓸쓸함이 느껴졌다.
“이제는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의 절반만큼이라도 널 좋아할 사람을 만나.”
나는 잠시 말없이 춤을 이었다.
“그래도 자기 목숨보다는 사랑할 테니까.”
꼭 잡은 오셀로의 손을 다시는 놓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라는 걸 안다.
명계에서 레벨 10까지 올린 ‘강령’ 스킬을 통해 일주일간 붙잡아 둔 오셀로였다.
진과 오셀로, 나는 일주일간 오두막집을 빌려 마지막 나날을 보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놀고, 먹고, 편히 지냈다.
눈물은 단 한 번도 흘리지 않았다.
서로에게 즐겁고 행복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었으니까.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뎅- 뎅-
나는 하염없이 오셀로를 바라보았다.
오셀로의 녹안에 옅은 미소를 띤 내 모습이 비쳤다.
이내 내게 손을 뻗은 오셀로는 내 어깨를 끌어안으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
그리고 한참 내 눈을 바라보다가 옅게 웃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뎅- 하는 마지막 종소리와 함께 그는 세상에서 사라졌다.
‘안녕, 오셀로.’
그를 보내고 돌아서자 에반이 내 앞에 서 있었다.
“…….”
그는 팔을 뻗어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에반의 품에 안겨 참고 있던 눈물을 터뜨렸다.
“흑…….”